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유파가 옆집으로 이사 온 날, 임숙민은 우연히 현관문을 열고 나가다 그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새로 이사 온 유파라고 합니다. 대학교 1학년이에요."
그의 목소리는 맑고 상쾌했다. 임숙민은 그를 훑어보았다. 키 175cm쯤 되는 마른 체격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얼굴은 아직 앳된 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또래와 달리 무언가 익숙한 예리함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임숙민이에요. 옆집에 살고 있어요."
임숙민이 가볍게 인사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 순간 유파의 시선이 그녀의 뒤통수에 꽂히는 듯했다. 임숙민은 약간 불편했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저녁 퇴근길에 집 앞에 도착하자 문 앞에 작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직접 만든 쿠키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임 선생님, 처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직접 구운 쿠키예요. 맛있게 드세요. - 유파"
임숙민은 쿠키를 집어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고소하고 바삭했다. 그녀는 웃으며 쪽지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며칠 후, 유파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신선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왔다.
"임 선생님, 과일 좀 드세요. 제가 시장에서 골라 온 거예요."
"아이고,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임숙민이 정중히 사양했지만, 유파는 억지로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괜찮아요. 선생님이 평소에 바쁘실 테니, 제가 조금 도와드리는 거예요."
그렇게 유파는 자주 선물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명절에는 작은 선물, 날씨가 추워지면 손난로, 비 오는 날에는 택시를 불러 주기까지 했다. 임숙민은 점점 이런 작은 배려에 익숙해졌다.
어느 날, 임숙민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유파가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오늘 면접이 있어서요, 선생님. 제가 괜찮아 보이나요?"
임숙민은 그를 살펴보았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 단정한 머리에 맑은 눈동자. 문득 그가 어렸을 때의 이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멋져요. 잘 다녀와요."
임숙민이 미소 지었다. 유파도 따라 웃으며 씨익 웃었다. 그 웃음에 어떤 음모가 숨어 있는 듯했다.
며칠 후, 임숙민의 컴퓨터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아들 이초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이초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 나중에 봐줄게. 지금은 안 돼."
이초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임숙민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생각난 것이 유파였다. 그가 전에 컴퓨터학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임숙민은 망설이다가 결국 옆집 문을 두드렸다.
"유파 씨, 계세요?"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유파는 반쯤 벗은 상의에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의 마른 몸에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임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컴퓨터가 고장 나서요... 도와주실 수 있나 해서요."
"물론이죠, 들어가세요."
유파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임숙민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 가지 테스트를 하던 그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수리 센터에 가져가셔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내일 가지고 갈게요."
"아이고, 정말 고마워요."
임숙민이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유파가 일어나려는 순간, 그의 손이 우연히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 임숙민은 손을 움츠렸지만, 유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 손이 참 예쁘시네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임숙민의 볼이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미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유파의 방문은 더욱 잦아졌다. 항상 핑계가 있었다. 음식을 가져온다, 전구를 갈아 준다, 꽃을 가져다준다. 임숙민도 점차 그런 자주 만남에 익숙해졌다.
어느 날 저녁, 임숙민은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유파가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 옆에 앉았다.
"선생님, 뭐 읽으세요?"
"소설이에요. 너무 재미있진 않네요."
유파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무릎이 임숙민의 무릎에 살짝 닿았다. 임숙민은 몸을 움츠렸지만, 일부러 피하지는 않았다.
"선생님, 저 말인데요..."
유파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임숙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한여름 밤의 불꽃처럼 뜨거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임숙민은 손에 쥔 책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것 같았지만, 또 모르는 척하고 싶었다.
"말해 봐요."
유파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
"선생님을 좋아해요. 첫눈에 반했어요."
임숙민의 귀가 빨개졌다. 그녀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유파가 꼭 잡아 놓쳤다.
"이러면 안 돼요, 나는 당신 선생님이야..."
"상관없어요. 나는 그냥 선생님이 좋아요."
유파의 목소리는 간절함과 애원이 섞여 있었다. 임숙민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그동안 이런 고백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장덕도 왕철주도 그저 육체적 쾌락만을 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파는 달랐다.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 생각해 볼게요."
임숙민이 마침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유파는 손을 놓고 미소 지었다.
"기다릴게요, 선생님."
그날 밤, 임숙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유파의 얼굴, 그의 손길, 그의 진심을 떠올렸다. 그런 생각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그 느낌을 멈출 수 없었다.
며칠 후, 유파가 컴퓨터를 가지고 왔다.
"고쳐졌어요, 선생님."
임숙민이 문을 열자 유파가 활짝 웃으며 컴퓨터를 건넸다. 잠시 망설이다가 임숙민이 말했다.
"들어와서 차라도 한잔 해요."
방 안은 조용했다. 유파가 소파에 앉고, 임숙민은 주방에서 차를 따랐다. 그녀는 차를 들고 나와 그의 옆에 앉았다.
"고마워요, 유파 씨."
"별말씀을요."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파가 갑자기 몸을 돌려 임숙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생님, 저번에 제 고민, 생각해 보셨어요?"
임숙민의 심장이 다시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찻잔을 바라보았다.
"유파 씨, 나는... 너무 나이가 많아요."
"상관없어요.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 이건 변하지 않아요."
유파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임숙민이 손을 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어떤 힘이 있어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선생님, 저를 받아주세요. 제가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임숙민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파가 활짝 웃으며 그녀를 꼭 안았다. 그 포옹 속에서 임숙민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정감을 맛보았다.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묘해지기 시작했다. 유파는 점점 더 자주 찾아왔고, 임숙민도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 관계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위험 속에 묘한 쾌감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유파가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그의 두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선생님, 오늘은 선물이 없어요. 대신 제 자신을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임숙민이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파가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선생님, 정말 아름다우세요."
임숙민은 아무 말 없이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녀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유파가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임숙민의 심장은 쿵쾅거렸지만,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유파가 그녀를 침대에 살며시 눕히고는 옆에 앉았다.
"긴장하지 마세요, 선생님."
임숙민이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순간, 이 감정을 온전히 즐기기로 결정했다. 비록 그것이 금지된 것임을 알면서도.
유파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 목, 어깨를 더듬었다. 임숙민은 떨면서도 그의 모든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선생님, 사랑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임숙민은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애정과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나도... 너를..." 그녀는 간신히 중얼거렸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파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의 키스는 부드럽고 깊었다. 임숙민은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카락을 감싸 쥐며 키스에 응했다. 두 사람의 몸이 점점 더 가까이 붙었다.
그 순간, 임숙민은 모든 의심과 고민을 잊었다. 그저 이 순간의 쾌락과 감동에만 집중했다. 비록 그녀가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