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정체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3de37d9b更新:2026-06-22 23:24
푸른색 해면이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막우는 개인 수상 비행기에서 내려 백사장을 밟으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바다 내음과 이국적인 꽃향기가 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흰색 린넨 정장을 단정히 여미고, 손목에 찬 금속 팔찌가 태양광에 번쩍였다. 이곳은 미러 아일랜드,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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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아일랜드 첫 방문

푸른색 해면이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막우는 개인 수상 비행기에서 내려 백사장을 밟으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바다 내음과 이국적인 꽃향기가 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흰색 린넨 정장을 단정히 여미고, 손목에 찬 금속 팔찌가 태양광에 번쩍였다. 이곳은 미러 아일랜드,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성노예 거래 시장이자 그녀가 직접 설계한 AI 관리 시스템이 시험 운영 중인 장소였다.

“막우 박사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한쪽에서 다가온 관리자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짙은 선글라스 뒤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본토에서만 활동하는 유명 AI 과학자가 직접 이곳까지 오다니.

막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길, 조화로운 정원, 그리고 그 정원 사이를 거니는 우아한 손님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더 먼 곳,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여성들의 숙소로 향했다.

“귀빈 전용 숙소는 동쪽 별관을 준비했습니다. 해변이 바로 보이는 최상층 스위트룸입니다.” 관리자가 예약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아니요.” 막우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나는 연구 목적으로 왔습니다. 현장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니 여노예 숙소 근처에 거처를 마련해 주십시오.”

관리자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 “하지만 그쪽 구역은... 편의 시설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보안도——”

“내 시스템이 보안을 책임지고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막우가 팔찌를 살짝 만지자 관리자의 태블릿에 새로운 권한 코드가 떠올랐다. 그의 눈이 커졌다.

“최고 관리자 권한... 이것은...”

“이 섬의 모든 AI 장치를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숙소 배치는 내가 직접 하겠다.”

관리자는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 숙여 막우를 서쪽 길로 안내했다. 그가 돌아서는 순간, 막우는 그의 시선에서 불편함을 읽었다. 아마도 이런 권력자의 변덕이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여노예 숙소는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흰색 벽에 빨간 기와를 올린 2층 건물이 나란히 서 있고, 앞에는 작은 마당이 있었다. 막우가 배정받은 방은 2층 끝, 창문에서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그녀는 방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손목 팔찌를 해체해 책상 위에 펼쳤다. 수십 개의 미세 칩이 빛을 반사하며 정렬되었다. 그녀는 두 개의 작은 칩을 빼내 귀 뒤에 붙였다. 찌릿한 감각과 함께 주변의 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모든 대화, 모든 발걸음 소리가 이제 그녀의 청력 안에 들어왔다.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막우는 방을 나서 산책을 시작했다. 그녀는 일부러 사람이 적은 길을 선택했다. 돌길 양옆으로 키 큰 야자수가 늘어서고, 그 아래에는 보라색 꽃이 만발한 관목이 자라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곳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국 감옥일 뿐이라는 것을.

갑자기 오른쪽 덤불 속에서 인기척이 났다. 막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숨소리, 덜컹거리는 금속 소리, 그리고 낮은 신음. 그녀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덤불 사이로 한 젊은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반쯤 엎드린 자세로 땅에 쓰러져 있었고, 목과 손목에 금속 장치가 채워져 있었다. 장치에서 붉은 불빛이 깜빡이며 낮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여자는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쳤지만 장치가 그녀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막우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다가가 여자의 상태를 살폈다. 장치의 패턴을 보니 도주 방지 모드가 활성화된 상태였다. 전기 충격이 5초 간격으로 발동되고 있었다.

“당신... 누구야?” 여자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막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득했다.

“막우라고 해요. 나는...” 막우가 잠시 망설였다. 귀빈 신분을 밝힐까? 순간 그녀는 다른 선택을 했다. “나는 오늘 막 도착했어요. 이곳에 대해 아직 잘 몰라요.”

여자의 눈이 반짝였다. “신참이구나... 나는 소미야. 여기서 3주째야.” 그녀가 고통스럽게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경계했다. “너는 어떻게 여길 돌아다니는 거야? 장치도 안 차고?”

“나는 아직...” 막우가 어깨를 으쓱였다. “배정받지 못했어요.”

소미가 급히 막우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너 정말 모르는구나. 여기서 장치 없이 돌아다니면 즉시 감지당해. 너 운 좋게 보안 요원을 안 만났네. 빨리 나를 따라와.”

그녀는 막우를 끌고 덤불 속 좁은 길로 들어섰다. 몇 분 후, 그들은 낡은 창고 같은 건물 앞에 도착했다. 소미가 문을 열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안은 어두컴컴했지만, 벽난로에 작은 불이 켜져 있었다.

“일단 여기 있어. 보안이 자주 순찰 안 하는 곳이야.” 소미가 막우를 의자에 앉히고 자신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목 장치가 여전히 붉은 빛을 내고 있었지만, 주파수가 조정되었는지 충격이 멈춘 것 같았다.

“도망치려고 했어요?” 막우가 물었다.

소미가 씁쓸하게 웃었다. “보이지? 결과는 이 꼴이야. 가족이 나를 팔았어. 처음에는 해외 인턴십이라고 속였지. 비행기 타고 여기 도착한 순간 모든 게 끝났어.” 그녀가 팔을 걷어 올렸다. 손목에 난 상처와 장치 자국이 선명했다. “이 장치는 내 모든 움직임을 감시해. 도망 시도, 폭력 행위, 심지어 자살 시도까지 다 기록되고 전기 충격으로 제압당해. 몇 번을 해 봤지만, 결과는 이거야.”

막우는 소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전생에 남성이었을 때, 그녀는 이런 상황을 상상조차 못 했다. 하지만 환생 후,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 과학자가 되어 권력을 쥐었지만, 동시에 이 세계의 잔혹함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잔혹함 속에서 이상하게도 어떤 끌림을 느끼고 있었다.

“여긴 어떤 규칙이 있어요?” 막우가 물었다.

소미가 심호흡을 했다. “첫째, 절대 장치를 함부로 건드리지 마. 무력화 시도는 즉시 발각돼. 둘째, 귀빈 구역에 접근하지 마. 거긴 완전히 다른 세계야. 우리 같은 사람은 들어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셋째, 만약 누군가 너를 선택하면, 거절하지 마. 거절은 고문으로 이어져. 넌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으니까.”

“선택한다는 건?”

“여기 오는 손님들은 우리를 사고파는 사람들이야. 우아한 척 하지만, 결국은 우리를 소유하려는 욕망뿐이야.” 소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아직 선택받지 않았어. 하지만 언젠가는...”

막우는 소미의 눈에서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눈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꽂도 보았다. 이 여성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 강인함이 막우의 심장을 찔렀다.

“왜 나를 도와주는 거예요? 나는 그냥 낯선 사람인데.” 막우가 물었다.

소미가 잠시 침묵했다. “나도 처음 왔을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줬어. 그 사람은 옥평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훈련소에 있어. 그녀가 말했어, 이 지옥 같은 곳에서도 선함을 잃지 말라고.” 그녀가 막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는 나와 달라. 아직 장치도 없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아마도 너는 여길 탈출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나는 도와주는 거야.”

막우는 일어나 창고 문 틈새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귀족 구역의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손목 팔찌를 스쳤다. 이 팔찌는 그녀에게 최고 권한을 부여했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소미를 구출할 수 있다. 시스템을 해제하고, 문을 열고, 비행기를 호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자신이 여노예가 된다면? 이 완벽한 통제 시스템 속에서, 이 극단적인 권력 관계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느낄까? 전생의 남성적 자아는 이 생각에 혐오감을 느꼈지만, 현재의 여성적 자아는 어떤 기대감에 떨고 있었다. 그것은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자신의 이중성을 시험해보고 싶은 욕망이었다.

“소미야.” 막우가 갑자기 말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너와 같은 처지가 된다면, 너는 나를 계속 도와줄 거야?”

소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너는 아직 장치도 없——”

“만약에 말이야.”

소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도울 거야.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서로 도와야 하니까.”

막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상냥하면서도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손목 팔찌를 살짝 조작했다. 순간, 주변의 모든 전자 장치가 잠시 멈췄다. 감시 카메라의 전원이 꺼졌다. 보안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그 10초 동안, 미러 아일랜드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막우는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신상 정보에 가상의 레이어를 추가했다. 귀빈 데이터베이스에서 그녀의 이름은 지워지고, 대신 여노예 명단에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었다. 물론 진짜 권한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녀는 이중의 정체를 가지게 된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소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무것도.” 막우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냥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어.”

그녀는 소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가웠지만, 막우는 그 속에서 생명의 온기를 느꼈다. “이제 나를 숙소로 데려가 줘. 너처럼 장치를 찰 준비를 해야 하니까.”

소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 미친 거 아니야? 아까 내가 한 말 들었잖아.”

“들었어.” 막우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선택했어.”

그녀는 소미를 이끌고 창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긴 머리를 흩뜨렸다. 저 멀리 바다 위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막우의 마음은 그보다 더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지옥을 직접 체험하기로 결심했다. 연구자의 호기심, 전생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욕망이 뒤섞여 그녀를 이 선택으로 이끌었다.

소미가 불안한 눈빛으로 막우를 바라보았다. “진짜 괜찮은 거야?”

“응.” 막우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은 소미에게 한 말인지, 자신에게 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그들은 좁은 길을 따라 여노예 숙소로 걸어갔다. 막우의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중 정체의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가상 신분

막우는 연구실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개인 단말기 앞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맴돌다가,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화면에는 '가상 신분 생성'이라는 빨간 글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우노."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새로운 이름이었다. 권력을 포기한 채, 오직 복종만을 허락받을 존재. 막우는 시스템에 접속해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가상의 신분을 만들어냈다. 신상 정보는 철저히 조작되었고, 외형 데이터는 거의 그녀 자신과 동일하게 설정했다.

잠시 후, 그녀는 연구실 한쪽에 마련된 장비실로 걸어갔다. 거울 앞에 서서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목걸이 안쪽에는 미세한 회로가 박혀 있었고, 한 번 채우면 관리자의 명령 없이는 절대 풀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걸... 내가 직접 하는 거야."

막우의 손이 약간 떨렸다. 그녀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눌렀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밀착되자, 전기가 흐르는 듯한 미세한 감각이 목을 타고 흘렀다. 그 순간, 그녀는 속박의 씨앗이 몸속에 심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은 정조대였다. 더 무겁고, 더 복잡한 장치였다. 막우는 이를 허리에 채우는 동안 손이 더 심하게 떨렸다. 장치가 제대로 잠기자, 그녀는 알 수 없는 안도감과 함께 공포를 느꼈다. 이제 그녀는 통제당하는 존재가 되었다.

막우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그녀는 권력을 가진 과학자였으나, 동시에 이 장치들에 의해 얽매인 여노예였다. 이 모순된 정체성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깊은 곳에서는 어떤 기대가 꿈틀거렸다.

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는 어둑했다. 전생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남성의 몸으로 태어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쪽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여성의 몸으로 환생한 후, 그는 권력을 가졌지만, 왠지 모르게 지배당하고 싶은 욕망이 꼬리를 물었다.

"야, 너."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막우는 몸을 움찔했다. 돌아보니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 소미였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소미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낡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목에는 막우와 같은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방금 왔어요."

막우는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소미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어디에서 왔어?"

소미가 물었다.

"북쪽에서요."

막우는 미리 준비해 둔 거짓말을 꺼냈다. 소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따라와. 여노예 숙소로 안내해 줄게."

소미는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막우는 그 뒤를 따르며, 자신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목걸이가 목을 조이는 듯한 압박감을 주었고, 정조대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게를 실었다.

"여기야."

소미가 문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손짓으로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막우는 숙소 안으로 발을 들였다. 좁은 방에는 침대 몇 개가 빽빽하게 놓여 있었고, 벽에는 다섯 개의 사물함이 달려 있었다. 공기는 퀴퀴했고, 습기가 찼다.

"네 자리는 저기야."

소미가 구석의 침대를 가리켰다. 막우는 그곳으로 걸어가 앉았다. 침대는 딱딱했지만,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음미하듯 느꼈다.

"이곳에서는 규칙이 있어."

소미가 그녀 옆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첫째, 항상 말을 조심해. 감시자들이 듣고 있어. 둘째, 순찰을 피하는 법을 알아야 해. 특히 밤에는 순찰이 자주 돌아다니니까."

막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죠?"

"눈을 내리깔고, 서 있지. 명령을 받으면 무조건 따라야 해. 저항하면 장치가 작동해."

소미가 말하면서 자신의 목걸이를 만졌다. 막우도 모르게 손이 허리의 정조대로 갔다. 장치의 존재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시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 줄게."

소미는 막우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동작과 대응법을 가르쳐 주었다. "고개 숙여", "무릎 꿇어", "가만히 있어". 그 명령들은 간단했지만, 복종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막우는 그 동작들을 따라 하면서, 전율이 몸을 타고 흘렀다.

시간이 흐르자, 관리자가 들어왔다. 그는 할당표를 들고 있었다.

"신참들은 초급 여노예 훈련에 배정된다."

관리자가 막우와 몇몇 새로운 여성들을 지목했다. 막우는 깜짝 놀랐지만, 빠르게 표정을 감추었다. 그녀는 자신의 진짜 신분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정체가 들통나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이었다.

소미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속삭였다.

"긴장하지 마. 초급 훈련은 그렇게 힘들지 않아. 하지만, 절대 순종하지 않으면, 장치가 가차 없을 거야."

막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훈련장으로 끌려가면서, 발걸음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떨림은 두려움만이 아니었다. 흥분이 섞여 있었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다른 신참들과 함께 서게 되었다. 관리자가 명령을 내렸다.

"무릎 꿇어."

막우는 즉시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바닥의 감촉이 무릎을 통해 전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고개 숙여."

그녀는 머리를 숙였다. 목걸이가 조금 더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시야는 바닥만을 비추었다. 이 자세는 겸손과 복종의 상징이었다. 막우는 그 속에서 어떤 안도감을 느꼈다.

훈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엄격해졌다. 정해진 자세를 유지해야 했고, 명령에 지체 없이 반응해야 했다. 실수할 때마다 약한 전기 충격이 가해졌다. 목걸이가 발진하면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몸을 관통했다.

첫 번째 충격이 왔을 때, 막우는 비명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가 되자, 그녀는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고통 속에서도 어떤 묘한 쾌감이 스며들었다.

"일어서."

관리자의 명령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녀는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훈련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막우는 침대 위에 쓰러졌다. 그녀의 몸은 아팠지만, 정신은 이상할 정도로 맑았다. 소미가 그녀에게 다가와 물을 건넸다.

"첫날 치고는 잘 버텼어."

막우는 물을 받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목은 말라 있었다.

"고마워요, 소미 씨."

"소미라고 불러. 여기서는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소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밤이 깊어지자, 숙소는 조용해졌다. 다른 여성들은 모두 잠들었다. 막우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목걸이의 차가운 감촉과 정조대의 무게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목걸이를 만졌다. 금속은 차가웠고, 그 안에 숨겨진 전력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전생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의 그는 부와 권력을 누렸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삶. 그러나 그 삶은 텅 빈 것이었다. 무언가 결핍된 느낌이 항상 따라다녔다. 환생 후,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면서, 그는 그 결핍의 원인을 깨달았다. 지배당하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은 이성으로는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이 속박이 주는 안도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나, 오직 복종만 하면 되는 삶. 그 단순함이 오히려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내일도 같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 많은 고통과 복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걸 기다렸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뜨거웠다. 그녀는 이제 선택한 길을 걸을 것이다. 이성은 반대했지만, 욕망은 이미 승리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우노야.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여노예."

그 말을 입 밖에 내자, 모든 것이 확정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 꿈속에서도, 목걸이의 압박감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노예 생활의 첫 경험

훈련장은 습하고 어두웠다. 벽에 걸린 쇠사슬이 흔들리며 쨍그렁 소리를 냈다. 막우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세 명의 명사가 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냉소적이고 탐욕스러웠다.

“입을 열어라.”

첫 번째 명사가 명령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막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이 스쳤다. 전생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 순간이었다.

그가 다가왔다. 막우의 턱을 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목이 아팠지만, 그녀는 참았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스쳤다. 그리고 그가 혀를 밀어 넣었다. 막우는 눈을 감았다. 끈적한 촉감과 함께 비릿한 맛이 혀끝에 퍼졌다.

“더 깊게.”

두 번째 명사가 옆에서 말했다. 그의 손이 막우의 머리 뒤통수를 눌렀다.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었다. 입 안이 가득 찼다. 그녀는 자신의 손이 바닥을 긁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이 그녀를 자극했다.

마침내 그는 물러났다. 막우는 기침을 하며 침을 삼켰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다음 게임이다.”

세 번째 명사가 말했다. 그는 긴 테이블을 가리켰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개의 유리병과 채찍이 놓여 있었다. “여노예 게임. 각자 상대를 선택한다.”

막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노예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중 옥평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계산적이었다.

“너. 나와 함께 하자.”

옥평이 막우를 가리켰다. 막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옥평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굴욕과 쾌락이 뒤섞여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옥평이 막우의 손목을 잡고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그는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그 속에는 붉은 액체가 들어 있었다. 그는 그 액체를 막우의 손등에 부었다. 차갑고 끈적한 느낌이 그녀의 피부를 타고 흘렀다.

“이제 네 차례다.”

옥평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은밀한 위협이 숨어 있었다. 막우는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스쳤다. 그런 다음 그녀는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의 목덜미가 드러났다. 그녀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내쉬었다. 그의 피부가 떨렸다.

명사들이 박수를 쳤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채웠다. 막우는 속으로 웃었다. 그녀는 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이성은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이건 위험한 놀음이었다.

갑자기 한 명사가 다가왔다. 그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했으며, 눈빛에 날카로운 빛이 있었다. “이 여자는 마음에 든다. 내가 데려가겠다.”

막우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다른 명사들과 달랐다. 그에게는 어떤 권력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권한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

“나... 주인님?”

막우는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는 너를 데려갈 것이다. 섬 밖으로. 내 개인 노예로.”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막우는 떨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속을 알 수 없었다. 그가 진짜로 그녀를 원하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훈련이 끝난 후, 막우는 숙소로 돌아갔다. 그녀는 조용히 손목에 찬 시계를 만졌다. 그 시계는 그녀의 은밀한 권한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몇 가지 코드를 입력했다. 섬의 보안 시스템이 그녀의 명령을 기다렸다.

며칠 후, 그 권력자가 다시 나타났다. 그는 막우를 개인 방으로 데려갔다. 그 방은 화려하고 우아했다. 하지만 막우는 그것이 덫임을 알았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옷깃을 풀었다.

“너는 나의 것이다.”

그가 속삭였다. 막우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그런 다음 그녀는 시계를 터치했다. 시스템이 작동했다. 갑자기 방 안의 불이 꺼졌다.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야?”

그가 당황하며 외쳤다. 막우는 재빨리 몸을 빼내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명령했다. “보안 요원, 이 방을 폐쇄하라.”

곧이어 여러 명의 무장한 남자들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 권력자는 저항했지만, 곧 제압되었다. 막우는 그가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그날 밤, 막우는 자신의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가락 사이로 아직도 붉은 액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그녀의 입 안에는 아직도 그 비릿한 맛이 남아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녀는 여전히 이 섬에 머물러 있었다. 여전히 노예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직 이 게임을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진짜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여노예 신분을 취소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녀는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섬 밖의 세상은 넓고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까지, 그녀는 노예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진짜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막우의 이중 정체였다.

여노예 체험

막우는 눈을 떴다. 천장에 새겨진 은은한 문양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젯밤의 기억이 파편처럼 스쳐 지나갔다. 소미의 조용한 목소리, 옥평의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전자 팔찌.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식별 도구가 아니었다.

아침 점호가 울렸다. 막우는 몸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방 안의 다른 여성들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줄을 서 있었다. 그녀는 무심하게 옷을 정리하며 합류했다.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복도는 어제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공기가 더 차갑고 팽팽했다.

초급 여노예 반은 본관 3층에 위치해 있었다. 넓은 홀에는 여러 대의 훈련 기구와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벽면에는 등급별 기준표가 붙어 있었다. 막우는 눈으로 그 내용을 훑었다. 초급반은 하녀 훈련이 주를 이루고, 중급반부터는 성노예 서비스가 포함되며, 상급반은 완전한 복종과 전문 기술이 요구된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계층이 어디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훈련관은 시몬이라는 이름의 여자였다. 나이는 서른 중반으로 보였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군인처럼 정확했다. 그녀는 막우를 비롯한 신입 다섯 명을 앞으로 세웠다.

"오늘부터 너희는 초급 훈련을 시작한다. 기본 규칙이다. 첫째, 모든 명령에 즉시 복종한다. 둘째, 태도로 평가받는다. 셋째, 점수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

시몬은 손에 든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각 훈련마다 점수가 부여된다. 점수가 기준에 미달하면 재훈련, 그리고 강등이다. 반대로 상위 10%는 중급반으로 승격할 기회를 얻는다."

눈치를 보며 서 있던 소미가 작게 속삭였다. "처음에는 다들 힘들어해. 하지만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야."

막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렴풋한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전생의 남성으로서의 기억, 그리고 이생의 여성 과학자로서의 자존심. 그 두 가지가 충돌하며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첫 번째 훈련은 서빙 기술이었다. 막우는 정해진 자세로 쟁반을 들고 걸어야 했다. 시몬은 그녀의 어깨를 짚으며 자세를 교정했다.

"허리를 더 펴. 시선은 정면. 움직임은 부드럽게."

막우는 그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놀랍게도 그녀의 몸은 금세 익숙해졌다. 쟁반 위의 잔이 흔들리지 않았고, 걸음걸이는 우아했다. 시몬의 눈에 잠시 놀라움이 스쳤다.

"훌륭하다. 너는 전에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느냐?"

"아닙니다."

막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상한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통제받는 것,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왠지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훈련생들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막우는 소미와 함께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았다. 간단한 밥과 국, 반찬 두 가지. 하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첫날인데 잘하고 있어."

소미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신뢰가 담겨 있었다.

"고마워."

막우는 숟가락을 들어 밥을 떴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뒤돌아보니 젊은 남성 조교사 훈련생이 서 있었다. 그는 제복을 입고 있었고, 명찰에는 '이준호'라고 적혀 있었다.

"너, 이름이 뭐야?"

"막우입니다."

"아까 훈련하는 거 봤어. 동작이 아주 정확하더라. 관심 있어서 왔어."

막우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관심 이상의 것이었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소미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조교사 훈련생들은 항상 신입에게 관심을 보여. 특히 예쁘고 능력 있는 애들에게. 조심해."

"왜?"

"그들은 너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고, 때로는 이용하려 들어. 여기선 아무도 순수하지 않아."

그 말이 막우의 가슴에 작은 가시처럼 박혔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평가당하고, 이용당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가 내심 원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그 생각을 재빨리 떨쳐 버렸다.

오후 훈련은 더 강도가 높았다. 무릎 꿇고 인사하는 법, 시선 처리법, 그리고 간단한 마사지 기술까지. 막우는 모든 동작을 빠르게 익혔다. 그녀의 몸은 마치 이 훈련을 위해 태어난 듯 움직였다.

시몬은 점점 더 놀라는 표정이었다. "막우, 너는 반에서 최고 점수를 받고 있어. 계속 이렇게 하면 중급반 승격도 가능할 거야."

그 말에 다른 훈련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눈빛. 막우는 그 시선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점점 이곳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곳을 즐기고 있었다.

훈련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 막우는 복도 벽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고르며 각자의 사물함을 살폈다. 창문 너머로 중급반 여노예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더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걸음걸이에도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더욱 공허하고, 더욱 길들여져 있었다.

"뭐 생각해?"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막우는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옥평이 서 있었다. 그녀는 막우에게 다가와 함께 창밖을 바라봤다.

"중급반 애들 멋져 보여?"

"글쎄..."

"사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이 통제받아. 더 많은 규칙, 더 많은 의무, 더 많은 고통. 하지만 그들은 그걸 선택했어. 자신의 의지로."

옥평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막우는 그녀를 바라봤다. 옥평의 눈에는 무언가 깊은 것이 숨어 있었다.

"너도 그걸 원해?"

막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은 이미 대답이었다. 옥평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조심해, 막우. 여기서 너무 잘 적응하면, 너는 진짜 여노예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그 말은 막우의 마음을 찔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여노예가 된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자유로부터의 도피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종하는 삶. 그녀의 이성은 그것이 비참한 것임을 알았지만, 그녀의 감정은 그 반대를 말하고 있었다.

그날 밤, 막우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녀의 몸은 훈련으로 지쳐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 훈련을 즐기는 걸까? 왜 이 통제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걸까?'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의 이중 정체,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이 서서히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막우는 더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우아하고 고귀한 AI 과학자 막우. 하지만 그 눈빛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그 안에는 복종과 순종을 갈망하는 또 다른 막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오늘의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훈련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복도를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길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길 위에 서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중 생활

훈련이 끝난 후, 막우는 학자로서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논문을 검토하며, 평소처럼 냉철하고 통제된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허벅지 사이를 스치는 감촉이 신경을 거슬렸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은 채로 침착함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나 며칠 후, 그녀는 성인용 장난감 가게의 온라인 카탈로그를 뒤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일 뿐이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단순한 해부학적 모델이라고. 하지만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녀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며칠 후 배송된 작은 상자는 그녀의 사무실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졌다. 밤이 되자, 막우는 방문을 잠그고 조심스럽게 그 내용물을 꺼냈다. 매끄러운 실리콘 표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곡선, 그리고 전지로 작동하는 진동 모터. 그녀는 그것을 손에 쥐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성은 경고했다. 위험한 도박이라고. 그러나 욕망은 이미 그녀의 손목을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샤워할 때만 사용했다. 따뜻한 물줄기 아래서, 그녀는 벽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장치가 전해주는 자극은 그녀의 몸을 떨게 했고, 마침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그녀는 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인공 음경이 달린 고무 팬티. 제품 설명에는 ‘핸즈프리 디자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막우는 그것을 착용하고 거울 앞에 섰다.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속옷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부의 돌출된 부분이 몸에 밀착되자,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팬티의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리며, 벗어야 한다는 생각과 계속 입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다. 결국 그녀는 그대로 옷을 입었다.

강연장에 도착했을 때, 막우는 평소처럼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다. 청중 앞에서 그녀는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손짓은 정확했다. 하지만 그녀는 앉아 있을 때마다 쿠션에 전해지는 미세한 압력을 느꼈다. 고무 팬티가 몸을 감싸고, 인공 음경이 천천히 마찰을 일으켰다. 그녀는 단단히 다리를 모은 채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질문에 답했다. 누구도 그녀의 팬티 속에서 장치가 진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업무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실 동료들과 회의할 때, 그녀는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며 데이터를 분석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몇 번의 회의에서 그녀는 갑자기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거울 속의 자신은 붉게 물든 얼굴과 흐트러진 숨결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팬티를 내리고 장치를 꺼내려 했지만, 손이 떨려서 쉽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다시 입고 자리로 돌아왔다.

수영장에서도 그녀는 벗지 않았다. 아침 수영을 하면서, 그녀는 물속에서 팬티가 밀착하는 감각을 느꼈다. 물의 저항이 오히려 자극을 증폭시켰다. 그녀는 수영장 바닥을 발로 차며, 몸이 반응하는 것을 참느라 고군분투했다. 다른 수영객들은 그녀의 우아한 자세에 감탄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일그러져 있었다.

막우는 점차 의존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팬티를 입지 않은 날은 불안하고 텅 빈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장치를 벗어버리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다시 착용하고 말았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이건 통제할 수 없어.”

그녀의 손은 다시 팬티 가장자리로 내려갔다.

그런 어느 날, 동료이자 친구인 지아가 저택 연회에 초대장을 보냈다. “특별한 파티야. 꼭 와.” 지아는 신경과학계의 유명 인사로, 종종 호화로운 모임을 열었다. 막우는 거절할 핑계를 찾으려 했지만, 지아의 집요한 권유에 마지못해 수락했다. 그녀는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옷을 골랐다. 검은색 드레스, 긴 장갑, 그리고 그 아래에는 물론 그 팬티를 입었다.

저택에 도착했을 때, 막우는 화려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장식에 놀랐다. 손님들은 모두 우아한 복장을 하고, 샴페인 잔을 들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연회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우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 소리, 손님들 사이에 오가는 수상한 농담,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아의 눈빛. 그 눈빛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지아가 막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자, 진짜 재미있는 구경을 보여줄게.” 그녀는 막우를 지하실로 안내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졌고, 어디선가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자, 막우는 숨을 삼켰다.

넓은 지하실은 노예 농장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케이지 안에 반쯤 벗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의 목과 발목에는 전자 목걸이와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훈련사들은 채찍과 전극봉을 들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어떤 노예는 바닥에 엎드려 훈련사의 발을 핥고 있었고, 어떤 노예는 벽에 매달려 몸을 떨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땀과 피, 그리고 성적 분비물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막우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몸이 얼어붙었다. 그녀의 뇌는 도망쳐야 한다고 외쳤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팬티 안에서 장치가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녀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장치의 센서가 반응한 것 같았다. 그녀는 숨을 참으며,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버텼다.

앞에서 한 훈련사가 노예를 무릎 꿇리고 채찍을 휘둘렀다. 노예는 비명을 질렀지만, 훈련사는 멈추지 않았다. 막우는 그 광경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잔혹함에 대한 혐오와 동시에, 깊은 곳에서 어떤 전율이 올라왔다. 그녀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팬티 속의 장치가 진동을 강화했고, 그녀의 몸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괜찮니?” 지아가 옆에서 물었다. “얼굴이 빨개졌어.”

막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은 드레스 자락을 꽉 쥐고 있었고, 다리는 떨리고 있었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연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더운가 보다.” 지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님, 다른 이유가?”

순간, 장치가 마지막 진동을 전했다. 막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뺨은 불타올랐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녀는 지아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좀 쉬어야겠어.” 그녀가 간신히 말했다.

“물론.” 지아가 손을 내밀었다. “내가 안내할게. 하지만… 다음에 또 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해.”

막우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뒤에서 지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저택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운전대를 잡은 손이 떨렸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여전히 붉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좌석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

“이게… 내가 원한 거였나?” 그녀가 중얼거렸다.

차 안은 고요했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대답하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 눈물은 혐오인지, 욕망인지, 아니면 그 모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차를 몰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농장 경험

막우는 연회장 한쪽에서 화려한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고급스러운 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성공담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샴페인 잔을 살짝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권력, 지위, 그리고 그녀를 우러러보는 시선들.

그때였다. 한 여노예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얼굴에는 공포와 경외심이 섞여 있었다.

“주인님, 저… 저기…”

막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여노예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였지만, 눈빛에는 깊은 피로가 어려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막우의 손목을 잡았다.

“주인님, 저도 예전에는… 저 같은 몰골이 아니었어요. 저를 도와주세요. 제발…”

막우의 몸이 굳어졌다. 그 여노예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녀의 소매를 적셨다. 순간, 막우의 머릿속에 훈련장의 장면이 스쳤다. 채찍 소리, 신음, 그리고 자신이 명령을 내리던 그 순간들. 그녀는 손을 빼내며 한 걸음 물러섰다.

“너, 실수한 거 아니야? 나는 주인이 아니야. 나는 손님이야.”

하지만 여노예는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 저는 알아요. 주인님의 눈빛이… 저와 같아요.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그런 눈을 가질 수 있어요.”

막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말은 그녀의 내면을 정확히 찔렀다. 전생의 기억, 그리고 이생에서의 갈등. 그녀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이 장면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만 해. 넌 착각하고 있어.” 막우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등을 돌렸다. 그녀는 가능한 한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발걸음은 급해졌고, 드레스 자락은 바람을 가르며 휘날렸다.

연회장 구석, 큰 돌기둥 뒤에 숨은 막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어 섰다. 손에 쥔 잔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훈련장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채찍이 허공을 가르고, 나체의 여성들이 벽에 묶여 신음을 토해냈다. 그녀는 그들을 훈련시키며 음욕을 충족시켰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 자리에 서는 상상을 하곤 했다. 지배당하고, 굴복하고, 모든 통제를 포기하는 그 순간. 그것이 그녀를 흥분시키면서도 두렵게 만들었다.

“막우?”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불러왔다. 친구 우한이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얼굴이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인다.”

막우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냥 잠깐 머리가 어지러웠어. 많이 마셨나 봐.”

우한은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운 일인가? 걱정 마, 나는 묻지 않을게.”

그의 말투에는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막우는 그런 그의 배려가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괴로웠다. 우한은 친구로서 진심으로 챙겨주지만,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고개를 숙여 잔을 들여다보았다.

“고마워, 우한. 내일 다시 보자.”

우한은 가볍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막우는 혼자 남아 벽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바닥은 차가웠지만, 그녀의 내면은 뜨거웠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때렸다. 정신 차려, 막우. 넌 지금 권력을 가졌어. 그런 환상에 빠지면 안 돼.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가슴은 뛰고, 다리는 떨렸다.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를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

연회가 끝나갈 무렵, 우한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의 옆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막우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여성은 자신과 너무나 닮았다. 눈매, 입술, 체형까지.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다.

“막우, 네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 보여서. 이 아이를 선물로 준비했어. 이름은 옥평이야.”

옥평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에는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 막우는 당황하여 손을 흔들었다.

“이건 너무 과해, 우한. 나는 필요 없어.”

하지만 우한은 단호했다. “받아 줘. 내 마음이야.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이곳의 규칙은 선물을 거절하지 않는 거야.”

막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규칙은 진실이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옥평을 바라보았다. 옥평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알겠어. 고마워, 우한.”

우한은 기쁘게 웃으며 그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막우와 옥평은 연회장의 마지막 불빛 아래에 서 있었다. 막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옥평을 향해 말했다.

“내일부터 내 연구소로 와. 나는 네게 특별한 훈련을 시킬 거야.”

옥평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주인님의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막우는 그녀의 말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별이 총총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의 농장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사실에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느꼈다.

평노(萍奴)의 간파

돌아오는 길은 고요했다. 막우는 앞서 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가벼운 옷자락이 나풀거렸고, 발밑의 자갈길이 바스락거렸다. 그 뒤를 조용히 따르던 옥평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는 평노라고 합니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막우의 귀에는 쨍하게 박혔다. 막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듣고 싶지 않아.”

“그래도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주인님께서 저를 어떻게 부르실지 알고 싶었습니다.”

“네 맘대로 불러.”

“그럼 저는 주인님께 ‘평노’라고 불러 주십사 청하겠습니다.”

막우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눈빛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옥평은 꿈쩍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입 다물어.”

“주인님께서는 이미 아시는군요.”

옥평은 살짝 고개를 들며 막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두려움도, 도전도 없었다. 오히려 어떤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주인님께서는 여노예가 되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제 눈에는 보입니다.”

막우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랐지만, 동시에 그 말이 정확히 급소를 찔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감히!”

막우는 손을 들어 옥평의 뺨을 때렸다. 따끔한 소리가 났고, 옥평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옥평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주인님께서 화내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것 또한 저의 도리입니다.”

“닥쳐! 한마디만 더 하면 네 혀를 뽑아 버리겠다.”

막우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었다. 옥평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여노예가 되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그 말은 그녀가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던 부분을 정확히 찔렀다.

저택에 도착했을 때, 막우는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옥평은 뒤따라 들어가려다 문턱에서 멈췄다. 막우는 서랍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모든 성인용 장난감을 꺼냈다. 채찍, 수갑, 재갈, 여러 가지 도구들. 그녀는 그것들을 한아름 안고 마당으로 나가 쓰레기통에 쏟아부었다.

평노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무 말 없이, 다만 눈빛에 무언가 스미는 듯했다.

저녁이 되었다. 평노는 저녁상을 들고 막우의 방으로 들어왔다. 상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정성스럽게 배열했다. 그 모든 동작이 공손하고 정확했다.

“주인님, 진지를 드십시오.”

막우는 상을 바라보았다. 음식은 정갈하고 맛있어 보였다. 그러나 입맛이 당기지 않았다. 무엇인가 허전했다. 분명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고, 평노는 자신에게 충성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공허한가.

“물러서.”

“네, 주인님.”

평노는 조용히 물러났다. 문이 닫히고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막우는 숟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어느 때보다 절정감이 사라져 있었다. 욕망은 여전히 가슴속에서 꿈틀거렸지만, 그것을 채워줄 무엇인가가 없었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평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뜻밖의 발견

우한이 보낸 택배 상자가 도착한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막우는 실험실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한의 메시지에는 '훈련 보조 도구'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녀는 그게 무엇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또 저런 것들이군."

그녀는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자신은 평범한 훈련 따위에 관심이 없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실험 데이터를 정리하던 중 그녀의 시선은 자꾸만 그 상자로 향했다.

호기심에 이끌려 그녀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여러 권의 책과 몇 가지 장치들이 들어 있었다. 책들 중 하나는 손으로 그린 삽화가 가득한 것이었다. 막우는 책을 펼쳐 들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 정교하게 그려진 해부도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페이지에는 다양한 자세와 기술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책을 덮으려 했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몰랐다. 막우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탐독하며 삽화의 세부 사항까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자극이 가장 강렬한 쾌락을 주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담겨 있었다. 과학자로서의 그녀의 호기심이 자극을 받았다.

"이런... 이런 방법이..."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책에는 이곳의 평노들이 받는 훈련의 전 과정이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훈련용 장치'라고 적힌 삽화에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 그것은 착용자의 신체 반응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정교한 기계였다.

막우는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상자 안에 있던 장치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에 은은한 광택이 나는 그것은 몸에 착용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냥... 테스트일 뿐이야. 과학적 실험이라고 생각하자."

그녀는 스스로에게 합리화했다. 손은 이미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있었다. 장치를 몸에 착용하자, 그것은 즉시 그녀의 체온과 맥박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한 진동만이 느껴졌다. 막우는 숨을 참았다. 장치가 그녀의 신체 반응을 읽어내며 점차 강도를 높여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테이블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

"아... 윽..."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의 몸이 움찔 떨렸다. 과학자로서의 이성은 이 모든 것이 단순한 기계적 자극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점점 더 격렬해지는 쾌락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 하아..."

숨이 가빠졌다. 눈앞이 아른거렸다. 그녀는 책상 위에 엎드려 숨을 헐떡였다.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모든 이성은 사라지고 오직 쾌락만이 남았다.

그 순간이었다.

"실례합니다, 막우 님."

문가에 선 평노의 목소리에 막우는 화들짝 놀랐다. 그녀의 몸이 굳어졌다. 얼굴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질렸다가 이내 새빨개졌다.

"아... 너... 너 언제..."

막우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장치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고, 그녀의 몸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평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놀라움이나 비난이 아닌, 어떤 이해가 담겨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그 시선이 막우의 부끄러움을 더 자극했다.

"나... 이건... 훈련 도구의 성능을..."

막우는 변명을 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자꾸만 갈라졌다. 평노는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괜찮습니다."

평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그 책들을 보면... 누구라도 호기심이 생기게 되어 있어요."

막우는 그 말에 얼굴이 더욱 뜨거워졌다. 평노는 그녀의 몸에 붙은 장치를 조심스럽게 분리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똑같은 길을 걸어왔으니까."

그 말에 막우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평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흐느꼈다. 과학자로서의 자존심, 전생의 기억,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평노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이런 감정은 당연한 거예요. 저도,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 처음엔 그랬어요. 하지만... 이제 그걸 받아들일 시간이에요, 막우 님."

막우는 고개를 들었다. 평노의 눈동자에는 비난 대신 연민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막우는 깨달았다. 이곳에서 진정한 싸움은 외부의 적이 아닌, 자신의 내면과의 싸움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