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가 현관문을 열자 어두운 거실이 먼저 보였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거실 불을 켰다. 소파에 누워 있던 샤오제가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불빛을 가렸다.
"어, 왔어요?"
도자는 웃으며 신발을 벗었다.
"응, 오늘은 좀 일찍 끝났어. 너 혼자 있었니?"
"네."
샤오제는 일어나 앉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도자는 그 옆에 앉아 아들의 얼굴을 살폈다. 요즘 들어 더 말라 보이는 것 같았다.
"학교는 어땠어?"
"그냥요."
"그냥이 뭐야? 재미있는 일은 없었어?"
샤오제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숙였다.
"별로요."
도자의 가슴 한쪽이 찡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술술 이야기하던 아이였다. 언제부터 이렇게 말문이 막혔을까.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
"네."
"선생님한테 혼난 일은 없고?"
"없어요."
도자는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샤오제가 핸드폰 화면을 응시하며 대화를 끝내려는 듯했다.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간 도자는 냉장고 문을 열고 재료를 꺼냈다. 잠시 후, 샤오제가 부엌으로 들어와 옆에 섰다.
"뭐 도와줄까요?"
"응, 양파 좀 썰어줄래?"
샤오제는 칼을 들고 도마 위에 양파를 올렸다. 두 사람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거리를 두고 섰다. 도자는 아들의 움직임을 흘낏 보며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렸다.
"요즘 잠은 잘 자?"
"네."
"밥은 잘 먹고?"
"네."
대답은 짧았다. 도자는 한숨을 삼켰다. 샤오제가 양파를 썰며 고개를 숙인 채였다.
"엄마."
"응?"
"저... 괜찮아요. 진짜."
샤오제의 목소리에 약간의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도자는 그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 너를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란다, 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도자가 냄비에 물을 붓기 위해 샤오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샤오제가 양파를 옮기려다 손을 움직였다. 그의 손등이 도자의 손목에 스쳤다.
둘 다 동시에 멈췄다.
차가운 손등의 촉감이 도자의 피부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고 샤오제를 바라보았다. 샤오제도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요."
샤오제가 먼저 손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도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려 물을 틀었다. 부엌 안에 흐르는 침묵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괜찮아."
도자는 물을 따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음 낮아져 있었다. 샤오제는 다시 양파를 썰기 시작했지만, 그의 손놀림은 예전 같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긴 듯했다. 도자는 그 선을 넘고 싶으면서도 두려웠다. 샤오제도 마찬가지일까.
저녁 식탁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도자는 국을 떠먹으며 아들의 표정을 몰래 살폈다. 샤오제는 밥만 먹고 있었다.
"반찬도 먹어라."
"네."
샤오제가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집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늘고 길었다. 도자는 문득 그 손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자라고 있다. 그 사실이 기쁘면서도 슬펐다.
"엄마, 왜 자꾸 쳐다봐요?"
샤오제가 불쑥 물었다. 도자는 당황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냥, 네가 잘 먹나 싶어서."
"잘 먹어요."
샤오제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입을 다물었다. 도자는 밥을 더 떠먹으며 시선을 식탁 위로 내렸다. 식탁 아래, 그녀의 발이 무의식적으로 샤오제의 발치를 향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부엌에서 느꼈던 그 미묘한 긴장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도자는 그 긴장을 풀 방법을 몰랐다. 오히려 그 안에 머무르고 싶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날 밤, 도자는 잠들기 전 샤오제의 방문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그녀는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노크를 하려다, 다시 내렸다.
"잘 자, 샤오제."
작게 중얼거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샤오제가 문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것을. 그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낮에 느꼈던 그 짧은 접촉이 아직도 손등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 감촉을 지우고 싶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간직하고 싶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거리가 좁혀질수록, 두 사람은 더욱 말을 잃어갔다. 그렇게 평범한 오후는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