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멜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내 주변에는 항상 두 명이 따라다녔다. 하나는 내 소꿉친구 메리였고, 다른 하나는 작은 동생 같은 훈이었다. 우리는 항상 셋이 함께였다.
메리는 반에서 공인된 반꽃이었다. 길고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 웃을 때면 보조개가 예쁘게 파였다. 반 남자아이들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지만, 그녀는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반에서 공인된 반초였다. 키가 크고 잘생겼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모든 운동을 잘했다.
그날도 점심시간이었다. 메리와 나는 교실 복도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훈이 구석에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는 항상 그렇게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이 있을 자리가 교실 구석밖에 없는 것처럼.
“훈아, 뭐 하고 있어?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
내가 소리치자 훈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는 항상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아, 나는... 괜찮아. 너희나 가.”
메리가 내 팔을 잡았다. “에이, 같이 가자. 혼자 있지 말고.”
훈이 천천히 걸어왔다. 나와 메리 사이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작은 병아리 같았다. 키는 고작 145cm. 현재 나의 키가 160cm, 메리가 155cm이니 우리보다 한 뼘은 작았다. 몸무게도 40kg 정도로, 체형이 마르고 약해 보였다. 같은 반 남자아이들 중 가장 작은 편이었다.
“훈아, 너 또 키 안 컸지? 이번에도 꼴찌야.”
갑자기 뒤에서 진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호는 우리 반에서 가장 키가 큰 남자아이로, 벌써 165cm였다. 그의 뒤에는 항상 조력자인 조뢰가 따라다녔다.
훈이 고개를 숙였다. “아니야... 나도 조금은 컸어...”
“조금? 그게 얼만데? 1mm?”
조뢰가 웃으며 다가와 훈의 머리를 손으로 툭 쳤다. 훈이 주춤하며 물러섰지만, 진호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야, 우리랑 화장실이나 같이 가자. 네 그 특별한 모습 좀 보게.”
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들 사이로 걸어갔다.
“진호, 그만해. 훈이 괴롭히지 마.”
진호가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더니 조뢰와 함께 돌아섰다. “쳇, 멜이 형이 말리니까 어쩔 수 없네. 그래도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는데.”
그들이 사라지자 훈이 작게 말했다. “고마워, 멜 형.”
“괜찮아. 자, 가자.”
우리는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소변기 앞에 서자 훈이 망설이다가 바지를 내렸다. 그의 성기는 발달이 더뎌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고작 3cm 정도. 발기해도 5cm가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나는 또래보다 발육이 빨랐다. 바지를 내리자 길이 10cm, 발기하면 18cm나 되는 성기가 드러났다.
“형은 진짜 크다...”
훈이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우월감을 느꼈다.
“너도 곧 클 거야. 걱정하지 마.”
하지만 내 말은 거짓말이었다. 훈은 남자 같지도 여자 같지도 않은 특이한 체질이었다. 목소리는 가냘프고, 체형은 마르고, 성기 발달도 더뎠다. 그 때문에 반에서 항상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메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점심시간 거의 다 갔잖아.”
“미안, 미안. 훈이랑 이야기 좀 하느라.”
메리가 훈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훈아, 너도 이제 좀 당당해져야지. 네가 작다고 누가 뭐래?”
훈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날 오후, 체육 시간이었다. 이 선생님은 우리 반 체육을 담당하는 교사였다. 항상 무뚝뚝하고 엄격했으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오늘은 단체 줄넘기 연습이다. 팀을 나눠서 하겠다.”
훈이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는 혼자 하고 싶어요...”
“왜? 팀워크를 배워야지. 네 자리는 저쪽이다.”
이 선생님이 가리킨 곳은 진호와 조뢰가 있는 팀이었다. 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생님, 훈이 다른 팀에 넣는 게...”
내가 말하려 하자 이 선생님이 손을 들어 막았다. “멜, 너는 네 일이나 신경 써라. 훈이도 팀 활동을 해야 성장한다.”
결국 훈은 진호 팀에 들어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진호가 줄을 팽팽하게 당기면서 훈을 향해 돌리기 시작했다.
“자, 훈아! 네 차례야!”
줄이 빠르게 돌아갔다. 훈이 간신히 뛰어넘었지만, 진호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훈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어이쿠! 약한 놈! 1.45m짜리 꼬맹이가 뭘 할 수 있겠어?”
반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선생님은 그저 손을 놓고 지켜보기만 했다. 메리가 화가 나서 손을 들었다.
“선생님! 진호가 일부러 그러는데요!”
“시끄러워. 운동 중에는 부상이 있을 수 있다. 훈이가 좀 더 조심해야지.”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훈을 데리고 나가는 게 최선이었다.
“훈아, 일어나. 우리 다른 데서 연습하자.”
훈이 무릎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참으며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괜찮아, 멜 형. 나는...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방과 후, 메리와 나는 훈을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길을 걷는 동안 메리가 내 손을 잡았다.
“멜, 있잖아... 나 우리 사귀는 거, 모두가 알고 있어. 훈이도 알 거야.”
“응, 그래도 돼. 훈이는 우리 친구잖아.”
메리가 웃으며 내 어깨에 기대었다. 그때 나는 행복했다. 키가 크고 잘생긴 나, 아름다운 메리, 그리고 작은 동생 훈. 이 관계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나와 메리는 다른 학교에 가게 되었다. 훈도 다른 학교로 갔다. 처음에는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이 끊겼다.
메리와의 관계도 멀어졌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 관심사가 달라졌고, 만날 시간도 없었다.
훈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 작고 약했던 동생. 가끔씩 생각나면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몇 년 후,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문득 같은 중학교 출신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야, 있잖아. 훈이 기억나? 그때 우리 반에서 제일 작던 애.”
“응, 기억나. 왜? 어떻게 지내?”
친구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 소문으로는 완전히 변했다더라. 키가 엄청 커졌고, 몸도 좋아졌대. 근데 성격이 많이 냉랭해졌다고 하더라고. 예전에 괴롭히던 애들 몇 명이 그를 다시 만났는데...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어.”
나는 놀랐다. 그 작고 약하던 훈이?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의 모습은 여전히 교실 구석에 서 있는 움츠러든 소년이었다.
“그래? 다행이네. 잘 컸나 보지.”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 문득 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물을 참는 그의 표정, 구석에 서 있던 그의 모습, 화장실에서 바지를 내리던 그의 초라한 모습.
‘훈아, 너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몇 년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답은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