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선노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376a83d0更新:2026-07-22 04:52
평연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울려 퍼졌다. 낮고 부드럽지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입을 열어." 육설기의 몸이 말을 듣듯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방이 텅 빈 공간이었고, 발밑에 닿는 감촉조차 없었다. 오직 평연의 목소리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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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평연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울려 퍼졌다. 낮고 부드럽지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입을 열어."

육설기의 몸이 말을 듣듯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방이 텅 빈 공간이었고, 발밑에 닿는 감촉조차 없었다. 오직 평연의 목소리만이 유일한 길잡이였다.

"무릎을 꿇어."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공기가 맨살에 닿았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감각이 둔해진 듯했다.

눈앞에 형체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뿌옇게 흐릿하다가 점차 선명해졌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남자의 하반신. 그리고 그 중심에 우뚝 솟은 무언가.

평연의 속삭임이 다시 들려왔다. 마치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했다.

"그것을 입에 물어. 천천히, 깊이."

육설기가 망설였다. 그녀의 본능이 그것을 거부하려 했다. 하지만 몸은 이미 명령에 복종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술을 벌렸다. 따뜻하고 단단한 촉감이 혀끝에 닿았다. 이상하게도 역겹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더 깊이. 목구멍까지."

평연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명령했다. 육설기의 머리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입안이 점점 가득 차올랐다. 숨 쉴 틈이 좁아졌다. 그녀의 혀가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연이 가르쳐 준 대로.

"좋아. 입술을 오므려. 빨아들이듯이."

육설기가 고개를 움직이며 리듬을 탔다. 깊이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점점 감을 잡아갔다. 평연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지시를 내렸다.

"좀 더 빠르게. 이 치아로 살짝 긁어. 그래, 바로 그렇게."

시간 감각이 사라졌다. 몇 분이 흘렀는지, 몇 시간이 흘렸는지 알 수 없었다. 육설기는 오직 그 동작에만 집중했다. 평연에게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 그녀를 움직였다.

"이제 멈춰."

평연의 명령에 그녀가 입을 뗐다. 침이 실처럼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그녀는 여전히 무릎 꿇은 자세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목구멍이 약간 저렸지만, 견딜 만했다.

평연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웃음을 머금었다.

"수고했어. 자, 이제 기억은 사라질 거야. 하지만 몸은 기억할 거야."

육설기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다시 그녀를 감쌌다.

참새 지저귀는 소리에 육설기가 눈을 떴다. 햇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 목을 가볍게 돌려 보았다. 아무 이상 없었다. 혀뿌리가 저리거나 목이 아픈 느낌도 전혀 없었다.

그녀는 이상한 꿈을 꾼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에 관한 꿈이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꿈 같은 꿈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연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은근한 미소를 띠며 육설기를 바라보았다.

"사형, 잘 주무셨어요?"

평연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육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꽤 깊이 잤어."

평연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그녀가 조용히 육설기의 곁으로 다가갔다.

"좋은 꿈 꾸셨나요?"

육설기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잘 안 나. 아마 별일 아닌 꿈이었나 봐."

평연이 살짝 웃었다. 그 웃음에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여유가 묻어 있었다.

"아쉽네요. 전 사형이 아주 달콤한 꿈을 꾸고 계신 것 같아서요."

평연의 손이 살며시 육설기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육설기는 그 손길이 약간 낯설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평연의 손에 자신의 뺨을 살짝 비볐다.

평연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행도 35%... 이제 조금씩 맛을 알게 될 거야, 사형. 점점 더 갈망하게 될 거야.*

육설기가 눈을 깜빡이며 평연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평연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요."

육설기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대지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 새겨진 또 다른 욕망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날 밤, 다시 찾아올 꿈속에서 그 욕망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11장

훈육실의 기름등잔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평연은 문틈으로 방 안을 응시하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방 안, 육설기는 옥좌에 반쯤 기대어 앉아 있었고, 눈동자는 텅 빈 듯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두 번째 인격이 깨어난 순간이었다.

“사형.”

평연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육설기의 몸이 살짝 움찔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평연은 천천히 다가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냉랭한 표정 아래에는 순종의 그림자가 스며들어 있었다.

“발을 들어 보여주세요.”

평연의 명령은 마치 바람에 실려 온 것처럼 가볍고 당연했다. 육설기는 아무 말 없이 왼발을 들어 올려 평연 앞에 내밀었다. 평연은 손을 내밀어 그의 발목을 잡고, 다른 손가락으로는 신발 끈을 풀었다. 그의 동작은 느리고 정성스러웠으며, 마치 어떤 의식을 집전하는 것 같았다. 옥으로 만든 신발이 벗겨지고 흰 발이 드러나자 등잔 불빛 아래 부드럽게 빛났다.

“사형의 발은 정말 아름다워요.”

평연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손끝으로 그의 발등을 스쳤다. 육설기의 발가락이 살짝 오그라들었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평연은 그의 발바닥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엄지손가락으로 발바닥의 곡선을 따라 세게 문지르며 마치 가장 섬세한 옥기를 다루듯 했다.

“너는 알지? 너 같은 천재가 내 손아귀에서 이렇게 복종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평연이 말하면서 손가락의 힘을 더했다. 육설기의 호흡이 약간 빨라졌고, 목덜미에 가느다란 핏줄이 드러났다. 평연은 그의 반응을 알아채고 손끝으로 발바닥의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문지르며 마치 최면의 경혈을 찾는 듯했다.

“말해 봐, 지금 네가 느끼는 게 뭔지.”

“저... 저는...”

육설기의 목소리가 떨렸다. 평연의 손가락이 유연하게 그의 발가락 사이를 미끄러지듯 스치며 모두를 간지럽혔다. 육설기의 몸이 갑자기 긴장하며 허리를 곧게 폈다. 온몸의 신경이 그 접촉 지점에 집중되어, 발바닥에 전해지는 따끔거리는 감각이 뇌신경을 타고 올라가며 처리할 수 없는 쾌감의 물결을 일으켰다.

“기분이 좋은 것 같아?”

평연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는 일부러 손가락으로 그의 발바닥 중앙을 문지르며 동시에 다른 손가락으로 발뒤꿈치를 간질였다. 육설기의 호흡이 거칠어졌고, 볼에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수치심과 쾌락이 뒤섞여 얼굴 전체가 타는 듯했다.

“청운문의 천재가 이렇게 망가지는 모습을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어떨까?”

평연이 말하며 그의 발을 더 높이 들어 올려, 거의 자신의 얼굴 앞까지 가져왔다. 육설기의 가느다란 장딴지가 팽팽하게 당겨졌고, 힘줄이 드러났다. 평연은 고개를 숙여 그의 발등에 입술을 살짝 댔다. 육설기의 온몸이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고 혼미한 정신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을 빼내려 했다.

“움직이지 마.”

평연이 차갑게 명령하자 육설기의 움직임이 즉시 멈췄다. 평연은 만족스러운 듯 다시 그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핥으며 마치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맛보듯 했다. 혀끝이 발가락 사이를 미끄러지며 달콤한 촉촉한 감촉을 남겼다. 육설기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수치심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몸은 예민하게 반응하여 컨트롤할 수 없는 떨림을 일으켰다.

“네 몸은 나를 거부할 수 없어.”

평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드디어 발가락 사이를 떠나 발바닥 전체를 따라 천천히 위아래로 문질렀다. 구름을 밟는 듯한 부드러움과 거친 마찰이 번갈아 나타나, 육설기로 하여금 쾌감의 파도 속에서 숨 쉴 틈조차 없게 만들었다.

“말해 봐, 너는 누구의 것이지?”

“평연 사제의...”

육설기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평연의 손가락이 이때 발꿈치 관절의 연한 부위를 누르며 동시에 발바닥 아치를 긁었다. 모든 신경 말단이 동시에 폭발하는 듯했고, 육설기의 온몸이 흐느끼며 떨었다.

“계속.”

“나는... 평연 사제의 것이에요...”

목소리는 거의 울먹임에 가까웠다. 평연은 그의 발을 내려놓고 일어나 그의 격앙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등잔 불빛 아래서 육설기의 눈에는 아직 흐릿한 물기가 맺혀 있었지만, 그 깊은 곳에는 어렴풋이 저항의 기색이 스치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사라져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주 좋아.”

평연이 옷깃을 정리하며 방을 나섰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 돌아보며 말했다.

“너는 분명히 말을 잘 들을 거야. 맞지?”

육설기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방문이 닫히고 등잔 불빛이 다시 흔들렸다. 얼마 후, 육설기의 눈에 다시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고, 그는 주위를 돌아보며 눈에 혼란의 빛을 띠었다. 발바닥에 아직 남아 있는 이질적인 감각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옥좌에 서서 냉기를 식히려고 옷깃을 여몄지만, 몸 구석구석에 퍼진 수상한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12장

평연의 손끝이 차갑고 매끄러운 유리병을 스치자, 옅은 약향이 방 안에 퍼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침상에 누워 있는 육설기를 바라보았다. 상대의 눈동자는 흐릿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낯선 광택은 그가 이미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너는 지금부터 내가 가르치는 대로 해야 한다.”

평연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은 아무런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움직임은 기계처럼 딱딱했지만, 눈에는 경계심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평연은 윤활제를 손끝에 묻혀 조심스럽게 육설기의 항문 주위를 발랐다. 처음 닿는 차가운 감촉에 육설기의 몸이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평연은 그것을 무시하고 꾸준히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편하게 해. 긴장 풀어.”

평연의 명령에 육설기의 몸이 서서히 이완되었다. 하지만 평연의 손가락이 점점 깊이 들어가자 날카로운 이물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육설기의 숨이 거칠어졌고, 이마에 얇은 땀이 맺혔다.

평연은 그런 반응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두 번째 손가락을 추가하며 내벽을 더 넓혔다. 육설기의 항문이 압박에 의해 벌어지고, 근육이 저항하며 떨렸다.

“조금만 더 참아.”

평연이 허리를 앞으로 내밀며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육설기의 항문에 겨누었다.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밀어 넣었다. 육설기의 몸이 즉시 경직되었다.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고, 그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삼켰다.

“으...!”

그러나 그 고통 속에는 예상치 못한 쾌감이 섞여 있었다. 낯선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그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육설기의 항문이 점점 부풀어 오르며 선홍색으로 충혈되었다. 평연은 그 모습을 보며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네 몸이 이걸 원하고 있어. 너도 알지?”

평연의 목소리가 다시 귀에 스며들었다. 육설기는 고통과 쾌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숨을 헐떡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곧 평연의 말에 따르듯 다시 초점을 잃었다.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야. 지금 이 순간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네가 깨어났을 때, 너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야. 아픔도, 이상함도 없어.”

평연이 낮은 목소리로 암시를 속삭였다. 육설기의 정신深处에 그 말이 새겨지며, 첫 번째 인격이 깨어났을 때 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장치가 작동했다.

“이제 이 느낌을 즐겨. 너는 이 침범을 원하고 있어. 너는 나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

평연의 암시가 두 번째 인격을 더욱 깊이 사로잡았다. 육설기의 몸이 점점 평연의 움직임에 적응하며, 고통 대신 쾌락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흐느낌과 신음이 섞여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평연은 움직임의 속도를 높이며 육설기의 반응을 관찰했다. 상대가 점점 자신에게 굴복하는 모습이 그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는 암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직감했다. 진행도는 45%에 도달했다.

“좋아. 이대로 계속 가자.”

평연은 다시 한번 육설기의 엉덩이를 감싸 쥐며 더 깊이 박아 넣었다. 육설기의 몸이 떨리며 쾌감의 파도에 휩쓸렸다. 그의 눈은 이미 평연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인형처럼 변해 있었다.

19장

19장

육설기는 평연의 방에서 깨어났다. 몸이 축 처지고 나른했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상한지 짚을 수 없었다. 평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사형, 잘 잤어요?"

"응... 이상하게 피곤하네."

육설기가 이마를 짚었다. 평연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냥 편하게 쉬세요. 요즘 수련이 너무 힘들었잖아요."

평연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 말에 육설기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평연은 손가락으로 육설기의 이마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최면의 고리가 더 깊이 박혀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평연은 루쉐치의 몸에 숨겨진 두 번째 인격을 불러내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암시를 심어왔다.

"이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네요."

평연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육설기의 몸을 살폈다. 며칠 동안 약을 먹이고, 잠들었을 때 암시를 걸었다. 그 결과 육설기는 자신이 어떤 신체적 변화를 겪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육설기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의 몸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보다 피부가 더 예민해지고, 가벼운 접촉에도 전율이 흘렀다. 하지만 정신이 흐릿해져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사형, 기분이 좀 어떤가요?"

평연이 다가와 물었다. 육설기는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몸이 좀 무겁고... 이상하게 예민해."

"그래요? 제가 좀 봐드릴게요."

평연은 손을 내밀어 육설기의 손목을 만졌다. 그 순간 육설기의 몸이 움찔했다. 평연은 미소를 감추며 천천히 말했다.

"사형은 지금 아주 민감한 상태예요. 몸이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조금만 더 도와드릴게요."

평연은 육설기의 몸을 쓰다듬으며 또 다른 암시를 걸기 시작했다. 육설기의 눈동자가 흐려지고,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갔다.

두 번째 인격이 깨어날 시간이었다. 평연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육설기의 눈동자가 갑자기 형형하게 빛났다. 그녀의 표정이 변하고, 웃음기가 사라졌다.

"명령을 내려라."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평연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부터 조금씩 움직여 보자."

평연은 손을 들어 육설기의 볼을 쓰다듬었다. 두 번째 인격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 접촉을 받아들였다. 평연은 천천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육설기의 몸은 이미 그에게 완전히 길들여져 있었다.

"더 깊이... 더 예민하게..."

평연의 속삭임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육설기의 몸은 반응하며 떨렸다.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몸은 이미 욕망에 젖어 있었다.

"진도가 80퍼센트까지 왔어요. 조금만 더 하면 완벽해질 거예요."

평연은 또 다른 암시를 걸었다. 두 번째 인격은 그 명령을 받아들여 몸이 더욱 예민해졌다. 육설기의 입술이 떨리고,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평연은 그녀를 완전히 제압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육설기의 턱을 잡고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했다.

"이제부터 네 몸은 나의 것이다. 너는 나의 명령에만 복종한다."

"네..."

육설기의 목소리는 흐릿했지만, 그 안에는 확실한 복종이 담겨 있었다. 평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다시 쓰다듬었다. 육설기의 몸은 이미 완전히 그에게 길들여져 있었다.

평연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육설기의 몸은 반응하며 떨렸다. 그녀의 표정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표정했지만, 점점 쾌락에 젖어들었다.

"좋아... 그렇게 해..."

평연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움직임을 재촉했다. 육설기의 몸은 그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육설기는 점점 더 깊이 평연의 손아귀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단지 평연의 명령에만 복종하며, 점점 더 깊은 수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평연은 육설기의 몸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하면 완벽해질 것이다. 그는 천천히 육설기의 몸을 쓰다듬으며 또 다른 암시를 걸었다. 육설기의 몸은 반응하며 떨렸다.

"이제 좀 쉬어요. 다음이 곧 올 거예요."

평연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육설기는 눈을 감고, 평연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평연의 것이었다.

7장

칠장

밤이 깊었다. 소죽봉은 달빛조차 스며들지 못할 듯 고요했다.

평연은 발소리를 죽여 육설기의 거처로 향했다. 문 앞에 섰을 때, 그는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미소를 지었다. 손가락이 문틈 사이로 살며시 밀어 넣어졌다. 자물쇠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내공이 흘러들었다.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방 안은 어두웠다. 촛불 하나조차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평연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보였다. 육설기가 침상에 누워 있었다. 숨결은 고르고, 얼굴은 평온했다. 깊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평연은 알았다. 이 잠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가 심어 놓은 암시가 지금껏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평연은 침상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손을 내밀어 육설기의 이마를 스치듯 어루만졌다. 차가운 손길이었다. 그러자 잠든 육설기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사형."

평연이 조용히 불렀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였다. 마치 꿈속에서 속삭이는 듯했다.

"일어나십시오. 당신의 참모습을 찾을 때입니다."

육설기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처음에는 흐릿하던 시선이 점차 초점을 잡았다. 그러나 그것은 낮에 마주하는 육설기의 눈이 아니었다. 더 짙고, 더 어둡고, 더 위험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누구냐."

육설기가 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평연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저는 당신의 주인입니다."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이었다. 평연이 오랜 세월 동안 정성스럽게 길러 낸, 또 하나의 육설기. 표면 아래 잠들어 있던 본능이 깨어난 순간이었다.

평연은 허리춤에서 작은 향낭을 꺼내 흔들었다. 은은한 약초 냄새가 퍼졌다. 육설기의 콧날이 미세하게 움찔했다.

"편안히 하십시오. 여기는 안전합니다. 긴장을 푸십시오."

평연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감미로웠다. 육설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경계심이 일었지만,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어떤 것이 그의 몸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를 믿으십시오. 당신은 제 것입니다."

평연은 손을 내밀어 육설기의 손목을 잡았다. 맥이 뛰고 있었다. 빠르고, 불규칙했다. 그는 그 손목을 자신의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입김을 불어 넣었다. 따뜻한 숨결이 맥 위에 감돌았다.

"오늘은 당신에게 가르칠 것이 많습니다."

평연이 말했다. 미소를 띠며, 그러나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어떤 것들입니까?"

육설기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냉기가 섞여 있었지만, 그 속에서 묘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사랑의 기술입니다. 복종의 미학입니다. 당신이 지금껏 알지 못했던 것들."

평연이 손을 놓고 일어났다. 그는 방 구석에 놓인 서가로 걸어갔다. 거기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표지는 검은 비단으로 싸여 있었고, 아무 글자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는 책을 펼쳐 육설기 앞에 내밀었다.

"읽으십시오. 이 책에는 당신이 배워야 할 모든 것이 적혀 있습니다."

육설기는 책을 받아 들었다. 손끝이 떨렸다. 책장을 넘기는 그의 손길이 불안정했다. 첫 장에는 음란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남녀가 뒤엉킨 형상. 육설기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침묵하십시오."

평연의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 육설기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는 책을 계속 넘겼다. 두 번째 장, 세 번째 장. 점점 더 음란하고 노골적인 내용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성노예의 자세'라는 제목 아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복종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당신이 되어야 할 모습입니다."

평연이 말했다. 그의 손이 육설기의 어깨에 닿았다.

"당신은 제 것입니다. 오직 저만을 위해 존재합니다."

육설기의 몸이 긴장했다. 두 번째 인격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평연의 목소리가 뇌리 속에 박혀, 모든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긴장을 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배울 수 있습니다."

평연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의 손이 육설기의 등을 따라 내려갔다. 척추뼈 하나하나를 짚듯이. 육설기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눈동자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은 강합니다. 그러나 강함은 복종에서 비롯됩니다."

평연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달콤한 독약처럼.

"저에게 복종하면, 당신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육설기의 입술이 열렸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평연은 그 눈물을 닦아 주었다.

"울지 마십시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는 육설기의 턱을 잡아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리게 했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 속에는 명령이 있었다.

"이제 말해 보십시오. 당신은 누구의 것입니까?"

육설기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걸려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평연의 시선이 그를 압박했다. 결국, 육설기의 입술이 떨리며 소리를 냈다.

"...당신의 것입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평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만족스러운 미소였다.

"좋습니다. 오늘의 진도는 여기까지입니다."

평연이 일어났다. 그는 책을 다시 서가에 꽂았다. 그리고 방문으로 걸어가면서,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오늘 배운 것을 되새기십시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몸과 마음은 이미 제 것입니다."

문이 닫혔다. 방 안에는 육설기만 남았다. 그는 침상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그러나 그것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다. 그 빛은 육설기의 등을 비췄다. 그의 그림자는 벽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흔들리는 그림자는 마치 또 다른 인격처럼 보였다.

8장

8장

꿈속은 깊고 어두웠다. 육설기의 의식은 아득히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희미한 감각에 불과했지만, 점차 생생한 움직임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혀끝의 감촉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촉촉한 어떤 것.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꿈속에서 반복될수록 점차 능숙해졌다. 입술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무언가를 핥는 법, 그 깊이와 속도를 조절하는 법, 더 깊숙이 밀어 넣어 목구멍을 자극하는 법. 그것은 본능 이상의 것이었다. 가르침을 받은 적 없는 기술이었으나, 꿈속에서 저절로 연습되고 있었다.

육설기의 몸은 잠든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평온한 표면 아래,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허리가 무의식적으로 꼬이고, 엉덩이가 살짝 들렸다가 내려앉았다. 도포 아래 젖꼭지가 옷감에 스치며 발기해 단단해졌다. 숨결이 거칠어지고, 입가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던 순간, 꿈이 갑자기 끊겼다.

육설기가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약간 나른했지만,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포가 약간 흐트러져 있었으나, 그저 잠결에 몸을 뒤척인 탓이라 생각했다. 그는 도포를 정리하고 다시 누웠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꿈이었을 뿐.

그러나 그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눈을 감자마자, 그 감각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누군가의 손이 그의 몸을 더듬는 듯한 촉감. 가슴을 스치고, 허리를 타고, 엉덩이를 감싸 안는 손바닥. 그는 이를 악물고 저항하려 했지만, 의식은 이미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멀리 대죽봉에서 평연은 방 안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끝에는 가느다란 실 같은 기운이 감겨 있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줄처럼 허공을 타고 육설기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그 줄을 당길 때마다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다.

"좋아.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

평연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눈을 감고 육설기의 몸속에 새겨 넣은 암시를 활성화시켰다. 상상해라, 자신이 나에게 잠식당하는 장면을. 더 선명하게, 더 생생하게.

꿈속에서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은 몸부림쳤다. 저항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갈망하는 듯했다. 평연이 생각을 집중할수록 그 인격은 점점 그의 의지에 물들어 갔다.

"25퍼센트."

평연은 혼잣말로 진행도를 헤아렸다. 아직 멀었지만, 길은 확실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암시를 깊게 하면, 언젠가는 저 인격이 완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날 밤, 육설기는 꿈속에서 평연의 손길을 느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그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다. 도포 아래 젖꼭지는 아직도 단단했고, 허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두 번째 인격이 이미 천천히 평연에게 굴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9장

9장

평연은 손바닥에 든 은색 향로를 가볍게 두드렸다.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라 허공에 흩어졌다. 전령아가 육설기의 방에 두고 온 그 향, 그 향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육설기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눈빛은 흐릿했고, 손끝은 책장 위를 맴돌았다.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스쳤다. 전령아의 목소리 같았다. 아주 작게, 아득하게.

"사형, 나를 따라와요."

육설기는 고개를 들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그녀의 귀에, 아니 그녀의 머릿속에 직접 새겨진 듯이.

일어났다. 걸음걸이는 자연스러웠다.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움직였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고, 다시 복도를 지나, 끝없이 이어지는 긴 회랑. 그리고 어느새 평연이 서 있는 지하 훈육실 입구에 도착했다.

평연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눈동자는 차갑게 반짝였다.

"와줬구나, 사형."

육설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평연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안으로 이끌었다.

지하 훈육실은 좁고 어두웠다. 벽에는 향로 몇 개가 걸려 있었고, 바닥에는 부드러운 깔개가 깔려 있었다. 평연이 문을 닫자, 안은 완전히 고립된 공간이 되었다.

"자, 사형. 지금부터 네 몸이 진짜 쾌감을 알게 될 거야."

평연은 느릿느릿하게 육설기의 도포 끈을 풀었다. 흰색 도포가 바스라지며 벗겨졌다. 속에 받쳐 입은 속옷이 드러났다. 평연은 손가락으로 그 옷깃을 살짝 밀어 내렸다.

속바지도 벗겨졌다.

육설기의 몸은 완벽했다. 창백한 살결 위로 희미한 근육의 선이 흐르고, 가느다란 허리선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평연은 숨을 삼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광경이었다.

평연은 손을 내밀어 바이브레이터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은색의 작은 기구였다. 그녀는 육설기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육설기는 아무런 반응 없이 서 있었다. 마치 조각상처럼.

"네 몸은 이제 네 것이 아니야. 내가 가르쳐 줄게, 진정한 즐거움을."

평연의 손끝이 육설기의 복부를 스쳤다. 거기서부터 아래로, 조심스럽게 촉촉한 곳을 찾아갔다. 바이브레이터의 끝이 클리토리스에 닿았다. 육설기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평연이 스위치를 켰다. 기계가 진동했다. 작은 떨림이 육설기의 가장 민감한 부위로 전해졌다. 육설기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현실에서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꿈속에서만 맛본 그 쾌감이, 지금 이 순간 실제로 피부 위를 타고 퍼져 나갔다.

육설기의 손가락이 바닥을 긁었다. 그녀의 목에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쾌감의 깊이는 그녀를 휘감았다. 처음 느껴보는 현실의 감각이었다. 두 번째 인격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 인격은 평연의 암시에 따라, 이 순간만은 완전히 해방되어 있었다.

"좋지, 사형?"

평연은 낮게 속삭였다.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을 더 강하게 조절했다. 육설기의 무릎이 떨렸다. 그녀의 몸은 저절로 뒤로 젖혀졌다. 등이 깔개에 닿았다. 평연이 그 위로 몸을 기울였다.

육설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의 가슴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 평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목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진동하는 기계가 육설기의 몸 안쪽을 자극했다.

육설기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이었다. 현실에서, 이렇게 쾌감을 느끼며 신음한 것이. 그녀의 두 번째 인격은 자유로웠다. 제약 없이, 두려움 없이, 그저 느끼기만 했다.

시간이 흘렀다.

평연이 바이브레이터를 끄고 몸을 일으켰다. 육설기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눈을 떴다. 하지만 그 눈에는 여전히 아무런 자각도 없었다.

평연은 육설기의 도포를 다시 입혀 주었다. 손끝으로 옷깃을 정리하고, 허리끈을 묶어 주었다. 육설기는 기계처럼 움직였다. 평연의 손길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자, 이제 방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육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훈육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계단을 올라가고, 회랑을 지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책장을 넘겼다.

지하 훈육실에서 평연은 남은 향을 정리하며 혼자 웃었다. 그 웃음은 깊고, 어둡고, 만족스러웠다.

장 1

청운문의 대전은 웅장하고 장엄했다. 수많은 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종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연은 대전 한쪽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눈빛을 멀리 있는 한 인영에 고정시켰다.

육설기였다.

그녀는 여러 동문들 사이에 서 있었다. 흰 도포 자락이 바람에 살짝 나부끼고, 허리춤의 옥패가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얼굴은 마치 달빛을 머금은 듯 청초하고 냉담하여, 감히 가까이하기 어려운 기품을 풍겼다. 주변의 제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그녀는 묵묵히 서서 눈빛에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평연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비볐다.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저 여자…”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눈동자에 어두운 광채가 스쳤다. 저 고고하고 냉담한 모습, 저 청아한 기골, 마치 인간 세상에 속하지 않은 듯한 그 모습. 그는 이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때부터, 몇 년 전 소죽봉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부터, 이 여자는 그의 마음속 깊이 뿌리내렸다.

그러나 육설기는 그를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었다. 청운문에서 칭송받는 천재, 소죽봉 봉주의 친전 제자. 그녀는 처음부터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대죽봉의 여섯 번째 제자, 그저 그런 제자일 뿐이었다.

“사형님.”

갑자기 뒤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평연은 고개를 돌렸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가볍게 뛰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맑고 밝았고,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전령아.”

평연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사형님, 여기서 뭐 하세요? 종회 곧 시작하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요?”

전령아가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좀 있다 갈게. 너 먼저 가.”

평연이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령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뒤 뛰어서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붉은 그림자만이 스치듯 남았다.

평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거두었다.

전령아, 대죽봉의 붉은 옷 소녀, 그의 사매이자 사형 육설기의 첫사랑. 그는 이 정보를 이미 오래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자신의 인형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랜 세월 동안의 최면 암시, 약물 제어, 그리고 세심한 정신 세뇌. 지금의 전령아는 이미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잃고, 그가 명령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조종당하는 인형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했다.

그는 육설기가 필요했다. 그 고고한 천재가 그의 손안에 굴복하는 모습, 그 냉담한 눈에 오직 그만을 담는 모습, 그 청아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만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평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눈에는 집착의 빛이 반짝였다. 그는 몸을 돌려 조용히 대전을 떠났다. 발걸음은 가볍고 빠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수련실로 돌아왔다. 수련실은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주변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고요했다. 문을 닫자 은은한 향이 코를 찔렀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작은 옥병을 꺼냈다. 옥병 속에는 맑고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었고, 은은한 단향이 풍겼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약은 일곱 가지 독초와 다섯 가지 영약을 배합하여 정제한 것으로, 단 한 방울이면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이미 청운문의 제자들을 상대로 여러 번 시험해 보았고, 모두 성공했다.

다만 육설기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수련이 깊고 마음이 단단하여, 이 약으로는 충분히 제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최면 암시가 필요했다. 깊은 잠 속에서 반복적으로 심어지는 암시, 이렇게 해야만 비로소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자신의 명령을 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임무는 그 누구보다 전령아에게 적합했다.

평연은 몸을 일으켜 벽에 걸린 그림 앞으로 걸어갔다. 그림 속에는 백학이 구름 사이를 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필치는 소탈하고 우아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림을 살짝 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매가 이 그림을 잘 그렸지.”

그의 눈에 깊은 어둠이 스쳤다.

“그러나 이제, 이 그림도, 너도, 모두 나의 것이다.”

그는 몸을 돌려 수련실 구석에 놓인 나무 인형을 바라보았다. 인형은 사람 키만 했고, 흰 도포를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이목구비가 새겨져 있었다. 놀랍게도 그 용모가 육설기와 매우 닮아 있었다.

평연은 다가가 인형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에는 미친 듯한 열정이 스쳤다.

“곧, 곧 너는 진짜가 될 거야.”

그가 속삭였다.

“너의 눈, 너의 마음, 너의 모든 것이 오직 나만을 바라보게 될 거야.”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안정을 찾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다음 단계는 전령아를 통해 육설기에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그가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그는 수련실 구석에 있는 작은 향로를 열고, 안에서 타고 있는 향을 꺼냈다. 향은 희미한 푸른 연기를 뿜어내며, 공기 중에 기이한 향기를 퍼뜨렸다. 이 향은 최면 암시의 매개체로, 전령아가 이미 깊이 각인된 암시를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 남겼다. 이제 명령만 내리면, 그녀는 스스로 행동할 것이다.

평연은 눈을 감고 암시를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고, 마치 깊은 산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바람 소리 같았다.

“전령아, 가거라. 육설기를 찾아라. 그녀에게 먹일 약을 주고, 최면 암시를 걸어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평연은 눈을 떴다. 전령아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약간 흐릿했지만, 순간 원래의 맑고 밝은 빛으로 돌아왔다.

“사형님, 부르셨어요?”

그녀가 물었다.

평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냥 밖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서.”

전령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는 순간, 평연이 그녀를 불렀다.

“전령아.”

“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사형 육설기를 잘 챙겨라. 그녀, 요즘 종회 준비하느라 좀 피곤한 것 같더라.”

평연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했으며, 걱정하는 듯했다.

전령아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사형님. 제가 사형님을 잘 챙길게요.”

그녀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평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좋아,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