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은 어두운 골목을 내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뒤에서는 분명 발소리가 따라붙고 있었다. 아니, 그녀를 쫓는 것은 발소리가 아니라 죽음의 그림자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쓰러지던 그 순간, 피 냄새가 코를 찌르고 비명이 귀를 찢었다. 그 모든 것이 아직 생생하다.
“도망쳐, 소청!”
어머니의 마지막 외침이 귀에 맴돌았다. 소청은 이를 악물고 방향을 틀었다. 친숙한 골목, 익숙한 담장. 이 동네는 그녀의 집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집이라는 안식처는 이미 피로 물들었고, 그녀는 더 이상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
뒤에서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칼이다. 그들은 칼을 들고 있다. 소청은 몸을 웅크리고 큰길 쪽으로 달렸다. 눈앞에 커다란 트럭이 보였다. 군방각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아버지의 사업 중 하나, 표면상으로는 자발적으로 몸을 파는 여성들을 고용하는 합법적인 노예 매매 조직이었다. 그러나 소청은 알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더 어두운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트럭 뒤쪽으로 뛰어올라 짐칸에 몸을 숨겼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형체들이 보였다. 사람들, 아니 노예들. 새끼줄에 묶인 여성들이 좁은 공간에 빼곡히 실려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몇몇은 두려움에 떨며 소청을 바라보았다.
“닥쳐. 아무 말도 하지 마.”
소청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고 짐칸 구석에 웅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이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뒤에서는 분명 추격자들의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점점 멀어져 갔다. 소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지고 눈앞이 흐려졌다. 마약이다. 짐칸에 퍼져 있는 마취제 연기. 그녀는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소청은 저항할 힘도 없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몸이 바닥에 닿는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소청은 찬물이 얼굴에 닿는 감각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거친 나무 바닥이 보였다. 주변에서는 쉰 듯한 목소리와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손목과 발목이 무언가에 묶여 있었다.
“일어나, 새끼야.”
거친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소청은 고개를 들어 말하는 이를 바라보았다. 덩치가 큰 사내였다.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고, 눈빛은 차가웠다. 그의 뒤로는 넓은 훈련장이 펼쳐져 있었다. 철창으로 둘러싸인 곳, 곳곳에서 채찍 소리와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가 어디지?”
소청이 물었다.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네가 알 필요는 없어. 하지만 네가 여기 온 이상, 너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야. 그냥 물건일 뿐이지.”
사내는 비웃으며 말하고는 주변의 하급 직원들에게 손짓했다. 두 명의 남자가 다가와 소청의 팔을 붙잡았다.
“이년은 새로 들어온 맞춤 상품이야. 상부에서 특별 주문이 들어왔어. 그러니까 조심해 다뤄.”
사내의 말에 소청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맞춤 상품. 그 말은 누군가가 그녀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녀가 알기로,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충성스러운 집사 노진뿐. 하지만 부모님은 이미 죽었다. 그렇다면 누가?
소청은 끌려가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분명 아버지의 군방각과 연결된 시설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 사업의 이면을 알고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자발적인 노예 매매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이곳에서 여성들을 포획하고 훈련시켜 고객의 요구에 맞춰 공급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이곳에 갇힐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리로 와.”
하급 직원 중 하나가 소청을 거친 손길로 끌고 갔다. 좁은 복도를 지나 철문 앞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어둡고 축축한 방이 나타났다. 방 안에는 간단한 침대와 쇠사슬이 걸린 벽뿐이었다.
“여기가 네 방이다. 오늘은 쉬어라. 내일부터 훈련이 시작된다.”
직원은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걸쇠가 걸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소청은 방 안에 홀로 남았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부모님의 죽음, 쫓기는 신세, 그리고 이곳에 갇힌 이유.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내가 여기서 끝날 순 없어.”
소청은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었다. 아버지가 가끔 말하던 것, 군방각의 진짜 주인은 누군지, 그리고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 사업의 비밀을 배워왔다. 비록 지금은 노예로 전락했지만, 그 지식이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곳의 교관 아리가 곧 그녀를 찾을 것이며,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아내기 위해 가차 없는 훈련을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원수 가문의 수령이 보낸 살인자들은 여전히 그녀를 추적 중이며,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소청은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가 발을 들인 이곳이 단순한 노예 섬이 아니라,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지옥의 시작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