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의 대전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촛불 하나 없는 방 안에서 선야는 홀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끝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스치고 있었고, 눈은 멀리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명상하는 듯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끝없는 소용돌이가 일고 있었다.
“왜… 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마교 교주였지만, 지금의 그는 텅 빈 껍질 같았다. 적이 없으니 싸울 이유도 없었고, 도전이 없으니 이길 쾌감도 없었다. 모든 것이 그에게는 무의미했다.
문득, 그의 가슴속에서 어떤 은밀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속박당하고, 굴욕당하고, 완전히 지배당하는 상상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묶는 가느다란 쇠사슬을 상상했다. 그 사슬이 살을 파고드는 고통,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안도감. 그는 그것을 갈망했다.
“이런 생각이라니… 나는 미친 게 분명해.”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금세 사라졌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 단호한 빛이 스쳤다.
한편, 대전 밖 어두운 회랑에서는 네 명의 그림자가 은밀히 모여 있었다. 임상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조협, 준비는 다 되었소?”
임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검은 장막 아래에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조설, 류여연, 주완아가 서 있었다.
조설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임부인께서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시니, 우리가 실패할 리가 있겠소? 하지만 한 가지가 궁금하오. 당신은 정말로 그를 배신할 결심이 되었소?”
임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를 배신하는 게 아니라, 그를 구원하는 것이오. 저 교주님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오. 그는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있소. 내가 손을 쓰지 않으면, 그는 결국 스스로를 죽일 것이오.”
류여연이 낮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흥, 구원이라? 재미있는 말이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당신도 그 고통을 즐기고 싶은 게 분명하오. 맞소?”
임상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조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 교주의 비밀 통로와 교내 경비 체계를 빼내는 게 먼저요. 내가 그가 잠든 사이에 지도를 훔쳐내겠소.”
조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소. 그가 눈치채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오.”
주완아는 한쪽 구석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선야를 동정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 권력과 폭력에 끌리는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게… 옳은 일일까?”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며칠 후, 선야는 일부러 자신의 방 문을 열어 두었다. 그는 책상 위에 교내 지도를 펼쳐 놓고, 마치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척했다. 임상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눈을 감고 있는 척했다.
“교주님, 편찮으십니까?”
임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선야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그냥… 생각이 많았소.”
그는 임상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가웠다.
“임상, 자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오?”
임상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교주님, 갑자기 그런 말씀을… 저는 교주님의 아내입니다. 교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입니다.”
선야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그렇겠지.”
그는 손을 놓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임상은 잠시 망설이다가, 책상 위의 지도를 슬쩍 집어 품에 넣었다. 그녀가 방을 나설 때까지 선야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날 밤, 임상은 조설에게 지도를 건넸다. 조설은 그것을 펼쳐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소. 내일 밤, 우리가 그를 잡을 것이오.”
류여연이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이 약은 그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고, 몸을 무력화시킬 것이오. 그리고 내 최면술로 그의 마음을 완전히 지배할 것이오.”
주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그를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류여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주아가, 자네도 곧 알게 될 것이오. 그 고통의 쾌감을…”
임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다음 날, 대전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어딘가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선야는 혼자 대전 중앙에 서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드디어… 오는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의 입가에는 기이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