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의 집은 겉으로는 청주성 남문에 자리한 큰 저택이었다. 대문 앞 돌사자 두 마리는 누가 봐도 상업 집안의 위엄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동네 사람들은 쑤가가 군방각이라는 노예 거래소를 운영한다는 걸 알았다. 명목상으로는 자발적으로 몸을 파는 가난한 여성들을 사들여 귀족 가문에 합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둠이 깔리면 쑤가의 지하실에서는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날 밤, 소청은 자기 방에서 《여계》를 읽고 있었다. 갑자기 창밖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고개를 드는 순간, 아버지의 비명이 안뜰에서 터져 나왔다. "청아, 도망쳐!"
소청의 손에서 책이 떨어졌다. 그녀는 창가로 달려가 내다보았다. 달빛 아래, 검은 옷을 입은 여러 그림자가 안뜰을 휩쓸고 있었다. 어머니가 복도 끝에 쓰러져 있었고, 아버지는 칼을 들고 필사적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소청의 머리가 멍해졌다. 원수 가문의 자객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찾아왔다.
소청은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옷장을 열고 안에 숨겨진 비밀 통로로 뛰어들었다. 통로는 구불구불하게 지하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저택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불빛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소청은 숨을 헐떡이며 달렸다. 그녀는 아버지가 말한 비상 탈출 경로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 구석에는 가려진 군용 트럭 한 대가 있었다.
마침 트럭 옆에서 허둥지둥 짐을 나르던 하인 둘이 소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가씨, 여긴 위험합니다! 얼른..."
"저를 데려가 주세요!" 소청이 그들의 말을 끊었다. "어디든 좋으니까, 이곳만 벗어나게 해주세요."
하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중 한 명이 망설이며 말했다. "아가씨, 이 트럭은... 노예 섬으로 가는 겁니다. 아직 훈련을 마치지 않은 신입 노예들을 싣는..."
"상관없어요." 소청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뒤돌아 타오르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비명 소리는 이미 잦아들고 있었다. "빨리요!"
하인들이 더 이상 묻지 않고 트럭 뒤쪽의 숨겨진 칸을 열었다. 소청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 주위에는 겁에 질린 젊은 여자 열 명 정도가 웅크리고 있었다. 어떤 이는 흐느끼고, 어떤 이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소청은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트럭이 출발했다. 차량은 요동쳤고, 소청의 몸은 벽에 부딪혔다. 그녀의 시야는 점점 흐려졌다. 귀에는 엔진 소음과 여자들의 울음소리만 맴돌았다. 마침내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눈앞에는 녹슨 철창이 있었다. 주변은 습하고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바깥에서는 누군가 거친 목소리로 인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놈들, 신상 명부 확인하자."
소청은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사지가 천근처럼 무거웠다. 그녀의 옷은 이미 더러운 천으로 갈아입혀져 있었고, 손목에는 무쇠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옆에 있던 한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노예 섬이야. 우리 모두 팔려 온 거야."
소청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노예 섬의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은 사적으로 운영하는 훈련소로, 노예를 개처럼 길들여 귀족에게 팔아넘기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힐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다른 여자들처럼 움츠리고 두려워하는 척했다.
"일어나, 다 일어나!" 거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휘파람 소리까지 따라왔다. "신입생 첫날 오리엔테이션이다. 얼른 줄 서!"
소청은 다른 포로들과 함께 철창 밖으로 끌려나왔다. 밝은 햇빛이 그녀의 눈을 찔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거대한 야외 운동장에 서 있었다. 주변은 가시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군데군데 초소가 세워져 있었다. 총을 든 경비병들이 망을 보고 있었다. 운동장 중앙에는 채찍을 든 여성 교관이 서 있었다. 그녀는 야수처럼 포로들을 훑어보았다.
"내 이름은 아리다. 앞으로 너희들의 교관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강력했다. "여기서 규칙은 하나뿐이다. 순종하라. 순종하지 않으면 죽음을 각오하라."
소청은 속으로 이가 갈렸지만, 얼굴에는 두려움을 그려 넣었다. 그녀는 사람들 틈에 숨어 최대한 존재감을 없앴다. 하지만 아리의 시선은 어느새 그녀에게 꽂혔다.
"거기, 고개를 든 사람."
소청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리가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눈빛이 꽤 매섭구나. 신입 중에 이런 놈은 드물어." 그녀의 손가락이 소청의 턱을 집었다. "이름이 뭐냐?"
"...샤오추." 소청은 어머니의 하녀 이름을 급하게 댔다.
아리는 비웃음을 흘렸다. "샤오추? 이 이름은 별 볼 일 없군." 그녀가 몸을 돌려 경비병들에게 말했다. "이 녀석은 B구역에 넣어라. 좀 더 집중적으로 갈아야겠다."
소청은 경비병들에게 끌려갔다. 그녀는 뒤돌아 타오르는 저택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나 저택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앞에는 낯선 바다와 끝없는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살아서 이곳을 빠져나가리라. 반드시 원수에게 복수하리라. 그리고 이 순간부터는 더 이상 쑤가의 아가씨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이 노예 섬에서 살아남아야 할 한 줌의 먼지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