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있어도, 어둠은 이미 내 전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천으로 된 두꺼운 안대가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고, 나는 무언의 명령에 따라 무릎을 꿇은 채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내가 있던 곳은 더 이상 내가 통제하던 방이 아니었다. 냄새 하나하나, 바닥의 차가운 돌기 하나하나가 낯설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낯섦이 불안보다는 오히려 어떤 종류의 안도감을 주고 있었다.
안대 너머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멀리서, 둔탁하게 울리던 그것이 점점 가까워졌다.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인가. 발걸음의 리듬이 달랐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곳은 내가 주인이었던 공간이 아니었다. 여기서 나는 그저 무수히 많은 얼굴 없는 여종 중 하나일 뿐이었다. 아무도 나를 ‘일레인’이라 부르지 않았다. 아무도 내 붉은 머리카락을 보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내 가슴 한복판을 서늘하게 파고들면서도, 동시에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누군가 내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체취가 코끝을 스쳤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것은 훈련된 반응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디야가 나에게 가르쳐준 자세였다. 주인 앞에서는 눈을 내리깔고, 입을 반쯤 벌려 언제든 명령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 입가에 닿은 것은 디야의 가냘픈 손가락이 아니라, 무엇인가 더 거칠고 뜨거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분간하지 못했다.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무언가가 내 아랫입술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내 목에 채워진 쇠고리가 가죽끈에 연결되어 있어, 나는 고개를 제대로 돌릴 수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 내 앞에 서서, 자신의 성기를 내 입술에 갖다 대고 있다는 것을.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나는 이 순간을 수없이 상상해왔다. 내가 더 이상 명령하는 자가 아니라, 명령받는 자가 되는 순간을.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쳐오니, 모든 상상이 무색할 정도로 생생하고 압도적이었다. 그 뜨거운 온도, 약간 짠내 섞인 체취,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입술에 닿은 그 단단한 감촉이 내 의식을 촘촘히 감쌌다.
입을 벌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이곳의 규칙이었다. 나는 이제 여종이었고, 여종의 입은 주인의 쾌락을 위해 열려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내 입술은 떨리기만 할 뿐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내 안의 마지막 자존심이, ‘일레인’이라는 이름의 자존심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거부할 수 있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그냥 일어나서 이 안대를 벗어버리면...*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디야를 위해서였다.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이 모든 굴욕과 수치심은, 그 작고 강인한 주인에 대한 나의 충성과 사랑의 증표였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짜고 축축한 공기가 폐 속까지 스며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내 입 안으로 들어온 것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단단한 살덩어리가 내 혀를 누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목을 뒤로 빼려는 충동을 억누르며, 그 대신 혀를 움직여 그 거대한 형체를 감쌌다. 짭짤하면서도 약간 비릿한 맛이 혀끝에 퍼졌다. 그것은 완전히 낯선 남자의 냄새였다. 디야의 달콤하고 순수한 향기와는 전혀 다른, 거칠고 야성적인 냄새.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안대가 이미 가리고 있어서 소용없는 짓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함으로써 현실을 조금이라도 회피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 낯선 남자에게 입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내 뺨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한때 이곳의 주인이었다. 이 집의 모든 여종들을 통제하고, 그들의 쾌락과 고통을 내 마음대로 주관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지금, 가장 낮은 자세로 무릎을 꿇고,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성기를 입에 넣고 있다.
입 안의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게, 그리고 확실하게 내 입의 깊이를 탐색하며 밀고 들어왔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혀로는 굵은 혈관의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생생한 맥박이 내 혀에 전해질 때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내 입가로 군침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동작 때문에 참을 수 없이 고이는 침이, 조금씩 입가를 타고 흘러 턱으로, 목으로 적셨다. 나는 그것을 닦아낼 수도 없었다. 내 두 손은 뒤로 묶여 있었고, 그나마도 허벅지에 연결된 밧줄에 고정되어 있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흘러내리는 침을 느끼며, 점점 더 젖어가는 내 얼굴과 목의 감촉에 집중했다.
밧줄이 젖기 시작했다. 내가 흘린 침과 땀이 몸을 타고 흐르면서, 내 몸을 감싼 마닐라 삼줄이 서서히 물을 머금었다. 처음에는 그냥 약간 거칠기만 하던 표면이, 물에 젖으면서 점점 더 팽팽해지고, 피부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특히 가슴을 감싸고 있는 밧줄이 문제였다. 젖은 밧줄은 마르면서 점점 더 조여들었다. 거친 삼섬유가 내 젖가슴의 연한 살을 파고들며, 유두에 박힌 작은 고리까지 함께 잡아당겼다.
“아...!”
참으려고 했지만, 작은 신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그것은 고통이면서도, 기이한 쾌감을 동반하고 있었다. 밧줄이 조여들 때마다 내 피부는 더욱 민감해졌고, 그 민감함이 다시 밧줄의 자극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했다. 특히 다리 사이로 지나가는 밧줄이 음부를 스칠 때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허벅지를 움츠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오히려 밧줄을 더 깊이 파고들게 만들어, 나는 악순환 속에서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나를 사용하는 남자는 내가 신음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갑자기 그의 손이 내 머리 뒤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힘껏 눌러, 내 얼굴을 더 깊이 그의 허리 쪽으로 밀어 넣었다. 갑작스러운 깊이에 나는 숨이 막혀 헐떡였다. 그의 성기가 내 목구멍 깊숙이까지 밀려 들어와, 나는 삼키는 동작을 반복하며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안대가 그것을 흡수해 버렸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내 의식 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분명 자발적으로 이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렇게 낯선 남자에게 몸을 내주는 것이, 정말 디야가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것이 내가 받아야 할 벌인가? 내가 그동안 다른 여종들에게 가했던 모든 고통과 굴욕을, 이제는 내가 직접 경험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은 혼란스러웠지만, 내 몸은 이미 훈련된 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나는 혀를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 그의 성기를 감싸고, 빨아들이고, 놓아주기를 반복했다. 침이 더 많이 흘러넘쳐, 그의 움직임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축축하고 뜨거운 소리, 즉 ‘쯉쯉’하고 빨아들이는 소리가 방 안에 작게 울려 퍼졌다.
내 다리 사이가 젖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흘린 침이나 땀과는 다른, 더욱 끈적하고 뜨거운 액체였다. 음핵을 감싼 쇠로 된 정조대가 그 감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촉촉해진 살이 차가운 금속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질 때마다, 미세한 전율이 내 척추를 타고 올라갔다. 나는 그 감각에 몸을 떨며, 더욱 깊이 입을 벌려 그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아니면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지 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입안의 그 뜨거운 감각, 점점 조여오는 밧줄의 압박, 그리고 다리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공허함뿐이었다.
그때, 또 다른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아까와는 다른, 더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이었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내 바로 옆에서 멈추지 않고, 내 주위를 천천히 맴돌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지금 내가 얼마나 타락한 모습인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 생각에 내 볼은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한편에서는 이상한 흥분이 일기 시작했다. *그래, 봐라.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여기 있는 수많은 여종 중 하나일 뿐이다. 아무도 내가 일레인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 익명성이 나에게 놀라운 자유를 주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에게 과거의 행적을 묻지 않는다. 나는 그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이 남자의 쾌락을 위해 존재하는 물건일 뿐이다. 그 사실이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한 꺼풀 벗겨내는 듯했다.
나는 더욱 열심히 입을 움직였다. 혀끝으로는 그의 성기 아래 부분을 할퀴고, 입술로는 귀두의 가장자리를 감싸 빨아들였다. 내가 이전에 여종들에게 하라고 가르쳤던 기술들이, 지금은 내가 직접 사용하고 있었다. 그 아이러니가 나를 더욱 자극했다.
입안의 그것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호흡도 거칠어졌고, 내 머리를 쥔 손의 힘도 더 강해졌다. 나는 그가 곧 정점에 이를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그의 성기를 깊이 삼킨 채, 목구멍의 근육을 수축시켰다. 내가 그의 성기를 조이는 감각에, 그는 짧고 거친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뜨겁고 걸쭉한 액체가 내 목구멍 깊숙이 분출되었다.
나는 그것을 삼켰다. 뜨겁고, 약간 쓴맛이 나는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그것은 낯선 남자의 정액이었다. 나는 한때 경멸하던 것, 내가 결코 입에 대지 않으리라 맹세했던 것을, 지금 내가 삼키고 있었다.
그 생각에 나는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내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내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그 순간 분명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깨달음은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이상한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그 남자가 내 입에서 자신을 빼냈다. 나는 입을 다물고, 남은 액체를 삼켰다. 내 입가와 턱은 침과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닦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상태 그대로, 다시 무릎을 꿇고 숨을 고르며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주위를 맴돌던 발자국 소리가 다시 내 앞에 멈춰 섰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가까이, 거의 내 얼굴 앞에까지 다가왔다. 나는 뜨거운 숨결을 느꼈다. 누군가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얼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주 작고 가냘픈 손가락이 내 뺨을 더듬었다. 그 손가락은 내 턱을 타고 흘러내린 침을 닦아주듯, 부드럽게 내 얼굴을 스쳤다. 나는 그 감촉에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 작은 손은... 설마.
“디야...?”
내 입술이 무의식적으로 그 이름을 속삭였다. 하지만 그 대답 대신, 누군가가 내 안대를 살짝 만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이.
그리고 발자국 소리는 다시 멀어져 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로,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방금 나를 사용한 남자는 분명 낯선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 얼굴을 닦아준 그 손은... 그건 디야였다. 내가 확신했다. 그 작은 손, 그 부드러운 터치는 디야의 것이었다.
그녀는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다른 남자에게 입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내가 침과 눈물을 흘리며, 타인의 쾌락에 몸을 내맡기는 모습을.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보고도, 내 뺨을 닦아주며 위로를 건넸다.
그 생각에 내 눈가가 뜨거워졌다. 안대가 흘러내릴 눈물을 다시 흡수했다. 나는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이며,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금 되새겼다. 디야를 위해서. 그 작은 주인에 대한 나의 충성과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더 깊은 수치, 더 강렬한 고통, 그리고 더 선명한 쾌락이.
나는 그 생각에 두려움과 동시에, 참을 수 없는 기대를 느꼈다.
그날, 나는 그 자리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 더 많은 남자들이 내 앞에 와서 섰다. 나는 그들의 요구에 순종했고, 침묵 속에서 내 임무를 수행했다. 누군가는 내 입으로, 누군가는 내 얼굴로, 누군가는 내 손을 사용했다.
그중에는 말없이 내 뒤로 돌아가,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내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정조대 너머로 나의 젖은 부위를 더듬는 자도 있었다. 나는 그의 거친 손길에 몸을 떨며, 정조대가 없었다면 그가 바로 내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서워지면서도 이상하게 더욱 흥분했다.
모든 행위가 끝난 후, 누군가가 내 목줄을 잡아당겼다. 나는 일어서라는 신호를 받고, 비틀거리며 발을 일으켰다. 다리는 저리고 무릎은 시렸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여종이었고, 여종은 불평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 어딘가로 데려갔다. 발걸음 소리와 주변의 공기 흐름으로 보아, 나는 원래 있던 곳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아마도 휴식을 위한 공간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용자를 기다리는 대기실일까.
도착한 곳에서, 나는 다시 무릎을 꿇으라는 신호를 받았다. 이번에는 바닥이 이전보다 더 푹신했다. 아마도 두꺼운 카펫이나 매트가 깔린 곳인 듯했다. 나는 그 위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포개어 앞에 놓았다. 이 자세가 이제는 제법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직 안대는 벗겨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잠시 동안은 아무도 나를 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 내 상태를 점검했다.
입 안은 텁텁하고, 목은 약간 따가웠다. 여러 번 깊숙이 삼키는 동작을 반복한 탓에, 목 안쪽이 살짝 부어 있었다. 침과 다른 체액들이 범벅이 된 얼굴은 끈적거렸고, 특히 턱 아래쪽은 흘러내린 액체 때문에 축축했다.
몸을 감싼 밧줄은 이제 완전히 젖어, 마치 두 번째 피부처럼 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은 움직일 때마다 피부를 스치며 따끔거리는 자극을 주었다. 특히 가슴과 다리 사이는 밧줄이 살에 파고든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하나하나 음미했다. 고통, 수치심, 그리고 그 이면에서 솟아오르는 이상한 쾌감. 모든 감정이 뒤섞여 내 의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디야가 나에게 가르쳐주고자 한 것일까?*
진정한 복종이 무엇인지, 진정한 헌신이 무엇인지. 내가 이전에 여종들에게 요구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이렇게 무겁고, 뜨겁고, 견디기 힘든 것임을.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누구도 볼 수 없는 미소였지만, 그 미소는 내가 아직 여기에 있다는 증거였다. 내 정신이 아직 부서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언젠가 디야가 내게 말했다. *“너는 내 물건이야. 하지만 그것은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 아니야. 오히려, 네가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야.”*
나는 그 말을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디야에게 바쳐진 물건이었지만, 그렇기에 나는 특별했다. 다른 여종들과는 달리, 나는 선택받은 자였고, 나의 모든 굴욕과 고통은 디야를 위한 것이었다.
그 생각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나는 눈을 감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다렸다. 내 몸은 여전히 피로하고, 모든 관절이 쑤셨지만, 내 마음은 이상하게 평온했다.
그리고 곧, 나는 또다시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익숙한,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이었다. 내 심장이 다시 한번 뛰기 시작했다.
디야가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