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란시 경기장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여름 햇살이 잔디 위를 내리쬐고 있었고, 관중석은 예상보다 북적였다. 동쪽 관중석에는 붉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중국 젊은 팬 삼백 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손에 태극기를 쥐고 있었고,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서쪽 관중석은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한국 아저씨 팬 삼백 명이 회색과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앉아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맥주를 마시며 소란스럽게 떠들어대고 있었고, 유독 앞줄에 앉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얼굴이 기름지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으며, 땀 냄새가 풍겨 주변 사람들이 슬쩍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박대근이었다. 그는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동쪽 관중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남쪽과 북쪽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관리 측에서 좌석을 분리해 둔 탓이었다. 경기장 중앙에는 축구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관중들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중국팀 치어리더들이 입장했다. 삼백 명의 여성들이 일제히 걸어 나왔다. 모두 키가 백칠십오 센티미터쯤 되어 보였고, 몸매는 날씬하면서도 풍만했다. 그들은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치어리더 복장을 입고 있었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경기장 한가운데로 걸어왔다. 앞줄에서 이끄는 여성이 특히 눈에 띄었다.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그 온화한 얼굴에는 카리스마가 흐르고 있었다. 이페이얼이었다.
동쪽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젊은 팬들이 일어나 치어리더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그녀들을 자신들의 여자친구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했다. 실제로 그들 중 많은 이가 대학 연합 동아리 출신이었다.
서쪽 관중석의 한국 아저씨들은 침묵했다. 시기와 질투가 그들 사이를 스쳤다. 박대근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동쪽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야, 저쪽! 너희 여자들 멋지긴 한데, 너희가 감당할 수 있겠냐?”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낮았다. 중국 팬들이 돌아보며 찌푸렸다. 리구이가 그들 중 앞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페이얼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박대근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내기 한번 하자. 우리 한국팀이 한 골 넣으면, 저 치어리더 중 하나가 우리 쪽 와서 삼 분 동안 같이 있어라. 춤추고, 웃고, 사진 찍고. 어떻게?”
서쪽 관중석에서 웃음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중국 팬들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한 젊은 남성이 일어나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야! 우리 여자들을 뭐로 보는 거야?”
이페이얼이 치어리더 대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안경을 고쳐 쓰며 차분하게 말했다. “저쪽, 무슨 내기인지 정확히 말해봐.”
박대근이 입맛을 다시며 손을 비볐다. “간단해. 너희가 이기면 아무 일 없어. 우리가 이기면, 한 골에 삼 분씩. 최대 두 골까지. 그게 공평하지 않겠어?”
중국 팬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리구이가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이페이얼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그녀는 박대근을 똑바로 응시했다.
“좋아. 승낙한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만약 우리가 이기면, 네가 우리 치어리더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고 네 회원들도 모두 따라서 사과해.”
박대근이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재미있군. 그래, 그렇게 하자. 내가 질 리 없지만.”
동쪽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중국 팬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리구이는 이페이얼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이페이얼은 단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치어리더들이 다시 대형을 갖추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분노가 교차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관중석은 다시 함성으로 가득 찼다. 박대근은 여전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이따금 치어리더 쪽으로 향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이페이얼을 향해 있었다. 리구이는 그 시선을 느끼고 이를 악물었다.