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어서방(御書房)의 등불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주유검은 용안(龍案) 앞에 앉아 두 눈을 붉힌 채 상소문을 하나하나 넘겨보았다. 이제 막 즉위한 지 석 달, 조정의 환관 세력이 하늘을 찌를 듯하여 마치 천근의 돌이 가슴을 누르는 듯했다. 그는 상소문의 글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위공공(魏公公), 환관들의 권세가 이렇듯 거대하니, 과인(寡人)의 명을 따르겠는가?”
입을 열려던 순간, 밖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위충현이 허리를 굽혀 걸어오며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폐하, 깊은 밤이 이미 깊었사옵니다. 잠시 쉬시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주유검은 고개를 들었다. 환관의 눈빛 속에 숨겨진 뜻을 읽을 수 없었다.
“위공공, 이 늦은 시각에 어찌 아직 물러가지 않았소?”
“신하는 폐하의 안위를 염려하여 감히 물러가지 못하였사옵니다.” 위충현이 걸어가며 가볍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 “폐하께서 보시기에, 이 조정의 신하들 중 충성을 다하는 자가 몇 명이나 되옵니까?”
주유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위공공이 무슨 뜻이오?”
“신하는 감히 무슨 뜻이 있겠사옵니까.” 위충현은 고개를 숙여 공손한 척하며 말했다. “다만 폐하께서 나라를 다스리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옵니다. 신이 민간에서 삼녀(三女)를 구하여 폐하께 아첨하올까 하옵니다. 그들이 시중드는 재주가 있사와, 폐하의 근심을 덜어드릴 수 있지 아니하옵니까?”
주유검의 마음속에 경계심이 일었다. 환관이 미녀를 바치려 하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거절하기에는 남들이 보기에 호의를 저버리는 듯했다.
“그 일은 후일을 기약하겠소.”
위충현은 절을 올리고 물러갔다. 어서방 밖으로 나오자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젊은 황제가 이제 갓 즉위하여 나라 다스리는 법을 모르고, 조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는 등 푸른 곡식과 같았다. 왕승은이 저편에서 급히 걸어오며 위충현 앞에 멈추었다.
“위공공, 깊은 밤에 무슨 일이시오?”
“오, 왕공공이시구려.” 위충현이 그를 흘낏 보며 말했다. “무슨 일로 이 밤중에 어서방에 오셨소?”
왕승은이 공손히 말했다. “폐하께서 밤을 새워 상소를 보신다기에 신이 간식을 가져왔사옵니다.”
“좋다, 좋다.” 위충현이 비꼬며 웃었다. “왕공공은 정말 충성스러우시구려. 하지만 이 밤중에, 폐하께서 이미 안방으로 물러가셨으니, 내일 다시 오시구려.”
말을 마치고 그는 소매를 휘날리며 걸어갔다. 왕승은은 가만히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어서방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책상 위의 등불이 반짝이고, 주유검은 여전히 상소문 앞에 앉아 있었다.
“폐하, 위공공이 방금……?” 왕승은이 조심스럽게 묻자 주유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네가 오히려 왔구나.”
“신이 불효하옵니다.” 왕승은이 간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신이 전하의 좌우에 모시겠사옵니다.”
주유검은 입을 열려 했지만 밖에서 당직하는 시위(侍衛)의 외침이 들렸다.
“위공공의 명에 따라, 후궁의 세 미녀가 어서방에 들어와 시중들게 하라!”
주유검은 깜짝 놀라 왕승은을 바라보았다. 왕승은의 얼굴색도 약간 변했지만, 이미 말릴 수 없었다.
세 사람의 미녀가 문지방을 넘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심옥요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 간밤에 밤을 새우셨사옵니까? 첩 등이 주무를 수 있도록 모셔드리겠나이다.”
그녀가 다가와 주유검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다른 두 미녀도 다가와 각자 손 하나씩을 잡았다.
주유검의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 자리에서 쫓아내려 했지만, 위충현의 세력이 조야를 뒤흔드는 것을 생각하니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 심옥요가 다가와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덮었다.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고 향기로웠으며, 그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주유검의 정신이 약간 흔들렸다. 그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심옥요가 그를 붙잡아 침상(寢牀) 위로 옮겼다. 연랑이 다가와 주유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옷자락을 열게 했다.
“폐하, 첩 등을 만져보시옵소서…… 첩 등은 몸과 마음을 다해 폐하를 모시겠나이다.”
주유검의 머릿속이 이미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약 기운과 향기, 그리고 여인들의 냄새가 뒤섞여 그의 온몸이 뜨거워졌다. 영서가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와 그의 옷깃을 풀어헤치고 약을 조금 먹였다.
“폐하, 이 약 드시면 조금 나아지실 것입니다……”
주유검은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온몸이 불타는 듯했다. 심옥요가 그의 다리를 사이에 끼고 애무했고, 연랑과 영서가 그의 몸을 핥고 미끄러지며 그의 마지막 이성마저 불태웠다.
왕승은은 장막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을 향해 외쳤다.
“폐하! 날이 곧 밝아오고 조회할 시간이옵니다!”
그러나 장막 안에서는 주유검의 신음소리와 여인들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위충현은 멀리 복도 끝에 서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폐하께서 신선을 즐기시는구나. 신이 어찌 감히 방해하리오.”
장막 안에서 주유검은 이미 정신을 잃고 여인들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의 몸은 약으로 인해 끊임없이 자극되었고, 여러 번 사정하고 나서야 영서가 간신히 음경을 빼냈다. 그러나 주유검은 이미 완전히 지쳐 침상 위에 쓰러져 있었다.
왕승은은 그 광경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조금 전의 일이 황제에게 시련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미 그 일이 벌어졌으니, 그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둠 속에서 주유검은 꿈속에서도 여인들의 몸부림치는 모습이 떠올라 끊임없이 도망치려 했지만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이튿날 날이 밝았을 때, 그는 자신이 이미 침상에 누워 있고 위충현이 옆에서 시중들고 있음을 발견했다.
“폐하, 어젯밤은 편히 주무셨사옵니까?” 위충현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주유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 조정의 환관 세력은 더욱 공고해졌고, 그는 점차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