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6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 옌저커는 화려한 치파오를 입고 거리를 걸었다. 발 아래 하이힐이 돌부리에 걸려 흔들렸지만, 그녀는 익숙하게 균형을 잡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비인급 무사로서의 자존심, 무성의 아내로서의 체면,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창녀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손에 든 작은 지갑을 꽉 쥐었다. 그 안에는 오늘 밤 일한 돈이 들어 있었다. 서툰 손길로 받아낸 동전과 지폐, 그 중 몇 장은 찢어져 있었다. 옌저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루청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 벌써 석 달, 그녀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 길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무도 외의 삶을 체험해 보고 싶은 욕망, 평범한 여성들이 겪는 일상에 대한 동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루청이 없는 빈 집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
"아가씨, 오늘은 일찍 끝났네?"
길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년 여자가 인사했다. 같은 업소에서 일하는 언니였다. 옌저커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네,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었어요."
"요즘 세상이 안 좋아서 그래. 하지만 너 같은 미인이 걱정할 건 없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으니까."
여자가 시선을 훑으며 말했다. 옌저커는 그 시선이 불편했지만 참았다. 그녀는 무사였다. 비록 지금은 창녀 행세를 하고 있지만, 언제든 이 여자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이 삶을 체험하는 중이니까.
집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가까웠다. 옌저커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두운 거실, 아무도 없는 방. 루청은 여전히 밀실에서 수련 중이었다. 그가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는 아직 3개월이 더 남았다. 그녀는 치파오를 벗어 옷장 한쪽에 걸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장이 번져 있었다. 입술에 바른 립스틱은 거의 다 지워졌고, 눈가에는 검은 선이 번졌다. 옌저커는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러자 본래의 청순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볼을 만지며 생각했다. 루청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비인급 무사가 된 아내, 창녀가 된 아내.
그녀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몸에 묻은 낯선 사람의 체취를 씻어내기 위해. 물속에 몸을 담그자 어깨에 맺힌 긴장이 풀렸다. 오늘 손님은 나이가 지긋한 상인이었다. 손이 거칠었고, 돈을 계산할 때 인색했다. 하지만 옌저커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배우였다. 이 삶을 연기하는 배우.
"루청,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는 중얼거렸다. 욕실 천장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보며. 루청은 자신의 아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는 무도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데만 집중했다. 옌저커는 그것이 좋았다. 만약 그가 알게 된다면, 아마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이 중독성 있는 삶, 이 쾌락과 수치심이 뒤섞인 감정들.
욕조에서 나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으면 오늘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상인의 거친 숨소리, 그의 손길, 그가 남긴 말들. "아가씨 참 예쁘네, 아까운데." 옌저커는 그 말에 웃었다. 아깝다? 무엇이? 그녀는 무사였다. 비인급 무사. 그녀의 몸은 무술을 위해 단련된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배를 만졌다. 탄탄한 복근 위로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이 몸이 루청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저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고통을 즐겼다.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길이니까.
다음 날, 옌저커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루청의 수련실 문을 살짝 두드렸다. 안에서 기척이 없었다. 그녀는 문틈으로 속삭였다.
"여보, 나 나갔다 올게. 시장에 좀 다녀올게."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오후에 업소에 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새로운 손님이 왔다고 전화가 왔었다. 상당한 부자라고 했다. 옌저커는 화려한 원피스로 갈아입고 화장을 햇볕에 고쳤다.
업소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고급스러운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저속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옌저커가 들어서자마자 업주가 다가왔다.
"어이, 늦었잖아.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누군데요?"
"큰손이야. 상업 길드의 간부라는 사람. 신분을 숨기고 왔으니까 조심해."
옌저커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정된 방으로 향했다. 방 안에는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옌저커를 보자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이 그 새로 들어온 아가씨구먼. 소문대로 예쁘네."
"감사합니다."
옌저커는 자리에 앉았다. 남자는 술을 따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받아 마셨다.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시나요?"
"그런 건 묻지 않는 게 좋아. 여기선."
남자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옌저커는 그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거칠었고,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무사를 하는 사람이었다. 옌저커는 긴장했다. 만약 이 사람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다면?
"몸이 참 탄탄하네. 무술을 배웠어?"
남자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옌저커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어렸을 때 좀 배웠어요. 건강을 위해서요."
"흠, 그런 것 치고는 근육이 좋은데."
남자의 시선이 의심스러웠다. 옌저커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하죠."
남자는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옌저커는 그의 품에 안기면서도 한쪽 눈은 방의 구조를 살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도망칠 경로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남자는 별다른 행동 없이 그녀를 침대로 데려갔다.
그날 밤, 옌저커는 집에 돌아와 욕실에서 몸을 씻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인가? 하지만 그녀는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루청의 수련실 문을 바라보았다. 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연한 빛. 그는 아직 깨어 있었다.
"여보, 괜찮아?"
그녀가 작게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옌저커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으면 오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루청의 얼굴. 두 얼굴이 겹쳐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중 생활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삶에 중독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한 달이 더 지났다. 옌저커는 업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창녀가 되었다. 그녀의 청순한 외모와 매끄러운 몸매는 많은 손님을 끌어들였다. 그녀는 매일 밤 다른 남자와 침대를 함께했다. 때로는 상인이었고, 때로는 무사였으며, 때로는 귀족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완벽한 배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루청의 수련실에서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옌저커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수련이 끝난 것일까? 그녀는 수련실 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문 안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손잡이를 잡았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루청이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온몸에서는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지었다.
"여보, 끝났어?"
"응, 드디어 돌파했어."
루청의 목소리는 피로에 젖어 있었다. 그는 아내를 끌어안았다. 옌저커는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그의 체취, 그리웠던 냄새. 하지만 그녀의 몸에는 아직 낯선 사람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고생했어.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옌저커가 그의 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루청은 눈치채지 못했다.
"저커야, 나 앞으로 더 강해질 거야. 너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알아. 믿어."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너를 배신하고 있다는 것을, 너는 결코 알지 못할 거야. 이 비밀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 묻힐 것이다.
루청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옌저커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그와 함께 방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배우였다. 루청을 위한 연기, 그리고 자신을 위한 연기.
그날 밤, 그녀는 루청의 품에서 잠들었다. 하지만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밤새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중 생활은 계속된다. 그녀는 무사일 수도, 창녀일 수도 있다.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이 길을 선택했으니까.
그녀는 루청의 숨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그의 무죄한 잠, 그의 순수한 사랑. 그녀는 그것을 배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이 삶에 빠져들고 있었다. 수렁처럼 깊고, 중독성 있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