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하오는 동네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저녁 시간이라 사람들이 꽤 있었다. 런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는 남자들,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중년 여성 한 명이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몸매가 풍만했다. 헐렁한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굴곡이 눈에 띄었다. 특히 골반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선이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린하오는 그녀의 옆구리와 배 부분에 살짝 군살이 있는 것을 알아봤다. 그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단단하고 딱딱한 근육질 몸매보다는, 말랑말랑하고 온기가 느껴질 듯한 그런 체형이었다.
그녀는 요가 매트 위에서 상체를 뒤로 젖히며 가슴을 활짝 펴고 있었다. 땀에 젖은 이마가 반짝였다.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피부는 아직 탱탱했다. 얼굴에는 주름이 거의 없었고, 눈매가 깊고 그윽했다. 입술은 약간 도톰해서 섹시한 인상을 주었다.
린하오는 무심한 척 그녀 근처의 레그 프레스 머신으로 다가갔다. 기계에 앉아 다리를 올리면서도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스트레칭을 마치고 물을 마시러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걸음걸이가 느릿느릿했고,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렸다.
"저기, 죄송합니다."
릴하오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의외로 맑은 목소리가 나왔다.
"네?"
"혹시 이 운동기계 사용법을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처음 와서 잘 모르겠네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미소를 지었다.
"네, 물론이죠. 어떤 걸 쓰실 건데요?"
"저쪽에 있는 케이블 머신인데요. 등 운동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린하오는 일부러 어색한 척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왔다.
"여기요, 이렇게 손잡이를 잡고 당기면 돼요. 처음에는 가벼운 무게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그녀가 시범을 보이며 팔을 움직였다. 티셔츠 소매가 올라가면서 드러난 팔뚝은 탄탄했지만 너무 굵지 않았다. 린하오는 그녀의 손목이 가는 것에 집중했다. 손목이 가늘면 육체가 대체로 느슨하다는 신호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어떻게 불러드리면 될까요?"
"미치코예요. 그냥 미치코라고 부르세요."
"저는 린하오입니다. 헬스장 자주 오시나 봐요? 동작이 아주 능숙하시네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와요. 나이가 들면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니까요."
미치코가 겸손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눈가에 잔주름이 살짝 잡혔다. 린하오는 그 주름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였다.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으시는데요? 저는 스물다섯인데, 미치코 씨는 서른 중반 정도 되신 것 같아요."
"아이고, 고마워요. 마흔둘이에요."
"정말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세요. 관리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린하오는 자연스럽게 칭찬을 던졌다. 미치코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고마워요. 아, 운동 더 하셔야죠. 저는 이만 가볼게요. 내일도 올 거예요."
"네, 또 뵙겠습니다."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린하오는 그녀의 뒷모습을 천천히 훑었다. 엉덩이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곡선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헬스장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입술을 핥았다.
며칠 후, 같은 헬스장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미치코가 먼저 인사했다.
"어, 또 오셨네요? 운동 꾸준히 하시네요."
"네, 미치코 씨 덕분에 재미가 붙었어요. 오늘은 좀 쉬는 중이에요. 저기 벤치에 앉아서 쉴까 하는데, 괜찮으시면 같이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미치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헬스장 구석에 작은 휴게 공간이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잠깐 쉬는 것도 좋죠."
둘은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주 앉았다. 미치코가 먼저 말을 꺼냈다.
"린하오 씨는 혼자 사세요?"
"네, 이 근처에 자취하고 있어요. 미치코 씨는요?"
"저는 남편이랑 살아요. 그런데...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갔어요. 그래서 요즘 집이 좀 조용하네요."
그녀의 목소리에 외로움이 섞여 있었다. 린하오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아, 그러면 집이 텅 빈 느낌이겠네요. 저도 가끔 외로울 때가 있어요. 특히 밤에 혼자 있으면..."
"맞아요, 정말 그래요. 아무 말할 사람도 없고..."
미치코가 캔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멀리 시선을 두었다. 린하오는 그녀의 손등을 살짝 바라봤다. 손등의 피부가 매끄러웠다. 결혼 반지가 끼어져 있었지만 그게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미치코 씨, 혹시 저녁 식사 하셨어요?"
"아직 안 먹었는데요..."
"그럼 저랑 같이 저녁 먹을래요? 제가 요리를 좀 자신 있어요. 집에 재료도 있어서 금방 만들 수 있어요."
미치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니, 처음 보는 사람 집에 가기에는 좀..."
"걱정 마세요.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저도 혼자 먹기 심심했는데, 같이 식사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 오세요. 가까워요, 여기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려요."
린하오는 가장 순수한 표정을 지었다. 미치코가 망설이는 동안, 그는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
"사실 저도 요즘 좀 외로웠어요.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면서 혼자 지내니까... 이런 기회가 없으면 새로운 사람 만나기도 힘들잖아요."
그 말이 미치코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네, 알겠어요. 그런데 정말 간단한 거로만 해주세요. 부담스러우니까."
"물론이죠. 자, 일어나요."
린하오가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미치코가 그 손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이 닿는 순간, 린하오는 그 부드러운 감촉에 속으로 쾌감을 느꼈다.
둘은 헬스장을 나와 좁은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미치코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린하오는 그녀의 옆모습을 몰래 훔쳐봤다. 풍만한 가슴이 걸을 때마다 살짝 흔들렸다. 배 부분의 군살이 옷 위로도 살짝 드러났다.
"여기예요."
린하오가 건물 현관문을 열었다. 낡은 건물이었지만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며 미치코가 물었다.
"혼자 살기에는 좀 큰 집 아닌가요?"
"그냥 원룸이에요. 좁지만 혼자 살기에는 괜찮아요."
문을 열자, 생각보다 넓은 원룸이 나타났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 한쪽에는 주방이 있고 다른 쪽에는 침대와 소파가 놓여 있었다. 미치코가 신발을 벗으며 방을 둘러봤다.
"생각보다 넓네요. 깔끔하고... 냄새도 좋아요."
"향초를 좀 켜놨어요. 편안하게 들어와요."
린하오가 미치코를 소파로 안내했다. 그녀가 소파에 앉자, 쿠션이 푹신하게 눌렸다. 린하오가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었다.
"야채랑 닭고기가 있네요. 간단하게 볶음밥 해도 될까요?"
"네, 뭐든 좋아요."
미치코가 다리를 꼬고 앉아 주방에서 요리하는 린하오를 바라봤다. 그의 뒷모습이 꽤 균형 잡혀 보였다. 운동을 해서인지 어깨가 넓고 허리가 가늘었다.
"린하오 씨는 대학 전공이 뭐예요?"
"경영학이에요.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요. 천천히 하면 돼요."
미치코가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에 모성애 같은 게 스쳤다. 린하오는 그걸 눈치챘다. 그녀는 자신을 젊은 애송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속으로 그는 웃음을 참았다.
볶음밥이 완성되자 접시에 담아 식탁으로 가져왔다. 미치코가 숟가락을 들고 한 입 먹었다.
"와, 정말 맛있네요. 요리 실력이 좋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자주 해먹어서 그런가 봐요."
둘은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미치코의 남편 이야기, 그녀의 취미 생활, 평소에 하는 일들. 이야기를 하면서 미치코의 긴장이 점점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식사가 끝나고 린하오가 커피를 내렸다. 둘은 다시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미치코가 커피잔을 입에 대고 있을 때, 린하오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미치코 씨, 사실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어요."
"네? 무슨 말이요?"
"처음 뵀을 때부터 미치코 씨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나이에 비해서도 아니고, 그냥 그 자체로..."
미치코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린하오 씨, 그런 말은... 저는 유부녀예요."
"알아요.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죠? 아름다운 사람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게 잘못인가요?"
린하오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미치코가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놔주세요."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 미치코 씨는 지금 외롭잖아요. 남편은 없고, 집에 혼자 있고... 나는 그런 미치코 씨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더 알고 싶어요."
미치코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이건... 이상해요. 나는 당신보다 훨씬 많은 나이예요."
"그게 뭐가 중요해요?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잖아요."
린하오가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끌어당겼다. 미치코가 저항했지만 그 힘이 약했다. 결국 그녀가 소파에 다시 주저앉았다. 린하오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나는 미치코 씨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달콤했다. 미치코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린하오는 그 침묵이 승낙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