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 타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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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봉 위에 서서 차가운 바람이 소매를 스치고 지나갔다. 진묵은 손에 든 청풍검을 바라보며 칼날에 비친 달빛이 은은하게 번져갔다. 단 한 번의 검기. 허공을 가르는 푸른 빛. 그는 소매를 휘날리며 검을 거두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자 가슴속에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일렁였다. 내일이면, 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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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의 맹세

검봉 위에 서서 차가운 바람이 소매를 스치고 지나갔다. 진묵은 손에 든 청풍검을 바라보며 칼날에 비친 달빛이 은은하게 번져갔다.

단 한 번의 검기. 허공을 가르는 푸른 빛.

그는 소매를 휘날리며 검을 거두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자 가슴속에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일렁였다.

내일이면, 드디어 그녀를 내 품에 안을 수 있다.

어렸을 적, 천검종의 산문에서 함께 수련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초가을 어느 날, 그녀가 "묵 오빠" 하고 부르며 조심스레 다가오던 모습,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카락, 입가의 수줍은 미소. 그때부터 진묵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자리 잡았다.

소완청.

그 이름을 떠올리면 심장이 뜨거워지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이 여인을 지키리라 다짐했다. 목숨을 걸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발소리가 들렸다.

진묵이 뒤돌아보니 소완청이 술병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흰 치마자락이 밤바람에 나풀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달빛 아래 더욱 창백해 보였고, 눈동자는 바닥을 떠돌며 그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았다.

"묵 오빠, 검술 수련하느라 고생했지? 내가 영약주를 좀 가져왔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간 떨리고 있었다. 진묵은 그것이 단순한 긴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식 전날, 누구라도 설레고 불안하기 마련이니까.

"미안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 줄 필요 없는데."

진묵이 술잔을 받아 들었다. 투명한 액체가 달빛을 받아 빛났다. 그는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하면서도 약간 쌉쌀한 맛이 혀끝을 스쳤다.

소완청은 손가락을 비틀며 자꾸만 산 아래 방향을 힐끗거렸다. 진묵이 무언가를 느꼈는지 그녀의 턱을 살짝 집어 올렸다.

"완청, 무슨 일 있어?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소완청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그냥... 결혼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나 봐."

그 말에 진묵의 가슴이 약간 저렸지만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걱정 마. 이 결혼은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너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나는 평생 너를 지킬 테니까."

소완청의 얼굴에 모호한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기쁨과는 거리가 먼, 어쩌면 비웃음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진묵은 알아채지 못했다.

밤이 깊어 갔다.

진묵은 침실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췄다. 그는 눈을 감고 내일의 결혼식을 상상했다. 기쁨에 찬 웃음, 그녀의 순백색 옷자락, 신랑과 신부의 입맞춤...

그 순간, 가까운 문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아주 가볍고 조심스러운 발걸음.

진묵은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보았다. 달빛 아래 흰 그림자가 뒷산을 향해 사라지고 있었다.

소완청이었다.

그녀가 이런 시각에 어디로 가는 거지? 그것도 그녀가 가서는 안 되는 금지 구역으로.

진묵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는 재빨리 옷을 차려입고 몰래 그녀의 뒤를 따랐다.

뒷산 길은 구불구불했고, 주변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진묵은 검술 수련으로 단련된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림자처럼 소완청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그녀는 몇 번을 뒤돌아보며 경계했지만, 진묵의 솜씨는 그녀의 눈을 피할 정도였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자 달빛이 더욱 맑아졌다. 거기에는 폐허가 된 암자가 있었다. 무성한 잡초에 덮인 폐사.

소완청은 암자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표정으로 어둠 속을 응시했다.

그 순간, 암자 안에서 낮고 음탕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완청, 기다리게 했구나."

그 목소리. 진묵은 그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적련마군.

천검종의 최대 숙적. 그가 왜 이곳에? 그리고 소완청과 무슨 관계인 거지?

진묵의 가슴속에서 분노와 충격이 폭발할 듯했다. 그러나 그는 참았다. 좀 더 지켜봐야 했다. 좀 더 진실을 알아야 했다.

소완청이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머리를 숙였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이상한 달콤함을 포함하고 있었다.

"소인은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의 명령대로 왔습니다."

적련마군이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왔다. 붉은 장포가 달빛 아래 핏빛처럼 타올랐다. 그의 얼굴은 잔혹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 좋아. 정말로 순종적인 년이구나. 내일 결혼식 전에 이런 밀회를 즐기다니, 참으로 간 큰 계집이로구나."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소인은 기꺼이..."

소완청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녀는 떨면서도 일어나 적련마군의 품에 안겼다.

진묵은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온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손에 쥔 청풍검이 덜덜 떨렸다.

그 여자가, 자신의 약혼녀가, 자신과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마도에 몸을 바치고 있다.

"너, 너희들..."

진묵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분노와 배신감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의 손이 검자루를 움켜쥐었다. 고통과 증오로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그가 칼을 뽑기도 전에, 소완청이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더 이상의 부끄러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오직 차가운 조소만이 담겨 있었다.

"묵 오빠, 너는 정말 순진하구나."

진묵의 심장이 산산조각 났다.

금지구역의 비밀

진묵은 밤의 장막을 뚫고 금지구역 깊숙이 들어섰다. 손에 쥔 검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보다 더 차가웠다. 소완청이 며칠째 이상한 행동을 보였고, 오늘 밤 은밀하게 금지구역으로 향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그는 모든 의심을 확인하고자 했다.

금지구역의 깊은 곳, 고목과 덩굴이 뒤엉킨 폐허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진묵은 숨을 죽이고 다가갔다. 불빛 속에는 두 그림자가 겹쳐져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소완청이었다. 그의 약혼녀, 청순고결하기로 소문난 천검종의 여제자 소완청이었다. 그녀는 지금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남자는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은 반쯤 가려졌지만, 주변에 감도는 음산한 마기가 그가 마도 사람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적련마군..."

진묵은 간신히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마도의 거물, 최근 천검종 주변을 맴돌던 바로 그 마물이었다.

"아직도 저항할 힘이 있네."

적련마군의 목소리는 낮고 위험했다. 그의 손가락이 소완청의 뺨을 스치자,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군님... 제발..."

소완청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거부하는 듯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갈망이 섞여 있었다.

"제발? 뭘 제발 달라는 거지?"

적련마군이 웃었다. 그 웃음은 음탕하고 잔혹했다. 그의 손이 소완청의 옷자락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몸이 긴장했다 이완되었다.

"너는 이미 나의 것이야. 네 몸도, 네 영혼도 모두."

그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소완청의 몸이 떨렸다.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이 새어 나왔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진묵이 알던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눈에는 고통과 함께 이상한 황홀함이 어려 있었다.

적련마군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기가 주변을 감싸고, 허공에 음란한 형상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춤추고 뒤엉키며 소완청의 몸을 감쌌다.

"네 놈이!"

진묵이 검을 뽑아 뛰쳐나갔다. 하지만 그의 검이 적련마군에게 닿기도 전에, 마기가 그를 감싸며 땅에 내동댕이쳤다.

"작은 제자 하나가 감히?"

적련마군이 손을 휘저었다. 진묵의 몸이 공중에 붙들려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눈앞에서 소완청의 타락이 계속 펼쳐졌다.

적련마군은 소완청의 턱을 잡고 강제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보아라. 네 약혼자가 보고 있다. 네가 어떤 모습인지 똑똑히 보여주어라."

소완청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지만, 적련마군의 마법에 사로잡힌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소완청! 정신 차려라!"

진묵이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듯 마는 듯했다. 그녀의 몸은 적련마군의 손길에 반응했고, 그녀의 눈은 점점 흐려졌다.

적련마군이 진묵을 향해 돌아섰다. 그의 눈에는 위협이 반짝였다.

"네가 이 사실을 단 한 사람이라도 알리면, 천검종은 오늘 밤으로 끝이다. 나는 너희 문파를 모조리 불태워 없앨 것이다. 너의 스승도, 동료들도, 모두."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이해했다면, 지금 당장 꺼져라. 그리고 잊어라. 네가 오늘 본 모든 것을."

마기가 진묵을 풀어주었다. 그는 땅에 떨어졌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소완청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적련마군의 품에 안겨 있었고,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진묵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흘렀다. 그는 몸을 돌렸다. 걸음걸이는 무거웠고, 그의 심장은 산산조각 났다.

그가 금지구역을 나올 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완청의 신음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그것은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소리였다.

진묵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그의 눈에는 증오가 타올랐다.

"기다려라... 반드시 갚아주리라."

그의 목소리는 밤바람에 묻혀 사라졌다.

결혼식의 모욕

천검종의 결혼식장은 오색 비단과 붉은 등불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수백 명의 손님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고, 모두 축하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진묵은 붉은 예복을 입고 단상 위에 서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마치 굳어진 돌처럼 생기가 없었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신부 대기실 쪽을 향했다. 소완청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심장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진 사형, 축하드립니다!"

여러 제자들이 다가와 술잔을 건넸다. 진묵은 억지로 입가를 들어 올리며, 그 웃음은 마치 가면처럼 그의 얼굴에 붙어 있었다. 그는 술잔을 받아 한 번에 들이켰다. 매운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갔지만, 가슴속의 불안을 씻어내지 못했다.

갑자기 문 밖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산문의 손님, 적련 선생이 왔습니다!"

진묵의 눈동자가 갑자기 수축되었다. 그는 적련마군의 얼굴이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오늘 그는 흰 도포를 입고 품위 있는 선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등뒤에는 여러 명의 산문 제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진 소협, 축하하러 왔소."

적련마군이 두 손을 모아 인사하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예의 바르고 적절했지만, 그 눈빛이 진묵을 스치자 알 수 없는 위협이 느껴졌다.

진묵이 차갑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는 손님들이 자리로 안내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등 뒤에 잔뜩 긴장한 근육이 천천히 풀리지 않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알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신부가 도착했습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진묵은 몸을 돌렸다. 붉은 가사를 입은 소완청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은 천으로 가려져 동작이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다가올수록 진묵의 심장은 더욱 세차게 뛰었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천검종의 장로 조무극이 주례를 맡았다. 그의 목소리는 웅장하고 장엄했지만, 진묵은 전혀 듣지 못했다. 그의 모든 신경은 곁에 있는 소완청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갑자기, 그의 눈에 무언가가 스쳤다.

소완청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 손짓은 미묘했지만 매우 익숙했다. 그것은 그녀와 적련마군 사이의 밀회 신호였다.

진묵의 피가 순간 얼어붙었다.

그는 옆을 돌아보았다. 적련마군은 여전히 온화하게 앉아 있었지만,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그가 보는 앞에서 은밀히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진묵."

소완청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했다. "오늘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지켜보고 계시는데, 나는... 한마디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진묵은 그녀가 말문을 여는 것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나, 소완청은 오늘 결혼하는데,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그녀가 붉은 천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 아래의 얼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입가에 이상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하기 전에, 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요."

청중이 갑자기 술렁였다. 진묵은 소완청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천천히 벗어나 적련마군에게 향하는 것을 보았다.

"적련 선생님... 저를 데려가 주세요."

그 소리도 채 가시기도 전에 진묵은 칼을 빼들었다.

"감히!"

날카로운 칼빛이 허공을 갈랐다. 진묵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듯한 살기로 적련마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적련마군은 그것을 오래 전에 예견한 듯, 옷소매를 가볍게 휘둘렀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진묵의 검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진 소협, 몸조심하시오."

적련마군이 일어나며 천천히 소완청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살며시 스쳤다. 소완청은 그 접촉에 온몸이 떨리며, 이내 그에게 몸을 기댔다.

"이 녹모야!"

진묵은 바닥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두 명의 산문 제자에게 어깨가 꽉 눌렸다.

"녹모?"

적련마군이 가볍게 웃었다. "그래, 나는 녹모다. 하지만 네 약혼녀가 내게 달라붙으려 한다면, 누가 더 녹모인지 알겠는가?"

그가 몸을 돌려 군중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모두 보셨습니까? 이 소완청은 본래 음란하고 타락한 여자다. 나는 그녀가 스스로 내게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뜻을 이루었다!"

"닥쳐!"

진묵이 목청껏 울부짖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청중의 웃음소리에 묻혀버렸다.

조무극이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복잡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진묵아, 이게 다 명운이다. 너도 관대하게 받아들여라."

"스승님..."

진묵은 믿기지 않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무극의 눈에서 그가 익히 봐왔던 탐욕스러운 빛을 보았다. 그것은 소완청을 바라볼 때마다 숨기려 했던 빛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았다.

소완청, 적련마군, 조무극... 그들은 이미 짜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면 소완청이 오래전에 이미 타락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는 소완청이 적련마군의 품에 안겨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고개는 돌아보지 않았다.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었다.

결혼식장은 혼란에 빠졌다. 어떤 이들은 웃었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진묵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 떨어진 검을 바라보았다. 칼날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는 더 이상 무언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날 밤, 진묵은 종문의 최대 웃음거리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가리키며 수군거렸다.

"저게 바로 녹모야."

"약혼녀가 산문 사람에게 빼앗겼네."

"듣자 하니 자기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던데..."

진묵은 그 모든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마음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소완청.

그는 반드시 그녀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녀가 어떤 존재가 되었든, 그는 그녀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리고... 결코 놓지 않을 것이다.

절친의 배신

진묵은 종문 뒤편 술고에 홀로 앉아 있었다. 차가운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손에 든 술병은 벌써 절반이 비어 있었다. 천검종 수석 제자라는 이름값도 이 순간에는 무색하게, 그의 눈동자는 흐릿하고 텅 비어 있었다.

“진 사형, 여기 계셨군요.”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진묵이 고개를 돌리자 유서가 긴 치마 자락을 끌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서려 있었다.

“유서야, 네가 웬일이냐?”

“소 사형 일로 무척 괴로워하신다기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서는 진묵 곁에 앉아 조심스럽게 그의 팔을 잡았다. 그 손길에는 무언가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다.

“진 사형, 저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요.”

“무슨 말인데?”

“소완청 사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서의 목소리는 낮고 음흉했다. 그녀는 주변을 살핀 뒤, 진묵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소 사형은 이미 깨끗하지 않습니다. 조무극 장로님은 물론, 다른 장로님들과도… 부정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진묵의 손에 쥐어진 술병이 덜컥 소리를 냈다. 그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말도 안 된다. 완청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사형님,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제가 직접 본 것입니다. 밤중에 그녀가 조 장로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그것도 옷이 흐트러진 채로 말입니다.”

유서의 목소리는 더욱 달콤해졌다. 그녀는 몸을 진묵에게 밀착시키며,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사형님, 그런 여자에게 매달릴 필요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소 사형보다 제가 더 잘해드릴 수 있습니다.”

“유서, 너까지 그러냐?”

진묵이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완청이만 사랑한다. 너는 물러가라.”

유서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부드러웠던 표정이 사라지고, 차가운 비웃음이 번졌다.

“진 사형, 지금 나를 거절하는 겁니까? 좋습니다. 그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그 여자를 밤마다 탐했다는 이야기, 내가 종문에 알리겠습니다. 천검종 수석 제자라는 자가 제자인 나까지 유혹하려 했다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너…!”

진묵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손이 검자루를 움켜쥐었다.

“누가 내 말을 믿겠느냐? 증거는 내가 가지고 있다. 이 흉터들, 오늘 밤 당신이 나를 강제로 범하려 했다는 증거지.”

유서는 자신의 팔을 걷어 올렸다. 거기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그녀가 직접 낸 상처임을 진묵은 알 수 있었다.

“너, 미쳤구나.”

“미친 건 당신입니다, 진 사형. 모든 사람이 이미 소완청이 어떤 여자인지 알고 있습니다. 단지 당신만 모르고 있을 뿐이죠. 당신은 언제나 뒤에 서 있어야 할 바보입니다.”

유서는 돌아서서 걸어가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생각 있을 때 연락하세요. 내 말은 언제든 통합니다.”

그녀가 사라진 후, 진묵은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술고에 울리는 것은 자신의 심장 소리뿐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 보였다. 조무극 장로, 소완청, 유서, 그리고 천검종의 모든 동료들.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꾸미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진묵은 손에 든 술병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의 초라한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기로 결심했다. 오직 자신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장로의 위협

천검종의 어두운 복도 끝, 장로전이 음침하게 서 있었다. 진묵은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조무극 장로가 갑자기 종주의 명의로 자신을 소환한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장로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그는 억지로 불안을 감추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방 안은 촛불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조무극은 높은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얼굴에 애매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진묵, 네가 왔구나."

"장로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진묵은 허리를 굽혀 예를 갖췄다. 마음 속에는 수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조무극은 천천히 일어나 그 주위를 천천히 걸었다. 그의 시선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진묵, 너는 천검종의 수석 제자다. 종문의 명예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자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 네 약혼녀 소완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진묵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소완청의 이름이 나오자, 그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소완청은... 제 약혼녀입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조무극은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소매에서 유영석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직접 보아라."

진묵은 떨리는 손으로 유영석을 집어 들었다. 영석에 주입된 진기가 깨어나자, 순간적으로 선명한 형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소완청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그가 아는 청순하고 고결한 소완청이 아니었다. 그녀는 반쯤 벌거벗은 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온몸에는 붉은 자국이 어지럽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음란하고 타락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누군가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로 적련마군이었다.

"이게... 이게 무슨..."

진묵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손에 쥔 유영석이 덜덜 떨렸다.

"또 보아라."

조무극이 손을 휘저었다. 유영석의 영상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조무극 자신이었다.

소완청은 그의 품에 안겨 있었고, 그녀의 손은 그의 옷깃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애처롭고 애절했지만, 동시에 쾌락에 젖어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부끄러운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장로님... 더... 더 세게..."

진묵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는 유영석을 내동댕이치고, 조무극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소완청을 어쨌습니까!"

조무극은 비웃으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어쨌다고? 네 약혼녀가 음탕하고 타락한 년이라는 것뿐이다. 나는 그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었을 뿐이다."

"거짓말! 그건 네가 강제로..."

"강제? 네가 직접 보아라, 그녀가 싫어하는 것 같으냐?"

조무극은 다시 유영석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소완청이 스스로 그의 품에 안겨 입을 맞추는 장면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굴종과 애원이 가득했다.

진묵은 무릎이 풀려 땅에 주저앉았다. 그의 모든 신념이 한순간에 산산조각났다.

조무극은 그를 내려다보며 냉랭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간단하다. 너는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야 한다. 만약 이 일이 밖으로 새면, 천검종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너도 알겠지만, 종주께서 그런 일을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진묵은 목소리가 쉰 듯 나왔다.

"조건을 제시하지. 소완청을 종문의 공용 육변기로 삼는다. 그 대가로 네 목숨을 살려주겠다. 그리고 너는 이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녀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아라."

"무슨... 무슨 말씀을..."

"네가 듣지 못했겠냐? 너는 소완청이 음란하고 타락한 년임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그녀를 다른 이들에게 바치는 것이다. 그래야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마도와 결탁했다는 증거를 종주께 제출하겠다. 그때 네 목숨은 물론, 네 가문까지 멸문당할 것이다."

진묵은 온몸이 떨렸다. 그는 조무극의 음흉한 얼굴을 바라보며, 이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조무극은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다. 만약 거절한다면, 진묵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왜... 왜 이런 짓을..."

"왜? 너는 아직 모르겠느냐? 소완청은 그런 년이다. 그녀는 음란하고 타락하기를 갈망하며, 강한 자에게 정복당하기를 원한다. 나도, 적련마군도, 그저 그녀의 소망을 들어준 것뿐이다. 그리고 너는, 그녀의 약혼자로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하지 않겠느냐?"

조무극은 다시 유영석을 집어 들었다. 영상 속에서 소완청은 몸을 비틀며 쾌락의 절정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진묵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진묵... 진묵아... 미안해...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었어... 나는 이렇게 타락하는 것이 좋아..."

진묵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조각났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의 모든 자존심과 꿈이 무너져 내렸다.

조무극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럼 계약을 맺자. 너는 이제부터 우리 녹노의 우두머리다. 소완청이 다른 이들에게 바쳐질 때마다, 네가 직접 감독해야 한다."

"...예."

진묵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빛이 없었다. 대신 깊은 절망과 음흉한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며칠 후, 비밀리에 진행된 한 의식에서 진묵은 소완청을 직접 다른 장로들에게 바쳤다. 소완청은 그를 보자, 놀라거나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해방된 듯한 미소를 띠었다.

"진묵, 너도 이해했구나."

그녀의 말은 가벼웠다.

"너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어."

진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소완청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다른 이들에게 넘겼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고, 대신 어두운 복수심과 왜곡된 집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그는 녹노의 우두머리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을 다른 이들에게 바쳐야 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 속에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언젠가 모든 것을 불태울 복수의 불꽃이었다.

타락의 시작

종문 대전의 넓은 연단 위, 과거에는 영검의 제련과 법술 시범이 펼쳐지던 곳이 오늘은 음란하고 타락한 광경으로 가득 찼다. 향불 연기 대신 몸에서 풍기는 짙은 관능의 냄새가 감돌았고, 수많은 제자들의 시선이 연단 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소완청은 벌거벗은 채 연단 중앙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본래 청순하고 고고했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동자는 흐릿한 물안개처럼 흐려져 있었다. 그녀의 손목과 발목은 붉은 마기가 서린 가느다란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쇠사슬 끝은 바로 옆에 서 있는 진묵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녀석, 네 약혼녀를 제대로 모셔라.” 적련마군이 검은 옷을 입고 연단 위에 느긋하게 앉아, 손에 든 채찍으로 진묵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진묵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몸속의 마기가 이미 그의 의지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 나날 동안의 조교로 그는 저항할 힘조차 잃었다. 그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소완청 곁으로 다가가,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완청... 미안해...”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소완청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더 이상 과거의 온순함이 없었고, 대신 애원과 갈망이 가득했다. “진묵... 나 좀 도와줘... 몸이 너무 뜨거워...”

적련마군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일어나 소완청 앞에 섰다. 그의 손이 공중에서 가볍게 휘저었고, 한 줄기 검은 기운이 소완청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소완청이 즉시 몸을 웅크리며 신음했고,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이게 내가 직접 전수한 조교의 기술이다. 보아라, 네 약혼녀가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적련마군이 진묵의 귀에 속삭였다.

진묵은 차마 그것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감았지만, 몸속의 마기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도 뜨거워지고 있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기 혐오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연단 아래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제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훔쳐보고 있었고, 어떤 제자는 이미 눈을 빛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무극 장로는 연단 아래 첫 번째 줄에 앉아 있었고, 그의 눈에는 음란한 빛이 스치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무심히 팔걸이를 두드리며,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자, 이제 모두가 이 음탕한 여자가 어떻게 절정에 이르는지 지켜보자.” 적련마군이 소리를 높여 명령했고, 그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복잡한 법인을 맺었다.

소완청의 몸이 거의 즉시 반응했다. 그녀는 머리를 젖히고 긴 신음성을 내질렀으며, 온몸이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격렬하게 떨렸다. 그녀의 다리는 저절로 벌어졌고, 그곳에서는 이미 물이 흥건히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절정에 도달했지만 적련마군의 법력은 계속해서 그녀를 자극하여 절정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아... 안 돼... 또... 또 올 것 같아...” 소완청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쉰 목소리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과 침이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진묵은 그녀가 쓰러질 듯한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손이 그녀의 몸에 닿자 그의 몸도 강한 충격을 받았다. 마기가 그의 경맥을 타고 흘러들어와 몸속의 욕망을 깨웠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헐떡이며 손을 움켜쥐었다.

그때 유서가 무리 속에서 걸어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평소처럼 온화하고 현숙했지만, 눈에는 질투와 타락하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었다. “스승님께서, 저도 소 사모님을 시중들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녀가 적련마군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적련마군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와서 그녀에게 네 기술을 좀 가르쳐 다오.”

유서가 소완청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소완청의 젖은 뺨을 어루만졌다. “소 사모님, 오늘은 제가 당신을 잘 모실게요.”

소완청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말할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유서가 웃으며 고개를 숙여 소완청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그녀의 손은 소완청의 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봉우리에서 멈추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능숙하게 움직이자, 소완청이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

조무극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나 연단 위로 올라갔다. 그는 장로의 위엄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소완청의 몸에 고정되어 있었다. “적련도우, 이 늙은이도 한몫 끼어도 되겠소?”

“당연하지, 조 장로님,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적련마군이 손을 휘저었다.

조무극이 소완청 앞에 다가가 그의 크고 거친 손이 그녀의 몸을 거칠게 더듬었다. “음탕한 계집, 몸이 이렇게 음란하다니, 이게 바로 천검종의 소사모님의 자태냐?”

소완청은 그의 손길에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 그녀는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비며 더 많은 접촉을 갈구했다. “주세요... 더 주세요...”

진묵은 그 광경을 보고 그의 심장이 마치 누군가에게 움켜쥐어진 듯 아팠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몸도 반응하고 있었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자기 혐오와 욕망이 그의 마음속에서 뒤엉켜 그를 거의 미칠 지경으로 만들었다.

“진묵아, 왜 안 오니? 네 약혼녀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 적련마군이 그를 손짓했다.

진묵의 발이 저절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소완청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의 피부는 지나치게 뜨거웠고, 그의 손가락이 닿는 곳마다 전율이 번져나갔다.

“완청... 나야...”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소완청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는 사랑과 광기가 섞여 있었다. “진묵... 너를 원해... 어서 와...”

그 말이 진묵의 마지막 이성의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고 몸이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그의 몸속에서 폭발하는 듯한 쾌감이 치솟았다. 그는 이런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할수록 더 강해질 뿐이었다.

연단 아래에서는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어떤 제자는 이미 음탕한 웃음을 터뜨렸고, 어떤 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더 잘 보려고 했다.

소완청은 한동안의 학대를 받은 후, 오히려 몸과 마음이 완전히 풀려난 듯했다. 그녀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온몸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그녀의 눈에는 순수함의 흔적이 사라지고, 대신 성욕에 물든 흐릿함만이 남아 있었다.

“더 줘... 나 아직 배고파...” 소완청이 유서에게 매달리며 애원했다.

유서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은 곳을 훑었다. “소사모님이 이렇게 적극적이시니,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조무극도 옷을 풀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이미 음란한 빛이 가득했다. “음탕한 계집아, 이 늙은이가 너를 제대로 가르쳐 주마.”

적련마군은 비스듬히 앉아 이 모든 광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만족감과 함께 차가운 빛이 스치고 있었다. 이게 바로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한 명의 청순고결한 선녀가 대중 앞에서 완전히 타락하는 모습.

소완청은 몸을 돌려 네 발로 기어 적련마군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귀여운 척 그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저를 또 조교해 주세요. 저 원해요.”

적련마군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 “오늘은 이쯤 해두자. 앞으로도 오래오래 즐길 날이 있을 테니까.” 그가 일어나 소매를 휘날리자, 연단 위의 마기가 걷히기 시작했다.

소완청은 땅에 엎드려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벌써 여러 차례 절정에 이르렀지만 마음속 욕망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진묵을 바라보았다. 진묵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공중에서 마주친 순간, 서로의 눈에서 타락의 씨앗이 이미 깊이 뿌리내린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진묵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천천히 폈다. 그는 이렇게 타락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게 바로 운명인지도 몰랐다, 타락의 길에서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단체 성교의 향연

적련마군이 음란 대회를 열었다. 천검종의 산문 깊숙한 곳, 한때 신성했던 연무장은 이제 온통 붉은 비단과 검은 깃발로 뒤덮여 있었다. 곳곳에 음란한 그림이 그려진 등불이 걸려 있고, 공기 중에는 몰약과 음습한 냄새가 뒤섞여 감돌았다.

사방에서 모여든 마도 인사들과 정도의 패륜자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탐욕과 기대가 가득했다. 적련마군이 높은 단 위에 서서 손에 든 술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 이 자리는 바로 소완청이라는 절세 미녀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그녀는 천검종의 자랑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의 변기가 될 것이다!"

광란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소완청은 붉은 비단에 반쯤 감싸인 채 단 위에 끌려 나왔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저항의 빛이 없었다. 오히려 음란한 기대감이 번뜩이고 있었다.

진묵은 단 아래쪽 구석에 강제로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먹과 붓이 들려 있었고, 앞에는 빈 백지가 펼쳐져 있었다. 적련마군이 그에게 이 모든 것을 기록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자, 진묵아. 네 약혼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세히 보아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 자 한 자 기록하거라."

진묵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이미 소완청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여러 마수의 손길에 의해 더럽혀질 때마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이상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첫 번째로 다가간 것은 조무극이었다. 천검종의 장로로서 그는 원래 이런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도사의 위엄이 없었다. 오직 짐승 같은 욕망만이 가득했다.

"소완청, 네가 아직 수제자였을 때부터 네 몸을 탐했었다. 오늘 드디어 맛보게 되었구나."

조무극이 그녀의 붉은 비단을 찢었다. 소완청의 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그녀는 부드러운 신음을 흘렸다.

"조... 조 장로님... 부드럽게 해 주세요..."

그 말에 조무극의 욕정은 더욱 타올랐다. 그는 그녀를 단 위에 눕히고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완청의 입에서는 음란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진묵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붓을 움직이고 있었다. '조무극이 먼저 그녀를 범한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쾌락을 느끼는 듯하다.' 이상하게도 그 문장을 쓰는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날이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한 명, 두 명, 열 명, 스무 명... 소완청은 여러 마수들의 손길에 시달렸다. 그녀의 몸은 온통 정액과 땀으로 뒤덮였고, 입에서는 끊임없는 음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진묵은 지켜봐야 했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이상한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들에게 더럽혀지는 모습. 그것이 그의 왜곡된 마음을 자극했다.

"진묵아, 이제 네 차례다."

적련마군의 명령에 진묵이 일어섰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슬픔이 없었다. 오히려 광기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단 위로 올라가 소완청 앞에 섰다. 그녀는 이미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소완청, 너는 나를 배신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소완청의 입이 열렸고, 그는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주변에서는 광란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유서가 나타났다. 그녀는 원래 천검종의 여제자로서 소완청의 절친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질투와 음란함이 가득했다.

"진묵 오라버니, 저도 오라버니를..."

유서가 다가와 진묵의 등을 감쌌다. 그녀의 몸은 이미 벌거벗겨져 있었다. 진묵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절망과 왜곡이 뒤섞여 있었다.

"너도 나와 함께 타락하겠다는 말이냐?"

"네. 저는 오라버니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라버니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따르겠습니다."

진묵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유서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단 아래로 끌어내려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유서야, 너는 나를 구원하려는 것이냐, 아니면 나와 함께 지옥에 떨어지려는 것이냐?"

"오라버니와 함께라면, 지옥도 천국입니다."

그 두 사람이 격렬하게 합쳐졌다. 유서의 신음소리가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진묵은 그녀의 몸속에서 자신의 모든 분노와 절망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날 밤, 소완청은 적련마군의 품에 안겨 있었다. 적련마군이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소완청, 네 배 속에는 내 아이가 자라고 있다."

소완청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상한 미소가 떠올랐다.

"정말입니까? 제가... 마군님의 아이를?"

"그래. 이제 너는 영원히 내 것이 되었다."

대회장은 다시 한 번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모두가 소완청의 임신을 축하하는 듯했다. 하지만 진묵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품에는 유서가 누워 있었다.

"이제 끝난 것인가?"

진묵의 물음에 적련마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축제는 끝났지만, 그들의 타락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었다. 소완청은 적련마군의 아이를 품에 안고, 진묵과 유서는 서로를 감싸 안은 채, 각자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녹주의 은총

적련마군의 선언은 천검종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마군이 직접 강림하여 소완청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마도 성자라고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양아버지로 진묵을 지목했다.

"진묵아, 너는 이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 이것은 너의 운명이자 영광이다." 적련마군의 목소리는 낮고 위압적이었다.

진묵은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의 손가락은 땅바닥을 긁적이고 있었다. "네... 네, 마군님."

소완청은 침대에 누워 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진묵을 향해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키며 "진묵아, 나 목말라. 물 좀 떠와."라고 말했다.

진묵이 물을 가져왔다. 소완청은 마시지 않고 물잔을 그의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차가워. 다시 따뜻한 물을 떠와."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주방으로 갔다. 두 번째로 가져온 물은 소완청이 한 모금 마시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너무 뜨거워. 네 혓바닥으로 식혀."

진묵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입을 벌려 물잔 가장자리에 혀를 댔다. 소완청은 그의 이런 복종하는 모습을 보며 흡족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래. 이제 내 발 좀 핥아줘. 요즘 임신해서 발이 자꾸 붓고 아파."

그녀는 다리를 들어 진묵의 얼굴 앞에 갖다댔다. 진묵은 그녀의 하얀 발을 바라보며 온몸이 떨렸다. 그는 천검종의 수석 제자였고, 한때는 천하를 호령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듣지 못했어?" 소완청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진묵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혀끝을 그녀의 발가락에 댔다. 짠맛과 약간의 땀 냄새가 입안에 퍼졌다. 그는 역겨움을 애써 참았다.

소완청은 쾌락에 눈을 가늘게 뜨고 발가락으로 그의 혀를 비비며 "더 깊이, 더 깊이 핥아. 네 녹노로서의 임무를 다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날 오후, 조무극 장로가 방문했다. 그는 소완청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문을 걸어 잠갔다. 진묵은 문 밖에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참으려 했지만 점점 거칠어지고 격렬해졌다.

"장로님... 거기... 아... 더 세게..."

진묵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그는 안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몇 분 후, 문이 열리고 조무극이 나왔다. 그는 옷깃을 여미며 진묵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진묵아, 잘 돌봐라. 네 녹주를 소홀히 하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유서가 왔다. 그녀는 소완청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지금은 그녀와 침상을 함께하고 있었다. 진묵은 찻잔을 들고 문 앞에 멈춰 섰다. 안에서는 두 여자의 웃음 섞인 대화가 들려왔다.

"완청아, 네 배가 점점 불러오는구나. 참 예쁘다."

"언니가 더 예뻐... 아, 거기... 만지지 마..."

진묵은 찻잔을 땅에 내려놓고 벽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는 닦지 않았다. 그는 이제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며칠 후, 적련마군이 다시 강림했다. 그는 소완청의 뱃속 아이를 축복하고 진묵에게 명령했다. "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너는 녹노로서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 만약 실수한다면..."

마군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자 진묵의 팔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그날 밤, 소완청은 진묵을 불러 침대 곁에 무릎 꿇게 했다. 그녀는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진묵아, 나는 네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이 아이가 네 핏줄이라고 생각할 거야. 알겠지?"

진묵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녹주님."

소완청은 그의 대답에 만족하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구나. 자, 이제 내 다리를 주물러 줘."

진묵은 두 손을 들어 그녀의 종아리를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저항도 분노도 없었다. 오직 공허한 복종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그는 단지 녹노일 뿐이었다. 그의 임무는 녹주와 그녀의 아이를 섬기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은 운명이었고, 그는 그저 순종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