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 대학 개학철이 돌아왔다.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캠퍼스로 몰려들었다. 진호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고향 마을을 떠나 처음으로 이 도시에 발을 들였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이렇게 큰 건물과 넓은 도로를 본 적이 없었다. 캠퍼스 입구에 서서 거대한 석재 문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모님은 그를 배웅하며 눈물을 닦으며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집안을 빛내라"고 당부했다. 진호는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숙사로 가는 길은 복잡했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3층 건물까지 찾아왔다. 방 안에는 이미 세 명의 룸메이트가 짐을 풀고 있었다. 한 명은 덩치가 크고 목소리가 우렁찬 체육특기생이었고, 한 명은 안경을 쓰고 책을 읽는 문학청년 같았으며, 마지막 한 명은 게임에 빠져 있는 표준적인 컴퓨터 덕후였다. 진호는 어색하게 인사하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체육특기생이 큰 소리로 웃으며 "다들 앞으로 한 방에서 살게 됐으니까 친해지자"고 말했다. 진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을 정리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반 단체 채팅방에서 회의가 있다는 알림이 떴다. 담임 선생님께서 모든 신입생에게 교실로 모이라고 하셨다.
진호는 급히 몇 권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룸메이트들과 함께 회의 장소로 향했다. 캠퍼스 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배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안내해 주었다. 교실에 도착하니 이미 학생들이 한가득 앉아 있었다. 진호는 구석에 있는 자리를 골라 앉으며 주변의 모든 것을 조용히 관찰했다. 교실 천장에는 두 대의 선풍기가 느릿느릿 돌아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더위를 식히지 못했다. 학생들은 각자 이야기꽃을 피우며 앞으로의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교실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교실 안은 조용해졌다. 그녀는 키가 약 170cm쯤 되었고,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옷차림은 단정했지만, 몸매의 라인이 뚜렷이 드러나 가슴과 엉덩이가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다. 피부는 희고 눈썹은 가늘고 길었으며, 높은 코에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긴 생머리는 어깨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렸고, 걸을 때마다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교단에 올라서서 교탁에 책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담임 선생님 하지설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어느 정도의 위엄이 담겨 있었다. "수학과를 가르칠 예정이고, 앞으로 4년 동안 함께 하게 될 겁니다."
진호는 그 순간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의 눈은 하지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조금만 움직여도, 말을 할 때마다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모습 하나하나가 마치 자석처럼 그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설이 학교 역사와 규칙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지만, 진호는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녀의 얼굴, 그녀의 목선, 그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섬세한 손목만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텅 빈 듯했지만, 가슴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회의는 약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하지설이 마지막으로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라고 말하며 교실을 떠났다. 그녀의 뒤꿈치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지만, 진호는 여전히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야! 진호!" 체육특기생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회의 끝났어. 뭐 멍하니 있어?"
"아... 아, 그래." 진호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지만, 눈에는 여전히 흐릿한 빛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진호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하지설의 모습이 계속 맴돌았다.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걸음걸이, 교실을 나가며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까지도.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무언가가 자라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대학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진호는 수업에 가고, 도서관에 가고, 식당에 가는 평범한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마치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룸메이트들은 모두 잠들었고, 그는 심심해서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어떤 외국 영화를 발견했다. 제목이 이상해서 클릭했다. 영화는 중간쯤 재생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뭔가 튀어나왔다. 진호는 깜짝 놀라 마우스를 움직여 닫으려 했지만, 실수로 광고를 클릭하고 말았다.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어떤 웹사이트로 이동했다. 페이지에는 온갖 이상한 이미지가 가득했다. 진호는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한 여자가 침대에 매여 있었고, 눈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몸은 가느다란 끈으로 여러 겹 감겨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고통과 즐거움이 뒤섞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호의 피는 순간적으로 머리로 치솟았다. 숨이 가빠지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그는 급히 웹사이트를 닫았지만, 그 이미지는 이미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날 밤, 진호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아까 본 그 여자의 모습을 자꾸 떠올렸다. 끈이 피부를 감싸는 모습, 그녀의 발가락이 긴장하며 오그라드는 모습, 그리고 그녀의 표정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쾌감. 진호는 이 모든 것이 역겹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보고 싶어졌다.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두려움이 클수록, 호기심도 더 커졌다.
다음 날, 진호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었지만, 손은 멈춰 있었다. 펜촉이 종이 위에 맴돌다가, 어느 순간 그는 몇 개의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점점 그것이 여성의 허리 라인처럼 보였다. 그는 깜짝 놀라서 즉시 그 부분을 검은색으로 칠해 버렸다.
"진호, 너 지금 뭐 그려?" 옆자리 룸메이트가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아, 별거 아니야. 낙서한 거야." 진호는 얼른 노트를 덮으며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은 벌써 혼란스러워졌다.
며칠이 지났다. 진호는 점점 이상해졌다. 수업을 듣다가도, 무심코 하지설의 모습과 그 웹사이트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그는 하지설이 교단에 서서 칠판에 공식을 쓰는 모습을 상상했다. 만약 그녀가 그렇게 묶여 있다면, 그리고 자신의 손에 끈이 있다면... 이런 상상은 진호로 하여금 숨을 참게 만들었다. 죽을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이 너무 부끄럽고 추잡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마치 중독된 것처럼, 자꾸만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도서관에 갔다. 조용한 열람실 구석에 앉아, 그는 노트를 꺼내 펼쳤다. 겉으로는 수학 문제를 푸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연필을 꺼내 종이 위에 살며시 선을 그었다. 처음에는 목덜미부터 어깨까지, 그리고 등까지, 한 줄의 곡선이 그려졌다. 그 다음 팔목, 발목, 마지막으로 허리까지. 그는 여성의 몸을 묶는 밧줄의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이 완성되자, 진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그는 얼른 그 페이지를 찢어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다시 그것을 주워 펼쳤다. 종이 위에는 여성 뒷모습의 윤곽이 있었고, 밧줄이 정교하게 몸을 감싸고 있었다. 진호는 그것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없이 흥분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런 반응에 혐오감을 느꼈다.
그날 밤, 진호는 기숙사에 돌아와 침대 위에 누웠다. 룸메이트는 이미 코를 골고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둠 속에서 화면을 켰다. 검색창에 손가락으로 몇 글자를 입력했다가, 다시 지웠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그는 용기를 내서 "BDSM"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가 화면에 가득 떠올랐다. 그는 하나하나 눌러보며 정보를 읽었다. 안전어, 본드, 수갑, 로프, 서브미시브, 도미넌트... 이러한 단어들이 그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읽으면 읽을수록 놀랐고, 동시에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린 것 같았다. 그는 그 문 앞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며칠 후, 진호의 공책에는 비밀이 가득 쌓였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매일 몰래 그림을 그렸다. 여성의 몸, 밧줄, 가죽끈, 마스크, 그가 본 모든 것이 종이 위에 펼쳐졌다. 겉으로는 여전히 얌전한 신입생 같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어느 날, 하지설이 수업이 끝난 후 진호를 불렀다.
"진호, 잠시만요." 그녀가 교탁 뒤에서 손을 흔들었다.
진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걸어가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애썼다.
"교수님, 부르셨어요?"
하지설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요즘 수업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서요, 따라오기 어렵진 않나요?"
"아... 괜찮습니다.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진호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그럼 좋네요." 하지설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폭풍처럼 진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어봐요."
"네, 교수님." 진호가 대답하고는 얼른 고개를 숙여 돌아섰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그의 시선이 무심코 하지설의 목덜미에 머물렀다. 그녀의 셔츠 깃 위로 드러난 흰 피부, 거기에 가느다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진호의 머릿속에 갑자기 장면이 스쳤다. 만약 그 목걸이 대신 검은색 가죽 목줄이 채워져 있다면... 그는 얼른 눈을 돌리며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
기숙사로 돌아온 진호는 자리에 앉아 노트를 꺼냈다. 손가락이 페이지 위를 살며시 스치며, 그는 방금 본 하지설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셔츠, 그녀의 치마, 그녀의 다리, 그녀의 팔목, 여기에 밧줄을 어떻게 얽을지. 그는 점차 집중하며, 한 올 한 올을 정성스럽게 그렸다. 그림 속 하지설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손은 등 뒤로 묶여 있었으며, 머리는 숙여져 눈빛을 볼 수 없었다. 진호는 그림을 바라보며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점점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멈출 수 없었다.
그날 밤, 진호는 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관련 정보를 검색했다. 이번에는 더 깊이 들어가, 각종 기술과 주의사항, 그리고 참여자들의 체험담을 읽었다. 그는 묶이는 사람의 고통과 즐거움에 대한 서술을 보고, 왜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그는 이러한 감정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어쩔 수 없이 끌렸다. 마치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깊으면 깊을수록 더욱 빠져나올 수 없었다.
며칠 후, 진호는 밤늦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복도를 지나는데, 한쪽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호기심에 다가가 살짝 문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하지설이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안경을 쓰고 있었고,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 섬세한 팔뚝이 드러나 있었다. 진호는 숨을 죽이고 그녀가 서류를 정리하는 손놀림, 차분히 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가끔씩 고개를 들어 목을 풀 때 드러나는 목선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얼른 문을 닫고 자리를 떴다.
기숙사로 돌아온 그는 책상 앞에 앉아 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자세했다. 하지설의 안경, 그녀의 소매, 그녀의 팔목, 그녀의 손가락,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감싸는 가는 밧줄까지. 그는 이 밧줄이 자신의 손에 있다고 상상하며, 그림 속 그녀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고 조종했다. 이런 상상은 그에게 전에 없던 힘과 만족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는 자신의 이런 생각에 다시 혐오감을 느꼈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진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도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없었고, 이런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밧줄에 묶인 여자만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하필이면 자기의 담임 선생님을 상상하다니. 그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휩싸여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진호는 수업 시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설이 교단에 서서 미분방정식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녀의 입술과 목선만 보였다. 하지설이 고개를 돌려 칠판에 공식을 쓸 때마다 등의 곡선이 드러나면, 진호는 가슴이 뛰었다. 그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노트를 보려고 했지만, 눈앞에는 그려진 밧줄의 자국만 아른거렸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얼른 교실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냉수를 틀고 얼굴을 씻으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고, 표정도 초췌했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 빠져들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수렁 속에 빠진 사람처럼,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 뿐이었다.
그날 밤, 진호는 기숙사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커튼을 쳤다. 그는 노트를 꺼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욱 대담해졌다. 그는 하지설의 전신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침대에 엎드려 있고, 손과 발이 기둥에 묶여 있으며, 눈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지만, 입은 열려 있는 모습. 진호는 손을 떨며 그리고 또 그렸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 밖은 이미 깜깜했다. 진호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그는 얼른 그림을 찢어서 토막내고 변기에 넣어 물을 내렸다. 하지만 물이 흘러가면서, 그림의 조각들이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더 큰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는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깨가 떨렸다.
이제 어떡하지? 그는 점점 더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룸메이트? 절대 안 된다. 부모님?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학교 심리상담사? 그들 앞에서 자신의 이런 비밀을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진호는 혼자 어둠 속에 앉아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밧줄, 그녀, 자신. 이 세 가지는 마치 악순환처럼 끊임없이 그의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다음 날 아침, 진호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교실로 향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 비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하지설을 만날까 봐 두려워 복도를 빙 돌아갔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는 여전히 복도 모퉁이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하지설이 그를 보고 미소 지었다.
"진호, 또 너네?" 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요즘 자주 보이는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
진호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 네, 교수님."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래, 계속 힘내라." 하지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녀의 향기가 바람에 살짝 스쳤다. 진호는 그 자리에 서서 몇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밤, 진호는 또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그는 부드러운 선으로 하지설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녀의 미소, 그녀의 눈빛, 그녀의 다정함. 그는 이 그림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정상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하지만 모든 것은 이미 늦었다.
그는 그림을 조심스럽게 개인 공책에 끼워 넣었다. 그 그림은 그의 비밀이자 그의 수치심이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미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그네가 되어 버렸다. 캠퍼스의 불빛이 반짝이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진호의 마음속은 이미 어둠에 잠겨 버렸다. 마치 갇힌 새처럼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진호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어두운 방 안에 있었다. 방 한가운데 침대가 있었고, 그 위에 하지설이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은 검은색 밧줄로 정교하게 묶여 있었고, 눈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진호는 그녀 옆에 서서 밧줄을 손으로 만졌다. 하지설이 살짝 몸을 떨었다. "꽉 묶어줘..."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호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이 흠뻑 흘러내렸고,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방금 전의 꿈을 생각했다. 그 꿈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하지설의 목소리, 그녀의 미소, 몸짓 하나하나가 눈앞에 생생했다. 진호는 자신의 이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었다. 마치 어떤 힘에 사로잡힌 것처럼,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기숙사의 창문 밖으로는 캠퍼스 길의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왔다. 다른 방에서는 룸메이트의 코고는 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지만, 진호만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핸드폰을 꺼내 어둠 속에서 화면을 켰다.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눈이 약간 따가웠다. 그는 검색창에 다시 "BDSM 초보자"를 입력했다. 페이지가 열리자, 각종 포럼과 커뮤니티 링크가 나타났다. 그는 망설이다가 하나를 클릭해 들어갔다.
그곳은 그가 전혀 본 적 없는 세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기술을 공유하며, 묶는 법과 묶이는 느낌에 대해 토론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였고, 일부는 그와 같은 초보자였다. 진호는 하나하나 글을 읽어 내려갔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한번 해보니 완전히 중독됐어"라고 썼고, 또 어떤 사람은 "묶이는 느낌이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아, 안전하고 편안해"라고 썼다. 진호는 이 글들을 보고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는 이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하다고 느꼈다. 그들도 한때 같은 호기심과 두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세상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읽어 내려가다가, 어떤 사람이 올린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속에는 밧줄로 정교하게 묶인 여성이 있었고, 밧줄 자국이 피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진호는 그 사진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여성과 하지설을 겹쳐 보았다. 만약 하지설이 이렇게 묶여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숨이 가빠졌다. 그는 급히 페이지를 닫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날 밤, 진호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누워서 머릿속에서 이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자신은 도대체 왜 이런 것에 끌리는 걸까. 성장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까. 그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점점 이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진호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 잡고,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그는 스스로에게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공부에 집중해야지, 이런 헛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가 교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마자, 하지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오늘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높이 묶어 올려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다. 그녀가 교단에 서서 교재를 펼칠 때, 진호는 다시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진호의 정신은 또 엉뚱한 곳을 떠돌고 있었다. 그는 하지설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그녀가 손을 들어 칠판에 글씨를 쓸 때마다 드러나는 허리 곡선, 몸을 돌릴 때 흔들리는 치마 자락, 목소리의 높낮이 변화까지 모두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억지로 눈을 돌리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강하게 끌렸다.
수업이 끝난 후, 진호는 얼른 교실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하지설이 그를 불렀다.
"진호, 잠깐만."
진호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돌아서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하지설이 그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요즘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필요하면 나랑 얘기해도 돼."
진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아... 아니에요, 교수님. 그냥 최근에 잠을 좀 설쳐서 그래요."
"그래, 몸 조심해야 해." 하지설이 다정하게 말했다. "신입생이 처음 오면 적응하는 게 쉽지 않지.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진호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얼른 몸을 돌려 교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가 걸어가면서도, 등 뒤로 하지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선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진호는 더욱 불안해졌다.
기숙사로 돌아온 진호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점점 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설의 다정함이 오히려 그의 상상을 더욱 자극했다. 만약 그녀가 이렇게 다정한 말투로, 자신에게 "꽉 묶어줘"라고 말한다면... 진호는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고 얼른 노트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지설이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손은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려져 있었고, 발목은 밧줄로 묶여 있었으며, 눈에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표정이 담겨 있었다. 진호는 정성스럽게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자신이 무심코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깜짝 놀라 그림을 덮었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진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는 평범한 시골 소년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괴팍한 취미에 빠져 자아를 잃고 있었다. 그는 이를 어쩌면 좋을지 몰라 괴로워했다.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날 밤, 진호는 또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이전에 본 커뮤니티에 다시 접속했다. 이번에는 더 많은 글을 읽었다. 사람들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신뢰가 기본이라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진호는 읽으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이런 일은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그는 어떤 글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묶이는 것은 단순한 구속이 아니라, 책임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완전히 신뢰하는 것이다." 이 문장을 보고 진호는 깊은 공감을 느꼈다. 그는 하지설에 대한 자신의 상상이 단순한 신체적 욕망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심리적 의존과 통제에 대한 동경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을 통제하고 싶었고, 동시에 사람에게 통제받고 싶었다. 이런 모순된 심리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며칠 후, 진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학교 근처 문구점에 가서 끈과 밧줄을 샀다. 그는 기숙사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밧줄을 꺼내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어두운 갈색 삼베 밧줄은 거칠고 뻣뻣했다. 그는 그것을 집어 손목에 감아 보았다. 밧줄이 피부를 스치는 촉감이 거칠었다. 그는 조금 더 힘을 주어 묶자, 손목이 조이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 압박감은 그에게 기이한 안정감을 주었다. 마치 어떤 힘에 붙잡힌 것처럼, 순간적으로 불안감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는 밧줄을 풀고 다시 침대 위에 놓았다. 처음 해보는 행동에 마음이 불안했다. 하지만 이미 한 걸음을 내디뎠기에, 그는 다음 걸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며칠 후, 진호는 또 하지설을 만났다. 이번에는 복도가 아니라 학교 정원이었다. 정원 한쪽에 벤치가 있었고, 하지설이 그 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연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느슨하게 묶어 등 뒤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옷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우아한 모습을 연출했다. 진호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에 반짝이는 무늬를 만들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발견했다. "진호?" 그녀가 손을 흔들며 다정하게 말했다. "이리 와서 좀 앉아 있어."
진호는 망설이며 걸어갔다. 그는 하지설 옆에 앉아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살며시 코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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