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번쩍하더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지막 순간, 차량 경적 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충격, 그리고 산산조각 나는 유리창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죽음이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다.
21세기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나, 닝룽룽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눈을 뜨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화려한 비단 휘장이 드리워진 침대, 은은하게 퍼지는 이상한 향기, 그리고 내 몸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각. 손을 들어 올리자 보송보송한 어린아이의 손이 보였다. 침대 옆 거울에 비친 얼굴은 앳되면서도 아름다웠고, 눈동자는 맑은 호수처럼 빛나고 있었다.
“소, 소저님께서 드디어 깨어나셨습니다!”
시녀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주변을 살폈다. 기억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칠보유리종, 두라 대륙, 닝룽룽. 이 모든 것이 생생하게 각인되었다.
“지금이 몇 년도지?”
내 목소리는 가냘프고 어렸다. 시녀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소저님, 두라 대륙력 2600년입니다. 혼란이 너무 심하셨나요? 의원님을 모셔올까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오히려 괜찮아. 내 안에 깃든 혼력이 맥박처럼 뛰고 있었다. 손을 내밀자 일곱 가지 색깔의 빛이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칠보유리탑, 칠보유리체. 나는 이 몸의 주인이 되었고, 동시에 전생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내 처지를 완전히 이해했다. 칠보유리종의 천금, 엄청난 혼력 재능, 그리고 철저히 보호받는 생활.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내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어둠이었다.
전생에 나는 평범했다. 규칙을 지키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욕망을 억누르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이 젊고 강력한 몸은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 중 하나는 내가 한 번도 직면하지 않았던 욕망이었다.
밤이 깊어지면 이상한 꿈을 꾸었다. 누군가에게 묶이고, 지배당하고, 완전히 복종하는 꿈. 그 꿈에서 나는 두려움과 함께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깨어나면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꿈이 계속되길 바랐다.
“소저님, 오늘은 종주님께서 혼력 수련을 지도해 주신다고 합니다.”
시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닝풍치는 엄격하지만 자상한 분이었다. 수련장에 도착하자 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맞아주었다.
“룽룽아, 네 혼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구나. 하지만 아직 제어가 중요하다.”
“네, 아버지.”
나는 정성껏 수련에 임했다. 일곱 가지 색깔의 빛이 내 주위를 감쌌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 각각의 색깔은 힘과 감정을 상징했다. 그중에서도 보라색은 가장 강렬했고, 내 마음속 어둠과 닮아 있었다.
수련이 끝난 후, 나는 종종 성의 정원을 거닐었다. 넓고 화려한 정원이었지만, 나에게는 답답한 우리처럼 느껴졌다. 높은 담장 너머로 펼쳐진 대륙은 자유롭고 위험했다. 그리고 나는 그 위험을 갈망했다.
“소저님, 너무 멀리 나가시면 안 됩니다.”
시녀의 잔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나는 그녀를 돌아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그만할게.”
하지만 내 마음속은 이미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평화롭고 지루한 생활, 이 보호와 통제. 나는 그것을 벗어나고 싶었다. 더 강한 자극, 더 짜릿한 경험, 그리고 더 깊은 타락을 갈망했다.
어느 날 밤, 나는 잠들지 못하고 창가에 앉아 있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정원을 바라보며, 나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인터넷에서 본 BDSM 콘텐츠, 읽었던 타락 소설, 그리고 내가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던 은밀한 환상. 그것들이 지금 내 안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나는 내 욕망을 숨기지 않겠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순간, 내 혼력이 반응했다. 일곱 가지 색깔의 빛이 내 몸을 감싸며 진동했다. 그것은 마치 내 내면의 어둠을 인정하는 듯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직 때가 아니다. 나는 더 강해져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
달빛 아래서 나는 미소 지었다. 타락의 첫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