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연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울려 퍼졌다. 낮고 부드럽지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입을 열어."
육설기의 몸이 말을 듣듯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방이 텅 빈 공간이었고, 발밑에 닿는 감촉조차 없었다. 오직 평연의 목소리만이 유일한 길잡이였다.
"무릎을 꿇어."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공기가 맨살에 닿았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감각이 둔해진 듯했다.
눈앞에 형체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뿌옇게 흐릿하다가 점차 선명해졌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남자의 하반신. 그리고 그 중심에 우뚝 솟은 무언가.
평연의 속삭임이 다시 들려왔다. 마치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했다.
"그것을 입에 물어. 천천히, 깊이."
육설기가 망설였다. 그녀의 본능이 그것을 거부하려 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명령에 복종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술을 벌렸다. 따뜻하고 단단한 촉감이 혀끝에 닿았다. 이상하게도 역겹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더 깊이. 목구멍까지."
평연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명령했다. 육설기의 머리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입안이 점점 가득 차올랐다. 숨 쉴 틈이 좁아졌다. 그녀의 혀가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연이 가르쳐 준 대로.
"좋아. 입술을 오므려. 빨아들이듯이."
육설기가 고개를 움직이며 리듬을 탔다. 깊이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점점 감을 잡아갔다. 평연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지시를 내렸다.
"좀 더 빠르게. 이 치아로 살짝 긁어. 그래, 바로 그렇게."
시간 감각이 사라졌다. 몇 분이 흘렀는지, 몇 시간이 흘렸는지 알 수 없었다. 육설기는 오직 그 동작에만 집중했다. 평연에게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 그녀를 움직였다.
"이제 멈춰."
평연의 명령에 그녀가 입을 뗐다. 침이 실처럼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그녀는 여전히 무릎 꿇은 자세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목구멍이 약간 저렸지만, 견딜 만했다.
평연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웃음을 머금었다.
"수고했어. 자, 이제 기억은 사라질 거야. 하지만 몸은 기억할 거야."
육설기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다시 그녀를 감쌌다.
참새 지저귀는 소리에 육설기가 눈을 떴다. 햇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 목을 가볍게 돌려 보았다. 아무 이상 없었다. 혀뿌리가 저리거나 목이 아픈 느낌도 전혀 없었다.
그녀는 이상한 꿈을 꾼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에 관한 꿈이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꿈 같은 꿈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연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은근한 미소를 띠며 육설기를 바라보았다.
"사형, 잘 주무셨어요?"
평연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육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꽤 깊이 잤어."
평연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그녀가 조용히 육설기의 곁으로 다가갔다.
"좋은 꿈 꾸셨나요?"
육설기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잘 안 나. 아마 별일 아닌 꿈이었나 봐."
평연이 살짝 웃었다. 그 웃음에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여유가 묻어 있었다.
"아쉽네요. 전 사형이 아주 달콤한 꿈을 꾸고 계신 것 같아서요."
평연의 손이 살며시 육설기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육설기는 그 손길이 약간 낯설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평연의 손에 자신의 뺨을 살짝 비볐다.
평연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행도 35%... 이제 조금씩 맛을 알게 될 거야, 사형. 점점 더 갈망하게 될 거야.*
육설기가 눈을 깜빡이며 평연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평연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요."
육설기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대지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 새겨진 또 다른 욕망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날 밤, 다시 찾아올 꿈속에서 그 욕망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