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이었다. 도시의 불빛은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스며들고, 침대 위 두 사람은 평화로운 숨소리를 내며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소완청의 손은 자연스럽게 린이의 가슴 위에 얹혀 있었고, 린이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갑자기 눈부신 백색광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침실 전체가 낮처럼 환해졌고, 이내 강렬한 소용돌이치는 빛의 기둥이 두 사람을 휘감았다. 소완청은 무언가에 끌려가는 듯한 강한 현기증을 느꼈고, 귀에는 린이의 놀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빛만이 스쳐 지나갔다. 의식이 흐려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소완청은 차가운 돌바닥의 감촉에 깨어났다. 눈을 뜨니 웅장하고 낯선 고대 건축물이 펼쳐져 있었다. 붉은 기둥과 푸른 기와, 정교하게 조각된 난간, 멀리서 들려오는 은은한 북소리와 휘파람 소리.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린이! 린이!” 그녀는 목청껏 소리쳤지만, 대답은 텅 빈 복도에 울리는 메아리뿐이었다.
이때 발걸음 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 갑옷을 입은 호위병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그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소완청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창날을 겨누었다.
“어디서 온 여자냐? 감히 황성에 무단 침입하다니!” 수위인 듯한 무사가 위엄 있게 소리쳤다.
소완청은 당황하여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언어가 왜 귀에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 뜻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나는 여기가 어디인지도 몰라요. 저는 갑자기 여기에 나타났어요.” 그녀 말투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무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휘저었다. “잡아라! 먼저 감금소에 넣고 조사하라!”
호위병들이 다가서려는 순간, 먼 곳에서 다른 한 무리의 병사들이 한 남자를 끌고 왔다. 그는 바로 린이였다. 그의 옷은 여기저기 찢겨졌고, 얼굴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다. 그는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놔! 내 아내는 어디 있느냐!”
소완청은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를 향해 달려가려 했다. “린이!”
린이도 그녀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곧 호위병들에게 붙잡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잘됐다, 한 쌍이로구나.” 무사가 냉소를 지었다. “둘 다 끌고 가라!”
호위병들은 그들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갔다. 소완청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여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린이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의 목소리는 복도에 메아리쳤다.
“완청! 완청! 걱정 마, 내가 꼭 구하러 갈게!”
소완청은 어느 화려한 전각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방 안에는 용상에 앉은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황금빛 용포를 입고 있었고, 얼굴은 차갑고 날카로웠으며, 눈에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그가 바로 이 나라의 황제였다.
“무슨 일이냐?” 황제는 나른한 어조로 물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작은 놀잇감일 뿐이라는 듯이.
무사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폐하께 아룁니다. 이 여자가 갑자기 황성 안에 나타났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으나, 미모가 출중하여 폐하께서 보시기에 어떠신지요.”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소완청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훑으며, 마치 물건을 감정하는 듯했다. 소완청은 무서움에 한 걸음 물러서려 했지만, 뒤에 있던 호위병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름이 무엇이냐?” 황제가 물었다.
“소완청입니다. 저는... 저는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된 건지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폐하께서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소완청은 최대한 평온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황제는 실소를 지었다. “상관없다. 이곳에 들어왔으니 이 궁 안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앞으로 너는 짐의 귀인(貴人)이 되어라.”
소완청은 귀가 먹먹해지는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애원했다. “안 됩니다, 폐하! 저는 이미 남편이 있습니다. 방금 저와 함께 끌려온 남자가 바로 제 남편입니다. 부디 저희를 놓아주소서, 저희는 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남편?” 황제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이 세상에서 짐이 원하는 여자는 아직 얻지 못한 적이 없다. 네 남편이 누구든, 오늘부터 너는 궁 안의 사람이다.”
그가 손을 휘저어 호위병들에게 명령했다. “저 여자를 취방(翠芳殿)으로 데려가라. 잘 보살피고, 달아나지 못하게 하라. 저 남자는 어전 시위대로 보내라. 그가 무슨 재주가 있는지 지켜보자.”
소완청은 호위병들에게 끌려가면서도 계속 외쳤다. “안 돼요! 린이를 놓아줘요! 제발요!”
그러나 황제는 이미 몸을 돌려 다시 용상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절규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에게 소완청은 그저 새로운 장난감에 불과했다.
취방전은 매우 화려했지만 소완청에게는 마치 새장과도 같았다. 그녀는 방 안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계속 린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랐지만, 뺨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눈물은 모두 너무나도 현실임을 깨닫게 했다.
린이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그는 어전 시위대에 편입되어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고, 머릿속에는 온통 소완청의 모습뿐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구해 내려 했지만, 무거운 갑옷과 엄격한 규율이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차라리 피를 흘리는 고통이 이런 무력감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어둠이 점차 내려앉자, 궁 안에서 울려 퍼지는 밤새 소리가 마치 그를 비웃는 듯했다. 이 낯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두 사람의 운명은 이제 완전히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