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아래 숨은 흐름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71e58b8e更新:2026-06-16 03:47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네 사람은 각자 캐리어를 끌고 투룸에 도착했다. 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 우리 룰을 정하자. 방은 각자 쓰고 거실은 공용. 밤에 누가 뭘 하든 서로 간섭하지 말기." 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 쪽을 슬쩍 보았다. 천은 옥의 팔짱을 끼고 소파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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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의 첫날밤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네 사람은 각자 캐리어를 끌고 투룸에 도착했다. 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 우리 룰을 정하자. 방은 각자 쓰고 거실은 공용. 밤에 누가 뭘 하든 서로 간섭하지 말기."

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 쪽을 슬쩍 보았다. 천은 옥의 팔짱을 끼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럼 방은 어떻게 나눌까?" 옥이 물었다.

"당연히 부부끼리 한 방씩이지." 동이 웃으며 옥의 어깨를 툭 쳤다. "아니면 옥이가 서랑 같은 방 쓰고 싶어?"

"야!" 옥이 동의 팔을 때렸지만 얼굴은 붉어졌다. 천이 키득거렸다.

결국 동과 옥이 안쪽 방, 서와 천이 현관 쪽 방을 쓰기로 했다. 짐을 풀고 간단히 씻은 후, 네 사람은 거실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회사와 학교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약간 어색해졌다. 침실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서, 무슨 소리가 나도 그대로 들릴 것이 분명했다.

열 시가 넘자 천이 하품을 했다. "피곤하다. 먼저 들어갈게."

서도 따라서 일어났다. "나도 잘래."

동이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곧 들어갈게. 잘 자."

방문이 닫히고 거실에 동과 옥만 남았다. 옥이 조용히 물었다. "소리 안 나게 조심해야겠다."

"왜?" 동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우리도 부부인데, 뭘 감출 게 있어?"

"그래도 좀..." 옥이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벽이 얇잖아."

동이 옥을 번쩍 안아 일으켰다. "그럼 더 재미있게 한번 해볼까?"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자, 동은 옥을 침대에 내려놓고 키스를 퍼부었다. 옥은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곧 그에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얇은 벽 너머로 두 사람의 신음과 침대 스프링 삐걱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옆방에서 서는 침대에 누워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다. 천은 옆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귀는 벽 쪽으로 향해 있었다. 소리가 점점 거칠어지자 천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쟤네들... 대놓고 하는 거 아니야?"

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불 아래에서 꽉 쥐어져 있었다. 소리는 몇 분 더 이어지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러자 정적이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천이 작게 웃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잠이나 자." 서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천은 입을 다물었지만,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엔 동의 웃음과 유머, 그리고 지금 막 들려온 그 소리가 섞여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동이 먼저 일어나 부엌에서 커피를 내렸다. 서가 나와서 마주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젯밤..." 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아니었어." 서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끊었다.

옥과 천이 거의 동시에 방에서 나왔다. 두 여자는 눈을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붉어졌다. 천이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냈다.

"뭐 먹을래? 내가 토스트 구울게."

"좋아." 옥이 천 옆에 서서 함께 주방을 정리했다.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포크와 접시 부딪히는 소리만 유일하게 방을 채웠다.

동이 갑자기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야, 근데 진짜 벽이 너무 얇은 거 아니야? 우리 좀 시끄러웠어?"

서가 커피잔을 든 손을 멈췄다. 옥이 동의 정강이를 식탁 아래에서 걷어찼다.

"아야! 왜 때려?"

천이 웃음을 터뜨렸다. "동 씨, 그런 걸 왜 물어봐요?"

"그냥 궁금해서." 동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도 사람인데, 가끔은 좀 거칠어질 수도 있잖아. 서야, 너도 알지?"

서는 대답 대신 토스트를 씹었다. 하지만 그의 귀끝이 붉어지는 것을 천이 놓치지 않았다. 천이 빙긋 웃으며 동을 쳐다봤다. 그 순간, 옥이 천의 시선을 포착했다. 옥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 먼저 씻을게." 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같이 갈게." 천이 따라 일어섰다.

두 여자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거실에는 동과 서만 남았다. 동이 조용히 속삭였다.

"분위기 이상하네. 미안."

"괜찮아." 서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깊은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벽 모퉁이의 비밀

일주일이 흘렀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하던 벽 너머의 소리들이 이제는 익숙한 밤의 풍경이 되었다. 옥은 침대에 누워 동의 등을 느끼며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벽 저편에서 들려오는 낮은 웃음소리와 무언가 스치는 부드러운 소음은 더 이상 긴장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소리가 없으면 뭔가 허전할 지경이었다.

동은 그녀의 곁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요즘 밤이 조용해진 것 같지 않아?”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옥은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이제 적응한 거야. 우리도 저쪽도.”

거실을 지날 때면 두 부부가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서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천이 옆에 있을 때면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동은 그런 모습을 보며 농담을 던지곤 했다. “서, 요즘 표정이 많이 폈네. 천 덕분이지?” 서는 대꾸 없이 고개만 끄덕였지만,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어느 날 밤이 깊었다. 모든 불이 꺼지고 집안은 고요에 잠겼다. 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벽 너머에서 동과 옥의 속삭임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동의 낮은 목소리와 옥의 간간이 섞이는 웃음. 서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 너머의 무언가였다.

그 순간, 천이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 “서, 뭐 하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잠이 덜 깬 듯한 날카로움이 섞여 있었다. 서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지만, 이미 늦었다. 천이 그의 눈치를 빠르게 읽었다. “벽에 귀 대고 있었지? 우리 부부 얘기 엿듣는 거야?”

서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그냥 잠이 안 와서.” 변명이었다. 천은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앞에 섰다. “거짓말하지 마. 나도 알아. 너 동이랑 옥 얘기 듣고 있었잖아.”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 왜 그러는 거야? 우리 사이에 뭐 불만 있어?”

서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천의 분노를 키웠다. “말해 봐! 왜 자꾸 그쪽만 쳐다보는 거야?”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서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미안해. 내가 이상했어. 그냥... 궁금했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나.”

그 말에 천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나도 궁금해. 하지만 그렇게 몰래 하면 안 되잖아.”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다신 그러지 않을게. 약속할게.” 천은 그의 손을 꽉 쥐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팽팽한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밤의 고요를 깨고 방 안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동과 옥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서와 천이 들어왔다. 그들은 손을 잡고 있었고, 천의 얼굴에는 싱그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동이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 이게 누구야? 아침부터 달콤하네.”

서와 천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두 사람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서는 목을 가다듬고 “아침 산책 다녀왔어”라고 중얼거렸지만, 천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옥이 조용히 웃음을 머금었다. “좋은 아침이네. 둘이 사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야.”

네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잠시 동안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부엌에서 커피가 끓는 소리만이 방 안을 맴돌았다. 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도 이제 많이 적응했어. 밤에 소리도 이젠 편안하게 들려.” 그는 옥의 어깨를 감싸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서는 그 말에 어색하게 웃었지만, 천은 오히려 편안하게 반응했다. “맞아, 이제 가족 같아.”

그 순간, 미묘한 공기가 네 사람 사이를 감쌌다. 서로에게서 느껴지는 낯선 친밀감과 은밀한 호기심이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옥은 동의 팔을 살짝 쥐었고, 천은 서의 손을 한 번 더 꽉 잡았다. 동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거실의 커튼이 바람에 살랑 흔들렸다. 아침 햇살이 네 사람의 얼굴을 비추며 조용한 약속처럼 스며들었다.

온천의 시험

처마 아래 숨은 흐름

제3장 온천의 시험

온천 여행 둘째 날 저녁, 네 사람은 숙소에서 준비를 마치고 각자 온천으로 향했다. 옥과 천은 여탕 쪽으로, 동과 서는 남탕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온천물은 뽀얗게 김이 오르고, 유황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여탕 안에서 옥은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담그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천도 따라 들어와 옆에 앉으며 팔꿈치로 살짝 찔렀다.

"어때, 동이랑 온천 오니까 좋지?"

옥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온천탕의 김 탓으로 돌렸다.

"좋긴 하지, 당연히. 근데 너는? 서는 원래 좀 무뚝뚝하잖아. 같이 와도 재미없지 않아?"

천은 코웃음을 쳤다.

"재미없다고? 걔는 여기 와서도 폰만 봐. 아까도 '물이 좀 뜨겁다'는 말만 하고 끝이야. 난 차라리 동이랑 얘기하는 게 더 낫겠다, 말도 잘 통하고."

옥은 물장구를 치며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에이, 내 남편 건드리지 마. 너는 서만 바라봐야지."

천은 장난스럽게 옥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속삭였다.

"야, 너 동이랑 얼마 만에 한 거야? 온천 오니까 분위기 좋은데, 오늘 밤에 뭐 할 생각 없어?"

옥은 천의 손을 툭 치며 얼굴이 더 새빨개졌다.

"시끄러워, 너는 서랑 안 할 거야?"

천은 어깨를 으쓱이며 물을 튀겼다.

"서는 원래 안 해. 내가 먼저 덤비면 '피곤하다'고 도망가더라. 너는 동한테 한번 유혹해 봐, 그동안 얼마나 쌓였을까?"

두 사람은 서로 놀리며 깔깔대다가 결국 물장구를 치며 싸움을 벌였다. 온천물이 사방에 튀고, 웃음소리가 여탕 안에 가득 울렸다.

한편 남탕에서는 동과 서가 나란히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동은 팔을 넓게 벌려 기지개를 켜며 만족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아, 살 것 같다. 일하면서 쌓인 피로가 싹 풀리네."

서는 눈을 감고 물에 의지한 채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너, 옥이랑 온천 오는 게 처음이지? 더 오래 버틸 자신 있어?"

동은 킥킥 웃으며 서의 어깨를 쳤다.

"야, 너는 무슨 시험을 보자는 거야? 난 괜찮은데, 네가 먼저 나갈 것 같다."

서는 눈을 뜨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던졌다.

"옥이한테 한번 시험해 봐.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

동은 입가를 비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이, 우리 옥이는 부끄러움 많아. 네가 그러면 도망가기 바쁠걸. 그보다 너, 천이랑은 잘 지내냐? 여기 와서도 표정이 안 좋아 보여."

서는 한숨을 쉬며 물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천은 자꾸 뭘 바라는 것 같아. 난 그냥 편하게 있고 싶은데."

동은 서의 등을 토닥이며 농담 섞인 위로를 건넸다.

"그러니까 내가 네 자리 좀 대신할까?"

서는 짤막하게 웃으며 동의 말을 흘려버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흐른 어색한 정적을 깨지 못했다.

한 시간쯤 지나 네 사람은 숙소 로비에서 다시 만났다. 천이 먼저 혼욕 온천에 가자고 제안했고, 동이 흔쾌히 찬성했다. 서는 별말 없이 따라갔고, 옥도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혼욕 온천은 숙소 뒤쪽 외딴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욕탕은 생각보다 넓었고, 중앙에 바위 장식이 서로의 시야를 약간 가려 주었다. 동과 서는 한쪽에, 옥과 천은 다른 쪽에 나란히 들어갔다. 온천물은 여탕보다 조금 더 뜨거웠고, 김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처음에는 네 사람 다 어색하게 물에만 담가 있었다. 천이 옥의 발을 슬쩍 건드리자 옥이 깜짝 놀라며 물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동이 그 소릴 듣고 고개를 돌리다가 서의 시선과 마주쳤다.

동은 물속에서 손을 뻗어 옥의 허리를 감쌌다. 옥이 몸을 움츠렸지만 동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반대편에서는 천이 서의 팔을 잡아당기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의 허리를 받쳐 안으며 욕탕 가장자리로 천천히 이동했다. 두 쌍은 각자 온천탕의 양쪽 끝으로 흩어졌다.

동은 옥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입술로 그녀의 목선을 따라 입을 맞췄다. 옥은 숨을 삼키며 동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물결이 은밀하게 일렁이고, 물속에서 두 사람의 몸이 맞닿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반대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천은 서의 목을 끌어안고 숨을 헐떡이며 그를 압박했다. 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천의 움직임을 받아냈지만, 그의 손가락은 물속에서 단단하게 힘을 주고 있었다.

거리는 제법 떨어져 있었지만, 시야를 가리는 바위 사이로 상대방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드러나는 살결이 어렴풋이 비치고, 숨소리와 물보라 소리가 욕탕 안에 겹쳐 울렸다. 옥이 이를 악물고 내는 참는 신음이 짧게 터져 나왔고, 동은 그 소리에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반대편에서는 천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서... 천천히... 너무..."

그 말은 물속에 잠겨 흐릿해졌다.

한참 후, 네 사람은 각자 몸을 정리하고 욕탕 밖으로 나왔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동은 고개를 숙인 채 물기를 닦고 있었고, 옥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천의 뒤에 숨었다. 서는 평소처럼 무덤덤했지만 손가락 끝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천만이 유일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깼다.

"재미있었어. 내일도 또 가자."

그 말에 네 사람 사이에 또 다른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동시에 울리는 선율

합숙집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네 사람은 잠시 멈춰 섰다. 동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좀 일찍 들어갈까?"

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옥과 천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 사람은 각자 방으로 흩어지기 전, 거실에서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

동과 옥의 방은 복도 왼쪽, 서와 천의 방은 오른쪽이었다.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동이 방문을 닫고 옥을 바라봤다. 옥은 창가에 서서 커튼을 반쯤 걷고 있었다. 달빛이 그녀의 통통한 어깨선을 비췄다.

"자기야."

동이 부드럽게 불렀다. 옥이 돌아서며 미소 지었다.

"오늘은 좀 다르게 할래?"

그녀의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떨림이 있었다. 동이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방 안은 어둑했지만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바로 옆 방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서는 침대에 걸터앉아 천을 바라봤다. 천은 문가에 서서 불안한 듯 손가락을 꼬고 있었다.

"무서워?"

서의 질문에 천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서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천이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벽 너머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두 방에서 옷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동이 옥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침대에 눕혔다. 옥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들릴까?"

옥이 작게 속삭였다. 동이 대답 대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숨결이 거칠어졌다.

옆 방에서는 서가 천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천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그들의 호흡이 겹쳐졌다. 갑자기 천이 입술을 깨물었다.

"조용히..."

서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목을 감쌌다.

벽 너머에서 옥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에 천의 몸이 긴장했다. 서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달랬다. 이내 그들의 침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방의 소리가 교차했다. 동이 옥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서가 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겹쳐졌다. 얇은 벽이 그들의 소리를 막지 못했다. 옥의 신음이 높아지자 천도 따라서 소리를 냈다. 마치 합창처럼, 서로가 서로를 자극했다.

동이 옥의 몸을 뒤집었다. 그녀의 통통한 엉덩이가 그의 허리에 닿았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안으로 들어갔다. 옥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신음을 삼켰다. 하지만 곧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

옆 방에서는 서가 천 위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움직임이 격렬해질수록 침대 프레임이 삐걱거렸다. 천이 그의 어깨를 할퀴며 숨을 헐떡였다.

두 방의 리듬이 맞춰졌다. 동의 숨소리, 서의 신음, 옥의 비명, 천의 탄식이 뒤섞였다. 마치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듯, 그들의 소리가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냈다.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이 끝나고, 방 안에는 가쁜 숨소리만 남았다. 동이 옆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옥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옆 방에서도 비슷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거실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동이 몸을 일으켰다.

"나갈까?"

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그들도 방을 나섰다.

거실에는 이미 서와 천이 나와 있었다.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이 빨개졌다. 천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다 들렸지?"

옥도 따라서 웃었다.

"너희도 다 들렸어."

서가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맥주 네 캔을 꺼냈다. 동이 맥주를 받아 천에게 건넸다. 그들의 손이 스치자 둘 다 살짝 떨었다. 옥이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야, 이제 뭐 할래?"

서가 맥주를 마시며 물었다. 동이 어깨를 으쓱했다.

"더 가까워지기?"

천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네 사람은 거실 소파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셨다. 조용한 음악이 흘렀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옥이 일어나 음악을 더 크게 틀었다. 천이 그녀를 따라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동과 서는 소파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오늘 재밌었어."

동이 작게 말했다. 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도?"

동이 웃으며 맥주 캔을 들었다.

"그래, 다음에도."

섬의 바람

저녁 바람이 섬의 흙내음과 바닷내음을 섞어 발코니로 불어왔다. 동은 난간에 기대어 천천히 맥주를 홀짝이며 시선은 아래쪽 수영장의 잔물결에 머물러 있었다. 스위트룸 안에서는 옥과 천이 아직도 수영복을 갈아입느라 바쁘고, 서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야, 휴가인데 일은 좀 접어둬." 동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서는 노트북을 닫으며 씩 웃었다. "그냥 메일만 좀 봤어."

옥이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하얀 린넨 원피스를 입고, 젖은 머리는 어깨에 축축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동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수영장 물이 생각보다 시원했지?"

동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허리를 살짝 감쌌다. "그래도 네가 들어오니까 따뜻해지더라."

옥이 볼을 붉히며 그의 팔을 살짝 쳤다. 그때 천이 욕실에서 뛰어나와 같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그녀의 머리는 수건으로 대충 감싸고 있었고, 얼굴에는 싱그러운 미소가 번졌다.

"서야, 나 좀 도와줘. 머리가 잘 안 말려."

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수건을 받아들였다.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웠지만, 고개를 숙여 천의 머리를 닦아주는 동안 시선은 자꾸 옥 쪽으로 흘러갔다. 동은 눈치챘지만, 아무 말 없이 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네 사람은 발코니로 나가 플라스틱 의자에 둘러앉았다. 하늘은 지평선 가까이에서 자주빛과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었고, 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천이 별자리를 가리키며 무언가 열정적으로 설명했지만, 옥의 시선은 동의 프로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날 낮, 그가 수영장에서 다이빙할 때의 몸짓이 떠올랐다. 물살을 가르며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낯설게도 매혹적이었다.

"뭘 그렇게 봐?" 동이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니, 그냥..." 옥이 얼른 고개를 돌리며 말을 흐렸다. "별이 예뻐서."

밤이 깊어지자 실내로 들어와 각자 침대에 누웠다. 불이 꺼지자 어둠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커튼 사이로 달빛만이 얇게 비쳐 들어왔다. 옆 침대에서는 서와 천이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동의 손이 이불 아래로 조용히 움직여 옥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가 놀라 몸을 움찔했지만, 곧 그의 손에 힘을 풀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타고 팔뚝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옥은 숨을 죽이고,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한편, 서의 눈은 어두운 방 안에서도 선명하게 빛났다. 그의 시선은 옥이 누워 있는 침대 쪽으로 향해 있었고, 그녀의 호흡 소리, 이불이 스치는 소리까지 예민하게 귀 기울이고 있었다. 옆에 누운 천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서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동은 서의 시선을 분명히 느꼈다. 그의 직감이 경고음을 울렸지만, 그는 일부러 눈을 감았다. 손끝은 옥의 부드러운 피부를 더듬으며 그녀의 몸이 그의 손길에 반응하는 방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 은밀한 상황은 그에게 어떤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었다.

이불 아래에서 그들의 움직임은 점점 더 분명해졌고, 두 침대 사이의 거리는 좁아지는 것 같았다. 천은 자신도 모르게 서의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팍을 더듬자, 서는 단단히 그녀를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옥의 숨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달빛이 방 안쪽으로 조금 더 밀려들었다. 네 사람은 각자의 침대에서 각자의 욕망과 타협하며 잠들지 못한 채로 밤을 지새웠다.

바닷가의 경계 넘기

섬의 둘째 날 밤, 바닷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네 사람은 거실에 둘러앉아 소주병을 비우고 있었다. 동이 빈 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진실 게임이나 할까? 이렇게 조용히 있으니 재미없잖아.”

천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좋아! 근데 진짜 솔직해야 해.”

서는 아무 말 없이 잔을 채웠다. 옥은 동의 손을 살며시 쥐었지만, 동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며 병을 들었다.

첫 번째 게임에서 병 주둥이가 동을 가리켰다. 천이 신나서 소리쳤다.

“동! 내가 물을게. 여보 빼고 가장 키스해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야?”

동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천.”

방 안이 조용해졌다. 옥의 손이 동의 손에서 떨어졌다. 서가 눈썹을 찌푸렸다. 천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럼 나도 물어볼게.” 천이 병을 돌리며 말했다. “서! 넌 옥이한테 키스해본 적 있어?”

서가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웠다. “없어.”

“그럼 해볼래?” 동이 느닷없이 끼어들었다. 천이 깜짝 놀라 동을 쳐다봤다. 동은 웃고 있었다. “게임이잖아. 진실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보자.”

옥이 일어나려 했지만 천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재미있는 거잖아. 우리 다 어른인데.”

서가 옥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당황과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서가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것은 짧고 조심스러운 키스였다. 옥이 숨을 멈추었다.

동이 갑자기 일어나 천의 손을 잡았다. “이제 내 차례지?” 그리고 그는 천의 입술에 키스했다. 깊고 긴 키스였다. 천이 손을 들어 동의 가슴을 밀었지만, 곧 그 손이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옥이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서가 그녀의 턱을 잡아 돌렸다. “우리도 할까?”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처음에는 부드러웠지만 점점 거칠어졌다.

네 사람은 키스의 소용돌이 속에서 흩어졌다. 동의 손이 천의 허리를 감쌌고, 천의 손가락이 동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서는 옥을 깊이 끌어안으며 그녀의 목에 키스를 퍼부었다. 숨소리와 신음이 방 안에 가득 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동이 먼저 입술을 떼고 숨을 헐떡였다. “침대로 가자.” 그의 말은 선언이 아니라 제안이었다.

천이 동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나랑 같이 올래?”

동이 천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가 옥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여기 있어도 돼.”

옥이 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왜 거절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남편이 먼저 다른 여자를 선택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났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동과 천이 안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서가 옥을 일으켜 세워 옆방으로 데려갔다.

그날 밤, 두 개의 방에서 각각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는 거칠고 급박했고,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탐색적이었다. 바다의 파도 소리가 그 모든 것을 감쌌다.

옥은 서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일이 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녀도 경계를 넘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의 물결

섬에서 돌아오는 배는 조용했다. 네 사람은 각자 창밖을 바라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아꼈다. 파도소리만이 갑판을 때리고 있었다. 동은 옥의 손을 잡았지만 손가락은 무언가를 기다리듯 살짝 떨리고 있었다. 옥은 고개를 돌려 천을 보았다. 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천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너무 갑작스러워 서가 고개를 들었다.

“왜 웃어?”

서가 물었다.

“아니야, 그냥 섬 바람이 너무 기분 좋아서.”

천은 손을 흔들며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네 사람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로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숫자가 하나씩 올라갈수록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서 먹자. 냉장고에 재료가 꽤 있어.”

“좋아.”

서가 짧게 대답했다. 옥과 천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그날의 교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현관에 놓인 네 켤레의 신발은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했다.

부엌에서는 옥과 천이 함께 요리하고 있었다. 옥은 칼로 당근을 썰며 천을 슬쩍 보았다. 천은 양파를 자르다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야, 나 오늘 좀 이상했어.”

“나도.”

옥이 조용히 대답했다. 칼이 도마에 닿는 소리가 리듬을 타고 났다.

“근데 후회하진 않아.”

천이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솔직할 줄 몰랐다는 듯.

옥은 손을 멈추고 천을 바라보았다. 천의 눈은 빨개져 있었지만 눈물은 양파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도 후회 안 해.”

옥이 말했다. 그 말은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유리잔 같았다. 깨지지 않도록.

“근데 동은?”

천이 물었다. 옥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걔는 좀 복잡해. 근데 네가 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나도 궁금해.”

천이 씁쓸하게 웃었다.

“걔는 자기가 모든 걸 다 안단 착각을 해. 가끔은 너무 답답해. 그래서 오늘 같은 일이 오히려... 솔직해지는 기분이랄까.”

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며 말했다. 기름이 지글거리는 소리가 부엌을 가득 채웠다.

“우리, 오늘 일은 오늘만 기억하자. 내일은 또 내일의 우리가 있으니까.”

천이 다가와 옥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래. 근데 가끔은 오늘이 계속됐으면 좋겠어.”

옥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발코니에서는 동과 서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동이 서에게 라이터를 건네며 말을 꺼냈다.

“야, 우리 아직 형제지?”

서는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 연기를 하늘로 뿜었다. 연기가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럼.”

서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하지만 동은 알아챘다. 그의 손이 담배를 쥔 채 살짝 떨리고 있다는 것을.

동이 웃었다.

“그래, 다행이다. 나는 네가 섬에서 이상해진 줄 알았어.”

서가 고개를 돌려 동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평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꿈틀댔다.

“너도 이상해졌잖아.”

“그렇지. 근데 우리가 이상해져도 되는 건가?”

동의 질문은 농담 같았지만 무게가 있었다.

서가 담배를 발코니 난간에 비벼 껐다.

“모르겠어. 근데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내일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동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끄고 발코니 난간에 팔꿈치를 걸쳤다. 아래로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맞아, 내일은 또 모르지. 근데 서야.”

“응?”

“네 손, 왜 떨려?”

서는 순간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살짝 굳어 있었다.

“추워서 그런 거야.”

동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프라이팬 지글거리는 소리만이 발코니까지 흘러들었다. 그 소리는 평범한 일상처럼 들렸지만, 오늘만은 특별했다. 어쩌면 그 소리들이 그들의 관계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놓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동도 서도, 그리고 부엌의 두 여자도 알지 못했다. 그날 밤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캠핑카의 밤

캠핑카는 생각보다 좁았다. 겉으로 보기엔 제법 커 보였지만, 막상 네 명이 들어서니 숨 쉴 틈조차 없었다. 앞쪽 운전석과 조수석, 그 뒤로 이어진 좁은 공간에는 한쪽에 큰 침대가 자리 잡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접이식 침대가 간신히 펴져 있었다. 냉장고와 간이 싱크대는 구석에 초라하게 붙어 있었다.

“와, 진짜 좁다.” 천이 손을 뻗어 천장을 짚으며 웃었다. “여기서 나흘을 있다고?”

“캠핑이 원래 그래.” 동이 가방을 큰 침대 위에 던지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좁을수록 몸이 붙고, 몸이 붙을수록 마음이 가까워지는 거야.”

옥이 피식 웃으며 동의 팔을 툭 쳤다. “말은 예쁘게 한다. 실제로는 코 고는 소리에 밤새 깨 있을 거면서.”

“내가 코를 골아? 서, 내가 코 고냐?”

서는 접이식 침대 위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몰라. 나는 네 옆에서 잔 적이 없어.”

“그럼 오늘 밤에 한번 자 봐.” 동이 농담 섞인 말투로 던졌지만, 말이 떨어진 순간 공기가 살짝 얼었다. 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방을 정리했고, 천은 서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 침대 아빠 침대 정해야지.” 천이 손뼉을 마주쳤다. “동이랑 옥이는 큰 침대, 우리는 접이식 침대. 어때?”

“좋은데?” 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 괜찮아?”

서는 짧게 “응” 하고 대답했다. 눈은 여전히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첫째 날은 운전과 관광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해가 지고 캠핑카가 야영지에 주차되자, 네 사람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차례로 씻었다.

밤이 깊어졌다. 캠핑카 안에는 작은 LED등 하나만 켜져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동이 큰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옥은 그의 옆에서 옆으로 누워 동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오늘 재밌었어?” 옥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응. 근데 네가 너무 예뻐서 운전 내내 딴 데로 샜어.”

“헛소리.” 옥이 살짝 웃으며 동의 가슴을 꼬집었다. “일찍 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동은 대답 없이 옥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반대편 접이식 침대에서는 천이 등을 대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는 그 옆에 등을 돌린 채 누워 있었다. 침대가 좁아서 두 사람의 팔은 자연스럽게 붙어 있었다.

“서, 자?” 천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나도. 너무 좁아서 그런가.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서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몸을 살짝 움직였고, 그 순간 그의 팔이 천의 팔을 스쳤다.

천은 그 접촉에 가슴이 조금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천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잠이 든 모양이었다. 서는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는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응시했다.

곧, 천이 잠꼬대처럼 작게 “흠...” 하는 소리를 냈다. 서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천은 완전히 잠들어 있었고, 입가에는 얇은 침이 흐르고 있었다.

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접이식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바닥을 디뎠다. 캠핑카의 좁은 복도를 걷는 그의 발소리는 거의 없었다.

큰 침대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잠시 멈췄다.

동과 옥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옥은 동의 품에 안긴 자세로 잠들어 있었고, 동은 등을 대고 누워 규칙적인 숨을 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동의 얼굴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서는 침대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천천히 손을 내밀어 동의 어깨 근처를 짚었다. 아무 일 없는 듯. 아주 가볍게.

동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숨이 잠시 멎었다. 그는 느꼈다. 서의 손끝이 자신의 어깨를 스치는 감촉을.

동은 눈을 뜨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마치 꿈속에서 몸을 뒤척이는 것처럼 천천히 몸을 옥 쪽으로 돌렸다. 그 과정에서 그의 팔이 서의 손을 스쳤다.

서의 손이 떨렸다. 그는 동이 깬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 손을 동의 어깨 위에 살짝 얹었다. 가볍게. 질문하듯.

동은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움직여 서의 손등을 덮었다.

그 순간, 옥이 살짝 몸을 움직였다. “응... 동...” 잠꼬대였다.

동과 서는 동시에 손을 거두었다. 서는 재빨리 일어나 접이식 침대 쪽으로 돌아갔다. 그는 누워서 다시 천의 옆에 붙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잠들 수가 없었다.

큰 침대에서는 동이 눈을 떴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서의 손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옥의 무거운 숨소리가 그의 가슴에 닿았다. 동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건 아니야.’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다음날 밤을 바꾸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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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밤. 날씨는 쌀쌀해졌다. 캠핑카의 난방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추워 죽겠네.” 천이 두 팔로 어깨를 감싸며 떨었다. “너무 추워서 접이식 침대 혼자 있는 게 견딜 수가 없어.”

옥이 큰 침대를 두드리며 말했다. “다 같이 여기서 자. 좁긴 하겠지만, 그래도 따뜻할 거야.”

“좋아.” 천이 곧바로 큰 침대 위로 올라갔다. “서, 얼른 와.”

서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동과 눈을 마주쳤다. 동의 눈에는 지난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서는 고개를 숙이고 천의 옆에 올라가 앉았다.

동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신발을 벗고 있었다. 옥은 이미 침대 안쪽에 누워서 손을 뻗어 천을 끌어당겼다.

“자, 누워. 옆으로 누워야 네가 다 들어와.”

천이 옥의 옆에 배게를 베고 누웠다. 그 다음은 서. 마지막으로 동이 침대 가장자리에 겨우 몸을 실었다.

네 명이 한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너무 좁아서 몸을 움직일 틈도 없었다. 각자의 허벅지가 상대의 엉덩이에 닿았고, 팔은 겹쳐 있었다.

“이거 진짜 밀착이네.” 동이 웃으며 말했다. “이러다가 꿈에 다 같이 나올 기세야.”

천이 낄낄 웃었다. “꿈에 다 같이? 어떤 꿈인데?”

“뭐, 각자 알아서 상상해 봐.”

옥이 동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말 조심해, 동 씨.”

“아이야. 농담이지.”

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천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천의 뒷목에 거의 닿을 듯 가까웠다. 천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의 호흡이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의 눈은 말똥말똥했다. 그의 앞에는 서의 뒷모습이 있었다. 서가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 그의 어깨 라인, 허리, 엉덩이까지. 동은 급히 눈을 감았다.

얼마 후, 천이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가 잠결에 몸을 돌리다가, 서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이 서의 가슴에 닿았다.

서의 몸이 긴장했다. 그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잠시 공중에서 맴돌다가, 결국 천의 허리를 살짝 감쌌다. 억지로 잠든 척했다.

천은 서의 품 안에서 조금 더 파고들었다. 그녀의 입술이 서의 목덜미를 스쳤다. 서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동은 그 모든 것을 느꼈다. 침대가 너무 좁아서 모든 움직임이 전달되었다. 서의 긴장된 호흡, 천의 부드러운 움직임, 옥의 고른 숨소리.

문득, 옥이 잠꼬대처럼 “응...” 하고 중얼거렸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자연스럽게 동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손이 동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동은 옥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서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순간, 서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시선이 동의 시선과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은 것 같았다.

서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침대 가장자리를 넘어, 동의 손목에 닿았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동은 손을 움직여 서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얽혔다. 침대 위에서, 각자의 파트너가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상황에서.

옥이 잠결에 “동아...” 하고 부르며 몸을 움직였다. 동은 즉시 손을 놓았다. 서도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천이 눈을 반쯤 뜨고 중얼거렸다. “뭐야... 왜 그래...”

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의 등을 두드렸다. “아니야. 그냥... 너무 좁아서 몸을 좀 움직였어. 자, 다시 자.”

천은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서의 허리를 감쌌다. 서의 몸이 다시 긴장했다.

그때, 동이 몸을 일으켰다. “나, 물 좀 마실래.”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싱크대로 걸어갔다. 컵에 물을 따르며, 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동아, 괜찮아?” 옥의 목소리가 침대에서 들려왔다.

“응. 그냥 목이 좀 말라서.”

동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에는 가장자리가 아니라, 옥과 서 사이에 겨우 틈을 만들어 누웠다. 그의 등은 서의 등에 닿았다.

그 순간, 모두가 깨어 있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자의 심장은 너무 시끄럽게 뛰고 있었다.

잠시 후, 천이 다시 뒤척였다. 그녀가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동의 팔을 붙잡았다. “동아...” 잠꼬대였다. 그녀의 손이 동의 손을 잡아 끌었다.

동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천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녀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천아, 깨. 나야.”

천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이 동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다.

“동아...” 그녀가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잠꼬대가 아니었다.

동은 손을 빼려 했지만, 천이 놓지 않았다.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동의 위로 올라탔다. 두 사람의 얼굴이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옥이 옆에서 일어났다. “천아, 너 뭐 하는 거야?”

서도 일어나 앉았다. 어둠 속에서 네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천이 작게 웃었다. “모르겠어. 그냥... 왠지 오늘 밤은 모든 게 허락될 것 같아서.”

옥이 동의 팔을 잡아당겼다. “동아, 이리 와.”

동은 천의 시선을 피하며 옥의 품으로 기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호흡은 거칠었다. 서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도, 슬픔도, 그리고 어떤 욕망이 섞여 있었다.

“서야,” 천이 서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너도 알지?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게 뭔지.”

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을 들어 동의 어깨를 잡았다. 동이 고개를 들어 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다시 마주쳤다.

옥이 동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깊고 길게. 동은 그 키스에 반응하며, 손을 서의 팔에 얹었다.

천이 옥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나도.”

네 사람의 몸이 하나로 얽혔다. 침대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 더욱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의 입술을 찾는지, 누가 누구의 손을 잡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동의 입술이 옥의 목을 스치고, 서의 손이 천의 허리를 감쌌다. 천의 손가락이 동의 등 위를 더듬었다. 옥의 숨결이 서의 귀에 닿았다.

혼란. 욕망. 그리고 죄책감.

그 모든 것이 캠핑카 안에 가득 찼다. 밤은 아직 깊었고,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