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미궁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0b8e6888更新:2026-06-01 14:02
개학 첫날 아침, 임숙민은 교무실 거울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였다. 옷장에 걸린 검은색 원피스는 목선이 깊게 파였고, 허리 라인이 타이트하게 잡혀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골라 입지 않을 옷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그 옷이 손에 잡혔다. 어깨를 드러내는 디자인이 부담스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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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선생님 등장

개학 첫날 아침, 임숙민은 교무실 거울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였다. 옷장에 걸린 검은색 원피스는 목선이 깊게 파였고, 허리 라인이 타이트하게 잡혀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골라 입지 않을 옷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그 옷이 손에 잡혔다. 어깨를 드러내는 디자인이 부담스러웠지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결국 그 옷을 입기로 했다.

3교시 종이 울리자, 임숙민은 교과서와 출석부를 챙겨들고 2학년 3반 교실로 향했다. 복도를 걸으며 하이힐 굽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교실 문 앞에 섰을 때, 안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특히 남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임숙민은 칠판 옆으로 걸어가며 교단 위에 교과서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몸을 감싼 검은 원피스는 움직일 때마다 우아하게 흔들렸다. 군데군데 비치는 시스루 소재가 은근히 속살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학기 새로 오신 영어 선생님 임숙민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약간의 긴장이 섞여 있었다. 반 아이들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앞줄에 앉은 장덕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팔짱을 끼고 교탁에 기대어 임숙민의 몸매를 훑어보았다. 목선부터 허리, 그리고 다리까지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와, 대박이다.”

장덕이 옆자리 이초의 팔꿈치를 톡 쳤다. 이초는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숙였다.

“저 선생님, 누구야? 처음 봤는데.”

“올해 새로 오셨대. 들으니까 작년에 전근 왔다는 얘기도 있고.”

“진짜 섹시하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장덕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초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은근히 임숙민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검은 원피스가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대비되어 더욱 돋보였다. 이초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임숙민은 학생들의 반응을 눈치챘다. 특히 장덕의 노골적인 시선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뜨거운 시선이 그녀의 가슴 속에 작은 불꽃을 지폈다. 그동안 남편에게서는 받지 못한 관심이었다.

“자, 그럼 지난 학기에 배운 내용부터 복습해볼게요. 5과 본문을 펴 주세요.”

임숙민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덕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를 따라다녔다. 수업 내내 장덕은 앞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임숙민이 문제를 풀며 교실을 돌아다닐 때마다 그의 눈동자가 따라 움직였다.

종이 울렸다.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숙민은 교과서를 정리하며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선생님, 잠깐만요.”

뒤에서 장덕의 목소리가 들렸다. 임숙민이 돌아보니, 장덕이 교과서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선생님, 지난 학기 8과에 나온 문법이 좀 어려워서요. 시간 괜찮으시면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장덕의 눈빛은 순수함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다른 의도를 임숙민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교무실로 오렴. 거기서 설명해줄게.”

임숙민은 먼저 교실을 나섰다.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장덕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앞서 걷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원피스가 그녀의 엉덩이 라인을 감싸며 우아하게 흔들렸다. 장덕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교무실로 들어서자, 다른 선생님들은 점심시간이라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텅 빈 교무실에 임숙민과 장덕만 남았다. 임숙민은 자신의 책상 앞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라. 어디가 이해 안 됐니?”

장덕은 교과서를 펼쳐서 가리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교과서가 아니라 임숙민의 얼굴과 목선 사이를 오갔다.

“여기, 가정법 파트가 너무 헷갈려요.”

임숙민은 그가 가리킨 부분을 보려고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장덕의 시선이 그녀의 깊게 파인 옷깃 안으로 들어갔다. 임숙민은 그것을 눈치채고 몸을 곧게 폈다.

“장덕, 집중해.”

“네, 선생님. 집중하고 있어요.”

장덕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임숙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조금 빨리 뛰고 있었다.

가을 소풍의 밤

학교 가을 소풍 날, 버스 안은 들떠 있었다. 임숙민은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니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가을볕이 유리창을 통해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그 윤곽이 더욱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려 애쓰며 단정한 정장을 입었지만, 몸매 선이 드러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 영어 공부 좀 봐주세요.”

장덕이 언제 다가왔는지, 그녀 옆자리에 앉아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운동복 차림에 흠뻑 젖은 땀 냄새가 풍겼다.

“숙소에서 봐줄게, 지금은 쉬어.”

임숙민은 그 시선을 피하며 대충 둘러댔다. 장덕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팍을 훑고 있었다.

저녁, 숙소 배정 시간. 장덕이 교무실로 찾아와 정색을 했다.

“선생님, 제가 영어를 너무 못해서요. 시험도 코앞인데, 오늘 밤 선생님 방에서 가르쳐 주실 수 없나요? 다른 방에선 공부가 잘 안 돼요.”

임숙민은 잠시 망설였다. 교사로서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장덕의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졌다. 게다가 그는 평소 성적이 썩 좋지 않은 학생이었다.

“알았어. 하지만 늦지 말고, 선생님도 푹 쉬어야 하니까.”

밤이 깊어지자 복도가 조용해졌다. 장덕이 교과서를 들고 들어왔지만, 눈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몇 문제를 풀다가 그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임숙민의 손목을 잡았다.

“선생님, 너무 예뻐요.”

임숙민이 놀라 손을 빼려 했지만, 장덕의 힘이 예상보다 셌다. 그는 벌떡 일어나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장덕, 이러면 안 돼. 선생님이야.”

임숙민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장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옷자락 안으로 파고들었다.

“선생님도 원하잖아요. 봐요,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임숙민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거부해야 한다고 머리는 외쳤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장덕의 거친 손길이 그녀의 허리를 스치자,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숨이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장덕은 그녀의 교사복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임숙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저항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육체적 접촉이었다.

그가 자신의 몸을 완전히 드러냈을 때, 임숙민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장덕의 체격은 젊음 자체였다. 단단한 근육, 뜨거운 피부.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좋아요, 선생님. 편하게 하세요.”

임숙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 순간, 모든 이성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본능뿐이었다.

사건이 끝난 후, 임숙민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몸은 나른하고 기분 좋았지만, 마음은 복잡했다. 장덕은 이미 옷을 정리하고 방을 나간 후였다. 그가 남긴 체온이 시트에 배어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임숙민은 중얼거렸지만, 떠오르는 것은 장덕의 단단한 품과 자신의 반응뿐이었다. 몸은 이미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가을밤은 깊어 가고, 그녀의 마음속 갈등도 함께 깊어져 갔다.

아들의 엿보기

이초는 토요일 오후,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순간, 눈앞의 호텔 출입문이 열리며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교복도 제대로 입지 않은 장덕이 서 있었다.

이초의 발이 얼어붙었다. 어머니는 연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장덕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아니었다. 장덕의 손가락은 어머니의 엉덩이 라인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임숙민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고, 다행히 이초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녀는 장덕의 손을 살짝 떼어내며 무언가를 속삭였고,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이초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왜인지 모르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머니의 걸음걸이가 평소와 달랐다.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리는 정도가 좀 더 과장되어 있었고, 굽 높은 샌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날 이후, 이초는 의식적으로 어머니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침 식탁에서, 어머니가 앞치마를 두르고 서 있을 때, 그녀의 치마 밑단이 평소보다 몇 센티미터 더 짧아진 것 같았다. 등교 준비를 하면서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치는 시간도 길어졌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브이넥 블라우스가 옷장에 새로 들어와 있었고, 단추가 하나 더 풀린 듯 보였다.

"엄마, 요즘 옷이 좀... 이상해."

이초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임숙민은 주스 잔을 내려놓으며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긴. 요즘 날씨가 좀 더워서 그런 거야."

"그런데 엄마, 저번에 호텔 앞에서..."

"뭐?"

임숙민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이초는 당황해서 말을 삼켰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임숙민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손가락이 잔 가장자리를 살짝 스쳤다.

"너 요즘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엄마. 그냥..."

이초는 고개를 숙였다. 부엌 타일 바닥에 어머니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마치 다른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듯 보였다. 밤이 되자 이초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어머니와 장덕의 모습이 겹쳐졌다. 장덕의 손이 어머니의 치마 속으로 파고드는 상상이 뇌리를 스쳤다. 그가 억지로 눈을 뜨면,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감고 말았다.

꿈속에서 어머니는 긴 생머리를 풀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이초가 다가가자, 그녀는 두 팔을 벌렸다. 그때 갑자기 장덕이 나타나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탔다. 이초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에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

이초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잠에서 깼다. 이불 속에서 자신의 몸이 반응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욕실로 달려가 찬물을 틀었다. 거울 속의 자신은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눈가가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이초는 어머니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임숙민이 커피를 따르며 무심코 물었다.

"잠을 못 잤니? 얼굴이 안 좋아 보여."

"응, 좀... 괜찮아."

이초는 시선을 식탁 위에 고정했다. 어머니의 손목에 금색 시계가 반짝였다. 그 시계는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누가 선물한 걸까? 장덕? 아니면 다른 누군가?

임숙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 속에는 아들이 알 수 없는 어떤 쾌감이 스며 있었다.

경비원의 구출

방과 후 학교 정문 앞, 임숙민은 책가방을 들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오늘도 수업은 힘들었다. 학생들은 집중하지 않고, 그녀 자신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장덕의 시선이 계속 떠오르고, 그 불쾌한 손길의 감촉이 아직도 손목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어이, 선생님~” 갑자기 뒤에서 휘파람 소리와 함께 낮고 비꼬는 목소리가 들렸다.

임숙민이 뒤돌아보니 두 명의 건장한 젊은이가 담배를 피우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은 단정치 못했고, 눈빛에는 불량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뭘 원하세요?” 임숙민이 냉정하게 물으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에이, 왜 그러세요~ 우리 그냥 선생님과 얘기 좀 하려고요.” 한 명이 임숙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듣자하니 선생님이 장덕이 형을 곤란하게 만들었다면서요?”

임숙민이 손을 털어내며, “너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수업 끝났으니까 지금 가야 한다.” 그녀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다른 한 명이 앞을 막아섰다. “선생님, 그러지 말고요. 우리 형들이 좀 얘기하려는 건데, 왜 그렇게 안 봐주시나요?” 그는 손을 뻗어 임숙민의 턱을 잡으려 했다.

“야! 너희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경비원 왕철주가 경비실에서 뛰어나와 호루라기를 꽉 쥐고 있었다. “여긴 학교야, 너희 같은 놈들이 함부로 날뛰는 곳이 아니야! 어서 꺼져!”

두 불량배는 경비원이 나타나자 머뭇거렸지만, 왕철주의 건장한 체격을 보고는 서로를 쳐다보며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뱉었다. “에휴, 늙은 놈이 나서네. 가자 가자.” 그들은 담배꽁초를 땅에 내동댕이치고는 발로 비벼 끄며 느릿느릿 걸어갔다.

임숙민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왕 선생님.”

“별말씀을요, 선생님.” 왕철주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이런 불량배들은 협박만 하면 금방 물러나요. 그런데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그냥 놀랐을 뿐이에요……” 임숙민이 말을 하다가 왕철주의 손목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발견했다. “아이고, 이 손 부상은——”

“에휴, 아까 뛰어나오다가 문틀에 부딪혔어요. 별거 아니에요.” 왕철주는 손을 휘저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이렇게 심하게 부었는데. 얼른 병원에 가야 해요.” 임숙민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병원이라니요, 번거롭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고, 그냥 좀 두면 괜찮아질 거예요.” 왕철주는 계속 사양했다.

“안 돼요, 저 때문에 다친 거니까 제가 책임져야 해요. 어서 가요.” 임숙민은 왕철주를 붙잡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붕대를 감은 후, 임숙민이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 “다음에 혼자는 힘들겠어요. 제가 수시로 들러서 좀 도와드릴게요.”

“어떻게 그렇게 폐를 끼치겠습니까.” 왕철주는 겸연쩍게 웃었지만 눈에는 교활한 빛이 스쳤다.

며칠 후, 임숙민은 약과 과일을 들고 왕철주의 단칸방을 찾아갔다. 경비실 옆에 있는 이 방은 좁고 어수선했으며, 침대, 책상, 그리고 삐걱거리는 선풍기뿐이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진심으로 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왕철주는 침대에 누워 부상당한 손을 들고 있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임숙민이 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런데 혼자 생활하는 게 불편하시죠?”

“에휴, 딸린 가족도 없고 혼자 살다 보니 익숙해졌어요.” 왕철주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저……”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임숙민이 물었다.

왕철주는 망설이는 듯하다가 이내 용기를 내어 말했다. “선생님, 말하기 부끄러운데요…… 요즘 목욕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한 손으로는 도저히 잘 안 돼서요.”

임숙민이 잠시 멈칫했다. “그럼 목욕탕에 가셔서 도움을 받으시는 게?”

“목욕탕은 돈도 많이 들고, 게다가 낯선 사람이 도와주는 것도 불편하고…… 선생님께서 오늘, 혹시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왕철주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임숙민을 바라보았다.

임숙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건…… 안 되는데요, 어떡해요……”

“선생님, 부탁드려요.” 왕철주의 목소리에 애원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저는 여기 아는 사람도 없고, 선생님만 믿을 수 있어요. 그냥 등을 씻기고 몸을 닦는 것만 도와주시면 돼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임숙민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이 남자의 호의를 입었고, 상대는 혼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목욕을 돕는 것은 정말 너무한 일이었다.

“선생님, 전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왕철주가 다급히 덧붙였다. “전 그냥, 정말로 방법이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선생님이 불편하시다면 말을 마세요, 헤헤.”

그의 씁쓸한 웃음이 임숙민의 마음을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좋아요……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왕철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임숙민은 뒤따라가 물 온도를 맞추고 수건을 준비했다. “옷을 벗으세요, 그럼 제가 등부터 먼저 씻어드릴게요.”

왕철주가 허리를 굽혀 윗옷을 벗으며, 건장한 상체가 드러났다. 6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철주의 어깨와 등 근육은 여전히 탄탄했다. 임숙민은 등을 돌려 물에 적신 수건을 그에게 건넸다. “먼저 몸을 적시세요.”

왕철주가 수건을 받아 등과 가슴을 대충 닦았다. 그러다 갑자기 “아야!” 하고 비명을 질렀다.

“어디 다친 거예요?” 임숙민이 다급히 다가갔다.

“어깨…… 어깨를 삐었어요.” 왕철주가 찡그리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임숙민은 망설였지만 결국 수건을 집어 그의 등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은 조심스러웠지만, 자신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손끝이 그의 피부에 닿자 탄탄한 근육이 느껴졌다.

“아래도 닦아야지……” 왕철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숙민의 얼굴이 더욱 뜨거워졌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수건을 그의 허리로 내렸다. 바지가 흠뻑 젖어 몸에 착 달라붙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겉바지를 벗기려 했지만, 손끝이 뜻밖의 물체에 닿았다. 그것은 이미 반쯤 일어서 있는 남성의 상징이었다.

“아!” 임숙민이 깜짝 놀라 손을 움츠렸다.

왕철주가 몸을 돌려 정면으로 그녀를 마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아픈 기색이 없었다. “선생님,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그의 눈에는 음흉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임숙민은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노와 수치심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는 이 늙은이의 권력에 맞서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목욕탕에서 뛰쳐나와 옷을 정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왕철주의 방을 빠져나왔다.

문 밖에서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심장이 요동침을 느꼈다. 이 빚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손을 쓸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은혜의 거래

임숙민은 욕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에 달라붙고, 물방울이 아직 가슴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유리 표면의 김이 서린 부분을 닦아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오늘 일진이 유난히 안 좋았다. 학교에서 있었던 그 싸움, 장덕과의 그 불쾌한 대치, 그리고 하교 길에 쓰러졌던 그 순간까지.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그녀는 목욕 가운을 여미며 욕실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아이고, 선생님! 저예요, 왕 경비원이요."

임숙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시간에 웬 경비원이? 그녀는 현관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왕철주는 허름한 경비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유난히 반짝였다.

"왕 경비원님, 무슨 일이세요?"

"아, 선생님. 사실 오늘 오후에 그 사건 때문에요. 선생님이 쓰러지셨을 때 제가 바로 뛰어가서 응급 처치를 했잖아요. 그 인사도 제대로 못 받았어요."

임숙민은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일 날 뻔한 걸 면했어요."

"감사는 무슨, 선생님 같은 분이 그런 위험한 상황에 처하셨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근데... 선생님, 좀 이야기할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왕철주의 시선이 그녀의 목욕 가운 아래 드러난 종아리로 스치듯 흘러갔다. 임숙민은 무언가 불쾌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의 은혜를 생각해서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옷을 좀 갈아입고 올게요."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왕철주는 거실에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 책장에 꽂힌 영어 원서들, 벽에 걸린 가족사진. 그는 침을 삼켰다. 이런 여자가 바로 자신이 원하는 타입이었다.

임숙민이 검은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왔다. "무슨 이야기인지 말씀해 주세요."

왕철주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두꺼운 손바닥이 무릎을 톡톡 치고 있었다.

"선생님, 사실 저는 선생님을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어요. 학교에서 항상 품위 있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았어요. 그런데 오늘 그런 일이 일어나서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임숙민은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겠어요?" 왕철주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저는 선생님께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주셨으면 해요."

임숙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무슨 부탁이신데요?"

왕철주는 일어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체취—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가 코를 찔렀다.

"선생님, 저는 혼자 산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젊은 시절에는 아내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가끔 너무 외로워요."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임숙민은 그의 손을 떨쳐내며 벌떡 일어섰다. "왕 경비원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는 선생님이고 당신은 경비원이에요. 이건 전혀 적절하지 않아요."

왕철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적절하지 않다고? 내가 당신 목숨을 구했는데, 그걸로도 부족해?"

"그건 당연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감사는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왕철주가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에 위험한 빛이 감돌았다. "만약 내가 오늘 구조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지금쯤 병원에 실려 갔을지도 몰라. 아니면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줘?"

임숙민의 목이 메었다. 그녀는 교사로서의 존엄을 지키려 했지만,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방어를 찔렀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돼요. 당신이 구했다고 해서 이런 걸 요구할 권리는 없어요."

"권리?" 왕철주가 비웃었다. "인생은 은혜와 베풂으로 돌아가는 거야. 내가 베풀었으니, 당신도 베풀 차례야. 그게 인지상정이지."

그의 손이 다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임숙민은 몸을 빼려 했지만 그의 힘이 너무 강했다.

"놔 주세요! 이러지 마세요!"

"조용히 해." 그의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변했다. "만약 소리 지르면, 학교에 당신에 대한 소문을 퍼뜨릴 거야. 오늘 학생들 앞에서 당신이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얼마나 음탕하게 굴었는지—그런 이야기들이 교장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임숙민의 몸이 굳어졌다. 그 말은 정확히 그녀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찔렀다. 그녀는 교사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다. 만약 이런 소문이 퍼지면...

"왜...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간단해. 나는 당신을 원해." 왕철주의 손이 그녀의 원피스 자락을 잡아당겼다. "한 번만 허락해줘. 그러면 이 일은 영원히 비밀로 할게. 그리고 나는 당신을 다시는 괴롭히지 않을 거야. 약속해."

임숙민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이 노인에게 몸을 허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굴욕이었다. 그러나 거절할 경우의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그녀의 교사 생활, 그녀의 명예, 모든 것이 산산조각날 것이다.

"알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에요. 절대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왕철주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그녀를 거실 소파로 밀어 넘어뜨렸다. 그의 거친 손이 그녀의 원피스 아래로 파고들었다.

임숙민은 천장의 형광등 불빛을 바라보며 모든 감각을 차단하려 애썼다. 그녀의 몸은 저항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수치심이 끓어올랐다. 이 노인의 숨결, 그의 냄새, 그의 더러운 손길—그 모든 것이 그녀를 점점 더 무너뜨렸다.

사건이 끝난 후, 왕철주는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 "좋았어. 이제 우리는 서로 은혜를 갚은 거야. 나는 다음 주에 전학 갈 거야. 다른 학교로 옮기기로 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 다시는 보지 않을 테니까."

그가 문을 닫고 나간 후, 임숙민은 소파 위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은 아직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눈물 속에는 분노와 함께 무언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더 이상 고등학교 교사 임숙민이 아니라, 누군가의 욕망에 굴복한 한 여자가 있었다.

"이제 어쩌지?"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일어나 거실 커튼을 열었다. 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 불빛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갈망을 보았다. 더 이상 억압할 필요가 없었다. 왕철주의 손길이 그녀에게 각인시킨 것은 수치심뿐만 아니라, 금지된 쾌락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한 번 굴복했으니, 두 번도 괜찮겠지."

그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날 밤, 임숙민은 거실 소파에서 잠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다시 젊은 여자로 돌아가 첫사랑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은 곧 장덕, 이초, 왕철주,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남자들의 얼굴로 뒤섞였다. 그녀는 꿈속에서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여자처럼.

이웃의 아첨

대학 신입생 유파가 옆집으로 이사 온 날, 임숙민은 우연히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 그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새로 이사 온 유파라고 합니다. 대학교 1학년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맑고 상쾌했다. 임숙민은 그를 훑어보았다. 키 175cm쯤 되는 마른 체격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얼굴은 아직 앳된 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또래와 달리 무언가 익숙한 예리함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임숙민이에요. 옆집에 살고 있어요."

임숙민이 가볍게 인사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 순간 유파의 시선이 그녀의 뒤통수에 꽂히는 듯했다. 임숙민은 약간 불편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저녁 퇴근길에 집 앞에 도착하자 문 앞에 작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직접 만든 쿠키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임 선생님, 처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직접 구운 쿠키예요. 맛있게 드세요. - 유파"

임숙민은 쿠키를 집어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고소하고 바삭했다. 그녀는 웃으며 쪽지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며칠 후, 유파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신선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왔다.

"임 선생님, 과일 좀 드세요. 제가 시장에서 골라 온 거예요."

"아이고,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임숙민이 정중히 사양했지만, 유파는 억지로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괜찮아요. 선생님이 평소에 바쁘실 테니, 제가 조금 도와드리는 거예요."

그렇게 유파는 자주 선물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명절에는 작은 선물, 날씨가 추워지면 손난로, 비 오는 날에는 택시를 불러 주기까지 했다. 임숙민은 점점 이런 작은 배려에 익숙해졌다.

어느 날, 임숙민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유파가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오늘 면접이 있어서요, 선생님. 제가 괜찮아 보이나요?"

임숙민은 그를 살펴보았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 단정한 머리에 맑은 눈동자. 문득 그가 어렸을 때의 이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멋져요. 잘 다녀와요."

임숙민이 미소 지었다. 유파도 따라 웃으며 씨익 웃었다. 그 웃음에 어떤 음모가 숨어 있는 듯했다.

며칠 후, 임숙민의 컴퓨터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아들 이초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이초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 나중에 봐줄게. 지금은 안 돼."

이초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임숙민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생각난 것이 유파였다. 그가 전에 컴퓨터학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임숙민은 망설이다가 결국 옆집 문을 두드렸다.

"유파 씨, 계세요?"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유파는 반쯤 벗은 상의에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의 마른 몸에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임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컴퓨터가 고장 나서요... 도와주실 수 있나 해서요."

"물론이죠, 들어가세요."

유파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임숙민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 가지 테스트를 하던 그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수리 센터에 가져가셔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내일 가지고 갈게요."

"아이고, 정말 고마워요."

임숙민이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유파가 일어나려는 순간, 그의 손이 우연히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 임숙민은 손을 움츠렸지만, 유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 손이 참 예쁘시네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임숙민의 볼이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미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유파의 방문은 더욱 잦아졌다. 항상 핑계가 있었다. 음식을 가져온다, 전구를 갈아 준다, 꽃을 가져다준다. 임숙민도 점차 그런 자주 만남에 익숙해졌다.

어느 날 저녁, 임숙민은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유파가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 옆에 앉았다.

"선생님, 뭐 읽으세요?"

"소설이에요. 너무 재미있진 않네요."

유파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무릎이 임숙민의 무릎에 살짝 닿았다. 임숙민은 몸을 움츠렸지만, 일부러 피하지는 않았다.

"선생님, 저 말인데요..."

유파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임숙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한여름 밤의 불꽃처럼 뜨거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임숙민은 손에 쥔 책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것 같았지만, 또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말해 봐요."

유파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

"선생님을 좋아해요. 첫눈에 반했어요."

임숙민의 귀가 빨개졌다. 그녀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유파가 꼭 잡아 놓쳤다.

"이러면 안 돼요, 나는 당신 선생님이야..."

"상관없어요. 나는 그냥 선생님이 좋아요."

유파의 목소리는 간절함과 애원이 섞여 있었다. 임숙민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그동안 이런 고백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장덕도 왕철주도 그저 육체적 쾌락만을 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파는 달랐다.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 생각해 볼게요."

임숙민이 마침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유파는 손을 놓고 미소 지었다.

"기다릴게요, 선생님."

그날 밤, 임숙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유파의 얼굴, 그의 손길, 그의 진심을 떠올렸다. 그런 생각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그 느낌을 멈출 수 없었다.

며칠 후, 유파가 컴퓨터를 가지고 왔다.

"고쳐졌어요, 선생님."

임숙민이 문을 열자 유파가 활짝 웃으며 컴퓨터를 건넸다. 잠시 망설이다가 임숙민이 말했다.

"들어와서 차라도 한잔 해요."

방 안은 조용했다. 유파가 소파에 앉고, 임숙민은 주방에서 차를 따랐다. 그녀는 차를 들고 나와 그의 옆에 앉았다.

"고마워요, 유파 씨."

"별말씀을요."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파가 갑자기 몸을 돌려 임숙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생님, 저번에 제 고민, 생각해 보셨어요?"

임숙민의 심장이 다시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찻잔을 바라보았다.

"유파 씨, 나는... 너무 나이가 많아요."

"상관없어요.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 이건 변하지 않아요."

유파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임숙민이 손을 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어떤 힘이 있어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선생님, 저를 받아주세요. 제가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임숙민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파가 활짝 웃으며 그녀를 꼭 안았다. 그 포옹 속에서 임숙민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을 맛보았다.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묘해지기 시작했다. 유파는 점점 더 자주 찾아왔고, 임숙민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 관계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위험 속에 묘한 쾌감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유파가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그의 두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선생님, 오늘은 선물이 없어요. 대신 제 자신을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임숙민이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파가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선생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임숙민은 아무 말 없이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녀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유파가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임숙민의 심장은 쿵쾅거렸지만,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유파가 그녀를 침대에 살며시 눕히고는 옆에 앉았다.

"긴장하지 마세요, 선생님."

임숙민이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순간, 이 감정을 온전히 즐기기로 결정했다. 비록 그것이 금지된 것임을 알면서도.

유파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 목, 어깨를 더듬었다. 임숙민은 떨면서도 그의 모든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선생님, 사랑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임숙민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애정과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나도... 너를..." 그녀는 간신히 중얼거렸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파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의 키스는 부드럽고 깊었다. 임숙민은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카락을 감싸 쥐며 키스에 응했다. 두 사람의 몸이 점점 더 가까이 붙었다.

그 순간, 임숙민은 모든 의심과 고민을 잊었다. 그저 이 순간의 쾌락과 감동에만 집중했다. 비록 그녀가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컴퓨터 앞의 유혹

유파는 이사를 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임숙민의 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빌린 물건을 돌려준다거나, 동네를 좀 알려달라는 핑계였지만, 곧이어 컴퓨터 수리를 자처했다. "저희 과 선배가 조립해준 건데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요"라며 애걸하는 표정을 지었다. 임숙민은 선뜻 거절하지 못하고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유파는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아, 여기 드라이버 좀…"이라고 중얼거렸다. 임숙민이 주방에서 공구를 들고 다가서는 순간, 그의 손이 스치듯 그녀의 허리를 훑었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사과는 했지만, 그 손길에는 의도가 뚜렷했다. 임숙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무심한 척하며 공구를 내밀었다. "괜찮아요. 얼른 고쳐봐요."

그는 컴퓨터 본체를 분해하며 계속 몸을 기울였다. 그의 어깨가 그녀의 가슴에 닿을 때마다, 임숙민은 숨을 삼켰다. "선생님, 좀만 더 가까이 와주세요. 이 케이블이 잘 안 보여서요."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눈빛은 이미 그녀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임숙민은 망설이다가 결국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갑자기 유파가 손을 돌려 그녀의 무릎을 스치며 "선생님, 다리에 뭐 묻었어요"라고 속삭였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살짝 긁자, 임숙민은 몸을 움찔했다. "그만…" 말을 꺼내려는 순간, 유파가 재빨리 손을 뺐다. "아, 미안해요. 무심코 그랬어요." 그는 고개를 숙여 일하는 척했지만,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임숙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선생님, 좀 쉬세요. 제가 커피 한 잔 타올게요." 유파가 부엌으로 걸어가며 그녀의 어깨를 스치듯 짚었다. 그 손길에 전율이 흘렀고, 임숙민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가 돌아왔을 때, 임숙민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드세요, 선생님." 그가 커피잔을 내밀며 그녀의 무릎 위에 살짝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임숙민이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뜨거운 손길이 그리웠다. 유파가 용기를 내어 손을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 위로 올리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숨을 죽였다.

"선생님, 참 예쁘세요." 그의 목소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임숙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손이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유파가 몸을 기대어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하고 싶어요, 선생님." 그 말에 임숙민의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에 몸을 맡겼다.

거실 바닥에 둘의 옷이 흩어지고, 유파의 거친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를 스쳤다. "아… 선생님…" 그의 몸이 그녀 위로 덮쳐 오자, 임숙민은 모든 저항을 포기했다. 그 순간, 교사라는 자존심도, 나이 차이에 대한 부담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그 뜨거운 쾌감만이 그녀를 지배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임숙민은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유파는 그녀의 손을 잡고 "선생님, 또 만나요"라고 속삭였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그가 없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의 폭발

이초는 학교 가방을 들어 올리려다 말고 현관문 손잡이를 잡은 채 멈춰 섰다. 현관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머니의 향수였다. 하지만 그 향수에 섞인 다른 냄새—땀 냄새, 그리고 무언가 이상한 체취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거실 소파 위에서 어머니 임숙민이 유파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임숙민의 블라우스 단추가 두 개나 풀려 있었고, 치마는 허벅지 위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 유파의 손은 어머니의 허리에 닿아 있었고, 그의 얼굴은 어머니의 목덜미에 박혀 있었다.

"어머니."

이초의 목소리는 차갑고 낮았다.

임숙민이 놀라 몸을 떨며 일어났다. 그녀의 볼은 붉게 물들었고, 눈동자는 혼란스러웠다. "이초야, 왜 벌써 왔니? 오늘 수업이 짧았어?"

"네, 선생님이 아파서요." 이초는 소파 위의 유파를 노려보았다. 유파는 태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넥타이를 정리하며 빙글빙글 웃었다.

"어머니, 제가 컴퓨터 좀 봐드렸어요. 그럼 전 이만."

유파가 현관으로 걸어가며 이초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이초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 그를 간신히 붙잡았다.

문이 닫히자 방 안은 침묵에 잠겼다. 이초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임숙민이 블라우스 단추를 다시 채우고 치마를 내리며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초야, 배고프지? 저녁 만들게."

"됐어요."

이초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벽에 주먹을 내리쳤다. 손가락 마디가 아려왔지만, 그 고통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잠재우지 못했다. 그는 책상 위의 사진 액자를 집어 던졌다. 유리가 깨져 산산조각났다. 그 안에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예전 어머니. 지금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날 밤, 이초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유파의 손이 어머니의 허리에 닿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것들. 장덕. 왕철주. 왜 이 여자들은 모두 어머니를 원하는가? 왜 어머니는 거절하지 않는가?

며칠 후, 이초는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학교 가는 길목, 골목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 십 분쯤 지났을까, 임숙민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나타났다. 그녀는 오늘도 예뻤다. 검은 치마에 흰 블라우스, 입술에는 연한 립스틱이 발려 있었다.

"이초야?"

임숙민이 아들을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같이 가자."

하지만 이초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어두운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머니."

"응?"

"왜 그러는 거예요?"

"무슨 말이니?"

임숙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초가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은 뜨겁고 거칠었다.

"그 남자들. 유파. 장덕. 그 늙은 경비원. 왜 그들을 거절하지 않는 거예요?"

"이초야, 그만..."

"대답해요!"

이초가 그녀를 벽 쪽으로 밀쳤다. 임숙민의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그녀는 놀라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초의 눈동자는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블라우스 위로 올라갔다. 가슴 바로 아래.

"이초!"

임숙민이 그의 손을 막으려 했지만, 그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을 스치듯 만졌다. 그 터치에 임숙민의 몸이 굳어졌다. 충격과 두려움,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왜 저한테는 안 되는 거예요? 저도 어머니를 원해요. 저도... 저도 어머니를 사랑해요."

이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아들아..."

임숙민의 목소리는 작고 약했다.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이초의 손이 그녀의 치마 위로 내려갔다. 그의 손가락이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임숙민은 숨을 멈추었다.

"저한테도 기회를 줘요, 어머니. 저는 다를 거예요. 저는 어머니만 바라볼 거예요."

이초가 어머니의 귀에 속삭였다. 그의 숨결은 뜨거웠다. 임숙민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이초의 등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