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 용궁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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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좌에 오른 지 사흘이 지났다. 능연은 아직도 높은 보좌의 차가움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조칙이 내려지고, 천하의 세력들이 조공을 바쳤다. 각지에서 온 진귀한 보물들이 대전 앞에 줄지어 놓였으나, 능연의 눈에는 오직 네 개의 베일 너머로 드리워진 그림자만이 비쳤다. 북쪽 빙원의 대표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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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궐 초림, 사미 입회

용좌에 오른 지 사흘이 지났다. 능연은 아직도 높은 보좌의 차가움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조칙이 내려지고, 천하의 세력들이 조공을 바쳤다. 각지에서 온 진귀한 보물들이 대전 앞에 줄지어 놓였으나, 능연의 눈에는 오직 네 개의 베일 너머로 드리워진 그림자만이 비쳤다.

북쪽 빙원의 대표는 상화였다. 그 여인은 흰 옷을 입고 서 있었는데, 얼음 결정이 옷자락에 맺혀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절할 때, 그 움직임은 마치 얼음 바람이 불어오는 듯 차가웠다.

남쪽 연우루의 비연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그 한 번의 시선 속에 봄빛이 스며들어, 주변 수많은 신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동해 선도의 청대는 바위 같은 자세로 서서 눈빛이 맑고 깨끗했으나, 능연이 깊이 들여다보려 할 때는 깊은 못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서역 마문의 자당은 몸집이 가장 크고, 자주색 옷이 몸에 달라붙어 허리와 엉덩이의 곡선이 드러났다. 그녀는 권법으로 경의를 표하며 일어섰는데, 매 끄트머리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능연은 손가락으로 용좌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얼굴에 무표정을 유지했다. 마음속으로는 마치 누군가가 바이올린 줄을 세게 당긴 듯 팽팽했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이르기를, 즉위 후 첫 번째 관문은 측근 세력을 다스리는 것이라 했다. 네 세력이 보낸 이 여인들은 분명 대신들의 눈과 귀가 될 것이다. 그들을 잘 다스리는 것이 바로 천하를 다스리는 첫걸음이다.

“잘 왔도다.”

능연이 일어서며 영자 소매를 크게 휘날렸다. “네 분은 모두 재능과 미모를 겸비하였으니, 후궁에 머물며 짐의 곁을 지키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정 안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신하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빛을 교환하며 이 젊은 새 황제가 여색에 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능연은 상화의 눈가에 스치는 차가운 웃음만 보았을 뿐이었다.

첫날 밤, 비단 휘장이 드리워지고 용촉이 밝게 타올랐다.

능연은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침전 안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어렸을 적부터 태복이 가르치길, 군주는 정숙하고 위엄을 갖추며, 잠자리에서도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상화가 문지방을 넘는 순간, 모든 준비가 산산조각났다.

그녀는 아직 조회 때의 흰 옷을 입고 있었지만, 겉옷을 벗어 한 손에 들고 있었다. 안에는 연한 푸른색의 비치는 옷을 입었는데, 투명할 듯 말 듯하여 능연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폐하께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상화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 조각이 옥판에 부딪히는 듯 맑았다. 그녀는 다가와 능연의 옆에 앉았다. 그러나 신하로서 지켜야 할 예를 갖추기는커녕 오히려 능연의 손에서 찻잔을 빼앗아 한 모금 마셨다.

“무례하군.”

능연이 눈썹을 찌푸렸지만, 이 저돌적인 행동에 오히려 신선함을 느꼈다.

“폐하께서 무례하다고 하시면 무례한 것이겠지요.”

상화가 찻잔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 능연의 턱을 집었다. 손가락은 차가웠고, 거친 굳은살이 느껴져 칼을 오래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황제께서는 높은 자리에 계셔서 모든 것을 우러러보시지만, 아마 아직 굴욕을 겪어보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얼음 비단을 풀어 능연의 두 손목을 감쌌다. 비단은 차갑고 미끄러웠으며, 힘을 주면 더 조여들었다.

“무엇을…!”

능연이 일어서려 했지만, 상화가 그의 어깨를 밀어 다시 앉혔다. 작은 체구였지만 놀라운 힘이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상화의 목소리에 명령의 기운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냉랭하게 말해 무미건조한 명령처럼 들렸지만, 능연은 그 명령에 순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 얼음 같은 여인이 명령을 내릴 때, 그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빙사 천은 북쪽 영토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입니다. 피부에 닿으면 서늘하고 매끄러우며, 법력을 억누르는 효능이 있습니다.”

상화가 그의 손목에 매인 얼음 비단을 천천히 묶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폐하께서는 오늘 밤 이 천 위에 누워서, 제가 어떻게 모시는지 느껴보십시오.”

능연은 침상에 눕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상화는 이미 한 손으로 비단을 감아 그를 끌어당겼고, 그는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얼음 비단이 침상을 덮고, 등을 대자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능연이 일어나려 몸을 비틀자 상화가 무릎으로 그의 가슴을 눌렀다.

“폐하께서는 어찌 이리도 참을성이 없으십니까?”

상화가 허리를 굽혀 그의 얼굴을 굽어보았다. 긴 머리가 흘러내려 능연의 뺨을 스치며, 차갑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짐은… 짐은 황제다.”

능연이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이미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빙원에서 자랐습니다.”

상화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손으로 능연의 이마를 짚었다. 손가락이 눈썹을 따라 코끝으로, 입술로, 턱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곳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하나뿐입니다. 약자는 강자에게 복종해야 한다.”

그녀의 손가락이 목 아래 감춰진 부드러운 살점에 멈추었다가 갑자기 힘을 주어 누르자, 능연은 숨이 막히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폐하께서는 천하의 주인이시지만, 오늘 밤 이 침상 위에서는 제 포로이십니다.”

상화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입김은 따뜻했지만 말은 차가워, 능연은 한겨울에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이 느낌이 싫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태복이 가르치길 황제는 하늘의 뜻을 받들어 만민을 다스리며, 높이 서서 위엄을 보여야 하고,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만약 그가 지배당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눈을 감으세요.”

상화의 명령이 또 떨어졌다.

능연이 순종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차가운 것들이 몸에 닿는 감각을 느꼈다. 얼음 비단이 그의 눈을 덮고, 느슨하게 한 겹 감기더니 조금씩 조여들었다.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자, 다른 감각이 유난히 예민해졌다.

상화의 손이 그의 옷자락 사이로 들어왔다. 손가락은 차가웠고, 힘줄을 따라 천천히 더듬으며 설계도처럼 그의 몸을 읽어내려갔다.

“북쪽 영토에서 포로를 다루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눈을 가린 채로 입을 열었다. “첫째, 그의 눈을 가리고 앞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 둘째, 그의 손발을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셋째…”

그녀는 몸을 굽혀 능연의 귀에 입술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그의 마음을 흔드는 것.”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갑자기 찢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능연의 옷깃이 찢어져 넓은 가슴이 드러났다. 촛불 아래서 그의 피부는 창백했고, 차가운 바람에 소름이 돋았다.

“그대는…!”

“닥쳐.”

상화가 냉담하게 말하고, 한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손바닥은 차가웠지만, 입술에 닿은 감촉은 이상하리만치 부드러웠다.

“이제부터 폐하께서 하실 일은 오직 하나, 누워서 제가 어떻게 드나드는지 느끼는 것뿐입니다.”

그녀는 손을 놓고 얼음 비단을 다시 집어 능연의 몸 위에 덮었다. 비단이 닿은 곳마다 차가운 느낌이 스며들었고, 곧 전신이 이 차가운 감촉에 휩싸여 떨었다.

“춥습니까?”

상화가 물었다.

능연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차가운 기운 때문에 이미 입이 얼어붙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추운 것이 좋습니다.”

상화가 스스로 대답했다. “추워야 정신이 맑아지고,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침상 옆에 놓인 동상을 집어 얼음 비단 위에 부었다. 동상은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와 차가운 천에 닿자 ‘치익’ 소리와 함께 증기가 피어올랐다.

능연은 차가움과 뜨거움이 교차하는 충격에 몸을 곧게 펴고 신음을 흘렸다.

“차갑고 뜨겁고, 그 사이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느낌.”

상화가 천천히 붓고, 손가락으로 비단 위를 더듬으며 동상이 퍼져나가는 궤적을 그렸다. “이것이 지금 폐하의 처지입니다.”

능연은 얼음 비단이 얼굴을 누르는 것을 느꼈다. 동상이 스며들 때마다 차가운 기운이 한 층 더해졌다. 눈을 가린 채로 있을 수밖에 없어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고, 몸의 반응만으로 상화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통제를 잃은 무력감은 공포를 불러일으켰지만, 공포와 함께 이상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평소에 그는 모든 일에 결정을 내려야 하고,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지만, 지금은 오직 누워서 지배당하기만 하면 되었다.

“폐하께서 좋아하시는군요.”

상화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확신에 찬 어조로, 마치 이미 그를 꿰뚫어 본 듯했다.

능연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온몸이 그 말에 응답하듯 긴장을 풀었다.

“부끄러워할 것 없습니다.”

상화가 손을 내밀어 그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인간은 모두 지배당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폐하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오히려 가장 알기 어렵습니다.”

그녀가 얼음 비단을 풀었다. 천이 벗겨지자 촛불이 눈부셔 능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상화가 침상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 그림자가 그를 완전히 덮었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입니다.”

상화가 손을 뻗어 능연의 손목에 묶인 얼음 비단을 풀었다. 묶였을 때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으나, 풀리자 오히려 허전함이 느껴졌다.

“폐하께서 주무십시오. 내일도 조정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침전을 나섰다. 하얀 옷자락이 문지방을 스치며 사라졌다.

능연은 침상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리털이 흐트러지고 옷깃이 열려 민망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은 전에 없던 평온함이 가득했다.

그는 손을 들어 얼음 비단이 감겼던 손목을 만졌다. 그곳에는 아직 선명한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둘째 날 밤, 연우루의 향기가 침전 안에 가득했다.

능연은 이번에는 준비를 마치고 비단 위에 단정히 앉아 기다렸다. 그러나 비연이 들어오자마자 그는 또 당황했다.

그녀는 한 겹의 붉은 사(紗)를 입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살결이 드러났다. 발에는 아무것도 신지 않았고, 발목에 금방울을 달아 걸을 때마다 청아한 소리가 났다.

“폐하께서 오늘은 정말 일찍 오셨네요.”

비연이 입술을 가리고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의 움직임은 물고기처럼 유연해, 눈 깜짝할 사이에 능연의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손을 내밀어 능연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다정하게 말했다. “편하게 계세요. 오늘 밤은 제가 폐하께 편안함을 드리겠습니다.”

능연은 손을 빼려 했지만, 비연이 이미 그의 허리를 껴안고 얼굴을 그의 가슴에 비볐다.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났는데, 꽃향기도 연기 향기도 아닌, 중독성 있는 냄새였다.

“이리 오세요.”

비연이 그를 잡아당겨 침상 앞에 앉혔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낮은 자리로 내려가 능연의 무릎에 엎드렸다.

“연우루의 여인들은 한 가지 기술을 가르칩니다. 바로 모든 남자를 무릎 꿇게 하는 법입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며 말했다. 눈빛은 물결처럼 출렁이고,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다. “그러나 폐께는, 제가 오히려 무릎 꿇고 싶게 만드십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능연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볼에 대었다. 살결은 따뜻하고 부드러워, 촉감이 매우 좋았다.

“폐하께서 만져보십시오. 제 피부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능연은 손을 움츠렸지만, 비연이 꽉 잡아 놓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얼굴선을 더듬으며 천천히 아래로 목을 따라 내려갔다.

“이곳은 사람의 목숨을 끊는 혈도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번 찌르면 죽습니다. 그러나 연인에게는 오히려 가장 달콤한 곳이 됩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능연의 손을 그곳에 갖다 대었다. 맥박이 손가락 끝에서 뛰는 것이 느껴졌다. 한 번, 한 번, 마치 초대하는 듯했다.

“비연… 그만…”

능연이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목소리가 약간 쉰 듯했다.

“폐하께서 부끄러워하시는군요.”

비연이 웃으며 손을 놓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녀가 일어나 능연의 뒤쪽으로 돌아가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면 제가 폐하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편안하게 몸을 맡기는 법을.”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능연의 귀에 말하고, 따뜻한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 능연이 떨었다.

비연의 손이 그의 어깨에서 앞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옷깃을 풀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능숙하고 빠르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잠시 후, 능연의 상의가 벗겨져 반나체가 되었다.

“좋은 몸매입니다.”

비연이 그의 등 위로 손가락을 더듬으며 말했다. “탄탄하고 탄력 있어, 마치 잘 다듬어진 옥처럼.”

그녀의 손가락이 척추를 따라 내려가며 그렸다. 어느 순간 한 쌍의 가느다란 팔이 그의 앞가슴을 감싸고, 부드러운 감촉이 등에 닿았다.

“폐하, 긴장 푸세요.”

비연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오늘 밤은 당신이 주인이 아닙니다. 당신은 오락거리일 뿐입니다.”

능연이 온몸을 움찔했다. 이 말에는 굴욕이 섞여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자극이 찾아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긴장을 풀고 비연의 품에 몸을 맡겼다.

“잘했어요.”

비연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폐하께서는 천성이 순종에 적합하신 분입니다. 다만 전에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녀가 말하면서 그의 가슴 위로 손을 더듬어 올렸다. 손끝은 부드러웠지만, 더듬는 듯한 느낌이었다. 능연은 그 움직임에 따라 숨을 멈추기도 하고 내쉬기도 했다.

“두려우십니까?”

비연이 물었다.

능연은 침묵했다.

“두려워하세요. 두려움은 좋은 것입니다.”

비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려워해야 깨어 있을 수 있고, 깨어 있어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손을 더듬어 능연의 복부까지 내려갔다. 손가락이 배꼽 주위에 맴돌며, 들어갈 듯 말 듯 애매모호하게 움직였다.

능연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고 싶었지만, 팔을 들어 올리자 비연이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혀가 그의 입술을 스치며 살짝 벌렸다가 곧 깊이 파고들었다.

입술은 부드럽고 달콤했지만, 그 속에는 통제할 수 없는 힘이 숨겨져 있었다.

능연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이끌려 키스가 깊어질수록 숨이 가빠졌다.

한참이 지나 비연이 비로소 그를 놓아주었다. 그의 입술은 이미 붉게 부어오른 듯했고, 숨결도 불안정했다.

“이것이 바로 입맞춤의 길입니다.”

비연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마치 맛을 음미하는 듯했다. “폐하께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시니, 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방울 소리가 다시 맑게 울렸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입니다.”

비연이 몸을 돌려 걸어가며, 문지방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뒤돌아보며 하늘하늘 웃었다. “내일 밤도 또 있습니다.”

능연은 침상에 앉아 그녀가 사라진 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아직 그녀의 체온이 남아 있었고, 귀에는 그녀의 속삭임이 맴돌았다.

그녀가 말한 ‘오락거리’라는 두 글자는 여전히 뇌리에서 맴돌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굴욕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굴욕 속에서 이상한 쾌감을 발견했다.

셋째 날 밤, 청대가 왔다.

그녀는 전날의 두 사람과는 완전히 달랐다. 흰 옷에 검은 머리만 있고, 온몸에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신선이 맑은 공기를 타고 내려온 듯했다.

“폐하께서는 밤낮으로 나라를 걱정하시느라 피로하실 테니, 제가 한바탕 꿈을 꾸게 해 드리겠습니다.”

청대가 말하며 손을 휘저었다. 손바닥에서 청색 빛이 번쩍이더니 순간 침전 안이 안개로 뒤덮였다.

능연이 깜짝 놀라 일어서려 했으나, 청대가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짚었다. “두려워 마소서, 이 꿈은 폐하께서 휴식을 취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능연은 점점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점점 흐려지다가, 의식이 가라앉았다.

꿈속에서 그는 대전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사방에서 비웃음이 들려왔다. 낯익은 얼굴들이지만 모두 비웃는 표정이었다. 그가 일어서려 했지만, 무릎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폐하께서는 왜 무릎 꿇고 계십니까?”

청대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여전히 흰 옷을 입고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모습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짐은… 짐은…”

능연이 말하려 했지만, 목에서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해 보시오, 무엇을 원하십니까?”

청대가 다정하게 물었다. “진실을 원합니까, 아니면 평안을 원합니까?”

능연은 대답하고 싶었지만,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 자신도 몰랐다.

“모르십니까?”

청대가 몸을 굽혀 손을 내밀어 그의 턱을 받쳐 들었다. “그러면 이 꿈이 당신을 깨닫게 하겠소.”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변했다. 대전이 사라지고 욕조가 나타났다. 그는 욕조 안에 누워 있었고, 사방에는 얼음 조각이 떠 있었다.

차갑다, 너무 차갑다.

능연이 몸을 웅크렸지만, 청대가 그의 머리를 잡아 물속에 밀어 넣었다.

차가운 물이 그의 귀와 코에 들어차고, 숨을 쉴 수 없었다.

그가 발버둥 치자, 청대가 그를 끌어올렸다.

“무엇을 느꼈소?”

그녀가 물었다.

능연은 헐떡이며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깨닫지 못했소? 그럼 다시 하시오.”

또 물속에 밀어 넣었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능연은 점점 힘을 잃고, 발버둥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청대가 그를 완전히 끌어올렸다. 그를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게 하고, 따뜻한 옷으로 몸을 감쌌다.

“기억하시오.”

청대가 그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모든 것이 꿈이지만, 꿈속의 고통은 진실하오.”

그녀가 손을 휘저었다. 찬기가 사라지고 따뜻함이 찾아왔다. 능연이 눈을 뜨니, 자신이 침상에 누워 있고 청대가 곁에 앉아 있었다.

“폐하께서 깨어나셨군요.”

청대가 다정하게 웃으며 손에 든 수건으로 그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꿈이 어떠셨습니까?”

능연은 침묵했다. 온몸이 아직 물속에 있을 때의 차가움과 압박감이 남아 있었고, 그 감각은 생생했다.

“무서우셨습니까?”

청대가 물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운 것이 좋습니다.”

청대가 미소 지었다. “무서워야 겸손해지고, 겸손해야 진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녀가 일어나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입니다. 폐하께서 편히 쉬소서.”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나갔다. 흰 옷이 안개처럼 가볍게 사라졌다.

능연은 침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었다.

분명 꿈인데, 왜 그토록 생생할까?

그리고 더 끔찍한 것은… 꿈속에서 무릎 꿇었을 때, 그는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순순히 받아들였다.

넷째 날 밤, 자당이 왔다.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향기와 더불어 들어온 것은 채찍이었다. 검은 채찍, 자루에 보석이 박혀 있고, 채찍 끝이 바닥에 끌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폐하께서는 사흘째 훈육을 받으셨는데, 오늘은 좀 더 진지한 것을 맛보셔야겠습니다.”

자당이 말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허공에서 ‘퍽’ 소리가 났다.

능연의 눈에 경계가 스쳤지만, 어쩔 수 없이 기대감도 있었다.

“옷을 벗으시오.”

자당이 명령했다.

능연은 망설였다.

“벗으라 했소.”

자당이 다시 말했고, 목소리가 더 무거워졌다.

능연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옷깃을 풀었다. 한 겹, 또 한 겹, 벗어던질수록 몸이 가벼워졌다.

옷이 모두 벗겨지자, 그는 드디어 맨살을 드러내고 자당 앞에 섰다.

“좋소.”

자당이 칭찬하며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스치듯 만졌다. “폐하께서는 배우기가 무척 빠르시군요.”

그녀가 말을 마치고 채찍을 들어 그의 가슴을 가리켰다. “이제 무릎 꿇으시오.”

능연은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차가운 땅에 닿자, 그는 전에 없던 굴욕감을 느꼈다.

그러나 굴욕감과 동시에, 이상한 흥분이 솟구쳤다.

“좋소, 아주 좋소.”

자당이 웃으며 그 주위를 빙빙 돌았다. 채찍이 그의 등 위를 스치며,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남았다.

“오늘 밤은 간단한 훈련만 하겠소. 신하에게 명령을 내리는 법을 가르치겠소.”

그녀가 말하며 채찍으로 그의 허벅지를 살짝 찍었다. 너무 아프지도 않고 덜 아프지도 않은 강도였다.

“따라 하시오.”

자당이 명령했다. “나는 폐하의 신하다. 폐하께서는 나에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

능연은 입을 열었지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해 보시오.”

자당이 또 허벅지를 찍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짐이… 네게 명하노니…”

능연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더 크게.”

“짐이 네게 명하노니!”

“더 자연스럽게.”

“짐이 네게 명한다!”

능연이 외쳤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확실히 들렸다.

“잘했소.”

자당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것이 폐하의 모습이오. 명령을 내리는, 명실상부한 군주시오.”

그녀가 채찍을 거두고, 손을 내밀어 능연을 일으켰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요. 폐하께서는 쉬소서.”

그녀가 몸을 돌려 나가며 문 앞에서 뒤돌아 한마디 덧붙였다. “내일 밤은 또 다른 방법으로 폐하를 모실 것이오.”

능연은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허벅지에 채찍 맞은 자국이 아직 아렸지만, 그 고통은 그에게 이상한 힘을 주었다.

그는 손을 들어 허벅지를 더듬으며, 손끝에 묻은 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웃었다.

닷새째 아침, 능연은 늦잠을 잤다.

상화가 기다리다 못해 직접 침전 안으로 들어가 그를 깨웠다. 능연이 침상에 누워 눈을 반쯤 뜨고, 얼굴에는 전에 없던 나른함이 서려 있었다.

“폐하께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상화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조회 시간이 이미 지났습니다.”

능연이 몸을 일으키며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어젯밤 자당이 떠난 후, 그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침상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얼음 비단과 향기, 꿈, 그리고 채찍의 감촉이 번갈아 떠올랐다.

“폐하?”

상화가 걱정스러운 듯 다가와 그의 이마를 짚었다. “열이 나시는 건 아닌지?”

“괜찮다.”

능연이 손을 뿌리치고 일어나려 했으나, 무릎이 힘없이 무너져 다시 주저앉았다.

상화가 그를 부축하며 어깨에 기대게 했다. “폐하께서는 쉬셔야 합니다. 오늘 조회는…”

“조회는 보러 간다.”

능연이 그녀의 말을 막았다. “몸을 정리하고 곧바로 출발하겠다.”

조회 자리에서 능연은 정신이 없었다.

대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눈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옷깃을 스치며, 어젯밤 자당이 채찍을 휘두르는 자세를 떠올리고 있었다.

“폐하?”

한 신하가 불렀다.

능연이 정신을 차리자, 모든 신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신은 하남에 홍수가 났다고 보고드렸습니다. 구휼에 대해 폐하의 뜻을 여쭙고자 합니다.”

“아… 음…”

능연이 머뭇거리자 갑자기 귀에 상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께서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그 목소리는 아주 낮아, 오직 그만 들을 수 있었다. 전음(傳音)이었다.

능연이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상화가 맨 앞줄에 엎드려 있었고, 얼굴은 고요하며 평소와 다름없었다.

“얼음이 깨지는 소리는 아주, 아주 맑습니다. 얼음이 깨질 때의 그 소리, 마치 지금 폐하의 마음과 같습니다.”

그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폐하께서는 제 빙사 천이 아직도 그리우십니까? 아니면 비연의 향기가, 청대의 꿈이, 자당의 채찍이 그리우십니까?”

능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신하들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폐하, 아직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신하가 재촉했다.

“하남… 하남 홍수…”

능연이 간신히 말을 꺼냈다. “먼저 호창창에서 곡식을 풀고, 공부로 하여금 제방을 보수하게 하라.”

“신이 명을 받들겠습니다.”

신하가 물러났다. 능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귀에는 계속 상화의 목소리가 울렸다.

“폐하께서는 대답을 잘 하셨습니다. 다만 이렇게 정신이 없으셔서야, 나중에 조정의 일을 어떻게 보실 수 있겠습니까?”

그 목소리는 마치 윽박지르는 듯했다. “오늘 밤, 제 침전으로 오십시오. 제가 다시 폐하께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능연은 얼굴이 불에 달궈진 듯했다. 그는 신하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시선을 견딜 수가 없었다.

조회가 끝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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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심 점미, 중포 포국

상화의 차갑고 맑은 목소리가 침전에 울려 퍼졌다. “폐하께서 무슨 농담을 하시는 겁니까?”

능연이 용상에 기대어 앉아 손가락으로 무심히 조자(朝笏)를 두드렸다. 그는 후비들이 무릎을 꿇고 조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짐이 곧 후비를 간택할 것이니, 경들은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

비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폐하, 신첩은 정식 절차를 배운 적이 없사옵니다. 다만 춤추고 노래하는 법만 알 뿐이옵니다.”

청대가 차분히 덧붙였다. “신첩은 도가의 법술을 익혔사옵니다. 조정의 의례는 전혀 모르옵니다.”

자당은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고, 다만 차를 마시는 시늉만 했다.

능연의 손가락이 갑자기 멈췄다. 그는 문제를 깨달았다. 무릎 꿇은 네 사람은 한 명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빛에는 오히려 짐짓 무시하는 듯한 기색마저 서려 있다. 마치 포식자가 먹잇감의 허세를 지켜보는 것처럼.

상화가 일어나 능연 앞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발걸음에선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걸을 때마다 능연의 심장이 그 움직임에 맞춰 뛰는 듯했다.

“폐하께서 신첩들에게 후비가 되는 법을 가르치고 싶으십니까?” 상화가 살짝 몸을 숙여 능연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나 신첩이 보기엔, 폐하 쪽이 더 가르침을 받을 만한 분이신 것 같사옵니다.”

그녀의 말은 향기처럼 가볍지만, 칼날처럼 날카롭게 능연의 방어를 꿰뚫었다.

능연이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았다. “무례하다! 감히 짐에게 이럴 셈이냐?”

상화는 냉소를 지었다. “폐하, 진정한 무례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사옵니다.”

그녀의 손이 능연의 턱을 살짝 받쳐들었다. 그 감촉은 부드러웠지만, 명령을 허락하지 않는 힘이 실려 있었다. “폐하께서는 높은 자리에서 외로우셨습니다. 누군가 폐하를 붙잡아 땅으로 내려오게 해 드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사옵니다.”

능연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상화의 눈에는 싸늘한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폐하, 거역하지 마십시오.” 상화가 손을 놓고 물러서며 평온하게 말했다. “내일 비연이 연회를 베푼다고 하옵니다. 폐하께서 참석하시기를 바라옵니다.”

능연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노려봤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 흔들리고 있었다. 분노와 굴욕감 사이에, 더럽고 감춰진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튿날 밤, 비연의 취향루(醉香樓)는 화려한 등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신하 몇몇이 초대받아 연회석에 앉았다. 그들은 황제께서 이런 사적인 자리에 참석하신 것에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비연이 붉은 비단 소매를 휘날리며 능연에게 술을 따라 올렸다. “폐하, 이 술은 신첩이 직접 빚은 것입니다. 한 잔 드시지 않으시렵니까?”

능연이 잔을 받아 들었다. 술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는 한 모금 마시며 비연의 눈빛을 살폈다. 그녀의 시선은 요염하고 유혹적이었지만, 깊은 곳에는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연회가 무르익자, 비연이 가무를 시작했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부드럽고 치명적이었다. 능연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폐하, 신첩이 좀 더 가까이에서 시중들겠사옵니다.”

비연이 능연의 옆자리에 앉으며, 탁자 아래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발이 능연의 정강이를 스치듯 만졌다. 능연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지만, 비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며 술을 따라주었다.

“폐하, 긴장 푸십시오. 모두가 폐하의 존귀함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의 발은 능연의 다리를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 능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 모든 것이 신하들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참을 수 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청대가 조용히 일어나 차를 권했다. “폐하,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이 차를 드시면 정신이 맑아지실 겁니다.”

능연이 차를 받아 마셨다. 차는 순하고 달콤했지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혀끝이 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말을 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이냐?” 능연이 입을 벌렸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청대가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폐하, 오늘은 쉬시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신첩이 모시겠사옵니다.”

다음 날 조회에서 능연은 어전에 앉아 신하들의 보고를 들으려 했지만, 말을 하려 할 때마다 목에서 신음만 나올 뿐이었다. 신하들이 어리둥절해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폐하께서 불편하신가 보옵니다.” 상화가 나서며 말했다. “신첩이 대신 전지를 전달하겠사옵니다.”

그녀가 능연의 옆으로 다가와 그의 손에서 옥새를 가져갔다. 능연은 저항하려 했지만, 손이 떨려 힘을 쓸 수 없었다. 상화가 능연의 곁에 서서 신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냉철하고 권위적이었다. 마치 그녀가 진짜 황제인 것처럼.

능연은 어쩔 수 없이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그의 자리에서 모든 권력이 빠져나가고, 그의 존재는 무색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무력함이 그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조정이 끝난 후, 자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덩굴로 만든 채찍이 들려 있었다.

“폐하, 어원(御苑)으로 오시지 않겠습니까? 신첩이 폐하께 정원을 구경시켜 드리겠사옵니다.”

능연이 거절하려 했지만, 몸이 이미 그녀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어원으로 들어서자, 나무 그늘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고요했다. 자당이 능연을 정자로 이끌었다.

“폐하, 무릎을 꿇으십시오.”

능연이 망설였다. 그러나 자당의 손이 그의 어깨를 누르자, 그는 저항 없이 무릎을 꿇었다. 부드러운 흙이 그의 무릎을 받쳤다.

자당이 채찍을 들어 올렸다. “폐하께서는 황제의 위엄을 지키는 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먼저 순종을 배우시겠사옵니다.”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능연의 엉덩이에 통증이 번졌다. 그는 비명을 참으려 했지만, 이내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나,” 자당이 냉랭하게 세었다. “둘. 셋.”

능연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매 타격이 그의 의지를 부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점점 앞으로 숙여졌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정자 근처에서 궁녀 두 명이 지나가다가 멈춰섰다. 그들은 황제가 무릎 꿇고 채찍질당하는 모습을 보고 입을 가렸다. 자당이 그들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계속 가거라.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이다.”

궁녀들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러나 그 소문은 이미 궁전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황제가 후비에게 굴복했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능연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서도, 그 소문이 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더욱 깊은 수치심을 느꼈다. 그러나 그 수치심 속에서, 이상한 만족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며칠 후, 상화가 능연을 용의자리(龍椅室)로 불렀다. 그 방에는 과거 황제들이 앉았던 용의자가 놓여 있었다. 상화는 능연을 의자 앞으로 데려갔다.

“폐하, 이곳은 천자의 자리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폐하는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사옵니다.”

능연이 항의하려 했지만, 상화는 그의 머리를 잡아 밀었다. “무릎을 꿇으십시오. 그리고 조아리십시오.”

능연의 무릎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닿았다. 그는 자신이 이 자리에서 신하들에게 조아림을 받던 주인이었음을 기억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였다. 상화가 그의 머리를 잡아 바닥에 부딪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머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능연의 존엄은 산산조각났다. 그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방의 눈물이었다.

그 순간, 문밖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상화가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그림자가 사라진 후였다.

유여연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복도를 달렸다. 그녀는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가 문틈으로 황제가 조련받는 모습을 보았다. 그 광경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존엄한 황제가 개처럼 무릎 꿇고 절하며,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연은 그 모습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보았다. 황제의 눈에는 두려움과 함께,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에 깊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며칠 후, 능연이 침전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네 명의 후비가 자신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곱씹었다. 그들은 그의 자존심을 부수고, 그의 몸을 통제하며, 그의 마음을 휘저었다. 그러나 그는 그 속에서 놀라운 평화를 찾았다.

그가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결심한 것은 그날 밤이었다.

비연이 들어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폐하, 오늘은 어떠십니까?”

능연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저항이 없었다. “더 알려다오.”

비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너희들이 나에게 하는 것. 더 깊은 것을 원한다.”

비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 손짓했다. 곧 상화, 청대, 자당이 들어왔다. 그들은 능연의 주위에 둘러앉았다.

상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결정하셨다면, 저희도 할 말이 있사옵니다. 저희는 이미 계획을 세워 두었사옵니다.”

그녀가 책상 위에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 안에는 체계적으로 나누어진 교련 계획이 적혀 있었다.

“제가 담당할 영역은 심리 교련입니다. 폐하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의존성을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비연이 이어받았다. “저의 영역은 감각 교련입니다. 육체적 쾌락과 통제를 통해 폐하의 경계를 허물겠사옵니다.”

청대가 조용히 말했다. “저는 도가의 법술을 이용한 정신 교련을 맡겠사옵니다. 폐하께서 명상과 주문을 통해 저희에게 개방되도록 하겠사옵니다.”

자당이 거칠게 말했다. “나는 체벌과 복종 훈련을 담당한다. 폐하께서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매일 훈련시키겠다.”

능연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여 그를 떨게 했다.

“그리고,” 상화가 덧붙였다. “다섯 번째 교련자를 찾고 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그 소문을 들으셨을 겁니다. 유여연이라는 자가 폐하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옵니다.”

능연의 몸이 긴장했다. “그녀를 어떻게 하겠느냐?”

“아직 결정하지 않았사옵니다. 그러나 그녀가 적임자라면, 저희의 일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주인이 아니었다. 사냥감이었다. 그러나 그 사냥감은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고 있었다.

그날 밤, 능연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넓은 평원에 서 있었다. 사방에서 네 명의 여인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상화는 얼음 칼을, 비연은 붉은 실을, 청대는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향을, 자당은 쇠사슬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동시에 그에게 다가와 그를 감쌌다.

그는 도망치려 했지만, 발이 땅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여인들이 가까이 올수록, 그의 심장은 더욱 거세게 뛰었다. 그들의 손이 그의 몸에 닿자,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상화가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폐하를 지켜드리겠사옵니다.”

비연이 그의 허리를 감쌌다. “폐하, 저희에게 맡기십시오.”

청대가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폐하는 이제 저희 것입니다.”

자당이 그의 손목을 잡아 쇠사슬로 묶었다. “영원히.”

능연은 그들의 품에서 몸부림쳤지만, 점점 힘이 빠졌다. 그는 그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 생각이 그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침전은 고요했고,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이상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두려움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그는 알았다. 자신은 더 이상 황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 자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일이 기다려졌다. 교련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그 길을 걸을 것이다.

상화 빙옥, 정신 붕괴

빙실의 문이 열리자 찬기가 얼굴을 할퀴었다. 능연은 발목까지 차오르는 냉기에 온몸을 떨었다. 상화는 그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손은 빙옥처럼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능연에게 이상한 안도감을 주었다.

"무릎 꿇어."

상화의 목소리는 빙실의 벽에 부딪혀 더욱 냉랭하게 울렸다. 능연은 주저하지 않고 얼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이 닿는 순간, 살이 얼어붙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상화는 그를 빙실 중앙의 얼음 기둥으로 데려갔다. 기둥에는 은백색 사슬이 매달려 있었다. 사슬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얼음 결정체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능연의 손목을 잡아 사슬에 고정시켰다. 쇠고리가 살을 파고들며 차가움을 전했다.

"이 사슬은 천년 빙정으로 만들었다. 네 피부에 닿으면 점점 조여들지. 하지만 너는 도망칠 수 없어."

상화는 말하면서 그의 눈을 검은 비단 천으로 가렸다. 시야가 차단되자 다른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빙실 내의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 상화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그녀의 옷자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폐하께서는 어릴 적부터 황위를 물려받기 위해 엄격한 훈육을 받으셨지요?"

상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이에서 들렸다. 그녀는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녀의 숨결이 그의 귀에 닿을 듯 말 듯했다.

"네, 그랬습니다."

"그 훈육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말해 보시오."

능연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상화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자, 그는 입을 열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경전을 읽고, 무예를 익혔습니다. 잘못을 범하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습니다."

"회초리라고? 그게 다인가?"

상화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섞였다. 갑자기 찬물이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얼음물이 옷깃을 타고 흘러 내려 가슴과 등을 적셨다. 능연은 숨을 헐떡이며 몸을 움츠렸다.

"그 훈육이 너를 약하게 만들었어. 너는 순종하는 법만 배웠지, 스스로 서는 법은 배우지 못했어. 그래서 즉위 후에도 너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명령받기를 갈망하는 거야."

"아닙니다... 저는..."

"아니라고? 그럼 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거지?"

능연은 대답할 수 없었다. 상화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자존심을 찔렀다.

갑자기 차가운 무언가가 그의 볼에 닿았다. 수정으로 만든 조련 도구였다. 끝이 뾰족한 그 도구는 그의 피부를 살짝 긁으며 내려갔다. 아프지도 않고 간지럽지도 않은, 애매한 감각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이 도구는 빙정석으로 만들었어. 피부에 닿으면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지. 너는 그 감각을 거부할 수 없어. 통증도 쾌감도 아닌, 그 중간의 지점에서 너를 흔들어놓지."

도구는 그의 목을 지나 쇄골을 따라 내려갔다. 능연은 숨을 삼켰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긴장했다.

"긴장 풀어. 네가 긴장할수록 더 예민해질 뿐이야."

상화의 손이 그의 젖은 옷자락을 벗겼다. 옷이 벗겨질 때마다 찬기가 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그의 상반신을 완전히 드러낸 후, 조련 도구로 그의 가슴을 스치듯 긋기 시작했다.

"네 놈은 마치 훈련된 개와 같아. 명령을 기다리고, 칭찬을 갈망하지. 하지만 너는 알지? 개는 주인이 필요해. 네가 바로 그런 존재야."

"저는... 황제입니다..."

"황제? 누가 인정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약골 새끼일 뿐이야."

상화의 장화가 그의 가슴을 밟았다. 흰색 가죽 장화의 밑창이 그의 살갗을 누르며 압박했다. 그녀는 힘을 조금 더 주었다. 능연은 숨이 막혀 신음을 흘렸다.

"네 놈이 받은 훈육은 너를 황제로 만들지 못했어. 오히려 너를 더 비굴하게 만들었지. 너는 복종하지 않으면 버림받을까 두려워해. 그 두려움이 너를 움직여."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고? 그럼 왜 지금 내 발밑에 있는 거지? 왜 내 명령을 기다리는 거야?"

능연은 깨달았다. 상화의 말은 정확히 그의 마음을 찔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왔다. 부황은 그에게 자비 없었고, 스승들은 결점을 찾아내 꾸짖었다. 그는 그 눈빛과 꾸짖음이 두려웠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그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상화가 조련 도구를 들어 그의 배로 내려갔다. 도구의 끝이 배꼽 주위를 맴돌았다. 능연은 움찔하며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사슬이 그를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 네가 움직일수록 사슬은 더 조여들어."

그녀의 말대로 사슬이 그의 손목을 조였다.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전해졌다. 능연은 신음을 삼키며 자세를 고정했다.

"좋아. 그게 바로 복종의 자세야."

상화는 그의 바지 허리춤을 잡아당겼다. 바지가 벗겨지며 하체가 드러났다. 찬기가 살갗을 파고들었다. 능연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렇게 벌거벗은 네 모습을 누가 보면 뭐라 할까? 천궐 황조의 황제가 이렇게 추한 꼴을 하고 있다고?"

"제발... 그만..."

"그만? 이제 시작이야."

상화가 조련 도구로 그의 허벅지 안쪽을 살짝 찔렀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 능연은 비명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같은 자리를 몇 번 더 찔렀다. 통증이 점점 커져 갔다.

"말해 봐.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뭐야?"

"모릅니다..."

"모르긴 뭘 몰라. 너는 혼자 남겨지는 게 두려워. 아무도 너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게 두려워. 그래서 너는 누군가에게 복종함으로써 존재감을 얻으려 해."

상화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능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맞지? 내 말이 맞아?"

"...예."

"그래, 인정했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네가 진정 원하는 건 뭐야?"

"저는... 저는..."

"말해. 두려워하지 마."

능연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저는... 통제받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완전히 지배해 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제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상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능연이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잘했어. 네가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내다니. 그 용기에 상을 주지."

그녀는 갑자기 장화 끝으로 그의 샅을 걷어찼다. 강력한 충격이 하복부를 타고 전해졌다. 능연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고통이 허리를 타고 올라와 머리를 울렸다.

"제발... 그만둬 주세요..."

"그만둬 달라고? 너는 진정으로 원해?"

"원합니다... 제발..."

"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너는 앞으로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알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무릎 꿇고 엎드려."

능연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엎드렸다. 얼음 바닥이 그의 볼과 가슴을 차갑게 식혔다. 상화는 그의 앞에 서서 한쪽 장화를 벗었다. 비단 스타킹이 드러났다. 은백색의 반짝이는 실로 짠 그 스타킹은 빙잠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상화가 그 스타킹으로 그의 볼을 문질렀다. 부드러운 감촉이 닿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극도의 모욕이었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여자의 발에 얼굴을 문지르는 기분이?"

"..."

"말해 봐. 네가 지금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해."

"모욕적입니다... 비굴합니다..."

"그래. 그게 바로 너야. 여자보다 못한, 한낱 비굴한 짐승."

능연은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얼음 바닥에 닿아 금세 얼어붙었다. 그는 자신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다. 자존심이라는 것이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언가 다른 감정이 채워지고 있었다.

"네 과거를 말해 봐. 가장 큰 실패는 뭐였지?"

"...열여섯 살 때였습니다. 부황께서 제게 첫 번째 전쟁을 지휘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병사들의 목숨을 잃었고, 영토를 잃었습니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지?"

"부황께서 저를 불러... 무릎 꿇리고... 채찍질을 하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전쟁이 두려워졌습니다."

"그 두려움이 너를 더 약하게 만들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나는 그 두려움을 이용할 거야. 네가 두려워하는 모든 것을 나는 네 힘으로 바꿔줄 거야. 단, 네가 완전히 복종한다면."

상화의 손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능연은 그 부드러움에 몸을 맡겼다.

"이제 일어나."

능연은 힘겹게 일어났다. 온몸이 떨렸고, 무릎은 얼음에 닿아 감각이 없었다. 상화가 그의 눈을 가린 천을 풀어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다음에는 더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래도 네가 계속 복종한다면, 나는 너에게 소속감을 줄 거야.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능연의 눈에 희미한 빛이 스쳤다. 그 빛은 의존의 빛이었다. 그는 상화의 손을 붙잡았다. 그 손에서 힘을 얻으려는 듯이.

"고맙습니다... 상화님."

상화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눈에는 더 이상 저항의 빛이 없었다. 그 빛은 완전히 꺼져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는 맹목적인 충성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빙실을 나갈 때, 능연은 뒤돌아보았다. 얼음 사슬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그 사슬은 그에게 새로운 주인을 상기시켜 주는 상징이 되었다. 그는 그 사슬을 보며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날 밤, 능연은 잠자리에서 깨어났다. 상화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네가 진정 원하는 건 뭐야?' 그는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통제받고, 지배받고, 복종하는 것. 그것이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의 마음처럼 텅 빈 하늘이었다. 하지만 그 텅 빔 속에서 그는 이상한 평화를 느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누군가에게 속해 있다는 느낌이 그를 감쌌다.

다음 날 아침, 신하들이 아침 조회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능연은 익숙한 황포(皇袍)를 입었다. 하지만 그 옷은 더 이상 그에게 무게가 없었다. 진짜 무게는 어제 빙실에서 내려놓고 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가벼워졌다. 모든 책임과 자존심을 내려놓은 후에 얻은 가벼움이었다.

조회가 끝난 후, 그는 상화의 전각으로 향했다. 그녀는 차를 마시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잤느냐?"

"예. 편안히 잤습니다."

"좋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교련을 시작하겠다. 준비되었느냐?"

"예. 언제든지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상화는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만족감과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능연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럼 가자. 두 번째 교련 장소로."

능연은 그녀를 따라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그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충성스러운 개가 되기 위해.

그의 눈에는 더 이상 황제의 위엄이 없었다. 그 자리에는 순수한 의존과 충성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오직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것이었다.

상화는 그를 데리고 빙실보다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문에는 다섯 가지 색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흰색, 붉은색, 청색, 자색, 그리고 녹색. 다섯 명의 여인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이곳은 다섯 조련사의 방이다. 앞으로 너는 이곳에서 모든 교련을 받게 될 것이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컸다. 그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세계로.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네 명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연, 청대, 자당, 그리고 유여염. 그들은 모두 상화를 따라 일어나 능연을 맞이했다.

"잘 왔다, 폐하."

비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독이 섞여 있었다.

"오늘부터 진정한 교련이 시작될 것이다."

청대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온화함 속에 숨겨진 날카로움이 있었다.

"우리는 너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자당이 채찍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번뜩였다.

그리고 유여염이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지만, 그 따뜻함 속에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저도 폐하를 교련해 드리겠습니다."

능연은 다섯 여인에게 둘러싸였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이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주인에게 완전히 복종하는, 충성스러운 개가 되는 운명.

그는 무릎을 꿇었다. 모든 저항을 포기한 채, 완전한 복종의 자세로.

"저는 이제 당신들의 것입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상화가 그의 앞에 서서 그의 턱을 들어 올렸다.

"좋다. 이제 진정한 교련을 시작하자."

그녀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 빛은 능연의 마음을 꿰뚫었다. 그는 그 빛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 완전히 굴복당하고, 지배당하는 운명.

하지만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그 빛을 반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마침내 완전해질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주인의 손에 의해 조각되는, 완벽한 작품이 되기 위해.

비연 향각, 감각 침몰

향각 안은 붉은 비단이 휘날리고,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능연이 문턱을 넘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향기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숨을 멈추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향기는 마치 살아있는 듯 그의 콧속으로 스며들어 뇌까지 파고들었다.

“폐하, 늦으셨네요.”

비연의 목소리가 비단 휘장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붉은 얇은 치마를 입고, 검은 레이스 긴 스타킹이 가느다란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반쯤 누운 자세로 침상 위에 기대어, 긴 손가락으로 자기 허벅지를 살며시 쓰다듬고 있었다.

능연의 목이 메었다. 그는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리는 무겁게 움직여졌다. 비연이 손짓하자, 그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편안히 계셔야 합니다.”

비연이 일어나 능연의 옷깃을 풀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능연은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눈을 가리겠습니다.”

비연이 붉은 비단 띠를 꺼내 능연의 눈을 가렸다. 시야가 차단되자, 다른 감각들이 더욱 예민해졌다. 비연의 숨결, 그녀의 손끝 온도, 향기의 농도가 모두 선명하게 느껴졌다.

“편안히 누우세요.”

비연이 능연을 침상 위에 눕혔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천 조각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능연의 피부는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었다. 그는 떨었다.

“춥습니까?”

비연이 물었다. 능연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비연이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종소리처럼 맑았다. 그녀는 검은 레이스 긴 스타킹을 신은 발을 들어 능연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폐하의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고 있네요.”

비연의 발가락이 능연의 가슴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레이스의 촉감이 그의 피부를 간지럽혔다. 능연은 숨을 삼켰다.

“긴장하지 마세요. 오늘은 편안히 즐기시면 됩니다.”

비연의 발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발가락은 능연의 복근 위를 천천히 타고 내려가며, 그의 숨을 가쁘게 만들었다.

“아...”

능연이 신음을 흘렸다. 비연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발은 능연의 허벅지 안쪽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

“폐하, 여기가 민감하시군요.”

비연이 발가락으로 살짝 누르자, 능연이 몸을 움츠렸다. 그는 속이 타는 듯한 욕망을 느꼈지만, 비연은 그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았다.

“제가 무엇을 원하시는지 아십니까?”

비연이 물었다. 능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폐하께서 완전히 저에게 맡기시길 원합니다.”

비연이 깃털을 꺼내 능연의 목덜미 위로 살짝 쓰다듬었다. 깃털은 그의 피부를 간질이며 아래로 내려갔다. 능연은 참지 못하고 몸을 뒤틀었다.

“웃지 마세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비연이 깃털을 능연의 젖꼭지 위에 대고 동그랗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능연은 숨을 쉬지 못했다. 그의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폐하, 제게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대우받고 싶으신지.”

비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명령이 숨어 있었다. 능연은 저항할 힘이 없었다.

“묶여... 묶여 주세요...”

능연이 겨우 말을 꺼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비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비단 끈을 꺼내 능연의 손목을 침대 머리맡에 묶기 시작했다.

“더, 꽉... 더 꽉 묶어 주세요...”

능연이 애원했다. 비연은 그의 요청에 따라 손목을 단단히 묶었다.

“이것이 폐하께서 원하시는 것입니까?”

비연이 물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연이 그의 발목도 묶었다. 이제 능연은 완전히 침대 위에 묶여 있었다. 그는 움직일 수 없었고, 시야도 차단되어 있었다. 오직 비연의 손길과 목소리만이 그의 감각을 지배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비연이 능연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술로 그의 귀를 간질였다.

“폐하, 편안히 계세요. 제가 당신을 책임지겠습니다.”

비연의 혀가 능연의 귓불을 핥았다. 능연은 쾌감에 몸을 떨었다. 비연은 계속해서 그의 목, 쇄골, 가슴을 핥아 내려갔다.

“아... 거기...”

능연이 신음을 흘렸다. 비연은 그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살짝 빨았다. 능연은 몸을 뒤틀었지만, 묶인 채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조용히 하세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연이 손을 아래로 내려 능연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점점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폐하, 이미 이렇게 되셨네요.”

비연이 능연의 발기된 부분을 손가락으로 스치자, 능연이 숨을 삼켰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비연이 검은 레이스 스타킹을 신은 발을 이용해 능연의 발기된 부분을 감쌌다. 레이스의 촉감과 그녀의 발 온도가 섞여 능연을 미치게 만들었다.

“아... 비연... 더...”

능연이 애원했다. 비연은 천천히 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은 능연의 욕망을 따라 움직였다.

“폐하, 참으세요. 아직 때가 아닙니다.”

비연이 속도를 늦추자, 능연이 절망에 빠졌다.

“제발... 더... 더 해주세요...”

능연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비연은 그의 애원을 무시하고, 발로 그의 허벅지를 살짝 쓰다듬을 뿐이었다.

“폐하, 정말 원하십니까?”

비연이 물었다. 능연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당신은 누구의 것입니까?”

비연의 목소리에는 교활함이 섞여 있었다. 능연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비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다시 발로 능연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빠르고 강하게.

“아... 아... 거기... 거기야...”

능연이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비연은 그 순간 멈추었다.

“아직 안 됩니다.”

비연이 손을 떼자, 능연은 절망과 좌절에 빠졌다.

“제발... 제발... 끝까지 해주세요...”

비연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죠?”

비연이 일어나 능연의 눈을 가린 천을 풀어주었다. 능연은 눈을 뜨자, 자신이 완전히 묶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연이 침대 옆에 있는 향로를 가리켰다.

“이 향이 폐하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연이 향로에 불을 붙이자,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능연은 연기를 들이마시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이 흐려졌다. 능연은 자신이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을 느꼈다. 그곳에는 서화, 청대, 자당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그를 둘러싸고 비웃고 있었다.

“폐하,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서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에게 조련받고 계신 건가요?”

청대가 부드럽게 웃었다.

“이제 우리에게 완전히 굴복하세요.”

자당이 채찍을 들고 다가왔다.

능연은 도망가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들에게 붙잡혀 묶였다.

“아니... 안 돼...”

능연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능연은 자신이 다시 향각에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여전히 묶여 있었고, 비연이 그 앞에 서 있었다.

“환각은 즐거우셨습니까?”

비연이 물었다. 능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몸은 여전히 쾌감과 공포로 떨리고 있었다.

“이제 풀어드리겠습니다.”

비연이 능연의 결박을 풀어주었다. 능연은 몸을 일으켰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비연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만족감이 담겨 있었다.

“폐하, 이것이 당신이 원하시는 것이었습니까?”

능연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비연의 발치로 기어갔다.

“제가... 당신의 것입니다.”

능연이 비연의 신발 앞코에 입을 맞추었다. 비연은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잘하셨습니다, 폐하.”

비연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 속에는 차가운 지배욕이 숨어 있었다. 능연은 그 말에 더욱 깊이 굴복했다.

청대 환경, 심리 복종

어둠이 짙게 깔린 밀실. 촛불이 흔들리며 벽 위에 기이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청대(青黛)의 손끝에서 푸른빛 안개가 피어올라 공중에서 소용돌이친다. 그 안개는 산천과 강을 엮어내고, 병마와 장수를 형상화했다.

“폐하, 이곳이 당신이 마땅히 가야 할 곳입니다.”

청대의 목소리는 꿈결처럼 아득하다. 그녀는 옅은 비단을 휘날리며 다가와, 옥 같은 손가락으로 능연(凌渊)의 이마를 살짝 짚었다.

능연의 눈동자가 갑자기 수축되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대리석 바닥이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발밑에 펼쳐진 것은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었다.

그는 철갑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부러진 검이 들려 있었다. 사방에는 시체가 널려 있고, 깃발은 쓰러져 있으며, 멀리서는 적군의 승리의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장군님, 우리는 졌습니다.”

옆에 있던 부관이 피투성이가 되어 땅에 엎드려 있었다. “폐하께서는 이미… 이미 남으로 도망가셨습니다.”

능연은 온몸이 떨렸다. 이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너무 생생했다. 코를 찌르는 피 냄새, 철갑의 차가움, 가슴속에 맴도는 패배감까지.

“무릎을 꿇어라.”

청대의 목소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했다. 그녀는 어느새 푸른 얇은 옷을 입고, 흰색 비단 스타킹을 신은 채 높은 단 위에 서 있었다. 우아하면서도 당당한 자세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능연은 무릎을 꿇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패전한 장군은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것이 법칙이었다.

무릎이 땅에 닿는 순간, 철의 차가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청대가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녀의 옥발이 대리석 위에 닿자, 발톱이 살짝 드러났다. 그녀는 능연의 앞에 멈춰 섰다.

“패전 장군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아십니까?”

그녀의 발이 능연의 등을 밟았다. 약간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할 수 있었다.

능연의 얼굴이 땅에 닿았다. 차가운 돌이 뺨을 스쳤다. 치욕감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 속에서 이상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말해라. 네 죄가 무엇인지.”

청대의 발끝이 능연의 척추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였다. 가벼운 압력이었지만,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신이… 신이 나라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능연의 목소리는 쉰 목소리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청대의 발이 그의 등을 떠나 허리선으로 내려갔다. “너는 패전했을 뿐만 아니라, 나약했다. 도망칠 수 있는 용기도 없었고, 죽을 용기도 없었다.”

그녀가 발을 약간 힘을 주자, 능연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깔렸다.

“네가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네가 진정한 왕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능연의 손가락이 땅을 긁었다. 청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처럼 그의 심장을 찔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들은 그를 이상하게 안정시켰다.

그렇다. 그는 왕이 될 자격이 없었다. 그는 단지… 더 높은 존재가 그를 다스리기를 기다리는 인간일 뿐이었다.

갑자기 주위 풍경이 바뀌었다. 그는 적군의 포로 수용소에 있었고, 손과 발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주변의 병사들이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둘러싸고, 조롱과 모욕을 퍼부었다.

“이게 바로 천궐의 황제라고? 겨우 이런 수준이냐?”

누군가가 그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또 다른 사람이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능연은 눈을 감았다. 참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 환상이다. 하지만 고통은 현실이었다. 굴욕도 현실이었다.

“이게 네 운명이야.”

청대의 목소리가 환상 속에 섞여 있었다. 그녀는 포로 수용소 구석에 서 있었고, 푸른 옷자락이 피 묻은 땅에 닿지 않았다.

“너는 지배받기 위해 태어났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항상 누군가가 와서 네 족쇄를 풀어주길 기다리고 있었어.”

능연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너는 이길 수 없어.”

청대가 걸어와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손에 든 약병을 꺼냈다. 상처 위에 부드럽게 약을 발랐다. 얼음이 스며드는 듯한 시원함과 함께 따끔거리는 아픔이 동시에 올라왔다.

능연은 숨을 헐떡였다. 이 감각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게 했다. 무엇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 약초는 동해 선도에서 3백 년 동안 자란 신초야.”

청대의 손가락이 그의 상처 위를 더듬었다. “아프지만, 또 시원하지?”

능연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이 모순된 감각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청대가 일어나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덩굴채찍이 그녀의 손에 나타났다. 푸른 잎과 가시가 빼곡히 박혀 있었다.

“환상 속에서는 3일 동안 이어질 거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단 하룻밤뿐이지.”

그녀가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이 능연의 엉덩이 중간을 정확히 강타했다.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능연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쇠사슬에 묶인 채 매달려 있었고, 몸을 움츠릴 수도 없었다.

“하나.”

청대가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두 번째 채찍이 더 무겁게 내리쳤다. 고통이 척추를 타고 위로 치솟아 그의 뇌를 강타했다.

“둘.”

능연의 눈앞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이 고통은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이상한 해방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가 그렇게 많은 것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더 이상 황제처럼 행동할 필요가 없었다.

“너는 누구냐?”

청대가 채찍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능연은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중얼거렸다. “나는… 나는 비천한 노예입니다.”

“더 크게.”

“나는 비천한 노예입니다!”

능연이 목청껏 외쳤다. 목소리에는 눈물과 콧물이 섞여 있었다.

청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다가가 그의 뺨을 붙잡아 강제로 그녀를 바라보게 했다.

“네가 완전히 복종하는 법을 배웠으니, 네게 진정한 쾌감을 보여주겠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공중에 원을 그리자, 주위 풍경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화려한 침실이었다. 붉은 비단이 드리워지고, 공기 중에는 묘한 향기가 감돌았다.

능연은 넓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고, 상처들은 말끔히 치료되어 있었다.

청대가 다가와 그 위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그를 내려다보며 얼음장 같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지금 너는 내 노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능연의 턱을 살짝 쳤다. “말해 봐. 주인은 어떤 존재지?”

“주인은… 나를 통제하는 분입니다.”

능연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래, 그리고 너는?”

“나는… 나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청대가 웃었다. 이 얼음장 같은 여인에게서는 보기 드문 미소였다.

“잘했다. 하지만 이제 좀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녀가 몸을 숙여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네가 가장 약할 때가 언제인지 아니?”

능연은 고개를 저었다.

“바로 지금같이, 고통과 쾌락 사이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야.”

청대가 그의 몸 위로 손가락을 더듬었다. 차갑고 따뜻한 온도가 교차했다. 능연은 혼란스러웠다. 이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또 다른 환상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제 나에게 말해라.”

청대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능연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웠다.

“두려워하지 마라.”

청대가 그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녀의 손바닥은 따뜻했다. “여기서는 너와 나뿐이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

능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나는… 나는 잊히고 싶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황제가 되기 전의 나를,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잊히고 싶었습니다.”

청대의 동공이 살짝 수축되었다. 그녀는 그를 더 꼭 안았다.

“그럼 지금, 너는 이루었구나.”

그녀가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여기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내가 통제하는 하나의 존재일 뿐이지.”

능연이 목 놓아 울었다. 그는 청대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었다. 수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청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안아 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빗어 넘겼다.

“좋아. 이제 충분히 울었으니, 진정한 교훈을 시작하자.”

그녀가 떨어져 나가며 일어섰다. 그녀의 눈에는 다시 차가운 빛이 서렸다.

“3일 동안, 너는 내 손바닥 안에서 살게 될 거야. 배고프면 내가 먹을 것을 줄 것이고, 아프면 내가 치료해 줄 거야. 하지만 네가 잘못을 저지르면, 나는 반드시 처벌할 거야.”

능연이 무릎을 꿇었다. 그의 이마가 땅에 닿았다. “예, 주인님.”

청대는 이 장면을 매우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한낱 황제가 이제는 그녀의 발아래 굴복했다. 이 기분은 지배욕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흘렀다. 환상 속에서는 3일이 지나갔지만, 현실에서는 단지 하룻밤이었다.

청대가 손가락을 튕기자, 주위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벽에 걸린 촛대가 다시 나타나고, 대리석 바닥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능연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일어나.”

청대가 조용히 말했다.

능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은 공허했고, 마치 혼을 빼앗긴 듯했다. 그는 기어서 청대의 발치까지 다가가 그녀의 발을 입 맞추었다.

“주인님…”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황제의 위엄을 지니지 않았다. 오직 노예의 비굴함만이 남아 있었다.

청대가 몸을 숙여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잘했어. 오늘은 여기까지다.”

그녀가 그를 일으켜 세우고 부드럽게 등을 토닥였다. “아직 피로가 덜 풀렸구나. 쉬어라.”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청대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떠나는 대신 계속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주인님… 가지 마세요…”

청대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부드럽게 그를 침대로 데려가 이불을 덮어 주었다.

“편히 자라. 내가 여기 있을게.”

그녀가 침대 옆에 앉아 그의 손을 잡았다. 능연은 안도하는 듯 눈을 감았다. 그의 호흡이 점점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청대는 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정신적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제 남은 것은 그녀에 대한 의존뿐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트기 전의 어둠이 아직도 짙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이 황제는 이제 완전히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자당 형실, 육체 훈육

형실의 어둠 속에서 쇠사슬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습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 피 냄새와 쇠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자당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겁고 또렷했다. 검은색 장화 굽이 돌바닥을 치는 소리가 형실 전체에 메아리쳤다. 몸에 밀착된 자주색 가죽 옷은 그녀의 굴곡진 몸매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고, 허리에 찬 채찍은 축축 늘어져 있었다.

능연은 벌거벗은 채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그의 손목과 발목은 거친 쇠고랑에 단단히 조여졌고, 쇠사슬은 천장의 도르래를 통해 팽팽하게 당겨져 그의 몸을 반쯤 공중에 매달아 놓았다. 차가운 돌바닥이 무릎을 찔렀지만, 그보다 그를 더욱 떨게 한 것은 자당의 눈빛이었다.

"폐하께서 오늘은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자당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채찍을 뽑아 손바닥에 툭툭 치며 가까이 다가갔다.

"무엇을...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능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이미 네 명의 후궁에게 여러 차례 교련을 받았지만, 자당의 앞에서는 언제나처럼 두려움을 감출 수 없었다.

자당은 대답 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채찍 끝이 능연의 등을 갈랐다.

"아악!"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등을 타고 퍼져 나갔다.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 그리고 이내 타오르는 듯한 작열감. 능연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찔거렸지만 쇠사슬이 그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두 번째 채찍이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세 번째는 허리. 네 번째는 엉덩이. 채찍이 떨어질 때마다 붉은 자국이 하얀 살갗 위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세어라."

자당의 명령은 차갑고 짧았다.

"하... 하나..."

"더 크게."

"하나!"

능연은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그러나 다섯 번째 채찍이 그의 오른쪽 넓적다리를 후려쳤을 때, 그의 목소리는 신음으로 변했다.

"둘... 아... 둘..."

채찍은 멈추지 않았다. 열 대, 스무 대, 서른 대. 능연의 등과 엉덩이는 붉은 줄무늬로 뒤덮였고, 몇몇 곳은 살갗이 터져 핏방울이 맺혔다. 그의 신음은 점차 약해져 갔다.

자당이 채찍을 멈추고 그의 앞으로 돌아왔다. 검은 장화 굽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장화 끝으로 그의 샅을 살짝 건드렸다.

"여기는 아직 멀쩡하군요."

능연의 몸이 긴장했다. 그의 성기는 이미 반쯤 발기해 있었지만, 그것은 쾌락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과 굴욕감 때문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제발... 제발 거기는..."

"제발? 제발 뭘 말입니까?"

자당의 목소리에 비아냥이 섞였다. 그녀는 장화에 힘을 주어 살짝 눌렀다. 능연의 숨이 거칠어졌다.

"폐하께서는 지금 누구에게 애원하는 것입니까?"

"자... 자당... 자당... 부인..."

"틀렸습니다."

자당이 갑자기 발을 휘둘러 능연의 샅을 강하게 찼다. 능연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숨을 헐떡였다. 눈앞이 하얘지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저는 당신의 아내도, 후궁도 아닙니다. 저는 당신의 교련자입니다. 당신은 내게 무어라 불러야 합니까?"

능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을 삼켰다. 그러나 자당의 손이 그의 턱을 움켜잡았다. 날카로운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주인님."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자당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더 크게. 내가 듣지 못했소."

"주인님! 주인님!"

능연은 미친 듯이 외쳤다. 그 목소리에는 체념과 굴복이 섞여 있었다. 자당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잘했소. 이제 계속합시다."

그녀는 벽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그 안에 쇠사슬 한 가닥이 달궈지고 있었다. 쇠사슬의 끝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열기가 형실 전체에 퍼져 나갔다.

자당은 달궈진 쇠사슬을 집어 들었다. 그 열기가 공기를 일렁이게 했다. 능연의 눈이 공포에 휩싸였다.

"안 돼... 안 돼, 제발... 주인님, 제발..."

"두려워할 것 없소, 폐하. 단지 따뜻하게 해드릴 뿐이오."

자당은 능연의 뒤로 돌아갔다. 그녀는 쇠사슬을 능연의 엉덩이 사이에 살짝 갖다 댔다. 피부에 닿기 직전, 열기가 먼저 전해졌다. 능연의 온몸이 긴장하고 근육이 수축했다.

"움직이지 마시오. 움직이면 상처가 깊어질 것이오."

쇠사슬이 살짝 살갗에 닿았다. 지지는 소리와 함께 타는 듯한 고통이 엉덩이 사이를 휘감았다. 능연은 비명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입안에 퍼졌다.

자당은 천천히 쇠사슬을 움직였다. 엉덩이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능연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떨렸지만,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쇠사슬이 닿을 때마다 새로운 고통이 그를 관통했다.

"아름답군요."

자당이 감탄했다. 달궈진 쇠사슬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붉은 화상 자국이 남아 있었다. 능연의 엉덩이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붉은 채찍 자국과 검붉은 화상 자국이 뒤섞여 마치 추상화처럼 보였다.

"이제 거꾸로 매달 시간입니다."

자당이 도르래 줄을 당겼다. 쇠사슬이 덜컹거리며 능연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의 몸이 공중에 떠서 천천히 회전했다. 이내 그는 머리가 아래로 향한 채 매달렸다. 피가 머리로 쏠리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자당은 가죽 패들을 꺼냈다. 두툼하고 넓적한 가죽 조각이었다. 그녀는 능연의 뒤에 섰다. 거꾸로 매달린 그의 엉덩이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제 제대로 배워야 할 때입니다."

패들이 내려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통이 엉덩이 전체를 울렸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패들은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내려왔다. 능연의 엉덩이는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열 대, 스무 대, 서른 대. 능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처럼 목놓아 우는 소리가 형실에 울려 퍼졌다.

"그만... 그만, 제발... 주인님... 아야... 그만..."

자당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패들을 휘둘렀다. 쉰 대, 예순 대. 능연의 엉덩이는 더 이상 원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보라색과 검붉은색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색채만이 남아 있었다.

"그대는 누구입니까?"

자당이 물었다. 패들은 잠시 멈추었다.

"능... 능연입니다..."

"틀렸습니다."

패들이 다시 내려왔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그대는 누구입니까?"

"...천궐의... 황제입니다..."

"또 틀렸습니다."

패들이 더 세게, 더 자주 내려왔다. 능연의 몸이 경련하듯 떨렸다. 더 이상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목이 쉬어 숨소리만이 간신히 새어 나왔다.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누구인지..."

능연의 목소리는 겨우 들릴 정도였다. 자당은 패들을 내려놓고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대는 비천한 노예입니다. 내 소유물입니다. 그대의 몸도, 마음도, 영혼도 모두 나의 것입니다."

능연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거꾸로 매달린 얼굴을 타고 눈물이 이마를 적셨다.

"말해 보시오. 그대는 누구입니까?"

"저는... 저는 비천한 노예입니다..."

"더 크게."

"저는 비천한 노예입니다! 주인님의 소유물입니다!"

능연이 미친 듯이 외쳤다. 그 목소리에는 더 이상 저항도, 체념도 없었다. 오직 순수한 굴복만이 있었다.

자당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능연의 몸을 천천히 내렸다. 바닥에 닿자 능연은 엎드려서 숨을 헐떡였다. 그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고통 속에서 그는 점점 더 편안해지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자당이 그의 다리를 벌렸다. 그의 성기는 이미 단단히 발기해 있었다. 고통과 굴욕 속에서도 그의 육체는 반응하고 있었다. 능연은 그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그 부끄러움조차도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자당의 손이 그의 성기를 감쌌다. 거칠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다른 손이 엉덩이의 화상 자국을 눌렀다.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그를 휘감았다.

"주인님... 주인님... 안 돼요... 이건..."

"닥쳐. 그냥 느껴라."

자당의 손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가 엉덩이의 가장 깊은 화상 자국을 손톱으로 할퀴었다.

능연의 몸이 크게 경련했다. 고통과 쾌락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는 참을 수 없는 쾌감에 휩싸여 몸부림쳤다. 정액이 힘차게 분출되어 바닥을 적셨다.

절정이 지나간 후, 능연은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였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모든 근육이 힘을 잃었고, 의식조차 흐릿해졌다.

자당이 쇠사슬을 풀어주었다. 능연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의 등과 엉덩이는 상처투성이였지만, 그의 눈에는 존경심이 가득 차 있었다.

"일어나시오, 나의 노예여."

자당의 명령에 능연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다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는 자당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늘의 교련은 여기까지입니다. 잘 기억하시오. 당신은 이제부터 무엇입니까?"

"저는 주인님의 비천한 노예입니다."

능연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하는 데서 이상한 안정감을 느꼈다.

자당이 그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잘 배웠습니다. 이제 쉬어도 좋소. 내일은 또 다른 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능연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몸은 고통으로 가득했지만, 그 고통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완전한 소속감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천궐의 황제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주인님의 노예였다. 그 사실이 그를 안도하게 했다.

형실의 문이 닫히고, 어둠이 다시 그를 감쌌다. 능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고통이 아직도 생생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유여연의 첫 등장, 예상치 못한 침입

# 제7장: 유여연의 첫 등장, 예상치 못한 침입

깊은 밤, 후궁의 복도는 고요했다. 달빛이 창살 사이로 스며들어 대리석 바닥에 은빛 물결을 드리웠다. 유여연은 발소리를 죽이며 그림자 속을 걸었다. 그녀의 가냘픈 몸매는 어둠에 섞여 마치 한 줄기 연기처럼 조용히 움직였다.

아버지께서 실종되신 지 이미 사흘이 되었다. 조정에서는 모두가 아버지가 병환으로 집에 머물고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입궁하신 후로 종적을 감추셨다. 황제께서 무슨 일을 아시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손가락으로 차가운 벽을 짚었다. 이곳은 후궁 깊숙한 곳, 궁녀들조차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는 금역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할 각오였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신음 소리였다. 낮고, 억제된, 그러나 분명히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신음이었다.

유여연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그녀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 끝, 붉은 칠을 한 문 너머에서 희미한 등불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숨을 삼켰다.

방 안은 넓은 내실이었다. 붉은 비단이 사방에 드리워져 있고, 공기 중에는 이상한 향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방 중앙에는...

황제 폐하.

천궐 황조의 가장 존귀한 존재, 능연 황제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그녀가 상상하던 위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옥좌가 아닌 낮은 평상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붉은 비단으로 가려져 있었고, 두 손은 등 뒤로 결박되어 있었다. 그의 몸은 가는 금사슬로 감겨 있었는데, 그 사슬은 네 방향으로 뻗어 각각 다른 여인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폐하, 오늘은 왜 이렇게 떨고 계시지요?”

냉랭하면서도 아름다운 목소리. 유여연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북방에서 온 상화였다. 그녀는 흰 옷을 입고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능연 앞에 서 있었다.

“서리... 서리 화...”

능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존엄한 황제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약하고, 간청하는 듯했다.

“제 이름을 함부로 부르시면 안 됩니다. 어떻게 불러야 하지요?”

상화가 차갑게 물었다.

능연의 입술이 떨렸다. “주인... 주인님...”

“좋아요. 오늘은 규칙을 잘 지키는군요.”

상화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에 든 채찍을 살며시 능연의 뺨에 닿게 했다. 능연은 몸을 움츠렸지만, 피하지 않았다.

유여연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녀의 가슴은 두근거렸고, 얼굴에는 열기가 올랐다. 이것은... 무슨 일인가? 황제가 감히... 이런 굴욕을 당하고 있다니?

하지만 그녀의 눈은 방 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새로운 손님이 오셨습니다.”

갑자기, 요염한 목소리가 들렸다. 남쪽에서 온 비연이었다. 그녀는 붉은 옷을 입고 방 안을 거니는 살결 같은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눈은 문쪽을 향해 있었다.

유여연의 심장이 멈추었다. 발각되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디 가시려고요, 아가씨?”

부드럽지만 냉기가 담긴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동해에서 온 청대였다. 그녀는 어느새 유여연의 뒤에 서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긴 비단 띠가 들려 있었다.

“나는... 나는 아버지를 찾으러...”

유여연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아버지? 유대인 말이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청대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 미소는 유여연에게 더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었네요.”

청대가 유여연의 손목을 잡아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달콤한 향이 코를 찌르고, 붉은 비단이 그녀를 감쌌다.

“누구냐?”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가린 채였지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했다.

“조신 유대인의 딸, 유여연이라고 합니다.”

상화가 대신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흥미가 섞여 있었다.

“유여연... 밖으로 내보내라. 이것은... 이것은 황실의 일이다.”

능연의 목소리가 약간 엄격해졌지만, 그 엄격함은 초라할 정도로 약했다.

“안 됩니다.”

서역에서 온 자당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몸매는 매혹적이었지만, 눈빛은 사냥감을 발견한 짐승처럼 반짝였다. “이 아가씨가 이미 우리의 작은 비밀을 보았으니, 우리의 일원이 되어야 합니다.”

“아니야! 그녀는... 그녀는 아직 어리다. 그리고 그녀는 조정 대신의 딸이다...”

능연의 목소리가 간청으로 변했다. “제발... 그녀를 보내라.”

“보내라고?”

네 명의 후궁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엄숙함과 함께 이상한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폐하께서 저희에게 명령을 내리시는 건가요?”

상화가 능연의 턱을 잡아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폐하께서 무슨 권리로 명령을 내리시겠습니까?”

능연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여연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이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황제인가? 이렇게... 약하고, 무력하다니? 가슴 한편에서는 연민이 피어올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것은... 흥미? 호기심?

“자, 유 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

비연이 그녀의 손을 잡아 방 중앙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손길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폐하께서 자신의 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진정한 자리를 말이죠.”

비연이 능연의 가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능연이 숨을 삼켰다.

“보세요. 우리의 존귀한 폐하께서는 바깥에서는 위엄이 넘치지만, 여기에서는 그저... 사랑받고 통제받기를 갈망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유여연은 가까이에서 능연을 바라보았다. 그가 눈을 가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은 마치 제물과도 같았다. 그의 피부는 창백했고, 호흡은 거칠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는... 많은 자국들이 있었다. 어떤 것은 채찍 자국 같았고, 어떤 것은 손가락 자국 같았다.

“그녀를... 그녀를 내보내라...”

능연이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그의 목소리에 거의 울음이 섞여 있었다.

“폐하께서는 왜 그렇게 집착하시는 거죠?”

자당이 손에 든 채찍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이 아가씨가 여기 있는 것이 싫으신가요, 아니면... 그녀가 당신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능연의 몸이 떨렸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우리를 도울 수도 있습니다.”

청대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 웃음은 봄바람처럼 포근했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가 당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폐하?”

“수치... 수치스럽다...”

능연이 간신히 대답했다.

“수치? 그렇군요.”

청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유여연에게 다가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들었지? 폐하께서는 수치스러워하고 계셔. 왜 그럴까? 바로 네가 보았기 때문이야. 네가 그가 얼마나 무력한지, 얼마나 약한지 보았기 때문이야.”

유여연은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왜 떨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공포? 아니면...

“이제, 너도 해 봐.”

자당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아 능연 쪽으로 밀었다. 유여연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능연 바로 앞에 섰다.

그가 숨 쉴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따뜻한 바람이 닿았다. 그녀는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도.

“무엇을... 무엇을 해야 하나요?”

유여연의 목소리는 떨렸다.

“아무것도 어렵지 않아.”

비연이 그녀의 뒤에 서서 두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네가 편한 대로 해. 그저... 그가 네 통제 아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 돼.”

유여연은 주저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능연의 뺨에 닿았다. 그의 피부는 부드러웠고, 열기가 느껴졌다.

능연이 놀라 몸을 움츠렸다. “만지지 마...”

“왜요?”

유여연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도전적인 어조가 되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것은 그녀의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왜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저는... 저는 황제 폐하입니다...”

능연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지금은 아니에요.”

유여연의 말이 다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가 이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네 명의 후궁이 동시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유대인의 딸답군요.”

상화가 말했다. “재능이 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비연이 능연의 눈을 가린 비단을 벗겼다. 능연의 눈이 빛에 적응하느라 깜빡였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의 시선이 유여연과 마주쳤다. 그 순간, 유여연은 그의 눈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수치, 분노, 그리고... 이상한 기대.

“네가... 네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다...”

능연이 발작적으로 소리치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미 쉰 상태였다.

“자격?”

유여연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같잖았다. "황제 폐하께서 지금 자격에 대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무례하다!”

능연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결박된 사슬이 그를 붙잡았다. 그는 힘겹게 몸부림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례하다고요?”

유여연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누가 무례한 걸까요?”

그녀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능연은 그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좋아, 좋아.”

자당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진짜 훈련을 시작하지.”

그녀가 손에 채찍을 들어 능연의 등에 살며시 닿게 했다. 능연이 몸을 움츠렸다.

“폐하께서는 오늘 많은 손님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배우셔야 합니다.”

상화가 말하면서 손에 든 금사슬을 당겼다. 능연의 팔이 강제로 위로 올라갔다.

“아...!”

능연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유여연은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얼굴은 불타고 있었다. 이것은...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녀는 이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하지만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유 아가씨, 이제 네 차례야.”

비연이 그녀에게 다가와 손에 든 붉은 비단을 건넸다. “이걸로 그의 눈을 가려라.”

유여연은 떨리는 손으로 비단을 받았다. 그녀는 능연 앞에 섰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보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비단을 들어 그의 눈을 가렸다. 그의 피부가 비단에 닿을 때, 그녀는 그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 이제, 발을 들어라.”

자당이 그녀의 뒤에서 명령했다.

“뭐라고요?”

“내 말이 들리지 않았느냐? 발을 들어서 그의 등을 밟아라.”

유여연은 망설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능연의 등에 발을 올렸다.

그의 피부는 따뜻했다. 그리고 그가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더 세게.”

자당이 말했다.

유여연은 발에 힘을 주었다. 능연이 신음했다.

“이게... 이게 바로 네가 원하는 거지, 폐하?”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냉소적으로 변해 있었다. “누군가 너를 통제해주길, 누군가 너에게 명령해주길 바랐지, 안 그래?”

능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렸다.

“대답해.”

유여연이 발에 힘을 더했다.

“그래... 그래... 그것이 나의... 소원이다...”

능연이 간신히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서질 듯 약했다.

유여연은 그 대답에 전율을 느꼈다. 그것은 승리감이었다. 그리고... 어떤 만족감.

“좋아, 이제 좀 쉬어.”

상화가 말하면서 능연의 결박을 풀어주었다. 능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헐떡였다.

“자, 유 아가씨. 축하한다.”

비연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너는 방금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무슨 말씀이신지...”

“너는 이제 우리의 일원이다.”

청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섯 번째 훈련사로서 말이지.”

유여연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아버지를 찾으러 왔다가, 자신이 이런 상황에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부정할 수 없었다. 방금 전의 그 감각, 그 권력의 느낌, 그 통제감... 그것은 그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찾고 싶다고?”

상화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걱정 마라. 네 아버지는 안전하다. 조정 일로 잠시 조용한 곳에 계실 뿐이다. 네가 우리와 협력한다면, 곧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협력?”

“그래. 우리가 폐하를 훈련시키는 것을 도와라. 그러면 네 아버지는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

유여연은 능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숨이 가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협력하지 않으면?”

“네 아버지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청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유여연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 그녀는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좋아.”

상화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폐하께 네가 여기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라.”

그녀가 유여연의 손을 잡아 능연 앞으로 인도했다. 능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함께 어떤 기대가 섞여 있었다.

“폐하께서는 오늘부터 새로운 훈련사를 맞이하게 되셨습니다. 유여연 양이시다.”

능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에 분노가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

“유 훈련사께 인사드려라.”

상화가 명령했다.

능연은 주저했다. 그의 몸이 떨렸다. 그리고 천천히, 그는 고개를 숙였다.

“유... 유 훈련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유여연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가슴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연민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즐거움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폐하.”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능연은 그것을 느꼈고, 그의 몸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자당이 채찍을 거두며 말했다. “폐하께서는 쉬시도록 해라. 내일 또 뵙겠습니다.”

네 명의 후궁이 방을 나갔다. 유여연도 그들을 따라 나가려 했다.

“유 훈련사님...”

뒤에서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능연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아 있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제발... 아버님께는... 이 일을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의 간청하는 목소리에 유여연은 잠시 멈추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만약 아버지가 자신의 딸이 이런 수치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걱정 마십시오, 폐하.”

그녀가 말했다. “저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 아니니까요. 지금부터는... 당신의 훈련사니까.”

그녀의 말에 능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유여연은 그 표정을 보며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가 방을 나서자, 복도에는 네 명의 후궁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했다.”

상화가 말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유여연이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 장면들이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능연의 눈물, 그의 떨림, 그의 굴욕. 그리고 그녀 자신의... 쾌감.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왜 그녀의 가슴은 이렇게 뛰는 것일까? 왜 그녀는 다음 훈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 손이 방금 전까지 황제의 몸을 만졌다.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를 통제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유여연은 다시 그 방으로 불려갔다.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네 명의 후궁이 각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방 중앙에는 능연이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오늘 더 초라해 보였다. 그의 옷은 얇고, 그의 몸은 드러나 있었다. 그의 피부에는 여기저기 멍이 들어 있었다.

“오늘부터 유 훈련사가 직접 폐하를 담당할 것이다.”

상화가 선언했다. “기초 훈련부터 시작해라.”

유여연은 능연 앞에 섰다. 그녀는 오늘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했다. 결국 그녀는 부드러운 비단 옷을 선택했지만, 그것은 우아함보다는 실용성을 위한 것이었다.

“폐하, 일어나십시오.”

그녀가 명령했다.

능연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눈은 그녀를 피하고 있었다.

“저를 보십시오.”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수치심이 가득했다.

“오늘부터 저는 당신을 가르칠 것입니다. 당신이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예... 이해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첫 번째 교훈입니다. 당신은 더 이상 황제가 아닙니다. 여기에서는 당신은 그저... 훈련받는 자입니다. 이것을 언제나 기억하십시오.”

유여연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능연은 그 말에 몸을 움츠렸다.

“이제, 무릎을 꿇으십시오.”

능연이 주저했다. 그의 눈에 저항이 스쳤다. 유여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왜 망설이십니까, 폐하?”

그녀가 능연의 턱을 잡아 강제로 그녀를 바라보게 했다. “당신은 어제 이미 약속했습니다. 당신은 저희의 훈련을 받겠다고.”

“하지만 나는... 나는 황제다...”

“여기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여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당신은 여기서는 그저 한 사람일 뿐입니다. 통제받고, 훈련받고, 복종해야 하는 사람 말이죠.”

그녀가 손을 놓았다. 능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유여연은 내심 만족감을 느꼈다. 이것은 그녀의 첫 번째 승리였다.

“좋습니다. 이제 기본 자세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능연의 뒤에 서서 그의 어깨를 잡아 바른 자세를 취하게 했다. 그의 몸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긴장을 푸십시오.”

“...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유여연의 손이 그의 등을 따라 내려갔다. 능연이 몸을 떨었다.

“당신의 몸은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반응합니다. 이것을 이해하십시오.”

그녀가 손에 힘을 주어 능연의 등을 눌렀다. 능연이 신음했다.

“자, 이제 긴장을 풀고, 숨을 깊이 쉬십시오. 저를 믿으십시오.”

이상하게도, 능연은 그녀의 말에 따라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의 몸이 조금씩 이완되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계속 그렇게 하십시오.”

유여연은 그의 반응을 관찰했다. 그가 어떻게 긴장을 풀고, 어떻게 그녀의 손길에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이 사람은 진정으로 통제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그녀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능연이 그 손길에 눈을 감았다.

“참 잘하셨어요, 폐하.”

그녀가 칭찬하자, 능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아주 짧은 미소였지만, 유여연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훈련은 계속되었다. 능연은 점점 순종적이 되어갔다. 그의 저항은 약해졌고, 그의 눈에는 점점 의존의 빛이 스며들었다.

그날 오후, 유여연은 비연에게서 특별한 임무를 받았다.

“오늘 밤, 특별 훈련이 있다. 그를 한계까지 밀어붙여라.”

“어떤 방식으로요?”

“네가 결정해라. 하지만 기억해라, 그가 원하는 것은 통제와 굴욕이다. 그것을 줘라.”

유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능연을 다시 방으로 불렀다. 이번에는 그녀 혼자였다. 다른 후궁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오늘 밤, 특별한 훈련을 하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능연이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옷을 벗으십시오.”

능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주저했지만, 결국 손을 움직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가 알몸이 되자, 유여연은 그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의 몸에는 이미 여러 자국이 있었다. 전날의 훈련의 흔적이었다.

“바닥에 엎드리십시오.”

능연이 말을 따랐다.

유여연은 그의 옆에 서서 손에 든 붉은 비단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그의 눈을 가리려고 했다.

“이것은 당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꿀 것입니다. 오직 제 목소리만 들리게 될 것입니다. 오직 제 명령만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녀가 비단으로 그의 눈을 가렸다. 능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제, 제 손이 당신의 몸을 만질 것입니다. 당신은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등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피부는 뜨거웠고, 그녀의 손길에 떨렸다.

“당신은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폐하. 하지만 이 몸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것입니다.”

그녀의 손이 그의 허리로 내려갔다. 능연이 숨을 삼켰다.

“긴장을 풀고, 저를 느끼십시오.”

그녀의 손이 그의 엉덩이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능연이 신음했다.

“좋아요. 그렇게 반응하면 됩니다.”

유여연은 자신의 손길에 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그녀는 그의 약점을 찾고 있었다. 그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그녀의 손이 그의 허벅지 안쪽으로 이동했다. 능연이 몸을 움츠렸다.

“여기가 약한 부분인가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가볍게 누르자, 능연이 비명을 질렀다.

“아...!”

“좋아요. 이 부분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녀가 손을 뗐다. 능연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훈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하게 했고, 그가 그 자세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했다. 그리고 그가 지칠 때마다, 그녀는 그를 칭찬하거나 꾸짖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폐하. 더 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능연은 점점 지쳐갔다. 그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그의 호흡은 거칠어졌다.

“제발... 더 이상은 안 되겠습니다...”

그가 간청했다.

“아직 안 됩니다. 당신은 더 할 수 있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유여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능연은 그녀의 말에 다시 힘을 내어 자세를 유지했다.

그 순간, 유여연은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그녀는 이 사람을 통제하고 있었고, 그는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권력감이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있었지만, 부드러웠다.

“잘하고 있어요, 폐하. 아주 잘하고 있어요.”

능연이 그녀의 손길에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고통스러우면서도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고맙습니다... 유 훈련사님...”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그 순간, 유여연은 깨달았다.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억지로 갇힌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곳에 있고 싶었다. 이 힘, 이 통제감을 원했다.

그녀의 손이 그의 머리카락 사이를 부드럽게 움직였다. 능연이 그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종적이었다.

“이제 쉬어도 됩니다.”

그녀가 말했다. 능연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헐떡였다.

유여연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동시에 안도감이 담겨 있었다.

“오늘 훈련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폐하께서는 참 잘하셨어요.”

그녀가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능연이 그 손길에 눈을 감았다.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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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 출궁, 공개 수치

제8장 변장 출궁, 공개 수치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능연은 눈을 뜨자마자 네 명의 후궁이 침상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상화가 차갑고 맑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한 뭉치의 낡은 옷을 던졌다.

"폐하, 오늘은 특별한 수업이 있습니다."

능연이 옷가지를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누더기 천조각들이 꿰매어진 평민의 옷이었다. 옷감은 거칠었고 여기저기 해어진 흔적이 보였다. 그는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변장입니다, 폐하." 청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말했다. "궁 안에서의 교습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 교습을 이어갈 때입니다."

비연이 능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숨결을 귀에 불어넣었다. "평민들의 삶을 체험해 보세요, 폐하. 어떤 느낌인지요."

능연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가 다시 붉어졌다. 평민? 그는 천지를 다스리는 황제였다. 어찌 감히 그런... 그런 신분으로 전락할 수 있겠는가?

"싫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당이 웃으며 다가와 채찍을 손바닥에 톡톡 두드렸다. "싫다고요? 폐하께서는 이미 우리의 규칙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거부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능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당의 말이 맞았다. 그는 이미 그들의 것이었다. 그들의 손에 굴복했고, 그들의 시련을 받아들였다.

그가 옷을 받아드는 순간, 상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평민의 옷만 입는 것이 아닙니다. 얼굴도 변장해야 합니다."

비연이 조그만 상자를 꺼내어 열었다. 그 안에는 껍질이 질긴 과일의 즙, 그리고 진흙 같은 것들이 섞여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에 찍어 능연의 얼굴에 발랐다. 얼굴이 점차 어둡고 거칠어졌다. 잡티와 주름이 생기고 코는 납작해졌다.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청대가 거울을 들어 능연의 앞에 두었다. 그는 충격을 받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흉악한 평민이 거울 속에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됐습니다." 상화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능연은 후궁들의 뒤를 따라 궁전의 뒷문으로 향했다. 비밀 통로를 지나 궁 밖으로 나오니 번화한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아침 시장이 막 열리기 시작했고 장사치들이 그들의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능연은 거친 옷자락을 움켜쥐며 걸었다. 이렇게 낯선 세상에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저쪽 다방이 보입니까?" 상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리켰다. "저기로 가야 합니다."

다방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상화는 이미 주인과 조율이 되어 있었다. 후궁들이 능연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방은 낮고 초라했다. 능연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무릎 꿇어라." 상화가 냉랭하게 명령했다.

"여기는 다방이다. 아무나 드나드는 곳이다. 만약 누군가 나를 본다면..." 능연이 저항했다.

"폐하께서는 이미 변장을 하셨습니다." 비연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살짝 밀며 앉았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한낱 천한 평민들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감히 황제께서 이 꼴을 하시는 줄 알겠습니까?"

능연은 무릎을 꿇었다. 빨래판 바닥이 무릎을 아리게 했다. 상화가 높은 자리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거만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능..."

"아니오." 상화가 손을 휘저었다. "너는 더 이상 능연이 아니다. 너는 오늘부터 전당포에서 빚에 쫓기고 아내에게 버림받은 술주정뱅이 김돌쇠다. 마흔여덟 살. 아들은 없고 딸만 넷이다. 그런데 넷째 딸은 병으로 죽고 장례비도 없었다."

능연이 충격을 받아 상화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지어냈는가? 그녀는 이 평민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변변찮은 한량이다." 상화가 계속 말했다. "술에 취하면 아내를 때리고 돈을 벌지 못해 자식들을 굶겼다. 스스로도 먹고살기 어려워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업자득임을 깨달았다. 오늘, 너는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네 죄를 뉘우치며, 나에게 용서를 빈다."

능연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런 이야기를 듣자니 마치 진짜로 그런 인생을 살아온 것 같았다. 그는 억울했지만, 동시에 이상한 쾌감이 일기 시작했다. 이런 낮은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모욕감이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말해라." 상화가 발끝으로 그의 턱을 받쳐 올렸다. "네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저... 저는 술주정뱅이입니다. 아내를 때렸고, 아이들을 굶겼습니다. 저는... 저는 하찮은 존재입니다." 능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더 크게 말해라." 상화가 가차 없이 명령했다. "찰랑찰랑한 목소리로 하지 말고, 네 죄를 모두에게 알려라."

능연이 고개를 들어 상화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엄숙함과 교사 같은 기대가 섞여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김돌쇠입니다. 아내를 때렸습니다. 아이들을 굶겼습니다. 저는 자격 없는 가장입니다! 저는 하찮은 존재입니다!"

다방 아래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능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 명의 장사치였다. 그들은 계단을 올라와 능연이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보고 놀라서 멈춰 섰다.

"이게 무슨 꼴이냐?" 한 장사치가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다." 상화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내 집 하인이 큰 잘못을 저질러서, 이렇게 무릎 꿇고 반성하게 하는 것이다."

장사치들이 자리에 앉아 차를 시켰다. 상화가 일어나 능연 앞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그림자가 능연을 완전히 덮었다.

"네가 무릎 꿇는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녀가 능연의 머리를 잡아 땅에 처박았다. 그의 이마가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 상화가 그의 머리에 발을 올려놓았다.

"이렇게 있어라. 내가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장사치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능연의 귀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는 평민들 앞에서 이렇게 굴욕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굴욕이 그의 심장을 더욱 빠르게 뛰게 했다. 그는 발 아래에 머리를 박고 흙먼지와 찻물 냄새를 맡았다.

상화가 차를 마시는 내내 능연은 움직이지 않고 엎드려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고, 그들은 모두 능연을 보고 궁금해하며 쳐다보았다. 누군가는 손가락질하며 비웃었다. 능연은 이 모든 소리를 들었다. 그의 심장은 점점 빨리 뛰었다. 수치심과 흥분이 뒤섞였다.

"일어나라." 상화가 마침내 말했다.

능연이 간신히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저려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상화가 그의 옷깃을 붙잡아 일으켰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네가 할 일이 많다."

그들이 다방을 나오자 시장은 한창 붐볐다. 비연이 능연의 손을 잡아 좁은 골목으로 인도했다. 그곳에는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었다. 비연이 노점 중 하나 앞에 멈춰 섰다.

"여기 한 자리 빌렸다." 그녀가 능연에게 속삭였다. "네가 직접 물건을 팔아야 한다."

그녀가 능연의 손을 허리에 있는 기둥에 묶었다. 가는 비단실이었다. 보기에는 약해 보였지만 단단하게 묶여 있어서 능연이 빼내려 해도 움직일 수 없었다.

"비단 발이다." 비연이 그를 유혹하며 눈웃음을 쳤다. "이 끈은 나비가 날개를 접지 못하게 하고, 너도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능연이 깜짝 놀랐다. 주변의 행인들이 그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어떤 여자들은 손가락질하며 웃었고, 아이들은 그를 위해 멈춰 섰다.

"이게 무슨 사람이야?" 한 여자가 물었다.

"빚쟁이입니다." 비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빚을 갚을 돈이 없어서, 직접 물건을 팔아야 합니다."

그녀가 능연의 옷깃을 잡아당겨 단추를 하나 풀었다. 능연이 몸을 움츠렸지만 비연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 노예가 제법 예쁜데요?" 한 남자가 농담했다.

"예쁘긴요." 비연이 손가락으로 능연의 뺨을 문질렀다. "이 잡티투성이 피부가 뭐가 예쁘다는 거죠?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못생긴 놈이 오히려 더 재미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능연은 땅을 보고 싶었지만, 비연이 그의 턱을 잡아 들었다. 그녀가 팔을 들어 능연에게 천 조각으로 만든 물건을 보여주었다. 손수건, 작은 주머니, 허리띠 같은 것들이었다.

"이걸 팔아야 해요. 하나에 동전 열 닢씩." 비연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안 팔리면, 하루 종일 여기 묶여 있어야 해요."

능연이 입을 열어 외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억지로 소리쳤다.

"사세요! 비단 손수건! 좋은 천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간신히 들릴 정도였다. 행인들은 웃기만 할 뿐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았다. 비연이 그의 옷자락을 다시 거칠게 잡아당겼다. 천이 찢어지며 능연의 어깨가 드러났다. 피부가 찬 공기에 닿았다.

"더 크게." 비연이 위협하며 말했다. "안 그러면 옷을 다 벗겨 버릴 거야."

능연이 두려움에 떨며 소리를 질렀다. "손수건 팔아요! 좋은 천이에요! 단돈 열 닢!"

한 여자가 다가와 손수건을 집어 들고 살펴보았다. 능연이 간절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전을 꺼냈다. 능연이 안도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비연이 그의 손을 잡아 뒤로 돌렸다.

"이제 네 차례야, 귀여운 노예야. 나를 좀 즐겁게 해 줘."

그녀가 능연의 허리를 감싸고 그의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그의 엉덩이가 위로 들렸고 얼굴은 거의 바닥에 닿을 듯했다. 주변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구경 잘했어요, 여러분!" 비연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못생긴 노예가 어떻게 손님을 접대하는지 한번 보세요!"

능연이 저항하려 했지만 비연이 그의 손을 더 세게 잡아당겼다. 고통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을 풀었다. 비연이 그의 엉덩이를 살짝 때렸다.

"훌륭해요. 이제 제대로 된 노예 같네요."

행인들이 구경을 하다가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비연이 능연을 풀어 주었다. 능연이 축 처져서 기둥에 기대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 다음 장소로 가자." 청대가 다가와 능연의 어깨를 감쌌다.

그들이 시장을 지나 작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은 행상과 장사치들이었다. 청대가 여관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능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여기서 하인 노릇을 해야 한다." 청대가 능연에게 설명했다. "방 청소, 물 긷기, 그리고 손님들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능연이 어안이 벙벙해져서 청대를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청대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그녀가 능연에게 걸레와 물통을 건네주었다. 능연이 받아들고 서 있었다. 여관 주인이 그를 2층으로 데려갔다.

"여기 방을 청소해라." 주인이 방 하나를 가리켰다.

능연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한 여성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능연이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새 하인인가?"

"예, 예." 능연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가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여성이 일어나 능연 뒤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그의 엉덩이를 스치며 지나갔다.

"이 하인 참 예쁘게 생겼구나. 얼굴은 좀 못생겼지만 말이다."

능연이 몸을 움츠렸다. 여성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옷이 너무 헐렁하다. 몸매가 꽤 좋은데?"

여성의 손이 능연의 가슴을 더듬었다. 능연이 숨을 들이켰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고 다른 여성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능연을 보고 웃었다.

"아, 새 하인!" 한 여성이 외쳤다. "이리 와서 우리 발도 좀 닦아 줘."

능연이 망설이며 서 있었다. 여성들이 그를 둘러싸고 그 중 한 명이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빨리 와. 게으름 피우지 말고."

능연이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발을 닦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그의 머리와 어깨를 쓰다듬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 하인이 꽤 순하네."

"그래, 주인님 말을 잘 듣는 것 같아."

능연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는 평민 여성들에게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굴욕이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청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능연이 무릎을 꿇고 발을 닦는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잘하고 있군요."

여성들이 청대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

"계속하세요." 청대가 손을 내저었다. "이 하인을 좀 더 가르쳐 주세요."

여성들이 다시 능연에게 집중했다. 그가 다른 여성의 발을 닦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 여성이 그의 머리를 끌어당겨 그의 입을 자신의 발등에 대고 비볐다.

"이걸로 닦아라."

능연이 충격을 받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여성이 다시 그의 머리를 눌렀다. 능연이 입을 열어 발을 핥았다. 짠맛과 흙냄새가 혀에 감겼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한 쾌감이 그의 하복부를 타고 올라왔다.

"됐다." 청대가 말했다. "이제 그만 가자."

능연이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청대가 그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할 일이 더 있다."

그들이 여관을 나와 어두운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자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낡은 건물이 하나 서 있었다. 현관에는 붉은 등이 걸려 있었다.

"기생집이다." 자당이 능연에게 설명했다. "네가 여기서 손님을 접대해야 한다."

능연이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무슨 소리야! 나는 황제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황제?" 자당이 비웃었다. "지금 너는 누구냐? 김돌쇠, 전당포에 빚진 자, 아내에게 버림받은 자, 그리고 오늘은 여기서 네 몸을 팔아야 할 자다."

그녀가 능연의 옷깃을 잡아 기생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안은 어둡고 향 냄새가 진동했다. 손님 몇 명이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능연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뭐야? 새 기생인가?"

"못생겨서 어쩌나?"

자당이 능연을 방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방 안에는 여러 명의 여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능연을 둘러싸고 그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 능연이 저항하려 했지만 자당이 그의 팔을 뒤로 묶었다.

"이게 바로 교습이다." 자당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는 어떤 굴욕도 견뎌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복종을 배울 수 있다."

여자들이 능연의 옷을 벗겼다. 맨살이 드러나자 손님들이 야유를 보냈다. 어떤 여자가 그의 가슴을 만지며 농락했다. 다른 여자가 그의 다리를 벌렸다.

"이 녀석 제법 건장하잖아?" 한 여자가 말했다. "그런데 얼굴이 왜 저 모양이야?"

"그래도 쓸모는 있을 거야." 다른 여자가 대답했다.

자당이 손님들 중 한 명에게 손짓했다. 두 명의 여자가 다가와 능연의 다리를 잡고 벌렸다. 능연이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한 여자가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가만히 있어." 자당이 명령했다. "네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자들 중 한 명이 발을 들어 능연의 사타구니를 향해 쳤다. 능연이 신음하며 몸을 움츠렸다. 고통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이상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한 번 더."

여자가 다시 발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더 강했다. 능연이 비명을 질렀다. 손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자당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아. 네가 고통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법을 배우고 있구나."

여자들이 번갈아 가며 능연을 찼다. 고통이 점점 커졌지만, 그 고통 속에서 능연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몸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느꼈다. 수치심과 쾌락이 뒤섞여 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만." 자당이 손을 들어 올렸다. "네가 충분히 배운 것 같구나."

여자들이 물러났다. 능연은 바닥에 쓰러져 헐떡였다. 그의 몸은 고통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느낌이 일고 있었다. 그는 절정에 거의 다다랐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 그가 간절히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당이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가 능연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이 기생집을 나오자 거리는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유여연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가죽 끈이 들려 있었다.

"폐하, 제 차례입니다." 유여연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능연의 목에 가죽 끈을 채웠다. 끈의 다른 쪽 끝은 그녀의 손에 있었다.

"이리 오세요, 폐하. 네 발로 기어 오셔야 합니다."

능연이 망설이며 유여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혼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유여연이 끈을 잡아당겼다.

"어서요. 저를 실망시키지 마세요."

능연이 천천히 무릎을 꿇고 네 발로 엎드렸다. 거친 돌길이 그의 무릎과 손바닥을 아리게 했다. 유여연이 앞으로 걸어가며 끈을 잡아당겼다. 능연이 그 뒤를 따라 기어갔다.

거리의 아이들이 그를 보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들은 손가락질하며 웃었고, 다른 아이들은 돌멩이를 던졌다.

"개다, 개!" 아이들이 소리쳤다. "어른이 개처럼 기어다닌다!"

능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의 조롱을 견뎌야 했다. 유여연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폐하, 좀 더 빨리 기어야겠네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가 발을 들어 능연의 등을 밟았다. 가죽 신발의 굽이 그의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능연이 신음하며 몸을 움츠렸다.

"조용히 해요, 폐하." 유여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아이들 앞에서 창피하게 굴지 마세요."

아이들이 더 가까이 다가와 능연을 둘러쌌다. 한 아이가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다른 아이가 그의 뺨을 찔렀다. 능연이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그 눈물 속에서도 미묘한 쾌락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 이제 저쪽으로 가요." 유여연이 끈을 잡아당겨 방향을 바꿨다.

능연이 그녀가 가는 대로 따라 기어갔다. 그의 무릎은 벌써 빨개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오히려 이 고통이 그를 더욱 깊은 굴욕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들이 시장 한가운데에 도착했을 때, 유여연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이 사람을 보세요. 이 사람은 남의 집 돈을 훔친 도둑입니다. 오늘 이렇게 모두 앞에서 벌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능연을 구경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옷을 찢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능연은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완전히 체념한 상태였다. 오히려 이 굴욕이 그를 더욱 흥분시키고 있었다.

"됐다." 유여연이 끈을 풀며 말했다. "오늘은 이쯤 하자."

능연이 땅에 쓰러져 헐떡였다.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그의 마음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 굴욕이 두려웠지만, 동시에 갈망했다. 이 고통 속에서 그는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후궁들이 그를 다시 데리고 비밀 통로를 통해 궁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변장을 풀고 깨끗이 씻었다. 능연이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평민의 얼굴이 사라지고 다시 황제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전혀 다른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의 교습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폐하?" 상화가 다가와 물었다.

능연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존경과 갈망이 섞여 있었다.

"예, 상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교습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하시겠습니까?" 비연이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예." 능연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내일도... 밖에 나가서 교습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후궁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청대가 앞으로 나와 능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훌륭합니다, 폐하. 당신은 이미 진정한 제자가 되었습니다."

능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굴욕, 고통, 복종. 이 모든 것이 그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는 더 이상 황제의 굴레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는 그들의 것이었다.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그날 밤, 능연은 침대에 누워 내일의 교습을 기대했다. 어떤 변장을 하게 될까? 어떤 굴욕을 견뎌야 할까? 이 생각만으로도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눈을 감고 하루의 기억을 되새겼다. 다방에서의 무릎 꿇기, 시장에서의 묶임, 여관에서의 하인 노릇, 기생집에서의 고통, 거리에서의 기어 다님. 이 모든 기억이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과 함께 떠올랐다.

그가 깊은 잠에 빠지기 직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여연이 조용히 들어와 그의 침대 옆에 섰다.

"폐하, 주무시나요?"

능연이 눈을 떴다. "아니오."

"다음 교습에 대해 생각하고 계셨나요?"

"예."

유여연이 침대에 걸터앉아 능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일은 더 특별한 장소를 준비했습니다. 폐하께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녀가 일어나 방을 나갔다. 능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다릴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능연은 일찍 일어났다. 후궁들이 이미 그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상화가 또 다른 낡은 옷가지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오늘은 다른 변장입니다, 폐하."

능연이 옷을 받아들고 입었다. 이번에는 장애인이었다. 한쪽 다리는 짧았고, 한쪽 눈은 가리개로 가려져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거의 절뚝이며 걸어야 했다. 얼굴에는 화상을 입은 것 같은 흉터가 그려져 있었다.

"오늘은 거지 행세를 해야 합니다." 청대가 설명했다. "시장 한가운데에서 구걸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하는 모든 말에 순종해야 합니다."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낮은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이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들이 다시 비밀 통로를 통해 궁 밖으로 나갔다. 시장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상화가 능연을 시장 한가운데 있는 빈 공간으로 데려갔다. 그가 바닥에 앉고 다리를 쭉 뻗었다. 지팡이는 옆에 놓았다.

"구걸해라." 상화가 명령했다.

능연이 목청껏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불쌍한 거지에게 동전 한 닢만 베풀어 주십시오!"

행인들이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떤 사람들은 동전을 던져 주었고, 다른 사람들은 비웃으며 지나쳤다. 능연은 계속 외쳤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목소리가 쉬어갔다.

비연이 다가와 그 앞에 서서 한 줌의 동전을 던졌다. 능연이 동전을 주우려 하자 비연이 발로 그의 손을 밟았다.

"잠깐." 그녀가 말했다. "동전 한 닢당 네가 한 가지 일을 해야 한다."

능연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요?"

비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이미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네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발을 핥아라. 그러면 이 동전을 너에게 주마."

능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런 굴욕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니, 그는 이 굴욕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비연의 발 앞에 엎드렸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능연이 입을 열어 비연의 발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흙먼지와 땀 냄새가 그의 혀에 감겼다. 그는 혐오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어떤 쾌감도 느꼈다.

비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훌륭해요. 이 동전은 네 것이다."

그녀가 동전을 능연의 앞에 던졌다. 능연이 주워 바구니에 넣었다. 그때 다른 행인이 다가와 또 다른 동전을 던졌다.

"나도 한 번 해 봐라." 그가 말했다.

능연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몸집이 건장한 상인이었다. 능연이 망설였다. 하지만 상화의 눈빛이 그를 재촉했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상인의 신발을 핥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침을 뱉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능연은 모든 것을 견뎌냈다. 그는 이제 완전히 변했다. 더 이상 자존심도, 체면도 없었다. 오직 복종과 굴욕만이 그의 존재 이유였다.

저녁이 되자, 후궁들이 그를 다시 궁 안으로 데려갔다. 능연은 지쳐 있었지만,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는 상화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상화." 그가 말했다. "오늘의 교습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상화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잘 따라와 줘서 기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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