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리 회사 회의실은 유리와 스테인리스로 반짝였다. 긴 테이블 위에는 서류가 흩어져 있었고, 종미화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응시했다. 백색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가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긴 생머리가 어깨 너머로 흘러내렸고, 그녀의 피부는 눈처럼 희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왕대수 씨, 당신의 지난주 업무 보고서를 봤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마감일을 세 번이나 넘겼고, 데이터 오류는 다섯 건이나 됩니다. 이게 당신이 말하는 최선입니까?”
왕대수는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키 160센티미터의 그는 통통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였다. 얼굴은 순박해 보였지만, 숙인 눈빛 속에는 음흉한 빛이 스쳤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죄송합니다, 미화 님. 그 주가 좀 바빴어요...”
“바쁘다고요?” 종미화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모든 직원이 똑같이 바쁩니다. 하지만 당신만 이렇게 엉망입니다. 다른 팀원들은 제시간에 업무를 마쳤습니다. 당신은 뭘 하고 있었습니까?”
방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른 간부들은 시선을 피했다. 왕대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더 신경 쓰겠습니다.”
“신경 쓴다고요? 그 말을 지난달에도 들었습니다.” 종미화는 서류를 탁자에 던졌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모든 업무를 다시 정리해서 보고하세요. 지각하면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습니다.”
왕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회의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복도 모퉁이로 돌아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입술을 비틀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년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키만 크고 가슴만 크면 다냐? 언젠가 내가… 내가 꼭…”
“왕대수 씨, 혼잣말하세요?”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왕대수는 놀라 뒤돌아봤다. 옆 부서의 박 대리가 서 있었다. 왕대수는 얼굴색이 바뀌었지만 곧 웃음을 지었다. “아, 박 대리님. 그냥 혼자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별거 아니에요.”
박 대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별거 아니라니요? 아까 무슨 ‘년’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아, 그게…” 왕대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냥,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요. 년 같은 날씨라고 혼잣말한 거예요. 하하하.”
박 대리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럼 전 할 일 하러 갑니다.”
박 대리가 사라지자 왕대수는 벽을 주먹으로 쳤다. “젠장… 걸렸나?” 그는 이를 갈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편, 회의실에서는 종미화가 내부 전화를 눌렀다. “임해지 씨, 회의실로 와 주세요.”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키 170센티미터의 마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긴장한 듯 안경을 고쳐 쓰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미화 님, 부르셨습니까?”
종미화는 그의 앞에 놓인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임 씨, 당신이 맡은 프로젝트 보고서를 봤습니다. 마감일을 하루도 안 넘기고 데이터도 정확하더군요. 게다가 제안한 신규 아이디어가 인상 깊었습니다.”
임해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감사합니다, 미화 님.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을 뿐입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종미화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차갑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 태도를 유지하세요. 승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임해지의 가슴이 뛰었다.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화 님. 반드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퇴근해도 좋습니다.”
임해지는 회의실을 나서며 주먹을 쥐었다. *이대로만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작은 자취방을 생각했다. 오늘은 저녁을 좀 특별히 먹어야겠다, 하지만 금전은 넉넉하지 않아 결국 라면으로 대신할 생각이었다.
저녁 6시, 퇴근 종이 울렸다. 왕대수는 자신의 서류를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교외 주거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서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종미화 그년… 언젠가 꼭 후회하게 해 주겠다. 큰 거 하나만 있으면 다 정복할 수 있는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임해지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의 자취방은 낡은 건물 3층에 있었다. 문을 열자 좁은 방이 보였다. 그는 침대에 앉아 오늘의 칭찬을 되새겼다. *미화 님이 나를 인정해 주셨어… 이제 열심히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진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는 한숨을 쉬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갔다. 두 남자는 각자의 공간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하나는 분노와 욕망으로 가득 찼고, 다른 하나는 희망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