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코는 체육관 한가운데서 활시위를 당겼다. 하얀 셔츠 소매가 팔목까지 깔끔하게 접혀 있었고, 플리츠 스커트의 주름이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렸다. 긴 흰 양말 위로 드러난 허벅지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정신을 집중했다. 과녁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하아."
활시위를 놓는 순간, 화살은 허공을 가르며 과녁 정중앙을 명중시켰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과녁이 흔들렸다.
유키코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다시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들었다. 야쿠자 집안의 딸로서, 그녀는 어릴 때부터 활을 다뤄왔다. 궁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상이자, 자신을 단련하는 수행이었다.
"또 한 발."
그녀가 다시 활시위를 당기려는 순간, 체육관 천장에서 무언가 작게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유키코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환풍구였다. 바람이 부는 걸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활에 집중했다.
환풍구 안쪽, 좁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아야노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카에데가 웃고 있었다.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언니, 저년 완전 집중하고 있어."
카에데가 속삭였다. 목소리에는 흥분이 섞여 있었다. 아야노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 동생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살육에 대한 갈망이었다.
"기다려. 타이밍이 중요해."
아야노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손은 허리에 찬 단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뽑지 않았다. 그녀는 유키코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유키코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 순간이었다.
"지금이야."
아야노가 신호를 보냈다. 카에데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표창 두 개를 꺼냈다. 그것은 갈고리가 달린 특수 제작된 표창이었다. 한 번 박히면 빠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카에데는 표창을 손에 쥐고 조준했다. 체육관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녀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번졌다.
"카에데야, 명중시켜."
아야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목을 휘둘렀다. 두 개의 표창이 환풍구 틈새를 빠져나갔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을 갈랐다.
유키코가 화살을 놓으려는 순간,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공기 중에 날카로운 금속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퍼억.
첫 번째 표창이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유키코는 놀라서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두 번째 표창이 정확히 그녀의 배꼽을 향해 날아들었다.
"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표창의 갈고리가 그녀의 하얀 셔츠를 뚫고 복부에 박혔다. 유키코는 활을 놓쳤다. 활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유키코는 무릎을 꿇었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환풍구 틈새로 두 자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안녕, 유키코."
아야노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환풍구를 열고 체육관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유키코와의 거리는 약 10미터. 그녀는 천천히 걸어가며 단검을 뽑아 들었다. 칼날이 체육관의 형광등 불빛을 반사하며 번뜩였다.
카에데도 뒤따라 뛰어내렸다. 그녀는 가볍게 착지하며 유키코에게 다가갔다. 유키코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려고 애썼다. 하지만 배에 박힌 표창 때문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
"이... 이년들... 너희가..."
유키코는 이빨을 악물고 두 자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공포가 스며들어 있었다. 아야노는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우리는 네 아버지에게서 의뢰를 받았어. 너를 없애라는."
아야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유키코는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
"말도 안 돼... 아버지가? 왜?"
"너는 너무 오만했어. 네 아버지는 네가 골칫거리라고 생각했지."
아야노가 단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손이 약간 떨렸다. 유키코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너도 망설이는구나? 그렇지? 너는 살인을 좋아하지 않아."
유키코가 비웃으며 말했다. 아야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카에데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언니가 망설이는 건 네 걱정할 일이 아니야."
카에데는 유키코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유키코의 배에 박힌 표창을 살짝 건드렸다. 유키코가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아야... 그만둬..."
"재미있는데? 너, 아파하는 표정이 꽤 귀여워."
카에데가 웃었다. 그 웃음은 너무나도 천진난만해서 오히려 소름이 끼쳤다. 아야노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그녀는 단검을 다시 허리에 집어넣었다.
"카에데, 이건 끝났어. 가자."
"에? 벌써? 아직 재미있는 건 없는데."
카에데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야노가 등을 돌리자,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일어섰다. 유키코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네가 죽기 전에 한 가지만 알려줄게."
아야노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네 아버지는 우리에게 돈을 줬어. 하지만... 네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 건 아니었어. 네가 얼마나 강한지 시험하려고 한 거야."
유키코는 숨을 헐떡이며 그 말을 들었다. 그녀의 눈에 증오가 번뜩였다.
"기억해 둬. 너희 자매... 반드시 내 손으로 끝장내주마..."
"그럼 그때까지 버텨 봐."
아야노는 체육관 문을 열고 나갔다. 카에데는 뒤따르면서 유키코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음에 보자, 배꼽 녀석."
그리고 문이 닫혔다. 체육관에는 유키코의 신음소리와 피 냄새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손은 허리에 찬 단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