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밤, 꽃이 지다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7f178743更新:2026-06-01 11:49
소만청은 교실 문을 나서며 긴 생머리를 휘날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선이 그녀를 따라붙었다. 복도를 지나는 남학생들의 시선, 여학생들의 부러움과 시기가 섞인 눈빛. 그녀는 이미 익숙했다. 반에서 으뜸가는 얼굴, 성적까지 뛰어난 그녀는 이 학교의 꽃송이였다. “소만청 씨, 잠깐만요.”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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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초대

소만청은 교실 문을 나서며 긴 생머리를 휘날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선이 그녀를 따라붙었다. 복도를 지나는 남학생들의 시선, 여학생들의 부러움과 시기가 섞인 눈빛. 그녀는 이미 익숙했다. 반에서 으뜸가는 얼굴, 성적까지 뛰어난 그녀는 이 학교의 꽃송이였다.

“소만청 씨, 잠깐만요.”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목소리는 낮고 평범했다. 돌아보니 교실 구석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서 있었다. 진묵.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평범한 얼굴, 평범한 키, 평범한 교복. 한 학기 내내 같은 반이었지만, 그녀가 그의 존재를 의식한 적은 거의 없었다.

“왜?”

소만청이 무심하게 물었다. 진묵은 약간 주춤하며 고개를 숙였다.

“반 대항전 자료 정리가 있는데,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서... 소만청 씨가 잘할 것 같아서.”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반 대항전 일정이 적힌 메시지였다.

“나도 할 일이 있는데.”

“금방 끝나요. 우리 집에 자료가 좀 있어서, 거기서 같이 정리하면 한 시간이면 돼요.”

진묵은 재빨리 덧붙였다. 그의 눈빛은 평범했지만, 뭔가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소만청은 잠시 망설였다. 반장이기도 했고, 반 대항전 준비에 소홀하면 평판이 나빠질 수도 있었다.

“알았어. 빨리 끝내자.”

그녀의 대답에 진묵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서 걸어갔다. 소만청은 그의 뒤를 따라 학교를 나섰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진묵의 집은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낡은 빌라의 3층. 계단을 오르며 소만청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눅눅하고 쿰쿰한 냄새. 그리고 뭔가 썩는 듯한 비릿한 향이 섞여 있었다.

“자주 오는 집이 아니네.”

소만청이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진묵은 대답 없이 문을 열었다. 어두운 복도가 드러났다. 그는 불을 켜지 않고 그녀를 안으로 이끌었다.

“거실로 들어가.”

소만청이 거실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문이 등 뒤에서 굳게 닫혔다.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진묵이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평범했지만, 눈동자에는 이상한 광채가 어렸다.

“자료는?”

소만청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묵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자료 같은 건 없어. 너를 여기로 데려오려고 한 거야, 소만청.”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무언가 차갑고 날카로운 날이 서 있었다. 소만청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발걸음을 뒤로 물렸지만, 좁은 거실은 그녀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장난 그만해.”

“장난이 아니야.”

진묵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들려 있었다. 작은 칼이었다. 소만청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너는 항상 나를 쳐다보지 않았어. 나는 네 시선 한 번 받지 못한 존재였지. 그런데 이제는 달라. 너는 나만 바라보게 될 거야. 영원히.”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실 전등이 꺼졌다. 어둠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 소만청의 비명이 방 안에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어둠의 강림

진묵의 눈빛이 갑자기 변했다. 그동안 보여주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스며들었다. 소만청은 그 변화를 알아챘지만 이미 늦었다.

"뭐... 뭐 하는 거야?"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놀랍도록 강한 힘이었다. 소만청은 경악하며 몸을 빼내려 했지만, 진묵은 그녀를 침대 위로 밀쳐 넘어뜨렸다.

"조용히 해."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속에 담긴 위협은 선명했다. 소만청의 온몸이 떨렸다.

"놔줘! 이 미친놈아!"

그녀가 발버둥치며 소리쳤지만, 진묵은 그녀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꽉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시끄러워."

그는 냉랭하게 말하며 그녀의 옷깃을 잡아 찢었다. 찢어지는 천 소리가 방 안에 메아리쳤다. 소만청의 눈에 공포가 번졌다.

"제발... 제발 그만둬..."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묵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그녀의 저항을 하나하나 무너뜨렸다. 그의 손길은 마치 시체를 만지듯 차가웠다. 소만청이 있는 힘껏 저항할수록, 진묵의 눈에는 더욱 짙은 어둠이 깔렸다.

그녀는 울부짖었다. 울부짖으며 손톱으로 그를 할퀴었다. 하지만 진묵은 자신의 상처조차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울어. 더 울어 봐."

그의 속삭임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소만청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몸은 짓밟히고, 자존심은 산산조각 났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진묵이 그녀의 손을 놓고,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소만청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플래시가 터지며 찍히는 소리가 났다. 소만청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증거."

진묵이 담담히 대답하며 몇 장을 더 찍었다. 그녀의 찢긴 옷, 멍든 손목, 흐트러진 머리카락. 모든 것이 또렷이 기록되었다.

"이 사진을 보고 싶지 않으면, 입을 다물어."

그가 핸드폰 화면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소만청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전율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경찰에도, 선생님에도, 친구에게도. 만약 내가 한 마디라도 새나간다 싶으면, 이 사진은 학교에, 네 가족에게, 인터넷에 퍼질 거야."

진묵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말을 마쳤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내용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소만청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진묵은 그런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일어섰다. 방문을 나서기 전, 그는 뒤돌아 한마디 던졌다.

"오늘 일, 잘 기억해 두렴. 너는 이제 내 거야."

문이 닫히고, 소만청은 홀로 남았다. 침대 위에 널브러진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만이 그녀의 고통을 증명할 뿐이었다.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키고,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렸다.

첫 번째 개조

진묵이 조용히 책상 서랍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방 안은 형광등 불빛이 희게 빛나고 있었다. 소만청은 침대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싼 채 떨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끝내 흘러내리지 않았다.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진묵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유리병의 마개를 열고 방 안에 이상한 향기가 퍼졌다.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썩은 꽃과 같은 냄새였다. 그는 천천히 소만청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소리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경쾌하게 울렸다.

“만청아, 네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야.”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위협을 감출 수 없었다. “더 예쁘게 만들어 줄게. 모두가 너를 쳐다보게 될 거야.”

“하지 마... 제발...” 소만청은 몸을 뒤로 움찔했지만, 등이 벽에 닿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진묵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차가웠고, 마치 뱀처럼 그녀의 턱선을 스쳤다. “입 벌려.”

소만청은 입을 꼭 다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항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짝였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진묵의 다른 손이 그녀의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 엄지손가락이 늑골 사이를 파고들며 날카로운 통증을 전했다.

“입 벌리라고 했어.”

그 손가락이 조금씩 힘을 더했다. 소만청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마침내 신음 소리와 함께 입술이 벌어졌다. 진묵이 재빨리 유리병을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고, 점성이 있는 액체를 쏟아부었다.

그 액체는 혀 위에서 뜨거웠다. 소만청이 기침을 하며 뱉어내려 했지만, 진묵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위로 밀어 올렸다. 액체가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다. 곧바로 온몸이 불에 덴 듯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소만청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그녀의 손이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몸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뼈가 삐걱거렸다.

진묵은 물러나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그의 눈에는 만족스러운 빛이 반짝였다. “참아, 만청아. 곧 끝날 거야.”

소만청의 가슴이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교복 셔츠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단추 사이로 살이 튀어나왔다.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두툼한 가슴이 터져 나오듯 솟아올랐다. 그 무게로 인해 그녀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피부는 하얗게 달아올랐고, 유두는 비정상적으로 단단하게 서 있었다. 만져보지 않아도 딱딱하게 굳은 느낌이 전해졌다.

동시에 허리가 극도로 가늘어졌다. 갈비뼈가 피부 아래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마치 인형처럼 부자연스러운 모래시계 체형이 되었다.

“아... 아아아...” 소만청이 비명을 질렀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는 침대 위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진묵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듯 부드러웠다. “거울 좀 볼래?”

그는 소만청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다리는 힘없이 축 처져 있었고, 거의 끌려가다시피 벽에 걸린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모습은 그녀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가슴은 엄청나게 부풀어 올라 거의 배를 덮을 듯했다. P컵은 고사하고, 그 이상으로 커 보였다. 피부는 창백했고, 유두는 선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마치 손으로 잡으면 부러질 듯 가냘팠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과장된 만화 캐릭터처럼 부자연스러웠다.

소만청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손을 들어 가슴을 만져보려 했지만, 손이 닿기 전에 멈췄다.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낯선 살덩어리. 낯선 육체.

“이게... 나야?” 그녀의 목소리는 작게 갈라졌다.

“응, 너야.” 진묵이 그녀의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시선이 거울 속 그녀의 몸을 훑었다. “더 완벽해졌어. 이제 아무도 너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

소만청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턱까지 떨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조차도 거대한 가슴이 흔들리며 시선을 끌었다.

“왜... 왜 이러는 거야...” 그녀는 거의 울부짖듯 말했다.

진묵은 대답 대신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길 바라니까. 그리고 그 꽃은 나만이 가질 수 있어.”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손바닥이 극도로 가는 허리를 스치자 소만청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두려움과 혼란과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 아래, 아주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두려움. 두려움이 그녀의 심장을 조여 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 괴물이 또 무엇을 할지, 그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속박의 스타킹

진묵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손에 든 상자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소만청은 침대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덤덤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무언가가 그녀의 심장을 조여 왔다.

“일어나.”

짧은 명령이었다. 소만청은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섰다. 진묵이 상자를 열자, 새하얀 실크 같은 천이 보였다. 아니, 그건 천이 아니었다. 반투명한 은백색의 섬유질이 매끄럽게 빛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소만청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새 옷이야. 내가 특별히 주문 제작했어.”

진묵이 웃으며 그 물건을 꺼내 들었다. 온몸을 감싸는 바디슈트형 스타킹이었다. 팔, 다리, 목까지 모든 피부를 덮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소재는 살결처럼 얇고 부드러웠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끈적한 점성이 느껴졌다.

“입어.”

소만청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 그건 옷이 아니잖아.”

“네가 선택할 권리는 없어.”

진묵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소만청이 발버둥치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는 놓지 않았다. 그는 스타킹을 펼쳐 그녀의 발부터 집어넣기 시작했다.

차가운 감촉이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소재가 피부에 닿자마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진묵은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그녀의 허벅지와 골반, 배, 가슴까지 감싸 올렸다. 마치 두 번째 피부를 입히는 것처럼.

“숨 쉬기는 편해?”

진묵이 물었다. 소만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서서 몸이 점점 조여 오는 감각을 견딜 뿐이었다. 스타킹이 완전히 입혀지자, 그녀의 몸은 은은한 광택을 띠며 형체를 드러냈다. 모든 곡선이 노출된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거울을 보여주는 진묵. 소만청은 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숨이 막혔다. 온몸이 반투명한 막에 갇힌 듯했다. 피부가 보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윤곽이 낱낱이 드러났다.

“이제 찢어 보려고?”

진묵이 도발적으로 웃었다. 소만청은 손톱으로 스타킹을 긁었다. 그런데 소재가 찢어지기는커녕 손가락이 피부에 붙어 버렸다.

“뭐야 이게...”

그녀가 당황해 손을 떼려 하자, 따끔한 고통이 전해졌다. 스타킹의 섬유가 피부 표면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네 몸과 완전히 결합해. 이제 이건 옷이 아니야. 네 몸의 일부가 되는 거지.”

진묵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소만청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손톱을 세워 찢으려 발버둥쳤지만, 섬유는 점점 더 깊이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고통이 아닌, 무언가가 몸 안에서 자라는 이상한 감각이 밀려왔다.

“그만둬!”

그녀가 외쳤지만 진묵은 대답 대신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자리, 스타킹이 더욱 밀착되며 살갗에 녹아드는 듯했다.

“이제 매 순간 내가 너를 감싸고 있다는 걸 느껴. 네가 숨 쉴 때마다, 심장이 뛸 때마다. 넌 절대 벗어날 수 없어.”

진묵이 뒤돌아 방문을 나갔다. 혼자 남은 소만청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반투명한 막이 피부와 하나가 되어 버린 지금, 그녀는 더 이상 자유롭게 숨 쉴 수도 없었다. 모든 움직임이 무언가에 붙잡힌 듯 무거웠다.

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스타킹이 눈물마저 흡수하며 더욱 피부에 밀착되었다. 꽉 조여 오는 이 속박이 점점 그녀의 심리도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이 느낌,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학교에서의 위장

소만청은 아침 복도를 걸으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헐렁한 교복이 어깨를 감싸지만, 가슴께는 어쩔 수 없이 도드라져 보였다.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누르려다가 오히려 눈길을 끌까 봐 팔을 자연스럽게 내렸다. 스타킹이 허벅지를 조이는 느낌이 걸음걸이마다 전해져 왔다. 그녀는 속으로 화가 났다. 진묵이 보낸 옷들은 너무 타이트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속옷을 입어야 했고, 그 결과 이 빌어먹을 스타킹까지 신게 된 것이다. 복도 끝에서 몇몇 여학생들이 그녀를 훔쳐보며 속닥거렸다.

"야, 소만청 요즘 좀 이상하지 않아?" 한 여학생이 작게 말했다.

"응, 왠지 좀 후덕해진 것 같고, 표정도 웃긴데?" 다른 학생이 대꾸했다.

소만청은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걸음을 빨리했다. 교실 문을 열자, 반 친구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몇몇 남학생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조용히 앉았다. 책상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책 표지를 긁적였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첫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칠판에 문제를 적기 시작했다. 소만청은 자신의 노트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졌다. 문득 진묵이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늘 방과 후에 내 집으로 와. 안 오면 교실에서 다 벗길 거야.' 그녀는 이가 갈렸다.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렸지만,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소만청, 이 문제 풀어 봐." 선생님이 갑자기 그녀를 지목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 그 문제는..." 그녀는 칠판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마음이 온통 진묵에게 빼앗겨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선생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아뇨... 아까 조금 졸았어요." 그녀는 겨우 대답하고 앉았다.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다른 학생을 지목했다. 교실 안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소만청은 고개를 숙이고 책만 바라봤다.

점심시간, 그녀는 도서관으로 도망쳤다. 텅 빈 열람실 한구석에 앉아 샌드위치를 씹었다. 하지만 입맛이 없었다. 치아가 빵을 으스러뜨리는 소리만 메아리쳤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진묵이었다.

'학교 옥상으로 올라와. 거기서 얼굴 좀 보자.'

소만청은 핸드폰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일어나 도서관을 나와 계단을 올랐다. 옥상 문은 잠겨 있었지만, 진묵이 이미 열어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문을 밀고 나갔다. 바람이 거셌다.

진묵은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연기가 하늘로 흩어졌다. 그는 소만청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잘 왔네. 교복 꽤 잘 어울려. 근데 그 스타킹은 좀 불편하지?" 그의 목소리는 냉소적이었다.

소만청은 발을 멈췄다. "뭘 원해? 여기까지 와서 또 협박하려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협박? 그냥 보자는 거야. 오늘 방과 후 약속 잊지 마. 내 집 주소는 알고 있지?" 진묵은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말했다.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예전에는 나를 좋아한다며?" 소만청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좋아? 지금도 좋아해. 그게 더 재미있잖아? 네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게." 진묵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살짝 스쳤다. "오늘 잘 준비해 와. 안 그러면 후회할 거야."

소만청은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몸을 돌려 계단으로 뛰어내려갔다. 교실로 돌아오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다. 반 친구들은 그녀를 보며 수군거렸지만, 그녀는 귀를 막고 싶었다. 종이 울리자 그녀는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섰다. 햇빛이 따가웠다.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진묵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마음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공개적인 모욕

밤 10시가 지난 학교는 모든 교실의 불이 꺼져 있었다. 복도의 비상등만 희미하게 깜빡이며 긴 복도를 따라 어스름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소만청은 교실 문 앞에 서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진묵이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그는 창가에 기대어 무심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청소 당번이었어. 늦게 끝났어."

소만청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진묵에게 말을 할 때면 언제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가 다가오는 소리에 그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오늘은 다른 장소야. 따라와."

진묵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며 복도 끝으로 향했다. 구교사로 가는 계단을 내려가자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를 찔렀다. 벽에는 낙서와 벗겨진 페인트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여긴 왜..."

"닥쳐."

진묵은 그녀를 한쪽 교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은 캄캄했지만, 달빛이 깨진 창문을 통해 들어와 바닥에 희미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 안에 놓인 낡은 책상과 의자들이 마치 유령처럼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오늘은 좀 특별하게 할 거야."

진묵은 핸드폰을 꺼내 손전등을 켰다. 그 흰 빛이 소만청의 얼굴을 비추자 그녀는 눈을 찡그렸다.

"무슨 뜻이야..."

"옷."

그의 한마디에 소만청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뒷걸음질 쳤지만, 등은 이미 벽에 닿아 있었다.

"싫어. 여긴 너무 추워. 집에 가고 싶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진묵은 아무 말 없이 핸드폰 앨범을 열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며칠 전 찍힌 그녀의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교실에서 무릎 꿇고 있는 모습, 복도에서 엎드려 있는 모습. 그 사진들을 보며 소만청은 숨이 막히는 듯 느꼈다.

"벌써 유포해도 괜찮지만, 나는 네가 좀 더 협조해 주길 바라. 네가 순순히 따르면 이 사진들은 영원히 내 핸드폰 속에만 있을 거야."

진묵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무시무시한 위협이 숨어 있었다. 소만청은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묵이 명령했다.

"무릎 꿇어."

소만청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무릎을 통해 전해져 올라와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바라봐."

그녀는 핸드폰 렌즈를 바라보았다. 그 작은 구멍 속에 자신의 굴욕이 담기고 있었다.

"웃어."

그 말에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진묵은 그것을 만족스러운 듯 몇 번 더 찍었다.

"이제 손을 바닥에 짚고 엎드려."

소만청은 몸을 앞으로 숙여 네 발로 엎드렸다. 그 자세가 얼마나 치욕스러운지 그녀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진묵은 그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찍으며 조금씩 다가왔다.

"더 낮게."

그녀는 팔꿈치를 바닥에 대며 얼굴을 땅에 박았다. 차가운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순간, 진묵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리며 핸드폰을 그녀의 얼굴 앞에 가져갔다.

"이게 바로 네 모습이야. 예전 그 꽃송이가 아니라, 내 손아귀에 갇힌 조그만 벌레일 뿐이야."

그의 말에 소만청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과 동시에, 이상하게도 이 순간의 통제가 낯익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진묵이 명령하고 자신이 따르는 이 패턴에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두려움과 함께,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진묵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이제 말을 해. '저는 진묵의 소유물입니다.'라고."

소만청은 입술을 깨물며 거부하려 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사진 유포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따라 말했다.

"나는... 진묵의 소유물입니다."

"좋아. 한 번 더."

"나는 진묵의 소유물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진묵은 그것을 세 번 반복하게 했다. 촬영이 끝난 후,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잘했어. 오늘은 여기까지다."

그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뺨을 쓰다듬자, 소만청은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동시에 그 따뜻한 손길이 그녀에게 위안을 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그 모순에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진묵은 일어나서 교실을 나갔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서 사라진 후에도 소만청은 한동안 그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 결국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옷을 정리했다. 무릎은 시렸고, 눈두덩은 붓고 아팠지만, 그녀는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오늘도 끝났다. 그리고 또 내일이 올 것이다.

그녀는 깨진 창문 너머로 별 하나 없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미소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이제 그녀는 예전의 소만청이 아니었다. 이미 타버린 종이처럼,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것이 그녀에게 이상한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진묵이 통제하는 한, 그녀는 적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으니까.

뒤틀린 의존

소만청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방문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찰나의 망설임, 그리고 그녀는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왔다. 복도 끝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스타킹이 감싼 다리는 매끄럽고, 약물이 스며든 몸은 나른하면서도 비정상적으로 가벼웠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스타킹이 없으면 그녀는 맨살이 허공에 노출되는 느낌에 숨 쉬기조차 불안했다. 약이 떨어지면 공황이 찾아왔다. 벌써 세 시간째 약을 먹지 않았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나고,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벗고 싶어... 벗고 싶다고..."

중얼거리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친 숨을 내쉬며 스타킹을 벗어 던졌다. 그 순간, 다리 위로 쏟아지는 시원한 공기의 감촉과 함께 허탈감이 밀려왔다. 무릎이 풀려 변기 옆으로 주저앉았다. 스스로를 버린 것 같은 공허함, 그리고 불안.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팔을 감싸 안았지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소만청, 또 도망가고 있어?"

문틈에 기대어 서 있던 진묵이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만청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의 구두코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야... 나는... 그냥..."

"그냥? 뭘 그냥? 네 몸이 이미 증명하고 있어. 저걸 벗으면 네가 무너진다는 걸."

진묵이 바닥에 떨어진 스타킹을 집어 들었다.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소만청은 저항하려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손길이 거칠게 스타킹을 다시 끌어올렸다. 매끄러운 천이 살갗을 스치자, 놀랍게도 불안이 가라앉았다. 동시에 그것이 더욱 두려웠다.

"넌 이미 내 작품이야, 소만청. 알아?"

진묵이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시선을 맞췄다. 그의 눈동자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처음에는 예쁜 꽃이었지. 이제는... 완성된 그림이야.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어떤 생각을 해도, 그건 내가 그린 선 안에서만 의미가 있어."

소만청은 입술을 깨물었다. 증오와 굴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아니, 그 말이 맞았다. 그녀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 갇혀 있었다.

그날 저녁, 방으로 돌아온 소만청은 책상 서랍에서 일기장을 꺼냈다. 손이 떨려 글씨가 삐뚤빼뚤했다.

*오늘도 나는 질렸다. 진묵은 내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가 말한 대로, 나는 이미 그의 작품이다. 이 스타킹, 이 약, 이 모든 것이 나를 묶고 있다. 나는 그를 증오한다. 그가 내 인생을 망가뜨렸다. 하지만... 그가 없으면 나는 텅 빈 껍질일 뿐이다. 그 사실이 너무나 두렵고, 또 역겹다.*

펜을 내려놓고 일기장을 덮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자신을 붙잡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것이 바로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다. 어둠이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소만청은 점점 더 작아져 갔다.

가족의 의심

소만청은 식탁에 앉아 숟가락만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었다. 밥알 하나하나가 눈앞에서 흐릿해졌다가 선명해지길 반복했다. 어머니가 국을 한 그릇 더 떠서 그녀 앞에 밀어 놓았다.

"청아, 요즘 왜 이렇게 안 먹니? 얼굴이 반쪽이 됐어."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섞여 있었다. 소만청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때 반에서 가장 예쁘다고 소문나던 그 뺨은 움푹 패였고, 눈가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운동 때문에 그래요. 요즘 체력 단련을 좀 해서."

소만청은 억지로 숟가락을 들어 밥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신문에서 눈을 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운동? 네가? 네가 무슨 운동을 한다고."

아버지의 말투에는 의심이 섞여 있었다. 소만청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부리던 딸이 갑자기 새벽에 나가고 밤늦게 들어온 지가 벌써 몇 주째였다.

"아빠, 요즘 학생들 다 그래요. 수능 준비하면서 체력도 키워야 한다고."

소만청은 최대한 가볍게 말하려 애썼다. 그러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열도 없는데... 청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그 순간, 소만청의 손목이 저절로 움찔거렸다. 긴 소매 아래로 감춰진 멍 자국이 따가웠다. 그녀는 재빨리 손을 내려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없어요.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식탁 아래에서 핸드폰이 진동했다. 소만청은 몸이 굳어졌다. 진묵이었다. 그녀는 일어나려는 찰나, 어머니가 손을 잡았다.

"요즘 누구랑 연락하고 다니니? 친구들한테 전화도 안 받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엄마, 그만해요. 난 괜찮다고요."

소만청은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말투를 썼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응시했다.

"청아, 표정 하나 똑바로 하고 말해라.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

"없다니까요!"

소만청이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그녀는 그대로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핸드폰이 또 진동했다. 이번에는 메시지였다.

'왜 전화 안 받아? 보고 싶어.'

소만청은 핸드폰을 침대에 던졌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답장을 해야 했다.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

'지금 수업 중이야. 연락 못 해.'

거짓말이었다. 이미 학교는 끝난 지 오래였다. 진묵은 이 시간을 알고 있었다. 몇 분 후, 답장이 왔다.

'또 거짓말. 너 지금 집에 있지. 나중에 볼게.'

소만청은 핸드폰을 꺼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대신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부모님이 아직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엄마, 아빠, 나 잠깐 친구 만나고 올게요. 금방 올게요."

어머니가 일어나려 했지만 아버지가 손짓으로 막았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딸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등골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몇 시까지 올 거야?"

"한 시간이면 충분해요."

소만청은 신발을 급하게 신고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거리엔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속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진묵은 학교 뒤편의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다가가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소만청에게는 칼날처럼 느껴졌다.

"왜 늦었어?"

"집에서 부모님이 붙잡았어."

소만청은 그의 옆에 앉았지만,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진묵은 그런 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네 부모님,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니야? 너 같은 예쁜 여자애가 밤에 돌아다니면 당연히 걱정하지."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소만청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진묵아, 제발 집에 좀 가자. 오늘은 너무 피곤해."

"아직 시간은 이른데. 우리 좀 더 있자."

진묵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소만청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감쌌다. 그 압력이 점점 세어졌다.

"아프다고."

"알아. 그런데 너, 오늘도 거짓말했지? 운동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창밖만 보고 있었잖아."

소만청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그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다음부터 부모님한테 말할 때는 조심해. 나에 대해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진묵은 그녀의 손목을 놓고 일어섰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냉소를 지었다.

"내일도 봐. 그리고 일찍 자. 내일 아침에도 연락할 거야."

그가 걸어간 뒤에도 소만청은 한참 동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손목이 욱신거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다시 한 번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했다. 웃고 싶었지만 입가가 떨리기만 했다.

현관문을 열자 어머니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청아, 누구랑 만난 거야?"

"친구요.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

소만청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어머니가 뒤에서 무언가 말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껐다. 내일 아침, 다시 켜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런 삶이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방 안은 어둡고 고요했다. 소만청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눈물이 베개에 스며들었다. 아무리 닦아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