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의 소란은 모두 사라졌다.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텅 빈 거실에는 흰 국화꽃 향기만이 감돌았다. 린쑤는 소파에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손가락은 아직도 남편의 차가운 손을 잡았던 감촉이 남아 있는 듯했다.
"어머니, 저 방에 들어가 쉴게요."
열다섯 살 난 아들 린하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소년의 눈가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이미 눈물은 말라 있었다. 린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소리가 복도 저편으로 멀어지자,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남편의 서랍은 여전히 그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담배 연기와 오래된 가죽 지갑의 향기. 린쑤는 천천히 그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낡은 만년필, 닳아버린 명함집, 그리고 깊숙이 숨겨진 검은 벨벳 상자.
손가락이 벨벳 상자에 닿는 순간, 그녀의 숨결이 살짝 흔들렸다. 상자를 열자 붉은 가죽 채찍과 손목에 감았던 굵은 밧줄, 그리고 은빛으로 반짝이는 수갑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차가운 금속이 손목을 조여오던 감각. 등에 작열하는 듯한 통증. 남편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
"너는 내 것이다. 알겠나?"
그 순간 그녀는 단순한 아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철저히 소유되고 지배당했으며, 그 굴욕과 복종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미로움을 느꼈다. 남편이 땀에 젖어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를 내려다볼 때, 비로소 자신이 완전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미 3년 전에 끝났다. 남편은 더 이상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아내로서 존중했지만, 밤마다 그녀의 몸속에서 들끓는 욕망은 외면당한 채였다. 현숙한 어머니, 유순한 아내라는 가면 뒤에서 그녀의 진짜 자아는 굶주려 울부짖고 있었다.
린쑤는 붉은 채찍을 손에 쥐었다. 가죽 표면은 여전히 매끄럽고 차가웠다. 한때 이 물건이 그녀의 피부 위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기억.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제발... 저를 망가뜨려 주세요."
빈방을 향해 중얼거린 그 말은 그녀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갈망의 결정체였다. 그녀는 그 벨벳 상자를 가슴에 안은 채 서랍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갑자기 번뜩이는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급히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남편의 필체를 흉내 내는 것은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혼 생활 15년 동안 그녀는 남편이 남긴 온갖 메모와 편지들을 수없이 읽어왔기 때문이다.
먹물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그녀가 한 획 한 획 써 내려가는 글씨는 놀라울 정도로 남편과 흡사했다. 차분하고도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필체. 그녀의 심장은 날이 갈수록 강하게 뛰었다.
"사랑하는 아들 하오에게.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탁하건대, 너는 충격에 빠져 있을 시간조차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나의 유산과 더불어, 너는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맡게 될 것이다."
그녀의 붓끝이 살짝 떨렸지만, 곧이어 단호하게 계속 써 내려갔다.
"네 어머니 린쑤. 그녀야말로 나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며, 내가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보물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감춰진 진실이 있음을 이제 너에게만 알리겠다.
네 어머니는 타고난 성노예다. 그녀의 영혼은 복종과 지배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나는 결혼 생활 내내 그녀를 훈육하고 길들여 왔다. 이제 그 임무를 네가 계승해야 한다..."
린쑤는 한 자 한 자 글씨를 써 내려가면서 자신의 뺨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직접 남편의 유언이라는 가면을 쓰고 아들에게 자신의 추잡한 실체를 밝히는 이 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또 다른 자아가 마치 암흑 속에서 기어 나오는 듯했다.
"이 편지와 함께 남기는 검은 벨벳 상자에는 내가 그녀를 단련시키는 데 사용했던 도구들이 들어 있다. 처음에는 그녀가 저항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심해라. 그 저항조차도 더 깊은 복종을 갈망하는 그녀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는 이제 가문의 가장이며, 이 집의 주인이다. 네 어머니를 나의 대신 잘 관리하고 훈육하는 것이 네 첫 번째 책무다. 그녀가 진심으로 너를 주인이라 부르게 될 때, 너는 비로소 남자가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에게 진정한 힘과 책임을 물려준다."
린쑤는 마지막 서명을 똑같이 흉내 내며 붓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식은땀이 종이 위로 떨어져 먹물을 살짝 번지게 했다. 그녀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말려 빈틈없이 접었다. 그리고 옛날 남편이 쓰던 봉투 하나를 찾아내 그 안에 담았다.
밤이 깊어갔다. 린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들의 방으로 향했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불빛은 이미 꺼져 있었다. 그녀는 소리 없이 문을 열었다. 방 안은 달빛만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고, 소년은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지쳐 잠든 얼굴은 여전히 여리고 순수했다.
그녀는 책상 앞에 섰다. 봉투를 놓기 전에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문턱이었다. 어머니로서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곧 흥분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봉투를 책상 한가운데 정확히 내려놓았다. 동시에 검은 벨벳 상자도 조용히 그 옆에 두었다. 달빛이 상자 표면에 반사되어 섬뜩한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갑자기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빛이 움직이며 소년의 얼굴을 스쳤다. 린하오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지만, 깨어나지는 않았다.
린쑤는 잠시 멈추어 잠든 아들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아직 어머니로서의 부드러운 시선이 남아 있지만, 이제 그녀의 눈 속에는 다른 무언가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기대감, 아니 어쩌면 더 원초적인 굶주림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 문을 닫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서랍장에 기대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두 다리는 후들거렸고, 등줄기에는 전율이 흘렀다.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신음은 새어 나왔다.
"하오야... 하오야..."
마음속으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이제 단순한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녀는 미래의 주인이 될 소년에게 바쳐질,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성노예에 불과했다. 그 자각이 그녀에게 죄책감과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환희를 안겼다.
작은 책상 위에 놓인 한 통의 편지가 내일 아침 이 집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것이다. 린쑤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짐승처럼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