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황성 외곽, 폐허가 된 별궁의 그림자 속에서 예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그의 손목은 월아이의 가냘픈 팔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힘을 조절하지 않으면 뼈가 으스러질 듯한 위협을 담고 있었다.
"또 숨기려고?" 예링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고대 전송진, 어떻게 들어가는지 말해."
월아이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입가에는 비꼬는 미소가 번졌다. "네가 그런 걸 알아서 뭐 하려고? 설마 너, 진짜로 유주까지 쫓아가려는 거야?"
"내가 묻는 건 방법이야. 이유는 내가 정해."
예링의 손아귀가 더 세게 조여졌다. 월아이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채로 번뜩였다.
"놔! 내가 말할게."
예링이 살짝 힘을 풀자 월아이는 손목을 비비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고대 전송진은 아무나 쓸 수 있어? 그건 황족이거나 황제의 측근들만 허락받는 거야. 게다가 작동하려면 황실의 혈액과 주문이 필요해. 네가 어떻게 감히?"
"그럼 어떻게 하는데?"
"월청 공주가 정기적으로 그 전송진을 통해 유주의 연체지로 가. 그녀는 자질이 나빠서 거기서 온양을 받아야 하거든." 월아이가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런데 그 공주, 성격은 더럽고 주변 사람들한테는 오만하기 짝이 없어. 너 같은 놈이 다가가기도 힘들 걸?"
예링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머릿속은 빠르게 굴러가고 있었다. 월청 공주... 그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 황제의 막내딸,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그녀.
"방법이 있긴 하지." 월아이의 목소리에 비아냥이 섞였다. "네가 만약 시녀로 변장하거나, 더 대담하게 공주 본인으로 변장할 수 있다면 말이야. 하지만 너 같은 남자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 하하, 얼굴만 봐도 들통 나겠다."
월아이의 비웃음이 귀에 거슬렸지만, 예링의 눈에는 오히려 반짝임이 스쳤다. 시녀로 변장? 공주로 변장? 그 말은 그에게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혼돈영주.
그는 그 존재를 떠올렸다. 한때 우연히 들었던 소문, 전설 속의 변신 능력. 그 능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월아이의 말은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했다.
"혼돈영주..." 예링이 중얼거렸다.
월아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 설마 그걸 알고 있어? 그런 건 신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야.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무도 몰라."
"존재해. 그리고 나는 그 능력을 가진 자를 알고 있어."
예링은 단호하게 말하며 월아이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월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
"너... 정말 그걸 할 생각이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악이 섞여 있었다. "네 몸을 버리고 여자가 된다고? 미친 거 아니야?"
"미친 게 아니라, 필요한 거야." 예링은 차갑게 응수했다. "유주에 가야 해. 거기에 내가 찾는 게 있으니까. 그리고 네가 방법을 가르쳐 줬어, 월아이. 고마워할게."
월아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분노와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예링을 노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한 번 마음먹으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넌 미쳤어." 그녀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미친 짓을 하려는 거야."
예링은 그 말을 무시하고 이미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혼돈영주를 찾아내고, 그 능력을 빌려 월청 공주로 변장하는 것. 그가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이 작은 별궁에서 시작된 일은 결국 더 큰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었다. 하지만 예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