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청춘의 음란한 움직임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09d412de更新:2026-06-25 22:22
또 한 해 대학 개학철이 돌아왔다.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캠퍼스로 몰려들었다. 진호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고향 마을을 떠나 처음으로 이 도시에 발을 들였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이렇게 큰 건물과 넓은 도로를 본 적이 없었다. 캠퍼스 입구에 서서 거대한 석재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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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의 그림 비밀

또 한 해 대학 개학철이 돌아왔다.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캠퍼스로 몰려들었다. 진호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고향 마을을 떠나 처음으로 이 도시에 발을 들였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이렇게 큰 건물과 넓은 도로를 본 적이 없었다. 캠퍼스 입구에 서서 거대한 석재 문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모님은 그를 배웅하며 눈물을 닦으며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집안을 빛내라"고 당부했다. 진호는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숙사로 가는 길은 복잡했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3층 건물까지 찾아왔다. 방 안에는 이미 세 명의 룸메이트가 짐을 풀고 있었다. 한 명은 덩치가 크고 목소리가 우렁찬 체육특기생이었고, 한 명은 안경을 쓰고 책을 읽는 문학청년 같았으며, 마지막 한 명은 게임에 빠져 있는 표준적인 컴퓨터 덕후였다. 진호는 어색하게 인사하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체육특기생이 큰 소리로 웃으며 "다들 앞으로 한 방에서 살게 됐으니까 친해지자"고 말했다. 진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을 정리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반 단체 채팅방에서 회의가 있다는 알림이 떴다. 담임 선생님께서 모든 신입생에게 교실로 모이라고 하셨다.

진호는 급히 몇 권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룸메이트들과 함께 회의 장소로 향했다. 캠퍼스 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배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안내해 주었다. 교실에 도착하니 이미 학생들이 한가득 앉아 있었다. 진호는 구석에 있는 자리를 골라 앉으며 주변의 모든 것을 조용히 관찰했다. 교실 천장에는 두 대의 선풍기가 느릿느릿 돌아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더위를 식히지 못했다. 학생들은 각자 이야기꽃을 피우며 앞으로의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교실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교실 안은 조용해졌다. 그녀는 키가 약 170cm쯤 되었고,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옷차림은 단정했지만, 몸매의 라인이 뚜렷이 드러나 가슴과 엉덩이가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다. 피부는 희고 눈썹은 가늘고 길었으며, 높은 코에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긴 생머리는 어깨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걸을 때마다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교단에 올라서서 교탁에 책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담임 선생님 하지설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어느 정도의 위엄이 담겨 있었다. "수학과를 가르칠 예정이고, 앞으로 4년 동안 함께 하게 될 겁니다."

진호는 그 순간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의 눈은 하지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말을 할 때마다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모습 하나하나가 마치 자석처럼 그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설이 학교 역사와 규칙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지만, 진호는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녀의 얼굴, 그녀의 목선, 그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섬세한 손목만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텅 빈 듯했지만, 가슴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회의는 약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하지설이 마지막으로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라고 말하며 교실을 떠났다. 그녀의 뒤꿈치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지만, 진호는 여전히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야! 진호!" 체육특기생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회의 끝났어. 뭐 멍하니 있어?"

"아... 아, 그래." 진호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눈에는 여전히 흐릿한 빛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진호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하지설의 모습이 계속 맴돌았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걸음걸이, 교실을 나가며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까지도.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무언가가 자라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대학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진호는 수업에 가고, 도서관에 가고, 식당에 가는 평범한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마치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룸메이트들은 모두 잠들었고, 그는 심심해서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어떤 외국 영화를 발견했다. 제목이 이상해서 클릭했다. 영화는 중간쯤 재생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뭔가 튀어나왔다. 진호는 깜짝 놀라 마우스를 움직여 닫으려 했지만, 실수로 광고를 클릭하고 말았다.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어떤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페이지에는 온갖 이상한 이미지가 가득했다. 진호는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한 여자가 침대에 매여 있었고, 눈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몸은 가느다란 끈으로 여러 겹 감겨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고통과 즐거움이 뒤섞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호의 피는 순간적으로 머리로 치솟았다. 숨이 가빠지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그는 급히 웹사이트를 닫았지만, 그 이미지는 이미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날 밤, 진호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아까 본 그 여자의 모습을 자꾸 떠올렸다. 끈이 피부를 감싸는 모습, 그녀의 발가락이 긴장하며 오그라드는 모습, 그리고 그녀의 표정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쾌감. 진호는 이 모든 것이 역겹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보고 싶어졌다.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두려움이 클수록, 호기심도 더 커졌다.

다음 날, 진호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었지만, 손은 멈춰 있었다. 펜촉이 종이 위에 맴돌다가, 어느 순간 그는 몇 개의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점점 그것이 여성의 허리 라인처럼 보였다. 그는 깜짝 놀라서 즉시 그 부분을 검은색으로 칠해 버렸다.

"진호, 너 지금 뭐 그려?" 옆자리 룸메이트가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아, 별거 아니야. 낙서한 거야." 진호는 얼른 노트를 덮으며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은 벌써 혼란스러워졌다.

며칠이 지났다. 진호는 점점 이상해졌다. 수업을 듣다가도, 무심코 하지설의 모습과 그 웹사이트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그는 하지설이 교단에 서서 칠판에 공식을 쓰는 모습을 상상했다. 만약 그녀가 그렇게 묶여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손에 끈이 있다면... 이런 상상은 진호로 하여금 숨을 참게 만들었다. 죽을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이 너무 부끄럽고 추잡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마치 중독된 것처럼, 자꾸만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도서관에 갔다. 조용한 열람실 구석에 앉아, 그는 노트를 꺼내 펼쳤다. 겉으로는 수학 문제를 푸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연필을 꺼내 종이 위에 살며시 선을 그었다. 처음에는 목덜미부터 어깨까지, 그리고 등까지, 한 줄의 곡선이 그려졌다. 그 다음 팔목, 발목, 마지막으로 허리까지. 그는 여성의 몸을 묶는 밧줄의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이 완성되자, 진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는 얼른 그 페이지를 찢어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다시 그것을 주워 펼쳤다. 종이 위에는 여성 뒷모습의 윤곽이 있었고, 밧줄이 정교하게 몸을 감싸고 있었다. 진호는 그것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없이 흥분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런 반응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날 밤, 진호는 기숙사에 돌아와 침대 위에 누웠다. 룸메이트는 이미 코를 골고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둠 속에서 화면을 켰다. 검색창에 손가락으로 몇 글자를 입력했다가, 다시 지웠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그는 용기를 내서 "BDSM"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가 화면에 가득 떠올랐다. 그는 하나하나 눌러보며 정보를 읽었다. 안전어, 본드, 수갑, 로프, 서브미시브, 도미넌트... 이러한 단어들이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읽으면 읽을수록 놀랐고, 동시에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린 것 같았다. 그는 그 문 앞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며칠 후, 진호의 공책에는 비밀이 가득 쌓였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매일 몰래 그림을 그렸다. 여성의 몸, 밧줄, 가죽끈, 마스크, 그가 본 모든 것이 종이 위에 펼쳐졌다. 겉으로는 여전히 얌전한 신입생 같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어느 날, 하지설이 수업이 끝난 후 진호를 불렀다.

"진호, 잠시만요." 그녀가 교탁 뒤에서 손을 흔들었다.

진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걸어가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애썼다.

"교수님, 부르셨어요?"

하지설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요즘 수업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서요, 따라오기 어렵진 않나요?"

"아... 괜찮습니다.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진호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그럼 좋네요."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폭풍처럼 진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어봐요."

"네, 교수님." 진호가 대답하고는 얼른 고개를 숙여 돌아섰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그의 시선이 무심코 하지설의 목덜미에 머물렀다. 그녀의 셔츠 깃 위로 드러난 흰 피부, 거기에 가느다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진호의 머릿속에 갑자기 장면이 스쳤다. 만약 그 목걸이 대신 검은색 가죽 목줄이 채워져 있다면... 그는 얼른 눈을 돌리며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

기숙사로 돌아온 진호는 자리에 앉아 노트를 꺼냈다. 손가락이 페이지 위를 살며시 스치며, 그는 방금 본 하지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셔츠, 그녀의 치마, 그녀의 다리, 그녀의 팔목, 여기에 밧줄을 어떻게 얽을지. 그는 점차 집중하며, 한 올 한 올을 정성스럽게 그렸다. 그림 속 하지설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손은 등 뒤로 묶여 있었으며, 머리는 숙여져 눈빛을 볼 수 없었다. 진호는 그림을 바라보며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점점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멈출 수 없었다.

그날 밤, 진호는 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관련 정보를 검색했다. 이번에는 더 깊이 들어가, 각종 기술과 주의사항, 그리고 참여자들의 체험담을 읽었다. 그는 묶이는 사람의 고통과 즐거움에 대한 서술을 보고, 왜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그는 이러한 감정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끌렸다. 마치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깊으면 깊을수록 더욱 빠져나올 수 없었다.

며칠 후, 진호는 밤늦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복도를 지나는데, 한쪽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호기심에 다가가 살짝 문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하지설이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안경을 쓰고 있었고,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 섬세한 팔뚝이 드러나 있었다. 진호는 숨을 죽이고 그녀가 서류를 정리하는 손놀림, 차분히 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가끔씩 고개를 들어 목을 풀 때 드러나는 목선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얼른 문을 닫고 자리를 떴다.

기숙사로 돌아온 그는 책상 앞에 앉아 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자세했다. 하지설의 안경, 그녀의 소매, 그녀의 팔목, 그녀의 손가락,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감싸는 가는 밧줄까지. 그는 이 밧줄이 자신의 손에 있다고 상상하며, 그림 속 그녀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조종했다. 이런 상상은 그에게 전에 없던 힘과 만족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에 다시 혐오감을 느꼈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진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도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없었고, 이런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밧줄에 묶인 여자만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하필이면 자기의 담임 선생님을 상상하다니. 그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휩싸여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진호는 수업 시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설이 교단에 서서 미분방정식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녀의 입술과 목선만 보였다. 하지설이 고개를 돌려 칠판에 공식을 쓸 때마다 등의 곡선이 드러나면, 진호는 가슴이 뛰었다. 그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노트를 보려고 했지만, 눈앞에는 그려진 밧줄의 자국만 아른거렸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얼른 교실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냉수를 틀고 얼굴을 씻으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고, 표정도 초췌했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 빠져들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수렁 속에 빠진 사람처럼,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 뿐이었다.

그날 밤, 진호는 기숙사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커튼을 쳤다. 그는 노트를 꺼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욱 대담해졌다. 그는 하지설의 전신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침대에 엎드려 있고, 손과 발이 기둥에 묶여 있으며,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지만, 입은 열려 있는 모습. 진호는 손을 떨며 그리고 또 그렸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밖은 이미 깜깜했다. 진호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그는 얼른 그림을 찢어서 토막내고 변기에 넣어 물을 내렸다. 하지만 물이 흘러가면서, 그림의 조각들이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더 큰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는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깨가 떨렸다.

이제 어떡하지? 그는 점점 더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룸메이트? 절대 안 된다. 부모님?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학교 심리상담사? 그들 앞에서 자신의 이런 비밀을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진호는 혼자 어둠 속에 앉아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밧줄, 그녀, 자신. 이 세 가지는 마치 악순환처럼 끊임없이 그의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다음 날 아침, 진호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교실로 향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비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하지설을 만날까 봐 두려워 복도를 빙 돌아갔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는 여전히 복도 모퉁이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하지설이 그를 보고 미소 지었다.

"진호, 또 너네?" 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요즘 자주 보이는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진호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 네, 교수님."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래, 계속 힘내라." 하지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녀의 향기가 바람에 살짝 스쳤다. 진호는 그 자리에 서서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밤, 진호는 또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는 부드러운 선으로 하지설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녀의 미소, 그녀의 눈빛, 그녀의 다정함. 그는 이 그림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정상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하지만 모든 것은 이미 늦었다.

그는 그림을 조심스럽게 개인 공책에 끼워 넣었다. 그 그림은 그의 비밀이자 그의 수치심이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미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그네가 되어 버렸다. 캠퍼스의 불빛이 반짝이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진호의 마음속은 이미 어둠에 잠겨 버렸다. 마치 갇힌 새처럼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진호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어두운 방 안에 있었다. 방 한가운데 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 하지설이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은 검은색 밧줄로 정교하게 묶여 있었고, 눈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진호는 그녀 옆에 서서 밧줄을 손으로 만졌다. 하지설이 살짝 몸을 떨었다. "꽉 묶어줘..."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호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이 흠뻑 흘러내렸고,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방금 전의 꿈을 생각했다. 그 꿈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하지설의 목소리, 그녀의 미소, 몸짓 하나하나가 눈앞에 생생했다. 진호는 자신의 이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었다. 마치 어떤 힘에 사로잡힌 것처럼,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기숙사의 창문 밖으로는 캠퍼스 길의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왔다. 다른 방에서는 룸메이트의 코고는 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지만, 진호만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 어둠 속에서 화면을 켰다.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눈이 약간 따가웠다. 그는 검색창에 다시 "BDSM 초보자"를 입력했다. 페이지가 열리자, 각종 포럼과 커뮤니티 링크가 나타났다. 그는 망설이다가 하나를 클릭해 들어갔다.

그곳은 그가 전혀 본 적 없는 세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기술을 공유하며, 묶는 법과 묶이는 느낌에 대해 토론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였고, 일부는 그와 같은 초보자였다. 진호는 하나하나 글을 읽어 내려갔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한번 해보니 완전히 중독됐어"라고 썼고, 또 어떤 사람은 "묶이는 느낌이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아, 안전하고 편안해"라고 썼다. 진호는 이 글들을 보고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는 이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하다고 느꼈다. 그들도 한때 같은 호기심과 두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세상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읽어 내려가다가, 어떤 사람이 올린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밧줄로 정교하게 묶인 여성이 있었고, 밧줄 자국이 피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진호는 그 사진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여성과 하지설을 겹쳐 보았다. 만약 하지설이 이렇게 묶여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숨이 가빠졌다. 그는 급히 페이지를 닫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날 밤, 진호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누워서 머릿속에서 이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자신은 도대체 왜 이런 것에 끌리는 걸까. 성장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까. 그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점점 이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진호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 잡고,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그는 스스로에게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부에 집중해야지, 이런 헛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가 교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하지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오늘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높이 묶어 올려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다. 그녀가 교단에 서서 교재를 펼칠 때, 진호는 다시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진호의 정신은 또 엉뚱한 곳을 떠돌고 있었다. 그는 하지설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그녀가 손을 들어 칠판에 글씨를 쓸 때마다 드러나는 허리 곡선, 몸을 돌릴 때 흔들리는 치마 자락, 목소리의 높낮이 변화까지 모두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억지로 눈을 돌리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강하게 끌렸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얼른 교실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하지설이 그를 불렀다.

"진호, 잠깐만."

진호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돌아서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하지설이 그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요즘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필요하면 나랑 얘기해도 돼."

진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아... 아니에요, 교수님. 그냥 최근에 잠을 좀 설쳐서 그래요."

"그래, 몸 조심해야 해." 하지설이 다정하게 말했다. "신입생이 처음 오면 적응하는 게 쉽지 않지.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진호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얼른 몸을 돌려 교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가 걸어가면서도, 등 뒤로 하지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선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진호는 더욱 불안해졌다.

기숙사로 돌아온 진호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점점 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설의 다정함이 오히려 그의 상상을 더욱 자극했다. 만약 그녀가 이렇게 다정한 말투로, 자신에게 "꽉 묶어줘"라고 말한다면... 진호는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고 얼른 노트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지설이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손은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려져 있었고, 발목은 밧줄로 묶여 있었으며, 눈에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표정이 담겨 있었다. 진호는 정성스럽게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자신이 무심코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깜짝 놀라 그림을 덮었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진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평범한 시골 소년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괴팍한 취미에 빠져 자아를 잃고 있었다. 그는 이를 어쩌면 좋을지 몰라 괴로워했다.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날 밤, 진호는 또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이전에 본 커뮤니티에 다시 접속했다. 이번에는 더 많은 글을 읽었다. 사람들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신뢰가 기본이라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진호는 읽으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이런 일은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는 어떤 글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묶이는 것은 단순한 구속이 아니라, 책임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완전히 신뢰하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고 진호는 깊은 공감을 느꼈다. 그는 하지설에 대한 자신의 상상이 단순한 신체적 욕망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심리적 의존과 통제에 대한 동경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을 통제하고 싶었고, 동시에 사람에게 통제받고 싶었다. 이런 모순된 심리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며칠 후, 진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학교 근처 문구점에 가서 끈과 밧줄을 샀다. 그는 기숙사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밧줄을 꺼내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어두운 갈색 삼베 밧줄은 거칠고 뻣뻣했다. 그는 그것을 집어 손목에 감아 보았다. 밧줄이 피부를 스치는 촉감이 거칠었다. 그는 조금 더 힘을 주어 묶자, 손목이 조이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 압박감은 그에게 기이한 안정감을 주었다. 마치 어떤 힘에 붙잡힌 것처럼, 순간적으로 불안감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는 밧줄을 풀고 다시 침대 위에 놓았다. 처음 해보는 행동에 마음이 불안했다. 하지만 이미 한 걸음을 내디뎠기에, 그는 다음 걸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며칠 후, 진호는 또 하지설을 만났다. 이번에는 복도가 아니라 학교 정원이었다. 정원 한쪽에 벤치가 있었고, 하지설이 그 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연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느슨하게 묶어 등 뒤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옷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우아한 모습을 연출했다. 진호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에 반짝이는 무늬를 만들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발견했다. "진호?" 그녀가 손을 흔들며 다정하게 말했다. "이리 와서 좀 앉아 있어."

진호는 망설이며 걸어갔다. 그는 하지설 옆에 앉아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살며시 코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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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간의 딴생각

하지설 교수의 수학과 전공 수업은 이번 학기에도 어김없이 만석이었다. 원래 수학 수업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가장 지루해하고 졸기 쉬운 수업 중 하나였지만, 하지설 교수의 수업만큼은 예외였다.

수학과 1학년 신입생 진호는 아침 8시 50분, 룸메이트인 재민과 함께 교실 문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 앞에 선 순간, 진호는 눈을 의심했다. 이미 교실 안은 거의 가득 차 있었고, 학생들이 복도까지 길게 줄을 서서 들어가고 있었다.

"와, 이게 뭐야? 수학 수업 맞아?" 재민이 놀라서 중얼거렸다.

진호도 어안이 벙벙했다. 대학교에 와서 처음 듣는 전공 수업이었는데, 기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수학 시간이면 절반은 졸았던 진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기 선배들도 있어. 3학년, 4학년 선배들 같은데?" 재민이 뒷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호가 고개를 돌리니 정말로 몇몇 선배 같은 학생들이 교실 뒤쪽에 서 있었다. 그들은 이미 수학과 전공 수업을 다 들어야 하는 고학년생인데도 불구하고 이 수업을 듣기 위해 와 있었다.

"하지설 교수님 소문 들었어? 학교에서 가장 예쁘신 교수님이래. 몸매도 끝내주고..." 재민이 낮은 목소리로 진호의 귀에 속삭였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들어봤다. 신입생 환영회 때도 선배들이 하지설 교수 이야기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었다. 하지만 진호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직도 인터넷에서 본 그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젯밤에도 잠들기 전까지 한참을 검색하다가 겨우 잠들었었다.

"야, 들어가자. 자리 없으면 어쩌려고."

재민이 진호의 팔을 잡아끌며 교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몇몇은 노트북을 펴고, 몇몇은 필기구를 꺼내 놓고 있었다. 진호는 간신히 중간쯤 되는 열에서 빈자리 두 개를 찾아 재민과 함께 앉았다.

"헉, 겨우 자리 잡았다. 근데 진짜 사람 많다. 강의실이 꽉 찼어." 재민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진호도 주변을 살폈다. 정말로 모든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어떤 학생들은 계단에 앉아 있기까지 했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한 교수의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9시 정각이 되자, 강단 옆문이 열리고 하지설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교실 전체가 조용해졌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쏠렸다.

진호는 처음으로 하지설 교수를 직접 보았다.

키는 170cm 정도로 보였고,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블라우스 위로는 은은하게 가슴 라인이 드러나 있었고, 미니스커트 아래로는 길고 곧은 다리가 매끄럽게 드러나 있었다. 피부는 마치 우유처럼 희고 매끄러웠으며, 얼굴은 마치 여신처럼 아름다웠다. 긴 생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린 그녀는 단아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학기 수학과 전공 수업을 담당하게 된 하지설 교수입니다."

하지설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녀가 교탁 앞에 서서 수업 자료를 정리하자, 학생들의 시선은 그녀의 손끝 하나하나를 따라갔다.

진호도 잠시 넋을 놓고 하지설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소문이 날 만했다. 하지만 진호의 머릿속에는 어젯밤 본 이미지들이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검은색 밧줄에 묶인 여성들의 모습, 그들의 고통스럽고도 쾌락에 찬 표정들...

"오늘 수업은 함수의 극한과 연속성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하지설이 칠판에 공식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놀림은 정확하고 부드러웠다. 학생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진호도 처음에는 열심히 필기를 하며 따라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호의 집중력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하지설의 목소리가 점점 멀게 들렸다. 그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칠판의 공식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이미지들이었다.

검은색 밧줄로 팔을 묶고, 다리를 묶고, 목을 감싸는 모습들. 그 여성들의 얼굴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흰 피부, 아름다운 얼굴, 긴 생머리...

진호는 깜짝 놀랐다.

그 여성의 얼굴이 하지설 교수의 얼굴과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아..." 진호는 숨을 삼켰다.

하지설이 밧줄에 묶여 있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 검은 밧줄이 감기고, 그녀가 약간 고통스러우면서도 쾌락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진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는 연습장을 펴고, 빈 페이지에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선들이었다. 하지만 점차 선들이 굵어지고,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밧줄을 감는 손, 밧줄에 묶인 손목, 그리고 그 손목을 가진 여성의 실루엣...

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열중하고 있었다.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직 종이 위에 그려지는 그림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지설의 모습만이 존재했다.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밧줄이 여성의 몸을 감싸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려나갔다. 목을 감싸는 밧줄, 가슴을 감싸는 밧줄, 허리를 감싸는 밧줄...

"거기, 중간 열, 네 번째 줄에 앉은 학생."

갑자기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진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지설이 강단에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네, 저요?" 진호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지금 수업 중입니다. 필기를 하고 있지 않다면, 집중해야 할 것 같네요."

하지설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교실 안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진호에게 쏠렸다. 진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질렸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진호는 얼른 연습장을 덮고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재민이 옆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호를 바라보았지만, 진호는 그 시선을 외면했다.

하지설은 잠시 진호를 응시하다가 다시 칠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진호의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하지설에게 지적당한 부끄러움과, 그녀가 자신을 응시했던 그 눈빛, 그리고 그 눈빛 속에 담긴 어떤 의미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였다.

"함수의 극한값을 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배워보겠습니다."

하지설이 칠판에 새로운 공식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칠판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일 때마다 진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 밧줄이 감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진호는 스스로를 꾸짖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이미 통제 불능 상태였다. 하지설의 몸매, 그녀의 움직임, 그녀의 목소리, 모든 것이 그의 상상을 자극했다.

"다음으로, 연속성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하지설이 교탁에서 살짝 몸을 돌렸다. 그 순간, 그녀의 미니스커트가 약간 올라가며 허벅지가 드러났다. 진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하얗고 매끄러운 허벅지. 거기에 검은 밧줄이 감기면...

진호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얼굴이 더욱 뜨거워졌다. 그는 억지로 시선을 칠판으로 돌렸지만, 이미 그의 상상은 멈출 수 없었다.

하지설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진호는 계속해서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녀가 칠판에 공식을 적을 때, 교탁에 기대어 설명할 때,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 모든 순간이 그의 상상을 자극했다.

"이제 문제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3번 문제, 누가 풀어볼 사람?"

하지설이 교실을 둘러보았다.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하지설은 그중 한 학생을 지목했다. 학생이 일어나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진호는 그 학생이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면서도, 머릿속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하지설을 묶는다면, 어떤 밧줄을 사용할까? 어디서부터 묶기 시작할까?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정답입니다. 잘 풀었어요."

하지설이 학생을 칭찬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진호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만약 그녀가 자신에게 묶인 채로 말한다면 어떤 목소리가 나올지 상상했다.

수업이 계속될수록 진호의 상상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그는 연습장을 다시 펴고, 이번에는 좀 더 조심스럽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밧줄에 묶인 여성의 전신을 그렸다. 얼굴은 하지설의 얼굴로, 몸매는 하지설의 몸매로 그렸다. 묶인 손, 묶인 발, 묶인 가슴...

"진호야, 너 뭐 하는 거야?" 재민이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 아니야. 그냥 필기 중이야." 진호는 얼른 연습장을 덮었다.

재민이 이상한 눈빛으로 진호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하지설이 수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진호는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좀 더 세밀하게 묘사했다. 밧줄의 결, 묶인 부위의 주름, 여성의 표정까지 세심하게 그려나갔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가?"

갑자기 또 다시 하지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지설이 강단에서 내려와 그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고, 걸음걸이는 단호했다.

"일어나세요."

하지설이 진호의 책상 앞에 멈춰 섰다. 진호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연습장을 보여주세요."

하지설의 손이 진호의 책상 위에 놓인 연습장을 향해 뻗어졌다. 진호는 저항할 힘도 없이 연습장을 내주었다.

하지설이 연습장을 펼쳤다. 그 안에는 밧줄에 묶인 여성의 그림이 여러 장 그려져 있었다. 특히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은 하지설의 얼굴과 몸매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하지설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다시 차가워졌다.

"수업 시간에 이런 걸 그리고 있으면 안 되죠."

하지설이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손이 연습장을 찢었다. 찢어지는 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수업이 끝나고 제 연구실로 오세요."

하지설이 연습장 조각들을 진호의 책상 위에 던지고는 다시 강단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진호에게는 무서움 그 자체였다.

진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재민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진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수업은 계속됐다. 하지만 진호는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차가운 눈빛과, 그녀가 연구실로 오라고 한 말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연구실로 오라고 한 거지? 설마... 그림 때문에?"

진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하지설이 그 그림을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혹시 자신이 무슨 변태인 줄 알았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냥 주의를 주려는 거야. 다른 학생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는 거야."

진호는 스스로를 위로하려 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하지설이 다시 한 번 진호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속에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진호는 그 눈빛을 읽을 수 없었다.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하지설이 수업을 마무리하고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호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진호야, 너 괜찮아?" 재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응, 괜찮아. 그냥... 좀 놀랐어."

"연구실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응, 가야지. 안 가면 더 큰일 나겠지."

진호는 힘겹게 일어나서 교실을 나왔다. 복도에는 이미 학생들이 흩어져 있었다. 진호는 하지설의 연구실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재민에게 연구실 위치를 물었다.

"수학과 교수 연구실은 3층에 있어. 하지설 교수 연구실은 305호일 거야."

"고마워."

진호는 재민과 헤어져서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복도는 조용했다. 연구실 문마다 교수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진호는 305호를 찾아서 문 앞에 섰다. 문에는 "수학과 하지설 교수"라고 적혀 있었다.

진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하지설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렸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진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연구실 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수학 관련 책들이 정리되어 있었고, 벽에는 몇 개의 자격증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창가에는 요가 매트가 놓여 있었다.

하지설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진호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문을 닫으세요."

진호는 시키는 대로 문을 닫았다. 방 안은 조용했다. 진호는 책상 앞에 서서 어색하게 서 있었다.

"앉아요."

하지설이 책상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진호는 그 의자에 앉았다.

"그림, 제가 좀 봤는데요."

하지설이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시는 그렇지 않겠습니다." 진호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림이 꽤 정교하더라고요. 밧줄로 묶인 여성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여성의 얼굴이 누군지 아나요?"

하지설의 질문에 진호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말해보세요. 누구였나요?"

하지설이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좀 더 강압적인 어조였다.

"저...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 그림을 그리면서 누군지도 모르고 그렸다는 거야?"

하지설이 책상을 한 번 치며 일어섰다. 그녀가 진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향기가 진호의 코를 자극했다.

"당신이 그린 그림은 분명 저였어요. 맞죠?"

하지설이 진호의 턱을 잡아 올리며 그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함께 어떤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진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눈이 하지설의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왜 저를 그렸나요?"

하지설이 진호의 턱을 놓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책상 서랍을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검은색 밧줄이었다.

진호는 깜짝 놀랐다. 하지설이 왜 연구실에 밧줄을 두고 있는 걸까?

"당신은 제가 이 밧줄을 왜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죠?"

하지설이 밧줄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밧줄을 따라 미끄러졌다.

"저는 이 밧줄로 요가를 할 때 사용해요. 스트레칭을 할 때 도움이 되거든요."

하지설이 밧줄을 들어 올리며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진호를 시험하는 듯했다.

"그런데 당신은 이 밧줄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나요?"

하지설의 질문에 진호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말해보세요. 당신의 상상을 말해보라고요."

하지설이 진호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 든 밧줄이 흔들렸다.

진호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차분히 말을 꺼냈다.

"저는, 그 밧줄로 교수님을 묶고 싶습니다."

진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내용은 확실했다.

하지설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곧 그녀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흥,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하지설이 밧줄을 책상 위에 던졌다. 밧줄이 책상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당신은 제가 묶일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하지설이 진호에게 다가와서 그의 앞에 섰다. 그녀는 진호보다 키가 조금 작았지만, 위압감은 엄청났다.

"저는 묶이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을 묶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하지설의 말에 진호는 당황했다.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일까?

"이제 그만 들어가요. 그리고 다시는 수업 시간에 그런 그림을 그리지 마세요. 알았죠?"

하지설이 차갑게 말했다. 진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문을 나서기 직전, 하지설이 그를 불렀다.

"진호 씨."

진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설이 책상에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떠 있었다.

"다음 수업 시간에도 또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연구실로 오면 제가 모델이 되어줄 수도 있어요."

하지설의 말에 진호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무슨 뜻일까?

"농담이에요. 그냥 들어가요."

하지설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진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연구실을 나왔다.

복도로 나온 진호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설의 마지막 말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그림에 대해 전혀 화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모델이 되어준다고?"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봐야 더 혼란스러워질 것 같았다.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재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재민아. 나 좀 봐줘. 연구실에서 별일은 없었는데,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무슨 일?"

"나중에 얘기할게. 오늘 밤에 보자."

진호는 전화를 끊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설의 연구실에서의 경험은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녀가 마지막에 했던 말, 그리고 그녀가 밧줄을 만지작거리던 모습...

"분명히, 그녀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어."

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점점 더 하지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녀가 왜 연구실에 밧줄을 두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왜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는지.

집에 도착하자, 진호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서 "하지설 교수"를 검색했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교수 연구실에 대한 정보, 몇 개의 논문,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의 교수 소개 정도였다.

하지만 진호는 그중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하지설의 연구 분야 중에 "수학과 성학의 관계"라는 항목이 있었던 것이다.

"수학과 성학의 관계? 이게 무슨 연구 분야지?"

진호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그 항목을 클릭했지만,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흥미롭네."

진호는 그날 밤, 하지설에 대한 생각을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그녀의 매끄러운 몸매, 그리고 그녀가 연구실에서 보여준 알 수 없는 태도...

"다음 수업 시간에는, 꼭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아내겠다."

진호는 그렇게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 하지설과의 만남이 기대되면서도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알고 싶었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녀가 왜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는지.

그리고 며칠 후, 수학 수업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도 교실은 만석이었다. 진호는 재민과 함께 같은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진호의 마음속에는 어떤 결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하지설이 강단에 섰다. 그녀는 오늘도 아름다웠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팬츠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묶어서 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목선이 드러나 있었다.

"오늘은 미분에 대해 배워보겠습니다."

하지설이 수업을 시작했다. 진호는 처음에는 열심히 필기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시선은 하지설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칠판에 공식을 쓰는 모습, 그녀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모든 것이 그의 상상을 자극했다.

"자, 이제 문제를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하지설이 교실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진호에게 멈췄다.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쪽, 네 번째 줄에 앉은 학생. 이 문제를 풀어보시겠어요?"

진호는 깜짝 놀랐다. 하지설이 자신을 지목한 것이다.

"네, 교수님."

진호는 일어나서 칠판으로 걸어갔다.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칠판 앞에 서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하지설이 진호의 뒤에 서서 그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호는 그녀의 존재감을 느끼며 긴장했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데는 집중했다.

"정답입니다. 잘 풀었어요."

진호가 문제를 다 풀자, 하지설이 칭찬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리고 그녀가 진호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수고했어요."

하지설이 손을 떼고 다시 강단으로 돌아갔다. 진호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그녀의 손길이 아직도 어깨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진호는 하지설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는 오늘 꼭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연구실 문을 두드리자, 하지설이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와요."

진호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설이 책상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왔나?"

"교수님, 저... 어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습니다."

진호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하지설이 잠시 진호를 응시하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가 연구실의 커튼을 닫았다. 방 안이 어두워졌다.

"알고 싶다고?"

하지설이 진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 어제와 같은 검은색 밧줄이 들려 있었다.

"그럼 내가 직접 보여주지."

하지설이 밧줄을 진호의 손에 쥐여 주었다. 진호는 놀랐지만, 밧줄을 꽉 쥐었다.

"나를 묶어봐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설의 목소리는 낮고 달콤했다. 진호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그는 밧줄을 손에 쥐고 하지설 앞에 섰다.

"진짜... 괜찮으신 겁니까?"

"당신이 원한다면."

하지설이 진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신뢰와 기대가 담겨 있었다.

진호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밧줄을 하지설의 손목에 감기 시작했다.

하지설은 아무 말 없이 진호의 손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의 손목이 밧줄에 묶였다. 진호는 조심스럽게 밧줄을 조였다. 너무 세게 조이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게 묶지도 않았다.

"이렇게요?"

"좋아요. 계속해요."

하지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진호는 자신감을 얻고, 천천히 밧줄을 그녀의 팔, 어깨, 가슴까지 감기 시작했다.

방 안은 조용했다. 오직 밧줄이 스치는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진호는 하지설을 완전히 묶었다. 그녀의 팔, 다리, 몸통이 밧줄로 감겨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진호는 그녀 앞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설은 아무 말 없이 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편안함과 만족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 있었다.

"고마워요, 진호 씨."

하지설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했다.

진호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는 하지설의 묶인 모습을 바라보며,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수업 후 사무실 대화

수업 종을 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진호는 천천히 책가방을 챙기며 일어섰다. 오늘 수학 수업은 평소와 다름없이 지루했고, 그는 중간중간 연습장에 낙서를 하며 시간을 때웠다. 문득 하지설 교수의 목소리가 교실을 가르며 들려왔다.

"진호 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진호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무슨 일이지? 혹시 내가 수업 시간에 딴짓한 걸 눈치챘나? 아니면 과제를 제대로 안 한 게 들켰나? 그는 가방을 다시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다른 학생들이 하나둘씩 교실을 나가고, 조용해진 교실에 하지설 교수가 책상 앞에 서 있었다.

"저를 찾으셨어요?" 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설은 손에 들고 있던 시험지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속으로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했다. "네, 저랑 사무실로 좀 와 주시겠어요? 이야기할 게 있어서요."

진호는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걸음을 옮기며 진호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과제 제출일을 놓친 건 아닌지, 시험 성적이 바닥을 친 건 아닌지. 아니면 교수가 내 태도를 지적하려는 걸까? 하지만 하지설 교수는 평소에 엄격하지만 공정한 사람이었다. 설마 그런 이유로 나를 불렀을 리는 없을 텐데.

복도를 걸으며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진호는 하지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도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었고, 긴 생머리가 어깨에 닿아 살짝 흔들렸다. 키가 크고 몸매가 잘 빠진 그녀는 걸을 때마다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진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자 하지설이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진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사무실은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여러 권의 수학 교재와 시험지가 쌓여 있었고, 한쪽 벽에는 큰 책장이 놓여 있었다. 하지설은 책상 앞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요. 긴장하지 말고."

진호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는 하지설의 눈빛을 피해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안경이 들려 있었고, 천천히 벗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대학 생활은 좀 적응했어요?" 하지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진호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네, 나름대로요. 아직 낯선 부분도 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전공 수업은 어때요? 따라가기 힘들지 않아요?"

"수학은 좀 어렵긴 한데, 교수님 수업은 이해하기 쉬워요." 진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하지설의 수업은 다른 교수들보다 명확하고 체계적이었다. 그래도 그는 수학보다는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했다.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다행이네요.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돼요. 저는 학생들이 편하게 질문하는 걸 좋아해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아직도 불안했다. 대체 왜 나를 불렀을까?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위해서라면 굳이 사무실까지 부를 이유가 없지 않나?

하지설이 잠시 침묵하더니, 책상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진호의 연습장이었다. 진호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 연습장에는 수업 시간에 몰래 그린 그림들이 가득했다. 추상적인 형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여성의 몸을 묶는 듯한 스케치가 몇 장 있었다. 그것은 순전히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지만, 진호는 그 그림을 그릴 때면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하지설이 연습장을 책상 위에 펼쳤다. 진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이 그림들을 본 건가? 아니, 하지설 교수는 그런 걸 신경 쓸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그녀의 손이 연습장 위를 스칠 때마다 진호는 긴장했다.

"진호 씨, 수업 시간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수업 중에는 수업에 집중하는 게 좋겠어요."

진호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요."

하지설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사실 네가 그림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좀 아쉬웠을 뿐이에요." 그녀가 연습장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만약 학업이나 생활에 고민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말해도 돼요. 아마...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진호는 그녀의 말투에서 무언가 다른 의미를 느꼈다. 도울 수 있다? 무슨 뜻이지? 그는 하지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 달리 깊고, 뭔가 숨겨진 감정이 있는 듯했다.

하지설이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손가락이 연습장 가장자리를 살짝 만지작거렸다. "사실... 나도 예전에 네 나이 때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래서 네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말을 꺼내는 거예요."

진호는 혼란스러웠다. 교수님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고민? 도움? 그는 하지설의 표정을 읽으려고 애썼지만, 그녀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였다.

"교수님,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요?" 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약간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니에요, 네가 잘못한 건 없어요. 그냥... 내가 너무 걱정이 돼서 그런 거예요." 그녀가 연습장을 진호 쪽으로 밀었다. "이 연습장은 네가 가져가. 하지만 다음부터는 수업 시간에 다른 걸 하지 말아요."

진호는 연습장을 받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하지설이 깊게 숨을 들이쉬며 진정하려는 듯했다. "그리고... 만약 학업이나 생활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말해도 돼요. 나는 네가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간절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진호는 그녀의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교수님이 왜 이렇게 나에게 신경을 쓰는 걸까? 단지 좋은 선생님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시간이 늦었네요." 하지설이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도 좋아요. 오늘 말한 내용, 잘 생각해 봐요."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네,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가 사무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하지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진호 씨."

진호가 뒤돌아보았다. 하지설은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가진 고민... 나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언제든지 나에게 와서 이야기해요."

진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네, 교수님. 꼭 그렇게 할게요."

그가 사무실을 나와 문을 닫는 순간, 하지설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한 말들을 후회하면서도, 동시에 진호가 진정으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누군가를 만나길 바랐다.

진호는 복도를 걸으며 머릿속이 복잡했다. 교수님이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특히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얼굴이 붉어졌던 이유는 뭘까? 그는 연습장을 꺼내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그가 수업 시간에 그린 그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그림들의 의미를 아직 깨닫지 못했다.

사실 진호는 최근 몇 주 동안 점점 더 강렬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인체 스케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여성의 몸을 밧줄이나 천으로 묶는 장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그림을 그릴 때면 알 수 없는 흥분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설 교수가 그 연습장을 본 건 바로 그 그림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교수님은 그 그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민이 있으면 말해도 돼"라고 암시했다. 그 말은... 혹시 교수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까? 진호는 그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교수님은 그냥 좋은 선생님일 뿐이야.

그날 밤, 진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하지설의 말을 떠올렸다. "네가 가진 고민... 나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그 말이 반복해서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해한다는 건, 무엇을 이해한다는 걸까? 그림에 대한 것일까? 아니면 더 깊은 무언가?

다음 날, 진호는 수업을 마치고 복도를 걷다가 우연히 하지설을 만났다. 그녀는 팔에 책을 들고 있었고, 진호를 보자 잠시 멈춰 섰다.

"진호 씨, 어제 일은 잊지 않았죠?" 하지설이 물었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잘 기억하고 있어요."

"좋아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내 사무실로 와요. 문은 항상 열려 있어요."

진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무언가 더 깊은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내뱉었다. "교수님, 혹시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하셨나요?"

하지설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게 무슨 뜻이죠?"

"아니요, 그냥... 어제 교수님이 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요." 진호는 말을 얼버무렸다.

하지설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해 줄게요. 하지만 지금은 수업에 집중하는 게 좋겠어요."

진호는 그 말에 더 궁금증이 생겼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히 계세요."

그 후 몇 주 동안, 진호는 수업에 좀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하지설의 말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연습장에는 점점 더 많은 그림이 그려졌다. 이번에는 그가 직접 상상한 장면들로, 여성의 몸이 정교하게 묶여 있는 모습이었다.

어느 날 오후, 진호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하지설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책장 사이에 서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진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하지설이 고개를 돌렸다. "아, 진호 씨. 여기서 공부하는구나."

"네, 수학 과제를 하고 있어요." 진호가 대답했다.

하지설이 그를 한참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시간 괜찮아?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두 사람은 도서관 한쪽에 있는 빈 테이블에 앉았다. 주변은 조용했고, 다른 학생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설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시작했다.

"진호 씨, 요즘 어떻게 지내? 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어?"

"네, 교수님 덕분에 점점 이해가 되고 있어요." 진호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다행이야. 그런데..." 그녀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네가 그림 그리는 걸 계속하고 있나 싶어서."

진호는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네, 가끔 그리긴 해요. 그냥 취미로요."

"취미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 그림들이 네 마음속에 있는 어떤 고민을 표현한 것이라면..." 하지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고민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진호는 그녀의 말에 깊이 생각했다. 그의 그림들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내면에 있는 어떤 욕망과 호기심을 표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그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교수님, 저는..." 진호가 망설이며 말을 꺼냈다. "제가 그리는 그림들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걸 보면 괴짜라고 생각할까 봐 두려워요."

하지설이 그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녀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이상하지 않아.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른 취향과 욕망을 가지고 있어. 중요한 건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는 거야."

진호는 그녀의 손길에 몸이 긴장했다. 교수님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다정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교수님은... 저를 이해해 주시는 건가요?" 진호가 작게 물었다.

하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는 너를 이해해. 그리고 네가 가진 고민을 나누고 싶어." 그녀가 손을 놓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이번 주말에 내 사무실로 와 줄래?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진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갈게요."

주말이 되자, 진호는 약속한 대로 하지설의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와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하지설은 평소와 다른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캐주얼한 니트와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느슨하게 묶고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작은 테이블 위에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다.

"와 줘서 고마워, 진호야." 하지설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앉아."

진호가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긴장하며 손가락을 비볐다. "교수님,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하지설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말했다. "우리가 저번에 했던 이야기, 기억나? 네가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말했잖아."

"네."

"사실 나도 너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 하지설이 조용히 말했다. "예전에, 나도 너처럼 어떤 욕망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던 때가 있었어.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했지."

진호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럼 교수님은 어떻게 그걸 극복하셨어요?"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해 주었어. 그리고 나는 내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지." 그녀가 진호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너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진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교수님은... 제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아시는 건가요?"

"완전히는 아니지만, 너의 그림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했어." 하지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네가 그 그림을 그릴 때 느끼는 감정도 이해할 수 있어."

진호는 깜짝 놀랐다. 교수님이 그의 그림을 본 건 정말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연습장을 보고, 거기서 무언가를 읽어낸 것이다. "그럼... 교수님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전혀." 하지설이 단호하게 말했다. "오히려 나는 네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는 거야."

진호는 그녀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욕망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 왔지만, 하지설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교수님, 저는..." 진호가 망설이며 말을 꺼냈다. "제가 어떤 걸 원하는지 정확히 잘 몰라요. 그냥 그 그림을 그릴 때면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껴요."

하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네가 원하는 걸 천천히 알아가면 돼." 그녀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만약 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네가 어떤 걸 원하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줄 수 있어."

진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말은 분명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욕망을 이해하고 있으며, 진호가 그 욕망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정말요?"

"그래." 하지설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우리는 천천히 해야 해.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진호는 그녀의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오랫동안 혼자서 고민해 왔던 문제를 드디어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하지설이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은 이쯤 하자. 다음에 또 만나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야."

진호도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네, 교수님. 기다릴게요."

그가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하지설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진호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언제든지 나에게 와도 돼."

진호는 그 말에 힘을 얻었다. 그는 복도를 걸으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로 하지설 교수였다.

그날 이후, 진호와 하지설은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업이나 학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점차 그들은 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하지설은 진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진호도 점점 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하지설이 진호에게 물었다. "네가 그린 그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뭐야?"

진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그림이 있어요. 여성의 몸을 정교한 매듭으로 묶는 장면인데, 아직 디테일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설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림을 보여줄 수 있어?"

진호는 망설였지만, 결국 연습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하지설은 그림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눈빛은 무언가를 읽고 있는 듯했다.

"이 그림... 꽤 정교하네." 하지설이 조용히 말했다. "네가 이 장면을 그리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진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냥... 그런 장면이 아름답다고 느껴요. 통제당하는 여성의 모습이 어떤 의미에서 자유로워 보여서요."

하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관점이야. 통제당함으로써 오히려 자유를 느낀다니." 그녀가 그림을 진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네가 가진 그 감정을 더 깊이 탐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진호는 그녀의 말에 자극을 받았다. 그는 그날 이후로 더 많은 그림을 그렸고, 하지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호는 하지설에게 점점 더 의지하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멘토이자, 때로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진호는 하지설의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창밖은 어두워졌고, 사무실 안에는 은은한 조명만이 켜져 있었다.

"교수님,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뭐든지 물어봐."

"교수님은 왜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는 거예요? 단지 제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가요?"

하지설이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나도 너와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 그리고 그 고민을 나누고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지. 그래서 너에게는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었어."

진호는 그녀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교수님은 저에게 그런 사람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고마워. 나도 너를 만나서 많은 걸 배웠어."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연결이 생겼다. 진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하지만 하지설이 먼저 그의 손을 잡았다.

"진호야, 나는 네가 행복해지길 바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네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진호는 그녀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기대었다. 하지설은 그를 거부하지 않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들의 관계는 그날 이후로 더 깊어졌다. 진호는 점점 더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었고, 하지설도 그를 받아들이며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어느 날, 하지설이 진호에게 제안했다. "내가 네 그림의 모델이 되어 줄까?"

진호는 깜짝 놀랐다. "정말요? 교수님이요?"

"응."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네가 그리는 그런 장면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진호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그동안 상상으로만 그리던 장면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했다. "그럼... 언제 할까요?"

"이번 주말, 내 아파트에서." 하지설이 조용히 말했다. "주소는 내가 문자로 보낼게."

주말이 되자, 진호는 하지설의 아파트를 찾았다. 그녀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다.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풀어헤치고 있었다. 아파트 안은 아늑했고, 거실에는 큰 소파와 함께 벽에는 여러 점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들어와요." 하지설이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진호는 긴장하며 거실에 앉았다. 하지설이 그 옆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은 네가 그리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게."

진호는 그녀의 말에 더욱 긴장했다. 그는 연습장을 꺼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매는 그림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는 천천히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설이 포즈를 취하며 조용히 말했다. "네가 나를 묶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

진호는 손을 멈췄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갈등이 일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는 가방에서 부드러운 천 조각을 꺼냈다. 사실 그는 오늘을 위해 준비해 온 것이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하지설의 손목을 천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진호가 천을 조금씩 조이자, 하지설이 작게 신음을 냈다. 그 소리는 불편함보다는 만족감에 가까웠다. 진호는 그녀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더욱 정교하게 그녀의 몸을 묶기 시작했다.

하지설은 눈을 감고 그 과정을 즐기는 듯했다. 진호는 그녀의 몸이 천으로 감싸질 때마다 그녀의 근육이 이완되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처럼.

작업이 끝나자, 하지설은 천에 감싸인 채 편안한 표정으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진호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는 그동안 상상으로만 그리던 장면을 현실로 만들었다.

"아름다워요, 교수님." 진호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설이 눈을 뜨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 진호야. 너도 잘했어."

그 순간, 진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와 깊은 연결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연결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진호와 하지설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그들은 서로의 욕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새로운 경험을 탐구해 나갔다. 진호는 더 이상 자신의 그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하지설도 자신의 욕망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하지설이 진호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계속해도 괜찮을까? 우리는 교수와 학생이야."

진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저는 신경 쓰지 않아요. 교수님은 저에게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에요."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나도 그래. 하지만 우리는 조심해야 해.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우리만의 비밀로 할게요."

그 후로도 그들의 관계는 계속되었다. 진호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칠 때까지 하지설과의 만남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설도 진호를 통해 자신이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들은 서로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각자의 욕망을 탐구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더욱 단단한 연결을 만들어 갈 것이다.

진호는 그날 밤, 자취방에 돌아와 연습장을 펼쳐 들었다. 거기에는 그가 그린 하지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 그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필요한 사람도 알았다.

그는 연필을 들어 다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욱 정교하고, 더욱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며. 그의 손끝에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비밀 노출의 두려움

진호는 하지설 교수의 연구실 문을 닫고 복도로 나왔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머릿속은 온통 마지막 그 말로 가득 차 있었다. "네가 그린 그림, 정말 인상 깊었어." 그게 무슨 뜻이지? 무슨 그림? 진호는 수업 시간에 딴생각하며 끄적거린 낙서들을 떠올렸다. 대부분은 의미 없는 선들이나 도형들이었지만, 가끔은 무의식중에 손이 움직여 뭔가를 그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문득 섬뜩한 기운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진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가방을 열었다. 손이 떨렸다. 노트와 교재 사이, 바로 어제 수학 수업 때 사용했던 연습장이 보였다. 그는 그것을 꺼내 들고,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처음 몇 장은 평범한 수학 문제 풀이였다. 그러나 네 번째 장을 넘기는 순간, 진호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거기에는 분명히 여성이 한 명 그려져 있었다. 알몸이었다. 두 팔은 머리 위로 묶여 있었고, 무릎은 가슴 쪽으로 접힌 채 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눈은 가려져 있었고, 입은 살짝 벌어진 채였다. 그림체는 조악했지만, 그 자세와 구도는 너무나 명확했다. 진호의 손가락이 그림 위를 더듬었다. 이건... 언제 그렸지?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맞아, 지난주 수요일. 하지설 교수의 미적분학 강의 시간이었다. 교수님이 칠판에 적는 공식들을 바라보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전날 밤 검색했던 그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손이 무의식중에 연필을 움직였고,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그림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연습장을 덮었지만, 찢어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끼워 두었었다.

그런데 왜 하지설 교수가 그 그림을 알고 있는 거지? 진호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분명히 그 그림을 가방 안에 넣어 두었다. 수업이 끝난 후, 교수님을 따라간 것도 아니었고, 연습장을 교수님에게 보여 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연구실 문을 바라보았다. 이미 닫혀 있었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진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연습장을 가방에 다시 넣고, 발걸음을 서둘러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 방에 도착했을 때, 룸메이트들은 모두 자리에 없었다. 진호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가방을 열고 다시 연습장을 꺼냈다. 손끝이 떨렸다. 몇 번이고 그림을 응시했다. 정말 내가 그린 게 맞아. 그런데 왜 하지설이 알지? 설마 연구실에 CCTV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몰래 누군가에게 보여 줬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걸까? 아니면... 교수님이 내 가방을 열어 본 걸까?

그 생각이 들자 진호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만약 그렇다면, 교수님은 이 그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진호는 하지설의 차분하고 엄숙한 얼굴을 떠올렸다. 평소에는 거의 웃지 않고, 늘 교과서적인 설명만 하는 그녀. 하지만 그 눈빛은 가끔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진호는 그 시선이 불편했다.

그날 밤, 진호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도 하지설 교수의 수학 수업이 있다. 어떻게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까? 혹시 그녀가 수업 시간에 내 그림에 대해 언급할까? 아니면 나를 불러내서 다른 질문을 할까? 진호의 머릿속은 온갖 상상으로 가득 찼다.

다음 날 아침, 진호는 거의 기절할 듯이 교실에 들어섰다. 평소처럼 앞자리에 앉는 대신, 가장 구석진 자리를 골랐다. 그래도 하지설이 강단에 서는 순간,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쏠렸다. 하지설은 언제나처럼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교재를 펼치고 수업을 시작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똑같았다. 차분하고, 단호하게.

진호는 숨을 죽였다. 몇 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설은 진호 쪽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불안했다. 진호는 연습장을 꺼내 수업 내용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펜을 잡은 손이 가볍게 떨렸다.

수업이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하지설이 칠판에 적던 공식을 마치고 잠시 멈췄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교실을 둘러보았다. 진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아주 잠깐이었다. 진호는 그것이 미소인지, 아니면 그냥 표정의 변화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진호는 자신의 모든 비밀이 들통 난 기분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재빨리 교실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하지설이 그를 불렀다. "진호 씨, 잠깐만요." 그 목소리는 평소와 똑같았다. 차갑고, 단호하게. 진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하지설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어제 내가 한 말, 기억나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좋아요. 그럼 다음 주까지 준비해 오세요." 하지설은 서류를 가방에 넣으며 차분히 말했다. "내 연구실로 오면 돼요. 시간은 내가 문자로 알려 줄게."

"네... 네?" 진호는 멍하니 물었다. "무슨... 준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지설은 그제야 진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빛은 깊고, 읽을 수 없었다. "네가 그린 그림 말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싶지 않아?"

그 말에 진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건..."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하지설이 살짝 웃었다. 이번에는 분명한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하기보다는 무언가를 감춘 듯했다. "단지, 네가 상상하는 그런 것들에 대해 나도 관심이 있어서 그래.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진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설은 그런 그의 반응을 기다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주에 보자."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교실을 나갔다. 진호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진호는 침대에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설 교수가 그림을 본 것도 모자라, 그 그림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다고 말하다니. 게다가 자신도 관심이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설마 교수님도... 그런 취향을 가졌다는 건가?

그 생각이 들자 진호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함께 약간의 호기심도 생겼다. 만약 하지설 교수가 진짜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아니면 그냥 놀리는 걸까?

일주일 내내 진호는 불안에 떨었다. 수업 시간마다 하지설을 만날 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었다. 다행히도 하지설은 그에게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이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기숙사에서도 진호의 이상한 행동이 룸메이트들에게 눈에 띄었다. "야, 진호야. 요즘 왜 그래? 밤에 자꾸 뒤척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퀭하잖아." 룸메이트 중 한 명인 민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진호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그냥... 과제 때문에 잠을 좀 설쳤어."

"과제? 너 요즘 수학 수업에서 빠지는 것도 없고, 성적도 좋은데 무슨 과제가 그렇게 힘들어?" 다른 룸메이트인 영수가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그냥... 개인 프로젝트 같은 거야." 진호는 얼버무렸다. "별거 아니야."

민수와 영수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진호는 그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마치 자신의 비밀이 들통 날까 봐 두려웠다.

그러던 중, 수요일 저녁이 다가왔다. 진호는 하지설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내일 오후 3시, 연구실로 오세요."* 그 짧은 문장이 진호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는 그날 밤을 꼬박 새우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지설이 진짜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혼내기 위해 부르는 걸까?

아침이 밝았다. 진호는 수업 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점심 시간에도 도시락을 뜨지 못하고, 시계만 바라보았다. 드디어 오후 2시 30분. 그는 연구실로 향했다.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동시에 이상한 기대감도 있었다.

연구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진호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하지설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지설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진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잘 왔어. 앉아."

진호는 그녀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손이 떨렸다. 하지설은 그의 긴장된 모습을 눈치챈 듯, 부드럽게 말했다. "긴장하지 마. 그냥 이야기 좀 하려고 부른 거야."

"네... 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호의 옆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키가 크고, 다리가 길었다. 정장 치마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가 매끄럽게 빛났다. 진호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설이 그의 앞에 멈춰 섰다.

"네가 그린 그림 말이야." 그녀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나도 그런 그림을 본 적이 있어. 하지만 네 그림은 뭔가 특별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치 네가 진짜로 그런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

진호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 아니에요. 그냥... 우연히..."

"우연히?" 하지설이 가볍게 웃었다. "우연히 그린 그림이 그렇게 디테일할 수 있을까? 묶인 여성의 자세, 구속구의 위치, 표정까지." 그녀가 진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는 분명히 관심이 있어. 그리고 나도 관심이 있어."

진호는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교수님도요?"

"응." 하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학교에서 하는 건 위험해. 그렇지? 그래서 내가 조용히 보자고 한 거야."

진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설의 손이 그의 어깨에서 머리로 옮겨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너는 내 제자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에게 뭘 원하는지 아는 거지."

그 말에 진호는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동시에, 두려움도 사라졌다. 하지설은 자신을 혼내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과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진호는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우리 어떤 걸 해야 하죠?" 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천천히 해도 돼. 먼저, 너는 내가 묶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봐. 그리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줘."

진호의 눈이 커졌다. "진짜요?"

"응. 나는 네 그림이 좋아. 그리고 네가 상상하는 대로 나를 그리고 싶다면, 그게 나를 기쁘게 해 줄 거야." 하지설이 그의 뺨을 살짝 만졌다. "하지만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야. 알겠지?"

진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하지설이라고 불러도 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진호는 그 말에 더욱 가슴이 두근거렸다. 연구실 안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설은 책상 서랍에서 작은 스케치북과 연필을 꺼내 진호에게 건넸다. "자, 여기 있어. 네 상상을 펼쳐 봐."

진호는 스케치북을 받아 들고, 연필을 쥐었다. 손이 약간 떨렸지만, 동시에 이상한 흥분이 솟구쳤다. 그는 하지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가 매끄럽게 빛났다. 진호는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점점 손이 빨라졌다. 몇 분 후, 스케치북 위에는 하지설이 묶여 있는 모습이 완성되었다. 두 팔은 등 뒤로 묶여 있었고, 무릎은 바닥에 닿은 채, 눈은 가려져 있었다. 입은 살짝 벌어져 있었고, 숨을 헐떡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설이 스케치북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말 잘 그렸네." 그녀의 손가락이 그림 위를 더듬었다. "이 자세, 이 표정... 마치 진짜 같아."

진호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세요..."

"아니야. 정말로." 하지설이 진호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이제 나도 네가 그린 대로 한번 해 볼까?"

진호는 숨을 멈췄다. "네?"

"농담이야." 하지설이 웃으며 손을 내렸다. "아직 때가 아니야. 하지만 곧, 우리는 그렇게 할 거야."

그 말에 진호는 심장이 터질 듯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치북을 꼭 움켜쥐었다. 하지설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자, 이제 그만 가 봐. 다음 주에도 같은 시간에 오렴."

진호는 인사를 하고 연구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그는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밀이 드러났지만, 오히려 그 비밀이 하지설과의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기숙사로 돌아온 진호는 침대에 누워 스케치북을 다시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하지설이 묶여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는 그 그림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주 수요일이 기다려졌다.

그날 밤, 진호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하지설은 진짜로 묶여 있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고, 진호는 그녀의 곁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진호는 깨어나서도 그 감각을 잊을 수 없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수요일 오후 3시, 진호는 다시 하지설의 연구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두려움 없이, 오히려 설렘으로 가득 차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하지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지설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늘은 평소와 달리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슬랙스를 입고, 머리는 풀어 내렸다. 그 모습이 진호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앉아." 하지설이 소파 옆 자리를 가리켰다. 진호가 그녀의 옆에 앉자,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지난주에 그린 그림, 다시 봤어. 정말 대단해."

진호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많이 부족해요."

"아니야." 하지설이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네 그림은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표현해 줬어. 그래서 고마워."

진호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이 길고 매끄러웠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살짝 쓰다듬었다. 하지설은 웃으며 그의 행동을 허락했다.

"오늘은 뭘 그리고 싶어?" 하지설이 물었다.

진호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수님..." "하지설." 그녀가 부드럽게 고쳐 주었다.

"하지설 씨... 오늘은 직접 보고 그리고 싶어요."

하지설의 눈빛이 반짝였다. "직접? 무슨 뜻이지?"

"선생님의 몸을... 직접 보고 그리고 싶어요." 진호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 얼굴이 빨개졌지만, 동시에 단호했다.

하지설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이요?"

"네가 그리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그린 그림은 나만 볼 거야. 알겠지?" 하지설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명령하는 듯한 힘이 있었다.

진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구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공간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요가 매트가 깔려 있었다. 그녀는 매트 위에 서서, 천천히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진호는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블라우스가 벗겨지고, 그 아래 드러난 속옷이 보였다. 검은색 레이스 브래지어였다. 진호는 심장이 터질 듯했다. 하지설은 슬랙스도 벗었다. 다리가 길고 매끄러웠다. 그녀는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팔을 등 뒤로 깍지 끼었다. "이렇게?"

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치북과 연필을 꺼냈다. 손이 떨렸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하지설의 몸매를 하나하나 관찰했다. 어깨의 곡선, 허리의 라인, 무릎의 각도까지. 그리고 그녀의 표정. 눈빛은 약간 도전적이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몇 분 후, 진호가 그림을 완성했다. 이번에는 더욱 디테일했다. 하지설이 묶인 모습이 실제처럼 생생했다. 그는 스케치북을 그녀에게 건넸다. 하지설은 그림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정말 훌륭해." 그녀가 일어나 옷을 다시 입으며 말했다. "네 실력이 점점 늘고 있어."

진호는 기쁘면서도 부끄러웠다. "그런가요?"

"응. 다음 주에는 내가 원하는 자세를 그려 줄래?" 하지설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진호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네, 무엇이든 그릴게요."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좋아. 그럼 다음 주에도 보자."

진호는 연구실을 나서며,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이 비밀스러운 관계가 자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진호는 스케치북을 펼쳐 오늘 그린 그림을 다시 보았다. 하지설이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등 뒤로 묶은 모습. 그녀의 눈빛은 약간 도전적이었지만, 동시에 순종적이었다. 진호는 그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그날 밤, 그는 잠들기 전에 하지설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오늘 그림 정말 좋았어. 잠 잘 와. -하."* 진호는 그 문자를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선생님 덕분에 좋은 그림 그렸어요. 감사합니다."*

그날부터 진호와 하지설 사이에는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그들은 연구실에서 만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점 더 깊은 이야기로 발전해 갔다. 하지설은 자신의 취향을 조금씩 드러냈고, 진호는 그에 맞춰 그림을 그렸다.

몇 주 후, 하지설이 진호에게 말했다. "이제 그림만으로는 부족해."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감미로웠다. "네가 직접 나를 묶어 봐."

진호는 당황했지만, 동시에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정말요?"

"응. 하지만 조심해야 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니까." 하지설이 그의 손에 부드러운 끈을 쥐어 주었다.

진호는 그 끈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떨렸다. 그리고 천천히 하지설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몸을 맡겼다. 진호는 조심스럽게 끈을 그녀의 손목에 감았다.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하지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드디어 첫 번째 매듭이 완성되었다. 진호는 하지설의 묶인 손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는 심장이 터질 듯한 기쁨을 느꼈다.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잘했어. 이제 계속해."

진호는 그날,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묶는 경험을 했다. 두려움과 흥분이 섞인 감정이었다. 하지만 하지설이 그를 믿고 몸을 맡긴다는 사실에 더욱 단단해졌다.

연구실을 나서는 길, 진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비밀이 드러났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 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더 깊은 관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주일 후, 진호는 다시 하지설의 연구실을 찾았다. 이번에는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다양한 구속 방법을 연습해 왔고, 하지설도 그의 실력에 감탄했다.

"오늘은 더 어려운 걸 해 볼까?" 하지설이 속삭였다.

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끈을 꺼냈다. 그날 밤, 연구실 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와 끈이 닿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진호는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비밀이 하지설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 관계를 이어 가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진호는 하지설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정말 행복했어요. 선생님 덕분에."* 몇 분 후, 답장이 왔다. *"나도 그래. 잘 자, 진호."*

진호는 그 문자를 가슴에 품고 잠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하지설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교수와 학생이 아니라,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비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었다.

대담한 시험 행동

진호는 방 안에서 깊은 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손끝은 여전히 연필 자국이 남아 있었고, 마음은 마치 그 연필 선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는 며칠 전 수학 과제를 내고 난 후의 그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하지설 교수가 그의 연습장을 들여다보던 그 짧은 시간. 보통 교수라면 경악하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특히 그가 그린 그림이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분명히 의미를 가진, 여성의 몸을 묶은 선명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연습장을 건네며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순간, 진호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부모님을 불렀을 텐데... 아니면 적어도 학교에 알렸을 거야. 그런데 하지설 교수는 그냥 넘어갔어. 심지어 내 눈을 피하기까지 했어. 그건... 뭔가 숨기는 거 아냐?” 진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캠퍼스는 한가롭지만,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설 교수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던 이유, 그녀가 연습장을 넘겨주며 손가락이 살짝 떨렸던 것. 그것이 단순한 부끄러움일까? 아니면 뭔가 더 깊은 감정일까?

진호는 책상 위에 놓인 연습장을 집어 들었다. 이미 여러 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도였지만, 점점 더 디테일이 살아나고 있었다. 여성의 손목이 굵은 밧줄에 묶여 있고, 그 밧줄이 나무 기둥에 연결되어 있었다. 얼굴은 가리지 않았지만, 표정은 애매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는 그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좋아, 한 번 더 시험해보자. 만약 그녀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확실한 증거야.”

하지만 그 결심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진호는 다음 날 수업 시간에 숙제를 제출해야 했다. 반장이 연습장을 수거해서 하지설 교수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었다. 만약 하지설이 지난번처럼 넘어가지 않는다면? 그가 그린 그림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그녀가 더 이상 참지 못할 수도 있었다.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부모님에게 불려가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학교에서 제명당하거나,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진호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는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렸다. 이번에는 더 과감하게, 더 분명하게. 여성의 몸 전체가 로프로 감겨 있었고, 다리는 넓게 벌려져 있었다. 얼굴은 오히려 평온하게, 마치 즐기고 있는 듯한 표정을 그렸다. 그는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건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건 도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오랫동안 갈망해온 무언가에 한 발짝 다가서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연습장을 닫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다음 날, 수학 수업 시간. 진호는 평소와 다름없이 교실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거의 폭발할 지경이었다. 반장이 연습장을 수거하러 돌아다닐 때, 그는 일부러 천천히 연습장을 건넸다. 반장은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챙겨서 선생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진호는 그 순간을 지켜보며 숨을 멈추었다. 하지설 교수는 아직 연습장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업을 진행하며 칠판에 수식을 적고 있었다. 진호는 그녀의 손동작과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평소처럼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이었지만, 진호는 그녀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나서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교실을 나갔다. 진호는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하지설 교수가 연습장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쌓인 연습장을 정리하면서, 천천히 하나씩 넘겨보기 시작했다. 진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가 그의 그림이 있는 연습장에 도달했을 때, 진호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하지설 교수는 잠시 멈추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연습장 가장자리를 스쳤고,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진호는 그녀의 얼굴이 다시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침착하게 연습장을 다른 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호는 일어서서 교실을 나가면서,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성공했다. 그는 하지설 교수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곧 새로운 불안으로 바뀌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걸어온다면? 아니면, 더 나아가서 뭔가를 제안한다면? 진호는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며,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하지설 교수는 진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보충 수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시간 나면 제 연구실로 와 주세요.” 진호는 그 이메일을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그 연구실에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며,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썼다. “네, 교수님. 오늘 오후에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작은 연구실 문을 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단순한 수학 공식이 아닐 것임을 알면서도, 그는 더 이상 뒤돌아서지 않았다.

다시 불려가다

진호는 예상대로 다음 날 아침부터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어젯밤 내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에 눈 밑이 거무스름하게 져 있었고, 아침 식사도 겨우 몇 숟갈 뜨다가 포기했다. 기숙사에서 나와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심장은 마치 북을 치듯 요동치고 있었다.

어제 하지설 교수의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자신을 불러서 한 말들, 그리고 그때 느꼈던 묘한 분위기. 분명히 그녀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다기보다는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몰랐다.

진호는 교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잠시 멈춰 섰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하지설 교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진호는 평소와 같은 자리, 창가 쪽 두 번째 줄에 앉아 가방에서 교과서와 노트를 꺼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호의 불안은 더해졌다. 주변 학생들은 평소처럼 떠들고 있었지만, 그의 귀에는 그 소음이 멀게만 느껴졌다.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를 긁적이고 있었고, 시선은 자꾸만 교실 입구 쪽으로 향했다.

드디어 수업 시작 5분 전, 하지설 교수가 교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오늘도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고, 머리는 깔끔하게 묶어 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고, 걸음걸이도 여유로워 보였다. 진호는 그녀의 얼굴에서 어떤 단서라도 찾으려고 애썼지만,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하지설 교수는 강단 위에 올라서서 교재와 서류를 정리했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수업을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또렷했으며, 수업 내용은 언제나처럼 논리적이고 명확했다. 오늘 다루는 주제는 미분방정식이었는데, 진호는 평소 같으면 집중해서 들었을 내용이지만 오늘은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진호는 계속해서 하지설 교수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녀가 분필을 집는 손, 칠판에 글씨를 쓰는 뒷모습,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의 표정.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았다. 아니, 너무 평소와 같아서 오히려 더 불안했다.

어제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은 분명히 기억나는데,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진호는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말했던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은 분명히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수업 중간에 하지설 교수가 숙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나와서 숙제를 받아 가라고 했다. 진호는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그 순간이 오고 있었다.

하지설 교수는 학생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숙제를 받아가는 학생들에게 간단한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잘 풀었는데, 마지막 문제에서 실수가 있었네요." "이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그녀의 말투는 언제나처럼 전문적이고 친절했다.

진호의 이름은 아직 불리지 않았다. 앞에 있는 학생들이 하나둘 숙제를 받아가고, 그의 차례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진호는 손에 땀을 쥐고 있었고, 입술을 깨물며 긴장을 감추려고 애썼다.

마침내, 하지설 교수가 마지막 숙제 더미를 집어 들었다. 진호는 숨을 죽이고 그녀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하지설 교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그 숙제 더미를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다른 서류를 꺼내며 평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머지 숙제는 다음 시간에 나눠주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진호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나머지 숙제? 그럼 자기 숙제는 아직 채점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나중으로 미룬 것일까? 진호의 머릿속은 온갖 추측으로 가득 찼다.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하지설 교수는 평소처럼 열정적으로 강의를 이어갔고, 학생들도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호는 그 모든 것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의 시선은 자꾸만 하지설 교수의 책상 위에 놓인 그 숙제 더미로 향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하지설 교수가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알림이 있습니다. 진호 씨, 수업이 끝난 후에 제 사무실로 와 주시겠어요?"

그 말은 마치 예정된 일을 확인하는 듯한 차분한 어조였다. 진호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주변의 몇몇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을 그에게 던졌지만, 진호는 그 시선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네, 교수님."

진호는 최대한 평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하지설 교수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의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둘 교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교실이 조용해져 갔다. 몇몇 학생들이 그에게 "야, 왜 또 불렸어?"라며 궁금해했지만, 진호는 적당히 둘러대며 넘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실에는 진호 혼자만 남게 되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제 그녀의 사무실에서 느꼈던 그 이상한 분위기, 그리고 오늘 그녀가 자신을 다시 부른 이유. 진호는 그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진호는 천천히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그의 손은 약간 떨리고 있었지만, 그를 이끄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교실을 나와 교수 사무실 건물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 동안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한쪽에서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제 그녀가 보여준 그 모습,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했던 그 순간. 진호는 그 순간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자신의 판단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교수 사무실 건물은 조용했다. 대부분의 수업이 끝난 시간이라 복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진호는 하지설 교수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잠시 멈춰 섰다. 문이 약간 열려 있었고, 안쪽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진호는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문을 살짝 밀었다. 문이 열리면서 안쪽이 보였다. 하지설 교수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손에는 진호의 연습장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골똘히 응시하고 있었고, 얼굴에는 붉은 기가 스며 있었다.

진호가 들어오는 소리에 하지설 교수는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찔했다. 그녀는 급하게 연습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지만, 그 행동은 오히려 더 수상쩍게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고, 눈빛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들어와요."

하지설 교수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진호는 그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천천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진호는 하지설 교수의 책상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의 차분하고 전문적인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다. 그녀의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책상 위를 긁적이고 있었고, 시선은 진호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수님, 저를 부르셨다고요?"

진호는 최대한 평범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이 섞여 있었다. 하지설 교수는 그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네... 진호 씨, 어제 이야기했던 것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진호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하지설 교수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책상 위에 놓인 연습장을 힐끔거리며 보았다.

진호는 그 연습장에 자신이 그린 그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설 교수가 그 그림들을 보고 얼굴이 붉어진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교수님, 그 연습장에 제가 그린 그림들이 있습니다."

진호는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하지설 교수는 그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고, 입술을 약간 깨물었다.

"네... 봤어요. 그 그림들이... 꽤 독특하더라고요."

하지설 교수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진호는 그 목소리에서 긴장과 호기심이 섞여 있음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갔다.

"독특하다고요? 아니면... 익숙하다고요?"

진호의 물음에 하지설 교수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녀는 진호를 바라보았고,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당황함, 부끄러움, 그리고 알 수 없는 욕망이 어우러져 있었다.

"진호 씨... 당신은..."

하지설 교수가 말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호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점점 확신을 굳혀 갔다. 그녀는 분명히 같은 취미를 가졌고, 그것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교수님, 저는 그 그림들이 단순한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도 그걸 아시는 것 같아요."

진호의 말은 점점 자신감을 띠고 있었다. 하지설 교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리고 있었고, 손가락은 책상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사무실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진호와 하지설 교수는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며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같은 취미, 같은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묘한 유대감.

시간이 흐를수록 진호의 마음은 점점 더 차분해졌다. 그는 이제 확신했다. 하지설 교수도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졌고, 그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비밀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진호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이 연결은 섬세하게 다루어야 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었기에. 그래서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교수님, 저는 교수님께서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린 그림들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진호의 말에 하지설 교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놀라움과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진호의 배려를 이해한 것 같았다.

"진호 씨... 감사합니다."

하지설 교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안정된 것 같았다. 진호는 그 목소리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교수님."

진호는 가벼운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문을 닫는 순간, 그의 심장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깊게 숨을 쉬며 그 감정을 가라앉혔다.

복도를 걸으면서 진호는 어제와 오늘의 일들을 곱씹었다. 하지설 교수의 반응, 그녀의 붉어진 얼굴, 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당황한 모습. 모든 것이 진호의 확신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진호는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했다. 로프, 수갑, 그리고 다양한 SM 용품들. 그의 손가락은 익숙하게 화면을 넘겼고, 눈빛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그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지설 교수도 같은 것을 원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다가가야 했다.

기숙사에 도착한 진호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룸메이트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능숙하게 움직였고, 종이 위에는 여성의 실루엣이 그려져 갔다. 그 여성은 묶여 있었고, 얼굴에는 고통과 쾌락이 교차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진호는 그림을 완성한 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그림 속 여성이 하지설 교수를 닮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더 자세히 그리기 위해 연필을 다시 집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호의 그림은 점점 더 구체화되어 갔다. 그는 하지설 교수의 몸매, 그녀의 긴 다리, 그리고 그녀가 요가를 할 때 보여주는 유연한 자세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의 상상 속에서 하지설 교수는 온갖 종류의 구속 도구에 묶여 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진호는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잠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 한쪽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올랐고, 동시에 죄책감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욕망일 뿐이었고, 하지설 교수도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진호는 다시 수학 수업을 들으러 교실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어제보다 훨씬 가벼웠고, 표정에도 여유가 묻어 있었다. 그는 이제 하지설 교수와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하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하지설 교수가 교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평소와 같은 단정한 모습이었지만, 진호는 그녀의 눈빛에서 약간의 떨림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가 진호를 바라볼 때면 눈빛이 잠시 흔들렸고, 그걸 감추기 위해 급히 시선을 돌리곤 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하지설 교수는 몇 번이고 진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세한 붉은 기가 스며들었고, 목소리도 약간 떨리는 것 같았다. 진호는 그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관찰했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지설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강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지만, 진호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 약간 긴장한 듯했다.

"교수님, 어제 말씀하신 것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시간 괜찮으시면 좀 여쭤봐도 될까요?"

진호의 말은 공손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다. 하지설 교수는 그 의도를 눈치챘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사무실로 오세요."

두 사람은 교실을 나와 교수 사무실 건물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 동안 그들은 거의 말을 주고받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진호는 하지설 교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몸매를 떠올렸다. 그 긴 다리와 볼록한 엉덩이, 그리고 허리를 감싸는 곡선. 모든 것이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후, 하지설 교수는 진호를 안으로 들였다. 그녀는 문을 닫고 책상 앞에 앉았다. 진호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부분이 이해가 안 되나요?"

하지설 교수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진호는 그 속에 긴장이 섞여 있음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수학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교수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요."

진호의 말에 하지설 교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긁적이며 긴장을 감추려고 애썼다.

"무슨 말씀이죠?"

"어제 제 연습장을 보셨잖아요. 그 그림들... 교수님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호의 말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들어오자 하지설 교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진호 씨... 그 그림들은..."

"저의 취미입니다. 그리고 교수님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계신 것 같아서요."

진호의 직구에 하지설 교수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당황함과 부끄러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욕망의 불꽃도 깜빡이고 있었다.

"왜... 왜 그렇게 생각하죠?"

하지설 교수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진호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확신을 더욱 굳혔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하지설 교수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어제 교수님이 제 연습장을 보시고 얼굴이 붉어지셨어요. 그리고 오늘 수업 시간에도 저를 보실 때마다 긴장하셨죠. 그 모든 것이 증거입니다."

진호의 말에 하지설 교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진호는 그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교수님, 저는 교수님을 판단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진호의 말이 끝나자 하지설 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은 부끄러움과 안도감이 섞인 것이었다.

"진호 씨... 저는... 이 비밀을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 왔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누구와도 나누지 못했죠."

하지설 교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나누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님.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진호의 말에 하지설 교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동시에 알 수 없는 욕망을 담고 있었다. 진호는 그 미소를 보며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비밀을 공유했다. 같은 취미, 같은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난 특별한 연결. 그 연결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진호는 그날 밤, 기숙사 방에서 하지설 교수를 생각하며 또 한 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 속에서 그녀는 부드러운 로프에 묶여 있었고, 얼굴에는 편안함과 쾌락이 교차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진호는 그 그림을 완성한 후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진호는 그 그림을 하지설 교수에게 선물로 주기로 결심했다.

서로의 고백

하지설은 책상 위에 놓인 두 번째 연습장을 바라보며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첫 번째 그림은 우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그림, 그것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평소의 차분한 표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들어와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음정 높았다. 진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 하지설은 그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책상 앞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요.”

진호가 의자에 앉았다. 그의 손은 무릎 위에서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하지설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정리하는 척했다.

“음... 진호 씨, 요즘 수업은 잘 듣고 있어요?”

하지설이 어색하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듬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학업에 어려움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은 전적으로 연습장 위에 그려진 그림에 빼앗겨 있었다. 진호가 그린 그 그림, 그 밧줄의 굵기와 매듭의 형태까지 정확하게 묘사된 그림.

“선생님.”

진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진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하지설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저... 저는 사실...”

진호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더 심하게 떨렸다.

“저는 밧줄로 사람을 묶는 걸 좋아해요.”

그의 말이 교수실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설은 숨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대학에 막 들어왔을 때... 우연히 어떤 사이트를 클릭했어요. 거기서 본 그림들이...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진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지만, 그 내용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해서 봤는데... 점점 더 빠져들었어요. 특히 여성을 묶는 그림을 보면... 이상하게 흥분됐어요.”

하지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이 책상 밑에서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진호가 고개를 들어 하지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첫 번째 연습장을 제출한 건 우연이었어요.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그림이 나왔어요.”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연습장은... 일부러 그렸어요.”

하지설의 눈빛이 흔들렸다.

“선생님이 혹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의 말이 끝났을 때, 하지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나를 확인하려고 했다고? 그가 나를 시험한 거야?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가슴 한편에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눈빛은 이미 무언가를 결정한 듯했다.

“진호 씨.”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와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진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수업에 돌아가요.”

진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혼란과 당혹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하지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척했다.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하지설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이 책상 위에 놓인 연습장 위에 살짝 얹혀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를 집으로 부른 걸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그림들을 보고 처음 느꼈던 그 전율.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그 뜨거운 감정. 그것은 오랫동안 그녀가 억눌러왔던 무언가였다.

그녀는 스물아홉 해 동안 자신의 욕망을 숨겨왔다. 그녀는 항상 단정하고 엄격한 교수로 살아왔다. 하지만 밤이 되면, 그녀는 혼자 방에 앉아 인터넷을 뒤지며 그런 그림들을 보곤 했다. 그녀는 자신이 묶이고 길들여지는 상상을 하며 흥분했다.

그리고 오늘, 그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세 시.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녀는 집에 가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한편, 진호는 교수실을 나와 건물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머릿속은 하지설의 마지막 말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와요.”

그 말은 무슨 뜻일까? 왜 그녀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한 걸까?

그는 기숙사로 걸어가면서도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녀가 자신을 신고하려는 걸까? 아니면...

그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자신의 상상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상상을 멈출 수 없었다.

기숙사 방에 도착했을 때, 그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네 시. 아직 저녁까지 시간이 있었다.

그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그저 긴장된 마음으로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저녁 일곱 시, 그는 기숙사를 나섰다. 하지설이 보낸 주소를 따라 걸었다. 그녀의 집은 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였다. 그가 도착했을 때, 건물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 입는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화장기가 거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름다웠다.

“들어와요.”

그녀가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그는 그녀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진호 씨.”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오늘 한 말, 기억하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솔직히 말할게요.”

그녀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눈빛이 단호해졌다.

“나도... 당신과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녀의 말이 진호의 귀에 들어왔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반대야.”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나는 묶는 쪽이 아니라... 묶이는 쪽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이것을 숨겨왔어. 내가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당신의 그림을 보고... 나도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

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그가 은밀히 동경해온 선생님이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니.

“그래서...”

하지설이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밤, 나에게 가르쳐줄래?”

그녀의 말이 그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가슴 한편에서는 뜨거운 기대감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네... 선생님.”

그가 대답했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것은 그녀의 평소 모습과는 다른, 약간 음란한 미소였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걸어갔다. 진호가 그녀를 따라갔다. 침실은 넓었고, 침대는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벽장 문을 열었을 때, 진호는 깜짝 놀랐다.

벽장 안에는 여러 종류의 밧줄과 장비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전문적인 SM 용품점 같았다.

“이것들은... 내가 몇 년 동안 모아온 거야.”

하지설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만 사용할 수 있었어. 누군가와 함께 사용할 용기가 없었거든.”

그녀가 진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함께 사용할 사람이 생겼어.”

진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미 결정된 듯했다.

“선생님.”

그가 말했다.

“저도...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어요.”

그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럼... 시작할까요?”

그가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가 벽장에서 밧줄을 꺼냈다. 그것은 부드러운 재질의 밧줄이었다. 하지설이 침대에 앉았다. 그녀의 눈에는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었다.

진호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가 밧줄로 그녀의 손목을 묶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능숙하게 움직였다. 마치 오랫동안 연습해온 사람처럼.

하지설은 그의 손길을 느끼며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몇 년 동안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그녀가 혼자서만 상상해왔던 그 순간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진호가 그녀의 손목을 묶고 나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프면 말해요.”

그가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밧줄로 그녀의 발목도 묶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다.

하지설은 천장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쉬었다. 그녀의 가슴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진호가 그녀 위에 올라탔다. 그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그가 말했다.

“이제부터... 선생님을 제 것으로 만들어도 될까요?”

하지설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것은 그녀의 평소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음란하고 타락한 미소였다.

“응.”

그녀가 대답했다.

진호가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몸을 맡겼다. 그녀가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혼자서 상상해왔는지.

그의 손이 그녀의 피부 위를 스쳤다.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가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그녀는 신음을 흘렸다.

“선생님, 몸이 정말 예뻐요.”

진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하지설은 그의 말을 들으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했지만, 동시에 그가 자신의 몸을 칭찬해주는 것이 기뻤다.

진호가 그녀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배를 지나 허벅지로 내려갔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그녀는 부끄러움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눈을 떠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녀는 그의 말에 눈을 떴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선생님, 정말 아름다워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하지설은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깊은 욕망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교수도, 단정한 여성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한 남자의 손에 묶인 여자였다.

진호가 그녀의 몸을 깊이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과 입이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핥았다. 그녀는 쾌락에 몸부림쳤다. 그녀의 신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진호... 더... 더...”

그녀가 간청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가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의 단단한 것이 그녀의 안쪽을 느꼈다. 그녀는 숨을 멈추었다.

“들어갈게요.”

그가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천천히 들어갔다. 그녀는 그의 단단함을 느끼며 소리쳤다. 그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그녀는 그를 따라 움직이며 쾌락에 빠져들었다.

몇 분 후, 그녀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가 절정에 도달했다. 그도 그녀 안에서 사정했다.

둘은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설은 그의 팔 안에 안겨 깊게 숨을 쉬었다. 그녀의 몸은 아직도 쾌락의 여운에 떨리고 있었다.

“고마워요, 진호.”

그녀가 속삭였다.

“나에게 이 순간을 주어서.”

진호가 그녀를 안으며 미소 지었다.

“저도 감사해요, 선생님.”

그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자, 이제 밧줄을 풀어줄게요.”

그가 그녀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밧줄이 풀렸을 때, 하지설은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그녀의 몸에는 밧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자국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요.”

그녀가 말했다. 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침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욕망이 가득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날 수 있을까요?”

진호가 물었다.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물론이야. 우리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잖아?”

그녀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그녀를 안으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났다.

그렇게, 그들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교수와 학생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넘어, 서로의 은밀한 취미를 공유하는 연인으로서의 관계가.

하지설은 그의 품 안에서 잠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떠 있었다. 그녀가 몇 년 동안 기다려온 그 무언가를 드디어 찾았기 때문이다.

진호도 그녀를 안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그가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본 여성, 그가 은밀히 동경해온 여성, 그가 자신의 취미를 처음으로 공유한 여성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게, 새로운 청춘의 음란한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앞으로 더 깊어지고,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완전히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하지설은 눈을 떴다. 그녀의 옆에는 진호가 여전히 자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갔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에는 어젯밤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자국을 만지며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진호가 일어났을 때, 식탁에는 따뜻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어났어?”

하지설이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아침 먹어요.”

진호가 식탁에 앉았다. 그는 그녀가 준비한 음식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느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그가 말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요. 지금은 그런 관계가 아니잖아?”

하지설이 말했다.

“그럼... 하지설 씨?”

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냥... 지설이라고 불러요.”

그녀가 말했다.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설 씨...”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식사 후, 하지설이 말했다.

“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요?”

“네, 있어요.”

진호가 대답했다.

“그럼, 나랑 같이 쇼핑 가요. 필요한 물건이 좀 있어서.”

그녀의 말에 그의 눈이 커졌다. 필요한 물건이라면... 어쩌면 새로운 장비일지도 몰랐다.

“네, 좋아요.”

그가 대답했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쇼핑을 하고, 함께 밤을 보냈다.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진호는 그녀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배운 다양한 묶기 기술을 그녀에게 시연했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점점 더 그의 것에 빠져들었다.

하지설도 그에게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어떻게 길들여지고 싶은지, 어떻게 묶이고 싶은지 말해주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욕망을 채워주었다.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그들은 서로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들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하지설이 말했다.

“진호, 나랑 살지 않을래?”

진호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정말요?”

“응,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매일 너와 함께 있고 싶어.”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나도요, 지설 씨. 나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가 그녀를 안았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집에는 새로운 장비들이 하나둘씩 추가되었다. 그들은 매일 밤 새로운 경험을 시도했다.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지고, 점점 더 뜨거워졌다.

하지설은 그동안 혼자 숨겨왔던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진호는 그녀의 욕망을 채워주며 자신의 욕망도 채웠다. 그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파트너였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성적 관계를 넘어섰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를 사랑했다. 그들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진호는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그의 그림 실력도 점점 더 좋아졌다. 그는 이제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곤 했다. 물론, 그녀가 묶여 있는 모습의 그림도 가끔 그렸다.

하지설도 학교에서 좋은 교수로 남았다. 그녀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엄격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진호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그렇게, 그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관계는 사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다. 진호와 하지설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밤은 더욱 뜨거워졌고, 그들의 사랑은 더욱 커졌다.

어느 날 저녁, 하지설이 진호에게 말했다.

“진호, 나랑 결혼할래?”

진호는 그녀의 말에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요?”

“응, 나는 너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나도요, 지설 씨. 나도 당신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요.”

그가 그녀를 꼭 안았다.

그렇게, 그들은 결혼을 약속했다. 그들의 결혼식은 작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크고 뜨거웠다.

결혼 후, 그들은 더욱 깊은 관계를 쌓아갔다. 그들은 매일 밤 새로운 경험을 시도했다. 그들의 사랑은 점점 더 커져 갔다.

진호는 이제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밧줄 묶기 기술도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하지설은 그의 손길에 완전히 길들여졌다. 그녀는 이제 그 없이는 살 수 없었다.

그들의 삶은 완벽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서로에게 모든 것을 받았다.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

진호가 졸업하는 날, 하지설은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축하해, 진호.”

그녀가 그에게 키스했다.

“고마워요, 지설 씨.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될 수 있었어요.”

그가 그녀를 안았다.

졸업 후, 진호는 전문 화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의 작품 중에는 하지설을 모델로 한 작품이 많았다. 물론, 그녀가 묶여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항상 그녀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하지설은 여전히 교수로 일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항상 진호가 있었다. 그녀는 그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파트너였고,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청춘의 음란한 움직임은 영원히 계속되었다.

--- 끝 ---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들의 관계는 사회의 시선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이었습니다.)하지설은 손에 든 두 번째 연습장을 내려다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그림은 우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두 번째 그림, 그 선명한 밧줄의 굵기와 매듭의 형태, 그리고 그 여성의 표정까지 정확하게 묘사된 이 그림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연습장을 덮으며 평소의 차분한 표정을 되찾으려 애썼지만, 가슴속에서는 이미 낯선 설렘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들어와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음정 높았다. 진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과 불안이 섞여 있었고, 손은 무릎 위에서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하지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 자신도 손가락이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서류를 정리하는 척하며 시간을 벌었다.

“음... 진호 씨, 요즘 수업은 잘 듣고 있어요?”

하지설이 어색하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듬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학업에 어려움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아니면 다른 고민이 있으면... 저에게 말해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은 전적으로 그 연습장 위에 그려진 그림에 빼앗겨 있었다. 그 밧줄의 감촉, 그 여성의 몸이 밧줄에 묶여 있을 때의 그 표정.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혀끝으로 입술을 적셨다.

“선생님.”

진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진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하지설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슴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봐 두려웠다.

“저... 저는 사실...”

진호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더 심하게 떨렸다.

“저는 밧줄로 사람을 묶는 걸 좋아해요.”

그의 말이 교수실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설은 숨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가 말한 그 말은, 그녀가 오랫동안 혼자만 간직해온 그 비밀과 정확히 일치했다.

“대학에 막 들어왔을 때... 우연히 어떤 사이트를 클릭했어요. 거기서 본 그림들이...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진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지만, 그 내용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해서 봤는데... 점점 더 빠져들었어요. 특히 여성을 묶는 그림을 보면... 이상하게 흥분됐어요.”

하지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이 책상 밑에서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그의 말이 들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리고...”

진호가 고개를 들어 하지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첫 번째 연습장을 제출한 건 우연이었어요.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그림이 나왔어요.”

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연습장은... 일부러 그렸어요.”

하지설의 눈빛이 흔들렸다.

“선생님이 혹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의 말이 끝났을 때, 하지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나를 확인하려고 했다고? 그가 나를 시험한 거야?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가슴 한편에서는 안도감과 기쁨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눈빛은 이미 무언가를 결정한 듯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책상 가장자리를 감싸 쥐었다.

“진호 씨.”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와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진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수업에 돌아가요.”

진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혼란과 당혹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하지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는 척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서류 가장자리를 세게 쥐고 있었다.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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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가정 방문

밤이 깊어지면서 캠퍼스 밖 교수 아파트 단지는 고요함에 잠겼다. 진호는 하지설 교수가 알려준 주소를 손에 쥐고 그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골라온 작은 디저트 상자가 들려 있었다. 낮보다 훨씬 쌀쌀해진 밤공기였지만, 그의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반복했다. 그저 가르침을 받으러 오는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그의 가슴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기대감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낮에 자신의 안에서 처음으로 깨어난 낯선 욕망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 위로 올라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형광등 불빛이 차가운 느낌을 주었지만, 그녀의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진호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문 앞의 작은 현관등이 따뜻한 주황빛을 내뿜고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는 손가락이 잠시 망설였다. 그러고는 결국 용기를 내어 가볍게 눌렀다. '딩동-' 하는 경쾌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잠시 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누구세요?"

낮의 강의실에서 들었던 엄격하고 단호한 교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조금은 나른하고, 조금은 달콤한 목소리였다. 긴장한 탓에 목소리가 약간 쉰 듯했다.

진호는 목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선생님, 저... 저 진호입니다."

대답하고 나니 더욱 긴장되었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와도 되는 건지, 문득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이내 안에서 실내화 슬리퍼가 나무 마루를 긁는 부드러운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그 순간, 진호는 숨을 멈추었다.

문이 열리며 드러난 풍경은 그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하지설은 낮에 입고 있던 칼라가 빳빳한 블라우스와 딱 맞는 치마가 아니었다. 그녀는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가벼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얇고 부드러운 실크 소재였고, 어깨끈은 가늘게 늘어져 있어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위태롭게 흔들렸다. 목선은 깊게 파여 그 아래로 드러난 가슴의 곡선이 눈부셨다. 옷은 엉덩이를 겨우 덮을 듯 말 듯한 기장이어서, 그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굵고 곧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옷이 몸에 붙었다 떨어질 때마다 안에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은은하게 드러났다.

진호의 시선은 그녀의 몸에 고정되었다. 그녀의 피부는 실크처럼 매끄러워 보였고, 긴 다리는 더욱 길어 보였다. 머리는 풀어헤쳐져 어깨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평소에는 단정하게 묶거나 올렸던 머리였다. 이 모습은 학교에서의 엄격한 교수가 아닌, 완전히 다른 여자였다. 한 남자를 집으로 초대한, 성숙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하지설은 그의 멍한 표정을 보고 부드럽게 웃었다. 부끄러워하거나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아주 살짝 장난기 섞인 미소였다.

"왜 그래? 얼른 들어와. 밖에 오래 서 있으면 감기 걸리겠다."

그녀는 옆으로 비켜서며 손짓으로 그를 안으로 불렀다. 진호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은 좁았지만 깔끔했다. 그녀가 신고 있던 슬리퍼와 같은 디자인의 다른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슬리퍼는 저기 있으니까 신고 들어와."

하지설이 말했다. 진호는 얼른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었다. 그의 발이 그녀의 집 마루를 딛는 순간, 현실감이 확실하게 다가왔다. 그는 지금 선생님의 집 안에 있는 것이다.

방 안은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거실은 생각보다 넓었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책장에는 수학 관련 서적이 빼곡했지만, 그 사이사이로 작은 화분이나 인테리어 소품들이 놓여 있어 여성스러운 감각을 드러냈다. 거실 한쪽 벽에는 큰 거울이 붙어 있었고, 그 앞에는 요가 매트가 말려 있었다. 그녀가 요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낮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그녀의 몸은 유연해 보였고, 오늘 입은 옷이 그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진호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편하게 앉아. 소파에 앉아."

하지설이 그를 소파로 안내했다. 진호는 조심스럽게 앉았다. 손에 쥔 디저트 상자가 생각나서 얼른 내밀었다.

"선생님, 이거... 디저트예요. 과일 타르트인데, 괜찮으시면 드세요."

진호가 조심스럽게 건네자, 하지설은 기쁘다는 듯 받아 들었다.

"와, 예쁘다. 고마워. 그런데 진호야, 내 집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 그냥 언니라고 불러, 아니면 하지설... 아직 부르기 어렵겠다. '선생님' 대신 '하지설 씨'라고 해."

진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네... 선생님."

하지설이 가볍게 그의 어깨를 톡 쳤다.

"또 선생님이라고 했잖아."

진호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 죄송합니다. 선... 하지설 씨."

"응, 그래. 조금만 있으면 돼. 배고프지? 내가 저녁 준비할게. 잠깐만 기다려."

하지설은 디저트 상자를 부엌으로 가져간 후, 냉장고에서 여러 가지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진호는 소파에 앉아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뒷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얇은 원피스가 그녀의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어, 허리와 엉덩이의 곡선이 눈에 띄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닫거나, 냄비를 꺼낼 때마다 원피스가 살짝 올라가며 허벅지가 드러났다. 진호는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지 않으려 애썼지만, 눈길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설은 부엌에서 능숙하게 움직였다. 달걀을 깨고, 야채를 썰고, 팬에 기름을 두르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곧 고소한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직접 요리한 저녁 식사라는 생각에 진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슨 요리를 하시는 거예요?"

진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파스타랑 샐러드. 그리고 스테이크도 조금 구울 거야. 내가 고기를 좋아해서 말이야."

하지설이 대답했다. 그녀는 요리를 하면서도 종종 진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잠시 후, 식탁 위에는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놓였다. 버섯 크림 파스타, 신선한 채소 샐러드, 그리고 갓 구운 스테이크. 음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자, 이제 앉아서 먹자."

하지설이 그를 식탁으로 불렀다. 진호는 자리로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음식 외에도 와인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술 마실 수 있지?"

하지설이 물었다.

"네, 조금요."

"좋아. 신입생이면 이제 술도 좀 배워야지. 오늘은 선생님이 가르쳐줄게. 아, 또 선생님이라고 했네. 내가 가르쳐줄게."

하지설이 웃으며 찬장에서 와인 한 병을 꺼냈다. 레이블을 보니 꽤 괜찮은 와인이었다. 그녀는 디캔터에 와인을 따르며 능숙하게 디캔팅을 시작했다. 붉은 액체가 유리관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예술 작품 같았다.

"이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온 거야. 과일 향이 풍부하고, 산도가 적당해서 고기랑 잘 어울려."

하지설이 설명하며 디캔터를 들고 그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붉은 액체가 잔에 넘치지 않게 정확히 따라졌다.

"자, 한잔 해."

진호는 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첫맛은 약간 시큼했지만, 목을 넘기면서 부드럽고 과일 향이 입안에 퍼졌다.

"어때?"

"맛있어요. 정말 부드럽네요."

"다행이다. 나는 이 와인을 정말 좋아해. 자, 이제 음식도 먹어 봐."

둘은 함께 식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음식이 입맛에 맞고 와인이 한 잔, 두 잔 들어가자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진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집이 참 예쁘네요. 특히 이 거울이 인상적이에요. 요가할 때 사용하시는 거예요?"

하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요가는 내 취미야.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꼭 해. 몸이 굳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려고. 자세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니까 거울 앞에서 하는 거야."

"저는 운동은 잘 못해요. 그림 그리는 게 전부예요."

"그림도 좋은 취미잖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

"과찬이세요. 저는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아요."

"배움에 끝이 있겠어? 나도 아직 배울 게 많아. 수학은 끝이 없는 학문이야. 그리고 너한테도 배울 게 있을지도 몰라."

하지설이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와인잔을 들어 올렸다. 진호도 그녀의 잔에 맞춰 잔을 들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너는 예술을 하잖아. 나는 수학만 해왔어. 수학은 논리와 규칙의 세계야. 그런데 예술은 그런 틀을 깨는 거잖아? 그래서 네가 하는 일이 궁금해."

진호는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저는... 음, 저는 사람을 그리고 싶어요. 사람의 움직임이나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포착하는 게 좋아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니면 특정한 사람?"

하지설의 질문은 점점 깊어졌다. 진호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특별한 사람이요.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싶어요."

"그럼 나는? 내가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녀의 질문이 갑자기 너무 직접적이었다. 진호는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대답을 망설이다가,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

"네. 선생님은... 하지설 씨는 정말 아름다워요. 특히 오늘 같은 모습은... 학교에서는 상상도 못 했어요."

하지설이 부드럽게 웃었다.

"고마워. 그런 말 들어서 기쁘다. 그런데 진호야, 너는 오늘 낮에 나한테 SM에 대해 배웠다고 했지?"

진호의 숟가락이 잠시 멈췄다.

"...네."

"그런데 나를 보면 아무 생각 안 들어?"

그녀의 질문은 너무나 직설적이었다.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진 것 같았다. 진호는 자신의 심장이 크게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생각... 안 들어? 솔직히 말해 봐."

하지설은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학생을 시험하는 교수의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기대하는, 장난기 섞인 여자의 눈빛이었다.

진호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용기를 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없으면 거짓말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어떤 생각?"

"묶고 싶다는 생각이요."

진호는 그 말을 꺼내자마자 후회했다. 너무 대담했나?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하지설은 그의 대답에 잠시 눈을 크게 떴다. 예상보다 훨씬 대담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입가에 아찔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진짜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실크 원피스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그의 무릎 위에 살짝 걸터앉았다. 그녀의 체온과 향기가 진호를 감쌌다.

"그럼... 지금 한번 해 봐."

진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과 흥분이 섞여 있었다.

"진짜... 괜찮으세요?"

"응. 내가 허락했잖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절대 아프게 하면 안 돼. 그리고 내가 싫다고 하면 즉시 멈춰야 해. 알겠지?"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밧줄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했다.

하지설은 그의 손에 잡힌 손목에 힘을 빼고 몸을 그에게 맡겼다. 그녀의 몸은 놀랍도록 가벼웠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진호는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아당겨 그녀의 등을 소파 등받이에 닿게 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지금은 밧줄이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선생님의 눈을 가리고 싶어요. 그리고... 입술을 맛보고 싶어요."

진호가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설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좋아. 해 봐."

그녀의 허락에 진호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녀의 눈을 가렸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그의 손바닥에 스쳤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밤은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