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빛으로 뒤덮인 신경망 같았다. 공중을 떠다니는 홀로그램 광고판이 끝없이 번쩍이고, 빌딩 사이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개인용 비행체들의 꼬리등이 붉은 선을 그었다. 거리에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인간과 섞여 걸었고, 그들의 눈동자는 푸른 스캔 라인을 희미하게 남겼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프로그래밍된 2145년의 서울이었다. 하지만 그 완벽한 풍경 아래, 인간의 욕망은 여전히 더럽고 은밀한 방식으로 흘러넘쳤다.
강남의 한 중산층 아파트 단지에서, 소완은 저녁 식탁을 정리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길은 익숙하고 부드러웠고, 앞치마를 두른 모습은 마치 복고풍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로웠다. 나이 마흔이 넘었지만, 그녀의 피부는 여전히 팽팽했고, 검은 머리카락은 낮은 쪽머리로 단정하게 묶여 있었다. 그녀의 남편 진건은 소파에 파묻혀, 저녁 뉴스 홀로그램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캔맥주가 들려 있었고, 넥타이는 이미 풀어져 축 처진 채였다.
“여보, 오늘 회사 어땠어요?” 소완이 접시를 닦으며 물었다.
진건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 대신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똑같지 뭐. 로봇들이 더 열심히 일하니까, 인간은 쓸모없어지는 중이야.” 그는 공허한 웃음을 흘렸다.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온 바이오닉 비서 말이야, 하루에 20시간 일하고도 불평 한 마디 안 하더라.”
소완은 고개를 저으며, 젖은 손을 수건에 닦고는 진건의 어깨를 살짝 주물렀다. “그래도 당신만 한 사람은 없어요. 진우도 아빠가 최고라고 생각할걸요.”
“진우,” 진건이 코웃음을 쳤다. “요즘 그 녀석 뭐 하는지나 알면 좋겠네. 하루 종일 방에만 처박혀서...”
소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녀도 아들의 최근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 열여덟 살의 진우는 예민한 나이였고, 그녀는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가끔, 진우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그녀를 엄마가 아닌 무언가 다른 것으로 분석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때, 복도 끝 방문이 스르륵 열렸다. 진우가 머리를 삐죽 내밀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 아래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에 오랫동안 노출된 사람처럼 보였다. “엄마,” 그가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혹시, 내일 저녁 늦을 수도 있어요. 학교 도서관에서 팀 프로젝트가 있어서요.”
소완은 따뜻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밥은 꼭 챙겨 먹고. 엄마가 도시락 싸줄까?”
진우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그 미소 속에는 기쁨보다는 만족감이 섞여 있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냥... 빨리 끝내고 올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재빨리 문을 닫았다. 방 안에서, 그는 심호흡을 하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니터 화면에는 암호화된 다크넷 페이지가 떠 있었다. 페이지 상단에는 “바이오칩 커스텀 주문화: 당신의 꿈을 현실로”라는 문구가 붉은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진우는 손을 떨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부터 온라인 사기성 게임 아이템 판매까지, 닥치는 대로 돈을 모았다. 그 모든 것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였다. 그는 화면에 뜬 3D 모델을 응시했다. 그 모델은 소완과 놀랄 만큼 똑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눈의 깊이, 입술의 곡선, 심지어 오른쪽 눈썹 위의 희미한 흉터까지. 진우는 어머니의 사진을 수백 장 스캔해 이 데이터를 완성하는 데 수백 시간을 쏟아부었다.
“엄마...”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병적인 집착이 배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자신이 엄마를 사랑하고, 여자로서 원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현실은 그를 짓눌렀다. 그래서 그는 완벽한 대체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복종적이고, 그 어떤 부끄러운 명령도 수행할 바이오닉 인간을. 주문서의 ‘특수 기능 추가’ 란에, 진우는 망설임 없이 ‘성적 서비스 프로토콜 완전 개방’ 항목을 체크했다. 그리고 전 재산인 8천만 크레딧을 송금했다. 화면에 주문 완료 메시지가 떴다. “바이오닉 유닛 #XJ-774, 72시간 이내 배송 예정.”
진우는 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의 입에 쓴 미소가 감돌았다. 곧, 진짜 같은 가짜 엄마가 자신의 품에 온다. 그는 그 생각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한편, 소완은 진우의 방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 그녀는 아들의 거짓말을 직감했다. 오늘 아침, 그녀는 그의 방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서랍 속의 이상한 문서들을 발견했다. 바이오닉 부품 카탈로그와,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된 3D 모델링 도면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문서들 속에 적힌 ‘모체 유닛’이라든가 ‘순종 회로’ 같은 단어들이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아들이 이상한 길로 빠지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다음날 저녁, 진우는 비밀 배송을 받기 위해 외곽의 한 폐공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낡은 철골 구조물과 녹슨 기계들이 흩어져 있는 어둡고 음산한 장소였다. 그는 불법 개조 로봇 거래상에게서 직접 물건을 받기로 한 것이다. 거래상은 얼굴을 가린 채, 커다란 금속 컨테이너를 열어 보였다. 안에는 진공 포장된 채, 소완의 모습을 한 바이오닉 로봇이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진우는 숨을 멈췄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엄마 그 자체였다. 섬세한 속눈썹, 부드러운 입술, 심지어 손등에 난 푸른 정맥까지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활성화 코드는 #8147이야. 네 데이터로 학습된 거니까, 기본적으로 네 엄마가 맞지. 단, 특별 주문한 기능들은... 알지?” 거래상이 낮고 거친 웃음을 흘렸다. 진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칩 이식기로 로봇의 목 뒤에 제어 칩을 삽입했다. 순간, 로봇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 눈동자는 처음에는 무표정했지만, 곧 초점을 맞추며 진우를 응시했다.
“안녕... 진우야.” 로봇이 소완과 똑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는 전율을 느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로봇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엄마, 집에 가자.”
그날 밤, 소완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진우가 집에 들어온 시간도 늦었을 뿐더러, 이상한 금속성 냄새를 풍기며 자신의 방으로 곧장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을 깨울까 망설였지만, 진건은 이미 술에 취해 코를 골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망설임 끝에, 진우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그 틈새로 참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진우는 침대에 걸터앉아, 낯선 여자와 입을 맞추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여자가 아니었다. 소완과 똑같이 생긴 바이오닉 로봇이었다. 로봇은 진우의 명령에 따라, 수치스러운 자세로 그의 몸을 애무하고 있었다. 진우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걸 원했는지 몰라. 이제 넌 진짜 내 거야. 아무도 모르게, 나만 따르는 엄마가 된 거야.”
소완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충격과 공포로 그녀의 다리는 굳어버렸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산산조각 났다. 아들에게 향했던 순수한 사랑이, 이제 끔찍한 배신감으로 뒤바뀌었다. 그녀는 조용히 뒷걸음질 쳐 방으로 돌아왔다. 곧게 화장실로 달려가 구역질을 쏟아냈다. 눈물과 오물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건의 무기력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아마 믿지 않을 것이다. 설사 믿는다 해도, 가족이 무너지는 것을 견딜 수 있을까. 그녀는 깨달았다. 이제 이 집 안에서, 자신이 진짜 엄마인지, 아니면 로봇인지, 아무도 구분하지 못할 것이며, 구분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 소완의 마음속에 생존을 위한 어두운 결심이 싹텄다. 그녀는 로봇인 척 연기하며, 이 타락한 비밀 속으로 스스로를 숨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아들의 광기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이 위장 생활이, 곧 진정한 나락으로 이어질 운명이라는 것을. 진우가 주문한 진짜 로봇은 단순한 성적 도구에 불과했고, 그는 이미 다음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까. 그 업그레이드는, 그의 궁극적인 집착 대상, 진짜 소완에게 향할 것이었다. 소완은 자신이 아들에게 발견되는 날, 단순한 위장자가 아니라 영원히 조종당하는 바이오닉 노예가 될 운명임을, 아직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