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자 취화루의 붉은 등롱이 차례로 켜지기 시작했다. 거리의 행인들은 그 화려한 누각 앞을 지날 때면 절로 걸음을 늦추고, 흘러나오는 거문고 소리와 여인네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심묵언은 어두운 골목에 몸을 숨긴 채 피투성이가 된 오른팔을 감쌌다. 그의 흰 도포는 이미 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원래 청아했던 얼굴에는 핏자국이 군데군데 묻어 있었다.
"젠장..."
그는 이가 갈리는 소리를 냈다. 가문이 몰락한 지 석 달, 그동안 그는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 원한을 품은 자들이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고, 오늘도 그들의 습격을 받아 간신히 도망쳐 나온 참이었다.
취화루의 문이 열리면서 희미한 불빛이 비스듬히 길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틈새로 술 냄새와 향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흘러나왔다. 심묵언은 주저했다. 이런 기방은 예전 같으면 발길조차 들이지 않았을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쫓기는 몸이었다. 상처는 계속해서 피를 흘렸고, 그가 도망칠 수 있는 힘도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취화루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지기인 거한 두 명이 그를 막아섰다.
"야, 밥은 먹고 다니냐? 여기가 어딘지 알고..."
한 명이 그의 어깨를 밀치자 심묵언이 비틀거렸다. 그 순간, 문 안쪽에서 청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건 우리 손님이야. 들여보내 줘."
거한들이 길을 비켰다. 심묵언이 고개를 들어 문 안을 바라보니, 붉은 비단 휘장 사이로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흰색으로 물들인 치마를 입고 있었고, 그 위엔 가느다란 구름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얼굴은 연하게 화장했지만, 그 아래 감춰진 아름다움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눈이 인상적이었다. 긴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고, 그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는 호수처럼 깊고 어두웠다.
"어서 들어와요, 손님. 밖은 위험해요."
그녀가 손짓했다. 심묵언은 망설였지만, 결국 발을 들여놓았다.
취화루 안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화려함이었다. 천장에는 호롱불이 수백 개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비단 병풍이 늘어서 있었다. 중앙의 넓은 마당에서는 기생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그들의 발목에 달린 방울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그러나 지금 심묵언은 그런 것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흘러내렸고, 그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이리 와요. 제 방이 있어요."
그 여인이 그를 이끌어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의 상처가 저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방 안은 외부의 소란과는 달리 조용했다. 창문가에는 작은 향로가 놓여 있었고, 거기서 은은한 백합 향이 피어올랐다. 침상은 정리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비단 이불이 펼쳐져 있었다.
"앉아요."
그녀가 그를 침상 가장자리에 앉히고, 조심스럽게 그의 도포를 벗겼다. 상처는 깊었다. 오른쪽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길게 베인 자국이 있었고,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조금 아플 거예요."
그녀가 상처를 닦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의외로 섬세했고, 붕대를 감는 솜씨도 능숙했다. 심묵언은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얼굴은 더욱 매혹적이었다. 가느다란 눈썹, 오똑한 콧날, 그리고 약간 도톰한 입술.
"무슨 일로 이렇게 다쳤어요?"
그녀가 물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에는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별거 아니야."
심묵언이 대답을 피했다. 그는 아직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요,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마요."
그녀가 웃었다. 그 웃음에는 애교와 음흉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치료를 다 하려면 옷을 더 벗어야 해요. 가슴 쪽에도 상처가 있지 않나요?"
심묵언이 머뭇거렸다. 그는 예전에 여자와 몸을 섞은 적이 없었다. 가문의 소공자로서 그는 항상 품위를 유지해야 했고, 기방 같은 곳은 발길조차 들이지 않았다.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저는 약녀일 뿐이니까요."
그녀가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그의 상의를 완전히 벗겼다. 심묵언의 상체가 드러났다. 그의 몸은 무술을 익혀서인지 단단했고, 피부는 여자처럼 희었다. 그러나 군데군데 멍과 상처가 있었다.
그녀가 그의 가슴에 상처를 발견했다. 깊지는 않았지만, 길쭉하게 베인 자국이었다.
"이건 칼에 베인 상처군요."
그녀가 약병을 꺼내 상처에 발랐다. 약이 스며들면서 심묵언이 몸을 움찔했다.
"아프죠? 조금만 참아요."
그녀가 그의 상처 주위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때였다. 심묵언의 시선이 무심코 그녀의 다리로 향했다.
그녀는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허벅지 부분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검은색 비단으로 만든 긴 양말이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었고, 불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났다.
심묵언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이미 그 광경을 기억해 버렸다. 그 비단 같은 촉감이 상상 속에서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왜 그래요? 무슨 생각을 해요?"
그녀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심묵언의 뺨이 붉어졌다.
"아니야..."
"거짓말.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음흉한 기쁨이 숨어 있었다.
"혹시, 제 비단 양말을 보고 있던 건 아니에요?"
심묵언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대답이었다.
"재미있네요. 강호의 협객이 이런 걸 보고 부끄러워하다니."
그녀가 천천히 일어나더니, 방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살짝 걷어 올렸다. 이제 그녀의 종아리 전체가 드러났다. 검은색 레이스 장식이 달린 긴 양말이 그녀의 다리를 감싸고 있었고, 허벅지 윗부분까지 이어져 있었다.
심묵언은 숨을 삼켰다. 그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음은 부끄러움과 자괴감으로 가득 찼지만, 눈은 그 광경에서 떼지 못했다.
"자, 다 치료했어요. 이제 좀 쉬어야겠죠?"
그녀가 다시 침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옆에 앉지 않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치료비를 내야 해요."
심묵언이 눈을 크게 떴다.
"치료비?"
"네. 제가 당신을 구했잖아요. 그리고 치료도 해줬고요.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부드러움이 없었다. 그 대신 날카로운 명령조가 섞여 있었다.
"무슨 보답을 바라는 거지?"
"간단해요. 여기 무릎 꿇어요. 그리고 제 발을 핥아요."
심묵언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소리야!"
"왜요? 싫어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그 웃음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나는 강호의 남자다! 이런 치욕을..."
"강호의 남자? 그런데 왜 여기 왔죠? 왜 내 도움을 받았죠?"
그녀의 말이 칼처럼 그의 가슴을 찔렀다.
"당신은 지금 아무것도 아니에요. 쫓기는 몸, 상처투성이, 숨을 곳도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에요. 그런데도 자존심만 내세우려고 해요?"
심묵언이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상처가 아프게 울렸고, 그의 힘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선택은 당신 몫이에요. 내 말을 따르면, 여기서 쉴 수도 있고, 치료도 더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거부하면, 지금 당장 이 방에서 나가야 해요. 밖에는 당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심묵언은 그 눈빛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읽었다. 그는 꼼짝할 수 없었다.
천천히, 그는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그의 자존심이 산산조각나는 소리가 났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알겠어."
그녀가 기쁘게 웃었다. 그 웃음은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 같았지만, 그 속에는 음흉한 쾌감이 숨어 있었다.
"잘했어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그녀가 오른쪽 다리를 살짝 들어 그의 앞에 내밀었다. 비단 양말에 싸인 그녀의 발이 그의 얼굴 앞에 있었다. 은은한 향수 냄새와 함께, 비단의 매끄러운 촉감이 그의 뺨에 스쳤다.
"핥아요. 천천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심묵언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그의 혀가 비단 양말 위에 닿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그의 혀끝을 타고 전해졌다. 그것은 마치 불꽃처럼 뜨거웠다.
그가 양말 위를 천천히 핥기 시작했다. 그의 혀는 비단의 결을 따라 움직였고, 그녀는 그 움직임에 맞춰 가느다란 신음을 흘렸다.
"음... 좋아... 그렇게... 천천히..."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속삭임처럼 들렸다. 심묵언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행동에 몰두했다. 그의 뺨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수치심이 소용돌이쳤다. 나는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 나는 강호의 공자였는데...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그녀의 발이 그의 뺨 위를 스치면서,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그만."
심묵언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처음 치고는 꽤 잘했어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그녀가 일어나더니, 침상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비단 양말이 드러난 두 다리를 벌렸다. 그 사이로, 그녀의 허벅지 위쪽까지 이어진 양말이 보였다.
"이제 여기로 와요. 무릎 꿇고, 내 허벅지를 핥아요."
심묵언이 몸을 떨었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굴종의 사슬은 끊을 수 없었다. 그는 기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그녀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었을 때, 그녀가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착한 아이야. 조금만 더 하면, 네가 원하는 걸 줄게."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달콤한 독약 같았다. 그는 그 독약에 취해,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날 밤, 심묵언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자존심, 품위, 그리고 남자로서의 긍지까지.
그러나 그는 아직 몰랐다.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앞으로 더 깊은 수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취화루의 등롱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빛 아래서, 한 여인의 음흉한 웃음과 한 남자의 절규가 뒤섞여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며칠 후, 심묵언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의 상처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유여연은 그를 매일 불러들여, 다양한 방법으로 조교했다. 때로는 무릎 꿇고 핥게 하고, 때로는 자신의 치마 속에 얼굴을 묻게 했다. 심묵언은 저항하려 했지만, 매번 그녀의 말에 굴복했다.
"오늘은 특별한 걸 가르쳐 줄게."
어느 날, 유여연이 그에게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하늘색 비단으로 만든 여인의 옷이 들려 있었다.
"이걸 입어."
심묵언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나는 남자야!"
"알아. 하지만 지금 너는 내 노예야. 노예는 주인의 명령을 따라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냉혹했다. 심묵언은 그 눈빛에 압도되어 어쩔 수 없이 옷을 받아들었다.
그가 여장을 하고 나오자, 유여연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어울려. 이제 나랑 같이 내려가자."
취화루 1층 홀에는 많은 손님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심묵언이 여장을 한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와, 저게 뭐야? 남자인가 여자인가?"
"얼굴은 꽤 잘생겼네, 하지만 옷이 참 웃겨."
심묵언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는 주먹을 쥐었지만, 유여연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조용히 해. 여기서 난동 부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녀의 속삭임은 차가운 칼날 같았다.
"자, 이제 여기서 기어. 모든 손님들 앞에서, 개처럼 기어."
심묵언이 망설였다. 그러자 유여연이 그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아래로 눌렀다.
"기어, 내가 명령했어!"
그는 어쩔 수 없이 네 발로 엎드렸다. 그리고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어떤 이는 그의 엉덩이를 때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의 뺨을 꼬집기도 했다.
"하하하, 저거 완전 개네!"
"유여연, 어디서 저런 재미있는 노예를 구했어?"
유여연이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길에서 주웠어요. 길 잃은 강아지였는데, 제가 잘 길들였죠?"
심묵언은 그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는 울지 않았다. 이미 울 힘조차 없었다.
그날 밤, 그는 취화루 마당 한가운데서 밤새도록 기어야 했다. 그의 무릎은 까지고, 손바닥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유여연은 2층 난간에 서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긴 비단 양말이 들려 있었고, 그것을 살며시 만지작거렸다.
"재미있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데."
그녀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심묵언은 그날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눈에서는 생기가 사라졌고, 대신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유여연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더 무서운 조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가의 큰아씨 백지, 그리고 묘강의 주술사 소소소. 그들은 곧 취화루에 나타날 것이고, 심묵언은 더 깊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취화루의 붉은 등롱은 오늘도 흔들리고 있었다. 그 불빛 아래서, 한 남자의 영혼이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