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침은 널찍한 사무실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멀리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문득 복도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그의 귀가 솔깃했다.
“조 주임, 또 무슨 재미난 얘기나 하시려고요?”
“아, 이게 말이야, 여자라는 건 다루는 법만 알면 돼.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다가도, 조금만 밀어붙이면 결국엔 자기 발로 기어들어 오더라고.”
육경침은 미간을 좁혔다. 조해. 그는 회사에서 여직원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여자 조련에 능하다는 자칭 전문가. 그의 말투에는 뻔뻔함과 오만함이 가득했다.
육경침은 천천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그의 등장에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조해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곧 익숙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조 주임, 무슨 얘기였습니까? 계속해 보십시오.”
조해는 잠시 망설였지만, 육경침의 차가운 눈빛에 거절하기 어려웠다.
“아, 그냥... 여자들 다루는 법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라면, 그렇게 열변을 토할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육경침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냉기는 주변 직원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조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얼버무렸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너무 큰 소리로 떠들었나 봅니다.”
육경침은 대답 없이 그를 한참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조해의 말이 꽂혀 있었다. ‘여자를 다루는 법.’ 그는 그 말이 흥미로웠다. 아니, 자신이 아내를 대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방법이라는 점이 자극적이었다.
그날 저녁, 육경침은 집으로 돌아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내 소만청이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움직임, 은은한 향수 냄새, 그 모든 것이 그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의 가슴속에는 다른 욕망이 꿈틀거렸다.
“여보, 식사 준비 다 됐어요.”
소만청이 앞치마를 두른 채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가슴이 앞치마 사이로 살짝 드러나 보였다. 육경침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만청아, 앉아 봐. 할 말이 있어.”
그녀는 순순히 그의 옆에 앉았다. 그의 표정이 진지하다는 것을 눈치챈 듯, 그녀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일이야?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육경침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나는 너를 완전히 소유하고 싶어. 너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그런데... 그걸 더 강하게 느끼게 해 줄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어.”
소만청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남편을 깊이 사랑했고,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무슨 뜻이야? 어떻게... 어떻게 하자는 거야?”
“우리... 역할극을 해 보자. 예를 들어, 네가 다른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는 척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걸 지켜보는 거지. 네가 얼마나 저항하다가 결국 굴복하는지... 그 과정을 내가 직접 보는 거야.”
소만청은 숨이 막혔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게 무슨... 그런 걸 왜 해? 나는 너만 사랑해, 너만 있으면 돼.”
“나도 알아. 하지만 나는 더 원해. 너의 모든 순간을 내가 지배하고 싶어. 네가 누군가에게 흔들리는 모습조차 내가 통제하고 싶다고.”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소만청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다.
“알았어... 하지만 너무... 너무 힘들면 멈출 거야.”
육경침은 그녀의 손을 꼭 쥐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 만청아. 너는 완벽해.”
며칠 후, 육경침은 회사 근처에 있는 아파트 두 채를 계약했다. 두 아파트는 같은 층에 붙어 있었고, 중간 벽을 허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는 공사 팀을 불러 벽 중간에 단면 거울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한쪽에서는 상대방이 보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이쪽 방에서는 저쪽 방이 훤히 보이지만, 반대쪽에서는 유리처럼 보이도록 해 주세요.”
그의 지시는 명확했다. 공사가 끝난 후, 그는 소만청을 그곳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단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반대쪽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여보, 이게 뭐야?”
“앞으로 우리의 특별한 장소야. 너는 저쪽 방에 있을 거고, 나는 이쪽에서 너를 지켜볼 거야. 마치 네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거지.”
소만청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동시에 남편이 자신을 이토록 집착한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속삭였다.
“알았어... 네가 원한다면.”
육경침은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눈에는 욕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게임이 시작될 준비가 되었다. 그는 상대를 정해야 했다. 조해. 그 오만한 자가 바로 적임자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