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완은 처음으로 단독 검사를 맡았다. 손에 든 태블릿에 오늘 방문할 주소가 떠 있었고,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선배 사형이 항상 함께였지만, 오늘부터는 혼자서 이 일을 해내야 했다. 정부 노예 관리소의 인턴 감독관이라는 직책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택시가 강남의 한 고급 빌라 단지 입구에 멈춰 섰다. 소완은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차에서 내렸다. 정문 경비원이 태블릿의 QR 코드를 확인한 뒤 곧바로 통과시켜 주었다. 이 구역은 원래부터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길가에 주차된 외제차들만 봐도 그 위세를 알 수 있었다.
지정된 호수 앞에 도착하자 소완은 벨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비서로 보이는 남자가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저택 내부는 생각보다 더 화려했다. 대리석 바닥에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벽에는 값비싸 보이는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소완은 가능한 한 프로페셔널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손님께서 거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비서가 중문을 열어젖히자 거실 풍경이 드러났다. 널찍한 거실 한가운데, 한 여자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개 자세였다. 두 손과 두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살짝 치켜든 채. 그 여자의 얼굴 앞에는 소파에 앉은 중년 남자의 아랫배가 있었다.
소완은 발걸음이 멈춰졌다. 여자가 혀를 내밀어 중년 남자의 성기를 핥고 있었다. 천천히, 마치 어떤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정성스럽게. 소완은 순간적으로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감독관으로서 검사 절차를 수행해야 했다.
“들어오게.”
중년 남자가 소완에게 손짓했다. 목소리는 무심했다. 마치 이런 광경이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듯. 소완은 굳은 표정으로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발밑의 대리석이 차갑게 느껴졌다.
“이번에 정기 검사 나왔습니다. 노예 등록 상태와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소완은 태블릿을 켜며 공식적인 어조로 말했다. 중년 남자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일어나 봐.”
그 말에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는 끈적한 타액과 다른 액체가 묻어 있었다. 여자의 나이는 스물 중반 정도로 보였고, 눈동자는 약간 흐릿했다. 무언가에 취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여자는 네 발로 기어서 중년 남자 옆으로 이동한 뒤,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등록증을 보여 주세요.”
소완의 말에 여자는 옆에 놓인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건넸다. 소완은 서류를 훑어보며 정해진 절차대로 확인했다. 이름, 나이, 등록 번호, 최근 건강 검진 기록. 모든 게 정상이었다.
“이제 신체 검사를 하겠습니다. 옷을 벗어 주세요.”
여자의 손이 천천히 옷자락을 잡았다. 단추 하나하나를 풀어 내리고, 얇은 실크 드레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속옷도 없었다. 여자의 몸은 군살 하나 없이 매끈했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것은 몸 여기저기에 선명하게 새겨진 문신과 멍 자국이었다. 특히 허벅지 안쪽에는 ‘주인’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소완은 태블릿에 상태를 기록하면서도, 눈길이 자꾸만 여자의 몸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올랐다. 그것은 혐오와도 같았고, 동시에 어떤 이상한 호기심과도 닮아 있었다.
“다리 좀 더 벌려 봐.”
중년 남자가 명령했다. 여자는 순순히 두 다리를 넓게 벌렸다. 질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곳에도 문신이 있었다. 작은 글씨로 무언가 쓰여 있었지만, 거리가 있어 정확히 읽히지는 않았다.
소완은 태블릿 화면을 응시하며 “건강 상태는 양호해 보입니다.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꼈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검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다음 검사 일정은 3개월 후입니다.”
중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완은 서류를 정리하고 저택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그 장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소완은 자꾸만 그 여자의 눈빛을 떠올렸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데 익숙한,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눈빛. 그리고 그 남자의 명령에 즉시 반응하는 몸짓들. 모든 것이 소완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책상 앞에 앉자 사형이 다가왔다.
“어땠어? 첫 단독 검사.”
“별... 별거 없었어요.”
소완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사형은 그런 소완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잠시 쳐다보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소완은 화면을 응시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그 장면이 더 선명하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주인 사타구니 사이에 얼굴을 묻고 성기를 핥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보이던 어두운 구멍과 문신.
소완은 깜빡 잠이 든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졌다. 태블릿 펜을 쥔 손이 가늘게 떨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아랫배에서 이상한 열기가 올라왔다. 소완은 자신도 모르게 두 다리를 살짝 비볐다.
“소완아, 점심 먹으러 안 가?”
동료의 목소리에 소완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소완은 헛기침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먹을게요. 같이 가요.”
점심 식사 중에도 소완의 머릿속은 그 장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젓가락으로 밥을 뜨면서도 눈앞에는 계속 그 여자의 맨몸이 아른거렸다. 자꾸만 생각났다. 그 여자의 허벅지에 새겨진 ‘주인’이라는 글자와 질 주변의 문신.
오후 업무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소완은 집중할 수 없었다. 컴퓨터 화면의 데이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태블릿을 켜고 오전에 방문했던 노예 등록 정보를 다시 열어보고 있었다. 그 여자의 사진과 기록을 반복해서 읽었다.
소완은 좌우를 살폈다. 아무도 자신을 주시하지 않았다. 다시 태블릿 화면을 내려다보니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 그 여자의 건강 검진 기록을 확대하고 있었다. 신체 각 부위의 상세 기록, 문신 위치와 내용, 특이 사항이 전혀 없다는 담당 의사의 메모.
소완은 화면을 닫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타락의 씨앗이 마음 깊숙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