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 이호는 자신이 기숙사의 좁은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장의 물자국, 벽에 붙은 농구 포스터,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까지,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왼손 약지에 아무것도 없었다. 전생의 그 상처가 가득한 손목은 매끈했다.
“내가… 돌아왔어.”
그는 앉아서 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을 확인했다. 날짜는 2014년 9월. 대학 2학년, 그가 처음으로 창업했던 해였다. 모든 것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전생의 고통이 아직 뼛속에 남아 있었지만, 그는 다시는 그런 꼴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활용해 이번 생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재빨리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교외로 나갔다. 전생에 그가 개발한 기술 알고리즘은 3년 후 큰 돈을 벌게 해줬다. 이번 생에는 서둘러야 했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움직이고, 화면에 한 줄 한 줄의 코드가 흘러나왔다. 이 코드는 전생에 수없이 밤을 새며 디버깅했던 알고리즘의 핵심이었다.
3주 후, 이호는 첫 번째 창업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전생의 경험 덕분에 그는 어떤 함정을 피해야 하는지, 어떤 기능이 시장의 수요를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회사를 등록하고 주식 거래를 위한 지능형 분석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초기 자금은 어렵게 모은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이 전부였지만,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한 달 후, 소프트웨어의 첫 번째 베타 버전이 온라인에 올랐다. 이호는 주말마다 기술 전시회와 투자 설명회에 참석하며 자신의 제품을 홍보했다. 전생의 무대 경험 덕분에 그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의심했지만,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정확한 시장 분석 결과를 보여주자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3개월 후, 한 벤처 투자 회사가 그의 프로젝트에 주목했다. 이호는 그들과 미팅을 갖고 자신의 기술 비전과 시장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전생에 실패했던 투자 유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했다. 그가 예상한 대로, 투자자들은 그의 전문성과 확신에 감탄했고, 첫 번째 라운드 투자 계약에 서명했다.
돈이 계좌에 들어오자 이호는 즉시 팀을 확장했다. 그는 학교의 컴퓨터학과에서 재능 있는 몇 명의 학생을 선발해 정식 회사 등록을 진행했다. 회사 이름은 ‘블랙 스페이드 테크놀로지’였고, 사무실은 학교 근처의 작은 빌딩에 임대했다. 처음에는 5명의 직원만 있었지만, 이호의 리더십 아래 팀은 효율적으로 돌아갔다.
어느 금요일 오후, 이호가 회사에서 나와 캠퍼스로 걸어가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고, 가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었다. 그는 길가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 했다. 그때,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고개를 돌리니, 운동장 쪽에서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이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긴 머리를 묶고 있었다. 얼굴에는 순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임효효.
그녀는 여전히 고등학교 때와 똑같았다. 청순하고, 밝고, 천진난만했다. 이호의 가슴이 갑자기 조여들었다. 전생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가 잭에게 납치되고, 세뇌당하고, 마침내 완전히 변해버린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는 손을 꽉 쥐었다. 이번 생에는 다를 것이다. 그는 반드시 그녀를 보호할 것이다.
이호는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임효효도 그를 알아보고 잠시 멈췄다.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고, 이호는 자신이 가장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효효, 오랜만이야.”
임효효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호? 오랜만이야! 정말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아.”
“응, 시간이 꽤 흘렀지.” 이호가 웃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
“응, 잘 지내. 너는? 요즘 어떻게 지내? 소문 들었어. 창업했다며? 정말 대단하더라.”
이호는 그녀의 눈빛에서 진심 어린 감탄을 읽었다. 그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조금 바쁘긴 한데 재미있어. 시간 있으면 같이 차라도 마실래? 오랜만에 이야기나누고 싶어.”
임효효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게 웃었다. “좋아. 오늘 수업 끝났으니까 괜찮아.”
그들은 캠퍼스 근처의 작은 카페로 갔다. 이호는 그녀가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던 딸기 스무디를 주문했고, 임효효는 깜짝 놀라며 기뻐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의 생활과 창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임효효는 열심히 듣고 때때로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는데 연애할 시간은 있어?” 임효효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이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직 없어. 하지만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임효효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스무디를 한 모금 마셨다. “누군데?”
“바로 너야.”
이 말에 임효효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녀는 손으로 뜨거운 뺨을 감쌌다. “야, 농담하는 거지?”
“농담 아니야. 효효, 고등학교 때부터 너를 좋아했어. 이번 생… 아니, 지금은 내가 너를 책임질 수 있어. 나와 사귀자.”
임효효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래도 먼저 연락 자주 해야 해. 나 혼자 두면 안 돼.”
이호의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약속할게.”
그날 이후, 이호와 임효효의 관계는 빠르게 발전했다. 이호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들은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영화를 보고, 거리를 걷고, 캠퍼스 안팎의 작은 식당을 찾아다녔다. 이호는 그녀가 햄버거를 먹을 때 입가에 묻은 케첩을 닦아주고, 그녀가 춥다고 하면 자신의 자켓을 벗어 입혀주었다. 임효효는 그의 다정함과 배려에 점점 빠져들었다.
한편, 블랙 스페이드 테크놀로지의 사업은 순조롭게 성장했다. 이호가 개발한 지능형 분석 소프트웨어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몇 개인 투자자들만 사용했지만, 곧 여러 중소기업들이 주목했다. 이호는 팀을 이끌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며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 그의 사업적 통찰력과 기술적 능력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어느 주말, 학교에서 주최한 창업 경진대회가 열렸다. 이호는 블랙 스페이드 테크놀로지의 대표로 참가했다. 무대 위에서 그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제품의 혁신성과 시장 전망을 소개했다. 그의 발표는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프로젝트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결국 그는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상을 받은 후,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와 명함을 건네거나 협업을 제안했다. 이호는 침착하게 대응하며 유용한 인맥을 하나하나 쌓아갔다. 그날 밤, 그는 임효효와 함께 축하 저녁을 먹었다. 임효효는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에게 축하의 포옹을 건넸다.
“이호, 너 정말 대단하다.” 그녀가 그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
이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아직 멀었어. 더 많은 것을 이뤄야 해. 그리고 너를 위해서라도 꼭 성공할 거야.”
임효효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눈에 반짝임을 담았다. “나를 위해서?”
“응,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평생 행복하게.”
그 말에 임효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녀는 꼭 그의 손을 잡았다. “나도 너를 영원히 사랑할게.”
그날 밤, 달빛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이며 땅에 비쳤다. 이호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번 생에는 절대 지지 않겠다. 그는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다음 날, 학교 게시판에 이호의 사진과 함께 대형 포스터가 붙었다. “블랙 스페이드 테크놀로지 창업자, 교내 창업 경진대회 우승”이라는 제목이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어떤 이들은 수근거리며 그를 ‘천재’라 부르기도 했다. 이호는 그 시선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음 단계의 제품 개발 계획을 논의했다. 그는 이미 더 큰 시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블랙 스페이드 테크놀로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업계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그는 임효효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녀를 안전하게 지킬 것이다.
저녁이 되자, 이호는 사무실 불을 끄고 교정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임효효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다. 길을 걷던 중, 그는 우연히 운동장 쪽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중에는 낯선 흑인 남성도 있었다. 이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그는 잭 윌리엄스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전생의 그 고문자, 파괴자. 하지만 저 남자는 달랐다. 키가 작고, 얼굴이 덜 거칠며, 옷차림도 평범했다. 아마 잭의 수하 중 한 명일 것이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
이호는 눈을 굵직하게 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는 그 남자를 잠시 주시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이번 생에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는 반드시 잭의 음모를 미리 막고, 임효효와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것이다.
그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 임효효는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햇빛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이호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
“기다렸어?”
임효효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니, 방금 왔어. 오늘 회의는 어땠어?”
“잘 풀렸어. 다음 주에 새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야.” 이호가 그녀 맞은편에 앉으며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뭐 먹고 싶어?”
“네가 추천해 줘.”
이호가 웃으며 주문을 했다. 그들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호는 그녀에게 자신의 사업 계획을 들려주고, 임효효는 자신의 학업 생활과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호의 마음 한구석에는 경계심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잭의 그림자가 아직 멀리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그가 먼저 움직일 것이다. 그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이호는 임효효를 기숙사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녀가 건물 입구에서 그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호는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 다음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이번 생은 내가 지배한다. 잭, 너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