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 차, 장싼과 쑨웨의 삶은 고여 있는 물처럼 잔잔했다. 아침마다 마주하는 똑같은 표정, 저녁마다 나누는 뻔한 대화, 침대 위에서 기계처럼 반복되는 부부 관계. 모든 것이 정해진 궤도를 따라 흘러갈 뿐, 그 궤도를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날 밤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장싼은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 놓고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다. 쑨웨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마치고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거실로 들어왔다.
“여보, 오늘 피곤해 보이네요. 일찍 쉬는 게 좋겠어요.”
쑨웨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장싼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텅 빈 듯 초점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입을 열었다.
“웨야, 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떨리고 있었다. 쑨웨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저 남편이 직장에서 힘든 일이라도 있었나 싶어 소파 옆에 앉았다.
“무슨 말인데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장싼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손에 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 나는 말이야, 너를 다른 남자와... 함께 보는 상상을 자주 해.”
침묵이 흘렀다. 쑨웨의 미소가 굳어졌다.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깜빡였다.
“무슨... 무슨 말씀이세요?”
“내 말 그대로야. 너를 다른 남자가... 너를 갖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게 나를... 흥분하게 만들어.”
쑨웨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5년 동안 다정하고 믿음직했던 남편, 그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농담이시죠? 여보, 그런 말... 농담도 너무 심하세요.”
“농담 아니야. 진심이야.”
장싼이 고개를 들어 쑨웨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평소와는 다른, 낯선 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것은 갈망이었고, 집착이었다.
“웨야, 제발 내 말을 들어줘. 나는 항상 그래왔어. 너무 평범한 삶이 지긋지긋해. 너는 완벽한 아내지만, 그 완벽함이 나를 질식시켜. 난 깨지고, 더럽혀지고, 균열이 생긴 너를 보고 싶어.”
쑨웨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남편의 얼굴에서 익숙한 모습을 찾으려 애썼지만, 거기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여보, 당신...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제가 무슨 실수를 한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고칠게요.”
“잘못한 게 아냐. 네가 완벽하기 때문이야. 그 완벽함이 나를 갇히게 만들어. 나는 벗어나고 싶어. 다른 방식으로 널... 우리를 해방시키고 싶어.”
쑨웨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했다. 깊이,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래서 이 말이 더욱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쑨웨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편의 고백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분노와 혼란, 그리고 이상한 호기심이 뒤섞여 그녀를 괴롭혔다.
“여보, 나는 네가 시도해보길 바라. 만약 네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을게. 하지만 나는... 나는 네가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장싼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쑨웨는 점점 무너져갔다. 남편이 원한다면, 그것이 그를 행복하게 한다면, 자신이 한 번쯤은 시도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일주일 후, 쑨웨는 결심을 굳혔다. 그녀는 남편의 기호를 맞추기로 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내던지기로.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증명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며.
그날 저녁, 그녀는 장싼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의 말... 제가 한 번 생각해봤어요. 만약... 만약 당신이 정말 원한다면, 나도 해볼게요.”
장싼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그것은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쑨웨에게는 섬뜩하게 느껴졌다.
“고마워, 웨야. 너는 정말 좋은 아내야.”
그렇게 평범의 균열은 시작되었다. 쑨웨는 자신이 어떤 나락으로 빠져들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남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