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설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끈적한 냄새와 축축한 짚더미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손목이 무언가에 묶여 있었다. 거칠고 질긴 노끈이 살갗을 파고들었다. 심청설은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손목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목이 아니었다. 거칠고 검게 그을린 손, 손톱이 부러지고 때가 껴 있었다. 그녀의 손이 아니었다.
“뭐야...”
목소리조차 달랐다. 쉰 듯하고, 쇠약해진 음색. 가녀리고 가느다란 심청설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마른 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망 우리 안, 주변에는 술에 취한 덩치 큰 사내들이 있고, 더럽고 지저분한 담요가 널려 있으며, 코를 골며 자는 사람도 있었다. 노예 시장. 그곳은 바로 노예 시장의 하치장이었다.
심청설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가슴—아니, 가슴은 평평했고, 유두에 무엇인가가 꽂혀 있었다. 금속 고리였다. 그녀는 경악하며 고리를 만졌다. 차갑고, 단단했다. 그리고 그 밑에 붉은 먹으로 새겨진 문양이 있었다. ‘소매’라는 글자와 함께 주인의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목이 메어 왔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심청설이 울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자신의 눈물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육체 위에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한편, 심가 대저택의 호화로운 침실.
소매는 깨어났다. 천장은 우아한 금박이 장식되어 있었고, 침대는 부드러운 명주 이불이 덮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올려다보았다. 하얗고 가냘픈 손가락, 정성껏 다듬은 손톱, 그리고 손목에는 금팔찌가 감겨 있었다.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 이런... 이게 꿈인가?”
소매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에는 지난밤까지 자기가 알던 심청설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 우아한 이목구비, 그리고 차가운 눈빛. 그러나 그 눈빛은 지금 탐욕스럽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기 뺨을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피부. 상처 하나 없고, 때 하나 끼지 않은 몸. 그녀는 천천히 옷깃을 풀어 내려 양쪽 가슴을 드러냈다. 거기에는 자신의 낙인이 없었다. 깨끗했다.
“하하하...”
소매는 미친 듯이 웃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고정침이었다. 그는 심청설의 침실로 들어서다가, 거울 앞에서 옷을 풀어헤친 그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청설, 무슨 짓이야?”
소매는 얼른 옷을 여미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심청설의 표정을 기억하려 애썼다. 차갑고, 냉정하고, 조금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
“아... 미안해요. 좀... 이상한 꿈을 꿨어요.”
고정침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매는 능숙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눈빛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냥 조금... 기분이 좋아서요.”
고정침은 여전히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가만히 그녀를 응시했다. 소매는 그 시선을 견디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이제 심청설이었다. 이 집의 주인. 이 세상의 여왕.
한편, 노예 시장.
심청설은 노끈이 풀리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주위의 다른 노예들이 그녀를 쳐다봤다. 어떤 이는 흥미롭게, 어떤 이는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끌려갈지 알고 있었다.
“너, 일어나!”
사내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심청설은 저항했다. 그러나 힘에서 밀렸다. 사내는 그녀를 짐짝처럼 밖으로 끌어냈다. 밖은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좁은 골목이었다. 곳곳에 붉은 등불이 걸려 있고, 창문마다 반쯤 벗은 여자들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매음굴.
심청설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가 태어난 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상이었다. 사내는 그녀를 한 방으로 밀어 넣었다. 방 안에는 거울과 좁은 침대, 그리고 반투명한 얇은 옷이 걸려 있었다.
“입어. 손님 오신다.”
사내는 옷을 던지며 명령했다. 심청설은 그 옷을 손에 쥐었다. 손이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나는 심청설이다. 나는 이 몸을 되찾을 것이다.’
그녀는 얇은 비단옷을 몸에 걸쳤다. 유두 고리가 옷감에 비쳐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 위에 붉은 낙인이 새겨져 있었다. 소매라는 이름. 그러나 그녀는 심청설이었다.
손님이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