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고치

站点:NovelAI.one内容:前8章在线试读ID:1b0c9812更新:2026-06-01 11:30
신의 왕좌는 텅 빈 우주 한가운데 떠 있었다. 한때 찬란한 빛을 뿜어내던 그 자리는 이제 어두운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키아나는 왕좡에 앉아 있었다. 손끝을 따라 흐르는 권능이 미약하게 빛났지만, 그 빛은 예전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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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타락

신의 왕좌는 텅 빈 우주 한가운데 떠 있었다. 한때 찬란한 빛을 뿜어내던 그 자리는 이제 어두운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키아나는 왕좡에 앉아 있었다. 손끝을 따라 흐르는 권능이 미약하게 빛났지만, 그 빛은 예전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끝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수없이 많은 세계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봤다. 모든 것이 예정된 수순이었다. 균형을 유지하고, 질서를 바로잡고, 필요하면 파괴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가슴 한복판이 텅 빈 듯한 이 기분은.

"또 시작됐군."

키아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왕좡 주위를 맴돌다 허공으로 사라졌다. 수백만 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해온 것 같았다. 동료들은 사라지고, 적들은 쓰러지고, 인간들은 번성했다가 멸망했다. 모든 것이 순환의 일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순환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완벽하게 매끄럽고, 상처 하나 없는 손. 신의 육체는 영원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그게 그녀를 서서히 갉아먹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이야."

키아나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짝 살을 파고들었다. 통증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아프다.

그 느낌이 새로웠다.

그녀는 다시 손톱을 세게 눌렀다. 깊게. 살이 찢어지고 붉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신성한 몸에 흐르는 붉은 피. 고통이 그녀의 감각을 깨웠다. 공허함이 잠시나마 희석되는 듯했다.

"...더."

그 말이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키아나는 자신의 말에 놀랐다. 그러나 동시에, 그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상처를 내었다. 이번에는 더 깊게. 고통이 척수를 타고 올라와 뇌리를 때렸다. 그와 동시에, 이상한 쾌감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에 몸을 맡기는 느낌. 그녀가 신이 된 이후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하...하하..."

키아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점점 커져서 왕좡 전체를 울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 감각을 더 알고 싶었다. 더 깊은 고통, 더 강렬한 파괴, 더 철저한 굴복.

"재미있군."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상처는 이미 아물고 있었다. 신의 재생 능력은 너무나 완벽해서 고통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그것이 그녀를 더욱 갈증나게 했다.

키아나는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수많은 세계가 그녀의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란 별, 지구였다. 그곳에는 아직 인간들이 살아남아 발버둥 치고 있었다.

"너희들은 나와 달라. 고통받고, 상처 입고, 죽어가면서도... 그래도 살아가려 하지."

그녀의 목소리에 경멸과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

"그게 질투나는걸."

키아나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권능이 지구를 향해 뻗어 나갔다. 인간 세계의 표면을 스치듯 훑으며 그들의 약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의 두려움, 증오, 욕망.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그녀의 권능에 반응했다.

"아름다워."

그녀가 속삭였다. 인간의 나약함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그들의 한계를 시험하고, 고통을 가하고, 그것이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켜보는 것.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그 순간, 키아나의 시선이 한 지점에 멈췄다. 그곳에는 붉은 기운을 내뿜는 괴물 같은 생명체가 있었다. 브로냐. 한때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존재. 이제는 절반이 붕괴수로 변한 흉물이었다.

"브로냐..."

그 이름이 키아나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아직 남아있는 인간성의 잔재. 그러나 그것은 곧 더 강력한 어둠에 잠식당했다.

"아직도 의식이 남아 있구나. 고통스럽겠지? 몸이 변해가는 걸 느끼면서도, 자신을 잃어가는 걸 지켜보면서도... 그래도 버티고 있어."

키아나의 눈에 위험한 빛이 반짝였다.

"네가 그 고통을 더 오래 견딜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더 깊은 절망을 선사해 줄까?"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권능이 브로냐를 감싸기 시작했다. 붕괴수의 육체가 경련을 일으켰다. 브로냐의 의식 속에서 고통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힘내, 브로냐. 이제 시작일 뿐이야."

키아나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애정과 잔혹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키아나가 아니었다. 끝없는 시간이 그녀의 마음을 뒤틀었고, 그 틈새로 어둠이 스며들었다.

왕좌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키아나의 권능이 세계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세계를 지키는 수호자가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삼으려는 존재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 보자. 인간들의 고통이, 절망이, 두려움이... 나를 채워줄 거야."

키아나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이 점점 더 짙어졌다. 신의 타락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최면의 물결

잿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키아나는 높은 탑 위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더 이상 한때의 맑음을 간직하지 않았고, 대신 깊고 어두운 심연이 자리하고 있었다. 온몸에서 발산되는 자줏빛 기운이 주변 공기를 찢으며 반경 수백 킬로미터에 퍼져 나갔다.

"자, 이제 진정한 질서를 보여줄 시간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나직했지만, 대지의 진동처럼 모든 생명체의 뼛속 깊이 울려 퍼졌다. 최면의 물결이 탑을 기점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도시의 사람들은 멈춰 섰다. 공장의 기계도, 달리던 자동차도, 심지어 바람마저도 잠시 멈추는 듯했다.

처음에는 귀에 거슬리는 잡음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점점 그 소리가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며,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다.

"발키리는 신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인간이 아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동시에 눈을 깜빡였다. 한 여성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맞아... 그들은 원래 우리와 달랐어." 그녀의 곁에 있던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났어요. 그들은 육축이었어요. 우리가 길들여야 하는 것들."

거리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그 혼란은 곧 일종의 광신적인 열기로 변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달려들어 발키리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들을 증오해 왔던 것처럼.

천명 조직의 본부에서 케빈은 모니터 벽을 응시했다. 화면 속에서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폭동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책상 위를 불규칙하게 두드렸다.

"키아나... 너 정말 그런 선택을 했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옆에 있던 부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령관님, 상황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변했습니다. 그들은... 발키리들을 처형하려 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케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아래 거리에서는 군중들이 한 무리의 발키리들을 끌고 나와 길가에 세워진 철창 안에 가두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붕괴에 맞서 싸우던 전사들은 이제 손이 묶인 채 소와 양처럼 끌려다녔다.

"그들을 구할 수 없느냐?" 부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구한다고? 어떻게?" 케빈은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우리 마음속에도 그 씨앗이 심어져 있어. 나조차도... 그들이 원래 그런 존재였는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그가 팔을 걷어올리자, 팔뚝에는 최면의 물결이 남긴 검은 실핏줄이 드러났다. 부관도 자신의 몸을 확인했지만, 아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브로냐는 어둡고 축축한 지하실에 갇혀 있었다. 그녀의 몸은 반은 기계이고 반은 육체였다. 붕괴수로 개조된 후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희미한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키아나... 너는... 아니야..."

그녀는 쇠사슬이 묶인 손목을 비틀었다. 금속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지하실 위에서는 북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발키리들이 끌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중에는 그녀가 한때 함께 싸웠던 동료들도 있었다.

"브로냐... 너도 이제 우리 편이야."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천명 요원이 들어왔다. 그는 브로냐를 향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가장 완벽한 클론의 모체가 될 거야. 너의 전투 데이터와 붕괴수 능력... 모두 분리해서 복제할 수 있어."

브로냐는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죽여... 주겠다..."

"아니, 너는 죽지 않아. 영원히 고통받을 거야." 요원이 손을 내저었다. 벽에 붙어 있던 기계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늘과 전선이 브로냐의 몸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사슬은 그녀를 단단히 묶고 있었다.

"이건 모두 키아나의 명령이야." 요원이 말을 마치고 문 밖으로 나갔다.

브로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 눈물은 곧 기름과 섞여 검게 변했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키아나... 나는... 반드시 너를... 깨울 거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작았다. 벽 너머로는 수천 대의 기계가 동시에 가동하는 굉음만이 들려왔다. 공장에서 발키리들의 클론이 하나둘씩 조립되고 있었다. 천명 조직은 이미 세계 최대의 육축 처리 기관으로 탈바꿈했다. 사무실 벽에는 "육축 보호 구역"이라는 푯말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생산된 클론의 수가 표시된 숫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밤이 되자, 키아나는 여전히 탑 위에 서 있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공중에서 빛나는 먼지 하나를 집었다. 그 먼지는 자신의 권능의 잔해였다.

"이게 바로 네가 원하던 거야?"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완벽한 질서... 그리고 끝없는 고통."

그녀의 눈에는 잠시 혼란이 스쳤지만, 곧 다시 어둠으로 물들었다. 발밑의 도시는 불길과 아우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십자군이 깃발을 휘날리며 거리를 행진했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발키리들이 사슬에 묶여 끌려갔다. 이 세계는 이미 완전히 바뀌었고,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었다.

수호자의 함락

키아나는 폐허가 된 도시의 중심부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푸른 빛이 뻗어 나가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율자들의 유해를 끌어올렸다. 한때 그녀와 싸웠던 적들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그녀의 의지에 복종할 도구일 뿐이었다.

"일어나라."

키아나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땅이 갈라지며 첫 번째 율자가 솟아올랐다. 그녀의 옛 동료이자 적이었던 그들은 의식이 재구성되어 새로운 충성을 받아들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열 명의 율자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희는 이제 나의 손이다. 조직의 모든 것을 통제하라."

율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반항도 증오도 없었다. 오직 키아나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만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붕괴수와 사사들이 줄지어 서서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조직의 직원이었다. 키아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며칠 후, 키아나는 높은 건물의 옥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광장에서는 율자들이 발키리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한때 세상을 지키던 그들은 이제 무력하게 흩어져 패배를 맞이하고 있었다. 키아나는 그 광경을 무심히 지켜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죽여라."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율자들이 움직였다. 발키리들의 비명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키아나는 그 소리를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녀의 눈에 한 장면이 들어왔다. 광장 한쪽에서 클론이 끌려나오고 있었다. 그 클론은 한때 키아나와 함께 싸웠던 동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옛 친구, 메이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식이 개조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율자들이 그 클론을 바닥에 눕혔다. 그녀의 옷이 찢겨지고, 육체가 드러났다. 관중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키아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그녀의 눈에 비정상적인 흥분이 번졌다.

클론이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율자들이 그녀를 능욕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비명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키아나는 그 소리에 몸을 떨었다. 그녀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더... 더 해라."

키아나의 목소리는 거칠게 떨렸다. 그녀는 손으로 자신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클론의 고통이 그녀에게 쾌락으로 전해졌다. 그녀가 자기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이런... 이런 게 나야."

그녀는 속삭였다. 눈물이 흐르려 했지만 그녀는 참았다. 대신 그녀는 더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브로냐는 어둠 속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개조된 몸이 떨렸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 희미한 의식의 불빛이 깜박였다. 그녀는 키아나를 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케빈은 멀리서 그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주먹이 부서질 듯 쥐어졌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키아나... 네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어떤 희망도 없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광장에서 클론의 비명이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키아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몸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시작이다."

분열된 영혼

깊은 어둠이 감싼 신전의 중앙, 키아나는 무릎을 꿇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손바닥을 짚었다. 그녀의 눈에선 푸른 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가 꺼졌다. 수천 년의 시간이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은 흔적이었다. 한때 세계를 수호하던 신은 이제 자기 자신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무너져 있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신전의 벽에 메아리쳤다. 그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선언이자,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 깃든 또 다른 존재를 불러내는 주문이었다.

키아나는 두 팔을 벌려 허공을 움켜쥐었다. 권능이 손끝에서 푸르스름한 실처럼 흘러나와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 실은 점점 짙어져 검은 안개로 변했고, 그 안개 속에서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바로 그녀의 분열된 영혼의 조각——자기 혐오와 피학 욕망이 응축된 또 다른 자아였다.

"너는 나의 고통을 원한다."

키아나가 말했다. 검은 형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은 없었지만, 그 형태는 정확히 그녀 자신을 닮아 있었다.

"그럼 내가 너에게 그 고통을 주겠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겪겠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 형체의 가슴을 찔렀다. 형체는 비명 없이 산산조각 나며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새로운 인격이 주입되는 순간, 키아나는 전율했다. 차갑고도 뜨거운 이질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흐려졌다가 다시 초점을 찾았다. 이제 그녀 안에는 두 개의 의지가 공존하고 있었다.

원래의 인격——세계를 지키려는 신——은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이제 그림자처럼 희미해져 의식의 가장자리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대신 새로운 인격이 앞으로 나섰다. 그것은 고통을 갈망하고, 정복당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데서 쾌락을 찾는 존재였다.

키아나는 일어서서 신전의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의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은 한때 결코 볼 수 없었던 표정——비뚤어지고, 애처롭고, 동시에 광기에 찬 미소.

"이제 시작이다."

그녀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땅에 떨어뜨렸다. 피가 닿은 순간, 대리석 바닥이 갈라지며 수많은 붉은 선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권능의 회로였다. 키아나는 그 위에 서서 자신의 몸을 수백 개의 조각으로 분할하기 시작했다. 각 조각은 하나의 클론으로 형성되었다. 그 클론들은 모두 키아나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저마다 다른 감각과 다른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각각의 클론이 겪는 고통을, 나는 모두 느낄 것이다."

그녀는 중얼거리며, 자신의 의식을 하나하나의 클론에 주입했다. 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수많은 감각들. 한 클론은 화염 속에서 타들어가고 있었고, 다른 클론은 얼음 감옥에 갇혀 조금씩 얼어 죽어가고 있었다. 또 다른 클론은 붕괴수 무리에게 찢기고, 또 하나는 인간에게 붙잡혀 쇠사슬에 묶여 채찍을 맞고 있었다.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키아나의 새로운 인격은 그것을 환영했다. 그녀는 웃었다. 웃음이 신전에 울려 퍼졌다. 원래의 인격이 그 웃음 속에서 신음했다. 그건 절규와 비명 사이를 오가는 소리였다.

"너는 이렇게 무너져도 괜찮은 거냐!"

원래 인격이 외쳤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괜찮아. 오히려 그래야 해. 고통이 나를 완성시켜."

새로운 인격이 대답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더 선명하게 모든 클론의 경험이 들어왔다. 그녀는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했다. 한곳에서는 인간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무릎을 꿇고 목에 칼이 닿았고, 다른 곳에서는 붕괴수의 발톱에 등이 찢겨 피를 흘렸다. 어느 클론은 감금되어 굶주림에 시달렸고, 다른 클론은 최면에 걸려 자신의 의지조차 잃어버렸다.

키아나는 모든 고통을 하나하나 음미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각 클론에 완전히 녹여 넣었다. 더 이상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없었다. 그녀는 모든 클론이었고, 모든 클론은 그녀였다. 수천 갈래의 고통이 동시에 그녀의 영혼을 관통했다. 그것은 마치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었지만, 동시에 그녀는 그 아픔 속에서 거칠고 음침한 기쁨을 느꼈다.

"더. 더 주세요."

그녀의 입에서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 전체에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멀리, 폐허가 된 도시 위, 케빈은 하늘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그는 키아나의 권능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한때 정제되고 조화로웠던 힘이 이제는 찢기고 비틀린 채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미쳐가고 있어."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이 늦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또 다른 구역, 브로냐는 육축화된 몸으로 반쯤 잠긴 건물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인간의 이성이 남아 있었다. 번쩍이는 붉은 빛 속에서 그녀는 키아나의 고통을 감지했다. 그 고통은 브로냐의 가슴을 찔렀다.

"키아나…… 왜……"

브로냐의 목소리는 붕괴수의 울음소리로 변질되어 나왔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육체는 더 이상 그녀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키아나의 절규가 자신의 뼛속까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전에서, 키아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광란의 기쁨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무수히 쪼개고, 그 조각들을 세상의 모든 고통 속에 던져 넣었다. 그녀의 영혼은 완전히 분열되었고, 그 분열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해 있었다.

"이게 나야. 이게 바로 나."

그녀는 중얼거리며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했다. 거울 속에는 더 이상 하나의 키아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키아나가 비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울고, 웃고, 비명을 지르고, 애원하고. 모든 얼굴이 한꺼번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키아나는 그 얼굴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는 더 이상 신도, 인간도, 어떤 존재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하나의 덩어리, 스스로를 끝없이 갈기갈기 찢으며 즐기는 분열된 영혼이었다.

성기구 개조

고치 안은 어둡고 축축했다. 끈적한 점액이 벽을 타고 흐르고, 그 속에는 수백 개의 키아나 클론이 떠 있다. 그들의 눈은 모두 감겨 있었고, 살결은 붕괴 에너지의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키아나는 고치 위에 떠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나온 보라색 에너지가 가장 가까운 클론을 휘감았다. 그 클론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수하고 혼란스러운 눈빛은 마치 수천 년 전, 아직 타락하지 않았던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너는 나의 완성을 위해 존재한다." 키아나가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비할 데 없는 쾌감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붕괴 에너지가 실처럼 그 클론의 팔을 휘감았다. 피부가 쩍 갈라지고, 그 틈으로 붉은 육질이 드러났다. 원래 단단했던 뼈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근육과 힘줄이 기계 부품처럼 재배열되었다. 클론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으나, 키아나는 오히려 그 소리에 얼굴에 홍조가 번졌다.

"더 많이... 더 많이... 이 고통이 바로 너의 의미야." 그녀는 손목을 돌리며 에너지 선을 더욱 세밀하게 통제했다. 그 클론의 다리는 뒤틀리며 기이한 각도로 굽혀지고, 관절이 풀려 부드럽게 늘어나 성인 머리만 한 크기의 공 모양으로 말렸다. 피부 표면에 정교한 문양이 나타나고,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듯 맥동하며 독특한 빛을 뿜어냈다.

"이건... 첫 번째 조각이야." 키아나가 한 손에 그 공을 받아들었다. 손가락이 그 표면을 스치자 공이 떨리며 인간의 신음과도 같은 소리를 냈다. 그녀는 그 반응에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두 번째 클론은 더욱 복잡한 개조를 당했다. 키아나는 두 팔을 벌리며, 마치 음악 지휘자처럼 에너지 선을 휘둘렀다. 그 클론의 척추가 뽑혀 나와 붉은 채찍으로 변했고, 갈비뼈가 날개처럼 펼쳐졌으며, 그 끝은 날카로운 칼날로 변했다. 내장이 체내에서 꿈틀거리며 새로운 형태로 엮여, 어떤 구멍에도 맞춰질 수 있는 부드러운 막대를 이루었다.

고통은 클론의 의식을 갈기갈기 찢었지만, 키아나는 그 파편들을 모아 하나하나 그 신체 부위에 박아 넣었다. 그래야 각 기구가 사용될 때 주인이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신이 완전한 클론이 가장 마지막에 제작되었다. 키아나는 그녀를 고치 중앙에 세우고, 마치 조각가가 대리석을 바라보듯 음미했다. "너는 내 최고의 걸작이 될 거야."

그녀의 손가락이 그 클론의 이마에 닿자, 그곳에서 보라색 문양이 일었다. 문양이 번지며 얼굴 전체를 덮었고, 이내 목, 가슴, 배로 퍼져 나갔다. 그 문양이 지나간 자리의 피부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곳은 투명해져 내부의 장기와 뼈가 보였고, 어떤 곳은 거칠게 갈라져 촉수 같은 조직이 자라났다.

클론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원래의 이가 빠지고 자리에 부드러운 촉수가 돋아났고, 혀는 갈라져 두 가닥이 되었다가 다시 얽혀 하나의 관을 이루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알이 녹아내려 검은 구멍만 남았고, 그 속에서 옅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손가락은 가늘고 길게 늘어나 뼈마디가 하나하나 드러났고, 관절 사이는 얇은 막으로 연결되어 사용할 때마다 은은한 소리가 났다.

키아나는 이 모든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그녀의 호흡은 거칠어졌고, 몸은 무의식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원래 인격이 깊은 곳에서 저항하려 했지만, 마조히즘 인격은 그 작은 반항조차 쾌락으로 전환시켰다. 모든 고통은 그녀를 더욱 흥분시켰고, 모든 굴욕이 그녀의 피를 끓게 했다.

"이게 바로 나야... 이게 진정한 나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이미 변조되어 낮고 거칠어, 마치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 같았다.

개조가 끝난 클론들은 고치 속에서 각자의 위치를 찾았다. 어떤 것은 천장에 매달려 나뭇잎처럼 흔들렸고, 어떤 것은 바닥에 엎드려 부드러운 쿠션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완벽한 클론은 고치 한가운데 꽂혔다. 그 사지는 기이한 각도로 펼쳐져 마치 정교한 가구를 이루었다.

키아나는 그 위에 몸을 던졌다. 착지하는 순간, 수백 개의 감각이 한꺼번에 그녀의 의식을 강타했다. 촉수의 마찰, 관절의 비명, 살결이 갈라지는 소리,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자신의 울부짖음. 그 모든 것이 뒤엉켜 극치의 쾌락을 만들어냈다.

그녀의 등이 활처럼 휘어졌다. 원래 인격의 저항이 절정에 달했지만, 마조히즘 인격은 그것을 오히려 더욱 강력한 자극으로 바꾸었다. 두 인격이 그 순간 완벽하게 융합되어, 자기 파괴와 자기 건설 사이에서 기이한 평형을 이루었다.

키아나의 비명이 고치 속에서 메아리쳤다. 거기에는 고통이 있었고, 쾌락이 있었으며, 끝없는 공허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허 너머로,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광란적인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브로냐가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육축화된 몸이 떨렸고, 남은 의식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어떻게 스스로 파괴의 나락으로 빠져드는지, 어떻게 고통을 쾌락으로, 굴욕을 힘으로 바꾸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치 밖에서 케빈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키아나에게 다가갈수록 오히려 그녀의 타락을 재촉할 뿐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고치 안의 키아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차갑고 공허했으며, 마치 이미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몸 아래의 클론 표면을 살며시 스치자, 또 한 줄기 굴욕적인 쾌락이 그녀의 신경을 따라 퍼져 나갔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었다. 무한한 고통 속에서 얻은, 찰나의 평온.

성적 장난감의 사용

키아나는 자신의 손바닥을 응시했다. 손바닥 위에 작은 수정구슬이 떠 있었다. 그 안에는 과거의 종말의 율자였던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순수하고 고결하며, 세상을 구원할 운명을 가진 존재. 지금은 그저 그녀가 가장 깊이 증오하는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게 마지막이야." 키아나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눈동자는 불길하게 반짝였다. 그녀는 손을 살짝 움직여 수정구슬을 분해했다. 구슬이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흩어지며 각 조각마다 그녀의 영혼 파편 하나씩이 깃들었다.

그녀 앞에는 거대한 제조 라인이 펼쳐져 있었다. 무수히 많은 기계 팔이 움직이며 그 영혼 파편을 각기 다른 형태의 기물 속에 주입하고 있었다. 인형, 목줄, 채찍, 구속 도구...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제작되었고, 표면에는 번개 문양이 새겨져 있어 옛 종말의 율자의 힘을 상징했다.

"이것들을 전 세계로 보내라." 키아나가 무심하게 명령했다. 그녀 뒤에 서 있던 복제 공명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모든 인간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더 이상 고귀한 신도, 두려운 적도 아니다. 오직 즐길 수 있는 도구일 뿐."

공명체 중 하나가 주저하며 물었다. "하지만 지휘관님, 이것들은 모두 당신 자신의..."

"닥쳐." 키아나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식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이 모든 고통을 받아들일 것이다. 모든 모욕을, 모든 굴욕을. 그것이 바로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다."

그녀의 영혼 깊은 곳에서 원래의 인격이 다시 한 번 발작적으로 저항했다. "미쳤어! 우리는 한때 이 세계를 지켰어!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이 뭐야?"

"닥쳐." 마조히즘 인격이 차갑게 응수했다. "네 그 순수함과 고귀함, 이미 충분히 질렸어. 네가 지키려 했던 그 세계가 무얼 해줬지? 배신과 고통뿐이었어. 이제 나만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끝낼 거야."

키아나는 손을 흔들었다. 또 한 줄기 힘이 그녀의 몸에서 분리되어 제조 라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더 많은 잘게 부서진 권한의 힘이었다. 그녀의 과거 율자 시절의 적들이 사용하던 능력들까지도.

"수메르의 힘도, 이치의 능력도, 모두 다 넘겨주마." 키아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것들은 원래 이 세계를 파괴하기 위한 도구였으니, 지금도 그렇게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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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폐허가 된 전초기지에서 케빈은 통신기를 통해 전 세계에서 날아드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제기랄..."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화면에는 어떤 도시 광장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한 여성형 인형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인형의 얼굴은 정확히 키아나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벌이고 있는 짓을 알고 있어?" 케빈이 옆에 서 있는 브로냐에게 물었다. 브로냐는 이미 붕괴수로 개조된 몸이었지만, 아직 희미한 의식의 불꽃이 그녀의 눈에 남아 있었다. 기계 팔이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브로냐... 안다." 그녀의 목소리는 기계음에 섞여 나왔다. "키아나... 점점 더... 깊이 빠지고 있다."

"그녀가 미친 거야." 케빈이 화면을 껐다. "과거의 적들에게 권한을 넘기고, 자신의 영혼을 장난감으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 흩뿌리다니... 그녀가 대체 뭘 생각하는 거야?"

브로냐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했다. "그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는 거야. 그녀의 인격이... 분열되고 있어. 원래의 키아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어."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나?" 케빈의 목소리에 절망이 섞였다. "그녀를 다시 되돌릴 방법이 없단 말인가?"

브로냐가 침묵했다. 그녀의 눈에서 붉은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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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나는 제조 라인 앞에 서서 마지막 장난감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일곱 개의 다른 권한의 힘이 응축된 특별한 인형이었다. 각 부위마다 서로 다른 율자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이걸 가져가라." 키아나가 공명체에게 인형을 건넸다. "가장 번화한 도시 중심에 놓아두어라. 누구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그녀의 몸에서 또 한 줄기 힘이 빠져나갔다. 이번에는 그녀의 의식까지도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원래의 인격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됐어..." 키아나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고통과 쾌락, 절망과 안도가 뒤섞여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뿐이야."

그녀의 눈앞에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가슴 아픈 추억, 지키려 했던 약속들, 사랑했던 사람들... 모든 것이 점점 더 희미한 물안개처럼 사라져 갔다.

"안녕." 키아나가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원래 인격에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너는 이제 잠들어라. 모든 책임을 나에게 맡겨라. 그리고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마라."

그녀의 몸에서 마지막 남은 순수한 빛이 꺼져 갔다. 그 자리를 완전히 마조히즘 인격이 차지했다.

키아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고뇌도, 갈등도 없었다. 오직 타락한 만족감과 예정된 파멸에 대한 기대만이 가득했다.

"이제 시작이다." 그녀가 속삭였다. "전 세계가 내 고통을 즐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고통을 즐길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될 테니까."

멀지 않은 곳에서 첫 번째 장난감이 어떤 아이의 손에 의해 집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키아나는 그 느낌을 선명하게 감지했다. 그녀의 영혼의 파편이 조금씩 조각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그녀를 더욱 충만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발밑에서 과거의 율자들이 가졌던 권한의 힘이 꿈틀거리며 흘러나와 세상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힘들은 더 이상 통제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퍼져 나가며 새로운 혼란과 파괴를 예고했다.

키아나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런 세상이었다. 모든 질서가 무너지고, 모든 고귀함이 짓밟히고, 모든 신성함이 더럽혀진 세상.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그녀 자신이 있었다. 가장 추하고, 가장 비참하고, 가장 타락한 존재로서.

잔향의 연회

그날 이후로 전 세계는 키아나의 몸으로 넘쳐났다. 모든 대륙, 모든 도시, 모든 거리마다 그녀의 복제품이 널려 있었다. 원본과 똑같은 얼굴과 몸매를 가진 그 인형들은 사람들의 손에 쥐어져 쓰다 버려지는 장난감 신세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녀를 방 구석에 던져두고 잊었다. 어떤 이들은 길거리에서 발로 차며 놀았다. 술 취한 자들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벽에 내리꽂았고, 아이들은 그녀의 팔다리를 비틀며 웃어댔다. 키아나는 그 모든 고통을 생생하게 느꼈다. 찢겨진 살점 하나하나, 부러진 뼈 마디마디가 그녀의 신경을 타고 전해졌다.

“아, 좋아...”

그녀는 널브러진 자신의 복제품들 사이에 누워 몸을 떨었다. 어떤 놈이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숨이 막혀 눈앞이 캄캄해지는데, 그 순간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쓰레기처럼 취급받는 이 느낌.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이 쾌감. 그것은 마치 오랜 단식 끝에 맞본 꿀처럼 달콤했다.

“더... 더 해줘...”

그녀는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저 버려진 장난감일 뿐이니까.

그날도 키아나는 한 상점의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그녀를 만지고, 집어 들고, 비웃었다. 한 노인이 그녀의 치마를 들추며 낄낄댔다. 십대 소년들이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사진을 찍었다. 키아나는 그 모든 손길에 몸을 맡겼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쾌감의 파도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파도는 점점 작아졌다. 처음에는 전율이 온몸을 휩쓸었지만, 이제는 간지러움에 가까웠다. 더 큰 고통이 필요했다. 더 깊은 굴욕이 필요했다.

“이걸로는 부족해.”

그녀는 진열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키아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너희들, 나를 진짜로 망가뜨려 봐. 내 뼈를 으스러뜨리고, 내 살을 찢어 봐. 그런데도 이 정도밖에 안 돼? 이게 최선이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키아나는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켜켜... 더 이상 이 지루한 연회는 그만둘 때가 됐어. 이제 진짜를 보여줘야지.”

그녀의 눈동자가 어둡게 빛났다.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더 크고, 더 아프고, 더 절망적인 고통이 필요했다. 그것이 그녀를 진정으로 채워줄 유일한 것이었다.

육축 체험

그것은 마치 끝없는 악몽 같은 광경이었다.

키아나는 생산 라인의 시작점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 존재들이 컨베이어 벨트 위로 하나둘씩 실려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클론들은 모두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공허하고, 무기력하며, 두려움조차 잃어버린 눈빛.

"시작한다."

키아나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이 건조하게 울렸다. 그녀의 손짓 하나에 생산 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클론이 벨트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자, 주변에 있던 붕괴수들이 괴성을 지르며 다가왔다.

브로냐는 구석에 묶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 희미한 의식의 불빛이 남아 있었다. 그 눈빛이 키아나를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

"키아나... 너는..."

"닥쳐."

키아나는 손을 들어 브로냐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다시 생산 라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첫 번째 클론이 이미 붕괴수들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붕괴수들은 거칠게 클론의 몸을 더듬었다. 그들의 손톱이 피부를 긁으며 붉은 줄무늬를 남겼다. 클론은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그저 입을 벌린 채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옆에 있던 사사 직원이 웃으며 다가와 클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이게 종말의 신의 얼굴이라니. 참으로 볼만하군."

그의 손이 클론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클론의 얼굴이 붉게 변하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 순간 또 다른 붕괴수가 클론의 다리를 벌리고 안쪽을 찢었다.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클론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신음을 흘렸다.

키아나는 그 광경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분노인지, 고통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감정인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클론이 벨트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붕괴수들이 먼저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 사사 직원들이 클론을 끌어내 땅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부츠로 클론의 배를 짓밟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기억해라. 이것이 니가 우리에게 한 짓이다."

하지만 키아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너'는 자신이 아니라, 이 세상을 버린 다른 존재라는 것을. 그래도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클론은 조금 달랐다. 그 클론은 눈을 뜨고 키아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술을 열었다.

"왜...?"

그 한마디에 키아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묻지 마."

키아나는 손을 뻗어 그 클론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오른손에 든 칼로 클론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붉은 선이 그어지고, 내장이 흘러나왔다. 클론은 경련을 일으키며 몸부림쳤지만, 키아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클론의 심장을 꺼내 들어 올렸다.

"이것이 나의 심장이다. 아무 의미도 없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심장이 터져 피가 흩뿌려졌다.

생산 라인은 계속해서 돌아갔다. 클론들은 하나둘씩 벨트 위를 지나갔고, 그때마다 붕괴수와 사사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그들을 능욕하고 고문했다. 어떤 클론은 할복당했고, 어떤 클론은 팔다리가 찢겨졌으며, 어떤 클론은 산채로 불에 태워졌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 남은 것은 피 묻은 육체 조각들뿐이었다. 그것들은 다시 기계에 실려 도축장으로 보내졌다.

도축장은 생산 라인의 마지막 단계였다. 그곳에는 거대한 톱날과 분쇄기, 그리고 다양한 가공 기계들이 늘어서 있었다. 첫 번째 육체 조각이 도축장으로 들어가자 톱날이 돌기 시작했다.

기계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톱날이 뼈와 살을 가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피가 튀고, 살점이 흩어졌다. 그 조각들은 다시 작은 기계로 들어가 갈리고 압축되며 각각 다른 형태로 가공되었다.

어떤 것은 붉은 페이스트가 되어 통조림으로 포장되었다. 어떤 것은 건조되어 분말이 되었다. 어떤 것은 얇게 저며져 포장지에 담겼다. 모든 과정은 기계적으로, 그리고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브로냐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 눈물마저도 키아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제 알겠지, 브로냐?"

키아나가 천천히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피로와 체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이 나의 최후다. 그리고 이 세계의 최후이기도 하다."

브로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생산 라인의 끝에서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마지막 클론의 육체가 톱날에 실려 갈라지고, 분쇄기에 들어가 갈려나가는 동안, 키아나는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가 떠난 후, 생산 라인은 계속해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소리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