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의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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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린은 실험실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서 그 생물체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배양액 속에서 잔잔히 떠 있는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길이는 대략 7센티미터, 가느다란 몸통은 인간의 그것과 흡사했고, 꼬리 부분에는 가느다란 촉수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해초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장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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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견

장린은 실험실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서 그 생물체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배양액 속에서 잔잔히 떠 있는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길이는 대략 7센티미터, 가느다란 몸통은 인간의 그것과 흡사했고, 꼬리 부분에는 가느다란 촉수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해초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장린은 손가락으로 배양기의 표면을 톡톡 두드렸다. 생물체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모충'이라 이름 붙였다.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이 실험실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가 우편으로 보낸 샘플 중 하나였을 것이다. 라벨도 없었고, 출처도不明했다. 그러나 장린의 호기심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모충을 꺼내어 현미경 아래에 놓았다. 세포 구조는 기존에 알려진 어떤 기생충과도 달랐다. 핵이 없었다. 대신 세포질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미세한 입자들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장린은 메모지를 꺼내 기록을 시작했다. 실험실의 시계는 이미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집에 전화 한 통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손은 계속해서 키보드 위를 움직였다.

며칠간의 실험 끝에 모충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산성 용액에서도, 고온에서도 죽지 않았다. 오히려 환경이 척박해질수록 몸을 움츠리고 단단해졌다. 마치 고무처럼. 장린은 그것을 '가짜 죽음'이라 기록했다. 마지막 실험에서 모충은 완전히 굳어 버렸다. 장린은 배양기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는 표본을 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배양기를 챙겨 실험실을 나섰다. 밤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아내 장미에게 '늦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장린은 신발을 벗고 조심스럽게 서재로 향했다. 장미는 이미 잠들었을 것이다. 그는 서재 책상 위에 배양기를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집 안은 냉랭했다. 난방이 꺼진 지 오래였다. 그는 거실 소파로 걸어가 몸을 던졌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이불도 덮지 않은 채였다.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찰칵 하는 소리에 소걸이 잠에서 깼다. 문 여는 소리였다. 아빠가 늦게 들어온 것이다. 소걸은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복도 끝 화장실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화장실에 가려다가 서재 쪽에서 이상한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소걸은 발소리를 죽이며 서재 문을 열었다. 책상 위에 투명한 배양기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이상하게 생긴 물체가 들어 있었다.

소걸은 손을 뻗어 배양기를 집어 들었다. 무거웠다. 뚜껑을 열자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그 물체를 건드렸다. 단단했다. 고무 장난감처럼. 잠시 망설이다가 그는 그것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딱딱 소리가 나며 구르다가 멈췄다. 소걸은 그것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배양기를 제자리에 다시 올려놓았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 밑에 있는 장난감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그는 그 물체를 상자 맨 밑바닥에 숨기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는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빠한테 들키면 혼날 텐데. 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꺼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특이한 모양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람의 그것과 닮은,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그 물체. 소걸은 잠이 들 때까지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사라진 표본

장린은 아침 일찍 연구실에 도착했다. 어젯밤 늦게까지 배양기를 지켜보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한 탓에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커피 한 잔을 벌컥 들이켜고 배양기 앞에 앉았다.

“어젯밤에도 상태는 괜찮았는데...”

배양기 문을 열자 특유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본 순간, 장린의 손이 멈췄다.

“이게... 뭐지?”

배양 접시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어젯밤만 해도 분명히 살아 움직이던 모충이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바닥에 투명한 액체가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장린은 눈을 비비며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이상한데... 온도 조절도 잘 돼 있었고, 보관 상태도 문제없었는데.”

그는 손가락으로 접시 가장자리를 톡톡 건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혹시 누군가 실수로 건드린 건가? 하지만 어젯밤에 마지막으로 확인한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장린은 한숨을 쉬며 접시를 들어 올렸다. 투명한 액체가 흔들리며 미광을 반사했다.

“보관이 잘못돼서 썩었나 보지. 하여간 이런 희귀한 표본은 항상 문제야.”

그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접시를 싱크대에 넣었다. 어차피 죽은 것에 미련을 둬봤자 소용없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그는 외투를 집어 들고 연구실을 나섰다.

한편, 장미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휴일이라 집에 있기로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장린과의 결혼 기념일이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기억할지 의문이었다. 작년에도 까먹었고, 재작년에도 일 때문에 늦었다. 그래도 올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특별한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

“소걸아! 학교 갈 시간이야!”

그녀는 2층을 향해 소리쳤다. 곧이어 소걸이 계단을 내려왔다. 얼굴에는 잠이 덜 깬 표정이었지만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엄마, 나 어제 아빠 연구실에서 진짜 신기한 거 봤어!”

“뭘 봤는데?”

“작은 벌레 같은 거? 아빠가 현미경으로 보고 있었거든. 근데 아빠가 보여주려고 했는데 전화 받으러 나가서... 나 혼자 봤어. 그런데 그게 얼음 속에서 꿈틀거렸어!”

장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얼음? 아마 배양기의 온도가 낮아서 그렇게 보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가방을 챙겨주었다.

“얼른 아침 먹고 나가. 지각하면 혼난다.”

“알았어요. 근데 진짜 신기했어요. 소진이한테도 말해 줘야지!”

소걸은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고 빵을 입에 문 채로 집을 나섰다. 장미는 그 모습을 보며 살짝 웃었다. 창밖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왔다. 오늘만큼은 행복하고 평화로운 하루가 되길 바랐다.

학교에 도착한 소걸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소진을 붙잡았다.

“야! 소진아! 어제 진짜 짱 신기한 거 봤어.”

“뭔데? 또 뭘 봤어?”

“아빤 연구하는 과학자잖아. 근데 아빠 연구실에 이상한 벌레가 있었어. 얼음 속에 갇혀 있었는데도 움직였어!”

소진은 눈을 크게 떴다. “뭐? 얼음 속에서 움직이는 벌레? 거짓말!”

“진짜야!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봤어. 길쭉하고 투명했어. 근데 꼬리를 흔들었어!”

소진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 생각했다.

“그럼... 오늘 나도 보러 가도 돼?”

“응! 우리 집에 오면 돼. 엄마가 오늘 집에 계시니까 괜찮을 거야.”

“좋아! 그럼 방과 후에 바로 가자.”

두 아이는 신나서 수업 시간 내내 속삭였다. 선생님이 몇 번 주의를 줬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미 연구실의 신비한 생물에게 쏠려 있었다.

오후 3시, 장미는 학교 앞에서 소걸과 소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나오자 그녀는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소진이도 우리 집에 갈 거지?”

“네! 아줌마, 소걸이가 신기한 거 보여준다고 했어요.”

“그래? 뭔데?”

장미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물어봤다. 소걸이 신나서 대답했다.

“아빠 연구실에 있는 이상한 벌레!”

“아, 그거... 근데 그건 아빠 허락 없이 보면 안 돼. 아빠가 중요한 연구한다고 하셨잖아.”

“에이, 엄마. 그냥 잠깐만 보면 안 돼요? 소진이도 보고 싶대요.”

장미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장린이 오늘 결혼 기념일을 기억할지도 의문이었다. 그에게도 화가 나 있었다.

“그래, 잠깐만 보고 나오는 거야. 그리고 절대 만지면 안 된다.”

“와! 신난다!”

아이들은 집으로 달려갔다. 장미는 뒤에서 천천히 걸으며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소걸이 아버지를 닮아 호기심이 많은 게 걱정되기도 했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자 소걸은 연구실 문을 열려고 했다. 잠겨 있었다.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아... 문이 잠겼어. 아빠가 열쇠를 가지고 갔나 봐.”

장미는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갔다. “됐다, 안 보면 되지. 나랑 같이 저녁 준비나 하자.”

소진도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장미가 내민 과자를 받아들며 금세 기분이 풀렸다. 그들은 거실에서 장난을 치며 놀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장미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장린에게서 아직 연락이 없었다. 그녀는 전화기를 확인했다. 메시지도 없고 부재중도 없었다.

6시가 되자 장미는 결국 직접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린 후에야 장린이 받았다.

“여보, 오늘 몇 시에 올 거야? 저녁 준비 다 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장린의 지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오늘 야근해야 해. 중요한 실험이 있어서.”

장미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억지로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무슨 날? 설마... 결혼 기념일?”

“그래, 맞아. 근데 너 또 까먹었지?”

장린은 잠시 침묵했다. 이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오늘은 정말 중요한 실험 때문에... 내일로 미루면 안 될까?”

“오늘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

장미는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울 수는 없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거실로 돌아갔다.

“소걸아, 아빠 오늘 야근하신대. 우리끼리 저녁 먹자.”

“에이, 또야?”

소걸도 실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답게 곧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소진에게 속삭였다.

“야, 아빠 없으니까 연구실 문 열 수 있을지도 몰라. 엄마가 열쇠 숨겨 놓은 데 알지?”

소진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장미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에 살금살금 2층으로 올라갔다.

소걸은 복도 끝에 있는 작은 찬장 뒤에 손을 넣었다. 거기에 비상용 열쇠가 숨겨져 있었다.

“찾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연구실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둡고 쌀쌀했다. 아이들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현미경과 각종 실험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어디 있지? 그 벌레?”

소걸은 아버지가 어젯밤에 보던 곳을 기억했다. 배양기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배양기 안은 비어 있었다.

“어? 없네?”

“뭐, 거짓말한 거 아니야?”

“아니야! 분명히 여기 있었어. 근데 왜 없지?”

소진은 실망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나가자. 별로 재미없어.”

그러나 그 순간, 소진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그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배양기 옆에 있는 작은 캐비닛을 열어젖혔다. 캐비닛 안에는 여러 개의 유리병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아이코!”

소진이 당황해서 유리병을 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병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안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야! 뭐 하는 거야!”

소걸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깨진 유리 조각 사이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두 아이는 숨을 죽였다. 투명한 액체 속에서 길쭉한 벌레 같은 것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저거... 살아 있어?”

소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모충은 액체를 뚫고 기어 나와 바닥을 향해 움직였다. 소걸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말한 게 바로 이것이었다. 하지만 왜 배양기가 아닌 캐비닛에 있었을까?

“소걸아, 이거 어떻게 해?”

“일단... 잡아야 해.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

소걸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모충은 재빨리 움직여 선반 아래로 숨었다. 두 아이는 서로 마주 보았다. 공포와 호기심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때, 아래층에서 장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걸아! 소진아! 어디 있니? 저녁 준비 다 됐어!”

아이들은 깜짝 놀라 서둘러 깨진 유리를 대충 치우고 연구실 문을 닫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모충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지금은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저녁 식사 내내 장미는 별 말이 없었다. 가끔 아이들에게 음식을 권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아이들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용히 밥만 먹었다.

밤이 깊어졌다. 장미는 아이들을 재우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장린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었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자조적인 미소가 입가에 스쳤다. 그때, 등 뒤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뭔가가 피부를 스치는 듯한 느낌. 그녀는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피곤해서 환각이 보이나..."

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의 등 뒤, 소파 밑에서 조그만 그림자가 살짝 움직였다. 모충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기어 나와 장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장난의 씨앗

장미는 저녁 식탁을 정리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냉장고에 남은 반찬을 넣고 설거지를 마친 뒤, 소걸과 소진을 재우러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오늘 아빠는 안 와요?"

소걸이 이불 속에서 물었다. 장미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아빠가 일이 바쁘시단다. 먼저 자자."

"네에..."

소진은 이미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장미는 두 아이의 이불을 잘 덮어주고 불을 껐다. 문을 닫으며 방 안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소걸은 눈을 감은 척하고 있었지만, 장미는 알고 있었다. 그가 아직 깨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침실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침대 옆 탁자 서랍을 열자 작은 상자가 보였다. 며칠 전, 외로움에 못 이겨 성인용품점에서 산 것이었다. 그녀는 상자를 꺼내 침대 위에 놓고 뚜껑을 열었다. 검은색 가짜 성기가 은박지에 싸여 있었다.

장미는 그것을 꺼내 침대 위에 세워 놓았다. 침실 불빛이 그것에 반사되어 희미하게 빛났다. 그녀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샤워를 하러 갔다. 욕실 문을 닫으며 물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한편, 소걸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소진의 어깨를 툭 쳤다.

"야, 소진아."

"응?"

소진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소걸은 침대 밑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 안에는 어제 주운 모충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충은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길쭉한 형태로 변해 있었다.

"이거 봐. 내가 어제 주운 건데."

소걸이 병을 흔들자 안의 생물이 꿈틀거렸다. 소진은 호기심에 눈을 크게 떴다.

"우와, 신기하다. 근데 왜 이렇게 생겼어?"

"나도 몰라. 근데 좀 웃기게 생겼지?"

소걸은 병을 들어 불빛에 비춰 보았다. 모충은 점점 더 가짜 성기와 비슷한 형태로 변해 가고 있었다. 소진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진짜 재밌다. 근데 그거 어떻게 한 거야?"

"그냥 주웠어. 근데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소걸은 목이 말랐다. 그는 병을 침대 위에 놓고 거실로 물을 마시러 갔다. 방 안에는 소진 혼자 남았다. 소진은 병을 들고 주저하다가, 소걸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문을 살짝 열고 복쪽을 내다보았다. 거실에서 소걸의 발소리가 들렸다. 소진은 숨을 죽이며 주 침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그는 손잡이를 돌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둑했지만, 침대 옆 탁자의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소진은 침대 위에 세워진 두 개의 가짜 성기를 발견했다. 하나는 장미가 꺼내 놓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걸의 병 속에 있던 모충이 변한 것이었다. 그는 두 개를 번갈아 보며 비교했다. 거의 똑같이 생겼지만, 모충 쪽이 약간 더 촉촉해 보였다.

소진은 장난을 치기로 결심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모충을 집어 장미의 가짜 성기 옆에 세웠다. 그리고 원래 있던 가짜 성기를 들어 얼른 방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을 때까지 그는 숨을 참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그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참으며 소걸의 방으로 돌아갔다.

소걸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소진은 가짜 성기를 이불 속에 감추고 누워서 웃음을 삼켰다. 이내 소걸이 들어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방 안은 다시 어둠에 잠겼다.

소생의 꿈틀임

# 기생의 둥지

## 제4장: 소생의 꿈틀임

욕실에서 나온 장미는 거울 앞에 섰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피부는 창백했고, 눈가에는 깊은 그늘이 졌다. 요즘 들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가슴 한복판에 자리 잡은 공허함이 그녀를 밤마다 괴롭혔다.

장린은 또 연구실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는 항상 바빴다. 처음에는 이해하려 노력했다. 중요한 연구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간격은 더 멀어져만 갔다. 아이들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랐다.

장미는 한숨을 쉬며 침실로 향했다. 방 안은 조용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이 바닥에 은빛 줄무늬를 만들었다.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며칠 전 소진이 장난으로 바꿔치기한 윤활제 통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 통을 꺼내 들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대감이 차올랐다. 뚜껑을 열자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평범한 윤활제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그것이 단순한 윤활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방 구석에 놓인 플라스틱 용기로 걸어갔다. 그 안에는 그녀가 며칠 전 발견한 모충이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소걸이 장난감 가게에서 산 인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질수록, 볼수록 그것은 살아있는 무언가임을 느꼈다.

장미는 용기를 열었다. 모충은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길쭉한 타원형의 몸통, 끝부분에는 촉수 같은 돌기들이 빼곡히 돋아 있었다. 표면은 매끄럽고 반투명했으며, 내부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모충을 꺼냈다.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을 스쳤다. 그러자 모충이 살짝 움찔했다. 장미는 깜짝 놀라 손을 놓칠 뻔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너도 외로운 거니?"

그녀의 목소리는 방 안에서 작게 울렸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모충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장미는 침대에 걸터앉아 모충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윤활제 통을 들고 내용물을 손가락에 묻혔다. 그것은 끈적거리며 미끄러웠다. 그녀는 모충의 표면을 천천히 문질렀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곧이어 더욱 부드럽게.

모충의 반응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수동적이었던 그것이 점차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촉수들이 미세하게 떨리며 펼쳐졌다. 마치 깨어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장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는 다리 사이로 모충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감촉이 질 입구에 닿자 몸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이 밀어 넣었다.

모충이 너무 컸다. 절반도 채 들어가지 않았다. 장미는 이빨을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하지만 고통보다는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더 컸다. 그녀는 윤활제를 더 바르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여성 상위 자세로 그녀는 모충 위에서 앞뒤로 흔들렸다.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점차 리듬을 찾아갔다. 애액이 흘러나와 윤활제와 섞이며 미끄러움을 더해주었다. 모충의 촉수들이 질벽을 스치며 전율을 일으켰다.

"아... 아..."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장미는 눈을 감고 쾌락에 몸을 맡겼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만감이었다. 장린과의 관계는 형식적이었다. 그는 항상 바빴고, 그녀는 항상 기다렸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잊혀졌다.

모충이 점점 더 살아 움직였다. 촉수들이 질벽을 감싸 쥐며 움직임에 맞춰 박동쳤다. 마치 그녀의 몸을 탐색하는 듯했다. 장미는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오르가슴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그녀의 발이 침대 시트에 미끄러졌다. 균형을 잃은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앞으로 쏟았다. 모충이 한순간에 질 안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으아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모충의 귀두 부분이 자궁경부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전율이 몸을 휘감았다. 장미는 몸을 웅크리며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모충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자궁경부가 열리자 재빨리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촉수들이 자궁 내벽을 더듬으며 자리를 잡았다.

장미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자궁 안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모충은 계속해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마치 자신의 집을 찾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은 줄어들고 대신 이상한 평화가 찾아왔다. 장미의 호흡이 가라앉았다. 눈앞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 위에 쓰러져 천장을 바라보았다.

모충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배도 불러오지 않았고, 피도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 속, 깊숙한 곳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장미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미소 지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만감과 안도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달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새로운 생명이,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장미의 몸이 잠든 사이, 모충은 서서히 그녀의 신경계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세한 신호들, 그다음에는 더 큰 연결망으로. 그것은 장미의 기억을 읽고, 감정을 느끼고, 그녀의 몸을 탐색했다.

그리고 그것은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를 위해.

잊혀진 밤

장미는 눈을 떴다. 방 안은 이미 아침 햇살이 가득했지만, 머리는 무겁고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온몸이 마치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운 것처럼 찌뿌둥했다. '어제 내가 왜 이렇게 놀았지...?'

침대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장린은 벌써 출근한 모양이었다. '기념일이었는데...' 가슴 한편이 시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꽃이라도 사 들고 나타나 '어제 일 다 잊어버리자'고 말해 주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는 항상 연구실 일이 더 중요했다.

장미는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있는 소걸의 가방을 보며 '소걸이 친구 집에서 잘 잤겠지...' 라고 생각했다. 문득 어젯밤 기억이 조각조각났다. '내가 밤에 혼자서 거실에서 뭘 했더라...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그 후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혼자서 너무 흥분했나...? 스트레스를 푼 건가...'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발가락 사이가 따끔거렸다. '아, 어젯밤 내가 발톱을 너무 깊게 깎았나...' 피가 살짝 맺혀 있었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소진은 휴대폰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아... 깜짝이야...' 어젯밤 장난이 떠올랐다. '휴, 장미 누나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네. 다행이야...' 그는 가짜 성기를 가지고 노는 바람에 빈혈이 심했던 장미가 소파에 쓰러졌던 일을 곧바로 잊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에이, 그냥 장난이 심했나 보다. 내가 잘못 본 거겠지...' 그는 급히 세수를 하고 소걸을 깨웠다.

"소걸아, 얼른 일어나! 지각하겠다!"

소걸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응... 엄마는?"

"누나는 병원 가셨어. 얼른 씻어!"

두 아이는 서둘러 아침을 먹고 학교로 향했다. 길에서 소진이 말했다.

"야, 어제 그거 진짜 재밌었는데. 근데 너희 엄마는 괜찮은 거 맞아?"

"응? 엄마 괜찮으신데? 왜?"

"아니, 그냥... 어제 좀 이상해 보였어서."

"뭐, 엄마가 요즘 좀 피곤해 하시긴 해." 소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병원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장미는 간호사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고 간호 스테이션에 서 있었다. 출산 후 몸매가 예전 같지 않을 거라는 주위의 예상과 달리, 그녀의 몸은 더욱 탄력 있고 매혹적으로 변해 있었다. 지나가던 남자 의사들의 시선이 그녀의 골반과 가슴 라인에 머물렀다.

"장미 씨, 오늘도 정말 예쁘시네요." 한 의사가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네, 감사합니다." 장미는 기계적으로 대답하며 환자 차트를 정리했다. 그녀의 표정은 밝았지만, 눈동자에는 깊은 피로가 어려 있었다. 다른 간호사들이 수군거렸다.

"장미 씨는 애 엄마 맞아? 어떻게 저런 몸매가 나오지?"

"글쎄... 남편이 연구원이라 돈도 많고, 관리를 잘하나 보지."

장미는 그 말들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들은 그녀의 소외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몰라...'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 병원장 최 원장이 간호 스테이션으로 걸어왔다. 그는 중년의 남자로, 항상 단정한 정장을 입고 다녔지만, 눈빛에는 은밀한 집착이 숨어 있었다. 그는 줄곧 장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장미 씨, 시간 괜찮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뭔가 무게가 실려 있었다.

"네, 원장님." 장미가 고개를 숙였다.

"오후에 제 사무실로 좀 와 주십시오. 새로 도입될 의료 장비에 대한 회의가 있습니다. 당신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또 저 사람이야...' 장미는 속으로 찡그렸다. 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최 원장은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꼭 와야 합니다, 장미 씨. 아주... 중요한 얘기니까요."

그 미소에는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장미는 석연치 않은 마음에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의 공허함과 남편의 냉담함, 그리고 병원장의 집요한 시선이 뒤엉켜 불쾌한 예감이 들었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아...'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조종

장린은 아침 일찍부터 집 안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실 탁자 위에는 그가 직접 산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주방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만들어 본 아침 식사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는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장미가 교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시간이었다.

며칠 전부터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장미의 눈빛이 점점 텅 비어갔고, 그녀가 혼자 있을 때면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지만, 어젯밤 그녀가 잠꼬대로 중얼거린 말들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더... 더 원해...”

그 말은 그의 귀에 선명하게 박혔다.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장미가 피곤한 얼굴로 들어섰다. 그녀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고, 걸음걸이조차 불안정해 보였다.

“어서 와, 장미야. 준비한 게 있어.”

장린이 그녀의 손을 잡아 식탁으로 이끌었다. 장미는 놀란 눈으로 꽃다발과 식탁 위의 음식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잠시 감동이 스치고, 이내 눈물이 맺혔다.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미안해. 그동안 너를 너무 소홀히 했어. 오늘은 내가 준비했어. 우리 같이 아침 먹자.”

장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식탁에 앉았다. 그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장린이 그녀에게 와인 한 잔을 건네며 미소 지었다.

“긴장 풀고, 한잔해.”

장미는 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그녀의 목을 타고 술이 넘어가는 모습이 왠지 관능적으로 보였다. 장린은 그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다.

와인 두 잔을 더 마시자 장미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눈빛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입술이 살짝 축축해졌다. 그녀가 일어나 장린의 품에 안겼다.

“장린아... 안아줘.”

그녀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렸다. 장린은 그녀를 꼭 안았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이상한 열기가 느껴졌다. 피부가 뜨거웠고,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땀에서는 평소와 다른 향이 났다.

“너 아픈 거 아니야?” 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야... 그냥... 너를 원해.”

그녀의 손이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장린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녀의 손길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들은 거실 소파 위로 옮겨졌다.

장미의 몸이 평소보다 더 뜨거웠다. 그녀의 입에서 나는 신음 소리가 비명에 가까울 정도로 격렬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등을 할퀴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했다.

순간, 장린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장미의 자궁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것은 생명체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떼려 했지만, 장미가 그의 팔을 꽉 움켜쥐며 놓지 않았다.

“가지 마... 아직... 아직 안 됐어...”

그녀의 목소리가 명령조로 변했다. 장린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에게 다시 몸을 밀착시켰다. 그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정액이 분출되는 순간, 장린의 몸 전체가 강한 전율에 휩싸였다. 동시에 장미의 몸속에서 무언가가 급속도로 움직여 그의 정액을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됐어...”

장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평소의 그녀와는 전혀 달랐다. 마치 다른 존재가 그녀의 얼굴을 빌려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며칠 후, 장린은 점점 이상한 증상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을 잘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시간이 갈수록 그 열기가 점점 커져 갔다. 어느 날 밤, 그는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자라나 살을 찢고 밖으로 나오는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셔츠를 열어 가슴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작은 혹 같은 것이 솟아 있었다.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말랑말랑했고, 촉감이 마치 살덩어리 같았다.

“이게 뭐지...”

그가 중얼거리는 순간, 혹이 꿈틀거렸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장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걱정하지 마. 곧 네 몸의 일부가 될 거야.”

그 목소리는 그의 뇌리 속에 직접 전해져 왔다. 그는 자신의 의지가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장미를 향한 사랑이 점점 집착으로 변해가고, 그녀의 명령에 복종하고 싶은 욕구가 점점 강해졌다.

며칠 후, 병원 연구소에서 장린은 혈액 샘플을 분석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혈액 속에서 정상적인 유전자와는 전혀 다른 염기 서열이 검출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DNA가 아니었다. 마치 기생생물의 유전자가 그의 몸속에서 증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장미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알아도 소용없어. 이제 넌 나의 일부야. 그리고 나는... 더 큰 존재의 일부야.”

장린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입가에는 이상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 미소는 장미의 미소와 똑같았다.

그날 저녁, 그는 연구실에서 나와 장미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그의 몸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생명체가 자라나고 있었고, 그 생명체는 장미의 몸속에 있는 어미 기생충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의 연결고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고, 조만간 더 많은 희생자들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끝없는 갈망

장린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장미는 눈을 감았다. 익숙한 무게, 익숙한 온기,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낯설었다. 남편의 숨결이 귀에 닿았을 때, 그녀의 자궁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가느다란 촉수 같은 것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좀 피곤해요.” 그녀가 중얼거렸지만, 몸은 이미 남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장린은 아내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살짝 웃었다. “괜찮아, 오래 걸리지 않아.”

그의 말투에는 사과도, 다정함도 없었다. 그저 의무. 장미는 그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남편의 체액이 그녀 안으로 스며들자, 자궁 속 생물이 즉시 반응했다. 부드러운 벽이 수축하며 정액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장미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감각은 전에 없던 것이었다. 무언가가 그녀의 몸속 깊은 곳을 채우고, 다시 비워내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쾌락을 만들어냈다. 장린이 움직일 때마다, 그 촉수는 더 깊이, 더 빠르게 반응했다. 장미는 자신도 모르게 남편의 등에 손을 얹었다. 평소에는 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장미?” 장린이 의아해했다.

“계속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쉰 듯했다.

몇 분 후, 모든 것이 끝났다. 장린은 그녀 옆에 누워 곧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장미는 잠들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 자궁 속에서 모충이 포만감에 둥글게 말려 있었다. 그런데도 어딘가가 텅 빈 것 같았다. 더 원했다. 더 많은 것을.

며칠 후, 장미는 병원에서 늦은 밤 근무를 섰다. 응급실의 젊은 의사가 그녀 옆을 지나갔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목에서 흐르는 혈관이 선명하게 보였다. 장미는 침을 삼켰다. 모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갈망이 목을 조여왔다.

“선생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의사가 돌아보았다. 장미의 미소는 평소보다 더 섬뜩하게 다정했다.

그날 이후로 장미는 더 많은 의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마취과, 외과, 내과. 그녀가 바라보는 순간, 그들은 마치 홀린 듯 그녀에게 다가왔다. 장미의 자궁 속에서 자란 모충은 그녀의 타액을 통해 조그만 포자를 뿜어냈다. 그것이 공기 중에 퍼지면, 남자들은 눈빛이 흐려지고 그녀의 명령에 순종했다.

병원 지하 주차장, 빈 당직실, 폐쇄된 검사실. 장미는 그들을 만날 때마다 자궁 속 생물이 정액을 탐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나, 둘, 셋.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녀의 만족감은 커졌지만, 항상 공허함이 뒤따랐다. 채울수록 더 텅 빈 느낌.

어느 날, 장미는 수간호사의 자궁에서 자라는 기생충을 발견했다. 그것은 아직 작았지만, 이미 모충의 일부였다. 장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번식이 시작된 것이다. 그녀는 그 여성들을 하나씩 불러내어 자신의 모충이 그들의 자궁 속 기생충을 잡아먹게 했다. 그 과정에서 장미의 몸은 더욱 강해졌다. 기생충이 성장하면 할수록 모충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병원의 간호사들은 하나둘씩 창백해지고 무기력해졌다. 그들의 눈 밑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고, 손은 떨렸다. 하지만 장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자궁 속에서 모충은 수백 개의 알을 품고 있었다.

“장미 선생님, 요즘 좀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한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미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 여성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흐려졌다가 다시 초점을 되찾았다.

“걱정 마세요. 나는 괜찮아요.” 장미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음식도, 물도, 잠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직 정액만이 필요했다.

밤이 깊어지자, 장미는 다시 병원 복도를 걸었다. 그녀의 발소리는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졌다. 뒤따르는 그림자들. 의사들, 간호사들. 그들 모두가 이제 그녀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끝없는 갈망만이 꿈틀거렸다.

진실 발견

장린은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 모니터를 응시했다. 병원 연구소의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그의 얼굴을 창백하게 비췄다. 그는 최근 아내 장미의 행동에서 심각한 변화를 감지했다. 그녀는 자주 야근을 한다고 말했지만, 병원의 근무 기록을 확인해보니 실제로는 거의 늦게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눈빛은 종종 멍하고, 가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웃는 모습까지 포착했다.

그는 컴퓨터의 보안 카메라 영상을 불러왔다. 몇 주 전,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찍힌 화면이었다. 장린은 자세히 살펴보았다. 장미가 한 남성 의사와 함께 차에 올라타는 장면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낯선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장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며칠 후, 그는 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의사들과의 데이트, 병원 옥상에서의 밀회, 심지어는 환자와의 만남까지. 모든 기록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장미는 여러 남성과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 모든 만남에서 그녀의 표정은 하나같이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얼굴을 빌려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린은 아내의 진료실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 속에서 작은 반짝이는 조각이 보였다. 그것은 이전에 아들 소걸이 발견했던 모충의 파편과 흡사했다. 장린은 손을 떨며 그 조각을 집어 들었다. 생물학적 조직이었고, 얇은 막으로 덮여 있었다. 그는 즉시 분석을 의뢰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 조직은 인간의 세포와 기생 생물의 유전자가 혼합된 형태였다.

“이건...”

장린은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와 이전 기록을 다시 검토했다. 그 모충은 기생 생물의 유충이었고, 성체가 되면 숙주의 신경계를 조종할 수 있었다. 만약 장미가 이미 그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면, 모든 행동이 설명되었다. 그녀의 냉담함, 성격 변화, 그리고 다른 남성과의 관계. 그것은 모두 기생충의 번식을 위한 행동이었다.

장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죄책감과 분노가 밀려왔다. 자신은 연구에만 몰두해 아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그 공허함이 기생충에게 틈을 주었을지도 몰랐다.

그는 결심했다. 아내와 직접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용기를 내어 그날 저녁, 장미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거실로 불렀다.

“장미, 이야기 좀 하자.”

장미는 무표정하게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유리알처럼 빛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여보?”

장린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장미는 살짝 피했다.

“요즘 너 이상해. 너무 자주 야근하고, 말도 없고... 그리고 내가 병원에서 발견한 것들이 있어.”

장미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곧 다시 차가워졌다.

“뭘 발견했는데?”

“너는 여러 남자와 만나고 있었어. 그리고 이게 뭔지 알아?”

장린은 주머니에서 생물 조직 조각을 꺼냈다. 장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순간, 그녀의 목에서 낮고 으스스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장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다른 존재가 그녀의 몸속에서 말하는 듯했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장린. 나는 이제 더 이상 네가 아는 아내가 아니야.”

장미의 눈이 완전히 검게 변했다. 그녀가 일어서며 벽을 향해 걸어갔다. 장린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갑자기 그녀가 돌아서며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의 팔을 할퀴었다.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가까이 오지 마. 나는 이제 자유야.”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낯선 톤으로 변했다. 장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깨달았다. 아내는 이미 너무 깊이 잠식당했다. 그녀를 되찾기 위해서는 더 큰 싸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장린은 연구실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아내의 병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장미는 밤새 방 안을 서성였고, 가끔 벽에다 이상한 기호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은 더 이상 인간 같지 않았다.

“장미, 내가 반드시 널 구할 거야.”

장린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절망과 결의가 뒤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