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인장 창공: 여제의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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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설옥성전 안, 수만 년의 한기가 서린 옥좌 위에 소청설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형형색색의 영기가 소용돌이치며 무상의 법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썹 사이에는 청옥 같은 낙인이 반짝였고, 온몸에서는 성결하고 속세를 초월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바로 설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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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추락

차가운 설옥성전 안, 수만 년의 한기가 서린 옥좌 위에 소청설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형형색색의 영기가 소용돌이치며 무상의 법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눈썹 사이에는 청옥 같은 낙인이 반짝였고, 온몸에서는 성결하고 속세를 초월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바로 설역의 성녀, 수많은 이들의 숭배를 받으며 모든 이가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갑자기, 성전 안의 공기가 뒤틀렸다. 검은 그림자가 벽 틈새에서 스며들어 나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샤오천의 입가에는 비뚤어진 미소가 번지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 사이로는 피처럼 붉은 비술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거룩한 성녀여, 당신의 그 고고한 모습이 참으로 역겹군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쇠붙이가 부딪히는 듯 날카롭고 냉랭했다. 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주문을 외우자, 공중에 새카만 마법진이 나타났다. 마법진은 회전하며 소청설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앉았다.

소청설이 갑자기 눈을 떴다.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는 찬란한 신성한 빛이 번뜩였다. “누구냐!”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비술의 힘이 그녀의 영혼을 거칠게 휘감아,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의식을 몸 밖으로 끌어내는 듯했다. 소청설은 몸부림쳤지만, 그녀의 법력은 이 사악한 주술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영혼은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점점 몸 밖으로 끌려나갔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자신이 평생 수호해 온 성결한 육체가 어두운 그림자에게 잠식되는 모습을 보았다.

샤오천은 타인의 몸에 숨어들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자신의 손과 발을 움직이며 이제 막 얻은 이 거룩한 육체의 감촉을 만끽했다. “참으로 완벽한 그릇이로군. 이제 이 모든 것은 내 것이다.”

그는 소청설의 영혼을 응시하며 손바닥을 휘둘러 한 줄기 검은 안개로 감쌌다. 영혼은 비명을 지르며 뒤틀렸지만, 샤오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을 공간을 찢어 기생집의 한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한편, 류미냥은 기생집의 뒷방에서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그녀 앞의 침대 위에는 ‘소도’라는 기생이 술에 취해 정신없이 누워 있었다. 문득 방 안의 공기가 차가워지더니, 한 줄기 영혼이 억지로 소도의 몸속으로 밀어 넣어졌다. 소도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류미냥은 손톱 다듬는 것을 멈추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침대 위의 몸뚱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소청설이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녀가 느낀 것은 목을 조르는 듯한 구토감과 온몸이 아픈 고통이었다. 그녀는 억지로 눈을 떴고,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천장은 그을음과 기름때로 가득했고, 곳곳에 거미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주위에서는 썩은 술 냄새와 몸에서 나는 쉰내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이… 이곳은 어디지?”

그녀는 일어서려고 했지만, 몸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고개를 숙여 자신을 보니, 그녀는 깜짝 놀랐다. 몸에는 남루하고 야한 옷을 걸치고 있었고, 팔과 다리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손가락 사이에는 누렇게 변한 담배 자국이 남아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목덜미에 새까만 낙인이 찍혀 있었다는 점이었다. 낙인에서는 은은하고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와, 마치 그녀의 영혼을 옭아매는 듯했다.

“이건… 이건 내 몸이 아니야!”

소청설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비명으로 변했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침대에서 떨어졌고, 차갑고 미끄러운 바닥에 부딪혔다. 그 순간,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거울 속 얼굴은 초췌하고 창백했으며, 눈가에는 짙은 화장이 번져 있었다. 바로 그 기생 ‘소도’의 얼굴이었다.

“아아아아——!”

그녀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문이 세게 열리며 류미냥이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부채를 들고, 느릿느릿하게 다가오며 비웃음을 지었다.

“어머, 깼네? 새 상품이 벌써부터 이렇게 떠들썩하네. 그래도 괜찮아, 곧 익숙해질 거야.”

“네가 누구냐! 나를 어떻게 된 거냐!”

소청설은 이를 악물고 류미냥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분노와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쉰 목소리로 변해, 예전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류미냥은 부채로 입을 가리며 낄낄 웃었다. “누구긴, 너의 새로운 주인이지. 앞으로는 내 말 잘 듣고 있으면, 밥은 굶지 않게 해줄 테니까. 만약 말썽을 부리면… 흥, 네가 한번 맛을 봐야겠지.”

말을 마치자, 류미냥은 손을 휘둘러 공중에 채찍 소리를 냈다. 소청설은 자신의 몸이 그 채찍 소리에 조건반사적으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이전 주인이 남긴 기억과 반응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실은 그녀를 더욱 절망에 빠뜨렸다.

“아니야… 나는 설역의 성녀야! 어떻게 이런 곳에…”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류미냥이 다가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따끔한 통증이 그녀의 말을 멈추게 했다. “성녀? 하, 여기서는 그딴 건 통하지 않아. 지금 너는 그냥 싸구려 창녀야. 빨리 정신 차려.”

소청설은 바닥에 쓰러져,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눈물을 느꼈다. 그녀는 옥좌 위에서 수련하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 모든 영광과 신성함이 이제는 수치와 고통으로 뒤바뀌었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깊은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고, 주변의 모든 것이 그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영혼 속 깊은 곳에서는 샤오천의 비웃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설역의 성녀가 아니었다. 그저 기생집의 한낱 창녀, 노예에 불과했다.

인두로 가슴을 지지다

샤오천은 소청설의 육체로 걸어가며 선문의 대전에 들어섰다. 대전 안에는 조무극이 장로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차갑게 눈을 굴리며 소청설을 바라보았다. “청설, 네 몸에 이상한 기운이… 이게 무슨 짓이냐?”

샤오천은 소청설의 목소리로 희미하게 웃었다. “조 장로님께서는 걱정 마십시오. 이는 제가 수행 중에 얻은 영혼 교환의 이치입니다. 잠시 몸이 부적응했을 뿐입니다.”

조무극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지만,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좋다. 네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이제 편히 쉬어라.”

샤오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그의 눈에는 비꼬는 빛이 스쳤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비술이 발동되어, 저 멀리 기생집 안에서 소청설의 새 몸이 떨리며 반응했다.

그 순간, 기생집의 더러운 방 안에서 소청설은 거친 밧줄에 묶여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새 육체는 창녀의 살이며, 피부는 거칠고 향내는 진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발버둥쳤지만, 영혼이 구속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문이 열리며 류미냥이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숯불 위에서 달궈진 인두가 들려 있었다. “자, 순순히 해라. 저 큰손님이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소청설은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설역의 성녀다! 나를 풀어 줘!”

류미냥이 비웃으며 말했다. “성녀? 지금은 씨알도 안 먹히는 말이야.” 그녀는 다가가 인두를 소청설의 가슴 위에 겨누었다. “이제 찍을 테니, 참아.”

소청설의 눈이 공포로 가득 찼다. 그녀는 온몸을 떨며 저항하려 했지만, 영혼의 구속이 그녀의 사지를 굳게 만들었다. 인두가 피부에 닿는 순간, 지글거리는 소리와 살 타는 악취가 퍼졌다. “아아악!” 소청설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류미냥은 단단히 인두를 누르며 ‘노’ 자 낙인을 찍었다.

고통이 그녀의 정신을 찢어 놓았다. 그녀의 눈앞이 흐려지며 절망이 밀려왔다. “제발… 놔줘…” 그녀는 거의 기절할 듯 중얼거렸지만, 류미냥은 냉혹하게 두 번째 인두를 집어 들었다. “아직 하나 더 있어. 가만히 있어.”

또 한 번 지지는 고통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소청설의 비명은 점차 신음으로 변했고, 그녀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게 내 운명인가? 이런 몸으로, 이런 삶으로…* 영혼이 구속되어 도망칠 수 없고, 오직 굴욕과 고통을 견뎌야 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유두에 구멍 뚫기

류미랑은 소진의 명령을 받고 기생집 지하실로 향했다. 좁고 어두운 계단을 내려갈수록 쥐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하실 문을 열자, 안에서는 기름 냄새와 피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새 상품은 잘 적응하고 있나?"

류미랑이 문지방에 기대어 방 안을 응시했다. 소청설은 좁은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고, 사지는 가느다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그녀는 이미 누더기가 된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옷깃은 헐렁하게 풀려 창백한 어깨가 드러나 있었다.

"아직도 신분을 자랑하는 것 같구나."

류미랑이 비웃으며 다가가 소청설의 턱을 잡아 올렸다. 소청설의 눈에는 여전히 고집이 서려 있었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이미 희미한 두려움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주인님께서 네게 더 정교한 장식을 달라고 하셨어."

"무슨... 무슨 소리야?"

소청설의 목소리가 떨렸다.

류미랑은 품에서 작은 은상자를 꺼내 땅에 던졌다. 상자가 열리며 바늘과 길고 가는 은고리가 드러났다. 촛불 아래에서 은고리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네 젖꼭지에 구멍을 뚫고 여기에 은고리를 달아야 해. 앞으로 손님이 오면 더 편하게 가지고 놀 수 있겠지."

"이런! 나를 만지지 마! 이 더러운 것들아!"

소청설이 미친 듯이 몸부림쳤지만, 쇠사슬이 철커덕거리며 그녀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류미랑은 손을 흔들어 두 조수가 들어와 그녀의 팔과 다리를 꼼짝 못 하게 붙잡았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너희는 다 죽을 거야! 응징받을 거야!"

소청설의 절규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류미랑은 은바늘을 집어 촛불 위에 살짝 비추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직도 네가 누군지 깨닫지 못했나? 너는 더 이상 얼음 봉우리의 성녀가 아니야. 지금 너는 우리 기생집에서 가장 천한 창녀일 뿐이야."

바늘끝이 피부에 닿자, 소청설이 온몸을 움츠렸다. 은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갈 때, 그녀는 신음을 참지 못하고 흘러나오게 했다. 아픔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류미랑은 손놀림이 능숙했고, 곧 은고리를 피가 맺힌 상처에 끼웠다.

"이제 반대쪽도 해야지."

"제발... 제발 그만둬..."

소청설의 목소리는 이미 쉰 목소리로 바뀌었고, 눈물이 얼굴과 뒤엉켜 온통 질척거렸다. 두 번째 고리가 끼워졌을 때, 그녀는 이미 고통에 몸을 떨며 말문이 막혔다.

류미랑은 만족스러운 듯 고리 하나를 잡아당겨 피가 방울져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봤다. "이제 비로소 창녀답게 보이는군."

지하실 문이 굳게 닫히고, 소청설은 홀로 어둠 속에 남았다. 은고리가 살갗에 닿아 차가운 느낌이 치욕의 기억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쇠사슬을 문지르다가, 갑자기 벽에 부딪혀 머리를 박으려 했다.

그 순간, 목에 있는 노예의 인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고,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소진의 음침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죽고 싶어? 내 허락 없이는 그런 자유도 없어."

소청설은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생명이 조종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지만, 목숨을 끊을 힘조차 없었다.

며칠 후, 류미랑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녀 뒤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도포를 입고 깔끔한 선비 차림이었지만, 눈에는 음탕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네가 손님을 맞을 차례야."

소청설이 고개를 들자, 그 얼굴을 보고 온몸의 피가 식는 듯했다. 조무극이었다.

"무극... 오빠..."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목에서 나오지 않았다.

조무극도 그 순간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충격과 혐오, 그리고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은고리를 뚫은 가슴으로 내려가더니, 문득 노예의 인장이 새겨진 목덜미를 보았다.

"너... 네가 어째서..."

그의 말이 떨렸다.

소청설이 손을 내밀어 그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했지만, 조무극은 마치 역병이라도 닥친 듯 뒷걸음질쳤다.

"더럽다! 치사해!" 그가 소리쳤다. "네가 기생이 되어 몸을 팔고 있다니! 내가 그동안 너를 위해 기울인 마음이 모두 더러워졌어!"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박차고 나갔다. 문이 쾅 닫히고, 소청설의 마지막 희망도 그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났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차가운 은고리가 피부에 닿아 아리게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이미 말라버렸고, 눈동자의 빛도 꺼져 버렸다. 조무극의 뒷모습이 마치 마지막 한 줌의 따뜻함마저 데리고 가버린 듯했다.

어둠 속에서, 은고리가 은은하게 빛났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멍에처럼.

암캐처럼 기어가기

비로소 소청설이 땅에 엎드렸다.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마룻바닥을 긁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치마폭 사이로 드러난 종아리가 가늘게 떨렸다. 류미랑이 옆에서 낮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렇게 허리를 더 낮추고, 엉덩이는 살짝 들고... 그래, 딱 좋아요."

소청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진의 발치까지 기어갔다. 소진이 구두코로 그녀의 턱을 받쳐 올렸다.

"설역의 성녀가 이런 꼴이 되다니. 선문의 모든 이들이 이 광경을 봤으면 좋겠군."

눈물이 소청설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젖이 꿈틀거렸고, 목소리는 목구멍深处에서 질식했다. 소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대답해라. 누가 봐도 아름다운 이 자세가 어떤 기분이냐?"

"...기쁩니다."

"뭐라고?"

"주인님 곁에 있을 수 있어... 기쁩니다."

소진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소청설의 몸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뛰고, 허벅지 안쪽이 축축해졌다. 그녀는 이 감각을 부정하려 애썼지만, 몸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류미랑이 다가와 소청설의 귀에 속삭였다.

"이 느낌에 익숙해져야 해요. 몸이 원하는 걸 거부하지 말아요. 그러면 더 편해질 거예요."

소청설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류미랑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벽 쪽으로 끌고 갔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기이한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오늘은 첫걸음이니까, 간단한 것부터 가르쳐 드리죠."

류미랑이 채찍 하나를 집어 들어 소청설의 등 뒤로 내리쳤다. 따끔한 통증이 스쳤고, 소청설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를 듣자 그녀는 더욱 부끄러워졌지만, 통증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묘한 쾌감이었다.

소진이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차를 마셨다. 그는 이 장면을 오래도록 기다려 왔다. 선문에서 그를 업신여기던 자들, 그리고 그들의 우상이었던 이 성녀가 이제는 그의 발아래 무릎 꿇고 있었다.

소청설은 채찍질이 계속될수록 점점 더 힘을 잃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그녀를 지탱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한 음란한 소리로 바뀌었다.

류미랑이 도구를 내려놓고 소청설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수고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더 많은 걸 가르쳐 드릴게요."

소청설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흐릿해졌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이미 예전의 순결한 성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문신 새기기

# 제5장: 문신 새기기

샤오천의 손끝에서 붉은 기운이 뽀족한 바늘처럼 피어올랐다. 그는 소청설의 벗겨진 등 위를 응시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다, 성녀님."

소청설은 나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고, 손과 발은 굵은 밧줄로 묶여 있었다. 그녀는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몸부림쳤지만, 허벅지 사이로 전해지는 저릿한 감각이 그녀의 저항을 약하게 만들었다.

"하지 마... 제발..."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마른 나무침대에 작은 물자국을 남겼다.

샤오천이 바늘을 등에 찔러 넣었다.

"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찌르는 듯한 고통과 함께 알 수 없는 힘이 피부 아래로 스며들었다. 문신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영력이 각 획마다 깃들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이 문신은 영생하는 노예의 표식이다. 네가 아무리 수련을 쌓아도, 어떤 영약을 먹어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샤오천의 손길은 느리고 정확했다. 그가 긋는 한 획 한 획이 마치 칼날처럼 소청설의 살을 도려냈다. '천(賤)' 자의 첫 획이 완성되자,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네 영혼이 이 문양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너는 영원히... 가장 천한 노예다."

마지막 획이 끝나는 순간, 방 안에 폭발하듯 영력이 퍼져 나갔다. 소청설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고, 이내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것이다.

샤오천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창백한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네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해야지."

그가 손가락으로 문신 위를 살며시 쓰다듬자, 잠들어 있던 그녀의 입술 사이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문신이 살아 움직이며 붉게 빛났다.

---

며칠 후, 소청설은 점차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문신이 새겨진 부위가 자꾸만 간질거렸고, 손님의 손길이 닿을 때면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오늘은 자네가 먼저 다가오는군."

늙은 상인이 그녀의 턱을 잡으며 히죽 웃었다. 소청설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등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문신이 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순종해라. 그러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

그녀의 손이 떨리며 상인의 허리를 감쌌다.

"옳지, 옳아. 역시 뚜쟁이가 새로 들인 기생은 다르구나."

상인의 거친 손이 그녀의 옷깃을 헤치자, 소청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몸을 움직여 더 밀착했다. 문신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불쾌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날 밤, 소청설은 방에 홀로 남아 자신의 등을 거울로 비춰 보았다. 선명한 '천(賤)' 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글자를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나는... 천하다..."

처음에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몇 번이고 되뇌다 보니, 그 말이 점차 익숙해졌다. 오히려 '천하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이상한 안도감을 주는 듯했다. 더 이상 지킬 것도, 지켜야 할 자존심도 없다.

---

그 무렵, 선문 내에서는 소청설의 이상 행동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요즘 청설이 수련장에 좀체 나타나지 않네. 폐관 수련한다 했는데..."

한 제자가 수군거렸다.

"내가 보기엔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전에 그렇게 부지런하던 분이 갑자기..."

조무극이 그 대화를 엿듣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소청설이 갑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회피하기 시작한 것을 이미 눈치챘다. 그가 소청설의 거처로 향하자, 문 앞에서 샤오천을 만났다.

"청설이 어디 있느냐?"

샤오천이 공손히 인사하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장로님. 청설님께서 지금 막 중요한 공법을 연구 중이십니다. 누구도 방해하지 말라고 엄명하셨습니다."

"내가 약혼자다. 만나보는 게 무슨 상관이냐?"

"장로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수련 중에 방해를 받으면 심한 반동이 올 수 있습니다. 청설님께서 준비가 되시면 직접 장로님을 찾아뵙겠다고 전하셨습니다."

조무극은 잠시 망설였지만, 더 이상 강요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가 뒤돌아서자, 샤오천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조무극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샤오천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기다려라, 장로님. 곧 네 약혼녀가 모든 선문 제자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그날 밤, 샤오천은 다시 소청설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텅 빈 눈으로 있었다.

"오늘은 어떤가? 새로운 신분에 적응하고 있느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등에서 문신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샤오천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자, 그녀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좋아. 점차 네 본성을 찾아가고 있구나."

그는 돌아서서 방을 나가며 문을 잠갔다. 어둠 속에서 소청설의 입술이 달싹였다.

"본성... 본성이라면..."

그녀의 손이 서서히 자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등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 열기가 그녀를 집어삼키고, 모든 생각을 지워 버렸다. 그저 다음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육체만이 남았다.

깊은 밤, 그녀는 꿈을 꾸었다. 눈 덮인 설원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순백의 옷을 입고, 눈보다 더 맑은 기운을 뿜어내는 승려들의 성녀. 그녀가 발을 내딛자, 눈이 녹지 않고 오히려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눈 밑에서 새카만 문신이 기어나와 그녀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소청설은 죽었다."

꿈속의 그녀가 말했다.

깨어났을 때, 그녀의 뺨은 눈물로 범벅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다만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며, 점차 굳어지는 얼굴을 응시했다.

거울 속의 여인은 더 이상 예전의 성녀가 아니었다. 눈가에는 음란함이, 입가에는 타락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더듬거리지 않고, 매끄러운 말투였다. 처음으로 스스로 타락을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등 뒤의 문신이 환하게 빛나며, 그녀의 영혼 깊은 곳까지 물들어 가고 있었다.

지위 역전

샤오천은 소청설의 육체를 입고 선문의 대전에 섰다. 비단 소매를 휘날리며 주위를 둘러보는 제자들은 모두 두려움과 존경을 담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청설 선배님의 경지가 또 한 단계 올랐습니다!”

“역시 설역의 성녀이십니다, 우리 선문의 영광이로소이다!”

샤오천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손가락으로 검결을 가볍게 튕겼다. 영롱한 검기가 허공을 가르며 천지의 빛을 모두 삼켰다. 이런 힘, 이런 권세, 바로 그가 갈망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기생집의 후미진 방에서 소청설의 영혼이 천한 육체 속에 갇혀 신음하고 있었다. 샤오천은 혼신의 인장을 통해 그녀의 모든 고통과 수치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고, 그 감각이 그를 더욱 희열에 차게 했다.

“오늘 연회는 여기까지다. 모두 물러가거라.”

샤오천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제자들이 하나둘 물러가고, 그만이 대전에 남아 적막한 대리석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는 살며시 눈을 감고 혼신의 인장을 통해 소청설의 영혼으로 스며들었다.

기생집의 난간에 기대어 소청설은 붉은 치마를 입고 손님들에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약간의 굴욕감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처음처럼 몸을 떨며 울지는 않았다.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이미 마비된 것이다.

“소저, 오늘 밤엔 이 몸이 모실까요?”

소청설이 손님의 무릎에 걸터앉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살짝 찔렀다. 그 손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류미냥이 옆에서 부채를 부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참 잘하셨어요, 소청설. 오늘 밤엔 또 큰 손님이 오실 예정이니, 잘 접대해야 해요.”

소청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아첨하는 미소를 띠었다. 이런 생활은 그녀를 역겹게 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몸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모든 접촉, 모든 신음이 그녀를 더 깊은 나락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갑자기 문 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소청설이 고개를 들어 보니, 한 무리의 선복 차림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선두에는 조무극이 서 있었다. 그는 본래의 점잖은 모습이 사라지고, 얼굴에는 분노와 혐오가 뒤섞인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청설아, 드디어 찾았다!”

조무극이 그녀 앞에 다가서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한때의 다정함이 아니라, 배신감에 물들어 있었다.

“너, 어떻게 이렇게 타락할 수 있느냐? 설역의 성녀가 이런 곳에서 창녀 노릇을 하다니!”

소청설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애써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조 장로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저는 원래 이 기생집의 기녀입니다.”

“거짓말 마라! 네 몸의 인장, 그 기운, 내가 어떻게 모르겠느냐?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든 것이냐?”

조무극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연민이 없었다. 소청설은 그의 눈빛 속에 배신감 너머로, 어떤 기대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았다. 그녀가 도움을 청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의연하게 구원하러 오는 자리를 연출하기를.

그러나 소청설은 더 이상 그런 연극에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조 장로님, 돌아가십시오. 저는 갈 데가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 나와 함께 선문으로 돌아가면, 네 신분을 되찾을 수 있다!”

“신분? 하하하…”

소청설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씁쓸하고 자조적이었다.

“이미 이렇게 더럽혀진 내가 무슨 신분을 되찾겠습니까? 게다가 선문으로 돌아간들, 당신들은 나를 전처럼 대접하겠습니까?”

조무극이 입을 열려 했지만, 말문이 막혔다. 그가 정말로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 설역의 성녀로서 이미 더러워진 여인을?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저울질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청설은 그의 주저함을 보고 마음속에 씁쓸한 희열이 퍼졌다.

“보십시오, 당신 자신도 이치를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몸을 팔고, 술을 따르며, 날마다 다른 남자들의 품에서 노니는 것, 그게 저에게는 오히려 편안합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조무극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하다못해 이곳의 남자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대합니다. 창녀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선문의 장로님인 당신은, 나를 보면서 무슨 괴물을 보는 듯한 눈빛을 하시는군요.”

조무극이 손을 뿌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너, 정말 미쳤구나!”

“미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깨달았을 뿐입니다. 이 세상의 이치를.”

소청설은 몸을 돌려 안으로 걸어가며 가볍게 어깨 너머로 한마디를 던졌다.

“돌아가십시오, 조 장로님. 저 같은 더러운 여인은, 당신의 존귀한 눈을 더럽힐 뿐입니다.”

조무극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녀의 붉은 치마 자락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배신감이 교차했지만, 어쩔 수 없는 안도감도 감돌았다. 마침내 그녀는 포기했다. 그도 더 이상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가 몸을 돌려 떠나는 순간, 소청설의 웃음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 웃음은 마치 가시처럼 그를 찔렀다.

기생집의 가장 깊숙한 방에서, 샤오천이 등불 아래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술잔이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참 잘했어, 청설아. 네가 점점 내 뜻에 맞아 가는구나.”

그가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혼신의 인장이 빛났다. 소청설의 몸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뜨거운 쾌락과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아… 주인님, 제발…”

소청설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샤오천의 발등에 입을 맞췄다.

“자, 이제 내게 말해 봐, 네가 누구인지?”

“저는… 저는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영원히 주인님의 것입니다…”

샤오천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잘 알겠구나.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면, 내가 조금 더 너를 편하게 해 주마.”

그는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선문의 대전이 그의 눈에 비치고 있었다. 조만간 그곳도 그의 수중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고결한 것들이, 모두 그의 발아래 무릎 꿇게 될 것이다.

기생집의 밖에서는 밤바람이 불고, 붉은 등불이 흔들리며 어둠을 반기고 있었다. 조무극의 발자국은 이미 멀어졌고, 그의 마음속의 마지막 양심도 그와 함께 사라졌다. 소청설은 더 이상 설역의 성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샤오천의 장난감이었다.

오인과 모욕

저 멀리서 들려오던 구슬픈 거문고 소리가 순간 뚝 끊겼다. 기방의 대청 안은 술 냄새와 향내, 그리고 음탕한 웃음소리가 뒤엉켜 있었다. 소청설은 붉은 명주 치마를 입고 얼굴엔 두꺼운 분을 발랐지만, 그 화려한 옷 아래에는 초췌함과 어쩔 수 없음이 숨어 있었다.

문지방을 넘어선 사내는 한눈에 봐도 선문의 제자였다. 흰 도포에 허리춤엔 비장한 칼을 차고, 단정한 얼굴에는 의분이 서려 있었다. 그는 바로 소청설을 한때 흠모했던 산수였다. 산수는 눈을 부릅뜨고 그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얼굴, 차가운 눈매, 그것은 분명 얼음과 같던 설역의 성녀였다.

"소청설!"

산수의 목소리는 분노와 믿기 어려움으로 떨렸다. 그는 몇 걸음에 걸쳐 다가와 소청설의 손목을 붙잡았다. "네가 어찌 이런 곳에 있을 수 있단 말이냐? 누가 너를 여기로 꾀어낸 것이냐?"

소청설은 잠시 몸을 움찔했다. 그 익숙한 얼굴이 그녀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한때 그녀에게 차 한 잔을 건네며 부끄럽게 고백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씁쓸함과 비꼼이 가득했다.

"손님,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저는 소청설이라는 사람을 모릅니다. 여기는 홍등가요, 저는 그저 기생일 뿐입니다."

산수의 눈이 더욱 붉어졌다. 그는 손을 놓지 않고 소청설을 더 세게 끌어당겼다. "네가 기생이라고? 소청설, 네가 설역의 성녀로서 얼음 같은 지조를 자랑하지 않았느냐? 지금은 창녀가 되어 남의 품에 안기다니, 너는 선문의 얼굴을 땅에 떨어뜨렸다!"

대청 안의 손님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어떤 이들은 수군거렸고, 어떤 이들은 비웃으며 구경했다. 류미냥은 부채를 들고 다가와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 손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우리 소청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기생인데,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산수는 류미냥을 밀쳐내고 소청설의 턱을 잡아 올렸다. "네가 기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너는 분명 소청설이다. 설역의 성녀가 이 지경이 되다니, 너는 내가 한때 품었던 그 마음을 더럽힌 것이다!"

소청설의 눈에 순간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손을 내저으며 산수의 손을 떼어내고 부드럽게 말했다. "손님, 저는 정말로 기생입니다. 만약 즐기러 오셨다면 모시겠지만,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십시오."

"즐기라고?"

산수의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 그는 소청설의 옷깃을 확 움켜쥐었다. "네가 몸을 팔아 즐거움을 얻는다고? 좋아, 내가 네가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 보여주마!"

그가 손을 휘둘러 소청설의 뺨을 후려쳤다. 따끔한 소리와 함께 소청설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뜨거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곧바로 일어나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절했다.

"손님께서 분노를 푸셨다면, 제 모자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산수는 그 모습을 보고 분함에 이를 갈았다. 그는 발을 구르며 몸을 돌려 기방 밖으로 나갔다. 떠나기 전, 그는 한 마디를 남겼다. "소청설, 나는 네가 타락할 줄은 몰랐다. 망가져라, 다 없어져라!"

문이 꽝 닫히고, 대청 안은 다시 웅성거림이 일었다. 소청설은 땅에 엎드려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지만, 아무도 그 고통을 알아주지 않았다. 류미냥은 코웃음을 치며 다가와 말했다. "일어나라, 손님 앞에서 그게 무슨 꼴이냐. 얼른 일어나 치장하고 손님 접대해라."

소청설은 고개를 들어 얼굴의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 들어서자 그제야 그녀는 몸을 벽에 기대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억누르던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왜 자신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왜 모든 것이 이렇게 무너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 깊은 방 안에서 샤오천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스쳤다. 비술이 전해 준 감각이 선명했다. 소청설의 고통, 절망, 수치, 그 모든 감정이 파도처럼 그에게 밀려왔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좋아, 고통스럽구나."

샤오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류미냥을 불렀다. 류미냥이 허둥지둥 달려와 인사했다. "주인님, 무슨 분부이십니까?"

"저년, 아직 제 정신이 덜 든 모양이군. 아까 손님이 왔다고 나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예, 주인님. 산수라는 선문의 제자였습니다. 성녀를 보고 분노하여 손찌검했습니다."

"좋다."

샤오천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더 강하게 훈육해라. 그녀가 지난날을 완전히 잊고, 오직 이곳의 기생으로서 사는 법만 알게 해야 한다."

"주인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내일부터 특별히 신경 써서 가르쳐라. 거절하면 굶기거나 매질을 해도 좋다. 몸에 난 자국은 새로운 손님들이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할 것이다."

류미냥은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께서 안심하십시오,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그녀가 물러나자 샤오천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소청설의 울음이 메아리쳤고, 그 소리는 점점 음탕한 신음으로 변해 갔다. 그는 만족스럽게 입술을 핥았다. 이 타락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타락의 시작

소청설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마지막 불꽃이 꺼졌다. 검은 눈동자는 이제 텅 빈 유리알 같았고, 처연한 아름다움 속에 더 이상 생기가 없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고치며, 연지와 분을 얼굴에 바르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가 웃었다. 예전처럼 청아하고 순수한 미소가 아니라, 기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첨하는 미소였다.

"오늘 저녁에는 손님이 많이 오실 거야."

류미냥이 뒤에서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소청설을 바라보며, 이제야 조련이 제대로 된 것 같다고 느꼈다.

소청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겉옷을 벗었다. 비단 옷이 바스락거리며 땅바닥에 흘러내렸다. 비스듬히 드리워진 어깨를 드러내며 얇은 붉은 가운이 몸에 살짝 걸쳐져 있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류미냥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나와."

소청설이 바깥마당으로 걸어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부드러웠으며, 붉은 치마는 마치 피가 흘러내리는 듯 길게 끌렸다. 마당에 있던 손님들은 그녀가 나타나자 숨을 멈췄다. 눈빛이 그녀에게 사로잡혀 움직이지 못했다.

"이게 누구야? 설령의 성녀님 아니야?"

한 부유한 상인이 비웃으며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소청설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요... 저는 그냥 평범한 기생일 뿐이에요."

그녀의 손이 저절로 상인의 팔에 감겼다. 몸이 살짝 그의 품에 기댔다. 상인이 크게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좋아, 좋아! 오늘은 네가 나를 잘 모셔야 한다!"

소청설은 웃으며 대답했지만, 웃음 속에는 씁쓸함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돌아볼 수 없었다. 몸이 이미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 신성시하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더럽고 추악한 거래의 대가가 되었다.

그날 저녁, 그녀는 여러 명의 손님을 접대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술을 따르고, 허리를 흔들며, 부드럽게 애교를 부렸다. 손님들은 그녀를 껴안고, 쓰다듬고, 더러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몸을 만졌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능숙하게 반응하며 요구에 따라 포옹하고 키스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그녀는 심지어 더 굴욕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무릎을 꿇고 술잔을 들어 올리며, 무릎으로 기어가면서 손님들의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돈만 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녀가 말할 때 눈빛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차갑고 텅 빈, 죽은 자의 눈과 같았다.

한편, 여관의 다른 방에서 샤오천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류미냥이 가져온 유영석을 손에 쥐고 있었다. 돌 안에는 소청설의 장면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가 손님에게 미소 짓고, 그녀가 무릎을 꿇고, 그녀가 사람들의 손아귀에 몸을 맡기는 모습... 모든 디테일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장로님께 이걸 보여주면, 정말 재미있겠지."

샤오천이 중얼거렸다. 그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유영석 몇 개를 선문으로 보냈다. 은밀한 경로를 통해 한밤중에 그 돌들은 선문 제자들의 방에 떨어졌다. 이튿날 아침, 선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거 봐! 이게 바로 그 고결한 성녀님 아니야?"

"하하, 저거 놈 팔이나 다리나, 더 저속한 창녀보다 못하잖아!"

"들었어? 조무극 장로님의 약혼녀래. 이런 걸 약혼녀라고 하면, 조 장로님은 정말 복이 많으시군."

비웃음이 물결처럼 번져나갔다. 제자들은 유영석을 돌려보며 흥미진진하게 수군거렸다. 어떤 이들은 놀라고, 어떤 이들은 분노했지만, 더 많은 이들은 즐거워했다.

조무극은 자신의 방에서 이 유영석을 보았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렸다.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러나 유영석 속의 여인은 분명 소청설이었다. 그 익숙한 얼굴과 몸짓, 하지만 완전히 낯선 타락한 모습이었다. 조무극은 분노와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이 음탕한 계집애!"

그는 유영석을 바닥에 내리쳤다. 돌이 산산조각 났지만, 선문 안의 소문은 더욱 거세게 퍼져나갔다. 점심때쯤이 되자, 어떤 제자는 감히 그에게 직접 말하기까지 했다.

"조 장로님, 듣자하니 소청설이 기생집에서 몸을 팔고 있다면서요? 장로님께서 한번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값을 깎아줄지도 모르죠!"

조무극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그 제자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장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자는 겁에 질려 사과하며 도망갔다. 그러나 그의 뒤에서는 더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조무극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결국 그는 깊은 숨을 쉬고 붓을 들었다.

약혼을 파기하는 편지를 썼다.

그의 손은 떨렸다. 붓끝이 먹물을 뿌렸다. 그러나 그는 생각했다. 수치스러운 약혼녀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단호하게 관계를 끊는 것이 낫다고. 선문의 장로로서, 그는 그런 여자와 아무런 연루도 될 수 없었다.

편지는 그날 해질녘에 기생집으로 보내졌다.

소청설은 그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천천히 편지를 펼쳐 읽었다. 글자는 하나하나 선명하고 냉혹했다. 그녀는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역시..."

그녀가 편지를 불꽃에 던졌다. 불길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살짝 흐트러진 머리칼과 이미 무감각해진 눈을 드러냈다.

류미냥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렇게 되면 너는 완전히 여기에 묶이게 되는구나."

소청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뒤로 몸을 기대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별빛 하나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웃었다. 상처받고 쓰라린 웃음, 그리고 약간의 해방감이 섞인 웃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마지막 자존심마저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지만, 이미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