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묘한 선노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7e140871更新:2026-07-22 05:21
평연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문득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이내 가볍고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렸다. “사형.” 전령아의 목소리였다. 평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들어와.” 전령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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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평연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문득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이내 가볍고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두 번 울렸다.

“사형.”

전령아의 목소리였다. 평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들어와.”

전령아가 방 안으로 들어서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상한 빛이 감돌았지만, 표정은 무던히 평온했다. 평연이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이미 사형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전령아가 대답했다. 평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가로 걸어갔다. 복도는 고요했고, 멀리서 바람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육설기가 머무는 별당으로 향했다.

별당의 문은 닫혀 있었다. 평연은 손을 들어 문을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실내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나왔다. 육설기는 침상에 누워 있었고, 눈을 감고 있었지만 숨소리는 고르지 않았다. 평연이 다가가 침상 옆에 앉았다.

“사형.”

그는 부드럽게 불렀다. 육설기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눈동자는 맑았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한 몽롯함이 어려 있었다. 평연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피부는 차가웠다.

“오늘은 좀 어떤가?”

육설기가 고개를 저었다. “별일 아니다. 그저... 약간 피곤할 뿐이다.”

평연은 손을 거두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쉬어야지. 내가 옆에 있을게.”

그는 조용히 말하며 손을 육설기의 손목에 얹었다. 맥박은 평소보다 빠르고 불규칙했다. 평연은 마음속으로 만족감을 느꼈다. 최면의 효과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육설기는 자신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평연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조차 그저 나른한 피로로 착각할 뿐이었다.

“사형, 생각나는 게 있나? 자네가 전에 말했던 그 검법 말이야.”

평연이 물었다. 육설기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어떤 검법?”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평연은 손가락으로 살며시 그녀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편하게 쉬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느릿느릿했으며, 무언의 명령이 섞여 있었다. 육설기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녀는 저항할 힘도 없이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평연은 그녀의 깊은 잠을 확인한 뒤, 방 안에서 작은 향로를 꺼내 불을 붙였다. 은은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방 안은 기묘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는 육설기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부터 네 몸은 내 명령에만 반응할 것이다. 네가 깨어 있을 때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러나 너의 다른 자아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육설기의 호흡이 다시 거칠어졌다. 그녀의 몸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평연은 그것이 제2인격이 깨어나는 신호임을 알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제... 일어나라.”

육설기의 눈이 갑자기 떠졌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날카롭고 빛나는 눈빛이 평연을 응시했다. 평연은 그 시선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왔다. 너는 나를 알고 있느냐?”

“물론이다. 너는 내 주인이다.” 목소리는 낮고도 매혹적이었다.

평연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육설기는 침상에서 일어나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움직임은 유려했고, 전혀 저항감이 없었다. 평연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오늘부터 너는 나를 섬길 것이다. 명령에 복종하고, 의심하지 마라. 네 몸과 마음은 모두 내 것이다.”

“명령대로.”

육설기가 대답했다. 평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웃었다. “좋다. 이제... 네가 얼마나 민감해졌는지 확인해보자.”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스쳤다. 육설기의 몸이 움찔 떨리며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평연은 그 반응을 눈여겨보았다. 이전보다 훨씬 예민해졌다. 제2인격이 지배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는 전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

평연이 명령했다. 육설기는 고개를 숙여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평연은 손을 빼내며 일어섰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너는 다시 잠들어라. 깨어나면 모든 것을 잊어라.”

육설기의 눈이 다시 흐려지더니, 그대로 쓰러져 잠에 빠졌다. 평연은 방 안을 정리하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복도로 나오자 전령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진도는 80% 정도다. 앞으로 며칠만 더 하면 완벽해질 것이다.” 평연이 대답했다.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전령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형께서 명령하시면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잘했다. 이제 가서 쉬어라.”

전령아가 돌아서서 사라졌다. 평연은 혼자 서서 별당을 바라보았다. 곧 모든 것이 완성될 것이다. 육설기는 완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고, 그녀의 천재라는 재능조차 그의 손아귀에 놓일 것이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밤, 별당 안에서는 육설기의 가느다란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녀는 평화로운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지만, 그 내면에는 두 개의 자아가 서로 뒤엉켜 있었다. 하나는 순수하고 지고한 검사였고, 다른 하나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인형이었다. 평연의 최면은 점점 더 깊이 파고들었고, 육설기는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점차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장 1

청운문의 대전 앞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늘은 3년에 한 번 열리는 종회가 열리는 날, 각 봉우리의 정예 제자들이 모두 모여 서로 견주고 도술을 나누었다. 평연은 대전 구석의 기둥 뒤에 서서 군중 너머로 한 줄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육설기는 대전 중앙의 높은 단 위에 서 있었다. 그녀는 흰 도포를 입고 머리카락은 먹물처럼 검었으며, 바람에 살짝 흩날렸다. 그녀 주변의 동문들은 모두 그녀를 중심으로 삼았지만,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차가우며, 그 속에는 담담하고 맑은 빛이 스며들어 있어 이 세상의 속물 좁은 사람들을 비웃는 듯했다. 평연의 눈에 비친 그녀는 마치 고산 위의 백설 같아서 누구도 닿을 수 없고, 오직 그만이 그녀를 끌어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소매 안에서 움직였다. 손끝에는 미세한 최면 진동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평생 이렇게 예민한 시선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마음속에 불길이 일었고, 그 불꽃에는 소유욕도 있었지만 더 깊은 데는 다른 어떤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랑과 미움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해소할 수 없는 집착이었다. 그는 이 여자가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차갑고, 그렇게 고고하며, 마치 신선과 같은 사람이 반드시 그의 손아귀에 떨어져야 했다. 그는 그녀가 그 앞에서 무릎 꿇고 구걸하는 모습, 그 차가운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평연은 입가를 살짝 들어 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 대전을 빠져나와 자신의 정자로 향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생각은 더욱 또렷해졌다.

몇 걸음 걷지 않아, 그는 대죽봉으로 통하는 작은 길 모퉁이에 도착했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벽에 기대어 서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령아였다. 한때는 생기발랄했지만 지금은 눈에 약간의 혼란이 서려 있었다.

"사형." 전령아가 인사하며 목소리는 부드럽고 약간 기계적이었다.

평연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 "일이 준비되었느냐?"

"네." 전령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병 하나를 내밀었다. 병 속에는 맑고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었고, 햇빛에 비쳐 이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약은 이미 섞었고, 육 사형이 평소에 마시는 차에 타기만 하면 된다. 나도 그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찾아가서 차를 마시자고 청할 핑계를 댈 수 있다."

평연은 병을 받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미세한 최면술을 불어넣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사매는 명심해라, 사형이 시킨 대로만 하면 된다. 약을 탄 후, 너는 눈을 마주치고 한 가지 말을 해야 한다. '사형, 편히 쉬세요. 제가 말해 드릴게요.'"

전령아의 눈동자가 갑자기 약간 풀리더니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형께서 시키신 대로 하겠습니다."

평연은 만족스러워하며 병을 그녀의 손에 다시 쥐여 주었다. "가라. 모든 일이 네 손에 달렸다."

전령아는 돌아서서 곧장 육설기의 독서당으로 향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가벼웠지만, 그 깊은 곳에는 이미 평연이 오랫동안 새겨 넣은 깊은 인격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더 이상 알지 못했고, 오직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독서당에 도착했을 때, 육설기는 막 경전을 덮고 쉬고 있었다. 붉은 옷의 소녀가 문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전 사매, 무슨 일로 나를 찾았느냐?"

전령아는 문지방을 넘으며 미소 지었다. "사형께서 혼자 심심하실까 봐, 찾아와서 차 한잔 하려고요. 청운의 새로운 차가 막 나왔는데, 같이 맛보실래요?"

육설기는 미소를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준비했다. "좋다."

그녀는 차를 우리기 위해 돌아서며, 전령아가 병 속의 약액을 찻잔에 살며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약액이 물에 스며들어 흩어지고, 찻잔 속 증기마저도 은은하게 물들었다.

차가 준비되자, 전령아는 찻잔을 들어 육설기에게 건넸다. "사형, 먼저 드세요."

육설기는 찻잔을 받아 입가에 가져다 댔다. 차 향기는 그윽했고, 마시자 목구멍에 달콤함이 감돌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 "향기롭고 달다."

전령아는 그녀가 조금 마시는 것을 보고, 긴장이 풀렸다. 그녀가 찻잔을 내려놓을 때, 돌연 눈을 마주치며 부드럽게 말했다. "사형, 좀 쉬세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목소리는 마치 깃털처럼 가벼웠지만, 육설기의 귀에는 분명한 명령으로 들렸다.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이내 다시 맑아졌지만, 그 맑음 속에는 어쩔 수 없는 혼란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수고했구나."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평소의 냉랭함과 품위는 그대로였다. 전령아는 안심하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 속에는 온화함도 있었지만, 더 많은 것은 조종의 쾌감이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독서당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햇빛이 대지를 비추고 있지만, 그림자는 더욱 길어져 땅 위에 검은 선을 그렸다.

평연은 먼 곳에 서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입가의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이제 첫 걸음은 순조로웠다. 앞으로의 인형극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장 10

어둠이 그녀를 감쌌다. 의식은 깊은 잠 속에 잠겨 있었지만, 육설기의 육체는 깨어 있었다. 눈동자는 텅 빈 채 정해진 리듬에 맞춰 천천히 움직였다. 평연의 목소리는 안개처럼 그녀의 의식 가장자리를 스쳤다.

“입을 벌려.”

육설기의 입술이 부드럽게 열렸다.

평연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방 한가운데 놓인 낮은 탁자 위에 올려진 나무 조형물을 가리켰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그 조형물은 인간의 것을 본떠 만든 모양이었다. 전령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 옆에 서 있었다.

“오늘부터 네가 할 일을 가르칠 것이다.”

평연이 육설기 뒤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육설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턱을 살며시 스치자, 그녀의 고개가 살짝 뒤로 젖혀졌다.

“네 입술은 부드럽고, 네 혀는 민첩하다. 네 입 안은 따뜻하고 촉촉하다. 어떤 남자라도 네가 자신의 가장 부드러운 곳을 감싸 안기를 갈망할 것이다.”

평연의 말은 속삭임처럼 부드러웠지만, 육설기의 의식 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녀의 두 번째 인격이 깨어나 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 인격은 순수한 복종과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질문도 없고 의심도 없었다. 오직 명령만 있을 뿐이었다.

“탁자 위의 물건을 봐.”

육설기의 시선이 조형물에 고정되었다.

“그것을 입에 넣어.”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이 조형물의 밑동을 감쌌다. 입술이 닿았다. 차갑고 딱딱한 감촉. 그러나 평연의 목소리가 그 감각을 덮었다.

“너는 그것을 갈망한다. 너는 그것이 주는 따뜻함과 생명력을 원한다. 그것은 네 입에 들어가면 커지고, 너를 채우고, 너의 모든 공간을 차지할 것이다.”

육설기의 혀가 살짝 나와 조형물의 끝을 핥았다. 평연은 미소 지었다.

“더 깊이. 네 입술로 감싸고, 천천히 빨아들여.”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뺨이 들어가고, 조형물이 그녀의 입 속으로 미끄러졌다. 전령아는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녀의 눈에도 같은 공허함이 깃들어 있었다.

“네 혀를 사용해. 아래에서 위로, 끝부분을 원을 그리며 핥아. 마치 가장 달콤한 과일을 맛보는 것처럼.”

육설기의 혀가 명령대로 움직였다. 느리고, 신중하고, 정확하게. 그녀의 눈은 반쯤 감겼다. 평연은 무릎을 꿇은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아. 이제 더 깊이. 네 목을 이완시켜. 저항하지 마.”

조형물이 더 깊이 들어갔다. 육설기의 목이 떨렸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평연의 손가락이 그녀의 후두부를 가볍게 눌렀다.

“삼켜. 네 목구멍의 근육이 열리는 것을 느껴.”

그녀는 삼켰다. 조형물이 더 깊이 들어가 그녀의 식도를 압박했다. 육설기의 숨이 잠시 멈췄지만, 평연의 목소리가 그녀를 이끌었다.

“숨을 쉬어. 코로. 깊고, 느리게. 걱정하지 마. 네 몸은 이것을 위해 태어났다.”

육설기는 명령에 따라 숨을 쉬었다. 그녀의 목 근육이 조형물 주위를 조이며, 무의식적인 리듬을 만들었다. 평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리듬을 관찰했다.

“머리를 앞뒤로 움직여. 이 리듬을 따라.”

육설기의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뒤로. 조형물이 그녀의 입 속을 오갔다. 그녀의 침이 조형물의 밑동에 흘러내려 윤기를 더했다. 평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멈춰. 깊이 넣어. 그 상태로 유지해.”

육설기가 명령에 따랐다. 조형물이 그녀의 목 깊숙이 박혔다. 그녀는 숨을 쉬되, 움직이지 않았다. 평연이 그녀의 뺨에 손을 얹었다.

“네 혀로 네가 얼마나 깊이 있을 수 있는지 느껴봐. 네가 완전히 차 있다는 느낌. 너는 이것을 좋아한다. 너는 이것을 갈망한다.”

육설기의 눈이 감겼다. 그녀의 두 번째 인격이 이 느낌을 받아들였다. 차오르는 만족감, 충족감.

전령아가 앞으로 나왔다. 평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전령아가 육설기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이 조형물 위에 얹혔다.

“사형. 이제 네가 진짜 맛을 기억하게 해줄게.”

전령아가 조형물을 빼냈다. 육설기의 입술이 떨어졌다. 전령아는 자신의 손목을 물었고, 핏방울이 조형물 위로 떨어졌다. 평연이 미소 지었다.

“다시 넣어. 이제 피와 소금과 생명의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육설기가 입을 열었다. 조형물이 다시 들어갔다. 이번에는 피의 금속 맛이 그녀의 혀 위에 퍼졌다. 평연의 목소리가 그녀를 감쌌다.

“이게 바로 갈망해야 할 맛이다. 이게 바로 네가 원하는 것이다.”

육설기의 혀가 조형물을 감쌌다. 빨고, 핥고,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그녀의 두 번째 인격이 즐거움에 떨었다. 평연은 시계를 확인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충분하다. 이제 쉬어라.”

육설기가 조형물을 입에서 뺐다. 그녀의 입가에 침과 피가 섞여 흘러내렸다. 평연이 그녀의 뺨을 닦아주며 부드러운 손길을 주었다.

“네가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네 몸은 이 훈련을 기억할 것이다. 네 혀는 이 기술을 기억할 것이다. 네 입술은 이 갈망을 기억할 것이다.”

전령아가 육설기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흔들거리며 일어섰다. 평연이 그녀 앞에 서서 눈을 마주쳤다.

“잠들어라. 네 두 번째 자아는 잠들어라. 원래의 육설기가 깨어나리라.”

육설기의 눈이 감겼다. 그녀의 몸이 축 처졌다. 평연이 그녀를 안아 침상에 눕혔다. 그녀의 호흡이 고르게 돌아왔다. 그는 전령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음 암시를 준비해라. 그녀의 두 번째 인격이 자지 맛을 갈망하기 시작해야 한다. 깨어난 후에도 그 갈망이 남아 있도록.”

전령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 순수한 복종이 담겨 있었다.

육설기가 천천히 눈을 떴다. 방은 조용했다. 창문 틈으로 햇빛이 스며들어 왔다. 그녀는 일어나 앉으며 목을 좌우로 돌렸다.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목에도 혀뿌리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약간 촉촉했다. 입 안에 아직 남아 있는 낯선 느낌? 그녀는 혀를 굴려 보았다. 싱겁고 깨끗했다. 아무 맛도 없었다.

“이상하네…”

그녀는 중얼거렸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 아마도 단지 건조한 탓이리라.

그 순간, 무언가가 그녀의 뱃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갑작스러운 욕구. 입안이 마르고,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는 느낌. 그녀는 무엇인가를 갈망했다. 무엇인가 따뜻하고, 단단하고, 짭짤한 것을.

“무슨… 생각이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욕망이 점점 커져 그녀의 의식을 물들였다. 그녀는 입술을 핥았다. 깨끗한 공기만이 그녀의 혀에 닿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원했다. 그녀는 갈망했다.

장 11

평연은 조용히 방 안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반응도 없었다. 방 안에는 촛불만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사형.”

평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명령하는 듯한 힘이 실려 있었다.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는 텅 빈 듯하면서도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했다. 평연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발치로 이끌었다. 육설기가 무릎을 꿇었다.

“내 발을 씻겨라.”

육설기가 말없이 움직였다. 물동이에서 물을 떠서 조심스럽게 평연의 발을 적셨다. 손길은 섬세했지만, 그 속에는 기계적인 움직임이 감돌았다. 평연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사형의 손길은 언제나 이렇게 부드럽지.”

평연이 발을 들어 육설기의 뺨에 살며시 비볐다. 육설기가 살짝 떨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평연은 계속했다.

“이제, 내 발로 네 즐거움을 찾아라.”

육설기가 망설이다가 옥으로 빚은 듯 고운 발을 들어 평연의 발등에 얹었다. 살결이 닿는 순간, 전율이 스쳤다. 평연의 발이 그녀의 발바닥을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어때? 내 발이 너를 이렇게 애태우는데.”

평연의 목소리에는 악의가 섞여 있었다.

“너, 청운문의 천재라는 그 고고한 사형이 지금 내 발 아래서 몸부림치고 있어.”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이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며 피부에 전해지는 감각에 집중했다. 수치심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흥분이 솟아올랐다. 평연의 발이 그녀의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더 깊이, 더 느끼게 해줘.”

평연이 명령했다. 육설기가 발을 더 가까이 밀착시켰다. 마찰이 거칠어질수록 그녀의 호흡도 거칠어졌다. 은밀한 쾌감이 엉덩이부터 허리까지 번져갔다.

“너의 그 교만한 태도, 냉랭한 눈빛, 다 내 손안에 있구나.”

평연이 육설기의 턱을 잡아 강제로 그녀를 쳐다보게 했다.

“네가 아무리 숭고한 도심을 지녔다 한들, 결국 내 발 아래 굴복하는구나.”

육설기의 두 번째 인격이 이를 악물었다. 수치심과 흥분이 뒤섞여 그녀의 이성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평연의 발이 가하는 자극 속에서 점점 익숙해져 갔다. 발바닥이 뜨거워졌고, 그 열기가 전신을 감쌌다.

“말해 봐. 누구의 것인지.”

“……당신의 것입니다.”

육설기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평연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그럼 계속해.”

잠시 후, 평연이 손을 내저었다.

“됐다. 이제 가라.”

육설기가 일어나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맑아졌다. 첫 번째 인격이 깨어난 것이다. 육설기는 멍하니 자신의 발을 바라보았다. 발바닥이 약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신발을 신을 때마다 살짝 따끔거렸지만,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다.

“이상하군.”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걸음을 옮겼다. 무언가 찜찜했지만, 생각을 멈추고 청운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평연은 방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진행도 40%.

장 12

평란의 손길이 육설기의 등뼈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방 안에는 은은한 향이 감돌고 있었고, 그 향은 무언가 달콤하면서도 사람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육설기, 아니 지금의 두 번째 인격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었다. 평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열기가 번져갔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조금 떨었다.

“긴장 풀어, 사형.”

평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했지만, 그 아래에는 명확한 명령을 담고 있었다. 육설기의 호흡이 점차 불규칙해졌다. 평란은 그의 엉덩이 밑에 손을 넣어 천천히 벌렸고, 다른 한 손은 차갑고 미끄러운 액체를 그의 은밀한 곳에 발랐다. 육설기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평란은 거침없이 움직이며 액체가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기다렸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

명령에 따라 육설기의 폐가 깊게 부풀어 올랐고, 향기가 그의 의식을 더욱 흐릿하게 만들었다. 평란이 손가락을 천천히 밀어 넣자 육설기가 갑자기 숨을 멈췄다. 항문이 경련하듯 조여졌지만 평란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주고 있었고, 육설기에게 전해지는 것은 더럽고도 낯선 충만감이었다.

“좋아… 계속해.”

평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는 숨길 수 없는 만족감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다른 손가락을 더해 안쪽을 풀어주었다. 육설기의 허벅지가 가늘게 떨렸고, 그의 숨소리는 점점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찢어질 듯한 통증이 아래에서부터 솟아올랐지만, 그 통증 속에는 이상할 정도로 친숙한 쾌감이 섞여 있었다. 평란은 그 쾌감이 더 커지도록 도와주며 육설기가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

“이제 들어갈게.”

평란은 말하면서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육설기의 항문에 갖다 대었다. 육설기는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어 올렸고, 그 행동에 스스로 놀랐다. 평란이 천천히 밀어 넣자 육설기는 찢어질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평란의 손이 그의 허리를 감싸며 지지해 주었고, 육설기는 목덜미에 아슬아슬하게 맴도는 그 쾌감에 몸을 맡겼다.

평란이 깊숙이 밀어 넣을 때마다 육설기의 항문은 더욱 붉게 부풀어 올랐다. 육설기의 의식은 점점 몽롱해져 갔고, 두 번째 인격이 점차 주도권을 잡아갔다. 평란은 그의 귀에 대고 “이 느낌을 즐겨, 사형. 너는 이걸 원해.” 라고 속삭였다. 그 말이 마법처럼 육설기의 몸을 감쌌고, 통증과 쾌감이 뒤섞여 그를 더욱 깊은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육설기의 몸이 마지막으로 크게 경련을 일으켰고, 평란이 깊숙이 밀어 넣으며 정액을 쏟아냈다. 육설기의 숨이 거의 멎을 듯하다가 다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평란은 천천히 그에게서 몸을 분리하며 그의 항문이 수축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육설기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그를 감싸던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이제 잘 쉬어. 너는 이 짧은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거야.”

평란의 목소리는 다시 부드럽고 평온해졌다. 육설기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자, 방 안의 향기도 함께 흩어져 갔다. 그는 잠들었고, 깨어난 후에는 자신의 아랫도리에 붉게 부어오른 흔적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평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육설기의 이불 여미고는 방을 나섰다.

달빛이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와 육설기의 고요한 얼굴을 비추었고, 그는 깊고 꿈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장 13

청운문의 아침은 늘 그렇듯 고요했다. 산정상에 안개가 걸려 있고, 새벽 이슬이 대나무 잎사귀에 맺혀 있다. 육설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어둠이 걷히기 전에 일어나, 소죽봉의 석굴 앞에 앉아 태초결을 운행했다. 영기는 체내에서 맑은 시냇물처럼 흘렀고, 사흉팔맥이 막힘없이 통했다. 그는 눈을 감고 오랜 단련으로 굳은 호흡의 리듬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무 이상 없었다.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더 오래전의 모든 날들도 마찬가지였다. 몸은 가뿐했고, 도심은 평온했다. 만약 누군가 그에게 네 안에 또 다른 네가 있다고 말한다면, 그는 아마도 코웃음 칠 것이다.

조반 때, 전령아가 대죽봉 쪽에서 뛰어왔다. 붉은 치마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며 얼굴에는 싱그러운 웃음이 번져 있었다. "사형! 오늘 일과가 끝나면 저를 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벽력검법의 제 몇 초식이 아직 잘 안 돼서요."

육설기는 젓가락으로 찬을 집어 먹다가 그녀를 슬쩍 보았다. "대죽봉에는 자네 사형이 많지 않은가."

"그 사람들은 다 바빠요, 저는 사형이 가르쳐 주는 걸 더 좋아해요." 전령아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가르쳐 주시죠?"

"자정에, 연무장에서 보자." 육설기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전령아는 환하게 웃으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갔다. 그녀가 돌아서는 순간, 눈동자 깊은 곳에 아주 희미한 어둠이 스쳤지만 그 빛은 너무 짧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정오, 평연이 소죽봉에 찾아왔다. 그는 손에 옥백 한 조각을 들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몇 개의 난해한 부호문이 새겨져 있었다. "사형, 문파에서 옥청봉으로 보내라는 법기를 전해 달라고 해서 좀 봐 주실 수 있나요? 아직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요."

육설기는 법기를 받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영기를 조금 불어넣었다. 옥백에서 잠시 맑은 빛이 났다. "좋다, 수련은 옳다. 다만 이곳의 도가 조금 과도하니, 삼분의 기운을 아껴라."

평연은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 가르침을 받는 척했지만, 눈빛은 이미 그의 머리 꼭대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주문을 외우는 리듬을 따라 살짝 두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오랫동안 단련된 암시였다.

육설기의 눈빛이 순간 흐려졌다. 그는 손에 든 옥백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이상했다. 방금 전, 한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기억의 어떤 구석이 저절로 움직이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 느낌은 곧바로 사라졌고, 일어난 지 1초도 채 되지 않았다.

"사형?" 평연이 부드럽게 물었다.

"……별거 아니다." 육설기는 옥백을 그에게 돌려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수련에 전념하라, 도의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된다."

평연은 공손히 절하고 물러났다. 돌아서는 길에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루쉐치의 제1인격은 제2인격의 존재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두 인격 사이에는 완전히 불투명한 장벽이 쳐져 있었고, 오직 그만이 그 경계 위에 숨겨진 문을 쥐고 있었다.

저녁, 육설기는 홀로 석굴에서 경전을 읽고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횃불만이 벽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갑자기 머릿속에 낯선 신호가 스쳤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의식 가장 깊은 곳에서 이름을 속삭이는 듯했다.

그는 경전을 덮고, 정신을 집중해 내면을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체내의 영기는 안정적이었고, 신식은 맑았다. 어쩌면 오늘 너무 피곤해서일지도 몰랐다.

그는 생각을 멈추고, 다시 눈을 감고 조식에 들어갔다.

바로 그 순간, 대죽봉 위 처소에서 평연은 방 안에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작은 제단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루쉐치의 생년월일시와 한 가닥의 검은 머리카락이 안치되어 있었다. 그는 손에 지긋이 빛나는 영부를 들고, 입술 사이로 신비한 주문 소리를 냈다.

암시가 하나하나씩 가해졌다. 그는 마치 비단을 짜는 베틀처럼 제1인격의 의식 위에 촘촘한 그물을 엮어, 제2인격의 존재를 완전히 차단했다. 동시에 그는 또 다른 전환 암시를 추가했다. 이 특별한 암호를 받으면, 두 인격은 거침없이 전환되어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다.

영부는 타오르며 재가 되어 떨어졌다. 평연은 손을 내저어 재를 털어내며, 깊고 은은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형,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아직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요."

밤이 깊어졌다. 전령아는 약속대로 연무장에 나타났다. 육설기는 이미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손에 긴 검을 쥐고 달빛 아래 날카로운 빛을 반사했다. 그는 전령아에게 벽력검법의 제 몇 초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연하고, 요점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전령아는 진지하게 듣고, 가끔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검술에 진심이었고, 배움에 대한 열의도 충만해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육설기가 '기운을 모아 검을 뽑는다'는 구령을 외울 때, 그녀의 눈에 다시 그 익숙한 어둠이 스쳤다는 것을.

그녀는 구령의 어느 특정 음절에서 살짝 멈칫했다. 평연이 심어 놓은 암시였다. 만약 이 순간 육설기가 그녀의 눈을 주의 깊게 살폈다면, 그 평온한 눈동자 뒤에 또 하나의 의식이 조용히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연무가 끝나고, 전령아는 귀여운 태도로 하품을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육설기는 연무장에 홀로 남아 달빛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유난히도 일찍 피로를 느꼈다. 아마 영을 단련하는 데 너무 몰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석굴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눈을 감자, 어렴풋이 달빛이 스며드는 소죽봉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요했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는 깊은 잠에 빠졌고, 꿈속에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잠든 직후, 그의 미간에 주먹알만한 푸른 빛이 아주 잠깐 스쳤다가 다시 사라졌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

장 14

조교 방 안쪽, 평연은 책상 위에 놓인 청옥 항아리를 천천히 열었다. 은은한 약향이 흘러나왔다. 항아리 안에는 붉은 빛을 띤 연고 같은 것이 담겨 있었는데, 만드는 법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촉유환(觸柔丸)이었다. 그는 집게 손가락 끝에 연고를 살짝 찍어 바르고는 침대에 누워 있는 육설기를 향해 걸어갔다.

육설기는 깊은 최면에 빠져 있었고, 얼굴에는 이전의 냉철함이 사라지고 편안하게 이완되어 있었다. 평연은 침대 옆에 앉아 그의 두 손을 천천히 풀었다. 약기운이 손끝에서 스며 나오자, 방 안의 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에 반음영을 드리웠다.

“사형, 이번에는 좀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냉기를 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육설기의 겉옷을 열었다. 속옷이 드러나 자, 은은한 햅살이 그의 가슴 위에 비쳤다. 평연은 촉유환을 고루 바르고 천천히 원을 그리며 마사지했다. 약효가 스며들면서 육설기의 피부가 미세하게 떨렸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미열이 올랐다. 시간이 흐르자 육설기의 호흡이 조금 가빠졌고,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깨어나지는 않았다.

평연의 손길은 절도 있고 꾸준했다. 두 쪽 가슴을 번갈아 가며 마사지하자, 연고가 점차 피부에 흡수되었다. 반 시간쯤 지나자, 육설기의 살결이 약간 붉어졌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으며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

평연이 손을 거두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사형.”

그는 새하얀 수건으로 손가락을 닦고 항아리를 다시 봉인했다. 침대 위, 육설기는 점차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눈빛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다시 예전의 냉철함을 되찾았다.

그가 느슨해진 옷깃을 여미며 일어났다. 가슴에 약간의 팽팽한 느낌이 있었지만 곧 사라져 의식하지 못했다. 행동할 때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쩌면 자세가 불편해서인 것 같기도 했다. 그는 평소처럼 옷을 정리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

평연은 다가와 공손히 인사했다. “사형님, 괜찮으십니까?”

“응.” 육설기는 담담히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네 것이 의뢰한 일은 이미 끝났다, 나갈 수 있다.”

“예.” 평연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섰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어렴풋이 보이는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육설기가 대죽봉으로 돌아왔을 때, 소매 사이로 스치는 옷감이 문지르는 느낌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전에 입던 도포는 어딘지 모르게 좀 더 아늑했는데, 어쩌면 세탁 후 줄어들어서일 수도 있었다. 그는 곧바로 생각을 접고 평소처럼 검술 수행에 임했다.

그 사이, 평연은 자신의 서재에 자물쇠를 채우고 동석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벽에 기대어 서 있는 인형 한 구가 있었다. 그 인형의 생김새와 체형은 육설기와 판박이였다. 그는 송곳을 집어 들고 인형 가슴에 있는 붉은 점을 따라 조심스럽게 긋고 표시했다. 손끝이 아직 남아 있는 촉유환의 느낌을 더듬으며.

“제2인격… 오늘 밤 꿈에, 가르쳐 주마.”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날 밤, 육설기의 꿈속에 한 줄기 낯익은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매서운 겨울에 그는 눈 속에 서 있었는데, 바람이 피부를 찌르는 듯했다. 목소리는 마치 바람과 함께 흘러들어 온 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사형님, 이것은 당신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육설기는 돌아서서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마치 정수리에서 울려 퍼지다가도, 또 뼛속에 깊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기쁘게 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한 번 되뇌었다. 그 단어 하나하나가 무겁게 가슴에 부딪혀, 가슴 한복판에 기이한 울림을 일으켰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조합방 안이었다. 앞에는 탁자와 연고가 놓여 있었고, 손에는 푸른 병이 쥐어져 있었다. 손바닥의 촉감이 생생했고, 병 속의 약액이 따뜻하게 손바닥을 달궜다. 그는 병마개를 열어 약기운을 코끝에 맡았다. 은은한 향기가 폐부를 파고들었다.

“약을 바르다……” 그는 속으로 이 말을 반복했다. 이윽고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병 속으로 찍혀 들어가 연고를 조금 떠내 옷깃 사이로 넣었다. 손가락이 살갗에 닿자 약기운이 번졌고, 두근거림도 따라 고조됐다. 그는 눈을 감았고, 눈썹이 약간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약이 마르자, 두 쪽 가슴에 약간의 열감과 단단함이 느껴졌고, 숨 쉴 때마다 자극이 더해졌다. 그는 손을 내려다보고, 연고가 남은 손가락을 천천히 말아 쥐었다. 잠시 후,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다음날 아침, 육설기가 깨어 정좌하고 운기조식했다. 단전의 기운이 원활하게 흘렀지만 가슴 부위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호흡할 때마다 두 쪽 유방이 작은 짐처럼 약간 무거워지고, 옷과 스치는 느낌이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세수를 마치고 문득 겉옷을 입었을 때 전보다 훨씬 가슴이 타이트하게 조여 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좌우를 살폈다. 도포가 몸에 꼭 맞아 도드라진 부분을 완전히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보았지만 이질감은 없었다. 다만 옷자락이 약간 걸리는 느낌이 불편했다.

“기이하다……”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생각을 거두고 허리를 곧게 펴고 평소처럼 정좌했다.

그의 뒤편 문틈 사이로 평연이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육설기가 옷깃을 만지는 손길과 미처 숨기지 못한 잠시의 당황을 포착했다. 마음속 진행률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소매를 추스르며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를 떴다.

장 15

조용한 밤, 대죽봉의 후원에는 인기척이 끊겼다. 평연은 손에 든 작은 목함을 열어 은은하게 빛나는 은제 링 두 쌍을 꺼냈다. 하나는 유두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음순용이었다. 링의 안쪽에는 미세한 마법 문자가 새겨져 있어 최면의 효과를 더욱 강력하게 유지시켜 주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육설기를 바라보았다. 사형은 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호흡은 평온했고, 표정은 차분했다. 제2인격이 완전히 통제권을 장악한 상태였다. 평연은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사형, 편히 쉬세요. 지금부터 하는 일은 당신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겁니다. 단지 제가 당신을 더욱 완벽하게 가꾸는 과정일 뿐입니다.”

육설기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지만 이내 다시 움직임을 멈췄다. 평연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리며 손에 든 소독용 천을 꺼내 그의 젖꼭지를 꼼꼼히 닦아 주기 시작했다. 차가운 알코올이 살갗에 닿자 육설기의 몸이 살짝 움찔했지만 평연은 재빨리 최면 주문을 외웠다.

“아프지 않아요, 단지 살짝 시원할 뿐이에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사형.”

그의 목소리는 달콤한 속삭임처럼 스며들었다. 육설기의 호흡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평연은 가느다란 구멍 뚫는 칼을 집어 약간의 힘을 주어 젖꼭지 한가운데를 정확히 찔렀다. 핏방울이 살짝 맺혔지만 육설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평연은 은제 링을 집어 상처에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 링이 살을 뚫고 지나가는 순간 약간의 저항이 느껴졌지만 그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한쪽이 끝나자 그는 다른 쪽 젖꼭지도 똑같이 처리했다. 양쪽 유두 링이 모두 장착되자 육설기의 가슴은 마치 정교한 장식품처럼 보였다.

평연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링을 튕겼다. 은은한 금속 소리가 났다.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바지를 벗기고 속옷을 걷어내자 육설기의 하체가 드러났다. 그는 손을 내밀어 대퇴부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형, 다음 단계입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이번에는 더욱 섬세한 도구와 마취제를 꺼냈다. 그는 먼저 소독한 뒤 작은 주사기로 국소 마취액을 조금 흘려보냈다. 약효가 퍼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야 구멍 뚫는 칼을 들어 음순의 위쪽 가장자리를 찔렀다. 정확하게 한 번만에 찔러 넣고 이내 은제 음순 링을 끼웠다. 상처가 살짝 벌어졌지만 피는 거의 나지 않았다.

모든 과정이 끝나자 평연은 다시 한 번 육설기의 전신을 점검했다. 유두 링과 음순 링이 모두 올바르게 장착되었는지 확인하고, 손가락으로 표면을 살짝 문질렀다. 육설기는 여전히 가만히 있었지만 그의 호흡은 전보다 약간 빨라져 있었다. 제2인격조차도 은밀하게 느껴지는 이질감과 고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평연은 이내 최면 주문의 깊이를 한 단계 더 높였다. 그는 두 손으로 육설기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누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속삭였다.

“사형, 모든 게 끝났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유두 링도, 음순 링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몸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입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눈을 뜨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깊은 우물 속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육설기의 의식 깊숙이 스며들었다. 제2인격이 천천히 물러나고 제1인격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육설기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더니 이내 눈을 떴다. 그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긴… 대죽봉의 후원? 내가 왜 여기서 잤지?”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맑았지만 약간의 혼란이 섞여 있었다. 평연은 얼른 얼굴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사형께서 연습하다가 피곤하셔서 잠시 눈을 붙이셨어요. 제가 깨우지 않고 두었습니다.”

육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과 아랫배에 묘한 느낌이 스쳤다. 그는 멈칫하며 손을 내밀어 가슴을 만지려 했지만 평연이 재빨리 그의 손목을 잡았다.

“사형, 몸이 불편하세요?”

평연의 눈빛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육설기의 손이 잠시 공중에 머물다가 이내 내려왔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이내 사라졌어.”

“피곤해서 그런 걸 거예요. 사형, 쉬는 게 좋겠어요.”

평연이 부드럽게 말하며 그의 등을 받쳐 방 밖으로 나갔다. 육설기는 여전히 갸우뚱했지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걸어가는 동안 옷자락이 스치면서 유두 링과 음순 링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그의 의식 속에는 이러한 신호들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평연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에 든 진행도 기록부를 꺼내 한 획을 그었다.

“60%. 아직 멀었지만, 가까운 장래에 사형은 완전히 제 것이 될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집착과 광기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