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바닥이 매트에 닿는 둔탁한 리듬이 헬스클럽 내부를 가득 채웠다. 철제 중량판이 부딪히는 소리,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 천장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신스팝. 거울 벽 앞에서 덤벨을 들던 아길이 옆구리에 힘을 주며 이두근을 조였다. 땀에 젖은 근육이 형광등 아래 번들거렸다.
소운은 프론트 데스크에 엉덩이를 걸친 채였다. 한 손은 카운터 위 커피잔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렸고, 다른 손은 귀에 휴대폰을 대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백자 색상의 커피잔 테두리를 스치듯 미끄러졌다. 표정은 놀라울 만큼 평온했다.
"네, 전신 플라스티네이션으로 진행해주세요. 머리 부분만 따로 처리하시고요."
소운의 목소리는 마치 점심 메뉴를 고르듯 담담했다.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소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시신 사전 정리 작업도 해주셔야 해요. 제모, 장 세척, 위 세척까지."
수화기 속 목소리가 무언가 질문했다. 소운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네, 처형은 저희 쪽 사람이 직접 할 거예요. 참수로 진행할 예정인데, 플라스틱화하실 때 경동맥과 경추 절단면 처리는 특별히 신경 써주셨으면 해요."
아길이 덤벨을 내려놓았다. 금속이 고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가 땀을 닦으며 프론트 데스크 쪽으로 걸어왔다. 소운이 전화를 계속했다.
"관절 부위는 굴곡이 살아 있게 해주세요. 특히 손가락 마디. 네, 고정액 처리할 때 주의해주시고요. 실리콘 함침은 표준 프로토콜대로. 납기는 모레까지면 충분해요."
소운이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 아길이 수건으로 뒷목을 문지르며 다가왔다.
"방금 통화 내용이 뭐야? 모델 제작? 누드 모델?"
아길의 눈빛에 호기심이 반짝였다. 그는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소운의 옆얼굴을 살폈다.
"곧 완성돼요. 늦어도 모레까지는 납품 가능합니다."
소운이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아길의 시선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 이어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목으로 옮겨갔다.
"근데 왜 자꾸 누드 모델 타령이야? 그것도 네가 모델로 나온다는 거 아니었어?"
아길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시선이 소운의 탱크톱 위로 드러난 쇄골 라인을 훑었다.
"걱정 마요. 기대하셔도 좋으니까."
소운이 싱긋 웃으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프론트 데스크에서 몸을 일으켜 탈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길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소몽아, 저거 언제쯤 완성된대?"
아길이 카운터 안쪽에서 수건을 개고 있던 소몽에게 물었다. 소몽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아, 회원님 오늘 레그프레스 3세트 남으셨어요."
소몽은 순진한 얼굴로 출석부를 넘기며 말했다. 아길은 혀를 차고 다시 중량 구역으로 돌아갔다.
소운은 탈의실 문을 닫고 잠금쇠를 걸었다.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벽면 거울이 그녀의 전신을 담아냈다.
그녀는 천천히 탱크톱을 벗었다. 옷감이 피부를 스치며 바스락거렸다. 이어 레깅스를 발끝까지 내렸다. 마지막 속옷까지 벗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거울 속, 완벽한 나체가 서 있었다.
소운은 거울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형광등 불빛이 쇄골에서 시작해 가슴 골짜기로 흘러내렸고, 복부의 얕은 골을 따라 배꼽 주변으로 번졌다. 그녀의 피부는 오랜 관리를 통해 균일한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 허벅지 안쪽까지 고르게 이어진 매끈한 라인.
그녀가 왼손을 들어 쇄골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뜨렸다. 손가락이 가슴 가장자리를 스치고 겨드랑이 밑으로 진입했다. 차가운 손끝이 갈비뼈 위 얇은 피부를 훑으며 복부로 내려갔다.
소운의 숨결이 약간 깊어졌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배꼽 주변을 빙빙 돌렸다. 거기엔 솜털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레이저 제모를 여러 차례 받으면서 모든 체모를 완벽하게 제거한 상태였다.
손바닥이 더 아래로 이동했다. 치골 위로 손바닥이 얹혔다. 불룩 솟은 음부 둔덕은 어떠한 거친 촉감도 없이 부드러운 피부만이 손바닥을 채웠다. 소운은 손가락 사이로 그 완만한 능선을 가볍게 주물렀다. 거기엔 그늘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소운의 눈빛이 거울 속 자신으로부터 떠나지 않았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바로 이 몸뚱이가 아크릴 진열장 안에 놓이는 장면이 펼쳐진다.
투명한 케이스. 무채색의 조명이 위에서 직하한다. 그녀의 나체가 관절이 살아 있는 상태로 고정되어, 손끝까지 자연스러운 굴곡을 유지한 채, 마치 살아서 호흡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관람객들의 시선. 억압된 숨소리. 누군가의 동공이 팽창하는 순간. 모든 것이 적막 속에서 영원히 멈춘다.
소운은 손을 거둬들이고 거울 앞에서 몸을 돌려 자신의 등을 살폈다. 척추 라인이 엉덩이 갈라지는 지점으로 매끈하게 연결되었다.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1년 전이었지."
수도에서 최초의 플라스티네이션 미인이 전시회를 열었을 때였다. 그것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었다. 전신 피부를 벗겨낸 인체가 근육 결대로 섬세하게 고정된 채,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마치 현대 무용수의 정지 상태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관람객 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티켓은 암표로 거래되었고, 미디어는 연일 그 전시를 다루었다.
그리고 지방 클럽들은 죽기 시작했다.
소운의 헬스클럽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회원들은 이탈했고, 신규 등록은 끊겼다. 사람들은 피트니스가 아니라, 완벽하게 고정된 근육의 미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결심했어."
소운은 다시 거울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섰다. 그녀의 눈동자가 형광등 아래서 축축하게 반짝였다.
"내 몸으로 누드 모델을 만들자고."
손끝이 다시 한 번 자신의 복부를 살짝 긁듯 스쳤다. 플라스틱화가 완료된 이후의 자기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근육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고정되고, 지방층은 제거되며, 실리콘 함침을 거쳐 영원히 썩지 않는 조각상으로 다시 태어나는 자신.
이미 노사부에게 견적과 프로토콜을 전달했다. 두개골 절개 방식, 뇌수 제거 절차, 경동맥과 추골동맥의 바인딩 방식. 사전 장세척과 위세척은 클리닉에서 예약까지 마쳤다.
소운은 탈의실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숨이 약간 가빠졌다. 흥분이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대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칼을 쥐었을 때의 떨림, 자신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들이킬 숨, 참수 직전에 마주할 그의 눈빛까지.
그녀가 손을 내렸을 때, 거울 속 얼굴은 평온했다.
잠시 후, 소운은 옷을 챙겨 입었다. 몸을 감싸는 면직물의 촉감이 오늘따라 더없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탈의실 불을 끄고 복도로 나왔다.
헬스클럽 안에는 여전히 아길이 덤벨을 들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그의 눈이 복도를 지나는 소운의 실루엣을 쫓았다. 소운은 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프론트 데스크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모레 날짜가 캘린더에 크게 표시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