검은 파도가 어둑어둑한 항구의 돌벽을 할퀴고 있었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난 한 척의 화물선이 안개를 뚫고 들어왔다. 거친 표면의 선체에는 낡은 흔적이 역력했지만, 이 항구에 들어서는 모든 배들처럼 그 속에는 법과 질서 바깥의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갑판 위, 바람을 맞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여자는 길고 풍성한 웨이브의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키는 175센티미터로 당당했다. 하얀 피부, 긴 다리, 가느다란 허리에 비해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옷자락을 팽팽하게 당겼다. 그러나 그 눈빛은 부드럽고 자애로웠다. 마치 큰 그릇처럼 모든 것을 담아낼 듯한 모성과, 위기를 꿰뚫는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눈이었다. 그녀는 이세계의 첫째딸, 이아이얼.
그 옆에 선 남자는 겨우 170센티미터에 마른 체구였다. 키 큰 여자와 나란히 서자 한 뼘쯤 작아 보였다. 얼굴은 다소 여위었고, 큰 눈에는 약간의 소심함과 신중함이 섞여 있었다. 현무파 두목의 큰아들, 이청. 가족과 측근들은 어릴 적 붙은 별명인 귀일이라 불렀다.
이아이얼이 이청의 손을 잡았다. “저기 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네. 파란 옷 입은 무리들은 대문파 사람들인가?”
이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문파의 깃발 아래 선자들은 죄다 난장이처럼 보이지만, 저 우두머리는 달라. 저 포악한 눈빛 좀 봐.”
그들의 시선 끝에, 부두 위로 한 무리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선두에 선 남자는 키가 고작 155센티미터였다. 그러나 그 짧은 체구에 비해 어깨는 넓고 팔뚝은 굵었다. 얼굴은 평범을 넘어 약간 우스꽝스러운 아저씨 상이었지만, 눈매 하나만큼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피부 곳곳에 낡은 상처 자국이 흐르고 있었다. 대문파 임시 두목, 박대근.
박대근은 배가 접안하자마자 다가와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세파, 현무파의 일호 실력자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대문파의 박대근이라고 합니다. 벌써 해변에 있는 여관 하나를 예약해두었습니다. 두 분께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이아이얼이 살짝 미소 지었다. “신경 써 주셨네요, 박 대표.”
“별말씀을요. 이리 오십시오.”
차량은 3인용 승용차였다. 운전석에 박대근이 앉고, 뒷좌석에 이아이얼과 이청이 나란히 앉았다. 차가 출발하면서 해풍이 열린 창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박대근은 운전대를 잡은 채로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세파, 현무파의 큰어른들께서 직접 이 섬에 오신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 대문파는 요즘 죽척패의 움직임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죽척패, 일본에서 넘어온 무장 조직.
이청이 조용히 대꾸했다. “죽척패. 요즘 동아시아 쪽에서 심상치 않다는 소문은 들었소이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갑자기 이 섬의 암시장을 장악하겠다며 들이대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대문파 대신 모든 어둠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고 공언했어요. 협박이죠, 협박!” 박대근의 목소리가 점점 격해졌다. “저희 아버님은 그들의 횡포에 항의하시려다 부상을 입으셨고, 지금은 제가 임시 두목을 맡고 있습니다.”
이아이얼이 조용히 그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희 이세파도 죽척패의 이상 동향을 이미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진의와 배후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합니다.”
“간청드립니다!” 박대근이 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몸을 돌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희 세 파벌이 연합해야만 죽척패의 야망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암약 중에 섬의 모든 지하 지배권을 강탈할 계획입니다!”
이청이 팔짱을 끼고 조용히 웃었다.
“이보게, 박 대표. 당신의 파벌을 위한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러나 천천히 갑시다. 이세파는 여전히 이 섬에서 가장 큰 세력입니다. 죽척패가 아무리 날뛰어도 한순간에 무시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박대근이 다시 말을 꺼내려 하자 이청이 손을 들어 막았다.
“대신, 우리도 이 섬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말이지. 여왕님과 나는 상부층 인간이지만, 섬의 지부는 항상 부하들이 관리했습니다. 한 번쯤은 관광도 하고 긴장도 풀어보는 게 좋지 않겠소?”
이아이얼이 빙긋 웃으며 이청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너는 항상 그렇게 여유야.”
박대근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두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 대문파 본부는 이 섬에 있고요, 우선은 두 분의 파벌이 이 섬에 있는 지부에 먼저 들러 인사라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렇게 차량은 항구에서 벗어나 도시 안쪽을 가로질러 갔다. 이도시의 표면은 평범한 국제 무역 도시였지만, 길가의 골목마다 어둠의 상인이 웃고 손짓하는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지부 방문을 마친 후, 저녁 무렵 박대근은 그들을 해변 여관으로 안내했다.
“사실은 그래스랍스 오성 호텔을 예약하려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리모델링 중입니다. 언젠가 재개장하면 꼭 제가 다시 초대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박 대표. 수고하셨어요.” 이아이얼이 가볍게 인사했다.
박대근은 몇 번 절을 한 뒤 차를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여관 안.
방은 넓고 조용했다.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창문 밖으로 달빛이 은빛 비늘처럼 흩날리며 잔잔한 파도 위를 물들이고 있었다.
이청은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낡은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피로가 먼저 온 것이 분명했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이아이얼이 나왔다. 그녀는 방금 샤워를 마친 듯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붙어 있었다. 그 위에 걸친 것은 얇고 검은 시스루 소재의 관능적인 속옷이었다. 가느다란 끈이 어깨에 걸려 있고,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 곡선이 은은한 빛 아래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침대 쪽으로 걸어가며 몸을 눕혔다. 매트리스가 푹신하게 반응했다.
“하아…” 그녀가 길게 하품을 내뱉으며 팔다리를 쭉 폈다. “오늘 고생했어.”
이청이 눈을 뜨고 그녀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경계심이 아닌 사랑스러움과 편안함만이 어려 있었다.
이아이얼이 몸을 굴려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부드러운 피부가 그의 얇은 살 위로 스치자, 그의 심장이 조금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자기야.” 그녀가 속삭였다. “오늘은 좀 쉬자. 하지만 나, 너랑 있고 싶어.”
이청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그녀의 손이 그의 옷자락 속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부드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성기는 아직 수줍게 웅크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길이 닿자마자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 이청이 숨을 들이켰다.
“괜찮아.” 이아이얼이 그의 귀에 입김을 불며 말했다. “내가 다 해줄게.”
그녀는 천천히 몸을 내려갔다. 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입술이 닿았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그의 발기한 8센티미터의 작은 성기를 입 안으로 가득 삼켰다.
“으…!” 이청이 몸을 떨었다.
그녀는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혀와 입술의 감촉은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했다. 그가 미세하게 떨 때마다 그녀의 사랑이 느껴졌다.
5분이 흘렀다. 이청은 이미 호흡이 거칠어져 있었다.
“이제… 이제 내가… 올라갈게.”
이아이얼이 몸을 돌려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녀의 크고 하얀 엉덩이가 그의 허리 위에 내려앉았다. 그녀가 조금 허리를 틀어쉬며, 자신의 보지에 그의 작은 성기를 맞췄다.
서서히 앉았다.
그의 성기는 깊숙이 들어갈 수 없었다. 아마도 가장 깊은 곳까지는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아이얼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자신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랑해… 나의 귀일.” 그녀가 속삭이며 엉덩이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청은 숨을 헐떡이며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감쌌다. 젖은 살결이 손바닥에 감겨왔다.
“나도… 사랑해, 이얼아.”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방 안에는 그들의 숨소리와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달빛이 은은하게 흘러내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드디어 이청이 몸을 크게 떨었다.
“아… 아! 아…!” 그의 목소리는 끊어졌다. 전신이 바르르 떨리며, 그는 그녀의 깊은 곳에 조금의 정액을 흘려보냈다. 냄새도 거의 없고, 양도 적고, 묽은 액체였다.
그가 축 늘어져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
“으아… 됐다… 나는 보름은 쉬어야겠다.” 이청이 겨우 중얼거렸다.
이아이얼이 가볍게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일어나 엉덩이를 닦았다. “수고했어, 내 사랑.”
그녀는 다시 그의 옆에 누워, 한쪽 팔로 그의 가슴을 감싸고 팔을 그의 허리에 둘렀다. 그는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안겼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꼭 껴안은 채,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도, 이 작고 초라한 여관의 방은 그들에게 가장 편안한 요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바로 그때, 여관 건너편의 낡은 건물 옥상 위,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담배를 끄고 있었고, 그의 귀에는 통신기가 꽂혀 있었다.
“대근이형. 죽척패 쪽에서 뭔가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관 주변에 낯선 그림자가 여러 명 보입니다.”
전화기 너머, 박대근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았다. 조용히 지켜봐. 그분들을 방해하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