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벨벳 소파 위로 내던져진 몸이 푹신하게 가라앉았다. 임효나는 찢어질 듯 아픈 허벅지 안쪽을 무심코 움켜쥐었다. 땀과 정액이 뒤섞인 피부가 미끄러웠다. 머리 위로 둥근 스포트라이트가 아른거렸고, 진동이 척추를 타고 올라올 정도로 베이스가 강한 음악이 온몸을 때렸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아직 충혈된 채로 반짝이는 다섯 쌍의 시선이 박혀 있었다.
“아직도 부족한가 보지?”
마이크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뒤통수를 짓눌렀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목이 뒤로 젖혀지며 천장의 반짝이 조명이 시야 가득 들어찼다.
“네가 좀 더 즐겁게 해 줘야, 손님들이 또 바깥에 너를 데리고 나가겠지.”
임효나는 마른 입술을 축였다. 이미 입안 가득 괴리감이 감돌았다. 방금 전까지 낯선 남자 세 명이 교대로 그녀의 입에 자기 것들을 밀어 넣었고,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가죽 침대 위에서 그들은 그녀를 마치 고기 덩어리처럼 뒤집고 찢었다. 여전히 온몸 구석구석이 아려 왔다. 그런데 그 모든 고통의 저편에서, 그녀는 묘한 열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더 할게요.”
임효나가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마이크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더욱 세게 쥐었다. 그 손길은 애정과는 거리가 멀었고, 짐승을 다루는 듯한 지배욕으로 가득했다.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그가 손짓하자, 커튼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손님들이 다가왔다. 그중 한 남자는 목줄을 쥐고 있었는데, 줄 끝에는 커다란 저먼 셰퍼드 한 마리가 혀를 길게 빼고 헐떡이고 있었다. 개의 눈빛은 침침했고, 털가죽 사이로 성기가 붉게 드러나 있었다. 임효나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공포와 동시에 믿기 힘든 호기심이 그녀의 소름 돋은 팔뚝을 스쳤다.
“네 염원이지 않았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고.”
마이크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녀의 몸이 작게 떨렸다. 세상에, 아버지도 몰랐던 그녀의 비밀스러운 망상. 밤마다 손가락을 움켜쥐고 상상했던 금기들. 지금 이 순간, 거부할 수 없는 욕망처럼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네, 네… 해 주세요.”
임효나는 거의 숨이 막히도록 작은 목소리로 응답했다. 남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그녀가 네 발로 기어가도록 소파에서 끌어내렸다. 바닥의 퀼트 깔개가 무릎을 스치자, 개의 후각을 자극하는 듯 커다란 머리가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숙여졌다. 동물 특유의 체취가 확 끼쳐 왔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며, 소름 끼칠 정도로 반가운 쾌감을 온몸으로 맞이했다. 순간, 개의 거칠고 축축한 혀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할았다.
“윽…!”
숨이 멎는 듯했다. 그 혀의 질감은 인간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더욱 길고, 딱딱하고, 집요했다. 그리고 곧 그 개는 뒷다리로 일어서며 앞발을 그녀의 허리에 얹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살갗을 긁었지만, 그날 밤의 고통보다는 아득했다. 그보다 더 뜨거운 충격은 동물의 성기가 그녀의 음부를 비집고 파고드는 감각이었다. 마치 불붙은 쇠막대가 몸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듯했다.
“아아아!”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소리는 클럽의 음악에 삼켜져 아무도 듣지 못했다. 남자들은 그 광경에 술을 들이키며 즐겼다. 개는 잔인할 정도로 무감각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임효나는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이를 악물었다. 라이트가 번쩍일 때마다, 보라색 원단에 덮인 벽이 아른거렸다. 이제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데, 그 극심한 침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궁 저 깊은 곳에서 낯선 전율이 용암처럼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 후에도 놀이는 계속되었다. 두 번째, 세 번째 남자가 개가 물러난 자리를 메웠다. 그들은 임효나를 번갈아 범하면서도, 때때로 그녀의 몸을 때리고, 가슴을 물어뜯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몸은 이미 남자들 손에서 헝클어진 인형 꼴이었다. 무릎은 까진 채로 피가 맺혔고, 가슴은 빨갛게 달아올라 젖꼭지가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속살은 계속해서 반응했고,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분비물이 허벅지를 적셨다.
마지막 남자가 거칠게 등을 밀치자, 그녀는 나무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사방이 빙글빙글 돌았다. 귀에선 금속성 소리가 울렸다. 눈앞에 반짝이는 하이힐이 보였다. 누군가 그녀의 머리를 발끝으로 살짝 들춰 올렸다. 여전히 마이크의 구두였다.
“재미있었나?”
그녀는 대답할 힘도 없었다.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때 스피커 너머로 낮은 방송 소리가 들렸다.
“VIP 전용 검진실로 효나 씨를 모시겠습니다.”
몇 분 후, 그녀는 작은 클럽 안쪽 방으로 옮겨졌다. 방 안은 싸늘한 소독약 냄새가 감돌았다. 침대 위에 반쯤 누운 그녀 앞에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안경 너머 눈빛은 무미건조했다. 그는 통증도 묻지 않은 채, 여러 개의 전극 패드를 그녀의 팔 안쪽, 목, 젖가슴, 그리고 허벅지에 차례로 붙였다.
“심박수, 자궁 수축 민감도, 신경 반사 속도를 측정하겠습니다.”
의사는 간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기계가 낮은 소음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화면 위에 그래프가 춤추듯 솟아올랐다. 패드를 댄 부위마다 자극이 전달되었고, 임효나는 비명을 지를 뻔한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가장 민감한 부위에선 약한 전기 충격마저도 오르가즘 직전의 경련을 일으켰다. 의사가 잠시 멈추더니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놀랍군요. 당신의 신경 민감도는 평균 성인 여성의 열 배에 달합니다. 특히 골반 신경총이 과하게 발달되어 있군요.”
임효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눈물이 맺힌 속눈썹 사이로 의사가 작은 노트에 뭔가를 적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때 손가락이 냉랭하게 그녀의 젖꼭지를 꼬집었다. 그 순간, 임효나의 상반신이 아치형으로 휘었다. 가슴 앞부분에서 무언가 따뜻하고 끈적한 액체가 스며 나왔다.
“또 다른 특이점이군요. 자궁은 이식된 차폐막 때문에 임신이 불가능하지만, 유선을 자극하는 호르몬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항진된 상태입니다.”
의사가 손가락으로 그 젖방울을 살짝 훑어 유리판 위에 묻혔다. 불그스름한 빛을 띠는 액체였다.
“약물의 영향입니다. 당신의 몸은 이제 젖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되었어요. 아주 가치 있는 상품이지요.”
그 말에, 임효나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샜다. 도구. 상품. 그 단어들은 전에는 수치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녀의 자아 속 깊은 곳에서, 이런 평가가 오히려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여받은 느낌이었다.
검사가 끝나고 그녀가 휘청이며 진료실 밖으로 나왔을 때, 마이크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왕호가 냉소적인 미소를 띠고 서서 그녀를 굽어보았다. 왕호의 손에는 작은 가죽 채찍과 빨간 밧줄이 들려 있었다.
“들었어, 효나. 드디어 네 진짜 능력을 알게 된 거야.”
왕호는 끝이 갈라진 채찍으로 임효나의 부푼 젖가슴을 살짝 쳤다. 그 순간, 그녀의 무릎이 저절로 꺾였다. 너무나도 강렬한 통증과 쾌락이 척수를 타고 올라와 뇌를 삼켰다.
“하지만 오늘 밤 가장 재미있는 건 따로 있어.”
마이크가 그녀의 턱을 잡아 왕호 쪽으로 돌렸다.
“우린 네가 아주 특별한 주문을 했다고 들었다.”
임효나는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의 수치와 충격이 남긴 잔상 속에서도, 그녀는 입 밖에 내고 싶었던 진짜 욕망을 기억해 냈다. 그녀의 시선이 붉은 밧줄에 꽂혔다. 동시에 그녀의 뺨이 스스로 달아올랐다. 그녀는 혀끝으로 입술을 축이며 입을 열었다.
“나를… 묶어 주세요. 그리고, 때려 주세요.”
목소리는 예상보다 단호했다. 왕호의 눈이 반짝였고, 마이크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더 크게 말해 봐.”
왕호가 채찍 손잡이로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임효나는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이번에는 거의 간절한 목소리로 반복했다.
“제발, 아프게 때려 주세요. 나를 꽁꽁 묶고, 볼을 때려 줘요. 나는 그 고통이 좋아요. 그래야만… 정말 살아 있는 기분이 들어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이크가 그녀를 거의 무릎으로 끌어당겨 진열장 옆 기둥에 붙였다. 왕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빨간 밧줄을 그녀의 손목에 감기 시작했다. 거친 삼줄이 살에 파고들 정도로 세게 묶었다. 그녀의 팔은 머리 위로 당겨져 천장 쪽 후크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발뒤꿈치가 바닥에서 살짝 떠올랐다. 그녀의 몸은 이제 완벽하게 무방비 상태로, 마치 도축장에 매달린 고기처럼 늘어졌다.
왕호가 한 걸음 물러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손바닥으로 그녀의 왼쪽 뺨을 내리쳤다. 따악!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옆으로 확 꺾였고, 입안이 얼얼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신음조차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허리가 음란하게 꿈틀거렸다. 더 원한다는 듯이, 그녀는 스스로 얼굴을 바로 세우며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조금 더… 세게요.”
왕호가 낮게 웃었다. 이번에는 주먹을 쥔 손으로, 마치 복싱하듯 그녀의 복부를 가격했다. 숨이 막혀 온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의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충격 속에서도,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서 분비물이 다리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아아…!”
마이크가 쪼그려 앉아 그 액체를 손가락으로 훑어 올렸다. 그는 손가락을 임효나의 입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네 몸은 거짓말을 못 하는구나.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완벽하게 말해 주고 있어.”
임효나는 자신의 체액 맛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왕호의 또 다른 폭력이 이어졌다. 그는 밧줄을 잡아당겨 그녀가 팔이 빠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했고, 발로 그녀의 음부를 짓밟았으며, 채찍으로 엉덩이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피부가 짓무르고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올라올수록, 그녀의 황홀감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더 이상 육체의 한계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 굴욕과 통증은 그녀 안에 갇혀 있던 어둡고 음란한 욕망을 해방시키는 유일한 열쇠가 되어 있었다.
한참 뒤, 마이크가 그녀를 벽에 묶은 채 돌려세웠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생명체 같았다. 젖이 흐르는 찢긴 가슴, 화장이 번져 분간할 수 없는 얼굴, 하지만 눈동자만은 이글거리며 살아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향해,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 속삭였다.
“더…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 이렇게 해 줘.”
왕호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귀에 속삭였다.
“걱정 마라. 이제 시작일 뿐이야. 곧 있으면 산골짜기에 있는 특별한 마을에 네가 필요해질 거다. 그리고 너와 똑같이 태어난 소미도… 네 곁에 데려다 줄게.”
딸의 이름이 언급되자, 임효나의 동공이 잠시 커졌다. 하지만 그건 모성애의 자각이 아니라, 보다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뒤틀린 전율 때문이었다. 소미의 완벽한 작은 몸이, 자기와 똑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 광경은 그녀의 몸에 마지막 한 줄기 황홀한 경련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몸은 이제 완전히, 클럽 풍운 속에서 다시 태어난 육체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