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의 셔터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6432a5d8更新:2026-06-18 06:58
병원 복도는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 천하오는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아 있었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대부업체였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통화 거절 버튼을 누르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하오야.” 어머니 왕슈란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병실 문틈으로 새어나왔다. 그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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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선택

병원 복도는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 천하오는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주저앉아 있었다.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대부업체였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통화 거절 버튼을 누르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하오야.”

어머니 왕슈란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병실 문틈으로 새어나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누워서 아들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또 빚 독촉 전화 왔니?”

“아니에요. 병원비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 마세요.”

거짓말이었다. 이미 그는 시중은행과 대부업체를 전전하며 천 만 원이 넘는 빚을 졌다. 어머니의 신장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의사는 말했다. 늦어도 두 달 안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비용은 삼천만 원.

그는 인터넷 카페에서 우연히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았다. 한 번 찍으면 백만 원에서 오백만 원까지. 클릭 몇 번이면 더 자세한 내용이 나왔다. SM 영상. 장애인, 노인, 특수 체형. 수요가 많은 소재였다.

천하오는 컴퓨터 모니터 속 숫자들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깨물었다.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아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시던 그 손. 주름진 손. 이제는 물 한 잔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손.

“이건 안 돼. 말도 안 돼.”

그는 노트북을 힘껏 닫았다. 하지만 그날 밤,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어머니가 기침하는 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기침할 때마다 하오의 심장도 덜컹거렸다.

다음 날, 그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검색창에 ‘SM 콘텐츠 제작’ ‘노인 돌봄 영상’이라는 단어를 입력했다. 관련 커뮤니티가 나왔다. 회원들은 수익 인증샷을 올리며 서로를 부추기고 있었다. 한 게시물에는 “어머니를 모델로 삼아 주 2회 촬영, 월 천만 원.”이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하오는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하오야, 뭐 하고 있니?”

갑자기 문 너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 던지듯 가방에 넣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어머니는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옆에 앉았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은 따뜻했다.

“요즘 네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엄마가 마음이 아파. 엄마 때문에……”

“그만하세요, 엄마. 제가 책임질게요.”

책임.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하오는 자신의 위선에 토할 것 같았다. 그는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를 했다. 거울 속의 자신이 낯설었다.

며칠이 지났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술비를 내일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오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텅 빈 선반과 상한 김치 한 조각만 보였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날 밤, 하오는 커뮤니티에 ‘문의’라는 제목의 쪽지를 보냈다. “어머니가 아파서 누워 계십니다. 가능할까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가능합니다. 노인 케어 콘텐츠는 수요가 많아요. 사진 몇 장 먼저 보내주세요.”

하오는 어머니가 자고 있는 병실로 살며시 들어갔다. 어머니는 얇은 이불을 덮고 숨을 쉬고 있었다. 얼굴에는 고통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플래시가 터지자 어머니가 살짝 눈을 떴다.

“하오야, 왜……?”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엄마 사진 찍고 있었어요. 예뻐 보이셔서.”

왕슈란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 꼴이 예쁘다고? 거짓말도 잘 하네.”

그 웃음이 하오의 심장을 찔렀다. 그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초췌한 얼굴. 그 사진을 보내면 곧바로 계약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엄마, 저…….”

“왜?”

“아니에요. 잘 쉬세요.”

그는 방을 나와 복도 끝 창문 앞에 섰다. 밤하늘에 별이 하나 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한 모금 빨고 나서야 자신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담배는 친구에게서 받아 둔 것이었다. 기침을 하며 담배를 비벼 껐다.

결국 그는 사진을 보냈다. 그날 밤 12시가 넘어서. 답장이 왔다. “좋습니다. 내일 만나서 상의합시다. 선금 200만 원 드리겠습니다.”

하오는 화면을 응시했다. 200만 원. 당장 병원비로 쓸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그 돈을 받는 대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를 카메라 앞에 세워야 한다. 채찍과 수갑, 그리고 굴욕적인 명령들.

“죄송합니다, 엄마.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핸드폰을 가슴에 꼭 쥐고 눈을 감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는 닦지 않았다. 이미 더러워진 손으로는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사진 찍는 아르바이트를 하나 하게 됐어요. 돈도 많이 주고, 엄마도 좀 도와주셔야 해요.”

왕슈란은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아들의 눈빛을 보고 더 묻지 않았다. “그래,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천하오는 자신이 이미 인간의 탈을 벗어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선택은 끝났다. 어머니의 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 안에 깃든 탐욕과 절망이었다.

그는 거울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거울에는 이미 낯선 사람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첫 번째 굴욕

천하오는 밤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 빛이 그의 얼굴을 푸르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예술 사진 계정들을 스크롤하며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조회 수, 댓글, 공유 횟수. 그 숫자들이 머릿속에서 춤을 췄다.

"엄마."

그는 방문 너머로 조용히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거실에서는 TV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일어나 거실로 걸어갔다. 왕슈란은 낡은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바늘이 들려 있었고, 무릎 위에는 반쯤 짜인 스웨터가 놓여 있었다.

"엄마."

천하오는 그녀 옆에 앉았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엔 무언가 단호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요즘 예술 사진 작업을 하고 있어요. 도움이 필요해요."

왕슈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의문이 떠올랐다.

"예술 사진? 무슨 사진인데?"

"특별한 콘셉트예요. 나이 든 분의 모습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거예요. 어머니 같은 분이 딱이에요."

천하오는 말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거칠고 주름졌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렵지 않은 거야?"

왕슈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혀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돼요. 제가 다 할게요."

천하오는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밝았지만, 그의 눈동자 속엔 무언가 다른 것이 스치고 있었다.

촬영은 다음 날 오후에 시작되었다. 천하오는 거실 한쪽에 검은 천을 깔고 조명을 설치했다. 왕슈란은 깔끔한 옷을 입고 나왔지만, 천하오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오늘은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찍을게요. 옷을 좀 더 편하게 입어 주세요."

왕슈란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방으로 돌아가 얇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천하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이제 여기 앉으세요."

그는 그녀를 검은 천 위에 앉혔다. 조명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주름, 반점, 흰 머리카락.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처음엔 그냥 평범하게 찍을게요. 편하게 계세요."

셔터 소리가 울렸다. 몇 장 찍고 나서 천하오는 잠시 멈췄다.

"엄마, 이번엔 손목을 좀 묶어 볼게요. 구속된 느낌을 주려고요. 예술적인 표현이에요."

왕슈란의 얼굴이 굳어졌다.

"손목을 묶는다고?"

"네, 그냥 천으로 살짝 묶는 거예요. 아프지 않아요."

천하오는 이미 천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묶었다. 왕슈란은 긴장했지만, 아들의 손길에 저항하지 않았다.

촬영은 계속되었다. 천하오는 점점 더 과감한 포즈를 요구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가리고. 왕슈란은 점점 불편해졌지만, 매번 아들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넘어갔다.

"엄마, 조금만 더 참아 주세요. 거의 다 됐어요."

그 말에 그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컷에서 천하오는 그녀의 목에 얇은 끈을 걸었다. 왕슈란의 숨이 가빠졌다.

"하오야, 이건..."

"괜찮아요, 엄마. 아프지 않아요. 그냥 사진일 뿐이에요."

천하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셔터가 여러 번 울렸다. 왕슈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참았다.

촬영이 끝난 후, 천하오는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들을 편집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구도와 조명을 조정하며 굴욕적인 순간들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사진 속 왕슈란의 표정은 고통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영상도 편집했다. 몇 분 분량의 촬영 현장 영상 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들만 골라 연결했다. 거기엔 그녀가 무릎을 꿇고, 손목이 묶이고, 목에 끈이 걸린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업로드하기 전, 그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손가락은 이미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었다. 계정은 새로 만든 익명 계정이었다. 제목은 '시간의 굴레'라고 붙였다.

며칠 후, 그는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했다. 조회 수는 하루 만에 50만을 넘겼고, 댓글은 수천 개가 달렸다. 후원금과 광고 수익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는 은행 계좌를 확인하며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300만 원. 하룻밤 만에 번 돈이었다.

그는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화면 속 왕슈란의 눈물이 선명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더 해야 해. 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타락의 유혹

돈은 달콤했다. 천하오의 손가락은 마치 축복을 만지듯 뭉툭한 지폐 더미를 더듬었다. 그가 찍은 마지막 사진들—아파트 단지 뒷골목에서 어떤 남자가 눈물을 쏟으며 엎드려 있는 사진, 그리고 버려진 공장에서 만취한 여자가 구토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 대한 보수였다. 그 사진들은 비밀이 아닌 냄새를 풍겼지만, 돈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천하오는 모니터 앞에 앉아 새 카메라를 확인했다. 미러리스 풀프레임. 광각 렌즈. 야간 촬영에 특화된 초고감도 센서. 그는 웹사이트의 목록을 훑으며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았다. 익숙한 동네, 같은 사람들. 하지만 이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 그는 어떤 남자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한 노인이 병원에서 죽어가는 아내 때문에 수소문을 했다는 소문, 어떤 젊은 여자가 대출 때문에 빚더미에 앉았다는 이야기.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통화 기록. 한참 동안 생각한 끝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저예요.”

“하오야, 왜 이렇게 늦었니?” 왕슈란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이 걱정 반, 탄식 반이었다.

“일 때문에요. 어머니, 내일 좀 뵈어야 할 것 같아요.”

“왜? 무슨 일 있니?”

“그냥요. 집에 갈게요.”

그는 전화를 끊었다. 새 카메라를 천천히 만지며 생각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약했다. 아들의 부탁에 거절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이용하는 건 가슴이 아팠지만, 돈이 필요했다.

다음 날, 천하오는 어머니의 집에 도착했다. 낡은 아파트 단지, 벽에는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쓰레기 봉투가 쌓인 계단을 올라가며 그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문은 열려 있었다. 왕슈란이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가 굽었고, 손은 거칠었다.

“하오야, 왔구나. 밥 먹었니?”

“네, 어머니. 앉으세요.”

왕슈란은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눈에는 의문이 깃들어 있었다. 천하오는 가방에서 새 카메라를 꺼냈다.

“어머니, 이것 좀 보세요. 새로 샀어요.”

“비싸 보이네. 얼마나 줬어?”

“괜찮아요. 돈이 좀 생겼어요.”

왕슈란은 카메라를 만지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하오야,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요즘 왜 이렇게 늦게 오니? 네 눈빛이 달라졌어.”

“아무 일도 없어요, 어머니. 그냥 일이 좀 바빴어요.”

“거짓말 마. 내가 다 알아. 네가 하는 일이 위험한 거 아니?”

천하오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는 어머니를 속일 수 없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해야 했다.

“어머니, 제가 찍는 사진들이 있어요. 돈이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좀 더 자극적인 게 필요해요.”

왕슈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극적이라니? 무슨 말이야?”

“예를 들어… 좀 더 깊은 이야기요.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진실.”

“하오야, 그건 위험해. 너는 좋은 사람이야. 그런 일 하지 마.”

“어머니, 제발요. 저를 도와주세요.”

왕슈란은 깜짝 놀랐다.

“내가 어떻게 도와?”

“어머니, 제가 어떤 사람을 알고 있어요. 그 사람 이야기를 찍고 싶어요. 하지만 그 사람은… 은밀한 장소에 있어요. 어머니만이 도울 수 있어요.”

왕슈란은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돈에 대한 집착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아들의 손을 붙잡았다.

“하오야, 제발 그만둬. 네가 변했어.”

“어머니,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러면 그만둘게요.”

“거짓말이야. 너는 계속할 거야.”

“어머니만이 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제발요.”

왕슈란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아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무서웠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해. 이 길은 위험해.”

천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찾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가벼워져 있었다. 돈, 돈, 돈. 그는 그 함정에 빠져들었다.

며칠 후, 천하오는 어머니의 집에서 새 장비를 풀었다. 프리즘, 반사판, 고성능 마이크. 그는 어머니에게 방법을 설명했다.

“어머니, 당신은 저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면 돼요. 그냥 자연스럽게요. 그러면 제가 숨어서 사진을 찍을게요.”

“그게 안전할까?”

“걱정 마세요. 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를 거예요. 당신만 믿으면 돼요.”

왕슈란은 떨리는 손으로 장비를 만졌다. 그녀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준비가 자신을 얼마나 깊은 곳으로 끌고 갈지 몰랐다.

천하오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고마워요. 이번 일만 끝나면 진짜 그만둘게요.”

왕슈란은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더 이상 순수함이 없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오야,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천하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나갔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이미 돈의 유혹에 사로잡혀 있었다. 타락은 달콤했다. 그리고 그 달콤함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소리 없는 상처

왕슈란의 손목이 부러졌다. 천하오가 어두운 조명 아래서 자세를 잡아주던 중, 그녀가 잘못 디딘 발 때문에 넘어지면서 손목으로 바닥을 짚었다. 뚜렷하게 들리는 뼈 소리에 천하오는 잠시 멈췄지만, 곧장 카메라부터 내려놓았다.

“괜찮아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걱정보다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왕슈란은 얼굴이 새하얘져서 손목을 움켜쥐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중얼거렸다. 천하오는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히고 냉장고에서 얼음 주머니를 꺼내왔다. 하지만 얼음 주머니를 건네면서도 그의 눈은 카메라 액정 화면에 남아 있었다. 방금 찍은 사진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몇 장.

“아직 다 못 찍었어요. 쉬고 나서 다시 해요.”

왕슈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손목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아들의 눈에서 자신이 아닌 사진만 바라보는 모습이 더 아팠다. 그녀는 얼음 주머니를 손목에 대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참아야 한다. 아들을 위해서.

천하오는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사진을 하나씩 넘겨보았다. 확대, 보정, 색감 조정. 그의 손가락은 능숙하게 움직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머니의 손목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클라이언트가 제시한 금액, 이번 주에 들어온 새 렌즈 대금, 다음 달 스튜디오 임대료. 그 숫자들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오야, 오늘은 그만할까?”

왕슈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천하오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아직 몇 컷 더 찍어야 해요. 얼른 끝내는 게 좋겠어요. 내일 배송이니까.”

“그래, 알겠다.”

왕슈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조명 앞에 섰다. 그녀는 아픈 손목을 억지로 자연스럽게 내리고, 천하오가 원하는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통증이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천하오는 답답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

“표정 풀어요. 아픈 사람처럼 보이면 안 돼요.”

그 말에 왕슈란은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왠지 모르게 처연했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옆집 아주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아주머니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있다가 우연히 안을 들여다본 모양이었다.

“어머, 왕슈란 씨, 왜 그래요? 손목이 부은 것 같은데?”

천하오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컴퓨터 모니터를 가렸다. 그는 자연스러운 척 웃으며 대답했다.

“네, 어머니가 부엌에서 넘어지셨어요. 제가 얼른 병원에 데려가려고요.”

“아이고, 조심해야지. 나이 드신 분이 넘어지면 큰일 나는데. 내가 좀 도와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지금 막 가려던 참이었어요.”

천하오는 재빨리 카메라와 컴퓨터를 챙겼다. 왕슈란도 일어나서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었다.

“네, 정말 괜찮아요. 아들이 병원에 데려가 준다고 해서요.”

아주머니는 의심스러운 듯 두 모자를 번갈아 보았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그럼 조심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문이 닫히자 천하오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엄마, 앞으로는 문 좀 잘 잠가요.”

왕슈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손목이 더욱 심하게 아파왔다.

저녁이 되자 왕슈란은 방에 혼자 누워 있었다. 천하오는 택배를 보내느라 밖에 나가고 없었다. 그녀는 부러진 손목을 감싼 붕대를 바라보았다. 천하오가 근처 약국에서 산 싸구려 붕대였고,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울려왔다. 그녀는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다. 아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짐이 되는 어머니.

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않았다. 왕슈란은 이불 속에서 뒤척였다. 손목의 통증, 어깨의 결림,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감이 그녀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눈을 감으면 천하오가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눈빛, 그것은 마치 자신이 물건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서 그녀는 일어나서 창가에 섰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쳤다. 주름진 얼굴, 풀어진 머리, 그리고 화장기 없는 창백한 입술.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초라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오야, 엄마가 잘못했니?”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방 안에는 시계 초침 소리만이 똑딱거릴 뿐이었다.

왕슈란은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눈을 감자마자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의 촬영, 그날의 부끄러움, 그리고 그날의 통증.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그녀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목을 움켜쥐며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통증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천하오가 돌아왔다. 그는 거실 볼을 켜고 무언가를 확인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왕슈란은 살짝 문을 열고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두꺼운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가 그 봉투를 열어서 돈을 세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왕슈란은 문을 닫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통증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들이 돈을 보며 웃는 모습이 그녀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그녀는 자신을 팔아서 얻은 그 돈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그녀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 돈이 없으면 그들은 살아갈 수 없었다. 집세, 생활비, 천하오의 스튜디오 유지비. 모두 그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그녀는 아들을 탓할 수도 없었고, 자신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을 견뎌야 했다.

왕슈란은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억지로라도 눈을 감으려고 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들의 얼굴도, 자신의 얼굴도, 그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방 밖에서는 천하오가 여전히 돈을 세고 있었다. 새벽이 되어도 그의 방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왕슈란의 눈물도 마르지 않았다. 그날 밤, 두 모자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서로 다른 꿈을 꾸었다. 하나는 탐욕의 꿈, 또 하나는 고통의 꿈. 그 꿈들은 결코 만나지 못할 것이었다.

죄악의 확장

그날 밤, 천하오는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의 푸른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그의 눈동자는 탐욕스러운 반짝임을 띠고 있었다. 암시장 중개인에게서 온 메시지가 채팅창에 떠 있었다.

“해외 바이어가 관심 보였어. 가격은 네가 제시한 것보다 20% 높여 줄게. 하지만 화질과 내용이 검증되어야 해.”

천하오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잠시 멈칫했다. 어머니의 얼굴이 스치듯 떠올랐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빚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는 타자를 쳤다.

“알겠어. 이번 주 안으로 보낼게. 조건은 변동 없지?”

“조건은 그대로야. 익명성이 보장되고, 결제는 암호화폐로. 하지만 한 번 올리면 되돌릴 수 없어. 준비됐어?”

천하오는 눈을 감았다. 몇 초의 침묵 뒤, 그는 ‘응’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가슴속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돈, 그것만이 중요했다.

며칠 후, 왕슈란은 청소를 하다가 아들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그는 항상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깜빡하고 침대 위에 놓고 나간 모양이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화면에 알림이 떠올랐다.

“해외 거래 완료: 2,500 USDT 지갑 입금 완료.”

왕슈란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알림을 클릭했다. 거래 내역이 펼쳐졌다. 익숙하지 않은 문자와 숫자들, 그리고 낯선 사이트 이름들. 그녀는 더 깊이 들어갔다. 파일 전송 기록, 다크넷 접속 로그,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아들의 영상 파일. 그 파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왕슈란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자기 아들이, 자기 아들이 이런 일을 하다니.

저녁 무렵, 천하오가 집에 돌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는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 직감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하오야, 이게 뭐니?”

왕슈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그녀의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천하오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태연한 얼굴을 되찾았다.

“뭐가요, 어머니?”

“이 거래 내역, 이 영상들... 너... 너 나를 팔았니?”

왕슈란의 눈에는 분노와 배신감이 뒤섞여 있었다. 천하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다가가 어머니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왕슈란은 손을 뒤로 빼며 물러섰다.

“대답해! 이게 다 뭐야?”

천하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에 어둠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머니, 그냥 내버려 두세요. 당신이 알 필요 없는 일이에요.”

“알 필요 없다고? 내가 그 영상 속에 있는데? 내가 직접 눈으로 봤어! 너는 나를, 네 어머니를 돈 받고 팔아넘겼어!”

왕슈란은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다. 천하오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빚 독촉 전화가 울리던 밤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채업자의 협박, 신용불량자 명단, 그리고 병원비 청구서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머니, 말 잘 들어요.”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변했다. 그는 한 걸음 다가섰다.

“우린 빚에 허덕이고 있어. 당신도 알잖아. 아버지 약값, 병원비, 내 학자금 대출, 이 집 전세 대출까지. 난 그걸 갚으려는 거예요. 당신도 조금만 참아주면 돼요.”

왕슈란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하오야, 우리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자. 내가 더 아르바이트를 할게. 빚은 천천히 갚아도 되잖니?”

“천천히? 그동안 우리는 집에서 쫓겨날 거예요! 당신은 내가 사채업자들한테 시달리는 꼴을 보고 싶어요?”

천하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그의 눈에 불안정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어머니의 어깨를 잡았다.

“어머니, 이제 그만해요.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에요. 아무도 몰라요. 그리고 나는... 나는 이걸 그만둘 수 없어요. 이미 너무 깊이 빠져들었어요. 지금 그만두면 모든 게 끝장이에요. 당신은 날 감옥에 보내고 싶어요?”

왕슈란은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더 이상 어렸을 적 순수했던 아들의 모습은 없었다. 그 자리에는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돈에 눈이 먼, 자신의 어머니를 팔아넘기는 사람이. 그녀는 가슴이 미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들을 사랑했다. 그 사랑이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천하오는 어머니의 반응이 없자, 조금 누그러뜨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이번 일만 잘 끝내면 앞으로는 이런 거 안 할게요.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저를 한 번만 더 도와줘요. 제발요.”

왕슈란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고갯짓이 그녀의 마지막 양심을 스러지게 했다.

천하오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다시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방문이 굳게 닫혔다. 그 뒤에는 울부짖는 어머니의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천하오는 그 소리가 듣지 않았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영상 파일을 편집하며 중개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편, 준비 중이야. 이번엔 더 자극적인 걸로.”

중개인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기대할게. 가격은 3,000 USDT로 올릴 수 있어. 계속 좋은 내용 보내 줘.”

천하오는 화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기쁨은 없었다. 그저 텅 빈,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한 조각씩 팔아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손에 쥔 돈은 그가 도덕과 양심을 잃은 대가를 결코 채워주지 못할 것이었다.

밤이 깊어갔다. 왕슈란은 자기 방에 혼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거실로 나가 아들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다, 다시 내렸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누웠다. 그녀의 눈은 뜬 채로 어두운 천장만을 응시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무엇인가가 영원히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족의 균열

왕슈란의 여동생 왕메이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 집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몇 번을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자, 그녀는 핸드백에서 비상 열쇠를 꺼냈다. 언니가 몇 달 전 건네준 열쇠였다. 그때는 그냥 심부름용으로 받아두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길한 예감처럼 느껴졌다.

"언니? 언니 계세요?"

현관문이 열리자 울 때 쉰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거실로 들어서자, 햇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막 커튼 아래, 왕슈란이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입가에는 마른 침자국이 선명했다.

"언니, 왜 이러세요? 왜 전화도 안 받고…"

왕메이가 다가가자, 왕슈란은 처음에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러다가 여동생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눈물이 눈동자에 맺혔다.

"메이야… 너 왔구나…"

그 목소리는 마치 바스러진 유리 조각처럼 깨져 있었다. 왕메이는 언니의 손목을 잡았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손목, 그리고 그 위로 보이는 멍 자국.

"이게 뭐야, 언니? 누가…"

친오빠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언니의 몸짓과 표정을 보니 도망가고 싶다는 게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순간, 뒤에서 굳게 닫힌 방문이 열렸다.

천하오가 나왔다.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러나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송곳처럼 왕메이를 찔렀다.

"이모, 오셨네요. 어머니가 좀 몸이 안 좋으셔서…"

"몸이 안 좋아? 이 손목은 뭐고, 이 멍은 대체…"

"넘어지셨어요. 나이가 있으시니까 뼈도 약해지셨고요."

천하오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말투에는 변명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왕메이는 언니의 눈을 바라봤다. 왕슈란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손가락으로 치마 자락을 비비며 떨고 있을 뿐이었다.

"언니, 나랑 좀 이야기해요. 방에서…"

"어머니는 좀 쉬셔야 해요. 이모, 다음에 오세요."

천하오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왕슈란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 손길은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였지만, 왕메이는 그 안에 숨겨진 강압을 느낄 수 있었다. 왕슈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오야, 나는…"

"쉬어요, 어머니."

천하오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 말에는 명령과 같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왕슈란은 아무 저항 없이 끌려가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왕메이는 거실에 혼자 남아 손톱을 깨물었다. 언니는 분명히 무언가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두려움은 단순한 병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서 도망치고 싶다는 공포, 그것이 눈빛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며칠 후, 왕메이는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 불안감이 극에 달해 그녀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도착했을 때, 천하오는 태연하게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잠시 외출하셨어요. 제가 병원에 모셔다 드렸는데, 거기 계세요."

그 말에 왕메이는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증거도 없었고,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날 밤, 천하오는 어머니의 방에 들어갔다. 왕슈란은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잠들지 않았다.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어머니, 오늘 이모가 경찰을 불렀어요. 재미있네요, 진짜로."

천하오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차가웠다. 그는 손에 든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어제 찍은 사진 어때요? 아주 리얼하던데. 다음 시리즈는 '어머니의 눈물'로 할까요? 아니면 '고통의 표정'?"

"하오야, 제발… 그만둬…"

왕슈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러나 천하오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카메라를 들었다.

"어머니, 딱 한 번만 더. 오늘 마지막이에요. 이번 작품이 끝나면 정말로 그만둘게요. 약속해요."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왕슈란은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천하오의 셔터 소리가 방 안을 갈랐다.

며칠 동안, 천하오의 촬영은 점점 더 잦아졌다. 낮에도, 밤에도 그는 어머니를 카메라에 담았다. 왕슈란은 더 이상 밥을 먹지 않았고,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점점 말라갔고, 눈동자는 생기를 잃어갔다.

어느 날 새벽, 천하오가 잠든 사이 왕슈란은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거울을 더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몇 분 후, 천하오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화장실 문이 잠겨 있었고, 안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어머니! 어머니!"

그는 어깨로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욕조에는 붉은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왕슈란은 그 안에 누워 있었다. 손목에서 피가 흘러나와 물을 물들이고 있었다.

천하오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러나 몇 초 만에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를 욕조에서 끌어올렸다. 지혈을 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병원에서, 왕슈란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의사는 심각한 우울증과 영양실조를 진단했다. 천하오는 병실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손가락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그래, 이제 그만둬야겠다.

어머니가 죽으면, 그가 찍은 모든 사진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쫓던 돈과 명예는,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고독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는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셔터 소리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이미 다른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바로 어머니의 피 흘리는 모습, 그 공포와 절망이 그려진 장면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찍지 않았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도덕의 붕괴

천하오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모니터 불빛만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최근 촬영한 콘텐츠의 조회수가 예상보다 저조했다. 광고주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잔인한 소재를 원했다. 돈이 필요했다. 어머니의 치료비, 빚, 생활비—모든 것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더 세게, 더 아프게.”

그는 중얼거리며 새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어머니 왕슈란은 이미 지쳐 있었다. 지난주 촬영에서 그녀는 무릎을 바닥에 꽂고 이마를 조르며 울었다. 하지만 그 영상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천하오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그는 의자를 벌떡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거실 한쪽에는 촬영 장비가 널려 있었다. 조명, 카메라, 마이크—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등에는 멍자국이 선명했다. 천하오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 오늘 촬영 있어요. 준비하세요.”

왕슈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아들을 보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또... 촬영이니?”

“네,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그러면 모든 빚을 갚을 수 있어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천하오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마지막이 될 거라고. 이번 한 번만 더 참으면 된다고.

촬영은 지하실에서 진행되었다. 천하오는 조명을 세팅하고, 카메라 앵글을 조정했다. 어머니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목은 얇은 끈으로 묶여 있었다. 천하오가 준비한 소품이었다.

“이제 시작할게요. 어머니, 저 앞에 있는 의자를 보고 울어주세요. 아파하는 척, 힘든 척, 더 리얼하게요.”

왕슈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짜였다. 하지만 천하오가 계속해서 “더 세게, 더 아프게!”라고 외치자, 그녀의 눈물은 진짜가 되었다. 그녀의 어깨는 떨렸고, 목소리는 갈라졌다.

“하오야, 그만... 엄마 숨 쉬기 힘들어...”

“조금만 더요, 어머니. 거의 다 됐어요.”

천하오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어머니의 고통을 담아냈다. 그의 손가락은 셔터 버튼 위에서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가 클로즈업을 시도했다.

그 순간이었다. 왕슈란의 눈동자가 흐려지더니, 그녀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천하오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달려갔다.

“어머니! 어머니!”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에서는 거품 같은 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천하오는 당황하여 휴대폰을 꺼내 119에 신고했다. 그의 손가락은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했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왕슈란은 의식이 거의 없었다. 구급대원들이 그녀를 들것에 옮겼다. 천하오는 그 뒤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 복도에서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의사가 나와 상황을 설명했다.

“과로와 탈진으로 인한 실신입니다. 그리고 몸에 여러 멍자국이 발견되었는데, 노인 학대 가능성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천하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뭐라고요? 아니에요, 그건... 촬영이었어요. 연기였어요.”

의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연기라면 왜 노인이 그렇게 심각한 상태였습니까?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병원에서 대기하세요.”

천하오는 발걸음을 돌려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의 심장은 마치 폭발할 듯 뛰고 있었다. 경찰이 오고 있다. 증거를 없애야 한다.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지하실로 달려갔다. 촬영 장비, SD 카드, 컴퓨터 하드디스크—모든 것을 챙겼다. 하지만 너무 많았다. 그는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했다. 그러나 손이 떨려 제대로 묶지 못했다.

“이건... 이건 안 돼. 어떻게든 해야 해.”

그는 주방으로 가서 라이터를 찾았다. 모든 증거를 불태우려는 순간, 현관문 초인종이 울렸다. 천하오는 얼어붙었다. 경찰이 왔다.

그는 라이터를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두 명의 경찰관이 서 있었다.

“천하오 씨, 왕슈란 씨 사건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천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경찰관 중 한 명이 거실로 들어서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SD 카드에 멈추었다. 천하오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그의 귀에는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진실의 대가

수사관들이 천하오의 작업실을 뒤졌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증거물로 압수되었고, 그중에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작된 계약서 사본도 있었다. 천하오는 손을 떨며 서 있었다. 그의 카메라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렌즈 캡이 벗겨져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플래시의 잔상이 아직도 그의 망막에 남아 있었다.

“이 사진들은 네가 찍은 것이지?” 수사관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천하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문이 막혔다. 그의 손가락은 셔터 버튼을 누르던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 순간마다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를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직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며칠 후, 법정이 열렸다. 천하오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고, 그의 어머니 왕슈란은 증인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무릎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검사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왕슈란 씨, 아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왕슈란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저는... 몰랐습니다. 하지만 제 아들은 착한 아이입니다. 그는 저를 위해...”

“그가 피해자들에게 거짓 약속을 하고 사진을 팔아넘겼습니다. 당신도 그 사실을 알았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는 단지... 그가 돈을 벌어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팠고, 병원비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법정 안은 조용했다. 천하오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고통과 자책이 섞여 있었다. 그는 그 시선을 견딜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사회 여론은 거세게 들끓었다. 신문과 방송은 천하오의 사진 스캔들을 보도했다. ‘탐욕의 사진사’, ‘노인들을 속인 악마’라는 기사 제목이 거리를 장식했다. 이웃들은 왕슈란을 손가락질했다.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아들이 저지른 죄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천하오는 구치소에 갇혔다. 그가 감방 안에 앉아 있을 때, 어머니가 면회를 왔다. 유리창 너머로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왕슈란은 전화기를 들었다.

“하오야, 왜 이렇게 된 거야?”

천하오는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 미안해요. 나는... 더 큰 돈을 벌고 싶었어요. 당신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편함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내가 병원에 누워 있을 때, 네가 찍은 사진들이 세상에 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엄마, 제발...”

“나는 널 위해 모든 걸 참았다. 하지만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했니? 나를 위해 죄를 지었니? 그게 사랑이냐?”

천하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꼈던 그 쾌감은 이제 공허로 변해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눈에서 실망을 보았다. 그 실망은 그를 산산조각냈다.

판결이 내려졌다. 천하오는 사기와 횡령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그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왕슈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은 작고 초라했다.

며칠 후, 왕슈란은 심리 재활 센터로 보내졌다. 그녀는 작은 방에 앉아 있었다. 벽은 하얗고, 창문 너머로는 나무만 보였다. 상담사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왕슈란 씨, 지금 어떤 기분이신가요?”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은 텅 비어 있었다. “저는 아들을 잃었어요. 그를 위해 모든 걸 했는데, 결국 그를 잃었어요.”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 잘못입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갑자기 커졌다. “제가 그를 너무 사랑한 잘못인가요? 그가 저를 너무 사랑한 잘못인가요?”

상담사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왕슈란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어렸을 때 찍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하오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순수했다. 하지만 그 순수함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녀는 사진을 가슴에 껴안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진실의 대가라는 것을. 그 진실은 너무 무거워서 그녀의 등을 구부러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무게를 견뎌야 했다. 아들이 저지른 죄, 그리고 그녀가 침묵한 죄.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어깨 위에 놓여 있었다.

센터의 문이 닫혔다. 왕슈란은 혼자 남았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사진은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 위에 아들의 웃음이 서서히 지워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