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낙원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8850f2d7更新:2026-07-28 03:08
거리는 생기로 넘실거렸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상점들의 형형색색 간판이 반짝이며 사람들을 유혹했다. 임석은 그 인파 속을 천천히 걸었다. 흰색 반팔 셔츠 위로 살짝 드러나는 가슴선, 단정하게 여민 넥타이, 그리고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감색 주름치마. 그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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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거리를 거닐다

거리는 생기로 넘실거렸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상점들의 형형색색 간판이 반짝이며 사람들을 유혹했다. 임석은 그 인파 속을 천천히 걸었다. 흰색 반팔 셔츠 위로 살짝 드러나는 가슴선, 단정하게 여민 넥타이, 그리고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감색 주름치마. 그 아래로 흰색 스타킹이 다리 라인을 매끄럽게 감싸고 있었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여고생 같았다. 하지만 그 투명한 천 너머로 느껴지는 피부의 감촉은, 스치기만 해도 짜릿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눈빛은 맑고 순수해 보였지만, 그 깊은 곳에는 형언할 수 없는 허기와 갈증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상의 권태를 찢어버릴 어떤 자극, 금기를 깨부수는 파괴의 충동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밥 냄새와 사람 냄새, 흥정하는 소리들이 뒤섞인 소음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들 사이로 유난히 날카로운 말다툼 소리가 귀를 찔렀다.

"이게 뭔 날이 이래? 사람 목을 자를 수는 있겠어요?"

굵고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임석의 걸음이 멈췄다.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녀는 소리가 들려온 골목 쪽으로 시선을 틀었다. ‘조강철물점’이라고 크게 써진 허름한 간판 아래, 가게 앞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임석은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군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좁은 철물점 안은 형광등 불빛이 켜져 있었지만 어둡고 눅눅한 기운이 감돌았다. 선반에는 온갖 공구들과 쇠붙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공기 중에는 기름과 녹슨 금속 냄새가 진동했다. 카운터 앞에는 마흔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두 팔을 허리에 올리고 서 있었다. 반들거리는 곱슬머리에 진한 입술, 아직도 남아 있는 관능미를 숨기지 않은 중년 여자였다. 그녀가 바로 왕려화였다. 그 맞은편에는 투박한 인상의 남자가 눈을 부릅뜨고 서 있었다. 헐렁한 민소매 셔츠 아래로 두꺼운 팔뚝이 드러났고, 건장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난폭한 기운이 주변을 억눌렀다. 점포 주인 조강이었다. 그의 얼굴은 울화로 시뻘개져 있었고, 손에는 한 자루의 길고 무거운 도신을 치켜들고 있었다.

"이 여편네가 지금 누구 앞에서 날을 갖고 시비야?"

조강이 으르렁거리며 칼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 칼날은 폭이 넓고 등은 두꺼웠으며, 날끝은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빛을 흡수하듯 어둡게 번들거렸다. 한눈에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의 단두도처럼 섬뜩한 아름다움을 풍겼다.

왕려화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콧방귀를 뀌었다. "말로만 무쇠도 자른다, 사람 뼈도 순두부처럼 간다 해도, 실물은 이게 다 요란한 북 장식이지. 진짜로 목 하나 깨끗이 쳐 보여봐, 믿을 테니까."

구경꾼들 사이에서 낮은 웃음소리와 수군거림이 일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몰려들어, 좁은 가게 앞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해졌다. 임석은 그 틈을 비집고 맨 앞줄까지 파고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칼날의 서늘한 기운이 피부에 와 닿는 듯했다. 그녀의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칼날에서, 그리고 주인의 얼굴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조강은 왕려화의 비웃음에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도, 이윽고 입가에 비틀린 미소를 띠었다. "그래, 실물을 보여 달라? 좋아, 오늘따라 손님이 특별히 고집이 세시네. 그럼 직접 증명해주마!"

그는 갑자기 카운터 안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거칠게 뭔가를 끌어당겼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끌려나온 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여자였다.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전히 매혹적인 체취를 풍기는 숙녀. 진미봉, 조강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값비싼 듯한 비단 치파오를 입고 있었지만,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맨발에, 두 손은 뒤로 묶여 있었다. 얼굴에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미소가 흘렀다. 마치 이런 상황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이.

군중이 술렁였다. "뭐야, 저 여자?" "인질?" 잠깐의 소란 후, 누군가가 깔깔대며 외쳤다. "어머니잖아! 저 주인 어머니!"

그 말에 놀람과 묘한 흥분이 군중을 휩쓸었다. "와, 진짜야? 대견한 아들이네!" 또 누군가 변태적인 말투로 농을 던지자, 웃음소리가 퍼졌다.

진미봉은 아들의 억센 손에 이끌려 널찍한 작업대 위로 밀려 올라갔다. 그곳은 온갖 연장과 자국으로 얼룩진 두꺼운 나무 도마였다. 그녀는 조금의 저항도 없이 엎드려졌다. 치파오 자락이 젖혀지며 허벅지까지 드러났지만, 그녀는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 조강은 칼을 도마 옆에 놓고, 어머니의 목덜미를 드러내기 위해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구경꾼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다. 누군가 소리쳤다. "그냥 딱 한 번만 해 봐! 시험 삼아!" 그 한마디가 도화선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실험해 봐!" "진짜 자르는지 보여줘!" 하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폭력에 굶주린 짐승 떼의 합창과 같았다. 왕려화는 두 눈을 반짝이며, 아까의 비웃음은 어디로 갔는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조강을 쳐다봤다. "그래, 한 번 해 봐요. 주인장 칼솜씨."

임석은 숨이 멎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의 손끝이 저릿하게 떨렸다. 사람들의 환호와 야유, 칼날의 서늘한 빛, 그리고 도마 위에 엎드린 여자의 체념한 듯한 숨소리. 이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그녀의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어둡고 뜨거운 무언가를 깨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교복 스커트 자락을 꼭 움켜쥐었고, 스타킹이 감싼 허벅지 안쪽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강은 미친 듯이 웃으며, 천천히 참수도를 집어 올렸다. 날이 높이 치솟으며 형광등 빛을 은은하게 튕겨냈다. 군중의 함성은 점점 더 커지고, 불길처럼 거리를 태우고 있었다.

숙녀의 제물

철물점 앞은 어느새 작은 광장처럼 변해 있었다. 구경꾼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조강은 진열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참수도를 한 자루 집어 들었다. 칼날이 오후의 햇빛을 받아 섬뜩하게 반짝였다.

그는 칼끝을 어머니 진미봉에게로 향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칼을 시험하려면 먼저 인정을 묻혀야 하는 법이지."

조강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그는 구경꾼들을 향해 손짓했다.

"자, 여러분. 마음껏 즐기셔도 됩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꽤 쓸 만하거든요."

진미봉은 아들의 말에 몸을 움찔했지만,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번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군중 속에서 망설이는 기색이 잠시 흘렀다. 그러자 대담해 보이는 중년 남자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한 손으로 진미봉의 블라우스 깃을 움켜쥐고 힘껏 잡아당겼다.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단추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진미봉은 본능적으로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모았지만, 그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뒤로 젖혔다. 치마가 걷어 올려지고, 스타킹이 찢겨 나갔다.

"아, 안 돼... 제발..."

진미봉의 입에서는 가냘픈 거부의 말이 흘러나왔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남자들의 손길에 순응하고 있었다. 찢겨진 옷 사이로 드러난 살결에 여러 개의 손이 파고들었다. 누군가 그녀의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쥐었고, 또 다른 손은 브래지어를 끌어내렸다.

조강은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스스로도 바지 앞섶을 열었다. 그는 한 손에 참수도를 든 채로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자, 이 몸이 어떤지 보여주시지요, 어머니."

그는 구경꾼 하나를 밀쳐내고 어머니의 뒤로 돌아갔다. 왼손으로는 어머니의 허리를 움켜쥐고, 오른손에는 여전히 칼을 쥔 채였다. 진미봉의 몸이 아들의 손길에 반응하듯 떨렸다.

"보십시오, 여러분. 이 칼은 무게 중심이 완벽합니다. 손목의 스냅만으로도..."

조강은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그는 어머니의 몸을 더욱 거칠게 파고들었다. 진미봉의 입에서는 억누른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들... 제발... 사람들이 보고 있어..."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체념과 뒤섞여 있었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야유를 보냈고, 다른 누군가는 박수를 쳤다.

임석은 군중의 맨 앞자리에서 그 광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충혈되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교복 치마 아래로 느껴지는 자신의 축축함을 애써 외면했다.

진미봉을 둘러싼 남자들은 이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했다. 한 남자가 그녀의 입을 벌리고 자신의 물건을 밀어 넣었다. 다른 남자는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조강은 그 사이에서 칼을 들어 보이며 설명을 계속했다.

"보이시죠? 이 칼날의 곡선 말입니다. 이 곡선이 있어야 한 번에 깔끔하게..."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머니의 몸을 더욱 깊이 찔렀다. 진미봉의 몸이 격하게 떨렸다.

바로 그때였다.

진미봉의 입에서 길고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느다란 실처럼 흐르던 그것은 이내 굵은 흔적으로 변했다.

"어머니, 벌써 가셨습니까?"

조강은 웃으며 칼을 더 높이 들었다. 군중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임석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강한 떨림을 깨물어 참았다. 그 장면이, 그 소리가, 그 냄새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다.

조강은 이제 완전히 흥분한 얼굴로 양손으로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참수도가 공중에서 반원을 그리며 높이 올라갔다.

"자, 드디어 칼을 시험할 시간입니다!"

그는 외쳤다. 진미봉은 여전히 남자들에게 붙잡힌 채로 얼굴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공포와 함께 형언할 수 없는 기대감이 떠올라 있었다.

조강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의 팔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칼날이 햇빛을 받으며 번쩍였다.

그리고 칼이 내려갔다.

두툼한 천을 가르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미봉의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었다. 머리는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피를 흩뿌렸고, 잠시 후 바닥에 둔중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잘린 목에서는 검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 처음에는 굵은 기둥처럼 치솟다가 이내 굵은 물줄기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미봉의 몸은 아직도 남자들의 손에 붙잡힌 채로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은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며 마지막 잔 떨림을 보내고 있었다.

눈은 아직 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남아 있었다.

군중은 순간 침묵했다가 폭발적인 환호성을 터뜨렸다. 박수 소리, 휘파람 소리, 발 구르는 소리가 뒤섞였다.

조강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참수도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의 얼굴과 옷은 어머니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보셨습니까! 이게 바로 명품 참수도의 위력입니다! 한 번에 깔끔하게, 남은 두 칼도 똑같이 명품입니다!"

왕려화는 앞줄에서 박수를 치며 뛰어올랐다.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손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요!"

그녀가 소리쳤다.

하지만 임석은 거기 서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다리는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힘을 잃고 풀려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비틀거림은 공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치마 안쪽은 이미 오래전부터 젖어 있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자신의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억눌러온 무언가가 이제는 완전히 봉인을 깨뜨리고 흘러나오려 하고 있었다.

임석은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잘린 진미봉의 머리와 그 주변으로 흥건히 고여 가는 피 웅덩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 장면을 더 보고 싶다. 아니,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여장 남자의 참가

안방 문이 쾅 하고 열리며 조강이 한 손으로 가녀린 인형을 질질 끌고 나왔다. 인형은 아니었다. 그의 아들, 한자헌이었다. 한자헌은 얇은 분홍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윗도리는 하얀 레이스 블라우스였다. 얼굴에는 연지와 분이 발라져 볼이 발그레했고, 입술은 선홍색으로 칠해져 번들거렸다. 그는 몸을 비틀며 발버둥 쳤지만, 얇은 손목은 조강의 굵은 손아귀에 단단히 잡혀 있었다. 흰 스타킹을 신은 그의 다리가 바닥에 끌리며 가느다란 소리를 냈다.

마당에 모인 구경꾼들이 웅성거렸다. 몇몇 사내들이 낮고 추잡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자헌은 얼굴을 찡그리며, 속눈썹에 붙은 마스카라가 조금 번져 검은 눈물 자국처럼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렸지만, 그러면서도 엉덩이가 살짝 뒤로 빠지는 자세를 취했다. 마치 무의식적으로 아양을 떠는 것처럼.

“저 꼴 좀 봐! 완전 계집이 따로 없구먼!”

한 사내가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땅딸막한 남자가 한 걸음 다가서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한자헌의 치마자락을 확 잡아 올렸다.

치마 속에서는 레이스가 달린 붉은색 팬티가 드러났다. 앞부분이 볼록하게 솟아 있었고, 스타킹 위로 팬티가 파고드는 모양새가 너무도 음란했다. 구경꾼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한자헌은 비명을 지르며 치마를 내리려 했지만, 이미 손이 닿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그 붉은 기색 속에는 분노나 수치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뭔가 더 깊은, 숨기고 싶은 흥분 같은 것이 그의 눈가에 스몄다.

조강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그를 마당 중앙으로 밀어 부딪쳤다. “무릎 꿇어라, 이 못난 놈아!” 그의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딱딱했다. 한자헌의 무릎이 흙바닥에 부딪혀 쿵 소리를 냈다. 힘이 없이 흐느끼는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조강은 잠시 그를 내려다보았다. 여린 아들의 뒷모습, 가는 목덜미, 치마 밑으로 드러난 얇은 스타킹 다리. 분노와 혐오, 그리고 뭔가 더 추잡한 감정이 그의 뱃속에서 꿈틀대며 올라왔다.

그는 한자헌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가발이었다. 조강이 비웃으며 확 잡아당기자 가발이 벗겨지면서 짧은 머리가 드러났다. 한자헌이 울부짖었다. 조강은 그 가발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바지 앞섶을 풀었다.

“여자가 되고 싶냐? 그럼 여자 구실부터 제대로 해봐라.”

조강은 거칠게 한자헌의 팬티를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한자헌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흰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떨렸다. 조강이 그의 좁은 골반을 거칠게 붙잡고 거칠게 파고들었다.

한자헌의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눈물이 볼에 달라붙은 분홍빛 분을 적시며 줄줄 흘러내렸다. 몸이 앞뒤로 격하게 흔들릴 때마다 옅은 분홍색 치마가 너풀거렸다. 구경꾼들이 다시 한 번 야유를 내질렀다. 몇 사람은 다가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아이고, 계집애보다 더 곱네!”라며 손뼉을 쳤다.

또 한 명이 그의 앞으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그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한자헌의 눈은 풀려 있었지만, 그 눈동자 깊은 곳에서 불꽃 같은 무엇인가 반짝였다. 그는 흐느끼면서도 고개를 조금 내밀었다. 사내가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그의 입술에 자신의 성기를 들이밀었다. 한자헌의 선홍빛으로 칠한 입술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의 목에서 구역질 섞인 소리가 났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움직이며 받아들였다.

“이게 진짜 창년이지!”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며, 한자헌의 치마를 완전히 걷어 올려 허리춤에 걸쳤다. 붉은 팬티가 발목에 걸린 채, 흰 스타킹에 덮인 허벅지가 드러나고 그 사이로 뭔가 음란한 체액이 번들거렸다. 이번에는 다른 사내가 다가가 조강이 물러서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조강은 숨을 몰아쉬며 무심하게 바지를 추슬렀다. 그는 한자헌이 흐느끼며 음경을 빨아들이고 또 다른 사내에게 뒤에서 찔리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여성스러운 아들의 그 초라한 모습이 그에게 일종의 역겨운 만족감을 안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자헌의 몸에서 갑자기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났다. 그의 내부 근육이 수축하며 뒤에 있는 남자를 죄어왔다. 앞에서는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뱉어내며 짐승 같은 신음성을 내질렀다. 다리가 떨리고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절정의 순간, 그의 얼굴 위로 이해할 수 없는 미소가 스쳤다.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이 절정의 쾌락과 뒤섞인, 괴이할 정도로 평온한 미소였다.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 사이로, 눈동자는 이미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그의 흰 스타킹 안쪽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조강은 그 미소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속에서 새로운 분노가 치밀었다. 이 더러운 것이 감히 쾌락을 느끼다니? 그는 다가가 사내들을 밀쳐 내고, 바닥에 있던 칼을 집어 들었다.

한자헌은 풀썩 엎어져 숨을 몰아쉬며 위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빛은 아직 초점이 없었으며, 그 괴상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조강은 칼등으로 그의 목덜미를 톡톡 두드렸다. 그 두드림이 마치 애무 같기도, 혹은 운명의 예고 같기도 했다. 한자헌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 떨림 속에 마지막 황홀감이 스몄다.

그 순간, 임석의 시선은 마당의 그 장면에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구경꾼들 뒤에 서서, 조강이 천천히 칼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 큰 손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칼날이 희미한 빛을 반사하며 한 줄기 서늘한 섬광을 그렸다. 한자헌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살짝 들었으며, 얇은 목이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여전히 떨고 있었고, 치마가 무릎 위로 흘러내려 이미 더러워진 허벅지가 드러났다.

칼날이 내리쳤다. 아주 깔끔하게, 거의 아무런 장애도 없이. 찍!

경추를 가로지르는 둔탁하고 짧은 소리였다. 한자헌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허공에 잠시 떠 있다가, 바닥에 철퍼덕 떨어지며 몇 바퀴 굴렀다. 목에서 피가 치솟아 올랐다. 신선한 진홍색이 아치를 그리며 마당의 흙바닥에 쏟아졌다. 머리 없는 몸통이 잠깐 버둥대더니, 이내 옆으로 쓰러졌다. 치마 아래로 흰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실금을 일으키며 발가락이 마지막으로 떨렸다.

머리는 한참을 굴러 마당 한켠에 멈춰 섰다. 그곳에는 진미봉의 머리가 이미 놓여 있었다. 두 어미의 머리가 마주 보며 나란히 놓였다. 진미봉의 얼굴은 평온하고, 눈을 살짝 감고 있었으며, 무슨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했다. 한자헌의 얼굴은 여전히 그 기묘한 미소를 띤 채 눈을 크게 뜨고 있었고, 마스카라에 얼룩진 눈물 자국이 분홍빛 연지를 가로지르며 선홍빛 입술이 흙먼지에 덮여 있었다.

임석은 그 두 머리가 나란히 놓인 광경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살아서 신음하며 쾌락을 맛보던 사람의 머리통이, 지금은 이렇게 땅바닥에 놓여 있을 뿐이다. 마당에는 피비린내와 정액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귀에는 구경꾼들의 탄성과 추잡한 웃음소리,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유여연의 잔치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음악 소리가 맴돌았다.

그녀의 다리가 살짝 떨렸다. 단지 공포나 충격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두 허벅지 사이에서, 흰 스타킹 안쪽에서, 한 줄기 따뜻한 물기가 천천히 스며 흘러내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며 나온 것이었다. 이미 축축하게 젖은 천이 피부에 달라붙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지만, 저항할 수도 없었다. 그 촉감은 너무 분명하고, 또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녀는 아래 입술을 깨물며, 다리를 조금 더 바싹 붙였다. 마찰로 인해 그 축축한 곳에서 한 줄기 전류가 치밀어 올랐다.

마당의 다른 사람들은 계속 떠들고 있었지만, 그녀의 세계에서는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오직 자신의 심장이 귀청을 때리는 소리와, 점점 더 젖어드는 다리 사이의 촉감만이 남았다. 눈앞에 죽음과 욕망의 연회가 있었고, 그녀는 그 속에서 자기 억제의 마지막 빗장이 화들짝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스스로 가축이 되겠다고 나서다

군중 사이로 낮은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고, 바닥에는 진미봉의 몸뚱이가 아직 따뜻한 채로 뒹굴고 있었다. 잘린 목에서는 마지막 핏줄기가 뚝뚝 떨어지고, 그녀의 얼굴은 경련 속에서도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조강은 칼을 휘둘러 핏방울을 털어내고,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훑었다.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야, 젊은 암가축들! 우리 칼날 시험해 볼 놈 없냐? 이게 다 손님 앞에서 할 수 있는 특별 서비스다!”

임석은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걸 느꼈다. 사고라고 부를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교복 구두 굽이 피투성이 바닥에 닿아 철퍼덕 소리를 냈다. 그녀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나!” 외마디 비명 같은 외침이었다. 목청이 찢어질 듯 터져 나왔다. 그녀는 조강 앞으로 걸어갔다. 길어야 10초 남짓한 거리였지만, 발걸음마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조강은 그녀를 한 번에 낚아챘다. 손바닥이 목을 쥐었다. 거친 손가락이 임석의 고운 피부를 미끄러지듯 훑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그녀의 목젖 부분에 대고 천천히 눌렀다. 피부는 젖살이 오른 듯 부드러웠고, 그 아래 맥박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조강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올라갔다. “좋아, 고운 놈이로군.”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만족스러웠다.

임석은 무릎이 스르르 접히는 걸 느꼈다. 바닥으로 무릎을 꿇자 피가 교복 치마에 배어들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치마자락을 집어 들었다. 천은 가볍고 하늘하늘했다. 그녀는 치마를 천천히 위로 말아 올렸다. 무릎, 허벅지, 그리고 그 위까지.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살이 피투성이 바닥에 당도했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을 스치자, 임석의 온몸이 한 번 떨렸다.

그녀의 손이 이제 교복 상의로 올라갔다. 흰 셔츠 단추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천을 위로 당겨 올렸다. 속옷도 걸치지 않은 가슴이 탄력 있게 드러났다. 유두는 이미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임석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드러낸 가슴을 조강의 입가로 스스로 가져다 댔다. 젖빛 피부가 그의 거친 입술에 거의 닿을 듯 말 듯했다. 그녀의 눈빛은 흐릿했지만, 그 속엔 이상할 정도로 굳은 결심이 서려 있었다.

조강은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입김이 젖가슴을 덥혔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왕려화가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녀의 시선은 임석의 맨몸과 조강의 칼날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조강은 임석의 목을 더욱 세게 움켜쥐고, 칼을 들어 그녀의 등 뒤로 가져갔다.

그 순간, 배경에선 유여연의 성년 축하연이 한창이었다. 그녀는 전혀 모르는 채로 저택의 정원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휘날리며 웃고 있었다. 연회석에는 갖가지 요리가 차려졌고, 그중 특별한 요리 몇 점이 유난히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저 축하 건배를 외칠 뿐이었다.

임석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숨소리가 아닌,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무언가가 새어 나왔다. “부탁합니다.”

작별의 향연

조강의 거친 손길이 임석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교복 천이 비명을 지르듯 구겨지고, 흰 스타킹이 도마의 차가운 나무결에 스쳤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마치 짐승을 다루듯 단단한 도마 위에 내려놓았다. 임석의 등뼈가 딱딱한 표면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지만, 그녀의 입술은 미세하게 떨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눈동자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교복 아래 감춰진 욕망보다 더 뜨겁게 번져 나갔다.

조강은 상체를 숙이고, 근육질의 팔뚝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좋은 물건이군, 목이 참 가냘프구나.” 그의 목소리는 술에 젖어 잠겼고, 손가락은 이미 교복 단추를 벗겨 내고 있었다. 똑, 똑, 단추가 흩어지며 도마 위로 굴러 떨어졌고,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구경꾼들은 몇 걸음 앞으로 다가와 술잔을 들고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박수 소리가 빗방울처럼 쏟아지며 금속 냄새가 섞인 공기를 뒤흔들었다. 조강은 아래를 향해 거칠게 웃었고, 허리 움직임은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임석의 숨결은 날카로운 가쁜 숨으로 변했고, 흰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본능적으로 조여들며 그의 허리를 감쌌다. 찔러 들어오는 감각이 거칠고 날것 그대로였지만, 그녀 깊은 곳의 공허함을 정확히 채우는 듯했다. 피비린내와 땀내가 뒤섞인 자극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고, 음탕한 충동이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샘솟듯 분출되었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손톱으로 도마 테두리를 마구 긁어댔고, 덜덜 떨리는 목구멍 사이로 간신히 참았던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바로 그때, 사람들 사이로 중년 여인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왕려화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고, 아직 풍만한 가슴이 피비린내 나는 공기 속에서 급격하게 오르내렸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마치 희귀한 진미를 맛보듯 임석의 한쪽 유두를 입에 물었다.

“좋아…… 더 세게 해…….” 왕려화의 콧소리 섞인 낮은 울음이 전율을 타고 번져갔다. 그녀의 혀끝과 치아가 번갈아 교차하며 무자비하게 빨아들였고, 동시에 조강의 하체 쉴 새 없는 충격이 더해졌다. 임석의 시야는 하얗게 부서졌고, 척추에서 터져 나온 전류 같은 감각이 사지백해를 마비시켰다. 음수가 참을 수 없이 뿜어져 나와 도마 위에 짙은 물기를 흩뿌렸다. 그녀는 절정에 이르렀고, 다시 한 번 뒤따라 밀려오는 쾌감에 칼날 같은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허리가 활처럼 휘어져 격렬하게 부르르 떨렸다.

조강은 갑자기 몸을 빼냈고, 뜨거운 살덩이가 빠져나가며 젖은 소리를 남겼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바로 옆의 탁자 위에 놓인 참수도로 손을 뻗었다. 칼날이 촛불을 받아 차갑고 섬뜩한 빛을 발했다. 왕려화는 만족스럽게 입을 떼고, 입술을 핥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눈에는 여전히 흥분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조강은 칼을 천천히 들어 올려, 칼끝을 약간 아래로 기울여 임석의 고개를 든 목덜미에 겨누었다.

임석은 눈을 감았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 위로 눈물이 맺혔는지 축축하고 반짝이고 있었다. 심장 박동 소리는 북소리처럼 고막을 때렸지만, 그녀의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도리어 전에 없이 맑은 기대감이 가슴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칼날 위로 흐르는 듯한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목 피부를 스칠 때,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더러움과 욕망이 이 순간 정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녀 스스로를 제물로 바치는 향연의 종지부를. 구경꾼들의 환호성과 조강의 매끄럽게 내리긋는 칼날 아래에서.

날아오른 머리와 솟구치는 샘

날카로운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꽂혔다. 임석은 목덜미에 스치는 서늘한 바람을 느꼈다. 금속 특유의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피부를 스치자, 억눌려 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칼날이 떨어지는 궤적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조강의 팔뚝에 힘줄이 불끈 솟았고, 손에 쥔 식칼은 그의 시선만큼이나 잔혹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임석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녀의 두 눈엔 마지막 순간조차 청순함이 배어 있었지만, 그 안에 감춰져 있던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음탕한 기대였다.

칼끝이 그녀의 목 피부에 닿는 순간, 저항은 없었다. 살갗이 찢어지고 뼈마디가 갈라지는 짧고 둔탁한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온몸에 전율이 퍼졌고, 시야가 갑자기 혼란스럽게 뒤집혔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착각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머리가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며 주변의 모든 풍경이 기괴하게 펼쳐졌다. 그녀는 또렷이 보았다. JK 교복과 흰 스타킹을 입은 자신의 몸이 우아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교복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가 경련하듯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 익숙한 실루엣, 그 섬세한 곡선. 그러나 목 위는 텅 비어 있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제 육신을 이렇게 객관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 광경은 한없이 초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기괴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잘린 목 단면에서 솟구쳐 나온 것은 붉은 피가 아니었다. 엄청난 양의 체액이 마치 오래 묵은 샘처럼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그 미끈하고 투명한 액체는 온몸의 구멍에서 뿜어져 나온 듯했고, 분수처럼 높이 치솟아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군중을 향해, 광장을 향해, 마치 폭발한 수도관처럼 거침없이 쏟아졌다. 공기 중에 짙고 달콤한 비릿한 냄새가 퍼지며 원래 남아 있던 핏빛 악취를 단숨에 덮어버렸다. 따뜻한 액체가 허공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떨어졌고, 몇몇 구경꾼의 얼굴과 옷자락에 떨어져 자극적인 얼룩을 남겼다. 더러움도, 혐오도 없었다. 오직 발정난 듯한 생생한 단맛만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조강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다시 한 번 광장을 뒤흔들었다. 그는 손에 든 식칼을 높이 치켜들었고, 칼날에 묻은 끈적한 액체가 햇빛 아래서 반짝이며 흘러내렸다. 그의 웃음은 굵고 억눌림 없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쾌락과 허무가 뒤섞인 웃음이었다.

“좋아! 죽어도 이렇게 대단한 여자는 처음 봤어!”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외쳤고, 그 웃음 속엔 만족감을 넘어선 경탄이 담겨 있었다. 그의 웃음에 맞춰, 한 무리의 구경꾼들도 함께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군중 속에서 왕려화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짝짝짝! 그녀는 마치 한바탕 멋진 연극을 본 것처럼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중년 여인의 얼굴에 퍼진 홍조는 이미 목까지 번져 있었다.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눈빛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그녀는 뿜어져 나온 그 미끈한 액체가 제 몸에 튀는 것조차 피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과 흥분에 찬 눈으로 쳐다보며 탄성을 질렀다.

끝까지 박수 치던 그녀는 조강에게 다가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련님 솜씨 정말 대단하군요! 칼 한 번에 그렇게 예쁘게 잘라내다니. 이게 진정한 예술 아니면 뭐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에 겨워 가늘게 떨렸다. 말투엔 영합하는 아첨이 담겨 있었지만, 순수한 감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조강의 손에 들린 아직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식칼을 보며 더욱 기대에 찬 눈빛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다음은 저를 시험해보세요! 이 값싼 목숨, 여기 이 칼 아래 바치고 싶습니다!”

조강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 담긴 초조함과 기대, 스스로를 바치려는 광적인 집착을 읽어내고는 다시 한 번 흐뭇하게 웃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왕려화의 어깨를 툭 쳤다.

임석의 머리는 공중에서 회전을 멈추고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퍽 소리와 함께 작은 먼지가 일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땅바닥에 널브러졌고, 교복 깃에 묻은 먼지와 바닥의 오물이 뒤섞여 검붉은 얼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눈은 살짝 감겨 있었고, 속눈썹은 여전히 촉촉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놀랍게도 그녀의 입가에 감도는 그 만족스러운 미소였다. 죽음의 고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목숨이 끊어진 그 순간에도 붉은 입술은 살짝 올라가 있었고, 영원한 평온을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 미소는 한낮의 태양보다 눈부셨다. 비록 몸과 분리되었지만, 그 청순한 얼굴은 여전히 생생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 미소는 마치 그녀가 마지막 순간 경험한 모든 쾌락과 해방을 조용히 응축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이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임석의 의식은 마치 무거운 몸뚱이에서 떨어져 나가는 껍질처럼 서서히 자신의 머리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주변의 소란, 조강의 웃음소리, 왕려화의 환호성, 구경꾼들의 웅성거림…… 이 모든 소리들이 점점 멀어지며 흐릿한 잔향처럼 변했다. 그녀의 시야는 마치 배터리가 다 닳아 가는 등불처럼 조금씩 어두워지고 한 점으로 수축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몸이 무너지기 직전의 그 짧은 시간 동안에, 그녀는 전에 없던 가벼움을 느꼈다. 마치 투명한 영혼 같은 하나의 존재가 바닥에 널브러진 그 무릎 꿇은 시체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듯했다.

땅에 묶인 감각은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아무런 고통도, 어떤 육신의 구속도 없었다. 그 의식, 혹은 그녀의 집착이라고 불러야 할 그것은 모든 것을 버린 듯 가볍게 떠올라, 일으킨 바람과 분수처럼 솟구친 달콤한 체액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그 시체의 하늘 위를 맴돌며, 아직 흩어지지 않은 군중과 피비린내 나는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보았다. 바로 그 자리에, 유여연의 성년 축하연은 여전히 한창이었다. 세도가의 규수인 그녀는 비단 옷을 곱게 차려입고, 전혀 이 세상의 비극과 동떨어진 듯 연회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 은방울처럼 청아하여, 광장의 비명과 대비를 이루었다. 그녀는 이 연회의 진정한 ‘요리’가, 그 산 사람의 살점이 바로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 아래서, 가까운 곳에서 조리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임석의 영혼은 그 광경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마치 방관자처럼 담담하게. 그리고 마지막 한 가닥 의식이 완전히 허무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그녀는 이 속세의 모든 굴레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음을 알았다.

마지막 칼날

왕려화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하이힐이 피로 흥건한 바닥을 밟자 끈적한 소리가 났다. 숨결은 이미 가빠졌고, 눈초리에는 비정상적인 홍조가 번졌으며, 입술은 바짝 말라 약간 갈라져 있었다. 그녀는 도마를 똑바로 응시했다. 임석은 여전히 그 위에 누워 있었고, 목의 절단면은 아직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흰 양말은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조강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핏물을 뚝뚝 흘리는 도마를 스치고 있었고, 눈빛은 마치 검을 연마하는 장인처럼 차갑고 집요했다. 그는 왕려화를 보았고, 그 얼굴의 갈망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었다.

“뭘 원하는 거요?” 조강의 목소리는 낮고 쉰 듯했으며, 약간 희미한 피비린내를 머금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어.” 그가 도마 위의 진미봉 머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 잘린 머리는 아직 굳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져 마치 가장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왕려화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반 걸음 다가가 이제 조강에게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았다. 치마 자락이 피웅덩이를 스쳤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나도…… 나도 당하고 싶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억누를 수 없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방금 그녀에게 한 것과 똑같이 해줘.”

조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 동작은 그를 더욱 음산하게 보이게 했지만, 입가에는 희미하게 감상하는 듯한 냉소가 번졌다. 그는 임석의 시체를 한 번 보았다가 다시 왕려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똑같은 것?” 그가 낮게 웃었다. 웃음은 마치 거친 숫돌에 칼날이 갈리는 소리 같았다. “먼저 하고 나서 베는 그거 말이지?”

“그래.” 왕려화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들었다.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렸고, 목소리는 더욱 단단해졌다. “모조리 똑같아야 해. 그녀가 어떻게 되었든, 나도 똑같아야 해.”

조강은 손에 묻은 피를 대충 걸레에 닦았다. 그리고 왕려화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그 거친 손은 쇠집게 같아서 그녀의 살을 거의 파고들 듯했다. 왕려화는 신음 소리를 냈지만,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하는 듯한 음탕한 소리였다. 그녀는 순순히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도마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누워.” 조강이 도마를 톡톡 두드렸다. 나무판이 두텁게 울렸다. 임석의 시체는 방금 그에게 바닥으로 밀려나 쿵 하고 무겁게 떨어졌고, 마른 핏자국 하나가 바닥에 길게 남았다.

왕려화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도마 위로 기어올라 등을 대고 누웠다. 차갑고 축축한 나무판이 옷을 뚫고 피부를 찔렀다. 짙은 비릿한 냄새가 그녀의 모든 감각을 에워쌌다. 마치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이 도마가 그녀를 그 안에 녹여버리려는 듯했다.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가 이내 긴 숨을 내쉬었다. 치마는 이미 피에 절어 무거워졌다. 그녀는 스스로 치마를 들어 올렸다. 손끝이 떨렸다.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마지막 한 가닥의 자존심을 찢어발기는 가학적인 쾌감 때문이었다.

조강은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에 감탄하며 혀를 찼다. 그는 바지를 풀며, 칼을 휘두르는 손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지만 지금 그의 숨결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살육과는 전혀 다른 욕망이었지만, 마찬가지로 그의 혈관을 팽창시키고 이성을 짓밟았다. 그는 왕려화의 위에 올라타 그녀를 단단히 눌렀다. 그의 몸은 마치 무거운 철판 같았다. 왕려화는 비명을 지르며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이내 그녀의 다리는 자발적으로 그의 허리를 감쌌다.

“진짜 암캐로구나.” 조강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그녀의 몸 깊숙이 들어갔다. 그 거칠고 무례한 침입에 왕려화는 목을 뒤로 젖히고 긴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경련하는 듯 길고도 예리해 마치 칼날에 스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허리는 마치 뱀처럼 도마 위에서 세차게 움직였다. 능동적으로 그의 리듬에 맞추고, 집요하게 더 깊고 더 잔혹한 부딪힘을 갈구했다.

“더…… 더 세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갈라지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그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완전히 찢어발겨 으깨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미친 듯이 도마 가장자리를 잡았다. 손톱이 나무에 깊이 박히며 생나무 가시가 살을 찔렀다. 그 미세한 고통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광기에 찬 천장을 응시했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떨어지는 칼날이 아니라 진미봉이 죽기 전에 보여준 그 절정의 얼굴, 그리고 임석의 머리 잘린 시체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음란한 미소였다. 그녀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조강의 움직임은 점점 더 난폭해졌다. 땀방울이 그의 이마에서 떨어져 그녀의 얼굴에 섞여들었다. 피와 땀과 다양한 체액이 뒤섞여 짙은 악취를 풍겼다. 그는 한 손으로 왕려화의 멱살을 움켜쥐어 마치 쓰레기 더미를 집어 올리듯 그녀를 거의 질식시켰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입술은 보랏빛으로 변했지만, 그 고통에 찌든 표정은 오히려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 나, 갈 거야……” 그녀는 이미 목이 잠겨 목소리를 거의 낼 수 없었다. 온몸이 마지막 회오리처럼 격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조강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그녀 안에 모든 뜨거움을 쏟아부었다.

왕려화의 손이 축 늘어졌다. 그녀는 전신이 탈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비어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만족스러워 보였다.

조강은 이미 주머니칼을 꺼내 들고 있었다. 칼날은 도마 위에서도 빛나고 있었으며, 마치 그의 눈처럼 냉혹했다. 그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녀의 턱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목을 길게 빼서 연하게 만들었다.

“너, 이름,” 그가 갑자기 물었다. 칼날이 이미 그녀의 목에 밀착되어 있었다. 차가운 촉감에 왕려화는 다시 한 번 경련했다.

“왕…… 왕려화,”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이 순간, 그녀는 갑자기 매우 평온함을 느꼈다. 마치 모든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좋아, 왕려화.” 조강은 칼을 휘둘렀다. 한 줄기 차가운 빛이 허공을 가르고 미세한 바람 소리를 냈다. 그 동작은 마치 그가 방금 두부 한 모를 자른 듯 몇 번이나 연습한 듯 능숙했다.

왕려화는 목에 찬 바람이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다음, 세상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그녀는 자신이 나는 듯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바닥으로 뒹구는 자신의 시체와 도마 위의 얼룩덜룩한 핏자국, 그리고 검붉은 액체를 떨어뜨리며 식칼을 닦는 조강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입술은 움직이려고 했지만, 이미 목소리를 잃었다. 그녀는 그저 그렇게 눈을 크게 뜨고,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 소원을 완성했다.

도마 위에서, 그녀의 잘린 머리는 굴러서 멎었다. 얼굴은 조강을 향하고 있었다. 그 식칼에 베인 입술은 여전히 떨리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 소리는 너무 작아 마치 지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조강은 분명히 들었다.

“내…… 몸과…… 그녀의 몸을…… 행복 식당에…… 보내주세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눈은 여전히 크게 떠 있었고, 그 생생한 공허함 속에는 미친 듯한 웃음이 얼어붙은 듯했다.

조강은 손을 멈췄다. 그는 이 머리를 잠시 응시하다가 갑자기 낮게 웃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행복 식당…… 진짜 한 자리도 남기지 않는구나.” 그가 식칼을 바닥에 휙 내동댕이쳤다. 칼끝이 벽돌 바닥에 박혀 윙윙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는 왕려화의 잘린 머리를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구석에 있는 대나무 바구니에 넣었다. 진미봉과 한자헌의 머리가 이미 그곳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한눈에 피투성이가 된 두 구의 여자 시체를 보았다. 한 구는 이제 막 목이 잘려 아직 피를 쏟아내고 있었고, 다른 한 구는 백치 같은 미소를 띤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하더니, 천천히 벽에 걸린 녹슨 고기 갈고리 두 개를 떼어냈다.

육연 주문

조강은 싸늘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손가락에 굳어붙은 검붉은 자국이 휴대전화 액정에 얼룩을 남겼다. 그는 턱으로 구겨진 담배를 문 채, 번호를 누르고 기다렸다. 수화기 너머로 신호음이 길게 늘어졌다. 이윽고, 상대방이 받았다.

“행복식당입니다.”

조강은 짧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나야, 철물점 조 사장. 상등급 여자 시체 두 구가 생겼는데, 관심 있나?”

수화기 너머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숨소리에는 무언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 탐욕이 스며 있었다.

“상등급이라…. 상태는 어떤데?”

“최고급이지. 갓 베어낸 거야. 한 구는 여고생이고, 다른 한 구는 중년 여자다. 고기 결이 부드럽고 색도 예쁘게 올랐어. 식탁에 올리면 육즙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을 만큼 신선해.”

조강은 뒤쪽에 비닐 천으로 덮인 두 다발의 형체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 아래로 푸르스름하게 굳어버린 손가락 몇 개가 삐져나와 보였다.

“좋아, 좋아! 마침 찾고 있었어요. 류 여사님댁 규수 유여연 아가씨 성년 축하연이 내일 열리거든. 산 사람 고기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진미인데, 이번에야말로 아가씨 얼굴에 화색이 돌겠어요.”

조강은 담배를 비벼 끄며 빙그레 웃었다.

“상품은 내가 직접 포장해서 냉동 탑차에 실어 보낼 테니, 주문하신 부위를 지정해 주시오.”

“우선 대퇴부 안쪽 고기와 젖가슴 살코기를 잘 발라내서 진공 포장해 주세요. 나머지는 그대로 냉동 상자에 보관하면 손님들이 직접 보면서 고르실 거예요. 돈은 선입금으로 넣어드리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조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미 삼베 자루 속에서 날이 선 칼을 꺼내 들었다. 임석의 몸 위에 덮인 비닐 천을 걷어내자, 하얀 피부가 작업실 형광등 불빛 아래 기묘하게 빛났다. 잘려나간 목의 단면은 이미 응고된 선홍빛 젤리 같은 핏물로 매끈하게 코팅되어 있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사타구니 안쪽을 도려내고 젖가슴에서 지방이 적은 분홍빛 살덩이를 발라냈다. 이어서 똑같은 방식으로 왕려화의 시체도 손질했다.

남은 살점은 모두 커다란 투명 비닐 천 두 장에 각각 말끔하게 감쌌다. 이윽고, 커다란 직사각형의 스티로폼 냉동 상자 두 개가 끌려 나왔다. 조강은 시체 두 구를 차례로 상자 안에 넣고, 그 위에 냉매 팩을 촘촘히 덮었다.

그는 뚜껑을 덮기 직전, 잠시 손을 멈추고는 굳어버린 임석의 볼을 손끝으로 한 번 쓸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마치 대리석을 만지는 것만 같은 감촉이었다.

한편, 허공에는 또 하나의 임석이 떠다녔다. 그녀의 혼은 반투명한 형체로, 마치 물속을 유영하듯 천천히 떠돌면서 생명이 없는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강이 그녀의 살을 한 점 한 점 도려낼 때마다 혼은 어느새 오싹함을 넘어선 묘한 충만감을 느끼고 있었다. 잘려나간 단면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것은 확실히 ‘자신의 것’이었다.

‘저게 바로 나구나.’

임석의 혼은 생각했다. 아직 살아 있을 때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전율이 혼의 가장자리를 따라 퍼져 나갔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 이토록 뚜렷한 쓰임새 속에 담기는 것. 그녀의 살은 진미로 식탁에 오르고, 그녀의 몸뚱어리는 귀한 손님 앞에 놓일 것이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소비된다. 먹히고, 삼켜지고, 그들의 피와 살이 되어 이어질 것이다.’

혼의 윤곽이 희미하게 떨렸다. 쾌락이라고 부를 수도, 고통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감정이었다. 그저 밑바닥이 헤져 없어질 만큼 깊은 곳에서 마침내 역할을 얻은 안도감이 밀려올 뿐이었다.

조강이 뚜껑을 닫고 포장용 테이프로 빈틈없이 밀봉하기 시작하자, 임석의 혼은 무심한 손길로 상자 옆면을 쓰다듬었다. 냉기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상자 안에 스며든 죽음의 기운이 혼을 은은한 온기처럼 감쌌다. 그 안에는 그녀가 있고, 그녀의 살덩이가 있다.

‘가자.’

임석의 혼은 마치 확신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철물점 뒤편의 철제 셔터가 올라가고, 냉동 탑차가 후진해 들어왔다. 조강은 리프트를 이용해 거대한 냉동 상자 두 개를 차례로 적재했다. 상자들이 튼튼한 적재함 안으로 밀려 들어갈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엔진이 다시 켜지고, 배기가스가 싸늘한 저녁 공기를 뿌옇게 흐렸다.

탑차가 느릿느릿 길 위로 빠져나올 때, 임석의 혼은 그 뒤를 따랐다. 어둑해진 골목길에 주황빛 가로등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탑차의 커다란 적재함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납덩이처럼 무겁고 단단한 그림자를 끌고 달렸다. 혼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서 그 그림자 위를 미끄러지듯 따라 나아갔다.

상자 안에서는 진공 포장된 젖가슴 살코기와 대퇴부 안쪽 살점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아래로는 두 여자의 형체가 말간 비닐 천에 감긴 채 조용히 실려 가고 있었다. 임석은 자신의 살이 실려 가는 길, 그 행로를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행복식당으로, 유여연 아가씨의 성년 축하연으로, 낯선 이들의 혀끝과 위장으로.

그녀의 혀는 더 이상 침을 삼키지 못하는 목구멍에 붙어 있었지만, 혼은 생생하게 감각했다. 곧 닥칠 진수성찬과 감탄 섞인 탄식을. 그리고 다시 태어나거나 저승으로 가는 대신, 그녀는 단 한 번도 외면하지 않고 이 길을 끝까지 좇아가리라 마음먹었다.

탑차가 번화한 중심가로 접어들며 속도를 높였다. 임석의 혼은 속도를 맞추어 조용히 따라붙었다. 적재함의 냉기와 진동이 혼을 품었고, 혼은 그 진동 속에 자신의 존재를 실었다. 바람도, 비도, 이제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만찬이 되기 위하여, 그녀는 스스로 가장 깊은 밤의 길을 따라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