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가가 빼곡히 들어찬 서재 한가운데, 나는 무거운 가죽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흩어진 서류들과 함께 몇 권의 산업 보고서가 펼쳐져 있었다. 모두가 알 법한 표준적인 기업 분석 자료처럼 보였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K-노예 시장 연간 수익 보고서.”
표지의 글자를 천천히 읽으며 나는 혀끝으로 윗입술을 핥았다. 손가락이 서류 가장자리를 스치자, 미세한 전율이 손끝에서부터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보고서 속 숫자들은 정확하고 냉철했다. 올해 3분기까지의 거래 건수, 평균 낙찰가, 신규 진입한 노예 공급처 리스트까지. 모든 데이터가 내 욕망을 자극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책상 위에 놓인 시가 향이 아니라, 살짝 번져 있는 값비싼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방은 가문의 공식 업무 공간이었지만, 사실상 내가 이 산업을 연구하기 위해 마련한 밀실이나 다름없었다.
“소완청, 네가 이걸 보고 있다는 걸 알면 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을 하실까.”
중얼거리며 나는 두 번째 서류를 넘겼다. 거기에는 국내 주요 경매장별 노예 분류 기준과 교육 프로그램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A등급부터 F등급까지, 각 등급별 신체 조건, 나이, 교육 이수 여부, 지능 지수, 심리적 안정성 수치까지. 마치 상품 카탈로그처럼 정리된 정보들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체에 열기가 모이는 것을 느꼈다. 치마 속 허벅지가 살짝 떨렸다. 나는 손을 내려 치마 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의자에 엉덩이를 깊이 박았다. 숫자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억대를 호가하는 거래액, 연 300%를 넘는 성장률,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육정 회장. 그가 구축한 시스템은 완벽했다.
문득 나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 나는 겨우 열여덟이었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이 산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우리 가문의 재산은 단순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서 나온 게 아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사람을 다루는 법을 안다. 그게 진정한 재산이다.”
그날, 나는 아버지의 금고 안에 있는 비밀 파일을 몰래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수백 명의 이름과 사진, 신체 스펙, 가격, 구매자 정보가 적혀 있었다. 내 손이 떨렸다. 처음에는 혐오감이 들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진 속 사람들의 눈빛을 읽을수록, 내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체념, 그리고 가끔은 희미한 희망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을 분석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의지를 꺾고 내 손안에서 움직이게 할까.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 나는 그때의 떨림을 다시 느끼고 있었다. 책상 위 서류 속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각각의 숫자 뒤에는 어떤 청년의 인생이, 어떤 소녀의 운명이, 어떤 남자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린 과정이 있었다. 나는 그 과정을 상상했다. 조련사가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 노예가 바닥에 엎드리는 소리, 그리고 그들이 새로운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순간의 침묵.
내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나는 손을 들어 치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거기가 젖어 있었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며 숨을 삼켰다. 이 산업은 나를 각성시켰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를 꺼내 마셨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차가움에 잠시 정신이 맑아졌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나는 마지막 서류를 집어 들었다. 거기에는 다음 주에 있을 경매 목록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서 내 눈에 띈 이름이 하나 있었다.
“소미. 23세. 신체 등급 S. 교육 완료. 심리 상태: 안정적 복종형.”
나는 그 이름을 천천히 음미했다. 소미. 내가 직접 조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어떤 목소리로 나를 부를지, 어떤 눈빛으로 내 명령을 기다릴지 상상했다. 하체가 다시 뜨거워졌다.
“소완청, 너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내 안의 욕망은 통제 불능 상태였다. 나는 전화기를 들어 육정 회장의 번호를 눌렀다. 몇 초 후, 그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 완청 양. 무슨 일이십니까?”
“육 회장님, 다음 주 경매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특히 그 소미라는 노예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웃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제야 전화를 주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내 가슴이 더욱 뜨거워졌다. 나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저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내 손가락이 소미의 사진 위를 스쳤다. 그녀의 눈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직은 두려움과 저항이 남아 있는 눈빛. 하지만 곧 나는 그 눈을 다른 것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충성과 헌신으로 가득 찬 눈으로.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일어섰다.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모든 불빛 아래에는 수많은 거래와 조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 그 세계의 주인이 될 것이다.
“기다려라, 소미. 네 새로운 주인이 간다.”
내 목소리는 이미 욕망으로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