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간 제국의 수도성 글리시아의 밤은 항상 화려했다. 특히 오늘은 제국 최고의 상업 가문인 사 가문의 연회가 열리는 날이라 제국의 귀족과 상인, 군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황금빛 샹들리에가 빛나는 대연회장에는 값비싼 향수와 음식 냄새가 뒤섞였고, 객석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유성아는 창백한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연회장 한쪽 귀퉁이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이런 자리에 익숙했지만, 오늘따라 심장이 불편하게 뛰었다. 왼손가락으로 반짝이는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무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족 부인들은 서로의 보석 자랑에 여념이 없었고, 젊은 귀족들은 와인잔을 기울이며 웃음을 삼켰다.
“공주님, 좀 더 앞으로 나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사 가문의 후계자가 인사드리고 싶어 합니다.”
시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성아는 고개를 저었다.
“잠시만 더 여기에 있을게. 너무 시끄러워.”
사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제국의 공주로서 늘 모든 이목을 받는 존재였지만, 오늘은 더욱 그 무게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사라진 언니 유열의 생일이 며칠 전이었기 때문이다.
유열은 연방에 인질로 보내졌다. 전쟁 협상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연방이 갑자기 협정을 파기하고 전쟁을 선포했고, 유열은 그 소용돌이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국은 그녀가 전투 중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유성아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언니는 죽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느꼈다.
“공주님? 이상한 곳을 보고 계신 듯한데요.”
시녀가 다시 말을 걸었다. 유성아는 정신을 차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잠시 산책이라도 할까 해.”
그녀는 연회장의 중심을 피해 복도로 나섰다. 사 가문의 저택은 거대했고, 복도마다 고가의 조각상과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발길이 이끌리는 대로 걸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멀어지고, 조용한 구역에 도착했다.
문간에는 은색 간판이 붙어 있었다. “노예 전시 구역.”
유성아는 멈칫했다. 사 가문은 제국 내 최대 노예 거래상이었다. 연회의 한 코너로 이런 전시를 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열었다.
넓은 방 안에는 여러 개의 철제 우리가 줄지어 있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인종과 성별의 노예들이 앉아 있었다. 대부분이 연방 출신 전쟁 포로였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체념이 섞여 있었다.
유성아는 천천히 걸으며 그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발걸음이 멈췄다.
두 명의 여자 노예가 같은 우리 안에 있었다. 한 명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젊은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짧고 검붉은 머리를 한 여자였다. 그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팔뚝에 있는 점이 유성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별 모양의 작은 점. 그것은 유열의 팔뚝에도 있었다. 유성아가 어릴 적 함께 목욕할 때 여러 번 본 것이다.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다가가 우리 앞에 섰다.
“고개를 들어 봐.”
그 여자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창백한 얼굴, 가늘게 뜬 눈동자, 그리고 의도적으로 길러진 듯한 짧은 머리… 하지만 분명 언니의 얼굴이었다. 더 얇아지고, 더 어두워졌지만, 그 선과 윤곽은 분명 유열이었다.
유성아는 숨을 삼켰다. 언니는 죽지 않았다. 여기 있었다. 연방의 포로 노예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해 줘.”
유성아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옆에 있는 금발 여자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사 가문의 젊은 후계자가 들어왔다.
“아, 공주님! 이런 곳에 계셨군요. 실례합니다. 혹시 마음에 드시는 노예라도 계신가요?”
그는 공손히 인사하며 미소 지었다. 유성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내면은 분노와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두 여자 노예를 내게 넘겨라.”
“……네?”
“제국의 공주로서 내가 원한다. 값은 얼마든지 치르겠다. 아니면… 이 전시가 황제 폐하의 귀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겠지?”
사 후계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미소를 거두었다.
“당연히 공주님께 드리겠습니다. 이 두 노예는 지금 당장 공주님 소유입니다. 제가 직접 인도하겠습니다.”
유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그 여자 노예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표정도 없었다. 하지만 유성아는 그녀의 손가락이 바닥을 긁적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작은 움직임이 그녀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
연회가 끝난 후, 유성아는 사 저택의 뒷문으로 두 노예를 데리고 나왔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길에 그녀는 천천히 걸었다.
“언니… 나야. 유성아야.”
그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금발 여자가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아요. 저도 이름만 알 뿐입니다… 유열이라고 불렀습니다.”
유성아는 눈물을 참으며 주먹을 쥐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막막했지만, 적어도 언니를 다시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몰랐다. 이 운명적인 재회가 자신을 어떤 심연으로 이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