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시장은 어둡고 습한 공기로 가득했다. 린 이는 좁은 통로를 천천히 걸으며 양옆에 늘어선 철창들을 훑었다.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 낮은 신음, 그리고 간혹 들리는 채찍질 소리가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무심한 척 걸었지만, 속은 완전히 달랐다. 가슴 깊은 곳에서 어떤 알 수 없는 전율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리 오너라, 젊은 주인님. 오늘 막 들어온 상품이 있소."
중년의 노예상이 손짓했다. 린 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철창 안쪽, 어스름한 빛 속에 한 여성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목은 가느다란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무릎은 땅에 닿아 있었다. 머리를 숙인 채지만, 그 자세에서 풍겨나는 체념과 순종이 묘하게 린 이의 감각을 자극했다.
"그녀가 특별한가?"
린 이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노예상은 그의 옆에 다가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특별하고 말고요. 이름은 은하, 스무 살입니다. 몸 상태는 완벽하고, 지능도 높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말 잘 듣는 법을 이미 배웠지요."
린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갔다. 철창 앞에 서자, 그의 키가 뚜렷이 드러났다. 그는 또래보다 작은 편이었지만, 그 눈빛만은 모든 것을 꿰뚫는 듯했다.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맑았지만, 깊은 곳에 어떤 타오름이 숨어 있었다. 그 순간, 린 이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그녀였다. 바로 그가 찾던 감각.
"이 여성, 내가 사겠소."
노예상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거래는 순식간에 끝났다. 하지만 린 이는 그녀를 바로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몇 걸음 물러서서 주머니에서 작은 장치 하나를 꺼냈다. 원반 모양의 금속 장치, 겉보기엔 평범한 장신구처럼 보였지만, 이것은 그의 수년간의 연구 결과물이었다. 몸 교환 장치.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겉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이 여성의 몸이 느끼는 감각, 묶이고 통제당하는 그 짜릿함을 직접 체험해야 했다.
린 이는 장치를 조작했다. 미세한 진동이 손바닥에서 울려 퍼졌다. 순간, 시야가 흐려지고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몸이 공중에 뜨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무언가 완전히 다른 것을 느꼈다.
차가운 돌바닥이 무릎을 찌르고, 가느다란 쇠사슬이 손목을 조였다. 눈을 뜨자, 자신의 시야가 훨씬 낮아져 있었다. 철창 밖, 저쪽에 자신의 본래 몸이 서 있었다. 린 이는 경이로움과 두려움 사이에서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이제 이 여성의 것이었다.
"일어서라."
자신의 본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제 주인의 명령이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처음으로 묶인 몸이었다. 쇠사슬이 움직일 때마다 차가운 금속이 살갗에 닿는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그것은 불편하면서도 이상하게 자극적이었다.
주인의 시선이 그를 훑었다. 린 이는 그 시선 아래서 자신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어떤 기대감이었다.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몸은 주인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있었다. 그 모순이 그를 더욱 깊이 빠져들게 했다.
"네 이름은?"
"은… 은하입니다, 주인님."
자신의 입술을 통해 나온 목소리는 낯설었다. 부드럽고, 약간 떨렸다. 린 이는 그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순종적인 존재가 되어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주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임을 직감했다.
주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집어 올렸다. 차갑고 강한 손길이었다. 린 이는 그 손길에 몸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졌다. 그는 이제 자신이 철저히 평가받고 있음을 알았다.
"좋아, 합격이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그에게 준 안도감과 은밀한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갈망하던 세계의 문을 넘어선 것이었다.
노예 시장의 어둠 속에서, 린 이는 여성 노예의 몸으로 서서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