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의 부서진 영광
제2장 첫 대결
찬란한 샹들리에 불빛 아래 연회장은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단 옷자락이 스치고, 거품 같은 웃음소리가 공중에 떠다녔다. 심청사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맨 채 구석에 서서 와인잔을 천천히 돌리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유리잔 가장자리에 비친 붉은 술빛보다 더 어두웠다.
그의 시선은 연회장 중앙을 맴돌았다. 저기, 임만당은 하늘하늘한 흰 드레스를 입고 마치 순결한 천사처럼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심청사는 그 미소 아래 도사린 독사의 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청사야, 여기 있었구나.”
낯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육경침이 와인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그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경침아.”
심청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지만, 속마음은 편치 않았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육경침은 결국 그의 등을 찌른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의 눈빚에는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오늘 연회는 정말 대단하구나. 네 작품이 벌써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어.”
육경침의 말에 심청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작품? 아니, 그 작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임만당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르다. 그는 이미 증거를 모아 놓았다.
연회장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마이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회자가 무대 위에 올라와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합니다! 바로 우리 업계의 신성, 임만당 양의 신작 디자인 초안입니다!”
박수 소리가 우레처럼 터져 나왔다. 임만당은 우아하게 무대로 올라갔다. 그녀의 손에는 몇 장의 도면이 들려 있었다. 그 도면들은 심청사가 밤새워 그린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제가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것입니다. 영감은...”
임만당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청사가 앞으로 나섰다.
“잠깐만요.”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심청사는 침착하게 무대로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임만당 양, 정말 이 디자인이 당신이 직접 만든 것입니까?”
임만당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가 이내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되찾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제 작품입니다.”
“아니지.”
심청사는 핸드폰을 꺼내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연결했다. 화면에 여러 장의 사진이 떠올랐다. 그것은 그의 작업실에서 디자인 초안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날짜와 시간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 디자인은 제가 석 달 전부터 작업해 온 것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선, 모든 곡선이 제 손에서 나왔습니다.”
연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임만당과 심청사 사이를 오갔다. 임만당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심청사 씨,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해가 아니라 증거입니다.”
심청사는 다시 핸드폰을 조작했다. 이번에는 임만당이 그의 작업실에 몰래 들어가는 CCTV 영상이 나왔다. 얼굴이 선명하게 잡혀 있었다.
“이 영상은 지난주 화요일 밤 11시에 찍힌 것입니다. 당신은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작업실에 무단 침입해 제 디자인을 복사했어요.”
임만당의 손에 들린 도면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무대 가장자리에 부딪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아니에요... 그건... 그건...”
“무엇이 아니라는 겁니까? 당신은 항상 그렇게 해왔지. 남의 것을 훔쳐서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하는 것.”
심청사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쌓여온 분노가 숨어 있었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몇몇은 고개를 저으며 임만당을 향해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이럴 수가...”
“임만당이? 정말?”
“증거가 확실하잖아.”
임만당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손이 바지 주머니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심청사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항상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이제 그만 인정하는 게 어때?”
심청사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의 눈빛은 예리했다.
“당신이 한 일을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됐어. 더 이상 숨길 수 없어.”
임만당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심청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더 이상 예전의 온화함은 없었다. 그 대신 날카로운 증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네가... 네가 이걸 증명한다고 생각해?”
그녀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그 순간, 심청사는 그녀의 주머니에서 이상한 빛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전생에 그가 본 적 없는 반짝임이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심청사가 경계하며 물었다. 하지만 임만당은 대답 대신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 심청사 씨가 저를...!”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팔을 움켜쥐며 뒤로 넘어졌다. 사람들이 놀라 다가가려는 순간, 심청사는 깨달았다. 그녀가 또 다른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무대 아래에서 갑자기 심모와 심부가 나타났다. 그들의 얼굴은 무표정했고, 눈은 텅 빈 것 같았다.
“청사야, 그만해라.”
심모의 목소리는 기계적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바라보았지만, 그 눈에는 모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네가 만당을 괴롭히는 거야. 우리는 다 알고 있어.”
심부도 다가서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의 온화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심청사는 그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전생과 똑같았다. 그들도 임만당에게 세뇌당한 것이다. 그의 가족까지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심청사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거기에는 전생과 달리 준비한 것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작은 향 주머니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머니, 아버지, 이 냄새를 맡아보세요.”
그가 향 주머니를 흔들자 은은한 약초 향이 퍼져 나갔다. 심모와 심부의 눈이 잠시 흐려졌다가 다시 초점을 되찾았다.
“청사야... 나는... 왜 여기 있지?”
심모가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심부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임만당은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녀는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그 향... 어떻게 그걸...”
“나는 이미 너의 계략을 모두 꿰뚫고 있어.”
심청사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전생의 기억이 나를 다시 살려냈다. 이번에는 네가 당할 차례다.”
임만당은 이를 갈았다. 그녀의 손이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심청사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더 이상 네 마법은 통하지 않아.”
심청사는 그녀의 주머니에서 작고 이상한 장치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전생에 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그의 손에 닿자마자 장치는 희미한 빛을 발하다가 꺼졌다.
임만당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자신의 힘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에는 처음으로 진정한 공포가 드러났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소란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경악한 얼굴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몇몇은 경찰을 부르기 시작했다.
심청사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첫 번째 전투에서 이겼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임만당의 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더 강력한 힘을 숨기고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알고 있었다.
육경침이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과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청사야, 나는... 정말 미안하다. 나는 네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을 줄 몰랐어.”
심청사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경침아.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야.”
그의 시선은 밖으로 고정되었다. 그 너머, 어딘가에서 임만당의 더 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복수의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할 것이다.
연회장의 불빛이 깜빡였다가 다시 켜졌다. 심청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생은 반드시 다르게 만들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