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는 생각보다 좁았다. 겉으로 보기엔 제법 커 보였지만, 막상 네 명이 들어서니 숨 쉴 틈조차 없었다. 앞쪽 운전석과 조수석, 그 뒤로 이어진 좁은 공간에는 한쪽에 큰 침대가 자리 잡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접이식 침대가 간신히 펴져 있었다. 냉장고와 간이 싱크대는 구석에 초라하게 붙어 있었다.
“와, 진짜 좁다.” 천이 손을 뻗어 천장을 짚으며 웃었다. “여기서 나흘을 있다고?”
“캠핑이 원래 그래.” 동이 가방을 큰 침대 위에 던지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좁을수록 몸이 붙고, 몸이 붙을수록 마음이 가까워지는 거야.”
옥이 피식 웃으며 동의 팔을 툭 쳤다. “말은 예쁘게 한다. 실제로는 코 고는 소리에 밤새 깨 있을 거면서.”
“내가 코를 골아? 서, 내가 코 고냐?”
서는 접이식 침대 위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몰라. 나는 네 옆에서 잔 적이 없어.”
“그럼 오늘 밤에 한번 자 봐.” 동이 농담 섞인 말투로 던졌지만, 말이 떨어진 순간 공기가 살짝 얼었다. 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방을 정리했고, 천은 서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 침대 아빠 침대 정해야지.” 천이 손뼉을 마주쳤다. “동이랑 옥이는 큰 침대, 우리는 접이식 침대. 어때?”
“좋은데?” 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 괜찮아?”
서는 짧게 “응” 하고 대답했다. 눈은 여전히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첫째 날은 운전과 관광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해가 지고 캠핑카가 야영지에 주차되자, 네 사람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차례로 씻었다.
밤이 깊어졌다. 캠핑카 안에는 작은 LED등 하나만 켜져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동이 큰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옥은 그의 옆에서 옆으로 누워 동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오늘 재밌었어?” 옥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응. 근데 네가 너무 예뻐서 운전 내내 딴 데로 샜어.”
“헛소리.” 옥이 살짝 웃으며 동의 가슴을 꼬집었다. “일찍 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동은 대답 없이 옥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반대편 접이식 침대에서는 천이 등을 대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는 그 옆에 등을 돌린 채 누워 있었다. 침대가 좁아서 두 사람의 팔은 자연스럽게 붙어 있었다.
“서, 자?” 천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나도. 너무 좁아서 그런가.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서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몸을 살짝 움직였고, 그 순간 그의 팔이 천의 팔을 스쳤다.
천은 그 접촉에 가슴이 조금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천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잠이 든 모양이었다. 서는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는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응시했다.
곧, 천이 잠꼬대처럼 작게 “흠...” 하는 소리를 냈다. 서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천은 완전히 잠들어 있었고, 입가에는 얇은 침이 흐르고 있었다.
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접이식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바닥을 디뎠다. 캠핑카의 좁은 복도를 걷는 그의 발소리는 거의 없었다.
큰 침대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잠시 멈췄다.
동과 옥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옥은 동의 품에 안긴 자세로 잠들어 있었고, 동은 등을 대고 누워 규칙적인 숨을 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동의 얼굴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서는 침대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천천히 손을 내밀어 동의 어깨 근처를 짚었다. 아무 일 없는 듯. 아주 가볍게.
동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숨이 잠시 멎었다. 그는 느꼈다. 서의 손끝이 자신의 어깨를 스치는 감촉을.
동은 눈을 뜨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마치 꿈속에서 몸을 뒤척이는 것처럼 천천히 몸을 옥 쪽으로 돌렸다. 그 과정에서 그의 팔이 서의 손을 스쳤다.
서의 손이 떨렸다. 그는 동이 깬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 손을 동의 어깨 위에 살짝 얹었다. 가볍게. 질문하듯.
동은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움직여 서의 손등을 덮었다.
그 순간, 옥이 살짝 몸을 움직였다. “응... 동...” 잠꼬대였다.
동과 서는 동시에 손을 거두었다. 서는 재빨리 일어나 접이식 침대 쪽으로 돌아갔다. 그는 누워서 다시 천의 옆에 붙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잠들 수가 없었다.
큰 침대에서는 동이 눈을 떴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서의 손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옥의 무거운 숨소리가 그의 가슴에 닿았다. 동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건 아니야.’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다음날 밤을 바꾸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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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밤. 날씨는 쌀쌀해졌다. 캠핑카의 난방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추워 죽겠네.” 천이 두 팔로 어깨를 감싸며 떨었다. “너무 추워서 접이식 침대 혼자 있는 게 견딜 수가 없어.”
옥이 큰 침대를 두드리며 말했다. “다 같이 여기서 자. 좁긴 하겠지만, 그래도 따뜻할 거야.”
“좋아.” 천이 곧바로 큰 침대 위로 올라갔다. “서, 얼른 와.”
서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동과 눈을 마주쳤다. 동의 눈에는 지난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서는 고개를 숙이고 천의 옆에 올라가 앉았다.
동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신발을 벗고 있었다. 옥은 이미 침대 안쪽에 누워서 손을 뻗어 천을 끌어당겼다.
“자, 누워. 옆으로 누워야 네가 다 들어와.”
천이 옥의 옆에 배게를 베고 누웠다. 그 다음은 서. 마지막으로 동이 침대 가장자리에 겨우 몸을 실었다.
네 명이 한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너무 좁아서 몸을 움직일 틈도 없었다. 각자의 허벅지가 상대의 엉덩이에 닿았고, 팔은 겹쳐 있었다.
“이거 진짜 밀착이네.” 동이 웃으며 말했다. “이러다가 꿈에 다 같이 나올 기세야.”
천이 낄낄 웃었다. “꿈에 다 같이? 어떤 꿈인데?”
“뭐, 각자 알아서 상상해 봐.”
옥이 동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말 조심해, 동 씨.”
“아이야. 농담이지.”
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천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천의 뒷목에 거의 닿을 듯 가까웠다. 천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의 호흡이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의 눈은 말똥말똥했다. 그의 앞에는 서의 뒷모습이 있었다. 서가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 그의 어깨 라인, 허리, 엉덩이까지. 동은 급히 눈을 감았다.
얼마 후, 천이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가 잠결에 몸을 돌리다가, 서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이 서의 가슴에 닿았다.
서의 몸이 긴장했다. 그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잠시 공중에서 맴돌다가, 결국 천의 허리를 살짝 감쌌다. 억지로 잠든 척했다.
천은 서의 품 안에서 조금 더 파고들었다. 그녀의 입술이 서의 목덜미를 스쳤다. 서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동은 그 모든 것을 느꼈다. 침대가 너무 좁아서 모든 움직임이 전달되었다. 서의 긴장된 호흡, 천의 부드러운 움직임, 옥의 고른 숨소리.
문득, 옥이 잠꼬대처럼 “응...” 하고 중얼거렸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자연스럽게 동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손이 동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동은 옥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서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순간, 서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시선이 동의 시선과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서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침대 가장자리를 넘어, 동의 손목에 닿았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동은 손을 움직여 서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얽혔다. 침대 위에서, 각자의 파트너가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상황에서.
옥이 잠결에 “동아...” 하고 부르며 몸을 움직였다. 동은 즉시 손을 놓았다. 서도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천이 눈을 반쯤 뜨고 중얼거렸다. “뭐야... 왜 그래...”
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의 등을 두드렸다. “아니야. 그냥... 너무 좁아서 몸을 좀 움직였어. 자, 다시 자.”
천은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서의 허리를 감쌌다. 서의 몸이 다시 긴장했다.
그때, 동이 몸을 일으켰다. “나, 물 좀 마실래.”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싱크대로 걸어갔다. 컵에 물을 따르며, 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동아, 괜찮아?” 옥의 목소리가 침대에서 들려왔다.
“응. 그냥 목이 좀 말라서.”
동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에는 가장자리가 아니라, 옥과 서 사이에 겨우 틈을 만들어 누웠다. 그의 등은 서의 등에 닿았다.
그 순간, 모두가 깨어 있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자의 심장은 너무 시끄럽게 뛰고 있었다.
잠시 후, 천이 다시 뒤척였다. 그녀가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동의 팔을 붙잡았다. “동아...” 잠꼬대였다. 그녀의 손이 동의 손을 잡아 끌었다.
동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천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녀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천아, 깨. 나야.”
천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이 동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동아...” 그녀가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잠꼬대가 아니었다.
동은 손을 빼려 했지만, 천이 놓지 않았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동의 위로 올라탔다. 두 사람의 얼굴이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옥이 옆에서 일어났다. “천아, 너 뭐 하는 거야?”
서도 일어나 앉았다. 어둠 속에서 네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천이 작게 웃었다. “모르겠어. 그냥... 왠지 오늘 밤은 모든 게 허락될 것 같아서.”
옥이 동의 팔을 잡아당겼다. “동아, 이리 와.”
동은 천의 시선을 피하며 옥의 품으로 기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호흡은 거칠었다. 서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도, 슬픔도, 그리고 어떤 욕망이 섞여 있었다.
“서야,” 천이 서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너도 알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게 뭔지.”
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을 들어 동의 어깨를 잡았다. 동이 고개를 들어 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다시 마주쳤다.
옥이 동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깊고 길게. 동은 그 키스에 반응하며, 손을 서의 팔에 얹었다.
천이 옥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나도.”
네 사람의 몸이 하나로 얽혔다. 침대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의 입술을 찾는지, 누가 누구의 손을 잡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동의 입술이 옥의 목을 스치고, 서의 손이 천의 허리를 감쌌다. 천의 손가락이 동의 등 위를 더듬었다. 옥의 숨결이 서의 귀에 닿았다.
혼란. 욕망. 그리고 죄책감.
그 모든 것이 캠핑카 안에 가득 찼다. 밤은 아직 깊었고,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