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웨는 열여덟 번째 생일이 지난 지 일주일 만에 아버지로부터 거대한 서류 봉투를 받았다. 붉은색 왁스 실로 봉인된 그 봉투 안에는 가족 기업의 지분 양도서와 함께 '진환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이사 임명장이 들어 있었다.
"네 나이가 되었으니 이제 회사를 맡을 때다."
아버지는 전화로만 짧게 말하고는 곧바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웨웨는 하얀색 실크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올리며 서류 더미를 넘겼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의 손끝은 아직 가냘팠지만, 눈동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어둠을 품고 있었다.
사무실로 진환 엔터테인먼트의 부속 법인 명단이 도착했을 때였다. 웨웨가 손끝으로 넘기던 서류가 멈췄다. 'SV 프로덕션', '블랙로즈 클럽'. 그 밑에 적힌 사업 내용은 애매모호한 표현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 회사들은 정확히 무슨 일을 하죠?"
진숙 지사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항상 차분한 말투와 단정한 비즈니스 수트 차림이었다.
"웨웨 양, 자세한 것은 직접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일 SV 프로덕션을 방문하시겠습니까?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웨웨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그날 밤,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린 시절 우연히 본 아버지 서재의 금고. 그 안에는 낯선 상징이 새겨진 책들이 있었다. 몰래 펼쳐본 페이지에는 굴레를 쓴 여인들의 사진과 함께 '복종'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때 이상하게도 웨웨는 혐오감보다는 심장이 터질 듯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의 씨앗은 자라기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 웨웨는 교복 대신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었다. 가방에는 가짜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샤오웨, 22세, 신인 배우 지망생.'
SV 프로덕션은 도시 외곽의 낡은 창고 건물을 개조한 스튜디오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어두운 조명과 담배 연기, 그리고 희미하게 퍼지는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새로 오셨네요?"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말라깽이 체격에 눈빛은 날카로웠다. 아제, 이 스튜디오의 AV 감독이었다.
"구경 왔어요. 아직 결정한 건 없어요."
웨웨는 최대한 무심한 척 말했다. 아제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좋아요. 오늘 촬영이 하나 있는데, 구경하실래요? 아주 '소프트한' 장면입니다."
그가 안내한 촬영장에는 흰색 침대가 놓여 있었다. 조명 아래에서 두 명의 배우가 포옹하고 있었다. 여배우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무언가 익숙한 빛이 반짝였다. 그것은 복종의 순간에 느끼는 일종의 황홀감이었다.
웨웨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도망쳐야 한다고 머리는 외쳤지만, 발은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아제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샤오웨 씨, 저희 대본 하나 보시겠어요?"
건내준 대본의 제목은 '처녀의 첫날밤'이었다. 주인공은 부잣집 딸이 가문의 음모로 인해 낯선 남자에게 팔려가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이 당신과 너무 잘 어울려요. 외모부터 분위기까지... 혹시 한번 해보실 생각 없나요? 익명으로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아제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뱀처럼 미끄러운 위험이 숨어 있었다.
웨웨는 대본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거절해야 한다, 이건 미친 짓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가슴속에 자리 잡은 그 검은 환상이 입을 열었다.
"...한 번만요. 단 한 번만."
그날 저녁, 웨웨는 촬영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가발과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거울 속 자신의 눈동자는 낯설게 빛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 배우는 중년의 체격 좋은 남성이었다. 그는 웨웨에게 다정하게 미소 지었지만, 그 눈빛에는 이미 사냥감을 확정한 포식자의 기운이 감돌았다.
"긴장 풀어요, 처음이지요?"
그의 손이 웨웨의 어깨에 닿았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조명이 그들을 비췄다.
첫 번째 키스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내 그의 손이 그녀의 옷깃을 벗기기 시작했다. 웨웨는 숨을 멈추고 몸을 굳혔다. 그래도 내면에서는 불길이 타올랐다. 그가 거칠게 그녀의 스커트를 걷어 올렸을 때,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 처녀라고 들었는데... 확인해볼게요."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웨웨는 신음을 삼켰다. 그 순간, 아제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렸다.
"좋아, 표정 좋아. 그대로 가자."
남성 배우가 그녀 위로 올라탔다. 그의 무게가 그녀를 짓눌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가 단번에 그녀를 찔러 들어갔다.
"아... 윽..."
웨웨는 손가락으로 시트를 움켜쥐었다. 그의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지고, 깊이도 더해졌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처녀가 사라지는 순간을, 처음으로 남자에게 완전히 소유당하는 이 순간을 속으로 음미했다.
그가 몸을 떨며 마지막으로 깊이 밀어 넣었을 때, 웨웨는 전율과 함께 희열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몸은 부서질 듯 아팠지만, 영혼은 어딘가로 날아가는 듯했다.
촬영이 끝나고, 그녀는 몸을 씻으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가는 붉게 충혈되었고, 입술은 부르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이상한 빛이 살아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아제의 메시지였다.
"오늘 촬영 영상, 편집해서 보내드립니다. 다음 주에도 또 오실 거죠?"
웨웨는 젖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문지르며 답장을 썼다.
"네."
한 글자. 하지만 그 속에는 벌써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