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은 발코니 난간을 꽉 움켜쥐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정원 너머로 보이는 대문 앞에서 불길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적가의 자객들이었다. 그들의 검은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며 마치 죽음의 전령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아가씨! 어서 오십시오!”
노진 집사의 목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그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옷자락을 질질 끌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대저택의 서관이 불타고 있었다.
소청은 숨을 헐떡이며 몸을 돌렸다. 그녀의 발밑에서는 대포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적가의 기습을 막기 위해 정문으로 나갔다.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노진 집사! 아버님은?”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은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소청의 무릎이 풀렸다. 하지만 쓰러질 시간도 없었다. 노진 집사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적가의 자객들이 곧 이곳까지 올 것입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죠?”
“군방각의 수송차입니다. 오늘 밤 노예섬으로 출발하는 차량이 있습니다. 그 안에 숨으십시오.”
소청은 경악했다. 군방각. 그 이름은 그녀의 집안이 운영하는 가장 수치스러운 사업이었다. 겉으로는 자발적으로 몸을 파는 여성들을 고용하는 노예 매매 조직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가장 큰 규모의 성노예 포획 및 훈련 집단이었다. 그들은 고객 맞춤형 여노예를 지정 포획하고, 훈련 후 자발적으로 몸을 팔게 하는 끔찍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그런 차에...”
“아가씨! 지금은 선택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 차가 당신의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적가의 자객들이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이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 복수할 수 있습니다.”
소청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진 집사는 그녀를 이끌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검은색 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차량 옆면에는 '군방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트럭의 짐칸은 이미 여러 개의 나무 상자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상자들 사이로 여성들의 신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여기로 들어가십시오. 상자 사이에 숨으십시오. 내가 운전사에게 말할 것입니다. 당신은 신입 포획 노예라고.”
소청은 떨리는 손으로 트럭 짐칸에 올랐다. 상자 사이의 좁은 틈에 몸을 웅크렸다. 어둠과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그녀를 감쌌다.
“노진 집사님...”
“아가씨, 몸조심하십시오. 반드시 살아남으십시오.”
노진 집사가 트럭 문을 닫았다. 그 순간, 저 멀리서 폭발음이 들렸다. 대저택의 본관이 무너지고 있었다.
트럭의 엔진이 울렸다.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청은 상자 사이에 몸을 꼭 붙이고 숨을 죽였다. 그녀의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차량의 엔진 소리조차도 그 소리를 덮지 못할 것 같았다.
차량은 약 20분 동안 달렸다. 그동안 소청은 여러 번 정신을 잃을 뻔했다. 충격과 공포, 그리고 상실감이 그녀를 압도했다. 마침내 차량이 멈추었을 때, 그녀는 이미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여기 새로 온 놈들이다. 내일 아침에 분류 작업을 시작한다.”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짐칸 문이 열렸다.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이 소청의 눈을 찔렀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회색빛 하늘 아래, 거대한 철문이 서 있었다. 그 위에는 '노예섬 훈련소'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철문 양쪽으로는 철조망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회색 콘크리트로 지어져 있었고, 창문마다 철창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녀석은 뭐야? 상자 사이에 숨어 있었어.”
하급 직원 중 하나가 소청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끌어냈다. 소청은 땅바닥에 넘어졌다. 얼굴에 흙이 묻었다.
“맞춤형일 거야. 부유층 주문이 들어온 놈이지. 얼굴이 꽤 예쁘잖아.”
다른 직원이 말했다. 그들은 소청을 일으켜 세우고 그녀의 손목에 쇠사슬을 채웠다. 쇠사슬이 살을 파고드는 냉기가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너, 이름이 뭐냐?”
“소... 소청이에요.”
그녀의 대답에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소청? 좋은 이름이군. 하지만 여기서는 네 이름이 필요 없어. 여기서 너는 단지 상품일 뿐이야. 내일 아리 교관이 너를 평가할 거야. 그때 네 가치가 결정될 거야.”
그들은 소청을 다른 노예 여성들과 함께 좁은 방에 가두었다. 방 안에는 이미 열 명 정도의 여성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체념이 섞여 있었다. 소청은 그들 사이에 몸을 웅크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버지의 얼굴과 어머니의 미소, 그리고 적가의 검은 그림자들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복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곧 깨닫게 될 것은, 이곳이 그녀의 집안이 운영하는 바로 그 노예섬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시스템 속에서 가장 잔혹한 훈련을 받아야 할 운명에 처해 있었다.
밖에서는 아리 교관의 채찍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