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설옥성전 안, 수만 년의 한기가 서린 옥좌 위에 소청설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형형색색의 영기가 소용돌이치며 무상의 법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썹 사이에는 청옥 같은 낙인이 반짝였고, 온몸에서는 성결하고 속세를 초월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바로 설역의 성녀, 수많은 이들의 숭배를 받으며 모든 이가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갑자기, 성전 안의 공기가 뒤틀렸다. 검은 그림자가 벽 틈새에서 스며들어 나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샤오천의 입가에는 비뚤어진 미소가 번지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 사이로는 피처럼 붉은 비술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거룩한 성녀여, 당신의 그 고고한 모습이 참으로 역겹군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쇠붙이가 부딪히는 듯 날카롭고 냉랭했다.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주문을 외우자, 공중에 새카만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진은 회전하며 소청설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앉았다.
소청설이 갑자기 눈을 떴다.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는 찬란한 신성한 빛이 번뜩였다. “누구냐!”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비술의 힘이 그녀의 영혼을 거칠게 휘감아,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의식을 몸 밖으로 끌어내는 듯했다. 소청설은 몸부림쳤지만, 그녀의 법력은 이 사악한 주술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영혼은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점점 몸 밖으로 끌려나갔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자신이 평생 수호해 온 성결한 육체가 어두운 그림자에게 잠식되는 모습을 보았다.
샤오천은 타인의 몸에 숨어들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자신의 손과 발을 움직이며 이제 막 얻은 이 거룩한 육체의 감촉을 만끽했다. “참으로 완벽한 그릇이로군. 이제 이 모든 것은 내 것이다.”
그는 소청설의 영혼을 응시하며 손바닥을 휘둘러 한 줄기 검은 안개로 감쌌다. 영혼은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지만, 샤오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을 공간을 찢어 기생집의 한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한편, 류미냥은 기생집의 뒷방에서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그녀 앞의 침대 위에는 ‘소도’라는 기생이 술에 취해 정신없이 누워 있었다. 문득 방 안의 공기가 차가워지더니, 한 줄기 영혼이 억지로 소도의 몸속으로 밀어 넣어졌다. 소도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류미냥은 손톱 다듬는 것을 멈추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침대 위의 몸뚱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소청설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녀가 느낀 것은 목을 조르는 듯한 구토감과 온몸이 아픈 고통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눈을 떴고,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천장은 그을음과 기름때로 가득했고, 곳곳에 거미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위에서는 썩은 술 냄새와 몸에서 나는 쉰내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이… 이곳은 어디지?”
그녀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몸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고개를 숙여 자신을 보니, 그녀는 깜짝 놀랐다. 몸에는 남루하고 야한 옷을 걸치고 있었고, 팔과 다리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손가락 사이에는 누렇게 변한 담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목덜미에 새까만 낙인이 찍혀 있었다는 점이었다. 낙인에서는 은은하고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와, 마치 그녀의 영혼을 옭아매는 듯했다.
“이건… 이건 내 몸이 아니야!”
소청설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비명으로 변했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침대에서 떨어졌고, 차갑고 미끄러운 바닥에 부딪혔다. 그 순간,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거울 속 얼굴은 초췌하고 창백했으며, 눈가에는 짙은 화장이 번져 있었다. 바로 그 기생 ‘소도’의 얼굴이었다.
“아아아아——!”
그녀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문이 세게 열리며 류미냥이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부채를 들고, 느릿느릿하게 다가오며 비웃음을 지었다.
“어머, 깼네? 새 상품이 벌써부터 이렇게 떠들썩하네. 그래도 괜찮아, 곧 익숙해질 거야.”
“네가 누구냐! 나를 어떻게 된 거냐!”
소청설은 이를 악물고 류미냥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분노와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쉰 목소리로 변해, 예전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류미냥은 부채로 입을 가리며 낄낄 웃었다. “누구긴, 너의 새로운 주인이지. 앞으로는 내 말 잘 듣고 있으면, 밥은 굶지 않게 해줄 테니까. 만약 말썽을 부리면… 흥, 네가 한번 맛을 봐야겠지.”
말을 마치자, 류미냥은 손을 휘둘러 공중에 채찍 소리를 냈다. 소청설은 자신의 몸이 그 채찍 소리에 조건반사적으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이전 주인이 남긴 기억과 반응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실은 그녀를 더욱 절망에 빠뜨렸다.
“아니야… 나는 설역의 성녀야! 어떻게 이런 곳에…”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류미냥이 다가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따끔한 통증이 그녀의 말을 멈추게 했다. “성녀? 하, 여기서는 그딴 건 통하지 않아. 지금 너는 그냥 싸구려 창녀야. 빨리 정신 차려.”
소청설은 바닥에 쓰러져,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눈물을 느꼈다. 그녀는 옥좌 위에서 수련하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 모든 영광과 신성함이 이제는 수치와 고통으로 뒤바뀌었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깊은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고, 주변의 모든 것이 그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영혼 속 깊은 곳에서는 샤오천의 비웃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설역의 성녀가 아니었다. 그저 기생집의 한낱 창녀, 노예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