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이 이사 온 날, 아파트는 평소보다 훨씬 북적였다.
“드디어 왔구나!”
비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반갑게 외쳤다. 엽도 뒤따라 나와서 림의 짐을 받아 들었다.
“고생 많았지? 얼른 들어와.”
림이 수줍게 웃으며 안으로 발을 들였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욱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허공을 헤매다가 결국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어, 왔네.”
욱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림이 그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앞으로 잘 부탁해.”
비가 그 사이 부엌으로 들어가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엽은 림의 짐을 들어 복도 쪽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 네 방이야. 우리 방은 저쪽 끝이고, 욱이랑 비는 중간 방 쓰고 있어.”
림이 방 안을 둘러보았다. 작았지만 깔끔했다. 침대와 책상, 옷장이 놓여 있었다.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고마워, 엽아. 정말 예쁜 방이야.”
엽이 어깨를 툭 쳤다.
“우리가 몇 년을 같이 살았는데, 뭘. 이제 욱이랑 비랑도 잘 지내야 하고.”
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거실로 나왔다. 비가 커피를 들고 나와 식탁에 내려놓았다.
“자, 이사 기념으로 특별히 내가 탄 커피야. 원두는 욱이가 회사에서 공짜로 가져온 거지만.”
비가 농담을 던지자 모두가 웃었다. 욱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림 옆에 앉았다.
“회사에서 커피 괜찮아?”
림이 물었다. 욱은 잠시 멈칫했다가 대답했다.
“응, 나름 괜찮아. 근데 너는 학교는 어때? 아이들이 말 잘 듣고?”
“어떤 날은 잘 듣고, 어떤 날은 안 그래. 그래도 재밌어.”
대화가 이어졌다. 비와 엽이 중간중간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욱도 점점 긴장을 풀었다. 그는 림의 손을 살짝 잡았다. 림이 그 손에 힘을 주었다.
저녁은 비가 간단하게 볶음밥을 해서 먹었다. 네 사람이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사 온 첫날이라 림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엽이 일찍 자라고 권했다.
“네 방은 정리 다 됐으니까 얼른 쉬어. 내일 출근해야지.”
림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욱도 따라 일어났다.
“나도 잘게.”
비가 욱을 보며 윙크를 했다. 욱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졌다. 아파트는 조용해졌다. 림의 방과 비와 엽의 방은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림이 침대에 누워 욱을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욱이 조용히 들어왔다.
“잠 안 와?”
림이 작게 물었다. 욱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응. 네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림이 웃으며 욱의 손을 잡아 당겼다. 욱이 그 위로 몸을 굽혔다. 그들의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조용했다. 하지만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림이 신음을 삼켰지만, 얇은 벽 사이로 소리가 새어 나갔다.
딸깍.
침대 프레임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림이 욱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그들의 몸이 뒤엉켰다. 림이 참지 못하고 작게 신음을 냈다.
“욱아...”
그 목소리가 벽을 타고 비와 엽의 방으로 전해졌다.
비는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누운 엽도 마찬가지였다.
“듣고 있어?”
엽이 작게 물었다. 비는 대답 대신 숨만 깊게 내쉬었다.
벽 너머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좀 더 선명했다. 림이 욱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였다.
비가 입술을 깨물었다. 엽이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응. 그냥... 조금 신경 쓰여서.”
비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엽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말해 주고 있었다.
엽이 비의 손을 그녀의 배 위로 올렸다. 비가 조금 떨었다. 벽 너머의 소리가 더 거세졌다. 림이 긴 신음을 냈다.
비가 엽의 몸에 바짝 붙었다. 그녀의 손이 엽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엽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도... 할까?”
비가 간신히 속삭였다. 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벽 너머의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그들의 숨소리도 점점 거칠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꼭 안은 채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얼마 후, 욱의 방이 조용해졌다. 비와 엽도 멈추었다. 그들은 그대로 누워 서로의 숨소리만 들었다.
비가 작게 웃었다.
“우리, 참 웃기다.”
엽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재밌잖아.”
그들도 잠이 들었다. 아파트는 다시 고요해졌다. 첫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