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깊숙한 밀실, 촛불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낙청의는 비단 장막을 걸치고 손에 든 청동 등잔을 들어 벽에 새겨진 고대 문양을 비췄다. 이 방은 선대 황제조차도 가까이하지 못한 곳, 그녀는 우연히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이곳에 이르렀다.
벽면 전체에 팔 개의 여인 조각상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각자 다른 자세와 표정을 지녔으나 모두 뛰어난 미모에 위엄이 서려 있었다. 조각상 중앙에는 신비로운 법진이 있고, 여덟 방향으로 뻗은 선들이 중앙의 수정구슬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유물이지?"
낙청의가 손을 내밀어 수정구슬을 살며시 만졌다. 그 순간, 촛불이 모두 꺼지고 밀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벽의 조각상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팔 개의 빛기둥이 솟아올랐다. 각기 다른 색깔의 빛이 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낙청의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섰으나, 눈을 가늘게 뜨고 이변을 응시했다. 빛이 점차 수습되자 여덟 명의 여인이 허공에 떠서 나타났다. 그들은 각자 다른 빛깔의 장포를 입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절세의 미모였다.
그 중 가장 앞에 선 백의 여인이 먼저 무릎을 꿇었다.
"운상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나머지 일곱 명도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각기 다르게 울려 퍼졌으나 모두 한결같이 존경과 복종을 담고 있었다.
"월영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상화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성선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예상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벽락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자연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홍련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낙청의는 숨을 가다듬고 그들을 응시했다. 그녀는 황족으로서 많은 것을 겪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누구냐, 너희는?"
"우리는 고대 팔대 여왕입니다." 운상이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동자에 경외의 빛이 스쳤다. "만 년 전, 우리는 천지의 힘을 다스렸으나 결국 봉인당했습니다. 오늘, 주인님께서 봉인을 푸셨으니, 우리는 주인님을 주인으로 섬기고, 주인님을 위해 구계를 정복하겠습니다."
낙청의의 마음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가며 한 명 한 명 살펴보았다. 운상은 냉엄하고 고고했으며, 월영은 신비롭고 헤아리기 어려웠고, 상화는 얼음 같았으며, 성선은 단아했고, 예상은 요염했고, 벽락은 청아했고, 자연은 요염하고 위험했으며, 홍련은 날카로웠다. 이 여덟 명의 미녀 여왕은 각자 뛰어난 재능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좋다." 낙청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고, 눈에는 야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런데 구계를 정복한다고 했지? 천하는 이미 우리 황실의 소유다."
"주인님께서 아시는 바가 아닙니다." 운상이 고개를 숙이며 설명했다. "이 세계는 크기가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단지 구계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나머지 팔계는 각기 다른 세력이 다스리고 있으며, 그 주인들은 모두 절세의 미녀들이지만, 우리가 함께라면 반드시 그들을 굴복시킬 수 있습니다."
낙청의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몸을 돌리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이 정도면 된 것일까? 천하는 안정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더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 여덟 명의 고대 여왕이 그녀를 돕는다면, 아마도...
"좋다." 그녀가 다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말해 보아라, 구대 세력은 무엇이냐?"
운상이 일어서며 두 팔을 벌리자, 방 안에 갑자기 얼음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냉기가 사람을 찌르듯 스쳤다. 그녀의 주변에 수많은 얼음 결정이 맴돌았고, 순식간에 밀실 전체가 얼음 결정 영역으로 변했다.
"이것이 저의 빙상 영역입니다." 운상이 손을 모으자, 얼음 결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월영이 한 걸음 나서며 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림자들이 벽에서 흘러나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암영 둔형, 적이 저를 찾을 수 없고, 저는 적의 약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화가 가만히 서서 두 손을 내밀었다. 공기 중에 두 개의 얼음 기둥이 순식간에 형성되어 방 전체를 감쌌다. 벽과 바닥이 두꺼운 얼음층으로 뒤덮였다.
"빙봉 천리, 한 번 시전하면 만 리를 얼음으로 만듭니다."
성선이 손을 휘저어 별빛이 흘러내리자 방 안에 별하늘이 펼쳐졌다. 예상이 가볍게 몸을 돌리며 신비로운 음률을 내뱉었고,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벽락이 손가락을 튕기자 푸른 덩굴이 벽을 타고 올랐다. 자연의 주위에 형형색색의 독무가 피어올랐고, 홍련의 온몸에 불꽃이 타올랐다.
낙청의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마음속의 야망이 더욱 확고해졌다.
"좋다. 그럼 우리는 지금부터 병력을 나누어 행동한다." 그녀가 명령했다. "아홉 갈래로 나누어, 나는 직접 한 갈래를 이끌겠다. 목표는 구대 세력의 수장들이다."
운상이 손에 검은색 장검을 바쳤다. 검신은 맑은 물처럼 투명했고, 서릿발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이것은 구천현녀검, 천지의 영기를 모은 신검입니다. 주인님께서 받아 주십시오."
그녀가 다시 손바닥을 펴자 한 벌의 백색 갑옷이 나타났다. 갑옷 표면에 얼음꽃이 흩어져 피어 있었고, 차가운 기운이 뚜렷했다.
"이것은 빙백한갑, 보통 병기는 꿰뚫을 수 없습니다."
낙청의가 검과 갑옷을 받아들었다. 검신에서 전해지는 얼음 기운이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출병 준비를 하라." 그녀가 말했다.
팔대 여왕이 각자 명령을 받들었다. 그들은 몸을 돌렸고, 각자의 빛이 다시 번쩍이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낙청의는 성루에 서서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여덟 줄기의 유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 사라졌다. 그녀는 손에 든 구천현녀검을 꽉 쥐었다.
구계, 그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