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안드로이드 기술이 일상을 지배한 시대였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복제품을 주문했고,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 체온까지도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러나 그 모든 모방은 피부 깊숙이 새겨진 바코드 하나로 진실을 드러냈다.
천위는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주문을 완료했다. 화면 속에서 그는 린웨이의 얼굴을 세밀하게 조정했다. 눈동자 색, 입매, 심지어 목덜미의 작은 점까지. 그리고 마지막 선택지에서 잠시 멈췄다.
‘질 입구 위, 바코드 위치: 하복부 중앙.’
그것만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짓는 유일한 표식이었다.
일주일 후, 큼지막한 택배 상자가 현관에 도착했다. 린웨이는 평소처럼 배달을 받았다. 남편 진건국은 술에 취해 방에 누워 있었고, 아들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 상자에는 ‘조심히 다루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이게 뭐지?”
호기심에 린웨이는 상자를 열었다. 완충재 사이로 드러난 것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손가락이 떨리며 폼을 헤집었고, 마침내 전신이 드러난 그 안드로이드는 숨을 쉬는 듯한 피부 질감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눈썹, 어머니의 입술, 어머니의 손가락. 모든 것이 린웨이 자신이었다. 그러나 하복부를 덮은 얇은 천 아래로 바코드가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 검은 막대들이 피부를 가로지르며 디지털 번호를 형성했다.
린웨이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그 안드로이드가 의미하는 바를 즉시 깨달았다. 아들의 비밀, 아들의 욕망, 아들의 왜곡된 집착.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상자를 거칠게 닫고 주방으로 달려가 싱크대에 손을 짚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대신 분노가 목을 조여 왔다. 그녀는 아들을 낳고 키웠다. 아들의 모든 상처를 어루만지고, 모든 약함을 감싸 안았다. 그런데 그 아들이 자신을 이렇게… 물건처럼 주문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린웨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안드로이드가 든 상자를 응시했다. 저녁 7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
천위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그는 신발을 벗고 들어와 상자를 보고 잠시 멈췄다. 이내 어머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앉았다.
“열어보셨군요.”
린웨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천위. 너… 네가 왜 이런 걸 주문한 거야?”
아들의 얼굴에는 미안함 대신 결의가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아버지 곁에 있고, 점점 녹슬어 가요. 나는 당신이 영원히 내 곁에 있길 원해요. 이 안드로이드는 당신의 복제품이에요. 완벽한 복제품. 나는 이걸로…”
“닥쳐!”
린웨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손은 주먹 쥐어졌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나는 네 엄마야! 네가 그런 마음을 품다니… 너는 병들었어, 천위. 정말 병들었어!”
천위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눈빛이 더 깊어졌다. “네, 저는 병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없으면 저는 숨 쉴 수 없어요. 이 안드로이드는… 나만의 것입니다. 아버지가 당신을 망가뜨리기 전에, 당신의 완벽을 간직하려는 거예요.”
린웨이는 그 말 앞에 무너졌다. 그녀는 진건국의 거친 손길을 기억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편의 폭력과 무관심 속에서 그녀는 조금씩 바스라졌다. 아들은 그 모습을 지켜봤고, 그 상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유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이토록 기괴할 줄은 몰랐다.
“나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어.”
린웨이는 다시 상자를 향했다. “이걸 반품해. 그리고 이런 생각은 다시 하지 마.”
천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걸음은 무거웠지만 단호했다. “이미 늦었어요. 주문은 취소할 수 없고, 안드로이드는 활성화되면 폐기도 불가능합니다.”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목소리는 진실처럼 들렸다.
린웨이는 침묵했다.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외로움과 갈망을 읽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녀는 아들의 어떤 요구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아들의 눈물, 아들의 분노, 아들의 모든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이라 믿었다.
그렇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위는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어머니.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게요.”
린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자 쪽으로 걸어가 손을 얹었다. 차가운 표면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그 속에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의 몸에는 바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까? 바코드로 구분되는 물건으로?
그러나 그날 밤, 그녀는 아들을 위해 침묵으로 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더 큰 심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