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철가의 유학 생활 - 암말 편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8657a3ee更新:2026-07-23 22:41
열여섯째 날 아침, 엄철가는 축사 바닥에서 잠에서 깼다. 어두운 천장, 발 밑에 깔린 건초, 그리고 온몸에 배어 있는 말 냄새.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 몸을 털었다. 어젯밤 저스틴이 가르쳐 준 동작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었다. 네 발로 서서 허리를 굽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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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열여섯째 날 아침, 엄철가는 축사 바닥에서 잠에서 깼다. 어두운 천장, 발 밑에 깔린 건초, 그리고 온몸에 배어 있는 말 냄새.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았다.

그녀는 일어나 몸을 털었다. 어젯밤 저스틴이 가르쳐 준 동작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었다. 네 발로 서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시는 법. 처음에는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줄리가 축사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손에 건초 한 줌을 들고 있었다.

“일어났구나. 잘 잤어?”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점점 어색해지고 있었다. 말을 하려면 인간의 언어를 떠올려야 했는데, 그 과정이 점점 더디게 느껴졌다.

줄리가 그녀 앞에 건초를 내려놓았다. “먹어. 오늘도 훈련이 있어.”

엄철가는 망설였다. 하지만 저스틴의 채찍이 생각났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건초를 입으로 가져갔다. 씹으면서도 이게 자신의 입인지, 말의 주둥이인지 분간이 안 갔다.

“좋아. 그게 맞는 행동이야.”

줄리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은 다정했지만, 엄철가는 그 속에 숨겨진 명령을 읽을 수 있었다. ‘계속 암말로 있어라. 순종해라.’

아침 훈련은 더 가혹해졌다.

저스틴이 그녀를 목장의 넓은 공터로 데리고 갔다. 땅에는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낮은 울타리, 좁은 통로, 그리고 인공 웅덩이.

“오늘은 점핑 훈련이다.”

저스틴이 채찍을 휘둘렀다. 엄철가는 본능적으로 네 발로 땅을 디뎠다. 달리기 시작하자 바람이 귀를 스쳤다. 첫 번째 장애물 앞에서 그녀는 몸을 솟구쳤다. 울타리를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착지가 불안정했다. 그녀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시!”

저스틴의 목소리가 채찍 소리와 함께 날아왔다. 엄철가는 벌떡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장애물, 세 번째 장애물.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졌다.

그녀의 무릎과 손바닥은 까져 피가 흘렀지만, 저스틴은 멈추지 않았다.

“더 빨리! 더 강하게!”

정오가 지나서야 훈련이 끝났다. 엄철가는 땅에 쓰러져 숨을 헐떡였다. 인간의 몸으로 버티기엔 너무 가혹한 훈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저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점심시간, 줄리가 가져온 음식은 다시 건초와 여물이었다. 엄철가가 약간의 거부감을 보이자, 줄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맛이 없어?”

“아니... 아니야.”

엄철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 먹기 시작했다. 씹을수록 건초의 거친 질감이 혀를 찔렀지만, 그 고통조차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참 잘했어. 넌 이제 내가 바라던 바로 그 암말이 되어 가고 있어.”

줄리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엄철가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칭찬을 받았다는 기쁨이 밀려왔다.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암말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오후 훈련은 더욱 잔혹해졌다.

저스틴이 목장의 다른 수말들을 불러 모았다. 거대한 체구의 숫말들이 엄철가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의 숨결이 거칠게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오늘은 네가 진짜 암말임을 증명할 시간이다.”

저스틴이 채찍을 들어 그녀의 엉덩이를 쳤다. “가서 그들과 교미해라.”

엄철가의 몸이 굳어졌다. 인간의 의식이 마지막으로 반항했다. 하지만 그 반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스틴의 채찍이 다시 내리쳤고, 그녀의 몸은 이미 훈련된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수말이 다가왔다. 그 거대한 체구 앞에서 엄철가는 작은 말처럼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본능이 가르친 자세였다.

수말이 그녀 위로 올라탔다. 무게가 그녀를 짓눌렀다. 고통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지만,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입에서는 인간의 언어 대신 말의 울음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하나, 둘, 셋.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수말들이 번갈아 가며 그녀를 차지했다. 그녀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졌고, 마지막에 남은 것은 순수한 신체적 반응뿐이었다.

훈련이 끝났을 때, 엄철가는 축사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지만, 그녀는 왜 아픈지조차 잊고 있었다. 그저 암말이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줄리가 그녀 옆에 앉았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 넌 훌륭한 암말이야.”

엄철가는 고개를 들어 줄리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더 이상 반항심이 없었다. 대신 충성심과 의존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네가 시키는 대로 할게.”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흔적조차 사라져 있었다.

저녁, 줄리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계약을 기억해? 네가 나를 도와 심사를 통과하기로 한 거.”

엄철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의미는 이미 퇴색되어 있었다. 그저 줄리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그런데 계약은 한 달이야. 아직 15일이 남았어. 그러니까 계속 암말로 있어야 해.”

엄철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15일이 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명령에 따르면 된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밤이 깊어졌다. 엄철가는 축사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암말이다. 나는 줄리의 암말이다.’

그 생각은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인간으로서의 복잡한 감정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저스틴이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훈련이 더욱 체계적이었다. 점핑, 질주, 그리고 다른 말들과의 교감 훈련. 엄철가는 모든 것을 거부 없이 받아들였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변했다.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점점 말의 보행과 닮아갔다. 고개를 숙이는 각도, 꼬리의 흔들림, 심지어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모든 것이 암말의 그것과 일치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줄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오늘 오후에 특별 훈련이 있어. 네가 완전한 암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줄리가 시키는 대로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후, 저스틴이 그녀를 목장의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거울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엄철가는 그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 본 건 네 발로 서 있는 자신이었다. 등은 굽어 있었고, 고개는 숙여져 있었다. 더 이상 인간의 자세가 아니었다.

“이게 너의 진짜 모습이야.”

저스틴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거울 속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눈빛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말의 눈, 순종과 충성만이 담긴 눈.

“이제 너는 암말이다. 그걸 인정해.”

엄철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이게 나야. 나는 암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암말입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마지막 인간의 조각이 부서졌다. 그녀는 완전히 암말이 되었다.

줄리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참 잘했어. 이제 넌 진짜 내 암말이야.”

엄철가는 줄리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녀의 마음은 평온했다. 더 이상 고민도, 후회도 없었다. 그저 줄리의 암말로 살아가면 된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그날 밤, 엄철가는 축사에서 잠을 청했다. 그녀는 네 발을 접고 몸을 웅크렸다. 말들이 자는 자세였다. 그녀의 입에서는 고요한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꿈을 꾸었다. 그녀는 넓은 목장을 달리고 있었다. 바람이 갈기를 스치고, 발밑의 흙이 튀었다. 그곳에는 인간의 고통도, 슬픔도 없었다. 오직 자유로움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유로움은 암말로서의 자유였다. 인간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결과였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엄철가는 더 이상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대로 암말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열여섯째 날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아직 열다섯 날이 더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줄리가 일찍 찾아왔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와.”

엄철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손님?”

“응. 내가 네 훈련 상태를 평가해 달라고 부른 사람이야.”

줄리의 말에 엄철가는 긴장했다. 평가라는 말이 왠지 불안했다. 하지만 그 불안도 곧 사라졌다. ‘나는 암말이니까.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손님은 정오쯤 도착했다. 나이 지긋한 남자였다. 그는 엄철가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훌륭하군요. 이정도 훈련된 암말은 처음 봅니다.”

줄리가 자랑스러운 듯 웃었다. “제가 직접 훈련시켰어요.”

손님이 엄철가에게 다가와 몸을 살폈다. 그 손길이 그녀의 등을 타고 내려갔다. 엄철가는 그 Touch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움직여 보게.”

엄철가는 저스틴이 가르친 대로 움직였다. 네 발로 질주하고, 장애물을 넘고, 멈추고. 모든 동작이 완벽했다.

손님이 박수를 쳤다. “대단하군요. 이 암말은 경매에 내놓아도 좋을 정도입니다.”

줄리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이 암말은 제 겁니다. 절대 팔지 않아요.”

엄철가는 그 말에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버림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녀는 줄리에게 다가가 얼굴을 비볐다.

줄리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아. 이제 갈 시간이야.”

손님이 떠난 후, 저스틴이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가혹했다. 채찍이 그녀의 등을 갈겼지만, 그녀는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그날 저녁, 엄철가는 인간의 언어를 거의 잊어버렸다. 그녀의 입에서는 대부분 말의 울음소리가 나왔다. 몇몇 단어만 간신히 기억할 뿐이었다.

“줄... 리...”

그녀가 간신히 내뱉은 말에 줄리가 웃었다. “참 잘했어.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야.”

엄철가는 기쁘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암말로서의 삶이 편안했다.

밤이 깊어지자, 저스틴이 그녀를 다른 말들과 함께 두었다. 그녀는 수말들과 어울리며 밤을 보냈다. 그들의 거친 숨결과 몸짓이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열일곱째 날 아침, 엄철가는 완전히 암말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네 발로 일어나 건초를 먹고, 줄리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인간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누성이라는 이름, 무도 종사라는 직업, 유학 생활. 모든 것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녀는 오직 줄리의 암말로만 존재했다.

줄리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넌 완벽한 암말이야. 내가 바라던 바로 그 모습이야.”

엄철가는 줄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인간의 빛이 없었다. 오직 암말의 충성심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계약은 아직 열흘 이상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엄철가는 더 이상 날짜를 세지 않았다.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줄리의 명령뿐이었다.

그녀는 암말로 타락했다. 그리고 그 타락이 오히려 그녀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7장

일곱째 날 아침이 밝았다. 엄철가는 마구간 안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어제 저스틴이 전해준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돌았다. 오늘부터 새로운 훈련이 시작된다고.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미 자신이 암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기에 어떤 일이 닥쳐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구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저스틴이 커다란 나무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상자는 무거워 보였고, 저스틴은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엄철가를 바라보았다.

"잘 있었나, 암말아."

저스틴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엄철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저스틴 님."

저스틴은 엄철가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엄철가는 그 손길에서 무언가 단단한 결의를 느꼈다. 저스틴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오늘 너를 진정한 암말로 만들어 줄 거야. 준비됐니?"

"네."

엄철가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저스틴은 그녀의 가슴을 살짝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시작하지."

저스틴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여러 가지 장비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가죽 코르셋 하나, 금속 허리띠 하나,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 한 켤레, 말발굽 모양의 신발 한 켤레, 검은색 말꼬리 하나, 8자형 고리 두 개, 재갈 하나, 그리고 두꺼운 금속 목줄 하나. 모든 것이 반짝이며 엄철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스틴은 먼저 허벅지 양말을 집어 들었다. 양말은 검은색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길이가 허벅지 뿌리까지 닿았다. 양말 입구에는 금속 고리가 달려 있어 허벅지에 단단히 잠글 수 있었다. 엄철가는 양말을 받아 신었다. 가죽이 피부에 닿는 감촉이 차가웠다. 저스틴이 양말 입구의 금속 고리를 조였다. 금속이 허벅지를 압박하며 단단히 고정되었다. 약간의 통증이 있었지만 엄철가는 참아냈다.

다음은 말발굽 부츠였다. 부츠의 입구는 무릎까지 올라왔고, 밑창은 특이하게 생겼다. 앞발 부분은 6cm 높이의 플랫폼이었고, 뒤꿈치는 뒤로 10cm나 올라가 있었다. 엄철가가 부츠를 신자 그녀의 키가 순식간에 16cm나 높아졌다. 그녀는 중심을 잡느라 잠시 비틀거렸지만 곧 균형을 찾았다. 발이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자신이 암말이라는 사실을 더 실감나게 했다.

"잘 신었어. 다음은 코르셋이야."

저스틴은 가죽 코르셋을 집어 들었다. 코르셋은 두껍고 단단해 보였다. 엄철가는 팔을 들어 올리며 코르셋을 입는 것을 도왔다. 저스틴은 코르셋의 끈을 하나씩 조여갔다. 처음에는 숨쉬기가 편했지만, 점점 끈이 조여질수록 폐가 압박되는 느낌이 들었다. 엄철가는 숨을 얕게 쉬기 시작했다.

"더 조여도 괜찮겠니?"

저스틴이 물었다.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스틴은 끈을 더 세게 잡아당겼다. 엄철가의 가슴이 코르셋에 눌려 더욱 도드라졌다. 그녀의 가슴은 코르셋 위로 둥글게 솟아올랐고, 마치 언제라도 굴러떨어질 듯한 모양이 되었다. 엄철가는 숨쉬기가 어려워지자 입을 벌려 숨을 헐떡였다.

"좋아. 이제 허리띠를 채울게."

저스틴은 금속 허리띠를 코르셋 위에 단단히 조였다. 허리띠에는 두 개의 고정된 쇠고리가 달려 있었다. 엄철가는 그 고리들이 무엇에 쓰일지 짐작이 갔다. 저스틴은 허리띠의 버클을 잠그며 말했다.

"이 고리들은 나중에 네 팔을 고정하는 데 사용될 거야."

엄철가는 가만히 서서 저스틴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몸은 점점 더 암말의 형체로 변해갔다. 저스틴은 다음으로 재갈을 집어 들었다. 재갈은 오목한 형태로, 엄철가의 이빨 뒤쪽에 자연스럽게 걸리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가로대는 혀 뒤쪽 뿌리에 딱 맞았다.

"입을 벌려."

엄철가는 순순히 입을 벌렸다. 저스틴이 재갈을 그녀의 입에 넣었다. 재갈이 이빨 뒤에 걸리자 엄철가는 목을 뒤로 젖히며 입에서 쉿쉿 소리를 내려 했다. 하지만 재갈이 그녀의 혀를 눌러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재갈의 이마 부분에는 가죽 머리띠가 달려 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 깃털이 꽂혀 있었다. 저스틴이 머리띠를 엄철가의 머리에 씌웠다. 머리띠 양쪽에서 가죽 끈이 내려와 재갈의 양쪽 끝에 연결되었다. 재갈 끝의 끈은 다시 손목 끈에 연결되었다. 엄철가는 이것이 바로 암말을 통제하는 고삐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손목이 끈에 묶이면, 저스틴이 그 끈을 잡아당겨 그녀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을 터였다.

"이제 말꼬리를 넣을게."

저스틴이 검은색 말꼬리를 집어 들었다. 꼬리는 부드러운 털로 만들어졌고, 끝이 뾰족했다. 엄철가는 몸을 굽혀 저스틴이 꼬리를 항문에 넣는 것을 도왔다. 처음에는 차가운 감촉이 불편했지만, 곧 꼬리가 몸 안에 자리 잡았다.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엄철가는 자신이 진짜 암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저스틴은 금속 목줄을 집어 들었다. 목줄은 폭이 두껍고, 엄철가의 목을 완전히 감쌀 수 있었다. 저스틴이 목줄을 엄철가의 목에 채웠다. 목줄이 조여지자 엄철가는 숨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목줄 앞뒤에는 각각 금속 고리가 달려 있었는데, 앞쪽 고리는 끌줄을 연결하는 데 사용될 것이 분명했다.

"이제 거의 다 됐어. 마지막으로 8자형 고리를 채울게."

저스틴이 8자형 고리 두 개를 집어 들었다. 하나는 손목용, 다른 하나는 팔꿈치용이었다. 저스틴은 먼저 엄철가의 손목을 등 뒤로 모으고, 손목 고리를 채웠다. 그다음 팔꿈치를 등 뒤로 접어 팔꿈치 고리를 채웠다. 고리들은 단단히 잠겼고, 엄철가의 팔은 완전히 고정되었다. 그다음 저스틴은 엄철가의 손목 고리를 천천히 위로 당겼다. 고리가 목줄에 닿을 때까지 계속 올라갔다. 드디어 고리와 목줄 뒤쪽의 고리가 하나로 연결되었다. 팔이 위로 올라가면서 엄철가의 가슴은 더욱 앞으로 나왔다. 그녀는 팔이 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 말 없이 견뎠다.

저스틴은 한 걸음 물러서 엄철가를 바라보았다. 엄철가는 완전한 암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벅지 양말, 말발굽 부츠, 코르셋, 허리띠, 재갈, 목줄, 말꼬리, 그리고 등 뒤로 묶인 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암말이 된 것을 축하해."

저스틴이 말하며 엄철가에게 다가갔다. 그는 엄철가의 가슴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너는 진정한 암말이야. 이 복장은 자격 심사 전까지 벗지 않을 거야. 그러니 열심히 적응해야 해."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어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눈빛으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것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전에 배운 훈련을 이 복장을 입은 상태로 다시 한 번 반복해야 해. 준비됐니?"

저스틴이 물었다. 엄철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암말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어떤 훈련도 거부하지 않았다.

저스틴은 엄철가를 마구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햇빛이 그녀의 몸을 비추며 장비들이 반짝였다. 엄철가는 말발굽 부츠를 신고 걸을 때마다 특이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자신이 암말이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저스틴은 엄철가에게 기본 동작부터 다시 가르치기 시작했다. 걷기, 멈추기, 돌기, 그리고 고개 숙이기. 모든 동작이 복장 때문에 더 어려워졌지만, 엄철가는 집중해서 따라 했다. 그녀의 팔은 등 뒤로 묶여 있어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고, 말발굽 부츠는 발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스틴은 엄철가의 동작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하고 있어, 암말아. 더 잘할 수 있겠니?"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열심히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이 암말로서 완벽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훈련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엄철가는 숨이 차고 몸이 아팠지만, 끝까지 훈련을 완료했다.

저스틴은 마지막 동작을 확인한 후 엄철가를 마구간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야. 잘 쉬어. 내일도 계속될 거야."

저스틴이 말하며 엄철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오늘 하루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이 암말로서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그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암말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엄철가는 마구간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장비로 묶여 있었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녀는 이제 진정한 암말이었고, 그 사실에 만족했다.

다음 날 아침, 저스틴은 다시 마구간에 도착했다. 엄철가는 이미 일어나서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제의 훈련을 반복하며 더 완벽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저스틴은 그녀의 발전에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암말아.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훈련에 집중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암말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모든 훈련에 협조적이었다. 하루 종일 훈련을 반복한 끝에, 저스틴은 엄철가가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

"축하해, 암말아. 네가 하루 만에 훈련에 합격했어."

저스틴이 말하며 엄철가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엄철가는 기쁨에 찬 눈빛으로 저스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진정한 암말로서 자격을 갖추었다. 앞으로 있을 자격 심사가 기다려졌다.

저스틴은 엄철가를 마구간으로 데리고 가서 그녀의 장비를 점검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았다. 저스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너는 정말 암말이야. 자격 심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거야."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암말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 삶에 충실하기로 결심했다.

8장

여덟째 날 아침, 목장의 공기가 유난히 맑았다. 저스틴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일어나,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고 목장은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저스틴의 목소리엔 무언가 다른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가자, 목장 직원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저스틴은 중앙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자 손짓했다.

"옌저커, 이리 와."

나는 걸어가 그의 옆에 섰다. 직원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고, 나는 약간 부끄러웠지만 자세를 곧게 폈다.

저스틴이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모두 주목해. 이 아이는 지난 7일 동안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어.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우리 목장의 암말로 인정할 거야."

그 말이 끝나자 직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어떤 이들은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았고, 어떤 이들은 박수를 쳤다. 저스틴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가 암말임을 자랑스러워해. 이제부터는 네가 우리 목장의 상징이야."

나는 고개를 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저는 옌저커입니다. 암말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내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직원들이 박수를 쳤고, 어떤 이들은 "와, 진짜 멋지다!"라며 감탄했다.

저스틴이 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좋아, 이제부터 옌저커가 끄는 마차를 타고 목장을 한 바퀴 돌 거야. 모두 올라타."

직원들이 마차에 올랐다. 나는 마차 앞에 서서 고삐를 잡았다. 저스틴이 내 옆에 앉았다.

"준비됐어?"

"네."

나는 힘껏 고삐를 휘둘렀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굽 소리가 목장에 울려 퍼졌다. 직원들이 환호했다.

"와아아!"

"더 빨리!"

나는 속도를 높였다. 바람이 내 갈기를 스쳤다. 정말 자유로웠다. 목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직원들은 계속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일주일 내내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매일 아침 직원들이 일하러 가기 전, 나는 마차를 끌고 목장을 질주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직원들도 즐거워했고, 어떤 이들은 "옌저커가 끄는 마차가 제일 편해"라며 칭찬했다.

어느 날 오후, 저스틴이 마차에 오르며 말했다.

"오늘은 목장 밖으로 나가 보자."

"네?"

"괜찮아. 네가 준비됐다는 걸 알았어."

나는 고삐를 잡고 마차를 목장 밖으로 몰았다. 처음 마주한 도로는 약간 낯설었지만, 저스틴이 곁에 있어 안심됐다.

"천천히, 네 페이스대로."

나는 숨을 고르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로는 넓고 평탄했다. 양쪽으로 펼쳐진 들판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저스틴이 말했다.

"좋아, 이제 좀 더 멀리 가 보자."

나는 속도를 높였다. 바람 소리가 귀를 스쳤다. 정말 시원했다.

다음 날, 저스틴은 나를 캉시 교외로 데리고 갔다. 교외의 길은 좀 더 구불구불했지만 경치가 아름다웠다. 나는 마차를 끌며 언덕을 넘고 계곡을 지났다. 저스틴이 말했다.

"어때? 교외의 풍경은?"

"정말 좋아요. 자유로워요."

"그래, 네가 이렇게 잘 적응해서 다행이야."

며칠 후, 저스틴은 더 큰 모험을 제안했다.

"오늘은 캉시 시내로 가자."

"시내요?"

"응, 네가 준비됐는지 확인하고 싶어."

나는 고삐를 꽉 쥐었다. 시내는 차와 사람이 많아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저스틴이 곁에 있었고,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마차가 시내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나는 당당하게 길을 달렸다. 저스틴이 말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 계속해."

나는 속도를 조절하며 사람과 차를 피해 달렸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시내 한복판에서 마차를 끄는 암말이 되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저스틴이 말했다.

"이제 완전히 암말이 된 거야. 축하해."

나는 웃었다. 정말로, 나는 이제 완전한 암말이었다.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그날 저녁, 목장으로 돌아와 직원들이 나를 반겼다.

"옌저커, 오늘 정말 멋졌어!"

"시내에서 마차 끄는 암말이라니, 대단해!"

나는 웃으며 인사했다. 저스틴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내일도 시내로 갈 거야. 준비됐어?"

"네, 언제든지요."

나는 자신감에 가득 차 대답했다. 이제 나는 암말이었다. 그걸 받아들였고, 그걸 사랑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달릴 것이다.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

그로부터 7일 동안, 나는 매일 아침 마차를 끌고 목장을 질주했다. 직원들은 작업 중 쉬는 시간마다 내 마차를 타고 목장을 돌며 즐거워했다. 나는 그들을 태우고 달리는 것이 기쁘고 보람찼다.

어느 날, 저스틴이 말했다.

"오늘은 네가 마차를 끌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자."

"좋아요."

나는 고삐를 잡고 마차를 시내로 몰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달렸다.

저스틴이 말했다.

"이제 네가 진정한 암말이 되었어. 축하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이제 나는 완전한 암말이었다. 나는 그 정체성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나의 자부심이 되었다.

그 후로도 계속, 나는 마차를 끌고 목장과 시내를 달렸다. 사람들은 나를 '달리는 암말'이라 부르며 좋아했다. 나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나는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8장

여덟째 날 아침,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했다. 목장의 공기는 싱그러웠고, 풀 냄새와 흙 냄새가 섞여 내 코를 간질였다. 저스틴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일어나, 옌저커. 오늘은 중요한 날이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지난 7일간의 훈련이 꿈만 같았다. 이제 나는 진짜 암말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자, 목장 직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저스틴은 중앙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걸어가자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모두 주목해 주세요."

저스틴의 목소리가 목장에 울려 퍼졌다. 직원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오늘부터 이 아이, 옌저커는 우리 목장의 공식 암말로 인정합니다. 그녀는 지난 7일간의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제 진정한 암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떤 직원들은 휘파람을 불기도 했다. 저스틴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 이제 네가 직접 말해 봐."

나는 고개를 들어 직원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저는 옌저커입니다. 암말입니다. 앞으로 이 목장에서 암말로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직원들이 다시 박수를 쳤다.

"와, 진짜 대단하다!"

"암말이라니, 처음 봤어!"

"멋지다, 옌저커!"

저스틴이 손을 들어 침묵을 시켰다.

"좋아, 이제부터 옌저커가 끄는 마차를 타고 목장을 한 바퀴 돌겠다. 모두 올라타."

직원들이 마차에 올라탔다. 나는 마차 앞에 서서 고삐를 잡았다. 저스틴이 내 옆에 앉았다.

"준비됐어?"

"네."

"그럼 가자."

나는 힘껏 고삐를 휘둘렀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굽 소리가 목장에 울려 퍼졌다. 직원들이 환호했다.

"와아아!"

"더 빨리! 더 빨리!"

나는 속도를 높였다.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쳤다. 정말 자유로웠다. 목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직원들은 계속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마차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자 저스틴이 내려 말했다.

"잘했어, 옌저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내가 암말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그날 이후 7일 동안, 매일 아침 직원들이 일하러 가기 전, 나는 마차를 끌고 목장을 질주했다. 직원들은 작업 중 쉬는 시간마다 내 마차를 타고 목장을 돌며 즐거워했다.

어느 날, 직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옌저커, 네가 끄는 마차가 제일 편해. 다른 말들보다 훨씬 안정적이야."

"그래? 고마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로, 나는 점점 암말로서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며칠 후, 저스틴이 말했다.

"오늘은 목장 밖으로 나가 보자."

"네?"

"괜찮아. 네가 준비됐다는 걸 알았어."

나는 고삐를 잡고 마차를 목장 밖으로 몰았다. 처음 마주한 도로는 약간 낯설었지만, 저스틴이 곁에 있어 안심됐다.

"천천히, 네 페이스대로."

나는 숨을 고르고 달리기 시작했다. 도로는 넓고 평탄했다. 양쪽으로 펼쳐진 들판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저스틴이 말했다.

"좋아, 이제 좀 더 멀리 가 보자."

나는 속도를 높였다. 바람 소리가 귀를 스쳤다. 정말 시원했다.

다음 날, 저스틴은 나를 캉시 교외로 데리고 갔다. 교외의 길은 좀 더 구불구불했지만 경치가 아름다웠다. 나는 마차를 끌며 언덕을 넘고 계곡을 지났다. 저스틴이 말했다.

"어때? 교외의 풍경은?"

"정말 좋아요. 자유로워요."

"그래, 네가 이렇게 잘 적응해서 다행이야."

며칠 후, 저스틴은 더 큰 모험을 제안했다.

"오늘은 캉시 시내로 가자."

"시내요?"

"응, 네가 준비됐는지 확인하고 싶어."

나는 고삐를 꽉 쥐었다. 시내는 차와 사람이 많아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저스틴이 곁에 있었고,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마차가 시내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나는 당당하게 길을 달렸다. 저스틴이 말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 계속해."

나는 속도를 조절하며 사람과 차를 피해 달렸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시내 한복판에서 마차를 끄는 암말이 되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저스틴이 말했다.

"이제 완전히 암말이 된 거야. 축하해."

나는 웃었다. 정말로, 나는 이제 완전한 암말이었다.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그날 저녁, 목장으로 돌아와 직원들이 나를 반겼다.

"옌저커, 오늘 정말 멋졌어!"

"시내에서 마차 끄는 암말이라니, 대단해!"

나는 웃으며 인사했다. 저스틴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내일도 시내로 갈 거야. 준비됐어?"

"네, 언제든지요."

나는 자신감에 가득 차 대답했다. 이제 나는 암말이었다. 그걸 받아들였고, 그걸 사랑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달릴 것이다.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

그로부터 7일 동안, 나는 매일 아침 마차를 끌고 목장을 질주했다. 직원들은 작업 중 쉬는 시간마다 내 마차를 타고 목장을 돌며 즐거워했다. 나는 그들을 태우고 달리는 것이 기쁘고 보람찼다.

어느 날, 저스틴이 말했다.

"오늘은 네가 마차를 끌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자."

"좋아요."

나는 고삐를 잡고 마차를 시내로 몰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달렸다.

저스틴이 말했다.

"이제 네가 진정한 암말이 되었어. 축하해."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이제 나는 완전한 암말이었다. 나는 그 정체성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나의 자부심이 되었다.

그 후로도 계속, 나는 마차를 끌고 목장과 시내를 달렸다. 사람들은 나를 '달리는 암말'이라 부르며 좋아했다. 나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나는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더욱 당당해졌다. 처음에는 목장 밖 도로에서만 달렸지만, 점차 캉시 교외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캉시 시내 도로까지 직접 마차를 몰고 나갔다.

시내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기한 듯 나를 바라봤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인사하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했다.

어느 날,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이제 완전히 암말이 된 것 같아. 축하해."

"고마워요, 저스틴. 당신 덕분이에요."

"아니야, 네가 잘했기 때문이야. 자랑스러워."

나는 저스틴의 말에 감동했다. 정말로, 나는 이제 완전한 암말이었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나는 방에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엄철가, 누성, 모든 것이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이제 나는 옌저커, 암말이었다. 그것이 나의 진짜 정체성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일어나 마차를 끌 준비를 했다. 저스틴이 다가와 말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어디든 좋아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저스틴이 웃었다.

"좋아, 그럼 오늘은 캉시 시내를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나는 고삐를 잡고 마차를 몰았다. 시내 중심가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나는 당당하게 길을 달렸다. 저스틴이 말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 계속해."

나는 속도를 조절하며 달렸다. 시내 한복판에서 마차를 끄는 암말이 되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날 오후, 목장으로 돌아와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오늘 정말 수고했어. 쉬어."

"고마워요, 저스틴."

나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나는 이제 완전한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그 후로도 계속, 나는 마차를 끌고 목장과 시내를 달렸다. 사람들은 나를 '달리는 암말'이라 부르며 좋아했다. 나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나는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더욱 당당해졌다. 처음에는 목장 안에서만 달렸지만, 점차 목장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캉시 시내까지 달리게 되었다.

어느 날,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이제 완전히 적응한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거야?"

"네, 물론이죠. 이게 제 인생이니까요."

저스틴이 웃었다.

"좋아,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이제 나는 암말이었다. 그걸 받아들였고, 그걸 사랑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달릴 것이다.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목장 마당에 서서 노을을 바라봤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저스틴이 내 곁에 와서 말했다.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요. 그냥 이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스틴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야."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이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그리고 나는 그걸 사랑했다.

그날 밤, 나는 방에서 일기를 썼다.

"오늘도 나는 마차를 끌고 시내를 달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좋았다. 나는 암말이다. 그게 나다. 그리고 나는 그걸 자랑스러워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일어나 마차를 끌 준비를 했다. 저스틴이 다가와 말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어디든 좋아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저스틴이 웃었다.

"좋아, 그럼 오늘은 목장 뒤 언덕을 넘어 보자."

나는 고삐를 잡고 마차를 몰았다. 언덕을 넘자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저스틴이 말했다.

"여기가 내가 어렸을 때 자주 놀던 곳이야."

"정말 아름다워요."

"그래,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우리는 들판을 달렸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고마워."

"무엇이요?"

"네가 있어서. 네가 내 곁에 있어서."

나는 웃었다.

"저도 고마워요, 저스틴. 당신이 있어서."

우리는 그렇게 들판을 달렸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날 오후, 목장으로 돌아와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오늘 정말 수고했어. 쉬어."

"고마워요, 저스틴."

나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나는 이제 완전한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그 후로도 계속, 나는 마차를 끌고 목장과 시내를 달렸다. 사람들은 나를 '달리는 암말'이라 부르며 좋아했다. 나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나는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더욱 당당해졌다. 처음에는 목장 안에서만 달렸지만, 점차 목장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캉시 시내까지 달리게 되었다.

어느 날,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이제 완전히 적응한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거야?"

"네, 물론이죠. 이게 제 인생이니까요."

저스틴이 웃었다.

"좋아,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이제 나는 암말이었다. 그걸 받아들였고, 그걸 사랑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달릴 것이다.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목장 마당에 서서 별을 바라봤다. 하늘이 까맣게 물들고 있었다. 저스틴이 내 곁에 와서 말했다.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요. 그냥 이 순간이 너무 평화로워서."

저스틴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정말 평화로운 순간이야."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이 순간이 너무 평화로웠다. 나는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그리고 나는 그걸 사랑했다.

그날 밤, 나는 방에서 일기를 썼다.

"오늘도 나는 마차를 끌고 시내를 달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좋았다. 나는 암말이다. 그게 나다. 그리고 나는 그걸 자랑스러워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일어나 마차를 끌 준비를 했다. 저스틴이 다가와 말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어디든 좋아요.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저스틴이 웃었다.

"좋아, 그럼 오늘은 캉시 시내를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나는 고삐를 잡고 마차를 몰았다. 시내 중심가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나는 당당하게 길을 달렸다. 저스틴이 말했다.

"잘하고 있어, 그대로 계속해."

나는 속도를 조절하며 달렸다. 시내 한복판에서 마차를 끄는 암말이 되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날 오후, 목장으로 돌아와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오늘 정말 수고했어. 쉬어."

"고마워요, 저스틴."

나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나는 이제 완전한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그 후로도 계속, 나는 마차를 끌고 목장과 시내를 달렸다. 사람들은 나를 '달리는 암말'이라 부르며 좋아했다. 나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 나는 암말이었다. 그게 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더욱 당당해졌다. 처음에는 목장 안에서만 달렸지만, 점차 목장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캉시 시내까지 달리게 되었다.

어느 날, 저스틴이 말했다.

"옌저커, 이제 완전히 적응한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거야?"

"네, 물론이죠. 이게 제 인생이니까요."

저스틴이 웃었다.

"좋아,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이제 나는 암말이었다. 그걸 받아들였고, 그걸 사랑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달릴 것이다.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

9장

9장

동이 트기도 전, 마구간은 이미 웅성거리고 있었다. 엄철가는 좁은 우리 안에 서서 저스틴이 가져온 가죽 장비들을 바라보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지난 몇 주간 익숙해졌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무겁게 느껴지는 재갈과 굴레가 조심스럽게 입에 물려졌다. 저스틴의 손길은 평소보다 더 꼼꼼했다. 버클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가죽 끈의 장력을 조절했다. 줄리는 말없이 옆에 서서 엄철가의 몸을 훑었다.

“긴장됐어?”

줄리의 목소리가 조용히 물었다.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굴레가 달그락거렸다. 긴장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오늘의 심사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었다. 목장의 존폐가 걸린 자리였다. 줄리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이 목장을 지키기 위해, 엄철가는 암말이 되기로 했다. 설령 그것이 프로 무사로서의 자존심을 구겨 넣는 일이라 해도,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느껴진 묘한 쾌감과 안도감은 스스로도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었다.

“걱정 마. 네가 해냈잖아. 연습 때도 완벽했어.”

줄리가 엄철가의 갈기를 (이제는 익숙해진 표현이다) 쓰다듬었다. 엄철가는 그 손길에 몸을 맡겼다. 누성이 생각났다. 누성이 이 모습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화를 낼까, 아니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해줄까. 엄철가는 대답을 알 수 없었다. 누성은 자존심 강한 무사였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약했다. 그 약함이 지금 이 순간, 이 굴레를 쓰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출발하자.”

저스틴의 차분한 명령에 엄철가는 네 발로 바닥을 디뎠다. 말굽 소리가 돌바닥을 울렸다. 체육관까지는 트럭으로 이동했다. 좁은 트럭 칸 안에서 엄철가는 줄리에게 기대어 서 있었다. 엔진 소리와 함께 흔들리는 몸. 말은 시각보다 청각과 후각이 예민하다고 누군가 가르쳐 주었다. 엄철가는 그 말을 떠올리며 주변의 소리에 집중했다. 줄리의 심장 소리, 저스틴의 무거운 숨소리, 그리고 트럭 바퀴가 노면을 긁는 소리. 모든 소리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오감이 무사 시절보다 훨씬 날카로워져 있었다.

체육관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었다. 중앙에는 말들이 달릴 수 있도록 흙이 단단히 다져진 트랙이 펼쳐져 있었다. 관중석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목장의 주인들, 심사위원, 그리고 구경꾼들. 모두가 엄철가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끄는 마차, 사람이 달리는 경마. 처음에는 비웃음 섞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엄철가가 연습 경기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성적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첫 번째 종목, 말걸음 경주!”

심판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엄철가를 포함한 다섯 마리의 말들이 출발선에 섰다. 옆에는 순종마들이 있었다. 그중 몇 마리는 엄철가를 경계하는 듯 코를 골고 귀를 쫑긋 세웠다. 엄철가는 심호흡을 했다.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깊게 가라앉혔다. 프로 무사로서 익힌 체온 조절과 근육 이완 기술이 지금 이 순간 빛을 발했다.

경적이 울렸다.

엄철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느리지만 우아한 걸음이었다. 말걸음 경주는 속도가 아니라 자세와 리듬, 그리고 말의 우아함을 평가하는 종목이었다. 엄철가의 긴 다리가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그 움직임에 집중했다.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한 걸음걸이. 어깨와 엉덩이의 흔들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저스틴이 가르쳐준 기술이 몸에 배어 있었다. “사람은 말처럼 네 발로 달릴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말보다 유연하다. 그 유연함을 이용해라.”

엄철가는 그 말을 증명하듯, 금속 의수처럼 정확한 걸음을 이어갔다.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줄리가 펄쩍 뛰며 환호했다. 엄철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트랙 한쪽에 섰다. 아직 두 종목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 종목은 경마 경주였다. 속도의 영역이었다. 엄철가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종목이었다. 9품 프로 무사의 순간 폭발력과 지구력은 일반인이나 일반 경주마를 훨씬 상회했다. 출발 신호와 동시에 엄철가는 몸을 던졌다. 바람이 귀를 스쳤다. 발굽이 땅을 박찰 때마다 폭발적인 힘이 전달되었다. 주변의 말들이 점점 뒤로 물러났다. 하나, 둘, 셋. 엄철가는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 유지였다. 경주 트랙은 직선이 아니었다. 커브 구간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이었다. 엄철가는 몸을 살짝 기울이며 원심력을 이용했다. 프로 무사 시절 배웠던 경공술이 떠올랐다. 공중을 나는 듯한 감각. 하지만 지금은 네 발로 땅을 박차고 있었다. 커브를 돌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가속했다. 저스틴이 외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렸다.

“좋아!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할 때, 엄철가는 전력 질주한 후유증으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이겼다. 줄리가 트랙 안으로 뛰어들어와 엄철가의 목을 껴안았다.

“철가야! 너 미쳤어! 완벽했어!”

엄철가는 피식 웃었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무했다. 이렇게 쉽게 이겨버리면, 자신이 암말로서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엄철가는 고개를 저었다.

세 번째 종목은 마차 끌기 경주였다. 가장 혹독한 종목이었다. 엄철가의 등에 무거운 멍에가 메어졌다. 가죽 끈이 엄철가의 가슴과 배를 감쌌다. 뒤에는 나무 마차가 연결되었다. 마차 위에는 줄리가 올라탔다. 마부는 저스틴이었다. 저스틴이 고삐를 잡고, 엄철가의 엉덩이 옆에 채찍을 들어 올렸다.

“준비됐나, 암말아?”

저스틴의 낮은 목소리가 귀에 속삭였다.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몸은 이미 지쳐 있었지만,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경적이 울렸다.

“가라!”

저스틴의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엄철가는 온몸의 힘을 모아 앞으로 내질렀다. 처음 몇 걸음은 무거웠다. 마차의 무게가 엄철가의 몸을 짓눌렀다. 허벅지에 불이 붙는 듯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줄리가 뒤에서 외치고 있었다.

“철가야!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엄철가는 이를 악물었다. 이를 악물자 턱에 찬 재갈이 쇳소리를 냈다. 시야가 흐려졌다. 땀이 눈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달렸다. 발굽이 땅을 후벼 팠다. 트랙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스틴의 채찍이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다.

“더 빨리! 이 정도로 끝이라고 생각하나!”

엄철가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마치 진짜 말처럼, 전력으로 달렸다. 폐가 터질 듯 아팠다. 다리가 풀릴 듯 떨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이 가벼워졌다. 무의식의 영역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모든 고통이 멀어지고,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만이 남았다. 프로 무사가 극한의 경지에서야 도달할 수 있는 무아지경. 엄철가는 그 경지에 도달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관중의 함성, 다른 말들의 숨소리,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오직 하나, 마차를 끄는 감각만이 생생했다. 땅을 박차는 발바닥의 감촉,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되는 리듬, 그리고 멍에가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 그것이 전부였다.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엄철가는 무릎이 꺾여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몸이 바위처럼 무거웠다. 정신은 멍했다. 누군가가 달려와서 엄철가의 목을 끌어안았다. 줄리의 목소리였다.

“해냈어! 철가야! 우리가 해냈어!”

엄철가는 힘없이 웃었다. 눈물이 났다. 이겼다. 목장을 지켰다. 그런데 왜 가슴 한편이 이렇게 허전한 걸까. 암말 생활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엄철가는 스스로의 감정에 놀랐다. ‘내가 미친 건가?’

돌아오는 길, 엄철가는 다시 마차를 끌었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평온했다. 저스틴은 마차 앞에 앉아 있었고, 줄리는 마차 위에 편안히 앉아 있었다. 석양이 길게 드리워지면서 엄철가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엄철가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발굽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타며 고요한 시골 길을 울렸다.

“철가야.”

줄리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엄철가는 귀를 쫑긋 세웠다.

“오늘 정말 수고했어. 네가 없었으면 목장을 지킬 수 없었을 거야.”

엄철가는 기쁘면서도 쓸쓸했다. ‘이제 내 역할은 끝이야. 다시 평범한 유학생으로 돌아가면 돼. 누성 오빠에게 전화해야지. 그리웠다고 말해야지.’

하지만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성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대신 떠오른 것은 저스틴의 채찍과 줄리의 엄한 명령, 그리고 땅을 박차는 자신의 발굽이었다. 엄철가는 혼란스러웠다.

“철가야, 근데 말이야.”

줄리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 결심한 듯한 어조였다.

“있잖아, 나 한 가지 생각이 났어.”

엄철가는 여전히 앞만 보며 달렸다. 저스틴이 채찍을 살짝 휘둘렀다. 경고의 의미였다. 엄철가는 속도를 줄였다.

“오늘 네가 보여준 모습, 정말 아름다웠어. 그냥 심사용 말로 끝내기엔 너무 아까워. 진짜 훈련을 받아보는 게 어때?”

엄철가는 발걸음을 멈췄다. 마차가 덜커덩 멈춰 섰다. 줄리가 마차에서 내려 엄철가 앞에 섰다. 줄리는 엄철가의 재갈을 풀고 굴레를 벗겼다.

“무슨 뜻이야, 줄리?”

엄철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진짜 훈련.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직감했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네 몸이 말해줬어, 철가야. 너는 이 길에 적합해. 단순한 호의로 끝낼 재능이 아니야. 진짜 암말이 되는 거야. 완전한 훈련을 받는 거야.”

줄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눈빛에는 확신과 욕망이 섞여 있었다. 엄철가는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발목을 붙잡았다.

“아니야, 줄리. 나는... 나는 누성의 아내야.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야 해. 유학이 끝나면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네 몸은 여길 원해.”

줄리가 엄철가의 손목을 잡았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힘이 느껴졌다.

“나랑 함께하자, 철가야. 진정한 암말로서. 기쁨을 느끼는 법을 가르쳐줄게. 두려워하지 마.”

엄철가는 줄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먼지 투성이가 된 얼굴,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리고 무언가 기대하는 듯한 눈빛. 엄철가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이 길을 선택했음을. 아니, 선택당했음을.

저스틴이 채찍을 다시 들어 올렸다.

“갈까, 암말아?”

엄철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남은 저항심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발굽이 다시 땅을 박차기 시작했다.

줄리는 엄철가의 등 위에 올라탔다. 이제는 마차가 아니라 직접 말을 타는 기분이었다. 엄철가는 그 무게를 견디며 앞으로 나아갔다. 석양이 길게 드리워진 길 위로, 한 마리 암말과 그 위에 탄 기수가 점점 멀어져 갔다.

엄철가는 생각했다. ‘누성 오빠, 미안해. 나는... 나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이 길이 두렵지만은 않아. 오히려 기대돼. 내가 어떤 존재가 될지, 어떤 쾌락을 느끼게 될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아마 영원히...’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저스틴의 채찍이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고, 엄철가는 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밤이 시작되는 길 위에서,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진정한 암말이 되어 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장 1

엄철가의 유학 생활 - 암말 편

장 1

3학년 봄, 유학 신청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철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평소에는 그저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서를 넣었을 뿐인데, 막상 합격 통지서를 받고 보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루청은 그녀의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가서 보고 싶은 대로 다 해. 나는 여기서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게.” 그는 늘 그랬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언제나 그녀가 돌아올 곳을 마련해 주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3학년이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것이 조금 빠르긴 했지만, 엄철가는 후회하지 않았다. 금단의 열매를 맛본 그날 밤, 루청의 품에 안겨 그녀는 앞으로 닥칠 유학 생활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모두 그에게 털어놓았다.

“철아, 두려워하지 마.” 루청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강해. 어디를 가든 잘 해낼 거야.”

그렇게 엄철가는 남편의 응원을 받으며 미국으로 향했다. 캉청 대학의 캠퍼스는 한국의 대학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넓은 잔디밭, 고풍스러운 건물, 그리고 각양각색의 학생들. 모든 것이 신선했지만 동시에 낯설었다.

기숙사 룸메이트는 줄리라는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전형적인 미국인 외모였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당당한 태도였다.

“안녕, 철가. 나는 줄리야. 앞으로 1년 동안 같이 살게 될 거야.” 첫 만남부터 줄리는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줄리.” 엄철가가 조심스럽게 악수를 청했다.

“말 편하게 해. 우리 나이도 비슷하잖아. 그냥 줄리라고 불러.”

줄리는 매우 다정한 성격이었다. 첫날부터 기숙사 주변을 안내해 주고,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저기, 철가. 혹시 무술을 배웠어?” 식사 중에 줄리가 갑자기 물었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네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어. 중심이 아주 안정적이고, 발소리도 가벼워. 나도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무술을 배웠거든.”

엄철가는 줄리가 무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미국에서 무술을 아는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저는 9품 무사예요.”

“9품? 그건 꽤 높은 등급이잖아! 대단하네.” 줄리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 캠퍼스에 태권도 동아리가 있는데, 거기 가면 네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몰라.”

엄철가는 그 제안에 마음이 끌렸다. 유학 생활 중에도 무술 수련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엄철가는 점차 캉청 대학 생활에 적응해 갔다. 낮에는 금융 관련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태권도 동아리에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방으로 돌아와 루청과 영상 통화를 했다.

“오늘은 어땠어?” 루청이 항상 먼저 물었다.

“괜찮았어. 오늘은 환율 변동에 대해 배웠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

“역시 내 아내야. 금융 공부도 잘 맞는 것 같아.”

“당신은? 오늘 훈련은 어땠어?”

루청은 지금 무도 대회를 준비 중이었다. 그는 5품 비인급 무사로, 한국에서 열리는 전국 무도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오늘은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훈련을 했어. 아직 갈 길이 멀어.” 루청이 씁쓸하게 웃었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 나는 당신을 믿어.”

이런 대화가 엄철가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 낯선 땅에서 홀로 지내는 외로움도 루청의 목소리를 들으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줄리가 수업이 끝난 후 다가와 물었다. “철가,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네,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요.”

“좋아. 그럼 내 목장에 같이 갈래?”

“목장이요?” 엄철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응. 사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에게 목장을 물려주셨어. 그동안 관리를 맡기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가보려고. 너도 미국에 온 지 꽤 됐는데 아직 밖에 나간 적이 없다며? 좋은 기회야.”

엄철가는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유학 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학교 근처 외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캠퍼스 생활만으로도 적응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좋아요, 같이 가요.”

“정말?太好了!” 줄리가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내가 차로 데려다줄게. 주말 아침에 출발하자.”

주말 아침, 줄리는 빨간색 픽업 트럭을 몰고 기숙사 앞에 나타났다. 엄철가는 간단한 배낭 하나만 챙겨 차에 올랐다.

“생각보다 먼 곳이에요?” 엄철가가 물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도시를 벗어나면 곧 시골 풍경이 펼쳐져. 네가 좋아할 거야.”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점차 변해 갔다. 고층 건물이 사라지고, 대신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이 나타났다. 중간중간 나무들이 점처럼 서 있고, 먼 곳에서는 소나 말 무리가 보였다.

“아름답네요.” 엄철가가 감탄했다.

“응, 그렇지? 이곳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자주 올 기회가 없었어.” 줄리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한 시간 반 후, 픽업 트럭은 철문 앞에 도착했다. 철문 위에는 ‘줄리 목장’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도착했어.” 줄리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엄철가도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목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멀리에는 목장 건물과 마구간이 보였고, 초원 곳곳에서는 말과 소, 그리고 양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여기 정말 멋지네요.” 엄철가가 감탄했다.

“고마워. 자,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아침 겸 점심을 먹자. 배고프지?”

줄리는 엄철가를 목장 안으로 안내했다. 목장 건물 1층에는 넓은 거실과 주방이 있었다. 모든 것이 나무로 만들어져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서 자주 지내?” 엄철가가 물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거의 여기서 살았어. 하지만 지금은 학교에 있을 시간이 더 많아.” 줄리가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며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준비했다. 신선한 채소와 고기로 만든 샐러드와 스테이크. 엄철가는 미국의 음식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만, 줄리가 만든 요리는 맛있었다.

“이 고기, 여기 목장에서 직접 기른 거야?” 엄철가가 물었다.

“응, 우리 목장에서 기른 소고기야. 맛이 좋지?”

“네,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요.”

점심을 먹은 후, 줄리는 엄철가를 데리고 목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먼저 양 우리로 가서 양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다음에는 말 마구간으로 갔다.

“여기 말들은 모두 내가 직접 길렀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말을 좋아하셔서.” 줄리가 마구간 문을 열며 말했다.

마구간 안에는 여러 마리의 말들이 서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새하얀 털을 가진 말이었다.

“얘 이름은 백설기야. 아버지가 가장 사랑하셨던 말이지.” 줄리가 백설기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철가도 조심스럽게 백설기의 코를 만져 보았다. 말은 그녀의 손길을 싫어하지 않는 듯 가볍게 코를 비볐다.

“예쁘다.” 엄철가가 미소 지었다.

“고마워. 자, 이제 다른 곳도 보여줄게.”

줄리는 엄철가를 데리고 목장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몇 채의 건물이 더 있었다. 엄철가는 처음에는 그곳이 창고나 헛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줄리가 문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여기는...?”

엄철가가 망설이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방 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입고 있는 것은 평범한 옷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말처럼 네 발로 엎드려 있었고, 목에는 가죽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개처럼 앉아 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엄철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줄리, 이건...”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줄리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리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엄철가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인간을 가축처럼 길들이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상한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길들여지는 것. 그 생각은 그녀에게 낯설지 않았다. 루청과의 관계 속에서, 때로는 자신이 완전히 그의 손에 맡겨지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상상에 불과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설명해 줄게.” 줄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인간 목축장이야.”

“인간 목축장?” 엄철가가 되물었다.

“응.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그래서 이런 곳을 찾아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해. 걱정 없는 동물이 되어서 생활의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거지.”

엄철가는 줄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인간이 가축이 된다고? 그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엄철가가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충격을 받았어.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 목장을 물려받으면서, 이게 단순한 변태적인 취미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여기 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들이야. 그들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거지.”

엄철가는 다시 방 안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의식하지 않는 듯 각자의 ‘동물’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마치 소처럼 풀을 뜯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개처럼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혐오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엄철가의 호흡이 조금씩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장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줄리는 엄철가의 변화를 눈치챘다. 그녀의 얼굴에는 놀라움만 있었을 뿐, 혐오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때, 철가?” 줄리가 부드럽게 물었다.

“뭐가요?” 엄철가가 정신을 차렸다.

“네가 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쎄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너무 충격적이어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 나는 네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엄철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마음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동시에, 줄리가 왜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엄철가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였다. 줄리는 그녀를 데리고 목장의 다른 곳을 구경시켜 주었지만, 엄철가의 머릿속은 온통 그 인간 목축장의 광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후가 되자, 줄리는 엄철가를 목장의 한적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앉자.” 줄리가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

엄철가도 그 옆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철가, 사실 내가 너를 이곳에 데려온 데는 이유가 있어.” 줄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슨 이유인데요?” 엄철가가 물었다.

“인간 목축장을 운영하려면 일정한 자격이 필요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그 자격이 유지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내가 목장을 상속받았고, 자격을 다시 확인받아야 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죠?”

“자격 심사에는 조건이 있어. 목장에 일정 수의 암말이 있어야 해. 암말은 여성 고객을 말하는데, 지금 내 목장에는 암말이 부족해.”

엄철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내 목장에 있는 암말들은 일반인들이야. 체력이나 지구력 면에서 자격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워. 하지만 너는 달라. 너는 무술을 익힌 9품 무사야. 체력이 뛰어나고, 지구력도 좋아.”

“설마...” 엄철가가 입을 열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철가, 부탁이야.” 줄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가 내 목장에서 일정 기간 암말이 되어 줘. 그러면 자격 심사를 통과할 수 있어. 그러지 않으면 목장이 파산하고, 나는 큰 빚을 지게 돼. 결국 거리로 나앉게 될 거야.”

엄철가는 줄리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암말이 되라는 말을 들을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건... 안 돼요.” 엄철가가 고개를 저었다.

“제발, 철가. 나는 네가 유일한 희망이야.” 줄리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남기신 유일한 유산이 이 목장이야. 나는 이걸 지켜내고 싶어. 제발 도와줘.”

엄철가는 망설였다. 그녀는 마음이 착했다. 가까운 사람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줄리는 유학 생활 동안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하지만...” 엄철가가 말을 꺼냈다.

“한 달만이야. 한 달만 암말이 되어 주면 돼. 그동안 나는 자격 심사를 준비하고, 네가 끝나면 바로 암말의 역할에서 풀려날 수 있어.”

엄철가의 마음속에서 또 다른 감정이 꿈틀거렸다. 아까 인간 목축장에서 본 광경이 떠올랐다. 길들여진 사람들. 그들은 모두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듯한 그들의 얼굴.

게다가 그녀는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루청과의 관계 속에서 상상했던 그 장면들이 현실이 된다면? 그것은 두렵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생각이었다.

“정말 한 달만이에요?” 엄철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약속할게.” 줄리의 얼굴이 환해졌다. “한 달만. 그 후에는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어.”

엄철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믿기로 했다.

“알겠어요. 도와줄게요.”

“정말?” 줄리가 기뻐하며 엄철가를 껴안았다. “고마워, 철가. 정말 고마워.”

줄리는 재빨리 어딘가로 가서 서류를 가져왔다. 그것은 암말 계약서였다. 엄철가는 계약서를 받아 들고 내용을 훑어보았다.

계약 기간은 한 달. 그 기간 동안 엄철가는 줄리 목장의 암말이 되어 줄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암말로서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들이 명시되어 있었다.

엄철가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좋아, 이제 시작이야.” 줄리가 계약서를 정리하며 말했다. “먼저 옷을 갈아입어야 해.”

엄철가는 줄리를 따라 목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줄리는 그녀를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 방에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옷을 벗어.” 줄리가 명령했다.

엄철가는 망설였지만, 이미 계약을 했으니 따르기로 했다. 그녀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알몸이 되자, 줄리는 그녀의 몸을 살펴보았다.

“좋아, 체형이 아주 좋아.” 줄리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는 먼저 긴 말굽 부츠를 가져왔다. 그것은 굽이 높고 앞쪽이 말굽 모양으로 휘어져 있어, 신으면 자연스럽게 네 발로 엎드리게 되는 구조였다.

“발을 들어.”

엄철가는 말굽 부츠를 신었다. 발이 들어가자, 굽 때문에 발목이 꺾이며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게 되었다.

“이제 손을 등 뒤로 해.”

엄철가는 순순히 따랐다. 줄리는 그녀의 두 손을 등 뒤로 해서 묶기 시작했다. 그것은 후수관음식이라는 특별한 결박법이었다. 손목이 등 뒤에서 교차되어 묶이면서, 팔이 완전히 고정되었다.

“움직이지 마.”

줄리는 가죽 끈으로 엄철가의 손목을 단단히 묶었다. 팔이 완전히 고정되자 엄철가는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목걸이를 채울게.”

줄리는 검은색 가죽 목걸이를 가져왔다. 그것은 넓고 두꺼운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앞쪽에는 고리가 달려 있었다. 그녀는 엄철가의 목에 목걸이를 채웠다. 목걸이가 목을 감싸자, 엄철가는 자신이 완전히 속박당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줄리는 목걸이에 달린 끈을 잡고 엄철가를 끌고 방 밖으로 나왔다. 엄철가는 말굽 부츠 덕분에 네 발로 기어가야 했다.

“따라와.”

줄리는 그녀를 마구간으로 데려갔다. 마구간 안에는 말들이 있었지만, 그중 한쪽에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여물통과 짚이 깔려 있었다.

“여기가 네가 한 달 동안 있을 곳이야.”

줄리는 엄철가의 목걸이에 달린 끈을 여물통에 묶었다. 끈이 짧아서 엄철가는 여물통 주변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편하게 해. 필요하면 불러.”

줄리는 그 말을 남기고 마구간을 나갔다. 엄철가는 홀로 남겨져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마구간 안은 어둑했다. 희미한 빛만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엄철가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달. 단 한 달만 견디면 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과연 동물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엄철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귀에는 마구간 밖에서 들려오는 말들의 울음소리와 발굽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그녀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장 2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마구간 지붕 사이로 비스듬히 스며들었다. 엄철가는 어젯밤 줄리가 건네준 작업복을 입고 마구간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뒤척이다 잠이 들었지만, 오늘부터 시작될 훈련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철가!”

줄리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엄철가는 고개를 돌려 목장 입구를 바라보았다. 줄리가 백인 남성 한 명을 데리고 걸어오고 있었다. 남성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으며, 짧게 깎은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엄철가를 스쳐 보았다.

“일찍 일어났네. 잘 잤어?”

줄리가 다가와 엄철가의 어깨를 톡톡 쳤다. 엄철가는 긴장한 미소를 지었다.

“응, 그런데…… 줄리, 저분은?”

“아, 맞다. 소개할게. 이쪽은 저스틴이야. 앞으로 보름 동안 철가를 훈련시켜줄 사람이야.”

줄리는 뒤에 서 있는 남성을 가리켰다.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철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엄철가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피했다.

“자격 심사가 보름 후로 결정됐어. 그래서 그동안 휴가를 냈고, 이 기간 동안 철가를 제대로 훈련시킬 거야. 체력은 기준에 맞는데, 문제는 규칙을 전혀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전문가를 데려왔지.”

줄리가 설명하며 저스틴을 툭 쳤다. 저스틴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저스틴은 경험이 많은 기사야. 앞으로 철가의 기사가 되어 훈련과 길들이기를 담당할 거야. 나는 잠시 자리를 비울게. 두 분이 잘 지내길 바라.”

줄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엄철가는 당황하여 줄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혼자 남겨진 그녀와 저스틴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저스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 시작하지. 먼저 옷을 벗어.”

엄철가는 그의 말을 듣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

“뭐라고요?”

“옷을 벗어. 지금부터 네 신분은 사람이 아니라 암말이야. 암말은 옷을 입지 않아.”

저스틴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엄철가는 망설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마당이었지만, 벌거벗는 것이 너무나 창피했다.

“하지만……”

“시간 낭비하지 마. 나는 네가 순종하기를 기대해.”

저스틴이 한 걸음 다가섰다. 엄철가는 그의 눈빛에서 어떤 타협도 허용되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작업복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천천히 옷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자, 새하얀 피부가 햇살에 드러났다. 그녀는 두 팔로 가슴을 가리며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네 몸을 숨기지 마.”

저스틴이 명령했다. 엄철가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저스틴은 참을성 없게 한숨을 쉬더니, 그녀 앞에 서서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강제로 펴게 했다.

“네가 암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암말은 당당해야 해. 자신의 몸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해. 지금부터 네 몸은 더 이상 네 것이 아니라, 훈련을 위한 도구야.”

저스틴의 손이 그녀의 턱을 잡아 위로 올렸다. 엄철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눈을 마주보았다.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좋아, 그 상태를 유지해. 이제 발에 이것을 신어.”

저스틴이 옆에 놓인 상자에서 긴 굽의 부츠를 꺼냈다. 굽은 거의 2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디자인이었다.

“이걸 어떻게 신어요?”

“내가 도와줄게. 손을 등 뒤로 해.”

엄철가는 순종적으로 손을 등 뒤로 모았다. 저스틴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굵은 끈으로 묶었다. 손이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묶인 후, 그는 부츠를 그녀의 발에 신겼다. 굽이 높아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엄철가는 비틀거리며 저스틴에게 기대었다.

“처음이라 그런 거야. 곧 익숙해질 거야.”

저스틴이 그녀의 팔을 잡아 균형을 잡아주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자, 엄철가는 조금씩 중심을 잡는 법을 터득했다.

“자, 이제 걸어보자.”

저스틴이 앞서 걸어가며 말했다. 엄철가는 두 손이 묶인 채로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부츠 때문에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솜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좋아, 그 정도면 됐어. 이제 기본 자세를 익혀보자.”

저스틴은 마구간 안에 준비된 공간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그곳에는 바닥에 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었다.

“네가 어떤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지 알려줄게. 무릎을 약간 굽히고, 허리는 곧게 펴. 가슴은 앞으로 내밀고, 턱은 당겨.”

저스틴이 그녀의 몸을 만지며 자세를 교정했다.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엄철가는 몸을 움츠렸다.

“긴장 풀어. 암말은 유연해야 해.”

저스틴이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 등을 밀어 펴게 했다. 엄철가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세가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좋아, 이제 호흡을 가다듬어. 암말은 호흡으로 자신을 표현해.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어.”

저스틴이 그녀의 옆에 서서 시범을 보였다. 엄철가는 그의 호흡을 따라 했다. 가슴이 확장되고 수축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번 반복하자 점점 편안해졌다.

“자, 이번에는 네가 직접 걸어보면서 이 자세를 유지해.”

저스틴이 마구간 안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엄철가는 그 뒤를 따라갔다. 굽이 높아 균형을 잡기 힘들었지만,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저스틴은 중간중간 멈춰서 그녀의 자세를 확인하고 교정해주었다.

“더 천천히. 발을 끌지 말고, 우아하게 움직여.”

저스틴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지만, 인내심이 느껴졌다. 엄철가는 그의 말에 집중했다. 다리가 떨리고 땀이 흘렀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저스틴이 멈추라고 신호했다.

“휴식 시간이야. 여기 앉아.”

저스틴이 바닥을 가리켰다. 엄철가는 손이 묶인 채로 주저앉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물 마실래?”

“네… 감사합니다.”

저스틴이 물병을 가져와 그녀의 입가에 대주었다. 엄철가는 목마름에 물을 들이켰다. 물이 입가로 흘러내리자, 저스틴이 손등으로 닦아주었다.

“처음이라 힘들겠지만, 네가 잘 따라와주고 있어. 칭찬할 만해.”

저스틴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엄철가는 그 미소에 어안이 벙벙했다. 차가운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정한 면이 있었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 오늘 목표는 네가 이 자세에 완전히 익숙해지는 거야.”

저스틴이 일어서며 말했다. 엄철가도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다. 저스틴이 재빨리 그녀를 붙잡았다.

“조심해. 천천히 해.”

저스틴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엄철가는 그의 체온이 느껴져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그녀를 안정시키고는 다시 걸음을 시작했다.

오전 내내 훈련은 계속되었다. 엄철가는 점차 굽에 익숙해졌고, 자세도 자연스러워졌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걷는 법을 배웠다. 벌거벗은 몸에 대한 부끄러움도 점점 사라져 갔다. 저스틴이 가끔 칭찬을 해줄 때면, 뿌듯함이 밀려왔다.

점심 시간이 되자, 줄리가 음식을 가져왔다.

“어때, 적응하고 있어?”

줄리가 엄철가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엄철가는 미소를 지었다.

“응, 천천히…… 하지만 재미있어.”

“그래, 다행이다. 저스틴이 엄격하지만, 실력은 확실하니까 믿어도 돼.”

줄리가 저스틴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집어 들었다.

점심 후, 다시 훈련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더 집중적인 훈련이었다. 저스틴은 엄철가에게 다양한 동작을 요구했다. 앉았다 일어서기, 옆으로 걷기, 제자리에서 돌기 등. 엄철가는 모든 동작을 수행하면서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좋아, 이번에는 네가 암말의 자태를 보여줘.”

저스틴이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엄철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가슴을 펴고, 턱을 당겼다. 그녀의 몸에서 자신감이 흘러나왔다. 저스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했어. 네가 점점 암말이 되어가고 있어.”

엄철가는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더 이상 벌거벗은 몸이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엄철가는 지쳐 있었지만, 성취감에 가득 차 있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마지막으로 네게 보상을 주겠다.”

저스틴이 말하며 손에 든 물통을 흔들었다. 엄철가는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보상?”

“응, 암말을 씻겨주는 거야. 말은 샤워 후에 기분이 좋아지잖아. 너도 그럴 거야.”

저스틴은 그녀를 마구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마당 한쪽에는 커다란 나무 통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안에 미지근한 물이 채워져 있었다.

“여기 서 있어.”

저스틴이 그녀를 통 앞에 세우고, 물을 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발목에 물을 부었다. 차가운 물이 발을 적셨다. 이어서 다리, 허리, 가슴, 어깨 순서로 물을 부었다. 엄철가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물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제 비누를 바를게.”

저스틴이 비누를 손에 묻혀 그녀의 몸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은 거칠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러웠다. 엄철가는 그의 손길에 온몸이 간질간질해지고, 기분 좋은 전율이 느껴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그 느낌에 집중했다.

저스틴은 꼼꼼하게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었다. 어깨, 등, 가슴, 배, 엉덩이, 다리, 발까지. 엄철가는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 이제 헹굴게.”

저스틴이 깨끗한 물을 그녀의 몸에 부었다. 비누 거품이 씻겨 내려가고, 피부가 매끈해졌다. 엄철가는 상쾌함에 미소를 지었다.

“다 됐어. 수건으로 닦을게.”

저스틴이 부드러운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엄철가는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안도감이 들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후, 저스틴은 그녀를 다시 마구간 안으로 데리고 갔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제 잘 시간이야.”

저스틴이 말하며 그녀의 손목을 다시 묶었다. 이번에는 손목을 등 뒤로 묶지 않고, 앞으로 묶었다. 그리고 다시 긴 부츠를 신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죽 목걸이를 꺼내 그녀의 목에 채웠다. 목걸이에는 쇠고리가 달려 있었다.

“네가 잘 쉴 수 있도록 해줄게.”

저스틴은 그녀를 마구간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깨끗한 지푸라기가 깔려 있었고, 여물통이 놓여 있었다. 저스틴은 목걸이에 연결된 끈을 여물통에 고정시켰다. 끈이 짧아서 그녀는 그 자리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편안히 쉬어. 내일 다시 시작할 거야.”

저스틴이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마구간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어둠이 그녀를 감쌌다. 엄철가는 손이 묶이고, 목에 끈이 채워진 채로 지푸라기 위에 누웠다. 몸은 지쳐 있었지만, 마음은 편안했다. 오늘 하루, 그녀는 많은 것을 배웠다. 암말로서의 자세, 당당함, 그리고 순종.

그녀는 눈을 감았다. 내일은 어떤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려움보다 기대가 컸다. 그렇게 그녀는 잠에 빠져들었다. 마구간 안에는 그녀의 고른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장 3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엄철가는 전날의 기억이 아직 생생했다. 저스틴이 준비한 긴 말굽 부츠를 신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가죽 부츠는 굽이 높아 발끝만 겨우 땅에 닿는 듯했다. 부츠 안쪽은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감싸 있었지만, 발목을 고정하는 철제 장식이 단단하게 조여져 있어 걸음걸이마저 무겁게 만들었다.

저스틴은 마굿간 입구에 서서 채찍을 어깨에 걸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그는 전날과 같은 복장이었다. 헐렁한 흰 셔츠 위에 가죽 조끼를 입고, 허리에는 굵은 가죽 벨트를 찼다. 그의 눈은 엄철가를 훑으며, 마치 평가하는 듯했다.

"오늘은 말 걸음걸이 훈련을 시작하겠다."

저스틴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그는 손짓으로 엄철가에게 다가오라고 했다.

"네가 말이라면, 먼저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발을 들 때 허벅지와 상체가 90도를 유지해야 하고, 발이 땅에 닿을 때는 힘을 주어 발소리가 또렷하게 나야 한다. 알겠나?"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직업급 무사로서 기본적인 신체 훈련은 익숙했다. 하지만 이 요구는 달랐다. 평소 무술 훈련에서는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였다.

저스틴은 엄철가의 손을 등 뒤로 묶었다. 가죽 끈이 손목을 감싸고, 팔꿈치가 등 뒤로 당겨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슴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엄철가는 불편한 자세에 숨을 고르며 몸을 안정시켰다.

"시작한다."

저스틴의 명령에 엄철가는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허벅지와 상체가 거의 90도를 이루며 다리가 수평이 되었다. 그녀는 발을 내디디며 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 말굽 부츠가 돌바닥에 닿으며 '탁' 소리가 났다. 만족스러운 소리였다.

이어서 왼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두 걸음, 세 걸음. 저스틴은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더 높이. 허벅지가 땅과 평행이 되어야 한다."

엄철가는 다리를 더 높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했다. 오랜 무술 훈련으로 길들여진 근육이 발소리를 죽이기 위해 발이 땅에 닿는 순간 힘을 빼버렸다. '탁' 소리가 '툭'으로 변했다.

저스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시."

엄철가는 이를 악물고 다시 시도했다. 발을 높이 들고, 의식적으로 발끝에 힘을 주어 땅을 찍었다. '탁' 소리가 났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 않아 다시 습관이 발동했다. 그녀는 모르게 허벅지를 낮추고, 발소리를 죽였다.

"그만."

저스틴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는 천천히 엄철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갑자기, 그의 손이 허리춤의 채찍을 뽑아 올렸다.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휘둘렸다.

'채찍!'-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엄철가의 허벅지에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스쳤다. 그녀는 신음을 삼켰다. 저스틴은 전날의 인내심과는 달리, 난폭하게 행동했다.

"네가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뜻이다."

저스틴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채찍을 다시 휘둘렀다.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였다. 엄철가는 몸을 움찔하며 고통을 견뎠다.

"다시. 허벅지를 90도로, 발소리를 또렷하게."

엄철가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통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그녀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허벅지가 상체와 90도를 이룰 때까지. 발이 땅에 닿았다. '탁'!

좋았다. 왼발. '탁'!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가와 엄철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스쳤다.

"잘했다. 계속 그렇게."

그의 손은 머리에서 목덜미로 내려와, 어깨를 쓰다듬었다. 엄철가는 그 손길에 몸이 긴장했다. 전날 저스틴이 자신의 몸을 조사할 때 느꼈던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저스틴의 손은 천천히 등줄기를 따라 내려갔다. 그는 엄철가의 몸 곳곳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엄철가는 숨을 죽이며 참았다. 하지만 저스틴은 오랫동안 암말을 길들여온 경험이 있었다. 그는 여자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귀 뒤, 목덜미, 척추 양옆, 허리 라인. 그가 그 부위를 살짝 스치기만 해도 엄철가의 몸은 미세하게 떨렸다.

"좋아. 계속 연습해라."

저스틴은 손을 떼며 몇 걸음 물러났다. 엄철가는 안도하며 다시 훈련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저스틴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그 감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엄철가는 계속해서 말 걸음걸이를 반복했다. 발이 아프고 허벅지가 저렸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저스틴의 요구는 점점 더 세밀해졌다.

"허벅지가 살짝만 내려가도 알 수 있다. 다시."

채찍이 다시 휘둘렸다. 이번에는 허벅지 안쪽이었다. 엄철가는 깨물며 참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점점 저스틴의 명령에 복종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발을 높이 들고, 발소리를 크게 내도록 몸이 기억하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자, 엄철가는 더 이상 실수하지 않았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정확했다. 허벅지와 상체가 90도를 이루고,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저스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잘했다. 오늘 하루 만에 말 걸음걸이를 마스터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엄철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마치 칭찬하는 듯. 엄철가는 그 손길에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 이제 쉬자."

저스틴은 엄철가의 손을 풀어주었다. 손목에 가죽 끈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엄철가의 손을 잡아 마굿간 안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깔개와 베개가 놓여 있었다.

"앉아라."

엄철가는 말없이 앉았다. 저스틴은 약 상자를 꺼내 그녀의 허벅지에 상처를 살폈다. 채찍에 맞은 자국이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는 연고를 발라 상처에 부드럽게 문질렀다.

"내일은 더 심한 훈련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저스틴의 손은 허벅지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등으로 이동했다. 그는 엄철가의 몸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의 손길은 능숙했다. 민감한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어, 엄철가의 몸이 그의 손에서 쾌락을 느끼게 만들었다.

엄철가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이 저스틴에게 조금씩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길이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주었고, 그녀는 그 이중적인 감각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괜찮다. 편안히 쉬어라."

저스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엄철가는 그 목소리 속에 숨겨진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훈련시키는 조련사였고, 자신은 그의 암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왠지, 그 역할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저스틴은 엄철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어났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라. 훈련은 계속된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마굿간 안은 어둠과 적막만이 남았다. 엄철가는 자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허벅지의 통증과 저스틴의 손길이 남긴 감각이 뒤섞여,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은 왜 여기까지 왔을까. 공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지만 지금, 그녀는 말의 걸음걸이를 배우고, 조련사의 손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것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그녀는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누성을 떠올렸다. 그의 얼굴, 그의 목소리, 그의 손길. 하지만 곧, 그 기억은 저스틴의 손길로 덮여버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아침이 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말 걸음걸이를 반복할 것이다. 저스틴의 명령에 따라, 발을 높이 들고, 발소리를 크게 내며.

엄철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몸은 이미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감정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렸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암말이다."

그 말은 낯설었지만, 왠지 가슴에 와닿았다. 그녀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며, 자신을 그 역할에 적응시키려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마굿간 안은 더욱 조용해졌다. 엄철가는 몸을 돌려, 깔개 위에 편안히 누웠다. 허벅지의 통증이 조금씩 가시고, 저스틴이 발라준 연고의 시원한 느낌이 퍼져나갔다.

그녀는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넓은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발소리가 리듬을 타고,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그녀는 말이었다. 자유로운, 야생의 말.

하지만 곧, 저스틴의 채찍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멈춰 섰다. 발을 높이 들고, 발소리를 내며 걸었다. 그녀는 길들여진 암말이었다.

꿈속에서도, 그녀는 그 역할을 벗어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엄철가는 저스틴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일어나라. 오늘은 더 힘든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웠지만, 정신은 맑았다. 그녀는 말굽 부츠를 신고, 손을 등 뒤로 내밀었다. 저스틴이 가죽 끈으로 그녀의 손을 묶었다.

"오늘은 오래달리기 훈련을 하겠다. 말 걸음걸이로 마굿간 주변을 열 바퀴 돌아라. 발소리가 끊기지 않게, 허벅지 높이를 유지하면서."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마굿간 문을 나서며, 첫 걸음을 내디뎠다. '탁'!

발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그녀는 계속 걸었다. 두 걸음, 세 걸음. 허벅지가 아팠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저스틴이 뒤따라오며, 채찍을 들고 그녀를 감시했다.

"좋다. 계속 그렇게."

저스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엄철가는 그의 목소리에 힘을 얻었다. 그녀는 발을 더 높이 들고, 발소리를 더 크게 내려고 노력했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녀는 계속 걸었다. 허벅지가 저리고, 발이 아팠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저스틴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그가 칭찬할 때의 그 따뜻한 손길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다섯 바퀴째, 엄철가는 실수로 발을 헛디뎠다. 발소리가 '툭' 하고 작게 났다. 저스틴이 즉시 다가왔다.

"주의를 기울여라."

채찍이 그녀의 종아리를 스쳤다. 통증이 전해졌지만, 엄철가는 이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는 다시 걸음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신중하게.

일곱 바퀴, 여덟 바퀴. 그녀는 점점 지쳐갔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스틴의 시선이 그녀를 압박했고, 그 압박이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열 바퀴를 마쳤을 때, 엄철가는 거의 쓰러질 뻔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였다. 저스틴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고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그의 손길이 부드러웠다. 엄철가는 그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그가 주는 위로를 느꼈다.

저스틴은 그녀의 손을 풀어주고, 약을 발라주었다. 허벅지와 종아리의 상처가 따가웠지만, 그의 손길은 그것을 잊게 만들었다.

"내일은 더 멀리 달릴 것이다. 준비해라."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내일의 훈련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스틴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그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안정감을 주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저스틴의 손길이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 감각에 빠져들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암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장 4

장4

넷째 날 아침, 첫 햇살이 마구간 지붕 위로 스며들어 좁은 공간을 비스듬히 비추었다. 엄철가는 깊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눈을 뜨자마자 어제의 기억이 물밀 듯 밀려와 몸이 굳어졌다. 어제 하루 종일 얼굴을 바닥에 박고 무릎을 꿇고 있었던 고통이 아직도 무릎과 발목에 생생했다. 손목은 이미 등 뒤에서 묶인 지 오래여서 어깨와 팔꿈치가 저리고 아팠다. 발에 신겨진 긴 말굽 부츠는 발목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고, 굽이 땅에 닿을 때마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났다.

저스틴이 마구간 문을 열며 들어왔다. 그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가지런했다. 회색 셔츠에 검은색 작업복 차림으로, 허리에는 채찍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엄철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집었다.

“일어나, 자기야. 오늘은 바쁜 하루가 될 거야.”

엄철가는 그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일어섰다. 다리는 이미 저려서 휘청거렸지만 말굽 부츠가 지탱해 주었다. 저스틴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은 휴식과 물 마시기, 먹이 먹기 규칙을 가르칠 거야. 모든 행동은 마구간 안에서 해야 하고, 항상 서 있어야 해. 잠잘 때도 마찬가지야. 이해했어?”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당혹스러웠다. 서서 자는 방법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말들이 그렇게 잔다는 것은 알았지만, 인간이 그렇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저스틴이 그녀를 데리고 마구간 중앙으로 갔다. 거기에는 건초 더미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얇은 담요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엄철가를 그 위에 세우고 말했다.

“자, 이게 네 휴식 장소야. 이제부터 네가 쉴 때는 여기 서 있어야 해. 앉거나 눕거나 기대는 건 안 돼. 알겠어?”

엄철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몸이 이미 저항을 예고했다. 서서 쉰다는 것은 다리와 등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손이 묶여 있어서 균형을 잡기가 더 어려웠다.

저스틴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밀어 올바른 자세를 잡아 주었다. 등을 곧게 펴고, 턱을 약간 들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게 했다. 엄철가는 그 자세를 취했지만 불과 몇 분 만에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고 했지만 저스틴이 즉시 채찍으로 그녀의 종아리를 살짝 때렸다.

“움직이지 마. 그냥 서 있어.”

엄철가가 이빨을 악물고 버텼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리의 통증이 심해졌다. 무릎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허리도 아파 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참으려고 노력했지만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10분이 지나자 엄철가는 거의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구부리려고 했지만 저스틴이 채찍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강하게 때렸다. 따끔거리는 고통이 순간적으로 퍼져 나갔다.

“내가 뭐라고 했어?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저스틴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그는 엄철가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강제로 똑바로 세웠다.

“다시 한 번 움직이면 벌을 줄 거야. 알겠어?”

엄철가가 꽉 깨문 입술 사이로 “알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저스틴이 그녀를 풀어 주며 한 걸음 물러났다. “좋아. 이제 30분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해. 그 후에 물을 마실 거야.”

30분. 엄철가는 그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다리는 이미 감각이 없어졌고, 허리는 아파서 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고통이 계속해서 주의를 빼앗아 갔다. 마지막 5분이 되자 그녀의 무릎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향해 무너져 내렸다.

저스틴이 재빨리 손을 내밀어 그녀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의 눈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벌이 필요하겠군.”

그는 엄철가를 마구간 구석으로 데려가 그녀의 발목을 고정시키는 쇠고랑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엄철가의 말굽 부츠를 벗기고 그녀의 발목을 쇠고랑에 채웠다. 쇠고랑은 바닥에 고정되어 있어서 엄철가는 억지로 무릎을 꿇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손목을 푼 뒤, 그녀의 손을 머리 위로 끌어올려 천장에 매달린 고리에 묶었다.

“여기서 10분 동안 생각해. 다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해.”

엄철가는 팔이 위로 잡아당겨지고 다리는 바닥에 고정된 채로 꼼짝없이 갇혀 버렸다. 그 자세는 몸 전체가 긴장하게 만들었고, 어깨와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주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10분이 지나 저스틴이 돌아와 그녀를 풀어 주었다. 엄철가의 팔과 다리는 이미 저려서 움직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저스틴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제 물 마실 시간이다.”

그는 엄철가를 마구간 한쪽에 있는 물통으로 데려갔다. 물통은 엄철가의 무릎 높이 정도였고, 그 안에 맑은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저스틴이 엄철가의 손목을 등 뒤로 다시 묶으며 말했다.

“물을 마실 때는 얼굴을 물통에 넣고 마셔야 해. 손은 사용할 수 없어. 이해했어?”

엄철가는 경악했다. 그건 말이 물을 마시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했다.

“싫어요. 그렇게는 못 해요.”

저스틴은 아무 말 없이 채찍을 꺼내 엄철가의 허벅지를 때렸다. 고통이 순간적으로 퍼져 나갔고, 엄철가는 비명을 질렀다.

“네가 말이야. 말은 그렇게 물을 마셔. 자, 해 봐.”

엄철가는 눈물을 참으며 천천히 몸을 굽혀 얼굴을 물통에 가까이 가져갔다. 물의 차가운 기운이 얼굴에 닿자 그녀는 마지못해 입을 벌려 물을 마셨다. 물이 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불편함이 느껴졌지만 참아야 했다.

저스틴이 그녀의 머리를 살짝 눌러 더 깊이 물속에 잠기게 했다. 엄철가는 숨이 막힐 듯한 느낌에 당황했지만 저스틴이 곧 그녀를 놓아 주었다. 그녀는 얼굴을 들이밀며 헐떡거렸고, 물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잘했어. 이제 먹이를 먹을 시간이다.”

저스틴은 마구간 구석에 놓여 있는 사료 통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통에는 건초와 곡물이 섞여 있었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엄철가는 구역질이 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물 마실 때처럼 해. 얼굴을 통에 넣고 먹어.”

엄철가는 이번에도 저항하려 했지만 저스틴의 채찍이 다시 한번 그녀의 종아리를 때렸다. 그녀는 고통에 몸을 떨며 결국 얼굴을 통에 넣었다. 건초의 거친 질감이 입술과 혀를 찔렀고, 곡물은 딱딱하고 메말랐다. 엄철가는 억지로 씹어 삼켰지만 목이 메어 기침을 했다.

저스틴이 그녀의 머리를 통 안에 계속 눌러 두며 충분히 먹도록 강요했다. 엄철가가 간신히 몇 입 삼키자 저스틴이 그녀를 놓아 주었다. 그녀는 얼굴을 들이밀며 침과 건초 가루를 뱉어 냈다.

“잘했어. 이제 다시 휴식 시간이다.”

저스틴은 그녀를 휴식 장소로 데려가 다시 서 있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엄철가의 다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고,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고통이 계속해서 그녀를 억누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심시간이 되었다. 저스틴이 그녀에게 점심을 주었다. 이번에는 물통과 사료 통이 아니라 얇은 죽 한 그릇과 빵 한 조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엄철가의 손을 풀어 주지 않았다.

“자, 네가 직접 먹어 봐.”

엄철가는 당황했다. 손이 묶인 채로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 저스틴은 그녀의 당황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몰라? 말은 어떻게 먹이를 먹는지 생각해 봐.”

엄철가는 마지못해 몸을 굽혀 얼굴을 그릇에 가까이 가져갔다. 죽이 얼굴에 묻었고, 빵은 부스러져 흘러내렸다. 그녀는 간신히 몇 모금 삼켰지만 대부분이 바닥에 떨어졌다.

저스틴이 그녀의 머리를 잡고 그릇 속으로 밀어 넣었다. “더 먹어. 힘내.”

엄철가는 숨이 막힐 듯한 느낌에 발버둥 쳤지만 저스틴은 놓아 주지 않았다. 죽이 코와 입으로 들어가고, 빵 조각이 목에 걸렸다. 그녀는 거의 질식할 뻔했고, 간신히 숨을 쉬며 기침을 해 냈다.

“됐다. 이제 다시 훈련이다.”

오후 내내 저스틴은 엄철가에게 서서 쉬는 규칙을 반복해서 가르쳤다. 그녀가 한 번이라도 움직이면 즉시 채찍으로 때렸고, 몇 번이고 쇠고랑에 묶어 벌을 주었다. 엄철가는 점점 지쳐 갔지만 동시에 규칙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서 있을 때는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마침내 받아들였다.

해가 질 무렵, 저스틴이 마지막 검사를 했다. 그는 엄철가를 휴식 장소에 세우고 30분 동안 서 있게 했다. 이번에는 엄철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다리가 떨리고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버텼다.

“잘했어, 자기야.” 저스틴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이제 씻을 시간이다.”

그는 엄철가의 손목을 풀어 주고 그녀를 마구간 뒤쪽에 있는 작은 욕실로 데려갔다. 욕실에는 나무로 만든 욕조가 하나 있었고, 거기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채워져 있었다. 저스틴이 엄철가의 옷을 벗기고 부츠를 벗겼다. 그녀의 몸에는 채찍 자국과 멍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저스틴이 그녀를 욕조에 앉히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은 의외로 부드러웠고, 엄철가는 그 감촉에 몸을 맡겼다.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고, 고통도 조금씩 사라졌다.

저스틴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서 등, 허리로 내려갔다. 그의 손길은 점점 더 부드러워졌고, 엄철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갑자기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엄철가는 놀라서 몸을 움츠렸지만 저스틴이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말했다.

“움직이지 마. 내가 너를 씻겨 주고 있어.”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젖꼭지를 살짝 스치자 엄철가는 몸을 떨며 숨을 죽였다. 저스틴은 계속해서 그 부위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원을 그리며 자극했다. 엄철가는 점점 숨이 가빠졌고, 얼굴이 붉어졌다.

“편하게 해, 자기야. 긴장 풀어.”

저스틴의 목소리는 낮고 나지막했으며, 그의 손길은 더욱 과감해졌다. 한 손은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다른 손은 그녀의 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엄철가는 강한 쾌감에 휩싸여 몸을 떨었다. 그녀는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이미 그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저스틴의 손가락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엄철가는 숨을 멈추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손길은 능숙하고 부드러웠으며, 곧 그녀의 민감한 부위에 닿았다. 엄철가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이것 봐, 너도 원하고 있잖아.”

저스틴의 손가락이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엄철가는 몸을 떨며 그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손목이 이미 약해져서 힘을 쓸 수 없었다. 쾌감이 점점 쌓여 갔고, 그녀의 몸은 저절로 움직이며 더 큰 자극을 갈망했다.

저스틴이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네 몸은 이미 나를 원하고 있어. 거부하지 마. 받아들여.”

그의 목소리는 마치 최면처럼 엄철가의 의식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저항을 포기하고 몸을 그의 손에 맡겼다. 쾌감이 점점 더 강해졌고, 엄철가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떨었다.

“이제... 곧...”

저스틴이 손가락의 속도를 높였다. 엄철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절정에 도달했다. 그녀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쾌감의 파도에 휩싸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스틴이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그의 품은 따뜻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엄철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눈물에는 고통과 굴욕이 섞여 있었지만, 동시에 이상한 안도감도 있었다.

“됐어, 자기야. 다 지나갔어.” 저스틴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말했다. “넌 잘하고 있어. 점점 내 암말이 되어 가고 있어.”

그 말은 엄철가의 마음을 찔렀다. 암말. 그 말은 그녀를 말로 취급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다. 그녀는 저스틴에게 완전히 길들여져 있었다.

저스틴이 그녀를 욕조에서 꺼내 수건으로 몸을 닦아 주었다. 그의 손길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엄철가는 더 이상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눈을 감았다. 몸은 이미 지쳐 있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평온했다.

저스틴이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잘 쉬어, 내일도 훈련이 있어.”

그는 불을 끄고 방을 나갔다. 엄철가는 어둠 속에 홀로 남겨졌다. 그녀의 몸은 아직 쾌감의 여운이 남아 있었고,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이 너무 빨랐고, 그녀는 아직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엄철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저스틴의 암말이 되어 가고 있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엄철가는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생각을 멈추려고 노력했지만, 머릿속에는 오늘의 장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서서 휴식하는 규칙, 물통에 얼굴을 넣고 마시는 굴욕,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스틴의 손길로 느낀 쾌감.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잊고 싶었지만, 몸이 이미 그 기억을 새겨 넣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저스틴의 것이었다. 그녀의 몸과 마음이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엄철가는 담요를 꽉 움켜쥐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눈물에는 더 이상 저항이 섞여 있지 않았다. 그것은 체념과 수용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내일도 또 다른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저스틴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그녀는 암말이 될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거부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통을 피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밤은 깊어 갔고, 엄철가는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꿈속에서도 그녀는 암말이었다. 넓은 초원을 달리고, 주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꿈은 이상하게도 평화로웠고, 그녀는 그 평화에 몸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